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jorie.Prime.2017.1080p.BluRay.X264-AMIABLE

수입/배급 ㈜싸이더스
공동 배급 아이 엠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이렇게 있으니까

 

당신 앞에서
연주해야 할 것 같아

 

그냥 나일 뿐이야
월터야

 

그렇게 느껴지면
참 좋겠지

 

- 내가 많이 웃겨줬어
- 기억나

 

- 정말?
- 물론이지

 

마조리
빈 그릇은?

 

줄리가 설거지했어

 

- 두 시 출근이잖아
- 내가 했어

 

거짓말

 

- 관절염 있잖아
- 오늘은 안 아파

 

마조리

 

빈 그릇 없는 건
뻔하잖아

 

내가 아무것도
안 먹었다는 거지

 

- 땅콩버터 한 입만
- 배 안 고파

 

애들 때문이야
자꾸 약을 먹이잖아

 

약 주는 게 애들이야?
의사야?

 

한 입만 먹어

 

바이올린 켜도 돼?

 

당신 생각이 중요하지만

 

손 아프잖아

 

이야기 들려줄까?
지난번에 좋아했잖아

 

당신 말을 들어야겠지

 

영화 보러 갔던
얘기 해줄게

 

많이 갔는데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보러 갔었어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줄리아 로버츠가
주인공이었어

 

그 시기에는
모든 영화에 나왔지

 

가장 친했던 남자친구랑
약속했어

 

약속한 나이가 됐을 때
둘 다 미혼이면

 

둘이 결혼하자고

 

때가 되어
남자한테 얘기하려는데

 

남자는 이미
사랑에 빠진 상태였어

 

상대는 금발 미인
카메론 디아즈였지

 

그래서 줄리아 로버츠는

 

영화 내내
둘 사이를 망치려고 애써

 

만인의 연인답지 않은
설정이지

 

결국 다 잘 해결돼

 

영화에 입담 좋은
게이 친구가 나와

 

영화 끝나고 당신도 게이 친구가
갖고 싶다고 했어

 

난 게이 친구 있었어
두 명이나

 

기억할게

 

왜 하필
그 영화 얘기를 해?

 

-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 그날 내가 청혼했어

 

이런, 나 좀 봐

 

잊어버릴 게 따로 있지

 

괜찮아

 

당신이 말하려는데
내가 틈을 안 줬지

 

만약에 우리가
'카사블랑카'를 봤다면?

 

가령

 

오래된 극장에서
'카사블랑카'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당신이 청혼했다면?

 

다음번에 얘기할 때는
그게 사실이 되는 거야

 

지어내라고?

 

당신은 너무 고지식해

 

그 애들과 똑같아
특히 테스

 

- 우리 딸?
- 그래, 우리 딸 테스

 

또 쓸데없이
걱정 많은 사위

 

아니야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

 

난 그를 좋아해

 

예전에는 싫었어

 

지금은 좋아

 

나도 좋아?

 

- 바보 같은 소리
- 바보라고 하지 마

 

바보

 

바보를 왜 좋아해?

 

왜?

 

큰일 났네

 

큰일이 나?

 

당신에게 그런 말 해서
테스랑 또 싸우겠다고

 

이해가 안 갈 때도 있지?

 

토니 데려온 얘기 해줘

 

- 어제 해줬는데
- 그 얘기 좋아해

 

아름답고 젊은
연인이 있었어

 

남자는 강인한
턱을 지녔지

 

남자는 자신감이
조금 과했어

 

강인한 턱을 지닌 남자는
자신감이 조금 과했어

 

여자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웠지

 

큰 마을은 아니지만
가장 아름다웠어

 

당신이 그 얘기를 하면
꼭 동화 같아

 

동화 맞아

 

기분 나빠

 

- 그럴 생각은...
- 날 편하게 해줘야지

 

그 일이 일어난 게
동화 같다는 뜻이야

 

그랬지

 

그 연인은 아이가 없어서
조금 적적했어

 

개를 키우기로 했지

 

동물 보호소에 갔더니
검은 개가 자고 있었어

 

배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잠든 그림자 같았어

 

- 토니라고 불렀어
- 토니

 

- 알파벳 'i'로 끝나
- 'i'로 끝나

 

앙투아네트의 애칭이지

 

프랑스 푸들 종이라
프랑스 이름을 붙였지

 

말썽 피우는
푸들이 아니었어

 

그 푸들은

 

막대도 잘 물어오고
해변을 좋아했지

 

연인은 개를 데려왔어

 

말을 잘 들어서
사랑받았지

 

개도 오랫동안
그 연인을 사랑했어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것이 그렇듯

 

죽었어

 

계속할까?

 

죽은 다음에도
얘기가 있어?

 

응, 왜냐면 그 연인이
곧 아이를 낳았거든

 

테스지

 

그리스어로 수집가인
'테사'의 변형이야

 

잘난 척하지 마

 

테스가 세 살이 되었을 때

 

보호소에 갔어

 

- 맞아
- 같은 보호소였지

 

이번에는 버스가 아니라
자가용을 타고 갔어

 

물론 어린 테스가
개를 선택하게 했지

 

전보다 개가 더 많았어

 

코커스패니얼,
우아한 회색 사냥개와

 

귀여운 믹스견

 

놀라운 건
테스가 푸들을 택한 거야

 

자고 있던 검은 그림자 같은
그 개를 원했어

 

그래서 이름을 붙여줬지

 

토니 2세

 

얼마 지나지 않아
그냥 토니라고 불렀어

 

다른 토니었지만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어졌어

 

어느 토니가
바닷가를 달렸고

 

마당 조명을
다 파헤쳤는지 말이야

 

세월이 흐를수록

 

기억 속에서
같은 개가 되었어

 

누가 얘기해줬어?

 

당신이

 

- 그렇게 많이?
- 당신과 존

 

기억이 돌아올 때는
기분 좋거든

 

한 입 더 먹을래?

 

두 번째 토니였어

 

해변을 좋아했던 토니

 

오래 함께하지 못해서
참 슬퍼

 

항상 머리에 모래를
묻히고 다녔지만 말이야

 

털 아니냐고?

 

아니야
사람 같은 머리였어

 

기억할게

 

코가 뭔가 잘못됐어

 

- 뭐라고?
- 내 기억이 잘못됐나 봐

 

지금 모습이 맞아

 

어느 쪽이든
당신은 좋은 월터야

 

고마워

 

조금 더 같이 있어 줘

 

큰일 나면 어쩌려고

 

빨리 배우네
마음에 들어

 

말했잖아

 

이제 무슨 이야기 할까?

 

얘기 안 해도 돼
그냥 앉아 있자

 

가끔은
너무 피곤해

 

여기 있을게, 마조리

 

언제든 날 찾아

 

난 시간이 많으니까

 

- 여전히 맘에 안 들어
- 뭐가?

 

'프라임' 말이야

 

누가 그랬더라?
그 나이에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게
제일 중요해

 

당신이 말했어

 

TV 보는 것보단 나아

 

돌봄이 필요한
아이 같으셔

 

여든다섯이야
여기가 어딘지도 몰라

 

그리고 돌봄이 필요한 게
뭐가 나빠?

 

잠드셨어
바꾼 약 때문인가 봐

 

- 땅콩버터 드셨어
- 기적이네

 

- 결국 내 말 듣는 건가?
- '프라임' 덕분이겠지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더군

 

"한 입 먹어"

 

앵무새가
오래 사는 거 알아?

 

내 학생이 아버지 돌아가시고
앵무새를 물려받아 키우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 목소리로 말한대

 

- 어떤 말?
- "안녕, 파트너" 같은 말

 

명언이군

 

똑같지는 않은데

 

아버지 따라 하는 건
확실히 알겠대

 

봤어?

 

순순히 받아들이는 거
소름 끼치지 않아?

 

난 소름 끼쳐

 

어머니가 홀로그램과
대화하는 게 싫은 거야?

 

아니면 저게
아버지인 척하는 게?

 

저게 젊은 시절의
아버지인 척하는 걸

 

당신까지 거드는 게 싫어

 

어머님이 기억하는
모습이고

 

똑똑하니까
받아들이는 거야

 

- 거울 같은 거야
- 그 이상이야

 

검색도 하고
다른 프라임과 대화도 해

 

어린 아이 수준이지만
말하는 속도가 빨라서

 

인간처럼 느끼는 거지

 

대화하면서
불완전한 문장도 흡수해

 

미완성 문장이나
비논리적 주장도 말하고

 

수식어를 틀리기도 해

 

예시를 생각해내려고
진땀 빼기도 하고

 

당신도 잘 아네

 

질투해?

 

- 아니
- 맞네

 

나보다 저것한테
더 친절한 걸

 

못 본 척해야 해?

 

당신 아버지에게
더 친절한 거야

 

엄마, 일어나셨네요

 

차 드실래요?
물 끓일게요

 

- 땅콩버터 먹었다
- 봤어요, 잘하셨어요

 

테스가 좋아할 것 같았어

 

네, 엄마가 맞았네요

 

잘 주무셨어요?

 

사나운 여자가 나오는
TV 방송을 보다가

 

쓰러져버렸어

 

때가 되면
그렇게 가야 해

 

우울한 소리 마세요
그건 내 전문이에요

 

평생 안 죽을 거라고
믿는 척하자꾸나

 

안색이 돌아왔네요

 

고마워

 

거짓말을 듣는 건
늘 기분 좋다니까

 

수염 깎으니까
더 마음에 든다

 

30년 전에 깎았어요

 

- 아닌데
- 맞아요

 

잘 보이려 애쓰지 않으니
더 마음에 들어

 

여보, 레스티반
얼마나 남았어?

 

월요일에 충분했어

 

지난주에 부족했대
막판이 안 좋았잖아

 

누군가가 머릿속에 있어

 

누구인지
생각하고 있어

 

주말에 레이나 와요

 

손녀딸요

 

레이나가 누군지
나도 알아

 

- 어떻게 지낸다니?
- 머리가 파란색인데

 

잘 어울려요

 

레스티반 아홉 알
코르타돌 여섯 알

 

언젠가
다리 위에서 깼는데

 

주변에 사람이 많았어

 

왜 다리 위에서 잤어요?

 

꿈이었나 봐요
맞아요?

 

월터는 기억할지도 몰라
물어보면 되겠다

 

아버지는 15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다른 월터 말이야
월터 프라임

 

그 정도로 심각하진 않아

 

동떨어져?

 

 

당신은 대화를 할 때
스스로를 개입시키지 않고

 

관찰하는 느낌이었어요

 

내 직업 얘길 해주겠나?
난 뭘 했지?

 

안 읽어봤나요?

 

부고에는 직업 얘기가
거의 없었네

 

난 무슨 일을 했지?

 

강간과 강탈

 

뭐라고?

 

내가 물었을 때
테스가 했던 농담이죠

 

재무 상태를 분석했어요

 

투자 기업과
부자들과 일했죠

 

더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줬어요

 

그 일을 좋아했나?

 

유능했죠

 

이 집이
당신 소유인 거 알죠?

 

당신이 떠나고 10년 후에
장모님 돌보러 이사 왔고

 

그전에 당신을 만났을 때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악의는 없지만

 

나이 들면서
더 멋있어지지는 않았죠

 

누가 그렇겠어요?

 

장모님이 젊은 시절의
당신을 선택한 게

 

이상하지 않나요?

 

장모님에게 일 얘기는
잘 안 했을 겁니다

 

그게 궁금한 거라면요

 

이 음악은 뭐지?
튼 적이 없는데

 

풀랑크 곡일세

 

마조리가 전에 부탁했지

 

기분이 좋아질까 해서
틀었네

 

줄리, 이리 와 봐요

 

- 껐으면 좋겠나?
- 그런 것 같네요

 

지금은요

 

테스의 스트레스가
심해요

 

대화했다면 알 수 있겠죠

 

그래서 여행을 가려는데

 

현재 장모님의...

 

상태를 고려하면

 

적당한 시기가 아니죠

 

줄리가 앞으로
온종일 지내면서

 

마조리가 필요한 걸
챙겨줄 겁니다

 

그래서 결정했어요

 

테스와 격렬한 논쟁 끝에
결정했죠

 

줄리에게 당신을
소개하기로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잘 지내나요?

 

- 잘 지내나요?
- 좋아요, 고마워요

 

왜 내 말을 따라 하죠?

 

이쪽은 월터예요
마조리의 남편이죠

 

테스가 설명해줬죠?

 

테스가 스페인어를 잘해요

 

- 나도 잘해
- 그래요?

 

- 몇 개 국어를 하죠?
- 많지

 

- 얼마나 많죠?
- 32개

 

그렇군요, 내가...

 

안내서를 꼼꼼히
읽지 않았나 보네요

 

뭐라고 한 거죠?

 

"마조리를 어떻게 도울까요?"

 

- 얼음 넣은 위스키요
- 네

 

테스?

 

너 맞구나
와줘서 고맙다

 

여보세요?

 

하루하루 적응하고 있어

 

몬티도 비슷한 일을
겪었단다

 

- 몬티요?
- 우리 고양이

 

- 몬티 좋아했잖아
- 잠시만요

 

엄마, 폭우에 갇혔어요

 

옛날에 잘 가시던
클럽에 있어요

 

클럽이라니
나 춤춘 적 없는데

 

골프를 쳤지

 

춤추는 건
네 아버지가 좋아했다

 

걱정 마
오늘 상태가 좋은 것 같아

 

아주 말짱해

 

밖에 계시나 봐요

 

비가 이렇게 오는데
밖에 계세요?

 

줄리 바꿔주세요

 

살베슨 부부라고

 

부모님이 여행 가실 때
날 그 집에 맡겼어

 

살베슨 아주머니가

 

작년에 뇌졸중이 왔지

 

못 알아봤어

 

이 바에 언제 왔었어?

 

아버지 장례식 때

 

기억이란
뇌 안의 퇴적층과 같아서

 

기억하지 못할 뿐
거기에 있다는 걸...

 

아냐, 윌리엄 제임스의 이론
아는 줄 알았는데

 

예전에 들은 적 있나

 

윌리엄 제임스 이론은
과학적으로 증명됐어

 

기억이란

 

우물이나
서랍장 같은 게 아니야

 

무언가를 기억할 때는
기억 그 자체가 아니라

 

기억한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는 것뿐이야

 

복사본의 복사본처럼
계속 희미해질 뿐

 

절대 생생해지거나
선명해지지 않아

 

그래서 강렬한 기억도
완전히 믿을 수 없어

 

끊임없이 조금씩 유실되거든

 

윌리엄 제임스 하면
거트루드 스타인만 생각나

 

주제를 바꾸는 거야?

 

스타인이 하버드에서
제임스의 철학 수업을 들었는데

 

공부를 안 한 거야

 

그래서 시험지에
이렇게 썼대

 

'오늘은 철학 시험 볼
기분이 아닙니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유유히 나갔대

 

- 기억나는 것 같아
- 제임스가 이렇게 썼어

 

'그 기분 잘 알아요'
그러고 A를 줬대

 

기억난다
그 얘기 처음 해줬을 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어

 

- 피스타치오 맛이었어
- 바닐라였어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유감스럽지만
줄리를 해고해야 해

 

정말?

 

엄마를 이 폭우 속에
서성이게 했어

 

그 믿음직하고
성실한 줄리가?

 

이 일로 입씨름할 테니
위스키 한 잔 더 해야겠다

 

기분 어때요?

 

안 좋은 게 당연하듯
물어보는군

 

어젯밤에 난리도 아니었어요

 

집에 와보니
거실에 쓰러져 계셨어요

 

테스가 응급차로 옮겼어요

 

제가 갔을 땐 깨어나셔서
의사에게 추파 던지고 계셨고요

 

아닌데

 

맞아요

 

의사 앞에서는
항상 밝으시죠

 

- 그게 문제인가?
- 아니요

 

대신 의사들이 어머니가
얼마나 아픈지 모르죠

 

- 의사도 반응하던가?
- 네

 

제가 의사에게
장 폴을 조심하라 했어요

 

장 폴 기억나요?

 

테니스 선수

 

세계 8위 선수예요
기억나요, 검색해봤죠

 

장 폴한테 희망 고문
엄청 하셨어요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지 그랬어

 

하지만
아주 오래전 일이고

 

결국 옳은 선택을 하셨어요

 

장인어른을 선택했죠

 

월터가 가장 멋진 상대는
아니었지만

 

최고의 연인이었어

 

알아, 최악의 단어지

 

'연인'
새로운 단어가 필요해

 

전 '구애자'가 좋아요

 

장 폴은 장인어른의 구애에
따라가지 못했죠

 

테스는 의사가 진정제를
너무 많이 처방한다고 생각해요

 

아마 그래서...

 

월터

 

아니, 당신 말고

 

당신이 아니라
월터를 원해

 

그렇군
나중에 다시 올게

 

당신 기분 나아지면

 

난 나아지지 않아

 

애들은 말 안 해주지만

 

난 알아

 

단정하기에는 일러

 

좋아질 거라 했지만
당신만 좋아지고 있어

 

대화한 지
몇 달밖에 안 됐어

 

신체적인 이유도 있어

 

알아

 

유전적 성향이지

 

미련 없이 떠나는 게
내 성향이야

 

짐은 가볍게

 

더 좋아질 필요 없어
나빠지는 것만 막아줘

 

- 약속해줘
- 그건 안 되겠어

 

바이올린 켜도 돼?

 

당신 생각이 중요하지만
손 아프잖아

 

네 개의 현 이름은?

 

G, D, A, E
처음에 배우는 거야

 

- 처음에 또 뭘 배워?
- '반짝반짝 작은 별'

 

- 모차르트 곡이야
- 알아

 

- 가사는 아냐
- 알아

 

몇 년 뒤에 다른 사람이
가사를 붙였지

 

당신은 모르는 게 없지?

 

악보도 볼 줄 알아?
월터는 못 했어

 

당신이 가르쳐줘

 

활을 제대로 쥐면

 

모든 것이...

 

노래해

 

잡지 않고 쥐는 건
정신 수련에 가깝지

 

당신은 멋진 여자야
마조리

 

그래?

 

일생의 동반자로
날 선택해줘서 고마워

 

테니스 선수를
택할 수도 있었는데

 

알고 있어?

 

세계 8위지

 

프랑스인이고

 

프랑스계 캐나다인이야

 

음악 들을래?

 

나아졌어요?

 

아주 좋아
고마워

 

날씨가 좋네요

 

아침에 파란색 한 알
저녁에 분홍색 두 알

 

적당하지?
분명 더 나을 거야

 

괜찮으면
이따 드라이브 가요

 

강은 어때요?
거위 떼가 돌아왔어요

 

볼일 볼 동안 차에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데미안은 자?

 

아니요
데미안은 여기 없어요

 

언젠가 네 아빠와 내가
시내에 갔어

 

성탄절 전이었지

 

출장길에
나도 따라간 거야

 

살베슨 집에
널 맡기고 갔을 거야

 

거기서
많은 걸 했을 텐데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것만 기억나

 

앉아서

 

바라봤지

 

공원에 있던
주황색 깃발들

 

주황색 깃발 같은 게
사방에 있었어

 

주황색 깃발요?

 

그보다는...
그게 뭐지?

 

향신료인데
스페인산이고 비싼 것

 

사프란요

 

추위도 상관없었어
왜냐하면

 

파란 하늘에
하얀 눈을 배경으로

 

사프란 색 깃발이
아름다웠거든

 

나무 사이를 걸어가는
스님들 같았어

 

네 아빠와 함께
벤치에 앉았는데

 

일어나기 싫었어

 

거기서 일어나면

 

남은 생을
다시 살아야 하니까

 

이건 뭐예요?

 

성경이야

 

네, 성경인 거 알아요
왜 여기 있죠?

 

줄리가 어제
가져왔던 것 같은데

 

관심 있으면
보라고 했어

 

그래서
그렇다고 말했어요?

 

- 확실히 말하지 않았어
- 태울까?

 

평생 나한테
신은 없다고 하신 분이야

 

"동화일 뿐이다
선은 자체로 의미 있다"

 

- 그런데 이제 와서...
- 들춰보지도 않았어

 

걘 자기 믿음을
나누고 싶은 거야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위로가 됐대

 

엄마한테 몰래 담배 준
그 줄리 말이죠?

 

내가 요구한 거야
그 앨 탓할 게 아냐

 

결국 요구를 들어줬죠

 

정말 짜증 나요
엄마한테 담배를 건넨 그 줄리가

 

이젠 종교까지 전파하잖아요
넘어갈 것 같으니까

 

사람들이 노인을
이용하는 게 역겹다고요

 

이용당한 거 아냐

 

줄리가 얘기했어

 

부탁인데 지금은...
평소처럼 하지 마

 

이런

 

엄마

 

실수했어요?
씻으러 가요

 

- 가요
- 그래

 

- 미안하구나
- 아니에요

 

- 미안해
- 괜찮아요

 

난 어차피 잊어버리겠지

 

따뜻한 물에 목욕해요
상쾌해질 거예요

 

오늘 해주고 싶은
얘기는

 

당신이 마조리와
뉴욕에 갔을 때예요

 

성탄절 즈음이었지

 

듣고 있네

 

센트럴 파크의
벤치에 앉아서

 

사프란 색의 깃발을
바라봤어요

 

눈이 왔죠

 

아마도 무슨
축제 기간이었나 봐요

 

아들이 죽고
얼마 안 됐을 겁니다

 

- 아들?
- 데미안요

 

뉴욕에 출장 갈 때
마조리를 데려갔어요

 

힘든 일을 잊고
다시 시작하려 했겠죠

 

데미안은 왜 죽었나?

 

자살했어요

 

힘든 일이었죠

 

당신 생각에는

 

- 좋은 삶을 줬는데
- 아니었군

 

테스 말로는

 

데미안은 항상
약간...

 

약간?

 

거의 방에서 지냈답니다

 

학교에서는 자주 싸웠대요

 

먼저 시작한 게 아니라

 

친구들이 놀리면
지지 않고 맞선 거죠

 

당신은 아들에게
표현하는 게 서툴렀어요

 

사랑을 말이죠

 

왜지?

 

사람들은 가끔
그럴 때가 있죠

 

대신 그 애는 토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토니를 죽였다는 거예요

 

내 생각에 데미안은

 

그런 식으로라도
토니와 함께하려던 게

 

아닐까 싶어요

 

당신이 월터라면
알고 있겠죠

 

그렇겠지

 

당신도 평생
극복하지 못했지만

 

장모님이 가장
힘들어하셨어요

 

50년 동안
이름도 꺼내지 않았죠

 

사진을 모두 숨겼어요

 

그만큼 힘들었던 거죠

 

그러나 잊은 적 없어요
잊지 않았어요

 

앞으로 기억하겠네

 

술을 못 마시는 게
아쉽네요

 

그런 걸 만들면 될 텐데

 

취한 단계에 해당하는
설정 말이죠

 

더 자유로워질 텐데

 

테스에게 이 일을
얘기할 필요는 없어요

 

알겠어요?

 

대화했다는 건 알아도
내용까지 알 필요는 없죠

 

데미안 얘기는
절대 꺼내지 마세요

 

확실히 하는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오래 간다 해도

 

모든 인간관계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요

 

부부건 친구건 사람들은
계속 다른 곳을 보죠

 

나쁜 일을 받아들이고

 

사소한 약속을 어기고
타협하고 배신하죠

 

그러니 결정해야 해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무언가를 원할 때

 

모든 실망과 고충을 견디고

 

역경을 헤쳐나가겠다는
결정을요

 

나 안 취했어요

 

긴장을 푸는 거예요
알딸딸하게

 

단계가 있어요

 

알딸딸하다, 취하다
만취하다

 

모두 과거의 자신과 다르고

 

미래의 자신과 다르네

 

안녕, 파트너

 

주무시고 계세요

 

어제는 절 몰라봤고
오늘은 오랜 친구래요

 

저한테 말해요
"절대 늙지 마"

 

"아무도 널 위해
준비해주지 않아"

 

제 전 환자에 대해선
말 안 했어요

 

키 크고 근엄하고
많이 아픈 영감님이에요

 

항상 토했어요

 

그게 제 일이었어요
토사물 치우는 거

 

영감님 아들이랑
사귀게 됐어요

 

남자친구는 항상 다퉜어요
아버지, 아버지 주치의랑요

 

언제부터인가
의사를 때렸어요

 

지금 하는 일이
훨씬 좋아요

 

울지 말아요
괜찮을 거예요

 

우는 거 아니에요

 

알레르기가 있어요

 

당신은 내 마음을
읽을 수 있겠지만

 

사실은 나만큼 혼란스럽겠죠

 

당신 말이 맞아요

 

- 아님 3, 4개월!
- 이거 장인의 생각이야?

 

자기를 위해
학교도 관뒀고

 

가족과 경력도 잊고
앞날의 꿈도 접었어

 

더 늦기 전에
들어서 다행이군

 

- 무슨 뜻이야?
- 내 인생은 어쩌고?

 

별 볼 일 없지만
내 일을 사랑하고 있어

 

솔직하게 말해봐

 

난 솔직해!

 

당신은 너무 늙었어

 

그런 말을 하다니

 

결혼해줘, 마조리

 

어차피 같이 늙어
내가 더 빠를 뿐이지

 

나중에는 별 의미 없어

 

어떻게 확신해?

 

뭘 확신해?

 

당신이나 나

 

모든 것을...

 

- 스웨터 잘 어울려요
- 고마워

 

네가 골라줬잖아
기억나니?

 

3년 전 성탄절이었죠

 

나에게 3년은
긴 시간이 아냐

 

토니 데리고
바닷가 간 거 기억나?

 

- 물론이죠
- 행복해했지만

 

몇 주 동안
털에서 모래가 나왔지

 

착한 개였어

 

- 존이 개를 키우자네요
- 그래?

 

막대를 물어오는
활발한 종이 좋다던데...

 

근데 전 시바견이 좋아요

 

시바견이 뭐니?

 

일본의 대표 품종이에요

 

다정한 아기 여우 같죠

 

깨끗하고 얌전하고
낯도 많이 가려요

 

당연히 그렇겠지

 

- 무슨 뜻이죠?
- 일본 개잖아

 

- 그건 좀...
- 차별 아니라 칭찬이야

 

난 샌디 박과 친구였어
교향악단에 같이 있었지

 

한국인이었어

 

난 인종 차별 안 해

 

네 가엾고 늙은 엄마는
20세기에 태어났어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니?

 

그런데 문제는요
개를 키우게 되면

 

존과 내가 여행 갈 때
누가 돌봐주죠?

 

- 내가 돌볼게
- 그게 가능하면 좋게요

 

존은 카타훌라가 좋대요

 

검색해봐요
할 수 있잖아요

 

규칙에 어긋나요?

 

카타훌라 하운드라고
부르기도 해

 

가축몰이견이죠

 

진짜 사냥개는 아니야
들개지

 

79년에 루이지애나를
대표하는 종이 되었어

 

난 못 하겠네요

 

못 한다?

 

모른 척하는 거요
그러니까 당신이...

 

가끔은 너무 진짜 같아요
엄마 같다고요

 

차별 섞인 어투로
말하는 거

 

근데 어떤 때는

 

너무 확연해요

 

조금 더 기다려주렴

 

땅콩버터 드릴 수 있으면
더 나을 텐데

 

덜 웃어봐요

 

그러면
더 그분 같을 거예요

 

- 나?
- 네, 당신요

 

규칙을 지켜줘서 고맙구나

 

말은 아주
강력한 힘을 지녔지

 

나에 대해
더 얘기해주렴

 

잘 안 웃는 건
얘기했고

 

가시기 전에
치아를 많이 의식했어요

 

- 허영심이 많았어?
- 약간요

 

참 도움이 되는구나

 

- 까칠하셨죠
- 참 훌륭한 사람이네

 

너 말고
다른 자식이 있니?

 

아니요
저뿐이에요

 

네 부담감이 엄청났겠네

 

내가 뭐 잘못 말했니?

 

아니요

 

외동딸이라고 했지?

 

손녀딸이 있어요
레이나라고 스물셋이죠

 

- 밴드 멤버예요
- 나처럼 음악인이구나

 

나랑 대화를 안 해요

 

상담사가 지금은
그게 좋겠다고 했어요

 

날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내 딸에게 그런 말을 했죠

 

존이랑은 통화하고
남편이 내게 전해줘요

 

창피한 일이죠

 

스물셋이니 놔둬
알아서 해결할 거야

 

남편처럼 말하네요

 

그래

 

내가 어떤지
계속 얘기해줘

 

내가 당신과 연을 끊으면
절대 가만 계시지 않을 분이죠

 

바이올린 연주자였고
실력이 뛰어났어요

 

난 무엇이든
그만큼 잘하지 못해요

 

관절염 때문에
연주를 못 하게 됐을 때

 

미련 없이 그만뒀어요

 

다들 깜짝 놀랐죠

 

이성과 잘 지냈고
여자친구는 적었어요

 

나도 이성과
잘 지내길 바라셨어요

 

내가 내향적인 걸
마음에 안 들어 하셨고

 

존은 당신이 보기에
화려하지 않았죠

 

- 화려하다?
- 눈에 안 찬 거예요

 

아빠랑 싸우기도 했지만
서로 사랑했어요

 

둘 중 한 명이

 

더 사랑하지는 않았어요
좋은 일이죠

 

하지만 나이 차 때문에

 

마지막 몇 년 동안
문제가 됐죠

 

아빠가 더 사랑했거나
더 의존했을 거예요

 

그 이후에
우리와 살았어요

 

아빠가 죽은 걸
한 번씩 잊어버렸죠

 

매일 잊어버린 적도 있어요
"월터 어디 있어?"

 

그럼 아빠가 돌아가셨단 걸
또 얘기해야 하죠

 

얘기를 듣고 나서는
이렇게 말했어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다니
얼마나 좋아"

 

정말 그렇게 느끼는지
항상 궁금했어요

 

참 좋은 말이에요

 

누굴 사랑할 수 있었다니
얼마나 좋아

 

- 크게 다르지 않네요
- 뭐가?

 

이거요

 

지난 2년간
우리가 했던 일이죠

 

거기 앉아서
엄마가 어땠는지 얘기해줬어요

 

엄마는 죄책감을 느꼈어요

 

스스로가 쓸모없다고 느꼈죠

 

어디 보자
또 뭐가 있지?

 

동물과 잘 지냈어요

 

토니가 당신을
두 번째로 제일 좋아했죠

 

두 번째?
누구를 더 좋아했어?

 

그건 다음에 하죠
얘기가 길어요

 

난 시간이 많아

 

난 왜 이 모습을
택했을까요?

 

왜 이 모습을
기억하려 할까요?

 

- 나 말이야?
- 네, 미안해요

 

보통이라면

 

어렸을 때 엄마 모습을
택하지 않을까요?

 

내가 안다면 좋겠구나
아가야

 

아가라는 말 안 썼어요

 

우리 사이에 대한
얘기를 많이 안 했네

 

가까웠니?

 

나쁜 엄마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어떤 시점 이후로

 

부모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성인으로
대하기 시작하죠

 

우리는 그런 적 없어요

 

그래서 이 모습인가 봐

 

네가 할 말이 남아있는
마조리의 모습 말이야

 

전에 당신에게도
아빠의 '프라임'이 있었죠

 

아빠와 비슷했는데
40대의 모습이었어요

 

좋은 나이지

 

난 그게 웃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모습의 아빠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게

 

솔직히
약간 소름 끼쳤어요

 

더 멋진 모습을
보고 싶었을 테고

 

과거로 돌아가고도
싶었겠죠

 

가족이 생기고
모든 일이 벌어지기 전

 

내가 태어나기 전으로

 

널 잊으려 했던 건
아닐 거야

 

존과 얘기해요?

 

내가 더 진짜처럼 변해서
널 돕기를 바라

 

많이 우울해했잖아

 

컴퓨터에게 위로받다니

 

기분이 참...

 

감정이 있어요?
들은 걸 기억할 뿐인가요

 

뭔가를 느끼긴 해요?

 

더 많이 알고 싶어

 

왜요?

 

더 나아지니까

 

- 나아져요?
- 더 인간답게

 

더 인간답기를 원해요?

 

맞아

 

- 인간은 어떻죠?
- 예측불허해

 

정말요?

 

꽤 예측 가능한데요
나도 그렇고요

 

알겠다

 

- 뭘요?
- 너도 인간답기를 원해

 

- 존이 상담을 권했어요
- 그게 왜?

 

날 봐요
죽은 엄마와 대화 중이고

 

세상에서 날 가장
사랑하는 남자는

 

내가 무너졌다고 생각해요

 

너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지 마

 

안녕히 주무세요
엄마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보이시나요?

 

우수한 원단입니다

 

바람이 통하지만
무게감이 있죠

 

빛이 통과하고
반사되기도 합니다

 

뒤쪽의 빛이
앞으로 뚫고 나오죠

 

정말 대단합니다
여러분도 조각을 들고

 

이 운동에
참여하면 됩니다

 

세상에
아직 반도 못 했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보다시피 부고도 쌓였고
편지가 또 있어

 

장 폴이 보낸 편지

 

포기를 모르는 남자네
그렇지?

 

"지금의 당신을
떠올려 본다오"

 

"나이도 들었고
몸도 불편하고"

 

"하지만 그걸 뒤덮는 건"

 

"50년 전 당신 모습이오"

 

"내 방문을 허락한다면"

 

"두 눈뿐 아니라
기억을 통해 보겠소"

 

좀 과하게 들이댔네

 

"나이는 상관없소"
어이쿠

 

"나이는 우리 사랑을
막을 수 없소"

 

당신이 그를 비웃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네

 

"어디선가 누군가가
당신에게 달려가고 있소"

 

"밤낮없이
눈길과 사막을 뚫고"

 

"급류와 좁은 길을
헤치며 여행 중이오"

 

"그는 당신을 찾고
알아볼 수 있을까?"

 

"당신에게 주고 싶은 걸
줄 수 있을까?"

 

답장 보낸 적 있나?
장인 돌아가신 다음이네

 

내가 알기로는
다시 만난 적 없어

 

늙은 모습 보고
콩깍지 벗겨지는 건

 

원치 않은 거지

 

- 슬프네
- 그래?

 

엄마의 외도를
지지하고 싶지 않은데

 

장인이 돌아가신 다음이니
외도는 아니야

 

내가 죽으면
당신이 연인을 찾으면 좋겠어

 

과거의 연적이라면?
그런 경우는 어때?

 

통 크게 제안하는 거야
당신 외로운 거 싫어

 

내가 먼저 죽으면?

 

그건 허락 안 해

 

확실한 건
어머님은 혼자가 아니었네

 

있잖아

 

나 항상 당신에게
화가 났어

 

장 폴이 세계 8위라고
거짓말한 거 말이야

 

조금 과장을 보탠 거지

 

대학 때만 선수였고
석고판 사업을 했어

 

세계적인 석고판 업체였어

 

장 폴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환해지는 걸 보며

 

선의의 거짓말도 용납 못 하는
못된 여자처럼 느껴졌어

 

그 애를 증오했어

 

그 애 때문에
엄마가 변한 게 싫었어

 

죽으면서
엄마의 일부를

 

가져가 버렸어

 

엄마가 날 그만큼
사랑하게 만들 수 없었지

 

당신은 여섯 살이었어
사랑했을 거야

 

엄마는

 

단 한 번도...

 

그래, 맞아

 

멀리서 봐도 알겠더라

 

음악 들을래?

 

음악 취향이 달랐어요

 

- 알고 있어요?
- 응

 

그게 문제였죠

 

- 짜증 나는 일이지
- 아니요

 

그 이상이었죠

 

하지만
다 사소한 거예요

 

모두 같은 걸
좋아하란 법은 없죠

 

모든 것이
대체 가능하다 말해

 

모든 거리는
가깝지 않다고 해

 

그들의 얼굴을 기억해

 

날 이곳에 있게 한
모든 사람

 

나의 빛이 환히 보이네

 

서쪽부터 동쪽까지

 

머지않아
머지않아

 

나는 해방될 거야

 

모든 사람은
보호가 필요하다고 해

 

모든 사람은
추락한다고 해

 

하지만 맹세하건대
내 환영이 보여

 

당신 이름을 알아?

 

바보 같은 질문이네

 

내게 말해주겠어?

 

테스

 

성까지

 

테스

 

당신 이름은
테사 애나벨라 브로디야

 

테사 애나벨라 브로디

 

테스 랭커스터였는데

 

나와 결혼하면서
이름을 바꿨어

 

내 이름 알아?

 

존이니까
존 브로디겠네

 

좋아

 

자식이 있어?

 

딸이 있어
이름은 레이나지

 

스물넷이야

 

우리는 결혼한 지
26년 됐어

 

우리는 서로를 좋아해

 

맞아

 

일심동체야

 

뭐, 구식 표현을 쓰자면
그렇지

 

미안, 대화할수록
더 세련되어질 거야

 

초반에 어떤지 알아
전에 해봤거든

 

도움이 되겠네

 

사실은 27년이야

 

지난달이 기념일이었지
그 이후까지 치자면...

 

그 이후?

 

당신이 죽은 후

 

내가 죽었어?

 

맞아

 

난 여기 있어

 

이해를 못 하네

 

이해해, 난 죽었고
난 여기 있어

 

들어봐

 

처음에는 항상 어려워

 

우선은 내가 얘기를
많이 할게

 

당신에 관해
배우게 될 거야

 

원하는 대로 해
난 어디 안 가

 

내가 얘기를 해줄게

 

그럼 원래부터
알고 있던 게 되는 거야

 

남들은 당신이
과묵한 줄 알아

 

근데 아니야

 

언쟁을 좋아해

 

남들과 다르게
꽤 잘하지

 

잃지 않은 게 없어

 

단어를 라틴어로
말할 수 있어

 

과학 기술에 회의적이야

 

그리고
지금 '이것'도 의심해

 

당신은 걱정해

 

성공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은 편이라서

 

당신 걱정 때문에
내가 지칠까 봐 걱정해

 

하지만 그렇지 않아

 

레이나와
잘 지내고 싶어 해

 

당신과 장모님 사이보다

 

여행을 좋아하고

 

가만있는 걸 못 견뎌

 

자립심이 강하고

 

도움을 청하지 않아

 

- 더 있어?
- 미안해

 

얘기할래?

 

당신은 작년에

 

이미 마음 접었어

 

하지만 나를 위해
삶을 이어간 거야

 

함께 여행을 갔어

 

마다가스카르였지

 

마다가스카르섬 근처에 있는

 

더 작은 섬에서
지낼 계획이었어

 

- 당신이 계획했어?
- 같이 짰어

 

우리 야영지는

 

오래된 숲속에 있었어

 

눈에 띄는 고목이 있었지
아마 500년은 됐을 거야

 

사진은 하나도
찍지 않았어

 

머리로 기억하고 싶었지

 

당신은 텐트 안에서
자는 걸 힘들어했어

 

바닥이 딱딱했어

 

원래 잘 자는 편이
아니야

 

두 번째 밤에

 

동이 트는 순간에
잠에서 깼는데

 

당신이 없었어

 

잠이 안 올 때
당신 습관인데

 

일어나서
지칠 때까지 걷지

 

그날은 달랐어

 

느낌이 달랐어

 

1분도 안 돼서
당신을 찾았어

 

숲속에 있었어
오래되지는 않았다더군

 

텐트용 끈을 사용했어

 

네 시간이 걸려서

 

작은 보트를 타고
도시로 갔어

 

이동하는 내내
비가 내렸어

 

그래서 당신에게
우비를 입혔어

 

동네 소년이

 

모터보트로 데려다줬어

 

그리고 파도가 거칠었어

 

의지할 사람은 당신뿐인데

 

당신은 없었어

 

가버렸어

 

미안해

 

당신 말이 맞았어

 

뭐가?

 

거울 같은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혼잣말하는 거네

 

혼잣말하고 있어

 

존, 날 봐

 

당신이 허락하면
내가 도울 수 있어

 

돕고 싶어

 

나에 대해
더 말해줘야 해

 

결혼할 때 어땠어?

 

당신이 청혼했어?

 

아니면 내가 했어?

 

레이나의 딸이야
당신 손녀지

 

열 살이야

 

보고 싶었어요

 

이렇게라도
보고 싶어서 왔어요

 

- 입양했어
- 그렇군

 

- 무슨 뜻인지 알아?
- 물론이지

 

만나서 반갑구나

 

전 할머니
이름을 땄어요

 

마조리야

 

인사하고 싶었어요

 

고맙구나

 

마조리는
식물과 나무를 좋아해

 

당신처럼 말이야

 

뭘 공부한댔지?

 

- 분류학요
- 분류학

 

식물 분류

 

- 이분법을 이용하지
- 이분법?

 

잎을 보고 홑잎인지
겹잎인지 먼저 구분해요

 

홑잎이라면 끝이 고른가
톱니 모양인가?

 

그러다 보면 답이 나와요

 

이건 노르웨이 단풍이죠

 

보다시피 이 집에서
또 영재가 나왔어

 

고전 영화를 상영하는
오래된 극장이었어

 

벨벳으로 된 의자였고
팝콘은 한 달에 한 번 갈았을걸

 

'카사블랑카'를 상영했어

 

- 당신이 참 좋아했지
- 명작인 걸 쉽게 잊어

 

"물을 찾으러 왔소"

 

"물이라니?
이곳은 사막인데"

 

"잘못된 정보였군"

 

극장 밖에서
네 엄마를 멈춰 세우고

 

젖은 땅 위에
한쪽 무릎을 꿇었지

 

반지를 꺼냈어

 

- 다음 말은 뻔하죠
- "어쩌면"이었어

 

뭐라고 했더라

 

"이제 항복할게
더는 도망 못 치겠어"

 

"이제는 뭐가 옳은지도
모르겠어"

 

"당신이
우리 둘을 위해 결정해"

 

끈질긴 구애에 지친 거야
후일담은 다 알지

 

존이 청혼한
얘기를 들려다오

 

미술관에서
내게 입 맞췄어요

 

내가 너무
바쁘게 산다고

 

여유를 가지라고 해요

 

마음이 넓은 사람을 만나
다행이야

 

맞아요
존은 내게 참 잘해줘요

 

더 자주 얘기해줘

 

그래야 해요?

 

존은 어디 있지?

 

종종 들르면 좋겠군

 

- 마음에 안 들었어
- 알고 있어요

 

- 수염이 별로였지
- 정치관도

 

수염 때문이었어

 

수염 깎으면서
정치관도 사라졌죠

 

귀중한 사람이 있어
다행이야

 

귀중한 사람이라

 

또 뭐가 문제야?

 

아니, 고풍스러운
표현이라서요

 

이제 그런 말 안 쓰죠
써야 하는데

 

우리 딸이
미래를 두려워하는군

 

아닌데요
그런가?

 

미래는 금방 올 거야
익숙해져야 해

 

열아홉에 이 곡을 쓰다니
모차르트는 대단해

 

나 작곡을 해볼까 해
웃지 마, 나 진지해

 

시간 많으니까

 

가끔 토니 생각이 나요

 

- 애교가 많았죠, 기억나요?
- 물론이지

 

그때 넌 아주 어렸어

 

동물 보호소에서
데려왔던 거 기억나?

 

당연히 기억하죠

 

오래된 자가용을 타고
보호소에 갔지

 

예쁜 개가 아주 많았어

 

코커스패니얼
우아한 회색 사냥개와

 

귀여운 믹스견

 

테스는 작은
프랑스 푸들을 골랐지

 

잠든 그림자 같은
검은색 푸들

 

테스가 아니었어

 

뭐라고?

 

테스가 아니라
데미안이었어

 

데미안?

 

우리 아들 데미안

 

우리 아들?

 

토니와 닮아서 골랐지

 

첫째 토니를 그리워했어

 

토니가 둘이었어요?

 

아직 모르는구나

 

데미안이 방에만 있어서
걱정이 됐어

 

표현에 서툴렀지만
무척 사랑했지

 

그 후에...

 

그 애가 죽은 후에

 

당신은 토니 2세 옆에
묻자고 했어

 

난 고민했지만
당신이 고집했어

 

그 힘든 일을 겪고도
토니를 가장 사랑한 건

 

그 애라고 말했어

 

마음이 놓이더군

 

그 둘이 해변을
달리던 거 기억나?

 

몇 주간 머리에서
모래가 나왔지

 

- 이제 기억나
- 저도요

 

얼마나 그리운지 기억나

 

슬프게 하려던 건 아냐

 

슬프지 않아

 

이런 생각이 들어

 

얼마나 좋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다니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감독
마이클 알메레이다

 

원작
조던 해리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