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Diving.Bell.And.The.Butterfly.2007.1080p.BluRay.x264.AAC5.1-[YTS.MX].mp4

감독: 줄리앙 슈나벨

 

잠수종과 나비

 

마티유 아말릭 (장 도미니크 역)

 

엠마뉴엘 세이그너 (셀린느 역)

 

마리 호세 크로즈 (앙리에뜨 역)

 

빠트릭 쉬네 (르빠쥬 역)

 

우정출연: 막스 폰 시도우 (아버지 역)

 

촬영: 야누스 카민스키

 

원작: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잠수종과 나비'

 

각본: 로날드 하우드

 

- 환자가 깨어 났어요!
- 박사님 불러요!

 

꼬쉬통 박사님
119호실로 와 주세요!

 

보비 씨 눈 뜰 수 있죠?
계속 눈 떠봐요

 

눈 뜨고 있어봐요

 

오래 잠들어 계셨어요
내 말 들려요?

 

들려요

 

어떻게 된 거지?

 

맙소사 병원이잖아!

 

눈을 크게 떠보세요

 

계속 뜨고 있어 보세요
네, 좋습니다

 

빛을 따라가 보세요

 

좋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여긴 병원입니다

 

저는 꼬쉬통 박사고
여긴 간호사들입니다

저희가 보비 씨를
보살펴 드릴 거예요

 

어떻게 된 건지
기억 나세요?

 

쓰러졌던 거 생각나세요?

 

희미하게... 조각 조각...

 

여긴 베르크의
마리팀 병원입니다

 

깔레 근처 해안이에요

 

파리에서 입원하셨다가
이리 옮겨 오셨죠

 

기억나세요?

 

장 도미니크...

 

쓰러지신 후 거의
3주간 혼수상태셨어요

 

하지만 깨어나셨으니까
좋아질 겁니다

 

절 믿어보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몇 가지
검사부터 하겠습니다

 

절 쳐다 보세요

 

좋습니다

 

제 손가락을 따라서...
좋습니다

 

제 지시에 따라
눈을 깜빡여보세요

 

아주 좋아요!

 

자, 이제 큰 소리로
성함을 말씀해 보세요

 

장 도미니크 보비

 

더 크게 말씀하세요

 

- 뭘 어쩌라고...
- 더 크게

 

이름을 말해 보세요

 

장 도미니크 보비

 

자, 그럼 보비 씨
아이들 이름은요?

 

테오필, 셀레스트
오르땅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다시 말씀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뭐라고요?

 

내 말 안 들려요?
이봐요, 의사 선생님!

 

어떻게 된 거지?

 

지금 내가 말을
안 한다는 거야?

 

맙소사...
내가 벙어리가 됐나?

 

어떻게 된 거야?

 

난 장 도미니크 보비야

 

의사 선생!

 

좋아요, 알았어요

 

좀 아팠지만, 곧 말도 하고
기억도 찾을 거야!

 

- 곧 좋아질 겁니다
- 좋아진다고?

 

저희가 잘 보살펴 드릴게요

 

알았어요, 참을게요

 

좋아

 

좋아, 믿어보자고

 

이 꽃은 누가 보냈지?

 

장미로군

 

똑딱...

 

똑딱...

 

이네스...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디 좀 봅시다

 

오늘 오전에 중요한 분이
오실 거예요

 

신경과 박사님인데
꼭 좋은 효과 보세요

 

전 르빠쥬입니다
꼬쉬통 박사는 아실 테고

 

장 도미니크 씨...
애칭이 장-도 맞죠?

 

저도 그렇게 부를 테니까
친구라고 생각하세요

 

친구? 의사 노릇이나
제대로 하쇼

 

힘드신 심정
친구로서 이해합니다

 

지금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게요

 

당연히 아셔야 돼요

 

제 전공입니다

 

보비 씨는 쉽게 말해
뇌졸중입니다

 

뇌간이 완전히 고장났다고요

 

뇌간은 뇌와 척추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기관이죠

 

옛날엔 이런
중증 뇌졸중은 포기했겠죠

 

아마 사망했을 거예요

 

그런데 요샌 의학이
워낙 발전해서요

 

그 덕에
살아나신 거예요

 

이게 사는 거야?
이게 살아 있는 거야?

 

우리가 당신
목숨을 구했어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전신 마비에다...

 

말도 할 수 없죠

 

이 병은 소위...

 

'감금 증후군'입니다

 

감금 증후군?

 

감금 증후군이요

 

별 위로는 안 되겠지만

 

워낙 희귀한 병이라
원인도 모릅니다

 

장-도 씨는 술 담배 탓도
아닌 듯 하니까

 

끝까지 원인을
찾지 못할 수도 있죠

 

전신마비이긴 한데
제가 보기엔

 

다른 기능은 정상이니
희망이 보입니다

 

- 정상?
- 천만다행이죠

 

뇌기능은 정상 맞죠?

 

말도 알아 듣고
눈동자도 움직이잖아요

 

시력은 아직 좀...
잠시만요

 

이쪽 눈은 근육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요

 

안구가 완전히 말랐어요

 

아쉽지만...
봉해야겠군요

 

봉해?

 

뭘? 뭘 봉해?

 

다른 의사 소견도
들어 보고요

 

일단은 며칠
푹 쉬고 계세요

 

달리 할 게 있어야지!

 

아름다운 여인 두 명이
이리 올 겁니다

 

- 정말 아름다워요
- 거 참 다행이군

기적을 만들어 낸
훌륭한 치료사들이에요

 

기적 따위는 없어

 

아무튼 희망을 가집시다

 

한 말 또 하시네

 

최선을 다할 테니까
믿고 따라 주세요

 

- 시작은 좋군
- 잘 될 겁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천국에 왔나?

 

전 앙리에뜨고요

 

전 마리예요

 

눈을 깜박거릴 수 있죠?

 

'네'는 한 번
'아니오'는 두 번 깜빡

 

미인들이 왔는데
이 꼴로 있다니 아깝군

 

읽을 수 있으세요?

 

뭘?

 

언어 치료사, 듀랑

 

듀랑이라고 써 있죠?

 

결혼은 했을까?

 

전 물리치료사예요

 

침 삼키는 것부터
연습해야 하고

 

혀와 입술을
움직이는 것도 해볼게요

 

재미있겠군

 

전 언어치료사고요...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다른 의사소통법을 쓸게요

 

이건 희귀병이기 때문에...

 

그 얘긴 이미 들었어

 

서로 많이 노력해야 돼요

 

바로 시작하죠

 

전 인사하러 들렀어요
나중에 뵐게요

 

또 봅시다

 

보비 씨의 치료는...

 

제가 맡은 치료 중
가장 중요해요

 

꼭 성공하고 싶어요
절 도와주세요

 

제 말을
알아 들으시죠?

 

몇 가지 질문부터 할게요

 

'네'는 한 번 깜빡

 

'아니오'는 두 번

 

제가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햇빛이 눈 부셔요?

 

지금 밤이에요?

 

무슨 질문이 이래?

 

우리 지금 파리에 있어요?

 

베르크에 있어요?

 

나무가 물 위에 뜨나요?

 

미치겠군!

 

쓰러졌던 거 기억나세요?

 

'엘르'지의 편집장이셨죠?

 

맞아, 난 '엘르'지
편집장이었어

 

'알라이아' 화보
촬영장으로 갑시다

 

오른쪽 눈이 심각하군요

 

제 말 들려요?

 

눈 상태가 나빠서
봉합해야 합니다

 

봉합 한다고?

 

이대로 두면...

 

각막에 궤양이 생겨요

 

더 일찍 왔어야 하는데
스키 타러 갔었거든요

 

올해는 생 모리츠가
최고로 좋았어요

 

네 얘긴 관심 없어

 

바람을 맞으며 슬로프에서
내려오면 기분 끝내주죠!

 

저리 비켜!
싫어 저리 가!

 

- 하나도 안 아파요
- 안 돼!

 

이러지 마
싫단 말이야!

 

겁내지 마세요
안 아파요

 

제발 이러지 마...
정말 싫어...

 

이걸 천 번도 넘게
해 봤다고요

 

자 조금만 더...
좋습니다

 

거의 다 됐어요
한 두 바늘 남았어요

 

예쁘게 잘 꿰맸어요

 

내가 한 거지만
정말 잘 됐어요

 

기분 전환 겸 장-도 씨
본인 옷으로 갈아 입죠

 

깜짝 선물도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 봅시다

 

됐어요

 

움직여 봅시다
좌우로 왔다 갔다...

 

좋아요
이번엔 반대쪽으로...

 

학생들이 자세를
점검해 드릴 거예요

 

그래야 근육 경련이
방지되거든요

 

머리에 쿠션 대 드려

 

불편하시더라도
좀 참아주세요

 

기대 이상입니다
휠체어 조정도 가능해요

 

그래 나한테 딱이다!
평생 이러고 살라고?

 

깜짝 선물도 있어요

 

세상에
저게 누구야?

 

나야?

 

맙소사 난...

 

돌연변이 괴물 같잖아!

 

못 봐주겠군!

 

깜짝 선물이라고?

 

내 꼴을 보는 게?

 

셀린느!

 

안녕하세요?

 

제가 설명 드릴게요

 

첫 손님이 부인이시니
정말 멋진 선물이죠?

첫 손님이 부인이시니
정말 멋진 선물이죠?

 

법적인 아내는 아냐
애들 엄마일 뿐이지

 

남편 분이 말을
다 알아 들어요

 

눈을 깜빡여서
대답할 겁니다

 

'네'는 한 번
'아니오'는 두 번

 

알았어요

 

참, 중요한 게
또 있습니다

 

이렇게 눈 바로 앞에서
말씀하셔야 돼요

 

엉뚱한데 서 계시면
남편 분이 못 보세요

 

딱 여기 계세요
보이죠, 장-도?

 

할 말이 많을 테니
전 이만...

 

어떤 상태인지
의사가 말해줬어

 

친구들도 기도해준대
얼른 나으라고

 

애들은 안 데려왔어

 

내가 먼저 만나보려고

 

애들은 잘 있어
아빠가 보고 싶대

 

셀레스트는 매일 밤
당신을 위해 기도해

 

다음에 데려올까?

 

애들 보고 싶지 않아?

 

당신 친구 로랑이
오고 싶다는데?

 

로랑은 괜찮구나

 

알았어, 전해줄게

 

그 여자는...
여기 와 봤어?

 

언어치료사를 만났는데
좋은 사람 같더라

 

당신이 꼭 회복될 거래

 

제발... 울지 마

 

베리크의 기차역은
내게 매우 익숙한 곳이다

 

셀린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거긴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곳...

 

어릴 땐 베르크에서
방학을 보냈다

 

늦여름의 베르크...

 

아버지와 거기서 파리 행
기차를 기다리곤 했다

 

전에도 암울한 역이었는데
지금은 더하겠지

 

애들 엄마하고 애들한테
그동안 너무했다

 

다 끝났다

 

앞으로 잘해 줄 기회도
없을 테니까

 

다 끝났다

 

이거 보세요

 

보통 알파벳과
순서가 다르죠?

 

자주 쓰는 게
앞에 온 거 보이세요?

 

E, S, A, R, I, N, T, U, L

 

O, M, D, P, C, F

 

많이 쓰는 순서대로?

 

G, J, Q, Z, Y, X, K, W

 

동료들과 연구해서
고안한 건데

 

아마 이걸로
대화할 수 있을 거예요

 

- 잘 됐군
- 이렇게 하는 거예요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한 다음에

 

준비 되면
눈을 깜빡여요

 

제가 알파벳을
천천히 읽을 테니까

 

말하고 싶은 단어
알파벳에서 깜빡이세요

 

그걸 기록하고
다음 글자를 찾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단어나
문장도 만들 수 있죠

 

- 두 가지 더 있어요
- 뭐?

 

단어가 완성되면
빠르게 두 번 깜빡

 

잘못 적으면
눈을 계속 깜빡

 

처음엔 힘들어도
하다 보면 잘 될 거예요

 

그럼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할 수 있어요

 

해볼까요?

 

절 보세요

 

해보고 싶으세요?

 

할 말 생각해 봤어요?

 

좋아요

 

- 시작할게요
- 아니, 잠깐

 

무슨 말을 하지?

 

첫 단어가 E로 시작해요?

 

아니, 아냐...

 

알았어요
E가 아니군요

 

무슨 말을 할지 조차
모르겠단 말이야

 

어렵다는 거 알아요

 

차근 차근 해봐요

 

E, S, A...

 

R, J, N, T, U, L, O, M, D...

 

너무 느려!

 

눈을 뜨고 오래
버틸 수 없단 말이야!

 

서둘러!

 

J!

 

- J?
- 그래 J

 

- '나'요?
- 그래

 

'나'로 시작할까요?

 

그래
그걸로 시작해 보지

 

E, S... S?

 

아냐!

 

S는 아니고요?

 

너무 빨라

 

도저히 안 되겠어
다 집어 치워!

 

계속 할까요?

 

하기 싫어, 못 하겠어

 

날 좀 내버려 둬

 

올렸다, 내렸다...

 

가슴...

 

팔 뒤쪽..

 

뒷 다리...

 

42살이나 먹은 내가...

 

갓난 아기처럼 목욕을 하는군

 

엉덩이도 누가 씻겨주다니...

 

기저귀도 차야 한다

 

정말 웃기는 일이야

 

어떤 시인이 그랬지 않나?

 

안 웃길 때 웃는 건
바보 뿐이라고

 

- '후' 해봐요, 키스하듯이
- 뭐?

 

어서요

 

해봐요

 

어서 해보세요!

 

어서요

 

힘드시겠지만...

 

거울 치워!

 

자꾸 해보셔야 돼요

 

내 얼굴이 보기 싫단 말이야!

 

쉴 때나, TV볼 때...
항상 연습하세요

 

- 키스하듯 '후'!
- 알았어요

 

연습할 게
하나 더 있어요

 

혀를 입천장 뒤로
최대한 넘겨 보세요

 

그게 돼야 음식도
삼킬 수 있어요

 

잘 보세요

 

정말 너무 하는군
고문이야 고문

 

자, 해보세요

 

거울 치워!

 

입을 벌리고...

 

싫어!

 

좋아요

 

혀를 뒤로 밀어보세요

 

못 해!

 

어서 해보세요

 

못 한다니까!

 

아주 좋아요
혀가 좀 움직였어요

 

- 놀리지 마!
- 다시 해 보세요

 

정말 잘 했어요

 

웃긴다

 

머리를 움직일게요
자, 이렇게...

 

당신이 혼자
움직이는 거잖아

 

왼쪽으로... 좋아요

 

오른쪽으로... 아주 좋아요!

 

다시 왼쪽... 아주 좋아요

 

얼굴 위에서
제 손이 느껴져요?

 

아니!

 

걱정 마세요
감각이 돌아올 거예요

 

보비 씨를 돌보는 게
정말 영광이에요

 

'엘르'지 구독하는
열성팬이거든요

 

그런데 요즘 모델들은
너무 중성적이에요!

 

- 당신은 안 그래
- 너무 말랐어요

 

패션도 이상하고요

 

정말 아름답군

 

전 독실한 신자고...

 

당신을 위해
매일 기도해요

 

왼쪽 눈 하나만
정상이라

 

정면에 서서
말씀하셔야 돼요

 

누구지?

 

피에르 루생!

 

저 기억하세요?

 

잊을 리가 있나?

 

참, 이 사람한테
회답 전화 안 했지?

 

전 갈까요?

 

가지 마!

 

내가 왜 연락을
안 했을까?

 

소식 듣고 달려왔어요

 

비슷한 일을 겪은 제가
가만있을 수 없어서요

 

지금 당신 상황을
이해할 것 같아요

 

내가 놈들에게 잡혀
겪은 고통이

 

당신이 겪는 것과
비슷했거든요

 

- 그걸 뭐라고 하죠?
- 인질이요?

 

당신이 내게 비행기
자리를 양보했는데

 

비행기가
납치되는 바람에

 

베이루트에서 4년간
잡혀있었어요

 

4년 4개월
2주 5일 7시간...

 

컴컴하고 아주 작은
지하 감방에 갇혔었죠

 

숨도 쉬기
힘든 곳이었어요

 

전 거길
'무덤'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제가
와인 매니아거든요

 

손은 왜 저렇지?

 

매일 와인 이름만 외웠어요

 

1855년 산 보르도
그랑 크뤼의 종류...

 

샤또 마고
샤또 라피트 롯쉴드, 폴리낙...

 

안 그랬으면
반쯤 미쳤을 거예요

 

물론 자포자기했던
순간도 있었죠

 

자살하고 싶을 만큼
분노도 느끼고요

 

폭력, 타락...
아니 그 보다

 

더 큰 고통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어요

 

그래도 살아남았어요

 

인간으로서의 나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내게 남은 유일한 건 나
지금의 당신도 그럴 겁니다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인간으로서의 나?
말이야 쉽지

 

그 얘기 하러 왔어요

 

저 사람 풀려났을 때
왜 전화 안 했냐고?

 

죄책감 때문이었어

 

우습지만 오고 싶었어요

우습다니!
내가 부끄럽다

 

V?

 

E?

 

나는 하고 싶다?

 

뭐 하고 싶으세요?

 

M?

 

O?

 

U?

 

R?

 

죽다?

 

죽고 싶다고요?

 

어떻게 그러실 수 있죠!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떡해요!

 

보비 씨는 제게도
소중한 분이세요

 

죽게 도와달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마세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

 

계속 할까요?

 

알았어요

 

마음이 바뀌시면
돌아 올게요

 

죄송해요

 

뭐가?

 

아까 제가 심했어요

 

좀 쉬세요

 

맘에 들어?

 

뭘 가져와야 할 지
몰라서

 

이것도 갖고 왔어
잠깐만...

 

뭐 하는 거야?

 

그건 뭐냐?

 

나를 토끼로 만들려고?

 

내가 글자 읽으면
눈을 깜박인다고?

 

- 아냐 됐어
- 시작할까?

 

S? A?

 

마음대로 생각해

 

A

 

그래, A...

 

N?

 

좋아, N

 

안느

 

나를 보고 말하란 말이야!

 

이런, 깜빡이는 걸 못 봤네

 

미안, 천천히 다시 할게

 

그러시든가

 

너 진짜 웃긴다

 

난 환자 보는 거
정말 꽝이야

 

과일이나 사와서
먹는 건 잘해

 

왜 하필 너한테
이런 일이 벌어졌지?

 

어젯밤 카페 '플뢰르'에서
누가 그러더군

어젯밤 카페 '플뢰르'에서
누가 그러더군

장-도가 쓰러졌는데
식물인간 됐다며?

 

식물?

 

앉으세요
환자가 못 보잖아요!

 

어떤 녀석이
나보고 식물이래?

 

식물이면 뭐 채소 같은 거?

 

- 괜한 얘길 했군
- 당근, 감자, 오이?

 

인생을 되돌아보면
온갖 실수 투성이다

 

한 여자도 제대로
사랑해 주지 못했고

 

좋은 기회들도
잡지 못했고

 

행복한 순간은
그대로 놓쳤다

 

경마 결과를 알면서
돈은 엉뚱한 말에 건 거지

 

난 왜 진실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을까?

 

내 본심을 찾으라고
하늘이 날 엿 먹였나?

 

다시 왔어요

 

이제 다시 해보고 싶죠?

 

좋아요

 

우리 둘이 노력하면
해낼 수 있어요

 

- 네, 선생님
- 좋아요

 

그럼 시작하죠

 

M?

 

E?

 

R?

 

C?

 

고마워요

 

고마워요?
나도 고마워요

 

장-도라고
불러도 되죠?

 

여자들은 역시 단순해

 

고마워요, 장-도

 

J?

 

A?

 

나?

 

다신 나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겠다

 

왼쪽 눈 말고
멀쩡한 게 두 가지 있잖아

 

내 상상력과

 

내 기억들...

 

그게 내가 잠수종에서
벗어날 유일한 수단...

 

뭐든, 어디든, 누구든
다 상상할 수 있다

 

해변에서
바닷 바람에 나를 맡기고

 

사랑하는 여인을
마음껏 안을 수 있다

 

왕 중의 왕 오지만디어즈에게
절을 할 수도 있다

 

상상 속에선
안 되는 게 없지

 

어릴 적 꿈대로
살아보고

 

어른이 되어 생긴
야망도 이룰 수 있지만

 

지금 원하는 건 오직
본래의 나를 기억하는 것 뿐

 

얼굴도 잘 생기고, 유쾌한 사람

 

섹시하고

 

미치도록 매력적인...

 

그래, 사람들이
멋지다 그랬다, 어쩔래?

 

이건 내가 아니라
말론 브란도잖아!

 

이게 나야!

 

베티 미알레 씨 부탁합니다

 

전데요

 

저는 언어치료사
'앙리에뜨'라고

 

베르크 병원에서 일해요

 

보비 씨 담당
언어치료사예요

 

장-도? 어때요?

 

잘 지내세요, 그런데...

 

전신 마비 아니었나요?

 

말도 전혀 못 하고요

 

꼭 그렇진 않아요

 

들어와요

 

장-도 부탁으로
전화 드렸어요

 

그럼요, 잠시만...

 

무조건 도와줄게요

 

그쪽 출판사와
집필계약을 했다던데요

 

장-도가 그래요?
말을 못 한다던데...

 

특별한 의사소통
방법이 있어요

 

그 계약 말인데요

 

책 쓰기로 한 건 맞지만

 

그건 쓰러지기 전에...

 

계약대로
책을 쓰고 싶대요

 

정말이요?
어떻게요?

 

다 방법이 있어요

 

그런데 대필해 줄
조수가 필요해요

 

인내심도 있고

 

매일 와줄 수 있는
아주 좋은 분으로요

 

알겠어요

 

다시 연락하죠

 

베티 말로는 클로드가
천사 같다고

 

더 이상의 적임자는
없을 거래요

 

그건 과찬이고
연습부터 해야겠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금방 익힐 거예요

 

장-도가 할 말 있나 봐요

 

P

 

A

 

P

 

A

 

N

 

I

 

겁내지 말아요

 

클로드는
근처 호텔에 머물 건데

 

일정문제는
두 분이 정하세요

 

간호사가 오전 5시에
나를 깨워요

 

난 쓰고 싶은 글을
생각한 다음 외울게요

 

8시까지 와줘요

 

뭘 말할지
생각해 놓을게요

 

최선을 다할게요

 

잘할 것 같군

 

내일 시작할까요?

 

물론이죠

 

R?

 

R?

 

I?

 

E?

 

낡은?

 

낡아서 헤진 커튼 뒤로

 

들어온 희미한 빛이
새벽임을 알린다

 

뒤꿈치도 아프고
머리는 천근 같이 무겁다

 

몸에 잠수종이 달린 듯
꼼짝도 못하지만

 

나는 외로운 해변에
홀로 떨어진

 

한 남자의
여행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예전에 이곳은
어린이 결핵병원이었다

 

병원 로비의
흰 대리석 동상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유제니인데

 

병원 후원자로
자주 왔다고 한다

 

여기 큰 농장과
학교가 있었고

 

디아길레프가
그의 무용단과 연습한 곳도

 

니진스키가 그 유명한
3m 점프를 했다는 곳도

 

바로 여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요샌 점프할
사람이 없다

 

이곳엔 노인이나
나 같은 마비환자 뿐

 

완전히 불구자 집단이지!

 

난 '치네치타'라고 명명한
이 테라스에 자주 온다

 

여기서 보는 풍경은
영화세트 처럼

 

텅 빈 데다
시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언덕 기슭의 건물들은
서부의 유령마을 같다

 

베르크의 교외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모형 기차들을
붙여 놓은 듯하다

 

파도 거품은 특수효과로
만든 듯이 너무 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바로 등대

 

높고 든든한 기둥에
빨간색과 흰색 줄이 있다

 

난 저 등대한테
의지하고 싶다

 

뱃사람에게
희망과 구조의 상징이듯이

 

삶의 벼랑에 선
이 환자도 좀 지켜달라고

 

작은 박물관 같은
이 병원의 명물은

 

94세의 나이에 죽은
유제니의 조각으로

 

황후의 젊은 시절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5시간 동안
열심히 했다

 

소득이 있군 그래!

 

어차피 발자크가
될 것도 아닌데...

 

계속할까요?

 

그리고 편지는...

 

발자크 책 읽어줘

 

뭐라도 듣는 게 낫다

 

그레이엄 그린 책이나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아침이 찾아왔다

 

경찰에게
갑자기 매를 맞고

 

그는 분노보다
울분을 느꼈다

 

그는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고

 

경찰은 늘 자기편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45살 이혼남이고
전화 좀 쓰겠다고 했더니

 

그를 돼지 취급하며
욕하던 경찰은

 

당장 여권을 꺼내라고 했다

 

누구지?

여자야, 남자야?

 

남자 같긴 한데...

 

너한테 윙크했어

 

실례합니다만...

 

스피커 폰
주문하셨나요?

 

전화기 주문했어요?

 

그냥 가자

 

무슨 일이죠?

 

어떻게 들어왔죠?

 

전화국에서
설치하러 왔어요

 

안내 데스크에서
물어보셨어야죠

 

아무도 없던데요

 

탁자 위에 설치하세요

 

살살 좀 하세요

 

이제 전화 있다고
주변에 알릴게요

 

다들 통화하려고
난리 날 거예요

 

전화 받을 사람만
있으면 돼요

 

이 환자 말 못 해요?

 

환자 앞에서
막말하지 마세요

 

직접 물어보시죠

 

죄송한데요...

 

말도 못 하면서
전화는 왜요?

 

신음소리로 음란전화 하나?

 

그게 웃겨요?

 

무례한 사람들이에요

 

앙리에뜨는 유머감각이 없군

 

시커먼 파리가
코 위에서 얼쩡댄다

 

머리를 흔들어도
딱 붙어있다

 

끈질기군

 

레슬링 선수보다
더 독한 녀석이다

 

머리를 움직이네요?
언제부터 그랬죠?

 

고마워요!

 

M

 

A

 

I

 

N...

 

방금?

 

머리를 움직이다니
기적이에요!

 

이 정도 갖고 기적이래

 

박사님! 환자가
머리를 움직였어요

 

- 안녕하세요
- 웬일로 수다가 짧지?

 

- 많이 발전했군요
- 또 말이 길어졌네?

 

혀는 어때요?

 

- 혀 내밀어봐요
- 벌려볼게요

 

보이죠?
움직이잖아요

 

대단해요
말도 가능하겠어요

 

혀를 움직인 건
희망이 있다는 거죠?

 

네, 정말 다행이에요

 

일반 식사 좀 하게
열심히 연습해야겠어요

 

글은 종이에 써야
비로소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아버질 뵈었을 때
면도를 해 드렸다

 

쓰러지기 며칠 전이었는데...

 

편찮으시길래
하룻밤 같이 자고

 

다음 날
간만에 효도했다

 

- 내 수염 누가 신경 쓴다고?
- 저요!

 

- 어째 무지 겁난다
- 뭐가요?

 

너한테 면도 받는 거

 

넌 어려서 부터
무척 서툴었잖니!

 

- 가족 내력이죠
- 하긴...

 

- 커피?
- 아니, 됐어

 

저도 됐어요

 

몸도 안 좋으신데
힘들게 하지 마라

 

면도 받는 게
뭐가 힘들어요?

 

- 네 엄마가 훨씬 예뻤어
- 성격은 새 엄마도 좋죠

 

- 네 엄마 기억나니?
- 네

 

또 시작이시다

 

별로 기억 못한다는 거
아시잖아요

 

지금 무슨 책 읽니?

 

몬테크리스토 백작

 

왜?

 

현대식으로
다시 쓰려고요

 

-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 네

 

물론 복수 얘기지만

 

주인공은 여자고
배경도 현대고요

 

- 몬테크리스토 백작 부인
- 맞아요

 

별로 안 읽고 싶다

 

시작도 안 했는 걸요

 

출판사와 계약만 했죠

 

피 한 방울이라도 나면
널 고소할 거야

 

어제 의사 왔었다

 

뭐래요?

 

100살까지 살 거란다

 

잘 됐네요
잔치 열어 드릴게요

 

징그럽다
그렇게 살아서 뭐해?

 

장-도
이건 비밀인데...

 

아직도 네 엄마가
보고 싶다

 

알았어요
소문 안 낼게요

 

너도 셀린느와
정식으로 결혼하지 그래?

 

그럼 뭐가
달라지겠어요?

 

일단 결혼하면
쉽게 떠나진 못하니까

 

애들은 어쩔래?

 

제발 다른 얘기해요

 

나도 남부럽지 않게 놀았다

 

내가 카사노바 보다

 

절대 덜하지 않을 걸?

 

애인 땜에 애들 엄마를
버리는 건 비겁해

 

세상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됐는지

 

웃지 마!
심각하다니까

 

애들이나 데려와라!

 

셀린느도 종종 오는데
넌 뭐냐?

 

전 바쁘잖아요
나중에 데려 올게요

 

- 다 됐어요
- 그건 뭐냐?

 

오렌지 꽃 향이요

 

냄새가 너무
야한 거 아냐?

 

매혹적인 거죠

 

좋구나

 

여자들이 앞 다투어
사귀자 그러면?

 

나쁠 거 없죠
회춘하세요

 

제대로 됐나
거울 봐야겠다

 

제법이구나

 

사람들이 몰라보겠어

 

아, 너한테
할 말이 있었는데

 

잊어버렸다

 

- 기억나겠죠
- 아니 요샌 좀...

 

- 기억이 깜빡깜빡 해
- 엄살이세요

 

이제 생각났다

 

아빠로서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

 

하나 더 있어

 

또 까먹었네!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건
큰 위안이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욱 큰 힘이 된다

 

어른이 돼도 애처럼
칭찬받고 싶은 거다

 

나도 우리 애들이
무지 보고 싶다

 

우리 왔어

 

아버지의 날이잖아!

 

인사 드려야지!

 

아빠, 사랑해요

 

뻣뻣하게 굳은
그림자 같은 존재라도

 

아빠는 아빠겠지?

 

아버지의 날...

 

벌어진 입에서 흐른 침을
아들이 닦아줬다

 

처음 챙긴 기념일인데
내가 이 모양이니...

 

꼬마 아가씨
마구 눈물 흘리네

 

나 같은 미남과
결혼을 못 해서

 

가여운 부잣집 아가씨

 

책 잘 쓰고 있다고
클로드가 그러더라

 

당신이 책을 쓰다니
대단해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놀라운 사람이야

 

친구들이 많이 왔었네!

 

로랑, 앤 마리...

 

미쉘, 알랭...

 

그 여자는?

 

안 왔어?

 

당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하긴 내가 알 바 아니지

 

나도 이거 해볼까?

 

C?

 

"아프기 얼마 전에
다이어트를 했는데"

 

"이렇게 효과가 좋다니!"

 

"너무 말랐다"

 

웃기지 마!

 

"이제 애들은
이 아빠를 보고"

 

"좀비가 어떤 건지
확실히 알 거다"

 

아냐, 장-도

 

얘들아!

 

단어 만들기 할까?

 

내가 도와줄게
단어 생각해봐

 

C로 시작해서
E로 끝나는 걸로

 

N?

 

캥거루가 담을 넘었네

 

동물원 담을 폴짝!

 

세상에 이렇게 높다니
세상이 이렇게 멋있다니

 

세상이 이렇게 멋있다니

 

이게 다예요

 

집에 가야지
아빠한테 인사하렴

 

아빠, 안녕

 

아빠, 안녕

 

아빠, 안녕
다음 주에 봐요

 

잘 있어요

 

이 슬픔은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다

 

아빠라는 것이

 

머리도 못 쓰다듬고
볼도 못 만지고

 

부드럽고 따뜻한 녀석들을
안아주지도 못 해

 

하지만 애들을
만나는 게 어딘가

 

웃고 떠드는
애들을 봐서

 

오늘은 행복하다

 

내가 다시
자기연민에 빠진 걸까?

 

오늘 행복했잖아요

 

그렇게 생각해?

 

그런 것 같군

 

좀 잘 해 봐!
TV 좀 가리지 마

 

젠장!

 

몸에 좋은 거니까
맛있게 드세요

 

알았어요
안 돼, 끄지 마!

 

TV 보면서 먹긴 글렀군

 

오늘 저녁은
어디서 먹을까?

 

오랜만에 맛있는 거
먹어야겠어

 

'르 뒥'으로 가자...

 

우연히 만나니
더 반가운걸

 

- 저도 그래요
- 굴 어때요?

 

어제 처음 만난 듯
가슴이 설레요

 

D?

 

O?

 

U?

 

C?

 

친절?

 

제가 친절하다고요?

 

다음 장 제목은
뭐로 할까요?

 

일요일...
일요일은 너무 지루하다

 

TV를 처음 켰을 때

 

재미있는 채널이
나와야 좋다

 

그러려면 물론 작전을
잘 짜야 한다

 

실패했다간
누가 바꿔 줄 때 까지

 

지루한 걸
몇 시간 동안 봐야 한다

 

일요일이 정말 싫다

 

언어치료사도
의사도 없고

 

물리치료실도 텅 비었다

 

방문객도 없고

 

해골 같은 직원만 있으니

 

인적 없는
지루한 사막 같다

 

오늘은 마리가 나를
성당에 데려갔다

 

난 신자가 아니라
싫다고 하고 싶었는데

 

마리가 내 뜻을
눈치 채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날 위해 기도한다

 

그 중에 내 딸
셀레스트도 있고

 

물론 마리도 있다

 

종교가 달라도
한 마음으로 날 생각한다

 

네팔에선
불경을 외우고

 

카메룬의 점성술사는
그들의 신에게 기도했고

 

난 오른 쪽 눈을
돌려달라고 했다

 

물론 내가 만든 세상에서
기도를 해 주는 거라

물론 내가 만든 세상에서
기도를 해 주는 거라

 

좀 속 보이는 거 알지만

 

나을 수만 있다면
못할 게 없다

 

직접 와주셨군요
반갑습니다

 

며칠 전 축성하려고
병원 들렀는데

 

잠이 들었더군요

 

네, 자고 있었어요

 

뭐?

 

영성체를 받으시겠어요?

 

싫어

 

좋아요

 

축도를 할까요?

 

싫다니까!

 

좋아요

 

장 도미니크에게
자비를 베푸사

 

이 고통을
이겨내게 하시고

 

영혼과 신앙을
회복시키소서

 

내 영혼은 멀쩡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날 바보로 만들었군

 

신?

 

신부님?

 

기도를...

 

보르도에 계신 신부님들이
기도해 주고 계세요

 

보르도에 계신 신부님들이
기도해 주고 계세요

 

그래요? 다행이군요

 

아직 큰 성과는 없어요

 

참고 기다려요

 

그 얘긴 의사들한테
지긋지긋하게 들었어!

 

제안할 게 있는데

 

몇 주 후에 루르드로
성지순례 갈 때

 

루르드?

 

마리와 함께
같이 가 봅시다

 

- 함정이다!
- 기적이 일어난 도시죠

 

맞아요

 

벌써 가봤어

 

차 돌려, 돌아가자

 

절대 안 돼

 

내 차니까
내 맘대로 갈 거야

 

주말에 화끈하게
놀자며?

 

- 내가 언제?
- 발뺌 하기야?

 

루르드에서 어떻게
막 노냐고?

 

맨날 놀 생각만 해?

 

성모마리아 보고 싶어

 

농담이지?

 

아냐, 진짜야
성수도 마시고 말이야

 

진담이야?

 

- 당신도 마셔봐
- 됐어

 

인간성이 좋아질 거야

 

대단하지?

 

성수 담을 병을 사야 돼

 

더 이상 못 참겠다
호텔로 돌아갈래

 

당신 같은 불신자에게
더 필요한 거야

 

그럴 리가!
이거 되게 위험해

 

건강한 남자 앞에
동정녀가 나타나서

 

기적을 일으키면
오히려 불구가 된다고

 

그런 게 어디 있어?

 

- 안녕하세요?
- 어서 오세요

 

내가 찾던 성모상이야!

 

제발 참아줘

 

우리 끝났어, 당장 꺼져

 

알았어

 

사주면 되잖아

 

눈이 높으시군요

 

추기경님이
직접 축성하셨어요

 

- 318번 있어요?
- 몰라, 창고에 가봐

 

얼마죠?

 

- 1899프랑이요
- 기가 막히는군

 

우리 전에 본 적 있죠?

 

아뇨

 

잔돈 없는데요

 

성모상이 보니까
그걸 못 하겠어

 

알았어

 

제발 내 부탁 좀 들어줘

 

저것 좀 끄자

 

안 돼

 

얼마나 귀한 건데

 

추기경이 축성하셨대

 

파리 돌아가면
당장 헤어지자

 

- 성모마리아 때문에?
- 아니, 이런 저런 이유로

 

그러든가
그게 좋겠다

 

바람 쐬고 올게

 

불 끄고 가

 

성모마리아는 끄지 말고

 

 

어서 해봐요

 

이 발음이 되면
침도 삼킬 수 있어요

 

루르드도 발음할 수 있죠

 

괜찮아요? 편해요?

 

'압력솥'이라는
연극대본이나 쓸까 보다

병원에서의 경험을
쓴다 이거지

 

다른 제목은 '한 쪽 눈'
아니면 '잠수종'

 

쓸 내용도 정했다

 

아쉬울 게 없는
중년의 L 씨가

 

심장바미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온 후

 

감금 증후군과 싸운다

 

야심만만하고 냉소적이며

 

실패를 모르던 그에게

 

이런 절망은
너무나 낯설었다

 

독자들은 L의 독백으로

 

그의 변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엔딩도 정했다

 

손가락 하나
못 움직였던 L이

 

한 밤중에 침대에서
이불을 박차고 내려와

 

신비한 빛이 흐르는
무대를 활보한다

 

그러더니 빛은 사라지고

 

이어지는
L의 마지막 독백

 

"젠장, 꿈이었잖아"

 

일어나세요

 

할 수 있어요
다 잘 될 거예요

 

"그 당시 상황을
기억해 내고 싶다"

 

누구한테 물어봐 줄까요?

 

N?

 

아니에요?

 

- 119호입니다
- 누구시죠?

 

조수 클로드인데요

 

장-도 아버집니다

 

안 그래도
전화 기다렸어요

 

그런데 저기...

 

어떻게 하죠?
그냥 말하면 돼요?

 

장-도가 다 들어요
대답도 하는 걸요

 

제가 알파벳을 통해
대답을 알려드릴게요

 

네, 셀린느가
설명해줘서 알아요

 

좋아요, 말씀하세요

 

- 내 말 들린다고요?
- 네

 

장 도미니크?
아빠다

 

창문 열고
창가에 앉아있다

 

넌 잘 지내니?

 

내가 너무
멍청한 걸 물었구나

 

O

 

U

 

맞아요
멍청한 질문이에요

 

보고 싶구나

 

나도 보고 싶어요

 

이래가지고
무슨 말을 하겠어!

 

하려던 말까지 다
잊어버리잖아!

 

맞다, 기억났다

 

너한테 선물 보냈다

 

놀랄 거야

 

많이 생각해봤는데

 

우리 둘 말이다

 

처지가 똑같지 뭐니

 

난 이 집에 처박혀서

 

계단도 오르내리지
못하는 신세잖니

 

92살 노인한테
4층은 너무 끔찍해

 

우린 둘 다
갇힌 신세라고

 

넌 네 몸에
난 이 집에

 

장 도미니크, 잊지 말거라

 

책상 오른쪽 서랍에
편지 넣어뒀다

 

유언장하고
할 말 적은 편지 말이다

 

파일에 한꺼번에
넣어 놨다

 

기타라고 표시된 파일에...

 

이만 끊어야겠구나

 

울지 마세요

 

자식이 아픈데
어떻게 안 우냐?

 

잘 있어라, 장 도미니크

 

잊을 뻔 했군
곧 네 생일이잖니

 

다시 전화하마

 

생일 축하한다

 

아들이 응답할 수 없음을 아는
아버지는 처절하다

 

바람 쐬면
좋을 것 같아서요

 

깜짝 선물도 있어요

 

눈감아 봐요

 

어서 감아요!
얼른!

 

이제 떠봐요

 

몬테크리스토 백작

 

완전 감동이다!

 

두 권짜리네

 

초판은 아니지만
무척 오래된 거예요

 

읽어줄까요?

 

몇 장이요?

 

숫자 대화도
정해둘 걸 그랬군

 

숫자를 로마숫자로
바꿔 부를까?

 

L, I, X...

 

그게 빠를 텐데
다음엔 그러자

 

50장? 더 뒤요?

 

응, 더 뒤

 

9장?

 

95장이요? 알았어요

 

그림도 있네

 

끔찍한 우연의 일치다!

 

그들은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누와르띠에 옆에 앉았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파트 전체가 보이는
거울 앞에 앉아

 

이미 굳은 몸을
꼼짝도 안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보고 듣는 것 뿐

 

그것만 빼면 인간도 아니지

 

나랑 완전히 쌍둥이네?

 

- 아녜요
- 맞아

 

사람들이 내 꼴 보면
무서워하잖아

 

아니에요

 

내가 감히 이런 대작을
다시 쓰려고 하다니!

 

이건 운명이자
교훈이야, 알아?

 

내가 누와르띠에 신세가
될 줄이야

 

내 잠수종이 당신까지
물속으로 끌어당기는군

 

장-도

 

당신과 바다 깊숙이
빠져도 괜찮아요

 

당신은 내 나비니까요

 

이거 사랑 고백 아냐?

 

이번 책을 다 끝내면

 

장거리 달리기 선수
얘길 써야겠다

 

혹시 알아?
그러다 달릴 수 있을지

 

투우장에 같이 못 가서
정말 서운했어

 

내년엔 꼭 함께 가세
장 폴...

 

탱고 님프 극단에서

 

친애하는 보비 씨...

 

특별 주문하신 스포츠 카는

 

6-8 개월 후
배송될 예정이니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앙리 레노

 

좋은 소식이네!

 

아버지 편지도 왔어

 

선물 보낸다

 

봐, 당신 어릴 적
사진이다

 

장-도, 8살 때
베르크에서

 

앤 마리 편지네!

 

장-도에게

 

보비 씨 입원실입니다

 

누구세요?

 

셀린느인데 그쪽은요?

 

이네스예요
그이 바꿔 주세요

 

잠시만요

 

스피커 폰이니까
말하시면 돼요

 

당신이 듣는 건
불편해요

 

어쩔 수 없어요
지금 저 뿐이에요

 

- 언어치료사는?
- 오늘 쉬어요

 

좋아요, 장-도?

 

내 사랑...

 

당신을 만나러
가야 하는 건 아는데

 

기차역에서
집으로 돌아왔어

 

도저히 갈 수 없었어

 

제발, 용서해줘

 

- 셀린느?
- 말해요

 

제발 자리 좀 비켜줘요

 

할 말이 있는데
당신 때문에 못 하겠어요

 

환자를 혼자
둘 순 없어요

 

잠깐만요...
장-도가 할 말 있나 봐요

 

U?

 

N

 

E

 

M...

 

1분만?

 

알았어요
잠깐 나갔다 올게요

 

장-도, 듣고 있어?

 

내 사랑...

 

당신을 너무 사랑하지만

 

지금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

 

예전 모습으로 기억할래

 

꼭 회복해

 

보고 싶어

 

당신이 없어서
너무 외로워

 

내 심정 이해하지?

 

매일 당신만 생각해

 

하지만 당신 곁엔 늘
가족이 있잖아

 

내가 가도 될까?

 

나 돌아왔어요

 

내가 갔으면 좋겠어?

 

나 듣고 있어요, 이네스

 

C

 

H

 

A

 

Q

 

매...

 

J

 

O

 

매일?

 

J

 

E

 

매일 나는

 

T

 

A

 

T

 

T

 

E...

 

매일 당신을 기다려

 

무슨 말인지
못 들었어요

 

안 들린다고요!

 

매일 당신을 기다린대요!

 

보비 씨, 급해서 그런데
자리 좀 양보해 줘요

 

홍콩 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돼서요

 

- 그렇게 하세요
- 고마워요

 

난 다음 거 탈게요

 

안녕히 가세요

 

그런데 홍콩이 아니라
베이루트로 갈 텐데?

 

괜찮으세요 보비 씨?
놀라지 마세요

 

난 보통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꿈 얘기는 늘 따분하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꿈은 잊을 수 없다

 

두렵다...

 

이런 게 운명이라는
기분을 떨칠 수 없다

 

기분 전환을 위해
기적이라도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한테 기적을
바라는 건 위험하다

 

그러면 오만해질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분명 기적이다

 

내가 노래를 하다니!

 

신음소리 비슷한데
분명 노래다

 

가끔 희미한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는데

 

마치 나비 날개짓 소리 같다

 

장족의 발전을 하다보면

 

더듬이가 생겨서
미래가 보일지도 모른다

 

곧 여름이 가면

 

병원에서 첫 가을을
맞이할 거다

 

내 삶은 이곳에 있다

 

내 영원한 안식처는...

 

바로 여기다

 

잘 지냈나?

 

장-도가 말을 하네?

 

- 노래도 불러요
- 세상에!

 

친구 분한테
노래 좀 불러드려요

 

나를 위해 제발!

 

괜찮아요?

 

- 노래하는 거 맞아요?
- 어머, 아녜요!

 

폐렴에 걸려 버렸다

 

하필 희망이 있는 지금...

 

배 위에서 보면 점점
멀어지는 육지처럼

 

내 과거는 사라지고

 

한 줌의 재만한
기억만 남는다

 

이런 꼴로 여길 지나다니!

 

저긴 내가 일하던 건물!

 

저 사람들
이름이 뭐더라?

 

저건 내 새 차잖아!
내 새 차...

 

경적이 어디 있어?

 

아빠!

 

안녕, 내 사랑

 

- 잘 있었니?
- 응

 

그만 내려와
나도 아빠 안아볼래

 

- 새 차 어때?
- 끝내줘요!

 

- 잘 있었니, 테오?
- 그럼요

 

이번 주도 재미있었어?

 

연극 보러 갈 거죠?

 

우리 아들이
가자면 가야지

 

굴도 먹고?

 

이제 굴 먹을 줄 아니?

 

테오랑 저녁
먹기로 약속했어

 

내일 너무 늦지 않게
데리고 와

 

어서 가자

 

앞에 타도 돼요?

 

그럼, 자리는 거기뿐인걸

 

나중에 우리 둘만
좋은데 가자...

 

음악 좋지?

 

- 축구는?
- 재미있어요

 

연습 끝나면 샤워도 해?

 

그럼요, 샤워하고
청소도 해요

 

거기에 털도 났니?

 

그건 아직이요

 

예전에 안 벗겠다고
고집한 녀석이 있었지

 

그럼 입고 샤워했어요?

 

감독이 벗으라고
난리 쳤지

 

그랬더니 애 아빠가
코치한테 덤볐고

 

애 엄마가
겨우 진정시켰어

 

아무튼 결국
그 앤 축구 관뒀어

 

너무했다

 

넌 그런 문제 없지?

 

그럼요
잘 지내는 걸요

 

누가 까불면
아빠가 혼내준다고 해

 

집에 별 일 없지?
엄마는?

 

잘 지내세요

 

이 길 기억나니?

 

디안느 고모네
가는 길인데

 

그래, 맞아

 

덥지 않니?

 

전 괜찮아요

 

우리말이야...

 

우리...

 

그때 있잖아...

 

좀...

 

좀...

 

비가 오려나 봐

 

차 좀 세울게

 

잠깐 쉬자

 

아빠, 정신 차리세요!

 

집에 가!
네 엄마 불러!

 

"연극 예약한 걸
취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늦을 것 같아서"

 

"다음 날 다시
가려고 했는데..."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정말...

 

정말 내 책이...

 

출판 됐어?

 

'잠수종과 나비'

 

"사랑하는 테오
셀레스트, 오르땅스..."

 

"앞으로 나비를 많이 만나거라"

 

"클로드에게 깊은 감사를"

 

"이 책이 공개되면
그녀의 공과"

 

"엄청난 수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지금
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이 말을 꼭 하고 싶다네...

 

난 늘 당신 곁에
있었다는 거 알지?

 

서평이 좋아
들려줄까?

 

그는 말과 동작 없이
침묵으로 말했다

 

보비는 눈 깜빡임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잠수종과 나비'를 완성했다

 

난파선에 갇힌 이의
진실된 독백이다

 

베르나르 샤퓌 씀

 

심금을 울리는 글

 

자유로운 성격이고
아이들을 사랑하던

 

43세의 유명 언론인
장 도미니크 보비는

 

여성의 복수를 그린
책을 쓸 예정이었다...

 

책이 출판 된 지 10일 후인
1997년 3월 9일

그는 세상을 떠났다

 

페르디낭 쉬네, 잭 슈나벨

그리고 작고한 장삐에르 까셀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