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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윤 다 함

 

‎"NETFLIX 제공"

 

‎어젯밤 난 꿈속에서
‎맨덜리로 돌아갔다

 

‎저택 진입로는 황폐하고
‎캄캄한 정글로 변해 있었다

 

‎자연에 삼켜진 저택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켰다

 

‎맨덜리

 

‎언제나 적막하고 비밀스러운 그곳

 

‎죽음에서 되돌아온 곳

 

‎꿈이란 게 으레 그렇듯
‎나 역시 기억을 넘나들었다

 

‎넓게 펼쳐진 시간을 건너

 

‎난 아무것도 모르던 그해 여름
‎몬테카를로로 돌아갔다

 

‎8프랑이라고요?

 

‎- 네
‎- 여기...

 

‎이젠 알아볼 수 없음에도
‎과거의 내가 또렷이 보였다

 

‎밴 호퍼 부인을 못 만났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됐을까?

 

‎그 일을 맡지 않았더라면

 

‎재밌게도 내 운명을 결정지은 건
‎밴 호퍼 부인의 호기심이었다

 

‎그분이 없었더라면
‎난 맨덜리에 가지 않았을 테고

 

‎당신도 만나지 못했겠지

 

‎밴 호퍼 부인

 

‎빨리도 온다

 

‎죄송해요, 우체국에서
‎소포 오기를 기다렸거든요

 

‎조카분이 보낸 거예요

 

‎그 기분 나쁜 여자애랑 찍은
‎신혼여행 사진이겠지

 

‎열어봐

 

‎- 로비 식당 예약해 놓으렴
‎- 네, 1시로 할까요?

 

‎- 지금, 맥심 드 윈터가 왔거든
‎- 알겠습니다

 

‎아직도 상심한 표정이었어

 

‎친구분이신가요?

 

‎맥심 드 윈터 몰라?
‎맨덜리의 주인이잖아

 

‎- 잉글랜드에서 제일가는 저택
‎- 그렇군요

 

‎작년에 아내가 죽어서
‎말동무가 절실할 거야

 

‎내 옆자리에 앉히라고 얘기해 놔

 

‎팁 가져가야지!

 

‎이렇게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는데
‎왜 돈은 네가 받는 거니?

 

‎- 감사합니다, 밴 호퍼 부인
‎- 멍청하긴

 

‎- 안녕하세요
‎- 오셨군요

 

‎밴 호퍼 부인 자리를 비워둘까요?

 

‎맞아요, 감사해요

 

‎아, 참

 

‎실례지만 드 윈터 씨가
‎옆에 앉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 맥심 드 윈터 씨요?
‎- 네

 

‎그분 앉으실 자리를
‎제가 정해드릴 수는 없죠

 

‎네, 그렇죠

 

‎부탁드려요

 

‎혹시 모자라서 그러세요?
‎여기 더 있어요

 

‎어머, 죄송해요

 

‎잠시만요

 

‎그만두세요
‎따분한 사람이라던데요

 

‎- 네?
‎- 드 윈터라는 남자요

 

‎고마워요

 

‎드 윈터 씨, 이쪽으로 오시죠

 

‎'데즈 위트르, 운 두젠'

 

‎'데즈 위트르, 운 두젠'

 

‎맥심 드 윈터? 웬일이에요!

 

‎몬테카를로에 온 줄 몰랐네요

 

‎같이 식사할까요?

 

‎나 이디 밴 호퍼예요
‎내 조카 빌리 기억하죠?

 

‎작년에 블레넘궁에서 만났을걸요?
‎빌리 휘트니, 키는 나만 하고

 

‎연갈색 머리에
‎시력이 안 좋은 애인데

 

‎물론 기억하고 있죠
‎안부 전해주십시오

 

‎그거 알아요?

 

‎빌리가 매력덩어리 아가씨한테
‎장가를 갔어요

 

‎- 잘됐네요
‎- 사진도 보내줬는데

 

‎보여드리죠, 이리 와
‎결혼식도 눈이 부셨거든요

 

‎죄송하지만
‎점심은 혼자 먹는 편이라...

 

‎반갑습니다, 밴 호퍼 양

 

‎- 아니에요
‎- 네?

 

‎가족 아니에요
‎내 고용인이라고요

 

‎뭐, 내가 데리고 다녀주는 셈이죠

 

‎그렇군요, 그럼 이만 실례하죠

 

‎얘, 빌리 사진 가져오렴
‎드 윈터 씨 보여드리게

 

‎아뇨, 성가실 텐데
‎괜찮습니다

 

‎- 그러지 마세요
‎- 성가시긴요!

 

‎빨리 다녀와라, 그래
‎금방 올 거예요

 

‎더 웃긴 게 뭐게?

 

‎사진을 가져오라고 시켰는데

 

‎냅다 달려 나가더니
‎돌아오지를 않는 거야

 

‎설마 또 그림 그리고 있나 싶었지

 

‎진짜야, 나름 화가거든

 

‎그러다 허겁지겁 내려왔는데
‎싸구려 장미 향이 풀풀 나는 거야

 

‎아주 진동을 했어!

 

‎하여간 멀쩡한 신랑감만 나타나면

 

‎온 동네 여자들이
‎정신을 빼놓고 달려든다니까!

 

‎늦었잖아

 

‎- 죄송해요
‎- 됐다, 앉아

 

‎밴 호퍼 양이라니, 참 나

 

‎난 맨덜리 무도회 좋았어
‎아주 화려했지

 

‎그 비극이 일어난 후로는
‎안 열었을 거야

 

‎그런 충격적인 일이 있나!

 

‎- 어떻게 그런 일이
‎- 끔찍했지

 

‎끔찍이 아꼈잖아

 

‎레베카 말이야

 

‎안녕히 주무셨어요?

 

‎밴 호퍼 부인?

 

‎괜찮으세요?

 

‎몸이 너무 아파

 

‎밤새 잠도 못 잤어

 

‎- 사람... 사람 불러
‎- 네

 

‎- 빨리 의사 데려와
‎- 알겠어요

 

‎양동이 어딨어? 양동이!

 

‎여기 가져왔어요

 

‎부인 기다리십니까?

 

‎아뇨, 몸이 편찮으셔서
‎위에서 쉬고 계세요

 

‎오늘은 혼자 왔어요

 

‎그렇다면 안 됩니다
‎테라스는 손님용이거든요

 

‎전 부인의 동행인데요?
‎진짜 안 돼요?

 

‎네, 고용인은 안 됩니다

 

‎저기요, 저랑 앉을 겁니다
‎자리 마련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드 윈터 씨

 

‎- 그러지 마세요, 제가 너무...
‎- 괜찮습니다

 

‎귀찮게 안 할 테니 편히 앉으세요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

 

‎사실 제가 그러고 싶었어요

 

‎이건 어제 신문이라
‎이미 다 읽었거든요

 

‎감사해요, 친절하시네요

 

‎- 하시는 일이...
‎- 전 부인의 동행이에요

 

‎동행을 돈 주고 고용할 정도면
‎어떤 분인지 잘 알겠네요

 

‎주문하시겠어요?

 

‎'데즈 위트르, 운 두젠'

 

‎아침인데요?

 

‎뭐 어때요, 커피도 더 갖다줘요

 

‎알겠습니다, 드 윈터 씨
‎숙녀분

 

‎왜 그런 분을 골랐는지
‎물어봐도 돼요?

 

‎당신 같은 분이라면
‎반길 사람이 많을 텐데요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매년 90파운드를 받아요

 

‎당신에겐 아니겠지만
‎제겐 큰돈이에요

 

‎외로움에 매겨진 값이로군요

 

‎이상하지 않아요?
‎누군 혼자서도 잘 지내는데

 

‎상대가 누구든 동행 없인
‎못 배기는 사람도 있잖아요

 

‎당신은 어떻죠?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혼자가 익숙해요

 

‎아침 식사 왔네요

 

‎꼭 먹어보고 싶었던 거라...

 

‎차가울 때 얼른 드세요

 

‎고마웠어요, 누구랑 이렇게
‎길게 대화한 적은 처음이에요

 

‎저도 놀랐어요

 

‎- 굴 시킨 거 죄송해요
‎- 아뇨, 괜찮아요

 

‎저도 고마웠어요

 

‎아주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네요

 

‎또 보죠

 

‎왔냐?

 

‎서신 전달입니다

 

‎부인이 편찮으셔서
‎제가 대신 받을게요

 

‎숙녀분께 온 겁니다

 

‎고마워요

 

‎용건이 뭐래?

 

‎프런트 직원인데...

 

‎"맥심 드 윈터
‎드라이브하러 가요"

 

‎부인의 안부를 물었어요

 

‎어떻게 탈출했어요?

 

‎테니스 연습 간다고 했어요
‎실력 좀 키우라고 혼났거든요

 

‎영리하네요

 

‎- 어디 갈까요?
‎- 어디든 좋아요

 

‎가고 싶은 데 없어요?

 

‎좀 먼 곳인데

 

‎좋네요, 바람도 쐴 겸 가죠

 

‎3.5리터 엔진 벤틀리예요?

 

‎맞아요, 차에 대해
‎잘 아시나 봐요?

 

‎아버지가 차를 좋아하셨거든요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셨죠?

 

‎2년 전, 독감 때문에요

 

‎어머니가 독감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4일 후에 돌아가셨죠

 

‎사람이 상심해서 죽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 생각이 짧았네요, 미안해요
‎- 아니에요

 

‎조심!

 

‎괜찮아요

 

‎다 의도한 거예요

 

‎"열대 정원
‎만지지 마시오"

 

‎멕시코의 어떤 선인장은
‎20m까지 자란대요

 

‎200년을 사는데
‎70살이 돼서야 꽃을 피우죠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요?

 

‎책에서 읽었어요
‎세상을 책으로만 접했죠

 

‎직접 겪어본 건 없어요, 딱히...
‎늙기 전에 해볼 거예요

 

‎봐요

 

‎여기 와본 적 있어요?

 

‎몇 년 전에요, 신혼여행 때였죠

 

‎- 아내분은 어쩌다...
‎- 그 얘긴... 하지 맙시다

 

‎드 윈터 씨

 

‎- 몰아봐요
‎- 그건 안 돼요

 

‎안 되긴요, 운전할 줄 알죠?

 

‎그게... 그렇긴 한데...

 

‎잘됐네요
‎책으로 배운 거만 아니면 되죠

 

‎맨덜리 얘기 좀 해주세요
‎아름다운 곳이라던데

 

‎맞아요, 단순한 집이 아니라
‎제 인생이 담긴 곳이죠

 

‎자손 대대로 수백 년을 걸쳐
‎상속되어 온 저택이에요

 

‎지금까진 그래왔지만

 

‎제가 자식 없이 죽으면
‎누이가 물려받을 거예요

 

‎조카들도 착한 아이들이지만
‎드 윈터 가문은 아니죠

 

‎다 왔어요

 

‎무사히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짐 잘 챙기시고요

 

‎좀 도와주시겠어요?

 

‎"사랑시 선집"

 

‎저랑 가방 좀 들어 올립시다
‎셋에 하죠

 

‎하나, 둘, 셋

 

‎"맥스에게
‎레베카로부터"

 

‎그거 제자리에 둬요

 

‎네, 미안해요

 

‎열쇠는 주차요원한테 맡겨요
‎그럼 이만

 

‎잘 자요

 

‎왔냐?

 

‎간호사 떠난 지 한 시간 됐다

 

‎코치님이 늦은 시간밖에
‎안 된다고 해서

 

‎서브 연습하다 왔어요

 

‎오밤중에 테니스 레슨이라고?

 

‎네

 

‎'레베카에게, 맥스로부터
‎맥스에게, 레베카로부터'

 

‎왜 바보같이
‎남의 책을 열어봤을까?

 

‎드 윈터 씨 서신입니다

 

‎"카프다일에서 점심 할까요?"

 

‎'푸르 무아? 메르시'

 

‎- 갈게요
‎- 뭘 입은 거니?

 

‎속이 다 비치네

 

‎- 속옷은 입은 거지?
‎- 그럼요

 

‎"모나코빌에서 걸을까요?"

 

‎예쁜 집들을 그릴 거예요

 

‎테니스 라켓은 필요 없잖아요

 

‎숙녀분

 

‎고마워요

 

‎- 뭐 하는 거야?
‎- 있어 봐

 

‎추억을 향수처럼
‎병에 담을 수 있다면 어떨까?

 

‎아무 때나 열어볼 수 있게

 

‎그럼 그 순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텐데

 

‎당신은 어떤 추억을
‎병에 넣고 싶은데?

 

‎요 며칠과 지금 매 순간을 전부

 

‎평생 잊지 않도록

 

‎잊고 싶은 추억을
‎버리는 것도 가능하겠군

 

‎'드라이브 가요'

 

‎'카프다일 점심'

 

‎'해변'

 

‎저 해안이 맘에 들어

 

‎너무 아름다워

 

‎오, 장관이네

 

‎뭐가 보이는데?

 

‎- 저건...
‎- 나도 볼래

 

‎안 보는 게 좋을 텐데

 

‎뭐야, 자기도 봤으면서

 

‎- 미안
‎- 괜찮아

 

‎저기...
‎우리 수영하러 가자

 

‎어서!

 

‎- 들어와!
‎- 싫어!

 

‎- 왜 싫은데?
‎- 하기 싫으니까!

 

‎겁나서 그래?

 

‎너무 춥잖아, 얼어 죽겠어

 

‎아니야, 딱 좋아!

 

‎안 들어가도 알 수 있다니까

 

‎- 들어와!
‎- 나 혼자 샴페인 다 마신다

 

‎그러든가!

 

‎진짜 곤란하게 만드네

 

‎일어나셨네요

 

‎저기, 괜...

 

‎괜찮아지셔서 다행이에요
‎간호사는요?

 

‎돌려보냈지

 

‎테니스 치고 나서 수영했구나?

 

‎네

 

‎그럼 가서 머리 말리렴, 어서!

 

‎식사하러 내려가실 거예요?

 

‎나만 갈 거야

 

‎넌 콘시어지에 가서
‎내일 기차 편을 알아봐

 

‎그러고 나서 짐 싸

 

‎내일요?

 

‎토요일에 빌리랑 같이
‎뉴욕행 여객선을 탈 거야

 

‎이제 유럽은 지겨워 죽겠어

 

‎왜 물에 빠진 생쥐처럼
‎쳐다보고 있어?

 

‎넌 뉴욕에 금방 적응할걸?

 

‎남자도, 놀거리도 얼마나 많은데

 

‎그것도 네 급에 맞는

 

‎사람들이
‎입 다물고 있을 줄 알았니?

 

‎차라리 정리하는 게 나아
‎아내 잃고 정신이 반쯤 나갔다더라

 

‎너무 갑작스러운 비극이었거든

 

‎그 남자가 널 사랑하는 줄 알았어?

 

‎머리 식힐 겸 놀아준 것뿐이야

 

‎이제 가자, 뉴욕으로

 

‎다른 길이 열릴 거야

 

‎이곳의 기억은 잊힐 거다

 

‎내 말 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야

 

‎잠깐만요

 

‎밴 호퍼 부인 따라서 나도 가야 해

 

‎- 무슨 소리야?
‎- 오늘, 지금 당장

 

‎마지막으로 인사하러 왔어

 

‎왜 어젠 얘기 안 하고?

 

‎어젯밤에 정해졌거든

 

‎파리에서 조카랑 만난 다음에

 

‎셰르부르에서 배를 타고
‎뉴욕으로 갈 거래

 

‎알겠어, 울지 말고
‎잠깐 생각 좀 해볼게

 

‎난...

 

‎오래 못 있어
‎부인이 기다리고 계셔

 

‎나랑 가자

 

‎뭐?

 

‎맨덜리로

 

‎무슨...
‎비서라도 되라는 거야?

 

‎아니

 

‎내 아내가 되어줘

 

‎결혼해 달라는 거야, 바보야

 

‎맨덜리에 갈 순 없어

 

‎갈 수 있어
‎세상을 경험하고 싶댔잖아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가자

 

‎거기 있을 거라니까요
‎그럼 어딨는데요?

 

‎네, 기차 타려면
‎20분 뒤에 가야 해요

 

‎- 내가 말할게
‎- 꼭 이래야 돼?

 

‎꼭 해야 돼
‎사실 무척 기대 중이야

 

‎지금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아무 걱정 마

 

‎저건 또 누구래?

 

‎태어나서
‎이렇게 기쁜 소식은 처음이에요!

 

‎얼른 소문내고 싶네, 어쩜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돼요?
‎전부 알려줘요

 

‎다 정해놨죠, 여기서 혼인하고
‎유럽을 여행한 다음에

 

‎맨덜리에서 가정을 꾸릴 거예요

 

‎어머나, 이보다 진한 낭만이
‎세상에 또 있을까?

 

‎맨덜리에서 가정을 꾸린다니
‎동화가 따로 없네!

 

‎난 아래 내려가서
‎자기 짐 따로 빼놓을게

 

‎- 그래야죠
‎- 걱정하지 마

 

‎어서 가보세요
‎우린 할 얘기가 산더미니까

 

‎요 계집애 좀 보시게
‎너 아주 재빠르구나?

 

‎설마 갈 데까지 간 건 아니겠지?

 

‎무슨 뜻이에요?

 

‎세상에 남은 가족이 없으니
‎핑계 늘어놓을 필요도 없겠네

 

‎나도 손 떼련다

 

‎맨덜리에서의 일상이
‎만만치는 않을 거다

 

‎솔직히 네겐 버겁다고 봐

 

‎- 배우면 돼요
‎- 내가 하나 알려주지

 

‎남자를 가랑이로 붙잡아 두면
‎얼마 못 가 빠져나가게 돼 있어

 

‎안녕히 가세요, 부인

 

‎너랑 결혼하는 이유는 단 하나야
‎그 큰 저택에서

 

‎죽은 여자의 유령과
‎살기는 싫으니까!

 

‎난 유령 안 믿어요!

 

♪ Come, all you fair and tender girls ♪

 

♪ That flourish in your prime ♪

 

♪ Beware, beware, keep your garden fair ♪

 

♪ Let no man steal your thyme ♪

 

♪ Let no man steal your thyme ♪

 

♪ For when your thyme is past and gone ♪

 

♪ He'll care no more for you ♪

 

‎나 참, 저 짓 좀 하지 말라니까

 

‎이런 걸 조용한 환대라고 하나?

 

‎집사님 성격 아시잖습니까

 

‎맨덜리의 규칙대로 하는 겁니다

 

‎저분은 프리스야

 

‎안녕하세요

 

‎정석대로 해볼까? 자!

 

‎- 무슨 짓이야?
‎- 왜, 싫어?

 

‎그럼 올라가자

 

‎맥스, 내려줘

 

‎댄버스 부인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만나게 돼서...

 

‎고마워요

 

‎차 준비됐습니다

 

‎댄버스는 맨덜리의 집사야
‎보기보다 무섭진 않으니 걱정 마

 

‎맥심, 집이 너무 멋져

 

‎조용

 

‎방랑자께서 드디어 돌아오셨군
‎잘 왔어, 맥스

 

‎- 반갑다, 프랭크
‎- 여행은 어땠어?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지

 

‎- 프랭크 크롤리, 드 윈터 부인
‎-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반가워요

 

‎프랭크는 이곳 관리자야

 

‎프랭크 없으면 폐허가 되겠지

 

‎과장이 심하군
‎그냥 흘려들으세요

 

‎분위기 깨긴 싫지만
‎급히 서명해야 할 서류가 있어

 

‎잠시만 데려갈게요

 

‎- 갈까?
‎- 그래

 

‎댄버스
‎아내에게 저택을 소개해 줘요

 

‎괜찮아, 기다릴게

 

‎그럴 필요 없어
‎어서 가, 이따 보러 갈게

 

‎이 저택은 300년 넘게
‎드 윈터 가문의 소유였어요

 

‎헨리 8세가 하사한 선물이었죠

 

‎놀라워요

 

‎손님이 오면
‎응접실에서 맞이하시면 돼요

 

‎난롯불은 프리스에게
‎부탁하시면 됩니다

 

‎드 윈터 씨는 커피 마실 때
‎주로 이곳 서재를 이용하시죠

 

‎집사님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외워야 할 게 참 많네요

 

‎"프랭크 크롤리에게
‎레베카 드 윈터"

 

‎드 윈터 씨가 부인께
‎실망할 일은 없을 겁니다

 

‎드 윈터 가문의 역사는
‎튜더 왕조 때 시작됐죠

 

‎저분은 누구시죠?

 

‎캐럴라인 드 윈터
‎드 윈터 씨의 고모할머님이시죠

 

‎아름다우시네요

 

‎그렇죠, 잉글랜드의 초창기
‎여성 박사 중 한 분이세요

 

‎드 윈터 씨가 좋아하는 그림이죠

 

‎다들 어디서 자나요?

 

‎하녀들은 다락, 하인들은 아래층
‎부인이 계셨던 곳들과 같답니다

 

‎이런 저택엔 처음 와봐서요

 

‎저런, 귀부인 시중을
‎들었던 줄 알았네요

 

‎두 분 침실은
‎저택 동쪽에 있습니다

 

‎패턴이 참 예뻐요

 

‎부인을 모시던 하녀가 올 때까진
‎클래리스가 도와드릴 겁니다

 

‎전 하녀가 없지만
‎굳이 없어도 될 것 같아요

 

‎분명 필요하실 텐데요

 

‎그럼 클래리스가 하면 되겠네요

 

‎여기선 바다가 안 보이네요

 

‎안 보이죠

 

‎드 윈터 씨가
‎전에 쓰던 옷장을 찾으시면

 

‎이 방에 두기엔
‎너무 크다고 말씀드리세요

 

‎동쪽에 있는 방들이
‎대체로 작거든요

 

‎원래 여기가 침실 아니었나요?

 

‎아뇨, 드 윈터 부인께서
‎쓰시던 방은 전부 서쪽에 있습니다

 

‎이 방도 예쁜걸요
‎비워두긴 너무 아까워요

 

‎종종 손님들이 묵긴 했어요

 

‎부인이 돌아가시기 전까진
‎손님들을 자주 초대했었죠

 

‎맨덜리 무도회는
‎성대한 행사였답니다

 

‎전 이만 가볼게요

 

‎나한테 질문해 봐

 

‎무슨 질문?

 

‎아무거나

 

‎난 당신한테 비밀이 없어

 

‎이제 부부가 됐으니까
‎비밀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비밀 없는 부부는 없어

 

‎그 사람 얘기 해도 돼
‎당신만 괜찮으면

 

‎잘 자, 여보

 

‎맥심?

 

‎놔둬요

 

‎깨우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걱정할 건 없지만
‎마구간 지붕을 손봐야 해

 

‎그때 이후로 타일이 상해서...

 

‎- 안녕, 여보
‎- 안녕

 

‎- 잘 잤어?
‎- 그럭저럭

 

‎앉아

 

‎- 새집엔 익숙해지셨어요?
‎- 네, 고마워요

 

‎다행이에요

 

‎그럼 올라가 있겠네

 

‎- 금방 가지
‎- 또 뵙죠

 

‎네, 크롤리 씨

 

‎프랭크라고 부르세요

 

‎좀 더 일찍 일어나서

 

‎- 아침 같이 먹을 걸 그랬네
‎- 괜찮아

 

‎당신 몽유병 있는 거 알았어?

 

‎그럼 아침 들어

 

‎재스퍼!

 

‎어디 가니? 재스퍼!

 

‎재스퍼, 어디 가는 거야?

 

‎"맨덜리 방명록"

 

‎"1935년
‎가면무도회"

 

‎방해해서 죄송한데요

 

‎클래리스, 드 윈터 씨 봤니?

 

‎혹시 반창고 있어? 손을 다쳤어

 

‎어디 봐요

 

‎- 별거 아니야
‎- 저런, 잠시만요

 

‎여기 오신 김에
‎오늘 식단을 봐주시겠어요?

 

‎좋네요, 아주 맘에 들어요

 

‎- 소고기 소스는 어떠세요?
‎- 소스도 끝내줘요

 

‎아무것도 안 적었는데요?

 

‎드 윈터 부인께선
‎소스 선택에 예민하셨어요

 

‎그렇군요...

 

‎그럼 부인이 좋아하셨던 걸로
‎골라주세요, 고마워요

 

‎알겠습니다, 부인

 

‎- 다 됐어요
‎- 정말 고마워

 

‎아무 일 없지, 여보?

 

‎런던에서 속옷을 주문할까
‎생각 중이었어

 

‎레이스 속옷이랑
‎나이트가운 같은 거

 

‎내가 당신 옷 가지고
‎불평한 적 있었나?

 

‎단둘이 있으니까 좋지 않아?

 

‎신혼여행 때로 돌아간 것 같아

 

‎난 그때가 그리운데 자긴 어때?
‎드라이브, 여행, 아담한 카페

 

‎신기하게 생긴 호텔에서
‎묵었던 것도

 

‎일상과는 다른 날들이지

 

‎- 재스퍼!
‎- 내가 데려올게

 

‎아냐, 그냥 놔둬
‎알아서 돌아올 거야

 

‎가팔라서 넘어지면 어떡해?

 

‎놔두라고!

 

‎재스퍼!

 

‎재스퍼!

 

‎이리 와!

 

‎재스퍼!

 

‎재스퍼!

 

‎재스퍼, 거기서 나와!

 

‎재스퍼, 이리 와!

 

‎좋아, 묶어서 데려가 주지

 

‎"쥬 흐비앙"

 

‎누구 있어요?

 

‎아무것도 없잖아, 얘!

 

‎전...

 

‎사는 사람이 있는지 몰랐어요

 

‎여기 안 사는데요?
‎난 관리인 숙소에 살아요

 

‎오전부터 조개껍데기를
‎모으고 있었죠

 

‎당신도 그러려고 왔어요?

 

‎아뇨, 전...

 

‎제 강아지를 묶으려고 했어요
‎이것만 하고 갈게요

 

‎- 그쪽 개 아닌데
‎- 아니죠

 

‎- 드 윈터 씨의 개예요
‎- 아니

 

‎그 여자 개잖아요

 

‎그 사람 이제 여기 안 와요

 

‎바닷속으로 들어갔었지, 그래

 

‎익사했구나

 

‎당신은 그 여자랑 다르네요

 

‎네
‎가자, 재스퍼

 

‎난 아무 말 안 했어요, 맞죠?

 

‎얼른 가자, 재스퍼

 

‎왜 여기 오기 싫어했는지
‎이젠 알겠어

 

‎하지만 아깐 몰랐잖아

 

‎당신이 말해주지 않으면
‎무슨 수로 알 수 있겠어?

 

‎- 저긴 열려 있으면 안 돼
‎- 안에 누가 있었어

 

‎수렵 관리인 아들 벤이겠지
‎위험한 자는 아니야

 

‎맥심...

 

‎어머!

 

‎- 이건 이탈리아예요
‎- 그래

 

‎이건 결혼식 직후에 찍었어요

 

‎드레스가 차분하고 예쁘다

 

‎맥스 말이 맞았네
‎내 상상이랑은 참 다른 아이구나

 

‎너도 퍽 젊어졌다, 늙은이

 

‎살도 좀 붙었고

 

‎- 멀쩡했어
‎- 무슨!

 

‎반년 전까진 폐인이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할머니, 이 사진 봤어요?

 

‎너무 예쁘지 않아요?

 

‎어머, 그러네

 

‎저희 결혼식 사진이에요

 

‎사냥을 안 한다던데
‎어떻게 된 거야?

 

‎제가 말을 못 타서요

 

‎말은 타야지!
‎그게 얼마나 재밌는데

 

‎놀러 오면 내가 가르쳐줄게

 

‎말타기로는 전국 최고예요

 

‎조용히 해, 자일스

 

‎자기 취미에 공감 안 하면
‎충격받고 쓰러질 사람이야

 

‎얘가 뭘 좋아하든 간에
‎즐길 수 있게 해줘야지

 

‎실은 무도회를
‎다시 주최하면 어떨까 해요

 

‎거 좋은 생각이군

 

‎나한텐 그런 얘기 없었잖아

 

‎왜 또 정색을 해?

 

‎너 무도회 좋아했었잖아

 

‎신부 데려온 기념으로
‎한 번 열면 되겠네

 

‎좋아

 

‎이제 해결됐지?

 

‎- 새 주최자를 위하여
‎- 위하여

 

‎맨덜리에서 묵는 아이니?

 

‎여기 살아요

 

‎- 기억 안 나세요?
‎- 소개해 드렸잖아요

 

‎맥심의 아내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얘가 어떻게 맥심의 아내니?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저, 무도회를 연다니 잘됐네요

 

‎다시 열 때가 됐어요

 

‎모르는 얼굴인데

 

‎아, 그게...

 

‎오늘 처음 뵙는 거예요

 

‎맥심, 이 애는 누구냐?

 

‎거참, 할머니 집으로 모시자

 

‎레베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 놔둬
‎- 내가 할게

 

‎레베카가 보고 싶구나

 

‎- 날 좀 내버려 둬!
‎- 원래 저러세요

 

‎이 시간만 되면...

 

‎- 얼른 차에 태워드려
‎- 난...

 

‎가서 인사하고 와

 

‎이제 차에 타야죠, 할머니

 

‎꽃 방에서 가져온 옷이에요
‎괜찮으시죠?

 

‎- 고마워
‎- 내가 미안해

 

‎할머니가 레베카를 아꼈다는 걸
‎깜빡했지 뭐야

 

‎괜찮아요

 

‎왜 그런 거슬리는 사람들 있잖니

 

‎모두의 마음을 홀려버리는...
‎남자, 여자, 아이들, 동물까지

 

‎우리 같은 한낱 인간들은
‎대적할 수조차 없지

 

‎- 드 윈터 씨
‎- 왜 울고 있지?

 

‎거실에 있던
‎장식품 하나가 사라졌는데

 

‎댄버스 집사가 이 아이를
‎해고하려고 했습니다

 

‎- 전...
‎- 어떤 장식품?

 

‎잘 모르겠습니다

 

‎댄버스

 

‎- 무슨 일 있어?
‎- 아니, 괜찮아

 

‎거실에서 어떤 물건이 사라졌대

 

‎- 댄버스!
‎- 뭐가 사라졌는데?

 

‎왜 로버트가 가져갔다고 생각하지?

 

‎드레스덴 도자기는
‎아주 값비싼 물건이죠

 

‎- 저 아니에요!
‎- 금액만 100파운드로...

 

‎- 로버트가 그랬을 리는...
‎- 그럼 누가 그랬죠?

 

‎하녀들은 그 방에 못 들어가요
‎제가 대신 정리하죠

 

‎드 윈터 부인이 계셨을 땐
‎부인과 같이 했고요

 

‎- 프리스 말은...
‎- 나야

 

‎내가 깨뜨렸어, 아니...
‎깨졌어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렸거든

 

‎이제 됐지?

 

‎로버트, 그만 가봐

 

‎깨진 조각은 어디에 있죠?

 

‎책상 서랍 안쪽에 넣어놨어요

 

‎런던으로 보내서
‎고칠 수 있는지 알아봐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제게 알려주시면 좋겠군요

 

‎더 할 얘기 있나?

 

‎프랭크

 

‎드 윈터 부인

 

‎맥스랑 런던에 가신 줄 알았어요

 

‎맥심이 런던에 갔어요?

 

‎네, 처리할 일들이 있어서요

 

‎맥스 지시로 문 잠그러 왔는데
‎안에 갇히실 뻔했네요

 

‎아깝네요

 

‎이런 집을 썩히다니

 

‎그야... 이제 배가 없으니까요

 

‎맥스가 배 타는 걸 싫어해요

 

‎익사했다고 벤에게 들었어요

 

‎이미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요

 

‎- 몰랐어요
‎- 그게...

 

‎매서운 날씨였어요

 

‎항해에 능했던
‎레베카에게도 무리였죠

 

‎배가 가라앉았는데

 

‎잔해를 못 찾았어요

 

‎그러고는 2개월쯤 후에
‎에지컴에서 시신이 발견됐죠

 

‎2개월이나요? 세상에!

 

‎불쌍한 맥심

 

‎제가 맥스를 데리고
‎시신을 확인하러 갔었어요

 

‎과거에 얽매이는 건 좋지 않아요

 

‎맥스는 부인을 만나고
‎완전히 달라졌어요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바다에서 홀로...

 

‎두려움을 모르는 분이었죠

 

‎질문 하나만 할게요
‎제발 솔직하게 대답해 줘요

 

‎무슨 질문인지 모르니
‎좀 곤란한데요?

 

‎레베카가 그리 아름다웠나요?

 

‎네

 

‎아마도 그분은...

 

‎세상 모든 창조물 중에
‎가장 아름다웠을 거예요

 

‎참 아름답지 않나요?

 

‎방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요

 

‎마치 금방이라도 돌아오실 것처럼

 

‎놀랐잖아요

 

‎이 옷을 가장 좋아하셨죠

 

‎그날 밤 제가 골라놓은 옷이에요

 

‎들어보세요

 

‎만져봐요

 

‎다른 하녀는 싫다며 말씀하셨죠
‎'너만 있으면 돼, 대니'

 

‎큰 키가 가늠이 되시죠?

 

‎아름다운 몸매로
‎소화 못 하는 옷이 없었답니다

 

‎밤마다 머리를 빗겨드렸어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요

 

‎'대니, 머리 빗어야지'라고
‎말씀하시면

 

‎전 그분 뒤에 서서

 

‎20분도 넘게 빗질을 했답니다

 

‎그 풍성하고 짙은 머리를요

 

‎드 윈터 씨도 함께했어요

 

‎부인께 빗질해 드리는 걸
‎좋아하셨죠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이 방에서 단장을 하며

 

‎'더 세게, 맥스!'

 

‎그러면 드 윈터 씨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렇게 늘 웃음이 가득하셨는데

 

‎당신 머리도 빗겨주시나요?

 

‎아뇨

 

‎댄버스 부인, 남편이
‎이 방을 치우지 말라고 했나요?

 

‎굳이 말씀 안 하셔도 알죠

 

‎부인은 아직 여기 계시거든요

 

‎느껴져요?

 

‎그분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남편을 빼앗고
‎이름도 빼앗은 당신을

 

‎- 남편이 행복하길 바라겠죠
‎- 행복?

 

‎드 윈터 씨는 행복해질 수 없어요

 

‎단 하나의 사랑을 잃었으니까

 

‎맥심?

 

‎안녕히 주무셨어요?

 

‎저런, 몸을 할퀴셨네요

 

‎보고 싶었냐?

 

‎안녕하세요?
‎새로 오신 드 윈터 부인이시군요

 

‎착오가 있었나 봐요

 

‎- 남편은 런던에 갔어요
‎- 부인은 홀로 버려두고요?

 

‎웬 망나니가
‎부인을 데려가면 어쩌려고

 

‎잭 파벨입니다, 반가워요

 

‎명함이라도 두고 가시겠어요?

 

‎썩 꺼지라는 표현을
‎이리 정중하게 하시다니

 

‎착한 분이시군요

 

‎신경 쓰지 마세요
‎대니 초대로 온 거니까

 

‎차를 들기로 했어요

 

‎- 그런데 너무 일찍 와버렸죠
‎- 댄버스 부인이랑요?

 

‎그래서 이 밖을
‎떠돌고 있었던 겁니다

 

‎댄버스에게
‎회초리 맞긴 싫으니까요

 

‎파벨 씨? 어디 가세요?

 

‎찰리, 따라와!

 

‎- 잠시만요, 파벨 씨!
‎- 갑니다!

 

‎필리파! 들어와, 찰리

 

‎- 진정하렴, 스타라이트
‎- 착하지!

 

‎이렇게 힘이 넘치는데
‎다들 너를 방치했구나

 

‎그럴 만도 하지

 

‎레베카가 아니면
‎널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옳지

 

‎레베카를 아세요?

 

‎사촌이에요, 그랬었죠

 

‎저랑 같이 말 한번 타시죠

 

‎안 돼요, 말 타는 법을 몰라요

 

‎제가 가르쳐드릴게요
‎달리 할 일이 있으셨나요?

 

‎- 어떻게...
‎- 셋 하면 다리를 올려요

 

‎- 준비됐어요?
‎- 저기...

 

‎하나, 둘, 셋!

 

‎- 발 좀 받쳐주겠나?
‎- 네

 

‎같이?

 

‎천천히 갈 거예요

 

‎좋아요

 

‎기분이 어때요?

 

‎- 이제 고삐를 들어요
‎- 알았어요

 

‎- 부드럽게 잡아요
‎- 네

 

‎낮게, 그거예요

 

‎- 됐다
‎- 다리 위에 두세요

 

‎중요한 걸 알려드리죠
‎허벅지에 힘을 꽉 줘요

 

‎그래야 말이 부인을 의식해요

 

‎밤에 꽤나 욱신거릴 겁니다

 

‎이제 날 따라 해요, 준비됐죠?

 

‎좋아요

 

‎궁금한 게 있어요

 

‎맥스가 사고 얘기를 하던가요?

 

‎그날 레베카가 런던에 갔다고
‎말한 적 있어요?

 

‎아뇨

 

‎그 얘기는 전혀 안 해요

 

‎저택에 돌아온 레베카가
‎배를 타고 나가기 전에

 

‎맥스를 만났는지도 모르시겠군요

 

‎몰라요

 

‎레베카는 제게 할 말이 있댔어요

 

‎아주 중요한 얘기라고 했는데

 

‎그 얘기를 못 듣고 떠나보낸 게...

 

‎그게 너무 힘들더군요

 

‎부인께 부끄러운 꼴을 보였네요

 

‎맥심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그러고 싶지만

 

‎맥스는 제가 저택에 오는 걸
‎원치 않아서요

 

‎오늘 제가 여기 왔던 것도
‎비밀로 해주시면 좋겠네요

 

‎남편의 친구분인 줄 알았는데요

 

‎그럴 리가요

 

‎바라건대 저나 부인이나

 

‎그놈의 악명 높은 성깔에
‎희생될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곧 알게 될 겁니다

 

‎얼른 대니에게 가봐야겠군요
‎그 친구 성격 아시죠?

 

‎왜 초대했어요?

 

‎잭 파벨

 

‎당신이 초대했잖아요

 

‎남편이 그자의 출입을 금한 걸
‎모를 리는 없었을 텐데

 

‎오해하고 계신 것 같군요, 부인

 

‎전 1년 넘도록
‎파벨 씨를 못 봤는걸요?

 

‎프리스

 

‎다녀오셨습니까, 파벨 씨가
‎연락도 없이 찾아왔었습니다

 

‎댄버스 부인 말은 듣지 마

 

‎그 여자가 초대해서 온 거라고
‎파벨 씨가 그랬다니까

 

‎댄버스가 같이 말 타라고
‎협박이라도 했나 보지?

 

‎아냐, 내 말 좀 들어!

 

‎- 뭔데?
‎- 당신한테 말하려고 했어

 

‎왜, 설마 그 남자 데리고
‎보트하우스로 놀러 갔어?

 

‎새로 산 속옷 자랑하려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

 

‎당신이 싫어할 줄 알았으면
‎저택에 들이지도 않았겠지

 

‎제발, 사랑해

 

‎그런가?

 

‎댄버스 부인이 초대한 거야

 

‎댄버스 얘기 한 번만 더 해봐!

 

‎들어와요

 

‎댄버스 부인

 

‎통보할 사항이 있어서 왔어요

 

‎드 윈터 씨도 동의하신 건가요?

 

‎내가 내린 결정이에요

 

‎부인

 

‎전 레베카가 어렸을 때부터
‎그분을 돌봐왔어요

 

‎드 윈터 씨와 결혼한 후
‎같이 이곳으로 왔죠

 

‎난 그분의 친구였어요

 

‎비밀을 나누는 사이였죠

 

‎그런 관계는 깨지지 않아요

 

‎누가 대신할 수도 없죠
‎당신과는 그렇게 될 수 없어요

 

‎다른 집에 들어가면 되죠

 

‎아뇨

 

‎여자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결혼과 시중뿐이지만

 

‎난 늙어서 둘 다 할 수 없어요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줄게요

 

‎돈 문제가 아니라...

 

‎이건 단순한 업이 아니에요
‎레베카는 나의 삶 자체였어요

 

‎알아요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해요

 

‎그럴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부인은 자신의 방식에
‎집착하시는 것 같았어요

 

‎아뇨, 전 이곳이 너무 낯설어요

 

‎저택도, 하인들도...

 

‎당신이 옆에서 날 도울 거라...
‎드 윈터 씨도 여겼던 거 같아요

 

‎도와달라고 하신 적 없잖아요

 

‎그럼...

 

‎지금부터라도 도와줄래요?

 

‎미안해

 

‎내가 바보였어
‎당신 잘못이 아닌데

 

‎나도 알아

 

‎정말 미안해

 

‎"맨덜리 무도회"

 

‎자

 

‎"오르되브르
‎굴"

 

‎좋습니다, 완벽하네요
‎바로 인쇄하도록 하죠

 

‎참, 금요일까지
‎런던에 있는 '보체'에 알려야

 

‎부인의 드레스를 만들 수 있어요

 

‎사실 어떤 걸 입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와요

 

‎부인은 무도회에서
‎가장 중요하신 분이잖아요?

 

‎- 그 점을 염두에 두세요
‎- 알겠어요

 

‎자신감을 가져요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세요

 

‎부인?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댄버스 부인께 들었는데
‎아직 의상을 못 고르셨다고 하던데

 

‎제 생각을 들려드려도
‎괜찮을까요?

 

‎그래, 좋지, 앉아봐

 

‎갤러리에 그림들이 있잖아요

 

‎그 그림처럼 하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빨간 드레스의 여인으로요

 

‎탁월한 선택이시네요

 

‎클래리스에게 들었어요

 

‎안주인의 지위에 걸맞는 옷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군요

 

‎미안해요

 

‎"공작 내외 귀하"

 

‎댄버스 부인에게 갖다줄래요?

 

‎- 잘 알려주세요
‎- 네

 

‎- 고마워요
‎- 저택 안으로 가시죠

 

‎- 미안해요
‎- 죄송합니다

 

‎- 어서 와요!
‎- 잘되고 있죠?

 

‎- 네, 근데 바람이 좀 부네요
‎- 그러게요

 

‎- 비 오면 안 되는데
‎- 곧 잦아들 겁니다

 

‎어쩐담

 

‎- 안 돼, 건드리지 마!
‎- 보면 좀 어때?

 

‎안 돼, 서프라이즈란 말이야

 

‎서프라이즈 안 좋아하는데

 

‎이건 맘에 들걸?

 

‎날 못 알아볼지도 몰라

 

‎당신이 자랑스러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당신이 나가야 빨리 갈아입지

 

♪ Every time it rains, it rains ♪

 

♪ Pennies from heaven ♪

 

♪ Don't you know each cloud contains... ♪

 

‎마셔

 

‎이러면 안 돼요

 

‎괜찮으니까 받아
‎아무한테도 안 이를게

 

‎저리 가, 들어오면 안 돼!

 

‎손님들이 도착했습니다, 부인

 

‎이제 갈까?

 

‎부인께서 곧
‎내려가신다고 전하세요

 

‎알겠습니다

 

‎- 왜 여기서 서성이고 있어?
‎- 그냥

 

‎- 옛날로 돌아간 것 같지?
‎- 좋네

 

‎의상은 어디 뒀나?

 

‎- 입고 있잖아, 자일스
‎- 완전 난리야

 

‎- 멋져
‎- 샴페인이군

 

‎- 지각생 왔습니다
‎- 변명해 보게

 

‎진입로에 나무가 쓰러져서
‎치우고 왔지

 

‎아니, 의상 말이야

 

‎매년 입는 건데 그러네

 

‎드디어 오는군, 내려온다

 

‎처음 뵙겠습니다, 드 윈터 씨

 

‎장난이라도 하는 건가?

 

‎아니야, 저 그림이잖아, 난...

 

‎갈아입어

 

‎뭐? 왜 옷을...

 

‎가서 갈아입어, 당장

 

‎내가 뭘 잘못한 거야?

 

‎당장 갈아입으라고!

 

‎죄송해요
‎부인, 전 몰랐어요

 

‎댄버스 부인이 제안한 거예요

 

‎레베카가 입었던 옷인 거지?

 

‎드 윈터 씨도 기뻐하고
‎부인도 기뻐할 거라고 해서...

 

‎들어줘

 

‎- 안타깝군그래
‎- 괴상한 광경이었지?

 

‎- 아니, 못 가요
‎- 무슨 소리, 가야 돼

 

‎안 돼요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야

 

‎아니긴요, 그런 짓을 해놓고
‎어떻게 다시 내려가요?

 

‎모르고 그런 거잖아

 

‎얼굴부터 닦자
‎의상은 내가 찾아볼게, 알았지?

 

‎왜 몰랐을까?

 

‎- 이 옷을 왜 입어서...
‎- 정신 똑바로 차려!

 

‎밤새 이 방에 박혀서
‎한탄이나 할래?

 

‎같이 내려가서 웃어넘기고
‎즐기는 게 낫지 않겠어?

 

‎그이 표정이...

 

‎레베카에게는 그렇게
‎소리치지 않았을 거예요

 

‎넌 그 애와 아주 다르지만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 알겠어요
‎- 기운 내

 

‎여긴 유럽 아니잖니?
‎어서 표정 관리하고

 

‎- 알았지?
‎- 네

 

‎이거 입자

 

‎괜찮을 거예요

 

‎그럼

 

‎- 아래층에서 보자
‎- 네

 

‎- 알았지?
‎- 네

 

‎그러면 참 좋겠군요

 

‎크로언 경, 부인
‎드 윈터 부인을 소개합니다

 

‎하필 그런 옷을 고르다니
‎재수도 없지!

 

‎- 맞아요
‎- 괜찮아

 

‎지금도 예쁜걸?

 

‎우스꽝스럽게 입은 나보다
‎훨씬 편해 보이기도 하고

 

‎모르는 소리, 얼마나 멋진데!

 

‎- 맥심...
‎- 모든 게 다 잘못됐어

 

‎당신을 여기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선원들과 병사들이
‎전장에서 돌아왔다네

 

‎이런 데 올 분이 아니신데

 

‎조국의 이익을 위해
‎용맹히도 싸웠지

 

‎굶주린 채 집으로
‎그들이 지내던 곳으로...

 

♪ A woman is a branchy tree ♪

 

♪ And man's a clinging vine ♪

 

♪ And from her branches carelessly ♪

 

♪ He'll take what he can find ♪

 

‎레베카!

 

‎맥심?

 

‎이제 알겠어?

 

‎넌 절대로 그분을 대신할 수 없어

 

‎당신 짓이지?

 

‎처음부터 날 적대한 거잖아

 

‎그럴 리가, 난 널 도왔는데?

 

‎날 속이고 이 모든 걸 꾸몄어

 

‎우리 둘 다 아는 사실일 테지만
‎넌 자격이 없어

 

‎그런 남편을 둘 자격도
‎이 집을 가질 자격도 없지

 

‎남편은 널 사랑하지 않아

 

‎왜 사랑하겠어?

 

‎사랑했어

 

‎아니, 사랑할 수 없어
‎넌 그분이 아니니까

 

‎너도 봤어야 하는데

 

‎그분은 16살 때
‎아버지가 키우던 거대한 말을

 

‎완전히 복종시켰거든

 

‎조련이 끝날 때쯤
‎말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지

 

‎널 더 일찍 쫓아내지 못해서
‎실망하셨을 거야

 

‎용서하지 않으실 텐데

 

‎'너 좀 혼나야겠다, 대니
‎지옥에서 보자'

 

‎레베카는 죽었어!
‎그 여자는 죽었다고!

 

‎남편에게 버림받고 나면
‎그땐 어쩔래?

 

‎떠날 거야

 

‎떠나다니, 어디로?

 

‎다시 결혼도 할 수 없고

 

‎살림도 젬병인 데다가
‎의지할 가족도 없으면서

 

‎괜찮아

 

‎네 심정은 알겠지만
‎생각보단 안 아플 거야

 

‎순식간에 끝나겠지

 

‎겁내지 마, 이게 최선이야

 

‎이곳의 누구도 널 원치 않아

 

‎프리스, 로버트! 어서 와!

 

‎어선 좌초 신호야
‎경비대에 연락해!

 

‎- 오고 있답니다!
‎- 맥심...

 

‎저기서 뭐 하는 거야?

 

‎대니얼, 기다려

 

‎힘내, 그렇지

 

‎비키세요, 지나갈게요!

 

‎잠수부가 투입됐네?

 

‎값진 물건인가 봐

 

‎어부들에게나 그렇겠지

 

‎다른 것도 발견됐다는군

 

‎그래, 잘하고 있어!

 

‎"쥬 흐비앙"

 

‎지나갑니다!

 

‎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맞죠?

 

‎그 여자는 안 돌아와요

 

‎물고기가 먹었을 거예요, 맞죠?

 

‎프랭크

 

‎여기 계시면 안 돼요

 

‎거기 막지 마세요, 다들 비켜요

 

‎레베카 배에서 발견됐고

 

‎같은 머리색에

 

‎결혼반지에 새겨진 글자까지
‎레베카인 게 분명해

 

‎바보같이 굴지 마

 

‎그럴싸한 이유가 있을 거야

 

‎당신은 안 이상해?

 

‎아내가 아닌 걸 알면서도
‎장례까지 치렀는데?

 

‎응, 전혀 안 이상해

 

‎그렇게 궁금하면
‎맥심한테 물어보지 그래?

 

‎나도 그러고 싶은데
‎사라져서 한참을 안 나타나잖아

 

‎어떻게 된 거예요?
‎왜 경찰 조사를 받았죠?

 

‎아뇨, 집에 안 왔어요
‎언제 풀려났는데요?

 

‎들어오면 연락 주세요

 

‎그럴게요, 프랭크,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그럼 이만

 

‎다 끝났어, 그녀가 이긴 거야

 

‎이기다니, 누가?

 

‎레베카

 

‎오늘 찾은 게 레베카라면
‎당신이 묻은 건 누구야?

 

‎모르겠어

 

‎맥심

 

‎진실을 말해줘

 

‎모르겠어, 맹세해

 

‎어떻게 익사한 거야?

 

‎익사 아니야

 

‎거짓말하지 마

 

‎레베카는 익사하지 않았어

 

‎그전에 죽었어

 

‎배는 이미 망가져 있었어

 

‎내가 망가뜨렸지

 

‎고의적으로

 

‎맥심

 

‎당신은 레베카를 몰라

 

‎아무도 몰랐지

 

‎신혼여행을 떠난 날
‎내게 선포하더군

 

‎런던에 집을 한 채 두고

 

‎남자들을 들이겠다고
‎심지어 자기 사촌까지

 

‎이러지 마, 맥심

 

‎레베카는 그 가식을 즐겼어

 

‎착한 아내인 척 연기했지
‎내가 이혼 못 할 걸 알았거든

 

‎그 여자를 사랑했으니까?

 

‎난 레베카를 증오했어

 

‎그녀의 잔인함과

 

‎내 비겁함을 증오했어

 

‎가문의 이름에 먹칠할까 봐
‎이혼만은 못 할 걸 알았던 거야

 

‎어떻게 죽은 거야?

 

‎런던에서 돌아와서는

 

‎파벨과 만나기로 했다면서
‎이 집으로 오길래

 

‎나도 따라서 왔어

 

‎그런데 얼굴이 창백한 거야

 

‎병원에 다녀왔다면서 그러더군

 

‎'내가 임신하면 어떨 것 같아?
‎당신 애라는 증거도 없는데'

 

‎내 자존심을
‎무너뜨린 걸로 모자라서

 

‎내 이름, 내 집
‎모든 걸 무너뜨릴 심산이었어

 

‎그리고 말했지
‎'쏴, 맥스, 어서!'

 

‎'그 방아쇠만 당기면
‎당신은 자유로워질 수 있어'

 

‎제발

 

‎총알은 몸을 관통했고

 

‎레베카는 바로 쓰러지지 않고
‎잠시 서 있었어

 

‎너무 침착하게

 

‎마치 안도했다는 듯이

 

‎그리고 죽었어

 

‎난 여태 당신이
‎레베카를 사랑하는 줄 알았어

 

‎왜 말해주지 않았던 거야?

 

‎말할 수 없었어

 

‎당신을 잃을까 봐 겁이 났어

 

‎경찰서에 가서
‎어떻게 된 건지 알려줘

 

‎몰랐던 일이니
‎당신한테는 아무 일 없을 거야

 

‎나를 떠난다 해도 이해할게

 

‎당신 뜻대로 해

 

‎시신을 보고 레베카라고 한 건
‎당신이 실수한 거야

 

‎너무 슬퍼서 혼동한 거지

 

‎진실은 우리밖에 몰라
‎아무도 모를 거야

 

‎그 여자가 이긴 게 아니야

 

‎그 여자가 아니야

 

‎우리가 이길 거야

 

‎대답할 필요 없어요

 

‎제임스 크라우치 재판장님
‎들어오십니다, 모두 기립

 

‎비키세요

 

‎정숙! 진정들 하세요

 

‎그럼 지금부터...
‎앉으세요!

 

‎지금부터 최근 발견된

 

‎레베카 드 윈터의 시신에 대한
‎사인 심리가 있겠습니다

 

‎이는 형사 소송 절차의
‎일부가 아니며

 

‎드 윈터 부인의 사인만을
‎밝히는 자리입니다

 

‎이제 케리스 경찰국
‎웰치 형사의 발언이 있겠습니다

 

‎웰치 형사

 

‎드 윈터 씨가
‎작년에 확인한 시신은

 

‎그의 부인이 아니었죠

 

‎진짜 시신은 부인이 소유한 배의
‎선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매우 충격적이죠

 

‎또 충격적인 건
‎배에 가해진 손상입니다

 

‎어떤 손상이었죠?

 

‎흘수선 아래에서
‎구멍 네 개가 발견됐는데

 

‎배에 있던 갈고리로
‎뚫은 것으로 보입니다

 

‎- 못일 수도 있고요
‎- 무슨 뜻이죠?

 

‎누군가 고의로 손상시켰다는 거죠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에선 오직
‎두 개의 결론만이 가능합니다

 

‎자살, 그리고 타살이죠

 

‎아내분은 사망한 날
‎런던에 다녀왔었죠

 

‎들어가자

 

‎경찰에 진술한 바로는
‎집에 돌아온 아내가

 

‎초조하고 속상해 보였다고
‎말씀하셨어요

 

‎방어적으로 말하지 마
‎그냥 침착하게 대답해

 

‎런던은 왜 방문한 거죠?

 

‎모릅니다

 

‎외출한 이유를

 

‎남편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흔한 일이었나요?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겁니까?

 

‎전 드 윈터 씨가

 

‎시신을 알아보지 못한 이유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두 달을 물에 잠겨
‎30km를 떠내려갔습니다

 

‎퉁퉁 불어 썩어가는 데다가

 

‎팔도 찢겨져 나가고
‎얼굴은 남아 있지 않았다고요

 

‎정숙하세요!

 

‎오만하고 멍청하게 굴었어

 

‎- 너무 흥분했나 봐
‎- 아냐, 감정이 느껴졌어

 

‎믿어줄 거야

 

‎그 여자가 병원에 다녀왔다는 건
‎또 누가 알고 있어?

 

‎우리랑 의사뿐이지

 

‎물적 증거가 남아 있진 않을 거야

 

‎물에 너무 오래 있었으니까

 

‎남은 건 그 의사뿐이야

 

‎들어오지 마시라고 했지만
‎파벨 씨가 워낙 완강하셔서요

 

‎고마워요, 댄버스 부인

 

‎원하는 게 뭐야?

 

‎위스키소다 한 잔 더?

 

‎레베카 얘기니까

 

‎아내는 재우고 오지 그래?

 

‎아무 데도 안 가요
‎당신과 레베카 얘기 다 알아요

 

‎그래요?

 

‎다 알고 있다, 이거죠?

 

‎운 좋은 줄 알아, 파벨

 

‎그날 레베카랑 있다가 걸렸으면...

 

‎그날 이 사람은 없었어

 

‎레베카가 날 초대하긴 했지

 

‎그 사실이 중요해

 

‎자살 아니면 타살이라고
‎형사 양반이 그랬었지?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는 건

 

‎곧 세상 떠날 사람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지 않나?

 

‎지난 1년간 이 생각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는데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결국 널 떠나기로 결심한 거야
‎그래서 죽였나?

 

‎증거는 없어
‎너와 나의 주장만 있지

 

‎아니

 

‎레베카도 할 말이 있다던데

 

‎'이 서신을 받으면 맨덜리로 와'

 

‎'할 얘기가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여기로 와줘
‎레베카가'

 

‎이리 내요

 

‎- 내 집에서 나가
‎- 받아주지 마, 맥심

 

‎그래, 얌전히 있어, 맥스

 

‎사실 고마움을 표하러 왔어

 

‎그동안 자네의 후한 인심 덕에

 

‎나 같은 남자들이
‎자네 아내와 뒹굴 수 있었잖아

 

‎새 아내한테도 들이대 볼까
‎고민 중이었는데

 

‎이거 봐요
‎내가 한 성깔 한다고 했었죠?

 

‎얼마를 원해요?

 

‎보기보다 똑똑한 여자네

 

‎피가 좀 난 것 같은데

 

‎어이구, 아파라

 

‎여자 말이 맞아

 

‎난 부유한 사람이 아냐

 

‎도박을 좋아해서 돈은 없지만

 

‎부유한 생활 습관에
‎맛을 들여버렸지

 

‎얼마면 충분하려나...

 

‎한 1만 파운드?

 

‎그 정도만 주면
‎내일 재판에서 조용히 있어주지

 

‎이건 갈취야

 

‎- 뭘 어쩌려고?
‎- 경찰에 신고해야지

 

‎그래, 신고해 봐

 

‎구치소까진 같이 들어가겠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넌 교수형에 처해질 거야, 맥심

 

‎웰치 형사의 요청에 따라

 

‎오늘 심리 절차에
‎변경 사항이 있었습니다

 

‎증인으로

 

‎드 윈터 저택 집사인
‎댄버스 부인을 모시죠

 

‎맨덜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부인께서 주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저택을 잘 운영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그렇다면 사망한 드 윈터 부인이

 

‎파벨 씨와 만났다는 것도
‎알고 계셨을 겁니다

 

‎가까운 사이란 건 알았습니다만

 

‎부인의 사생활에 대해
‎제가 참견할 순 없죠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어제 제게 해주신 말씀을
‎여기서 말해주셨으면 합니다

 

‎파벨 씨가 받은
‎서신에 대해 알게 되어

 

‎그 서신을 형사님께 드리라고
‎권유했습니다

 

‎드 윈터 씨가 법원으로부터
‎숨기려 했던 서신이군요

 

‎네

 

‎파벨 씨를 드 윈터 저택으로
‎초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부인이 사망한 날 밤에요

 

‎드 윈터 씨는
‎돈으로 그 서신을 매수했고요

 

‎- 레베카 드 윈터가 보낸 거죠?
‎- 네

 

‎급히 전할 소식이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파벨 씨가 제안받은 금액은
‎얼마였나요?

 

‎1만 파운드요

 

‎수표입니다

 

‎서신을 매수하기 위해
‎드 윈터 씨가 직접 발행했죠

 

‎그냥 수표일 뿐이지
‎용도는 안 적혀 있잖아요!

 

‎정숙하세요, 부인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 드 윈터가
‎자살할 만한 상태였다고 보십니까?

 

‎아닙니다

 

‎돌아가시기 몇 주 전부터

 

‎부쩍 피곤해하셨고
‎메스꺼움도 호소하셨어요

 

‎제게 바지 허리 밴드를
‎느슨히 풀어달라고도 하셨죠

 

‎배가 불러오고 있었군요

 

‎사망한 날, 런던에는
‎왜 갔는지 알고 계신가요?

 

‎- 아뇨
‎- 이상하군요

 

‎제게도 숨기신 걸 보면
‎매우 사적인 약속이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진료 예약 같은?

 

‎주치의가 아닌 의사에게
‎남몰래 진료를 받은 거죠

 

‎사람들 눈을 피해서

 

‎비밀로 하고 싶을 만큼
‎은밀한 소식이었을 겁니다

 

‎한 사람에게만 알리고 싶었겠죠
‎연인인 잭 파벨에게요

 

‎살인자 새끼, 이 살인자 새끼야!

 

‎내 아이까지!
‎넌 교수형에 처해야 돼!

 

‎죽어, 이 자식아!
‎네놈이 레베카를 죽였어!

 

‎두 개의 가설이 있었지만

 

‎다들 보셨다시피
‎피해자가 자살할 이유는 없고

 

‎타살 동기는 명확합니다

 

‎본 심리는 중단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여러분, 현 시간부로 휴정합니다

 

‎법은 아무도 못 피하죠

 

‎이 손 놓으세요! 놔요!

 

‎댄버스 부인

 

‎증명 못 하니까 아무 말 하지 마

 

‎부인의 일정표, 일기장, 주소록

 

‎가계부까지 다 가져오세요

 

‎분명 의사를 만나서
‎돈을 지불했을 겁니다

 

‎런던 산부인과 전문의들에게
‎전화 돌려

 

‎"경찰"

 

‎실례합니다
‎수색 영장은 갖추셨습니까?

 

‎드 윈터 부인?

 

‎- 프랭크!
‎- 왜요?

 

‎수표장과 은행 명세서가 필요해요

 

‎의사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을 만한 문서요

 

‎여기 있어요, 이거면 될 겁니다

 

‎- 의사가...
‎- 의사를 찾으세요?

 

‎"J 베이커 의원"

 

‎이거다

 

‎어리석기는

 

‎그 남자 편을 들어주다니

 

‎전 편든 게 아니에요
‎댄버스 부인...

 

‎그리고 프랭크, 넌
‎낮에는 그 남자 구둣발을 핥고

 

‎밤에는 보트하우스 문을 두드렸지

 

‎어린아이처럼 질질 짜면서!

 

‎그분은 너희를 경멸했어

 

‎런던 남자들과
‎맨덜리 파티에 놀러 온 남자들

 

‎전부 그분에겐 놀잇감에 불과했지

 

‎여자는 즐기면서 살면
‎안 되는 거야?

 

‎나의 레베카는
‎마음껏 즐기는 삶을 살았어

 

‎그러니 남자가
‎죽이려 달려들었지!

 

‎마음이 아팠겠어요

 

‎당신의 유일한 친구가
‎그런 비밀을 품고 죽었잖아요

 

‎짐 싸요, 댄버스 부인

 

‎해 지기 전에 떠나요

 

‎"J 베이커 의원"

 

‎- 네?
‎- 죄송해요, 가방을 두고 갔어요

 

‎진료 보신 선생님이?

 

‎존 베이커 선생님요

 

‎감사해요

 

‎기다리세요

 

‎- 베이커 선생님
‎- 반갑네, 태스

 

‎'댄버스'

 

‎환자를 워낙 많이 만나서

 

‎기억을 못 하겠네요

 

‎진단 기록을 보시면
‎기억나실 겁니다

 

‎서류를 직접 보는 게 좋겠군요

 

‎마땅히 협조해야죠

 

‎아니, 닫아두고 갔었는데

 

‎어디로 갔지?

 

‎누구요?

 

‎젊은 아가씨가 왔었어요

 

‎여기 없네요

 

‎비서에게 연락해 보죠

 

‎다른 데 뒀을 수도 있어요

 

‎그 아가씨가 여기서
‎나갈 만한 길이 있나요?

 

‎"자궁에 깊이 뿌리 내린...
‎악성 자궁육종..."

 

‎읽기만 하고
‎기록에 손대진 않았어요

 

‎레베카 댄버스, 기억나네요
‎안타까운 환자였죠

 

‎본명이 아니에요
‎그리고 임신도 아니었어요

 

‎그럼 왜 가명을 쓴 거죠?

 

‎왜 이곳 런던까지 와서

 

‎주치의가 아니라
‎선생님을 만난 거냐고요

 

‎가족에게는 이 소식을
‎숨기고 싶었을 수도 있죠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요?

 

‎형사님, 제 전공을
‎잘못 알고 계신 것 같군요

 

‎전 산과의가 아니라
‎종양학 의사입니다

 

‎생식기 종양을 다루는 사람이죠

 

‎종양의 일반적 증상이
‎부기, 피로예요

 

‎암 환자였던 거죠

 

‎그걸 잭 파벨에게 알리려 했고요

 

‎그게 자살의 증거는 아니죠

 

‎고통을 피하고 싶었을 거예요

 

‎맞아요, 그런 말을 했었죠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됐었어요

 

‎4월에 처음 내원했는데

 

‎5월 돼서는 상태가 심각해져서
‎손쓸 도리가 없었죠

 

‎수명이 몇 주 남지 않았었고
‎고통은 극심했을 겁니다

 

‎어떤 방법을 택했죠?

 

‎배를 띄워놓고 가라앉혔어요

 

‎자신도 그 안에 있었고요

 

‎운이 좋았군, 맥스

 

‎자네가 이겼다고 생각하겠지

 

‎법은 널 처리 못 했지만
‎난 할 수 있어

 

‎할 말 더 있어요?

 

‎있으면 지금 해요

 

‎그 여자의 가장 증오스러운 게
‎뭔지 알아?

 

‎당신을 바꿔놨다는 거야

 

‎해맑은 당신, 어리고 서툴던
‎당신의 표정을 빼앗아 갔어

 

‎그때의 당신이 아니야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뭐가 불타는 거지?
‎맙소사, 저긴 맨덜리잖아

 

‎어서! 다들 거기서 나와!

 

‎잔디에서 나와, 가자!

 

‎밖으로 나가! 프리스, 나와!

 

‎안에 몇 명이나 있어?
‎다 나온 거야?

 

‎- 모르겠습니다
‎-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 봤어요
‎- 무슨 뜻이야? 뭘 봐?

 

‎댄버스 부인요!

 

‎데리고 나가게
‎호스가 어디 있지?

 

‎- 어디에 있어?
‎- 보트하우스로 갔어요

 

‎댄버스 부인, 안 돼요!

 

‎이쪽으로 와요

 

‎도움을 바란다고 했죠?
‎잘 봐요

 

‎댄버스, 그러지 마요

 

‎내가 사랑한 유일한 사람을
‎그가 죽였어요

 

‎맨덜리를 남겨둘 순 없었어요

 

‎거긴 우리만의 장소니까요

 

‎이러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남편 곁을 지키겠지만
‎행복해질 순 없을 거예요

 

‎행복해질 거예요

 

‎어젯밤 난 꿈속에서
‎맨덜리로 돌아갔다

 

‎그곳엔 댄버스 부인과
‎레베카가 있었다

 

‎난 그들을 꿈속에 남겨두고
‎잠에서 깨어났다

 

‎우린 둘만의 집을 찾기 위해
‎세상을 떠도는 중이고

 

‎지금은 카이로의
‎한 작은 방에서 머무르고 있다

 

‎거울 속엔 지금의 내가 보인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정이
‎옳은 결정이었음을 확신한다

 

‎불길 속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한 가지를 지켰으니까

 

‎사랑

 

‎"대프니 듀 모리에 소설 원작"

 

자 막 : 윤 다 함

Sync & corrections by Blu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