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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2smi & edited by Shin Dong-hooe

 

사장이 수증기처럼
사라졌습니다

 

행복 목욕탕은
당분간 쉽니다

 

아직 쓸 만하네

 

오늘 기온은
어제보다 낮지만

 

전국 평균 기온보다는...

 

아즈미, 밥 먹어야지

 

얇은 겉옷을
준비하세요

 

지난주와 비슷한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며...

 

얼른 먹어, 늦겠다

 

맛이 이상해

 

그래?

 

그제도 얘기했잖아

 

불평할 거면 먹지 마

 

뭐야, 먹으랬다가
먹지 말랬다가

 

먹으랬다고 하자

 

안 돼

 

가지 마

 

혼자 두지 마

 

엄마, 배 아파

 

머리도 아파

 

학교 근처에
크로켓 집 있잖아

 

집에 오면서
네 개 사와

 

손수건 챙겼어?

 

엄마 냄새가 나

 

불평 그만하고
조심해서 다녀와

 

아즈미!

 

중간까지 탈래?

 

엄마랑 같이 타기
창피해

 

창피한 엄마라
미안하네요

 

2학년 C반

 

안녕

 

안녕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냐?

 

난 하나도 안 했는데

 

나 오늘 피곤해서 못 가

 

꼭 오라고 했는데

 

종합 학습 까먹고
안 가져왔네

 

하지도 않았으면서 뭘

 

"웃어요"

 

학습 도구 챙기는 게
학생의 자세야

 

잘 그렸네?
맛있어 보인다

 

- 음영 좋네
- 진짜요?

 

자, 그만하고
뒷정리 시작하자

 

그림은 그대로 둬
이따 내가 걷을게

 

잘 그렸네, 진짜 같아

 

어떻게 그리는지
가르쳐 줘

 

제법인데?

 

- 노란색 짤까?
- 초록색은?

 

빨간색도 쓰잖아

 

너무 많이 짰어

 

- 그 정도는 쓰지
- 응, 사과잖아?

 

어, 그냥 쭉 나오네?

 

파란색

 

검은색은 이 정도?

 

묻었네

 

어서 오세요
마미 브레드입니다

 

사치노 씨

 

전화 왔어요
히가시 고등학교래요

 

제가 할게요

 

그럼 부탁해요

 

보건실

 

전부 자기가
그랬다고 하네요

 

아즈미

 

세 봤더니 열한 가지
색이더라

 

그중에
어떤 색이 좋아?

 

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색

 

하늘색

 

엄마는 누가 뭐래도
빨간색!

 

정열의 빨강이 좋아

 

빨간색?

 

엄마한테 딱 맞아

 

옷 갈아입고 가자

 

집에선 어때요?

 

집에선 저하고
말도 잘해요

 

아버지와도요?

 

그게... 애 아빠는

 

1년 전에
집을 나갔어요

 

그랬군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내일도 학교 가는 거다

 

알았지? 아즈미

 

뒤에 탈래?

 

자, 출발

 

엄마...

 

그래

 

포장해 드릴까요?

 

여기서 먹을 거예요

 

음료수는
뭐로 하시겠어요?

 

오렌지 주스요

 

후타바 씨, 후타바 씨!

 

점장님

 

후타바 씨

 

사치노 씨

 

언제부터
증세가 있었나요?

 

석 달 전쯤부터

 

가끔 어지럽고

 

그리고 이따금

 

미각이
이상할 때도 있어요

 

맛을 잘 못 봐요?

 

근데 그것만 빼면
저 정말 건강해요

 

따끔할 거예요

 

우선

 

아주 심각한 상황인 걸
아셔야 합니다

 

선생님
그렇게 겁주지 마세요

 

사치노 씨는 현재

 

말기 암 4기입니다

 

췌장암으로 시작해서

 

이미 온몸으로 퍼졌어요

 

폐, 간 그리고

 

뇌에도
전이된 것 같아요

 

엄마 언제 와?
8시 넘었어

 

벌써 그렇게 됐어?

 

엄마, 배고파 죽겠어

 

빨리 안 오면
굶어 죽게 생겼어

 

여보세요, 엄마?
듣고 있어?

 

엄마 결심했어

 

아즈미를 위해서

 

얼른 집에 가서
맛있는 카레를 만들게

 

그럼 좀 더
참을 수 있겠다

 

그러니까 천천히
조심해서 와

 

그래

 

조사 보고서

 

빨래를 보니
아주 어린 여자와...

 

옆 동네군요

 

탐정한테 맡기니
금방 찾네요

 

원래는 더 걸리는데

 

제가 좀 능력이 있어서
그런 거예요

 

깎다 말았네요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아야!

 

마유, 조용히 해야지

 

지도 넣어 뒀어요

 

궁금한 점 있으면
전화 주세요

 

미안, 오래 걸렸지?

 

볼에 뭐가
잔뜩 묻었네?

 

여기는?

 

코에도 묻었네
냠냠 할까요?

 

냠냠 안 돼

 

안 돼?

 

볼도 맛있겠네요

 

이제 됐다

 

얘 엄마는

 

얘를 낳다가
뇌출혈로 그만...

 

천국에 있어

 

그런데 천국은
너무 멀어서 못 간대

 

맞지, 아빠?

 

어, 그래

 

그렇구나

 

엄마가 천국에서
마유를 지켜보실 거야

 

천국에서 마유가 보여?

 

그럼!

 

천국에 가 봤어?

 

가 보진 않았지만

 

가 보고 싶은걸

 

마유도 갈래
엄마 만나러 갈래

 

죄송합니다

 

이제 가야지

 

의뢰 사항 있으시면

 

할인해 드릴 테니
연락 주세요

 

저기

 

하나 더 부탁해요

 

네, 하나 더요?

 

말씀하세요

 

사카마키 기미에

 

뭐래?

 

모두 건강하신지요

 

올해도 좋은 키다리게
보내드립니다

 

4월 25일
사카마키 기미에

 

해마다 같은 날에
규칙적이기도 하지

 

올해도 답장 좀 써 줘

 

왜 맨날 내가 써?

 

우리 집 규칙이잖아

 

엄마랑 아빠가
맘대로 정해 놓고선

 

딱딱한 답장보다

 

아이의 귀여운 편지가
더 기쁜 법이야

 

난 이제 아이도 아닌데

 

아직 괜찮은데

 

제대로 된 속옷이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남자친구는?

 

없어

 

지금은 없어도
금방 생길지 모르고

 

당장 쓰라는 말은 아냐

 

가지고 있어

 

이걸로
브래지어 회의 끝

 

203호
가타세 사치노

 

나갑니다

 

아야!

 

아파...

 

아프잖아

 

피, 피다! 때리려면
둥근 쪽으로 때리지

 

미안해

 

피, 피 나잖아...

 

이제 안 난다

 

좀 말랐네?

 

날씬하니
예뻐진 거 같아서

 

싱겁기는

 

순한 맛 카레

 

그런 말 하면
얘기를 못 꺼내잖아

 

무슨 얘기?

 

내가 온 이유

 

따지러 온 거 아냐?

 

그 반대야

 

나 말이야...

 

앞으로
두세 달밖에 못 산대

 

양파는 갈색이 될 때까지
볶아야지

 

이건 내가 할게

 

근데 왜 이렇게
크게 썰었어

 

행복 목욕탕은
당분간 쉽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다시 한 번요

 

머리가 아프다고요?

 

그게 아닌가

 

- 저기요
- 머리가...

 

저기요

 

아마

 

지갑을 잃어버려서
경찰서 찾는 거 같아요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경찰서?

 

- 다녀왔습니다
- 어서 와

 

누구 생일이야?

 

꼭 생일에만 샤부샤부
먹으란 법 있어?

 

우리 집 규칙이잖아

 

누구 와?

 

지금 아즈미가 떠올린
그 사람

 

나 왔어

 

아즈미, 얘는

 

아홉 살

 

이름은 아유코

 

사이좋게 지내

 

이상한 애 아냐
네 동생이야

 

양념 소스
필요한 사람?

 

 

샤부샤부 먹을 때

 

왜 입으로 샤부샤부
하고 싶어지지?

 

지금은 속으로 했어

 

잘 먹었습니다

 

아즈미!

 

아즈미!

 

11년 전쯤인데

 

사치코라는 여자가
있었어

 

가끔 가던 술집에서
그 여자가 일했는데

 

그러니까...
바람을 피웠어

 

그러다

 

작년에 우연히
딴 술집에서 만났는데

 

아빠 아이를
낳았다는 거야

 

나도 거짓말 같긴 했어

 

딱 한 번 그런 건데

 

그런데, 그게

 

엄청 힘들어 보였거든

 

파르르 떠는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같이 살자는 말에

 

알겠다고 해 버린 거야

 

사치코는 한 달도 안 돼
도망가 버렸지만

 

미안해

 

아무 말 없이 사라져서

 

정말 미안해

 

엄마랑 네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야

 

무슨 변명인지
하나도 안 들렸어

 

모레부터 목욕탕
다시 열 거야

 

다들 하나면 지켜 줘

 

목욕탕 일은 넷이서
다 같이 하는 거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즈미
손을 움직여야지

 

행복 목욕탕
영업 재개

 

아유코

 

너 진짜
우리 아빠 딸이야?

 

나도 몰라

 

갑자기
저런 사람 데려와서

 

아빠라고 했어

 

저런 사람?

 

한자도 못 읽고
계산도 못 하잖아

 

그런 말 하지 마

 

목욕탕 물려받느라
학교 못 다녀서 그래

 

알 게 뭐야

 

가즈히로

 

아소

 

어디 갔었어?

 

파친코

 

나 참, 1년이나?

 

두 사람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해?

 

제수씨는 보름 동안
매일 너 찾아 헤맸어

 

마음고생 때문에
저렇게 마르고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어

 

가즈히로

 

내일부터 목욕탕
다시 여니까

 

소문 좀 내줘

 

세상 편한 놈일세

 

다녀올게요

 

계산대에 좀 앉아 봐

 

잘 어울리는데?

 

난 싫어

 

엄마 자리잖아

 

다녀올게

 

잘 다녀와

 

행복 목욕탕

 

- 어서 오세요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다시 문 여니 좋네요
- 감사합니다

 

거스름돈 80엔이요

 

- 고마워요
- 목욕 천천히 하세요

 

다시 문 여니 좋네

 

아빠도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아서 화나

 

왜 그래?

 

지난달 검사 때

 

이미 여러 곳에
전이돼서

 

수술, 방사선 치료로
손쓸 수 없는 상태고

 

항암제도 솔직히
별 효과 없을 거라고

 

부인께는 말씀드렸어요

 

이제부턴 통증 완화를
위주로 할까 합니다

 

역시 집사람이

 

병이 든 원인은

 

고생이나
스트레스인가요?

 

복합적이에요
하나로 볼 순 없죠

 

주사 맞으니 나았네

 

다른 병원 가 보자

 

도쿄에 있는
더 큰 병원에 가면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나는

 

좀 더 살아 보겠다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건 싫어

 

나에겐

 

꼭 하고 싶은 게
아직 있거든

 

가자

 

OX, 수선

 

수선에선 나온 일반각은

 

회전시켜서 재고

 

시계는
반대로는 안 가지만

 

반시계방향이...

 

이 녀석

 

교복으로 갈아입고
수업해야지

 

체육 시간 아니거든

 

교복이

 

없어졌어요

 

아즈미는 그대로야?

 

새 교복 사 주자

 

그건 절대로 안 돼

 

잘 잤어?

 

일어나야지

 

일어나서 아침 먹자

 

아파서 며칠 못 간다고
전화해 줘

 

엄마, 제발

 

일어나!
학교 가야 돼

 

- 교복이 없잖아
- 체육복 입고 가면 돼

 

싫어, 진짜 싫어

 

오늘 안 가면
영원히 못 가

 

그럼 안 가면 그만이지
다신 안 가

 

- 당장 학교 갈 준비해
- 싫어

 

진짜 싫어

 

왜 가야 하는데!

 

아즈미!

 

엄마, 내버려 둬!

 

- 학교 갈 준비해
- 싫어

 

엄마

 

도망치면 안 돼
맞서야지

 

네 힘으로 이겨내야 해

 

- 엄만 몰라
- 알아!

 

- 몰라
- 안다고!

 

- 뭘 알아?
- 알아!

 

엄마, 엄만 몰라

 

나한테는

 

맞설 용기가 없어

 

나는

 

하찮은 인간이라

 

엄마랑은 달라

 

엄마랑 아즈미는

 

하나도 다르지 않아

 

아즈미 학교 갔어
체육복 입고

 

아침 안 먹었는데
이거 얼른 갖다 줘

 

- 우유?
- 얼른 갖다 줘!

 

- 부탁해, 여보
- 알았어

 

사치노 아즈미

 

다음 수업 시간
체육 아니거든?

 

어서 와

 

다녀왔어요

 

학교 갔어?

 

갔어

 

기다리는 거야?

 

그래, 기다리는 거야

 

왜 기다려?

 

왜냐고?

 

너무 걱정되니까

 

다들 알겠지만

 

사치노 교복이 없어졌다

 

너희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외부인이 들어와서
훔쳤을 수도 있으니까

 

짐작 가는 게 있으면
얘기해 줘

 

엄마랑 아즈미는

 

하나도 다르지 않아

 

그럼 수학여행은...

 

왜 그래, 사치노?

 

사치노, 무슨 짓이야?

 

그만해

 

사치노

 

교복...

 

돌려줘

 

사치노
일단 체육복 입어

 

싫어요

 

지금은

 

체육 시간 아니잖아요

 

우유예요

 

괜찮니?

 

진정될 때까지
계속 누워 있어도 돼

 

어서 와

 

교복

 

돌려받았구나

 

엄마의 유전자가
도와줬어

 

아니, 그렇지만

 

오늘 처음 본 거잖아?

 

몸은 좀 어때?

 

난 괜찮아

 

아유코, 미안해

 

이 사람하고는
정말 잘 될 것 같아

 

자리 잡히면

 

아유코 얘기도
다 할 거야

 

내년 생일 때
꼭 데리러 갈게

 

언젠가

 

아유코랑 큰 집에
살길 바라며

 

엄마가

 

책가방도 배낭도 없어

 

나가서 찾아볼게

 

아무리 찾아도 없어

 

엄마 찾으러 갔나 봐

 

아유코 생일 언제야?

 

그게... 5월...

 

오늘이다, 오늘!

 

차 열쇠 줘, 얼른

 

나도 같이 가

 

거기에 없는 게
더 낫겠지?

 

왜?

 

엄마가 데리러
왔다는 거니까

 

있네

 

오늘 일 빼먹은 벌로

 

내일은 욕조 청소
혼자서 하기다

 

자, 집에 가야지

 

다 쌌어?

 

그럼 팬티 벗어 버리자

 

오른발 들고

 

이쪽도

 

이제 가자

 

아유코 무겁네

 

아즈미, 짐 좀 들어

 

전부

 

아유코 여기 있었음

 

자, 이제 먹자

 

- 잘 먹겠습니다
- 잘 먹겠습니다

 

아유코도 먹어

 

앞으로는

 

더 많이

 

더욱더...

 

열심히 일할게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괜찮다면 여기에서

 

이 집에서

 

살고 싶어요

 

그런데

 

그런데 아직...

 

우리 엄마

 

좋아해도

 

괜찮아요?

 

이 바보야

 

당연히 괜찮지

 

 

너도 "샤부샤부" 해 봐

 

샤부샤부

 

샤부샤부

 

아유코도 얼른

 

샤부샤부

 

아침부터 샤부샤부라...
좋은데!

 

우리 집 규칙이잖아

 

많이 먹어

 

하고 싶은 거나
갖고 싶은 거 없어?

 

뭐든지 말해 봐

 

이집트 가고 싶어

 

신혼여행으로 피라미드
보러 가자고 했잖아

 

그게 언제 적 얘기야

 

당신은 항상 그렇지

 

생각나는 대로
말만 하고 지키질 않아

 

목욕탕 수리한다는
약속은?

 

아즈미 책장은
언제 만들어 줄 거야?

 

1년 전에도

 

잠깐 파친코 간다더니
아예 안 돌아왔어

 

그러니까 신혼여행
약속은 꼭 지켜 줘

 

평생 해외 한 번
못 가 보다니

 

내 인생이 불쌍해

 

그걸 지금 당장 어떻게...

 

농담이야

 

죽으면 다 용서할 테니

 

뒷일을 잘 부탁해

 

내일 여행 안 갈래?

 

가고 싶어!

 

그러면 목욕탕은?

 

아빠가 알아서 하신대

 

그럼 당연히 가야지!

 

아유코도 좋지?

 

왜 그래?

 

내일 여행 간대

 

키다리게 먹으러

 

좋겠네!

 

식사하세요

 

어디 앉을래?

 

차 빌려줘서 고마워

 

쉬엄쉬엄 다녀올게

 

잘 이야기할게

 

괜찮아
이해해 줄 거야

 

왼손은 괜찮아?

 

다녀올게

 

다녀올게요

 

다녀오겠습니다

 

우리 뭐 먹을까?

 

메밀국수

 

메밀국수?

 

난 아이스크림

 

그건 밥 먹고 나서

 

- 누구지?
- 몰라

 

네?

 

차는 역시 빨간색이죠

 

죄송하지만
좀 안 될까요?

 

뭐가요?

 

빨간 차 타고 싶은데
좀 태워 주면 안 돼요?

 

미안하지만 다른
빨간 차 찾아봐요

 

그게 말이죠

 

여기에 빨간 차는
이 한 대뿐이에요

 

식사할 거라서

 

제가 안내할게요

 

다섯 시간 있었더니
전문가 됐어요

 

다섯 시간이나?

 

어떡하지?

 

괜찮아?

 

- 그럼, 그래요
- 정말요?

 

- 응
- 감사합니다!

 

저는 무카이 타쿠미
스물네 살이고요

 

반가워요

 

홋카이도부터?
히치하이크로?

 

 

이번이 서른아홉 대쯤
될 거예요

 

낯선 사람 차 타는 거
안 무서워요?

 

남자니까 무섭진 않은데

 

무서운 일 있었어요!

 

그게요

 

한 쉰 살 정도 된
여자 트럭 기사였는데

 

국도로 달리다
갑자기 옆으로 새더니

 

모텔로 직행하는 거예요

 

이게 뭐지 싶었지만
공짜로 얻어 타는 거고

 

막 밀어붙이는 데다

 

얼굴도
나름 예쁜 편이고

 

방에 들어가더니

 

신발 벗고 양말 벗고...
그런데 무서워져서

 

맨발로 줄행랑쳤죠

 

난 또...

 

이거 도망치다
길에서 주웠어

 

짝짝이네

 

같은 색이에요

 

은근히 비슷하죠

 

무서웠겠다

 

오늘은 하코네에서 자고

 

내일 키다리게
먹으러 갈 거야

 

그리고 수족관 가고

 

좋겠네

 

키다리게 알아?

 

다리 길고 엄청 큰 게?

 

응, 세계 최대
갑각류인데

 

스루가의 심해에서
잡히는 귀한 게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한대

 

그거 다 내가
가르쳐 준 거잖아

 

예쁜데 왜

 

타쿠미는?

 

담배 피우러 갔어

 

질문

 

타쿠미는
무슨 색 차가 좋아?

 

그때그때 다릅니다

 

- 고향은?
- 홋카이도요

 

거짓말
사투리 안 쓰잖아

 

다 들켰네

 

홋카이도에
가 본 적도 없어요

 

거짓말하면서
여행하는구나

 

왜?

 

- 거북하면 내릴게요
- 가족은?

 

가족...

 

지금이 세 번째 어머니고

 

생모는 얼굴도 몰라요

 

이복동생 둘에

 

아버지는 건설회사
사장이고 엄청 부자예요

 

그렇구나

 

이게 거짓말 같네요

 

이 여행의
목적지는 어디야?

 

안 정했어요

 

목적이나 목표가 있으면

 

정한 쪽으로
가야 하잖아요

 

그럼 언제까지
여행을 계속하려고?

 

글쎄요

 

지겨워지면 관두겠죠

 

남는 게 시간이거든요

 

최악의 인간을 태웠네

 

돌직구네요

 

너의 남아도는 시간에
휘둘렸다니 구역질 나

 

전 정말 최악이네요

 

솔직한 말 고마워요

 

화장실

 

- 뛰지 마, 넘어질라
- 알았어

 

이만 가 볼게요

 

어디로 가?

 

모르겠어요

 

이리 와

 

일본 최북단으로 가야지

 

그게 방금 생긴
네 목표야

 

제 목표요?

 

홋카이도 출신이라면

 

한 번쯤은 가 봐야지

 

그럼

 

목표 달성하면

 

보고하러 가도 돼요?

 

그럼

 

하지만 좀 서둘러야 해

 

 

저런 엄마가
낳아 줘서 참 좋겠다

 

엄마한테 잘해 드려

 

이제 가는 거야?

 

가야 할 곳이 생겼어

 

안녕

 

- 잘 다녀와
- 다녀올게요

 

- 안녕, 타쿠미
- 잘 가

 

엄마, 괜찮아?

 

기침이 좀 나네

 

등 문질러 줄까?

 

괜찮아, 먼저 자

 

얼른...

 

바다 냄새난다

 

언니, 저거 혹시...

 

엄청 크다

 

엄마, 후지산이야

 

정말 크구나

 

이건가 봐

 

엄청나다

 

이만하대, 엄청 크다

 

이걸로 하나요

 

뭐?

 

알았어

 

우와, 크다

 

- 잘 먹겠습니다
- 잘 먹겠습니다

 

맛있어

 

맛있었어

 

아직도 아파?

 

아니야
입맛이 없어서 그래

 

엄마 계산할 테니까
먼저 가 있어

 

후지산 보고 있을게

 

가자

 

차 조심하고

 

이따가 자리 바꾸자

 

엄마, 안 가?

 

아까 가게에 있던 사람이
사카마키 씨야

 

진작 말했으면
인사했을 텐데

 

엄마 말 잘 들어

 

사카마키 씨는
아빠 전 부인이야

 

거짓말

 

엄마랑은 재혼한 거고

 

때가 되면 너한테
다 말하려고 했어

 

둘이 언제 혼인했어?

 

그게...

 

15년 전에

 

어떻게 그래?
내가 열여섯 살인데

 

거짓말...
거짓말이지?

 

- 거짓말이지?
- 정말이야

 

아냐,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어

 

사실이야, 아즈미

 

왜 그렇게 말해?

 

아즈미

 

널 낳은 건
내가 아니야

 

열여덟에 아빠 만나서

 

열아홉 살 때
너를 낳았는데

 

그런데

 

사카마키 씨는

 

네 울음소리가...

 

아즈미의

 

마음이 들리지 않았어

 

열아홉 살짜리 엄마가

 

감당하기 힘들었어

 

그래서 떠난 거야

 

15년 전

 

4월 25일에

 

아즈미

 

사카마키 씨
만나고 와

 

싫어

 

내려, 아즈미

 

싫어

 

가야지, 아즈미!

 

- 가기 싫어
- 아즈미

 

- 아즈미
- 만나기 싫어

 

아즈미

 

도망치면 안 돼
할 수 있어

 

너라면 할 수 있어

 

안 돼, 못 하겠어

 

할 수 있어

 

할 수 있고말고

 

엄마 딸이잖아

 

저녁에 올게

 

모두 건강하신지요

 

해마다 같은 날에
규칙적...

 

올해도 답장 부탁해

 

왜 맨날 내가 써?

 

우리 집 규칙이잖아

 

엄마랑 아빠가
맘대로 정해 놓고선

 

아이의 편지가
더 기쁜 법이야

 

4월 25일
사카마키 기미에

 

네가 아즈미니?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사치노 아즈미입니다

 

네가 어떻게
수화를 할 줄 알아?

 

엄마가

 

언젠가 반드시
필요할 날이 올 테니

 

배워 놓으라고 해서요

 

참 예쁜 사람이었지?

 

나보다 훨씬 젊고

 

건강해 보이고

 

아유코

 

아즈미 좀 불러올래?

 

아, 피곤하다

 

엄마? 엄마!

 

- 엄마!
- 엄마!

 

엄마가

 

꼭 데리러 올게

 

약속할게

 

미안해, 후타바

 

엄마가...

 

우리 딸 대견하네

 

와타라세 병원
완화 케어 센터

 

바람이 솔솔 분다

 

새들도 짹짹 울고

 

눈부셔

 

기미에 씨랑
어떻게 지내?

 

매일 문자
주고받고 있어

 

다음 주에
만나러 오겠대

 

그래

 

아유코
신발이 다 낡았네

 

아직 멀쩡해
편해서 좋아

 

요즘 매일
똑같은 꿈을 꿔

 

우리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오는 꿈

 

그래서 알았어

 

우리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고

 

내가 죽으면
그때 데리러 올 거라고

 

그러니까

 

난 죽어도
혼자가 아니야

 

아유코

 

울지 마

 

약속하자

 

오늘부터 엄마 앞에선
울지 않기로

 

응, 알았어

 

어, 얘들아

 

엄마 어때?

 

어제랑 똑같아

 

어제랑 같은 게
어떤 거냐니까?

 

오늘도 산책했어

 

뭐 필요한 거 없대?

 

아빠가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

 

먼저 계산대에 가 있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아줌마다

 

월요일 3시쯤에
도착 예정이야

 

조금 긴장되네
- 기미에

 

엄마다

 

아유코 신발 사 주고
아빠 말씀 잘 들어

 

맨날 딴 사람 걱정이야

 

물 줄까?

 

괜찮아

 

이제 그만 가서

 

목욕탕 봐야지

 

아유코

 

아빠가 꼭 전해 달래

 

필요한 게 있으면
꼭 말하라고

 

그리고

 

이거

 

아빠한테 전해 줘

 

어서 와
엄마가 뭐래?

 

"이런 쪼잔한 남자한테
가족을 맡겨야 한다니"

 

"너무 걱정돼서
죽을 수가 없네"

 

라고 했어

 

아즈미, 좀 돌아봐

 

머리 혼자서 묶었어?

 

응, 하니까 되더라

 

그래?
되게 잘 묶었네

 

아줌마

 

마유구나

 

오랜만이네

 

목욕탕에 갔더니
여기 계신대서요

 

뭐라 드릴 말씀이...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마워요

 

탐정님과
그 조수님인 마유

 

아줌마 생각하면서

 

마유가
빨간 꽃으로 골랐어

 

아줌마한테는
빨간 꽃이라네요

 

고마워
빨간색 좋아해

 

오늘은
조사 보고하러 왔어요

 

네?

 

어머니 찾았어요

 

무코다 미야코 64세

 

미혼 때 이름은
아사쿠라 미야코 씨

 

엄마 예전 성이랑 같네

 

32세 때 건설 회사 사장
무코다 고키치 씨와 결혼

 

지금은 결혼한 딸

 

모리시타 미유키 씨
부부, 손녀와 함께

 

도쿄도 세타가야구
나카마치...

 

보고 싶어요

 

엄마

 

당장 갈 수 있죠?

 

저 모퉁이 집이에요

 

제가 먼저 가서
사정을 말하고 올게요

 

그럼 잘 부탁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세요

 

아즈미

 

엄마 멀쩡해 보여?

 

 

멀쩡해

 

다행이다

 

- 휠체어 꺼낼게
- 아냐

 

괜한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어떡하죠?

 

어머님을 만나긴 했는데

 

자긴 그런 딸 없다고...

 

왜요? 그게 뭐야

 

진짜 딸이 찾아왔는데

 

그래요?

 

알겠어요

 

- 엄마!
- 죄송합니다

 

먼발치에서

 

한 번만이라도

 

잠깐이라도
보고 싶어요

 

엄마

 

큰일 났네
업혀요, 얼른!

 

얘들아
어서 차에 타!

 

아빠다!

 

얼른 타, 얼른!

 

오늘도 가?

 

차비는 아직 있고?

 

응, 있어

 

영 안 좋아?

 

 

다녀올게요

 

사치노 씨
이제 괜찮아요

 

지금 진통제
놔 드릴게요

 

통증이
가라앉을 거예요

 

월요일 정기 휴일

 

올 때 됐어?

 

응, 헤맬지 모르니
나가 있을래

 

괜찮아
여기 살았는데 뭘

 

그러네

 

아유코는?

 

오늘도 친구네에서
할 게 있대

 

아, 그거구나
저기, 뭐 좀 부탁하자

 

헤맬라

 

- 부탁이 있어
- 나중에

 

헤맸네

 

타쿠미 오빠?
타쿠미 오빠다

 

그 뒤로 75대 얻어 타고
최북단 다녀왔습니다

 

이거 선물

 

고마워, 알이 굵네

 

친절한 할머니가 주셨어

 

카레 엄청 만들겠네

 

그러게

 

그랬구나

 

진짜 대단한 분이야

 

대단해

 

아유코

 

안녕!

 

맛있겠다

 

아빠 불러와

 

저녁 식사

 

가서 불러와

 

괜찮아, 들렸어

 

이거 맛있겠다!

 

- 뭔데?
- 가다랑어

 

음식이 입에 맞을지
걱정이래

 

안 먹어 봐도
맛있는 게 느껴져요

 

고맙대

 

- 맛있겠다
- 응

 

그런데 건더기...

 

빨리 먹자

 

모두에게 내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꼭 좀 들어주라

 

바보 같은 부탁인 건
나도 아는데

 

생각해 낸 게
이 방법뿐이야

 

부탁합니다

 

딱 한 번만 도와주세요

 

부탁해

 

아빠...

 

뭐하려고?

 

아빠는 이게
최선을 다한 거래

 

천천히 바깥을 좀 봐
- 아즈미

 

마유는 스핑크스

 

하나 둘

 

엄마!

 

그래

 

후타바 누님!

 

타쿠미?

 

드디어
목적지를 찾았어요

 

목욕탕에 머물면서
일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그래, 그래

 

저는 그냥
깍두기입니다!

 

여보!

 

내가 이렇게
모두를 받쳐 줄 테니

 

나한테 다 맡겨!

 

그러니 안심하고

 

안심하고...

 

더는 안 되겠다

 

아빠, 잠깐!

 

죽기 싫어

 

더 살고 싶어
죽기 싫어

 

좋아 50점

 

이제 나 없어도
안심이네

 

멀었어요

 

아직 경력 2개월 차
신입입니다

 

아냐, 타고났어

 

안심하고 종일
파친코 가도 되겠어

 

다 이를 거예요

 

- 농담이야
- 이러지 마세요

 

밥 다 됐어

 

알았어

 

어서 오세요

 

내가 할게, 밥 먹어

 

응, 오늘은 뭐야?

 

- 사치노 특별 카레
- 신난다

 

맛은 50점이야

 

어쩌다?

 

탔어

 

모레부터 사흘 동안

 

기미에 아줌마 오신대

 

아빠랑 타쿠미 오빤
죽이 잘 맞아

 

어젠 같이
술 마시러 갔어

 

아유코는 매일
친구랑 밖에서 노는데

 

다섯 시엔 꼭 돌아와서
목욕탕 일 도와줘

 

나는

 

늘 똑같아

 

내일 또 올게

 

엄마

 

절대로

 

엄마를 절대로
외톨이로 안 둬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고마워 엄마

 

고마워

 

이제 푹 쉬어

 

고(故) 사치노 후타바
장례식장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지막 길은
가족이 함께합니다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전부 까만 옷이네

 

마유 잘 들어

 

사람이 죽으면
이렇게 장례식을 해

 

엄마가 죽었을 때도

 

이렇게 다 함께
떠나보냈어

 

그러니까 마유

 

아줌마는 이제 못 만나

 

죽은 사람하고는
다시 못 만나

 

그러니까

 

마유도 엄마를
만날 수 없어

 

미안해

 

아빠가 거짓말했어

 

이제서야 마유한테
솔직히 말하네

 

참 좋네요

 

후지산을
바라보는 장례식

 

엄마한테 딱 맞아

 

 

그럼 시작해 볼까?

 

어이없는 짓이죠?

 

네, 어이없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죠?

 

네, 안 되죠

 

말도 안 되는 일에
동참해 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참 신기한 분이죠

 

후타바요?

 

 

그분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고...

 

아마 그건

 

받은 게 더 많아서

 

드는 생각일 거예요

 

 

모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따뜻하다, 언니

 

 

진짜 따뜻해

 

행복 목욕탕

 

♬ 모두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 파도의 빛과 소리의 틈 사이로

 

♬ 우리 둘 남몰래 손을 잡았죠

 

♬ 사랑은 이 사랑은 말할 수 없는 비밀

 

♬ 그리워요 울고 싶어요

 

♬ 하지만 그조차 사라지지 않게

 

♬ 사는 거죠

 

감독
나카노 료타

 

♬ 꽃의 이름을 알지도 모르는 채

 

♬ 우산도 안 쓰고 바라봤잖아요

 

♬ 우리 둘 하나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죠

 

♬ 사랑은 이 사랑은 그대도 모르고

 

♬ 그리워도 안 되겠죠
지금 살며시 보내 줄게요

 

♬ 꽃의 이름을 알게 될 때
그대 이제 없고

 

♬ 그리워서 울고 싶어요

 

♬ 전부 품에 꼭 안은 채로

 

♬ 살아가야죠

 

자막 제공
(사)부산국제영화제

 

vod2smi & edited by Shin Dong-ho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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