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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오리지널 영화"

 

자 막 : 원 종 현

 

"건지섬
영국해협"

 

"독일군 점령기"

 

"1941년"

 

에번, 목소리 낮춰요!

 

조용히 하시라고요!

 

최고의 돼지고기였어요, 도시

 

육즙이 엄청났다고요
그리고 이솔라...

 

당신 술은...

 

이러다 연행되겠어요!

 

에번!

 

둘은 먼저 가요

 

- 에번은 제가 모실게요
- 망할 놈들!

 

여긴 우리 고향 땅이라고요
사각 머리 멍청이들이...

 

정지!

 

- 모두 멈춰라!
- 서류!

 

네, 순찰대장님

 

돼지가 정말 훌륭했어요, 도시

 

- 망할 파이 같으니라고...
- 통금 시간은 지났다

 

무슨 모임이지?

 

- 그러니까...
- 독서요

 

문학회 모임이거든요

 

위에서도 점령에 맞춰
문화 교류를 장려하려고

 

- 부단히 노력 중이잖아요
- 네, 독서 모임이죠

 

모임 이름은?

 

- 건지...
- 망할 감자껍질파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죠

 

맞아요, 목록에 있을 거예요

 

건지...

 

감자 껍질까지
몰수하는 건 아니죠?

 

불법 모임이다
모두 함께 간다!

 

에번, 괜찮아요?

 

제가 대신 차에 태울까요?

 

아침이 되자마자

 

정식 모임으로 등록해!

 

감사합니다

 

타임스에서 연락 왔었다

 

새 페인트네요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죠?

 

아하

 

이제 종전을 실감할 수 있겠네요

 

"런던 1946년"

 

네게 독서 관련해서
특집 원고를 부탁하더라

 

안 돼요, 오빠
이지는 그만하고 싶어요

 

이지 말고 네 본명으로
하길 원하던데

 

네 이야기를 원하길래
알겠다고 했어

 

그러셨어요?

 

네가 거절할까 봐
내가 미리 선수 쳤지

 

배스에서 요크셔까지 진행하는
서점 투어는 월요일에 시작하니

 

빈 시간에
타임스 일을 하면 되잖아

 

딱 좋지

 

말하다 보니 다 왔네

 

내리자

 

감사합니다

 

"이지 비커스태프 서점 투어
금일 오후 3시"

 

- 애슈턴 양
- 네

 

원래 꿈이 작가이셨나요?

 

"이지 비커스태프, 전장에 가다"

 

네, 완벽한 직업이잖아요

 

항상 찻주전자를 곁에 두고
의자에 앉아 있으니까요

 

물론 안정적이진 않아요

 

제 첫 작품이었던
앤 브론테 평전이 아마...

 

얼마나 팔렸죠, 오빠?

 

제 출판인 시드니 스타크예요

 

28권

 

전 세계 합쳐서

 

왜 이지 비커스태프라고
필명으로 내셨던 거예요?

 

이름이 먼저 떠올랐는지
캐릭터가 먼저 떠올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길이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직접 하는 것보다요

 

다음 작품도 집필 중이세요?

 

이지 이야기가

 

과연 '작품' 소리를 들을 만한
책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영국인들의 괴짜 같은 모습을
담은 책을 준비 중이에요

 

예를 들자면 체면이나 품위 때문에

 

말에게 바지를 입히는
런던의 한 모임이 되겠죠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애슈턴 양

 

열렬한 팬이에요

 

고맙습니다

 

이지는 딱하죠
싫어하던 전장에 가다니

 

맥주 한 잔이
마시고 싶었던 건데 말이죠

 

가시죠

 

그래도 그 책 덕분에 이렇게
집도 보러 오신 거 아닙니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죠

 

아버지의 서진!

 

줄리엣?

 

줄리엣?

 

어디 있니?
이리 돌아와!

 

괜찮아

 

멋진 크리스털이죠

 

네, 아주 근사하네요

 

저...

 

크리스털 보여, 줄리엣?

 

예쁘네요

 

켄싱턴 공원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앨버트 홀도 멀지 않답니다

 

이 가격이면 공짜나 다름없죠

 

아름답네요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마침내 너도 어깨 펴고 살
능력이 됐는데 즐겨야지

 

여긴 아닌 것 같아요

 

배터슨 단칸방은 타자기에
가방 3개면 꽉 차는데

 

이제 나올 때도 됐잖아

 

- 저도 알아요
- 퍽이나 알겠다

 

아직 고생을 덜했니

 

그건 아니고요

 

글쎄, 내가...

 

네 중압감을 덜어주려는 건
아니지만 이건 어때?

 

이지가 1위까지 오르면
폭격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집을 마련해주는 거야
그러면 괜찮겠지?

 

강렬하긴 하네요

 

정말 멋진 집인데

 

멋진 집이긴 해요

 

제 집이 아닐 뿐이죠

 

- 잠시만요
- 부끄러워하지 말고요!

 

지나갈게요

 

- 새크라멘토에서 왔어요
- 저도요!

 

큰 창문이 있는 곳에
책상을 둡시다

 

일하면서 햇빛을 쐬어야죠
웨이터, 병은 두고 가세요

 

따뜻하게 지낼
난롯가도 필요하겠죠

 

제가 없을 때를 대비해서요

 

마크 레이놀즈
못 하는 말이 없다니까요

 

- 선수가 따로 없네요
- 말씀만 하시죠

 

알겠죠?

 

하지만 멋진 풍경이 없다면

 

창문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잘 봐요

 

마크 씨

 

그만 보내랬죠

 

딱 걸렸네요

 

근데 여전하군요

 

제가 세입자 전용 화단이라도

 

- 준비할까요?
- 죄송해요, 번스 부인

 

이런 불경기에

 

꽃집도 장사는 해야죠

 

꽃이라...

 

줄리엣 씨는 자신이
행운아란 걸 아셔야 해요

 

- 그만 가요
- 안녕히 계세요, 번스 부인

 

- 잘 자요
- 잘 가요

 

- 편지 왔어요
- 어머

 

- 고맙습니다
- 여기 꽃 받아요

 

그냥 번스 부인께서
가지시면 안 될까요?

 

고마워요

 

10시가 넘었으니
타자기는 안 돼요

 

 

총성보다 더 듣기 싫은 소리니까요

 

"낭비되는 빵 조각이
장병들에겐 식량입니다"

 

오클리 스트리트에서 재발송...

 

'친애하는 애슈턴 양
제 이름은 도시 애덤스입니다'

 

'건지섬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요'

 

건지?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을 통해'

 

'그쪽을 알게 되었습니다'

 

'표지 안쪽에 성함과 주소가
적혀 있더군요'

 

책을 여러 번 정독했습니다

 

둑일군 점령 기간 동안
할 게 없었는데

 

찰스 램 덕분에
많이 웃을 수 있었거든요

 

'특히 돼지구이에 관한
이야기가 압권이었죠'

 

제가 속해 있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도

 

사실 독일군으로부터 돼지구이를
비밀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겁니다

 

그래서 찰스 램이 마음에 들어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독일군은 섬을 떠났지만

 

남아 있는 서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찰스 램이 집필한
셰익스피어 선집을 구하고 싶은데

 

유아용 책을 찾고 싶습니다

 

런던에 있는 서점의 이름과
주소를 보내주시겠습니까?

 

폐가 되지 않기를 희망하며

 

도시 애덤스

 

친애하는 애덤스 씨

 

제 책을 통해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게 되어 기쁘네요

 

아끼던 책을 팔아서 슬펐지만
주머니 사정이 급했었거든요

 

책에도 귀소본능이란 게 있어서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간다는데

 

사실이라면 즐거운 일이지요

 

"셰익스피어 선집"

 

- 여기요
- 이거로 할게요

 

찰스 램이 집필한
셰익스피어 선집을 찾았는데

 

우선 질문이 있습니다

 

왜 돼지구이가
비밀이어야 했나요?

 

어떻게 돼지구이로
문학회를 시작하신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자껍질파이라는 게 뭐죠?

 

실례합니다

 

세상에

 

가실까요?

 

이렇게 예쁜 드레스를 입고
심드렁하게 있으면 쓰나요?

 

칠흑 같던 터널에서 너무 갑자기
축제로 바뀐 것 같지 않아요?

 

축제 안 좋아해요?

 

얼마 만에 맞이한 축제인데
그럴 리가요

 

춤춰요

 

새집에서 볼 풍경 말인데요

 

시드니 오빠가 열심히
함께 집 봐주고 있으니

 

- 금방 구할 듯해요
- 어쩌다 보니...

 

5번가에 센트럴파크가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을 구하게 됐거든요

 

호수는 물론이고

 

저수지까지 한눈에 들어와요

 

연못에서 모형 배를 타는
꼬마들까지 보이죠

 

뉴욕은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제가 사는 도시를
보여주는 것도 재밌을 듯해요

 

고민해봐요

 

"줄리엣 애슈턴
런던 SW4, 라벤더 스트리트 14"

 

"줄리엣 애슈턴 양
런던 SW4, 라벤더 스트리트 14"

 

애슈턴 양

 

보내주신 책은 잘 받았는데

 

선물로 주신다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네요

 

이제 질문에 기꺼이
대답해드리겠습니다

 

돼지구이가 비밀이어야 했던 건

 

1940년에 독일군이
모든 가축을 탈취해서

 

대륙에 있는 병력의
식량으로 썼기 때문입니다

 

내 농장이오!

 

- 멈춰!
- 내 돼지들이라고!

 

가축은 한 마리도
기를 수 없었습니다

 

알겠소

 

대신 감자를 재배하라더군요

 

결국 점령 후 첫 겨울이 오자
식량이 바닥났고

 

제대로 된 식사는
기억 속에만 남게 됐죠

 

그들은 라디오도 몰수해 갔고

 

우편 업무도 막았으며

 

전신줄까지 끊어버렸었습니다

 

그렇게 고립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푸줏간 칼을 가져오세요"

 

푸줏간 칼?

 

모저리 부인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분명 올 거랬죠?

 

안녕, 예쁜이?

 

돼지를 기른 건 모저리 부인이었고

 

저를 나쁘게 보진 마세요

 

돼지구이 만찬을 생각한 건

 

엘리자베스 매케너였습니다

 

모두 굶주렸었지만

 

진정 무엇에 굶주렸는지
아는 건 엘리자베스였죠

 

바로

 

사람들과의 소통

 

유대감이었답니다

 

아주머니?

 

어머

 

-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 반가워요, 어머나!

 

또 다른 주민인
이솔라 프리비 양은

 

직접 담근 진과

 

각종 치료제를 가져왔었습니다

 

일단 저것밖에 없어요

 

프리비 양

 

고마워요

 

건배

 

외투 주세요

 

도시, 당신도 올 줄은 몰랐어요

 

- 어서 와요, 에번
- 어밀리아!

 

우체국장이신 에번 램지는...

 

새로운 걸 가져왔어요

 

감자껍질파이랍니다

 

버터나 밀가루가
하나도 안 들어가고

 

감자뿐이지만요

 

그리고 감자 껍질도요

 

- 대단해요
- 아주 맛있겠네요

 

팻 머피는 점점 성공하더니
열정이 식었죠

 

서로 아는 사이들이었지만
친하진 않았답니다

 

모두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모인 거였죠

 

점령받은 사실도 잊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독일군, 전쟁, 상실했던 모든 것을
잊고 인간애를 되찾았죠

 

원래 남편분 거였는데

 

부인이 가지고 있더라고요

 

- 어머나
- 자연사했을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엔 팅크 때문이었을 거예요

 

정지!

 

무슨 모임이지?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진짜 문학회가 되었습니다

 

"고서
접근 금지"

 

"희귀본"

 

"시집"

 

상관없으니 그냥 챙겨요

 

네, 그거도 챙겨요

 

"엘리아 수필 선집
찰스 램"

 

이렇게 찰스 램을 알게 됐답니다

 

"줄리엣 애슈턴
런던 SW4 오클리 스트리트 202"

 

지금 읽지 마요

 

"노생거 사원
제인 오스틴"

 

이제 빨리 가요

 

마지막 장작이에요

 

- 이건 앤서니 트롤럽이 쓴 거예요
- 트롤럽!

 

- 관심 있는 분?
- 네

 

- 그러면 도시가...
- 저는 관심 없어요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군요
- 여기 예이츠 거 있어요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요
- 전 됐어요

 

제인 오스틴은 우아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줄 알았죠

 

'사회를 지탱하는 건
상호 예절이다'

 

그리고 우편업도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근간이 되는 것이다'

 

'허나 그것이 깨지는 순간'

 

'지옥문이 열리고'

 

'무시가 왕이 된다'

 

쉿!

 

그 후로 감시원은
모임에 안 왔습니다

 

그렇게 금요일의 문학회는
저희의 도피처가 되었습니다

 

촛불 하나만으로도
암흑기에 자유롭게

 

새로운 세상을 탐독할 수 있었죠

 

저희 문학회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죠

 

이미 알고 계실 테니까요

 

우리네 삶이 서로 다를지라도

 

책이 우리를
하나로 엮어준다는 걸요

 

친애하는 애덤스 씨

 

저도 책을 통해
많이 위안받아 왔어요

 

부모님을 여의었을 때도
책을 고향으로 삼았답니다

 

책이 저를 구원해준 건
명백한 사실이에요

 

실례가 된다는 건 알지만

 

문학회 모임에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하며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문학회에 멋대로 참석하려는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찰스 램을 탓하셔도 됩니다

 

당신의 진실한 벗, 줄리엣 애슈턴

 

"이지 비커스태프
전장에 가다"

 

추신, 저는 독자이기도 하지만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 증거로 이 책을 선물합니다

 

"앤 브론테 평전
줄리엣 애슈턴"

 

- 오빠, 시드니 오빠!
- 잠깐만 기다려

 

디킨스는...
비 부인, 고마워요

 

무작정 건지섬에 가서
문학회에 참여할 순 없어

 

그들도 저를 기다릴걸요

 

금요일에 케임브리지에서
낭독회가 있잖아

 

이분들도 금요일에 모이는걸요
못 기다리겠어요

 

주말까지만 있고
월요일에 돌아올게요

 

- 에든버러
- 월요일엔 에든버러에 가야지!

 

내가 왜 너한테 일정을
잡아줬는지 모르겠다

 

타임스에 알겠다고 한 건
오빠니까 오빠 잘못이죠

 

잠깐만, 내 잘못이라고?

 

시드니 오빠, 이건...

 

이분들의 문학회 이야기야말로

 

제가 쓸 이야기예요

 

케임브리지에서 이지 읽기 싫어서
도망치는 건 아니지?

 

세상에

 

말해봐

 

도망치는 건 아니지?

 

참으로 재미있으십니다요

 

마크 씨도 잠자코 보내주진 않을걸

 

해보라지요

 

다 챙겼어요?

 

"웨이머스 부두
우편선"

 

그럼요

 

다시 말해봐요

 

다 챙겼어요
기껏 해야 영국해협인걸요

 

중국에 가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요'라는 말요

 

그냥 '네'라고 해도 돼요

 

네?

 

줄리엣

 

근사한 집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이미 제 마음 결정했어요
여기든 뉴욕이든...

 

북극이든...

 

그대와 함께 집을 꾸리고 싶어요

 

저와 결혼해주세요

 

 

만난 지 6개월밖에 안 됐지만
그 정도면 이미 충분히...

 

네!

 

- 좋다고요!
- 좋아요

 

어머나, 세상에

 

안녕하세요

 

"크라운 호텔"

 

더 드릴게요

 

저기요

 

묵을 곳이 필요한데요

 

피터, 조심해요!

 

죄송해요

 

우체국에 가보세요
거기서 도와줄 거예요

 

- 네
- 조심해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동물과 인간"

 

"등기우편
전보"

 

고맙다

 

- 안녕?
- 누구니?

 

- 여자분요
- 왜 오셨대?

 

아직 말도 못 걸었어요

 

크라운 호텔에서
여기로 오라던데요

 

지붕 공사 때문에 닫았어요

 

네, 그렇더라고요

 

한 남자분께서
여기서 도와줄 거래서요

 

항상 안에만 계시니?

 

지금은 묵을 곳이 거의 없어요

 

샬럿 스팀플 부인 댁에서
지낼 수 있을 거예요

 

가끔 셋방을 놓거든요

 

집은 깔끔하답니다

 

일라이가 동행할 거예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편지를 배달해야 하거든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에번 램지예요

 

에번 램지라면

 

감자껍질파이를 만드신
그 에번 램지요?

 

전 어르신 때문에 왔어요!

 

할아버지요?

 

파이가 먹고 싶었어요?

 

아니, 모임 때문에 왔단다

 

문학회 말이에요

 

애덤스 씨랑
편지를 주고받았거든요

 

- 당신이 그 작가군요
- 네

 

맞아요
줄리엣 애슈턴이라고 합니다

 

미인이시군요

 

어머, 감사합니다

 

세상에
일라이, 마차를 준비해라

 

일라이가 모실 거예요

 

전 드디어 오셨다고
모두에게 알릴게요

 

진짜 작가가

 

오셨다고요

 

하룻밤에 5파운드 6펜스예요

 

근사하네요

 

"성경"

 

선불인데 괜찮죠?

 

 

런던에서 무슨 일로 오셨죠?

 

화장실이...

 

복도 끝에요

 

- 수건은...
- 네

 

- 고마워요
- 잠시만요

 

차에 우유를 넣으실 거면
배급 카드를 내세요

 

홍차가 좋겠네요, 고마워요

 

- 안녕
- 안녕하세요

 

안녕?

 

모저리 부인?

 

- 안녕하세요, 저는...
- 애슈턴 양이군요

 

오신다고는 들었는데

 

조금 급작스럽네요

 

네, 그렇죠

 

민폐 아닐까 걱정돼요

 

어쨌든 오셨으니

 

들어오세요

 

고맙습니다

 

- 애슈턴 양?
- 줄리엣이라고 불러주세요

 

혹시 제가 괜히...

 

아뇨, 저희도 뵙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본 작가가
클라라 소시라는 분인데

 

1944년도에
요리책을 읽어줬었거든요

 

그건 그거대로 곤욕이더라고요

 

들으면서 배가 고팠거든요

 

저는 이솔라 프리비라고 해요

 

이렇게 뵙게 되어 너무 기뻐요

 

저도 여기 와서 정말 기뻐요

 

애덤스 씨는 아직 안 오셨나요?

 

- 도시 말이군요
- 네, 아직 못 만나봤어요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모임을 처음...

 

설립하셨던
엘리자베스 매케너라는 분은요?

 

그분도 뵙고 싶어요

 

못 볼 거예요

 

어머

 

지금 섬에 없거든요

 

줄리엣?

 

다시 만나는군요

 

에번 씨

 

오늘 발표자는 누구죠?

 

- 당연히 그쪽이죠
- 저요?

 

네, 첫 장 정도는
읽어주실 수 있겠죠?

 

저희는 읽을 기회가 없었어요

 

- 하지만 아직 안 온...
- 도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도시 애덤스입니다
- 줄리엣 애슈턴이에요

 

서로 구면이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오늘 크라운 호텔 앞에서
다치실 뻔했거든요

 

저는 전생에 만났다는 줄 알았어요

 

이제 이해 갔어요

 

책 선물은 정말 감사드려요

 

고마워요

 

지금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요?

 

줄리엣

 

이쪽인가요?

 

잘해요

 

저는 앉아 있을게요

 

- 네
- 발표자는 보통 서서 발표해요

 

 

시작하세요

 

앤 브론테

 

평전

 

앤 브론테가 샬럿이나
에밀리보다 낫다고요?

 

아뇨

 

-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이
- 네

 

폭풍의 언덕보다
더 중요한 작품이라고요?

 

- 아니라고요
- 설마요!

 

- 낫다는 게 아니고요
- 그러게요

 

에밀리보다 앤이
더 근대적이라는 거죠

 

여성의 지위에 대한
존경심이 그렇죠

 

제인 에어를 집필했던
샬럿 브론테보다도요?

 

저는 동의 못 해요

 

'제가 가난하고 이름도 없는
작고 평범한 여자라고 해서'

 

'영혼도 감정도 없는 줄 아세요?'

 

'아뇨, 저도 당신처럼 영혼과
감정이 한가득 차 있어요!'

 

아주 완벽하게 잘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제인 에어요?

 

저도 좋아해요, 제인이 자신도
영혼과 감정이 있다고

 

남자에게 말한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죠

 

남녀 평등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에서 앤은
빅토리아 시대의 숨 막히는

 

결혼 관계에서 남녀 간의
기형적인 권력을 비판했던 거고요

 

당대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꿨죠

 

잘했어요

 

세상에, 앤 브론테도
대단한 사람인 줄은 몰랐어요

 

잘했어요, 애슈턴 양
모든 공격을 잘 받아쳤네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직 안 끝났답니다

 

세상에, 믿을 수 없네요

 

두 번째 공격이었는데
잘 막았네요, 잘했어요

 

이름하여 감자껍질파이입니다!

 

옛 제조법 그대로

 

버터나 밀가루가 첨가되지 않고

 

감자만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감자 껍질도요

 

먹고 나면 진이 마시고 싶을걸요

 

일단 살짝 맛을 봐야죠

 

안전한가요?

 

그냥 감자인데요

 

어서 이거 마셔요

 

최악이죠

 

- 맛이 너무 없는데요
- 끔찍하죠

 

근데 진은 최고예요

 

마음에 든대요

 

그래도 조리법이 궁금하긴 해요

 

벌써 취했네요

 

이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원고에 담으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예요

 

원고요?

 

무슨 원고요?

 

어머, 죄송해요

 

제가 너무 앞서 나갔네요

 

타임스에서 독서에 대한 원고를
의뢰받았거든요

 

그래서 여러분 얘기가
적격이다 싶었어요

 

여러분 모두요

 

그리고 문학회도요

 

편지에 담긴 이야기들이
정말 생생했거든요

 

- 원고 쓰려고 온 거였어요?
- 런던 타임스에 실릴 거예요

 

물론 여러분에게
허락부터 받아야겠죠

 

저희 얘기보다 더 재미있는
기사가 많을 텐데요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 얘기와 창설 경위를
원고에 담으면

 

다들 감동받아서...

 

글쎄요

 

- 분명 좋아할 거예요
- 아뇨

 

타임스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데는
흥미 없어요

 

아무튼 고마워요

 

죄송해요

 

하지만 여러분을 이해하고 싶어요

 

어떻게 이해할 건데요?

 

그리고...

 

독자들도...

 

이해 못 할걸요

 

먼 길 오셨는데
헛고생만 시켜서 죄송해요

 

꿈꿨어요

 

이리 오렴

 

- 누구예요?
- 엘리자베스의 딸 킷요

 

아버지

 

이제 집에 가요?

 

그래

 

곧 갈 거야

 

저 때문에 죄송해요

 

큰 결례를 범한 것 같네요

 

무슨 결례요?

 

다른 분들을 멋대로 생각하고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전락해버렸잖아요

 

아주 말아먹었죠

 

이분들이 타임스에 실리는 것도
선물일 거라고

 

멋대로 생각했고요

 

어밀리아는 사생활을 중시하니
너무 담아두지 마세요

 

애슈턴 양은 낯선 이에게 책 2권을
선물해주셨는데 좋은 분이죠

 

줄리엣이라고 불러주시면
편할 것 같아요

 

직접 오셔서

 

얼굴 보여주신 거 고마워요
줄리엣

 

고마워요

 

안녕히 가세요

 

잘 자요

 

분명 9시에 대문 잠근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요

 

죄송해요

 

- 괜히 저 때문에...
- 잠도 못 잤죠

 

- 10시 15분에 왔잖아요
- 그게...

 

모저리 부인 댁에서
문학회를 가졌었거든요

 

- 다들 대화에 빠지다 보니...
- 누구랑 있었는지 알아요

 

수다에 목숨 건 사람들이죠

 

하지만 그들 얘기를
곧이 곧대로 믿진 마세요

 

무슨 말씀이신지

 

그쪽이 모르는 얘기가
훨씬 많이 있거든요

 

무슨 얘기요?

 

애슈턴 양, 저는 한담이라면
질색인 사람이에요

 

잠자코 있으면 중간은 간다죠

 

그 무슨...

 

오빠, 기쁜 소식이에요

 

어젯밤에 문학회에서
사람들과 토론했어요

 

그래? 문학회 사람들이
잘도 받아줬나 보네?

 

섬사람들은 이지에 대해
반응이 어때?

 

앤 브론테 평전을 요청해서
이지는 안 읽었어요

 

그 책은 대체 어디서 구했대?

 

꽤 잘 나갔거든요

 

그랬겠지

 

세상에
비 부인, 안녕하세요

 

그런데...

 

원고는 반대하더라고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그러면 일찍 돌아오는 거지?

 

일찍 올 거지, 얘야?

 

그게...

 

- 비 부인, 에든버러는 다시...
- 오빠, 안 돼요

 

- 한동안 여기 있을 거예요
- 뭐가 아쉬워서?

 

저기...

 

오빠, 또 전할 게 있어요

 

그래

 

어디 들어보자

 

그...

 

결혼식 때
같이 걸어가주세요

 

뭐라고?

 

약혼했거든요

 

결혼한다고요

 

마크가 청혼했어요

 

시드니 오빠?

 

오빠!

 

그래, 듣고 있다

 

정말 잘됐구나, 축하한다

 

- 행복하니?
- 네, 행복해요

 

확실해?

 

그렇다니까요!

 

그러면 나도 행복해

 

- 마크 씨도 행복하대?
- 네

 

- 같이 간 거야?
- 아뇨

 

부두에서 난데없이 청혼했어요
섬엔 저 혼자 왔고요

 

오빠...
여보세요, 시드니 오빠?

 

1파운드 11펜스입니다

 

키플링 작가 책은 재밌니?

 

열심히 읽는 중이에요

 

디어럼엔 학교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도 문학회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연말에는 천재가 돼 있겠죠

 

디어럼에선 뭐 했었니?

 

저 같은 아이들은 전시에
모두 그곳으로 피난했었어요

 

- 피난 얘기는 처음 듣는데
- 점령 직전에 갔죠

 

프랑스까지 독일에 먹혔을 때요

 

그때 이곳도 곧 점령되리란 걸
알았거든요

 

소식을 들은 다음 날

 

본토에서 배가 왔어요

 

어디 보자

 

이쪽 봐야지

 

부모님들은 이쪽으로 오십시오

 

부모님들은 선 뒤로 나와주십시오

 

아이들만 둑에 남기십시오

 

표식 받아요

 

어서 가렴

 

착하지, 어서 가라

 

모두 표식 잘 챙기세요

 

고맙습니다

 

장하지

 

- 일라이, 이거 달아줄게
- 착하지

 

가자

 

모험 떠날 준비는 됐니?
이쪽으로 가자

 

손 줘

 

할아버지는 내가 돌봐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 일라이

 

선생님도 독일군에
저항하진 못하잖아요

 

여기 다음에는 본토까지
점령할 텐데요

 

손 내보렴

 

아버지께서 1차대전 때
용맹히 싸우셔서 받으신 거야

 

이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든 용감해진단다

 

두려울 때조차도 말이지

 

느껴지니?

 

그러면 문질러보자
따뜻해야 마법이 일어나거든

 

느껴져요

 

잘했어, 이제 돌아올 때
이거 돌려주는 거다?

 

부모님들은 모두 빠지십시오

 

- 저기 계시네
- 부모님들은 빠지십시오

 

최악의 날이었어요

 

주저앉는 줄 알았죠

 

며칠 뒤 독일군이 섬에 왔을 때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온통

 

아이들 생각뿐이었죠

 

세상에

 

많이 닳았네요

 

용기가 많이 필요했거든요

 

돌려줄 날이 올 테니
기운 차리거라, 일라이

 

너처럼 잘 귀향하는
사람들도 있잖니

 

귀향요?

 

엘리자베스가 섬을
떠난 지 얼마나 됐나요?

 

아직도 기억나네요

 

귀향선에서 처음 내린 게
일라이였거든요

 

5년 만에 키가 쑥쑥 자랐지만

 

저는 단번에 알아봤죠

 

스콘 드시겠어요?
금방 구운 거랍니다

 

1944년에 독일군이
선생님을 연행해서

 

- 유럽 대륙으로 보냈어요
- 연행했다니, 왜?

 

모르겠어요
전 그때 없었거든요

 

다들 말을 안 해줘요

 

섬 구경 좀 시켜주시겠어요?

 

답례로 에번 씨의 스콘을 드릴게요

 

감자껍질파이는 아니라 다행이군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가시죠

 

고마워요

 

- 조심하렴, 킷
- 괜찮아요!

 

킷은 걱정할 거 없어요

 

"지뢰 매설지
폭발 위험"

 

신발을 벗고 싶은데

 

철조망 때문에 안 되겠네요

 

철조망이 아니라
지뢰를 걱정해야 할걸요

 

지뢰요?

 

미안해요

 

장난이 심했네요

 

깜짝 놀랐잖아요

 

독일군이 실제로
해변 전역에 지뢰를 심었어요

 

덕분에 오래 걸리긴 했지만
지금은 다 제거했고요

 

걱정 안 해도 돼요

 

 

저건 뭐예요?

 

독일군 초소요

 

바다를 내다볼 수 있는 곳엔
모두 초소를 만들었죠

 

그렇게 해변 전역에
기관총들도 배치했고요

 

섬을 요새화한 거예요

 

감옥에

 

갇혀 있었군요

 

자신들까지 가두더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에
저런 것들을 세웠다니

 

괴로웠겠어요

 

게다가 독일군들은 설계만 했지
손에 흙 한 번 안 묻혔어요

 

그러면 누가 지었는데요?

 

독일군들 말로는
기술자라고 했는데

 

노예나 마찬가지였어요
수천 명이나 됐죠

 

노역을 목적으로 폴란드와
러시아에서 잡힌 포로들이었거든요

 

밤낮 안 가리고 일할 뿐 아니라

 

천장이 없는 수용소에 갇혀
햇빛이고 빗물이고

 

그대로 다 맞았죠

 

동물보다 못한 삶이었어요

 

섬사람들은 근근이
끼니를 챙겼지만

 

그들은 일만 하다가

 

아무것도 못 먹고

 

죽어버렸어요

 

도시

 

주제 넘은 질문이긴 한데요

 

왜 엘리자베스가
연행됐던 건가요?

 

무슨 일이 있었죠?

 

누굴 돕다가

 

연행됐었어요

 

돕다가요?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몰라요?

 

연락 온 건 없나요?

 

- 더 필요한 건요?
- 이거면 됐어요

 

- 안녕하세요
- 줄리엣

 

깜짝 놀랐어요
떠난 줄 알았거든요

 

아직요, 게다가 당신의
진을 두고 그냥 갈 순 없죠

 

그래요?

 

시드니한테 뭐라도
가져다줄까 해서요

 

역시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군요

 

- 그건...
- 처음 모였을 때 알았어요

 

그러니까 처음은 아니고
만난 직후에요

 

그게 바로 인생의 원동력이죠
시드니는 무슨 맛을 좋아할까요?

 

뭐 뭐 있죠?

 

아니스 향도 있고
참제비고깔 가루도...

 

이런 걸 다 양조해도 돼요?

 

아니겠죠

 

다만 경사님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 좋네요
- 좀 드려요?

 

엘리자베스 말인데요

 

연행됐었다고 들었어요

 

그 일 때문에 어밀리아가
원고에 반대했던 건가요?

 

착하지

 

엘리자베스와 연관 있나요?

 

그녀가 도왔다는
사람도요?

 

당신은 모를 테지만

 

엘리자베스는 어밀리아에게
딸과 같았어요

 

딸과 같았다고요?

 

친딸인 제인이 엘리자베스와
아주 친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런던에서
여름마다 왔었거든요

 

저기가 살던 집이에요

 

사실 1940년에
피난 갈 수 있었는데

 

제인이 임신한 상태라

 

그녀도 남았죠

 

그렇게 독일군이 침공했고
모두가 발이 묶였었답니다

 

어밀리아와 엘리자베스를

 

병원에서 봤었어요

 

제인은 독일군 폭격에 휘말려
아기만이라도 구해야 했답니다

 

하지만 아기는 유산됐고

 

제인도 목숨을 잃었죠

 

참으세요, 아주머니

 

3일 뒤 독일군이 들어왔어요

 

1918년에 몰아냈던 놈들이

 

다시 왔군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네놈들, 부끄러운 줄 알아!

 

엘리자베스!

 

폴란드, 프랑스에 건지섬까지
부끄러운 줄 알아!

 

그러지 말고 이리 와
괜찮아, 걱정하지 마

 

- 여러분, 물러서세요
- 알겠어요, 얘도 괜찮아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조금 흥분했을 뿐이에요

 

아무 짓도 안 해요
안 할 거라고요

 

정말 죄송해요
그런데 당신들 누구 편이죠?

 

누굴 대변하느냐고요

 

둘 다 그만 돌아가서
할 일 하세요

 

이미 두 명을 떠나 보냈는데
너까지 보낼 순 없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도
떠나 보내게 됐죠

 

독일군이 연행했거든요

 

아마 그래서 원고에
반대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가 실리는 게
좋을 리 없겠죠

 

상심이 컸으니
고통스러울 수밖에요

 

몰랐어요

 

저희에겐 전쟁이
아직 안 끝났어요

 

특히 어밀리아에게는요

 

엘리자베스가 돌아올 때까지
안 끝날 거 같아요

 

킷도 엄마와 재회해야죠

 

"더 스타"

 

"1940년, 본토로 피난하는
건지섬 아이들"

 

"더 스타
1940년 8월 2일 금요일"

 

- 당시 1년간 자료예요
- 고맙습니다

 

"22명 사망에 33명 중상
국왕의 메시지"

 

모저리 부인?
안녕하세요

 

애슈턴 양, 안녕하세요

 

여태 안 갔군요

 

원래 가려고 했는데...

 

조사할 게 있어서요

 

- 네, 귀찮게만 하지 마세요
- 점령기 조사하는 거요?

 

네, 분명 지역 동식물이나...

 

- 안녕하세요, 부인
- 그런 건 아니잖아요?

 

문학회 이야기는
원고에 안 담는다고 약속할게요

 

저도 상실의 고통을
겪어봤어요, 모저리 부인

 

그리움의 고통을 안다고요

 

- 그런 게 한둘은 아니죠
- 부모님을 여의었어요

 

어머니 없이 지낸다는 게
어떤지 잘 안다고요

 

그러니 도와드리고 싶어요

 

엘리자베스를 찾아서
돌아오도록 도와드릴게요

 

킷을 위해서요

 

부탁이에요

 

M-C-K-E-N-N-A

 

엘리자베스 앤 매케너요

 

영국 국적에

 

28살이래요

 

이송 날짜도 알아요?

 

아뇨, 6월 11일에
연행되었다는 것만 알아요

 

- 아무래도...
- 이봐, 거기!

 

- 네?
- 주민들 말로는

 

- 몇 일 후에 이송됐을 거래요
-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대륙으로 갔다는 것밖에요

 

이후 소식은요?

 

아무도 몰라요

 

음...

 

반드시 해낼게요

 

마크, 고마워요

 

아이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여긴 계속 전쟁이나 마찬가지예요

 

다들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어요

 

어떤 심정인지
매우 잘 알 것 같군요

 

금방 돌아갈 거라고 했잖아요

 

네, 알았어요
조사하느라 있는 거잖아요

 

너무 조급하다고 하진 마세요

 

약혼만 하고 훌쩍 간 거잖아요

 

곧 돌아갈 거니 걱정 마요

 

카바나스 부부와 저녁 약속 있으니
수요일까지 돌아와요

 

노력해보죠

 

- 돼지야, 이리 와
- 이리 오렴

 

이리 오렴, 잡았다!
준비됐니?

 

좀 시끄럽지?

 

직접 잡아봐요

 

- 어서요
- 네

 

그렇게 하면 돼요

 

도시, 한 마리가 탈출했는데요

 

이런, 여기 있어요

 

킷, 돼지들이 화났나 봐

 

사람이 아니라

 

점령 얘기를 써보자

 

타임스 원고에 실리는 거
싫다고 하지 않았댔나?

 

타임스 원고요?
그건 끝난 얘기예요

 

그러니까 제 말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빠

 

너무나도 끌려요

 

이것들은 취소해주세요

 

이분들은 적군과 함께 살면서
우리보다 더한 걸 겪었어요

 

그러면 대체 언제가 돼야

 

네가 서점에 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주민들 모두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줄리엣

 

네, 말씀하세요

 

내가 졌다

 

고마워요

 

'도시 애덤스는
에드워드 미어스에 대한'

 

'폭행으로 3주형을 선고받았다'

 

도시가 사람을 때렸다고?

 

"줄리엣 애슈턴 양"

 

"건지섬 꽃집에서 보냅니다
세인트피터포트, 건지섬"

 

"카바나스 부부도 저도
당신이 그리워요"

 

미안해요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그들 얘기를 들으며
그들 얘기를 쓰는 게 걱정돼요

 

아주 많이요

 

당신이 지금

 

무슨 얘기를 적는지 말이에요

 

건지섬의 점령기
이야기일 뿐이에요

 

분명 엘리자베스의 영웅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겠죠

 

허나 그녀는

 

성인이 아녔어요

 

우리라고 다른가요?

 

제 말 들어요
그녀는 심판받을 거예요

 

제리 백 놈들과 똑같다니까요

 

독일군에게 붙던 다른 계집들처럼

 

치맛자락을 들춰주는 대가로
음식이나 담배는 물론

 

화장품까지 얻었어요

 

결국 섬에는 독일 피가
섞인 애들이 널리게 됐죠

 

- 뭐라고요?
- 그럴 줄 알았어요

 

이 얘기는 처음 듣죠?

 

그녀가 섬을 떠난 뒤로
사랑스럽게 자란 그 꼬마도

 

그런 경우라고요

 

엘리자베스 얘기를 한 게 맞아요?

 

그 사람 얘기는
다시 떠올리기도 싫어요

 

그러는 게 좋아요

 

그 사람이 대놓고
무례하게 말했어요

 

- 킷에게 독일인 피가 흐른다고요
- 우리 모두 피가 섞였어요

 

여기저기서 말이죠

 

이솔라...

 

- 킷이 정말 도시 딸인가요?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왜 도시를 아버지라고 부르죠?

 

제 입으로 말할 게 아니에요

 

4살짜리 아이니 아버지라고
부를 사람이 필요하겠죠

 

분명 친아버지가 있겠지만

 

그게...

 

당신은 아니죠?

 

크리스티안 헬만이에요

 

독일인이죠, 도시?

 

- 샬럿 말대로 나치스요
- 아뇨

 

아뇨, 그렇긴 한데...

 

샬럿이 말한 대로는 아니에요

 

제 친구이기도 했어요

 

1941년에 프랭크 후드 씨의 소가
새끼를 못 낳고 있었어요

 

왜 안 나오는 걸까요?

 

다리 두 개가 느껴져요

 

- 코도 느껴지는데...
- 아직은 이른 거 아닐까요

 

길가에서 동물 울음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워서 거슬리시나요?
최대한 조용히 하겠습니다

 

암소가 왜 저러지?

 

출산 중입니다

 

원한다면 머리 넣고
직접 봐도 돼요

 

문제 일으킬 생각 없으니
살기만 한다면 등록할 거예요

 

나름 군의관인데

 

돕겠네

 

계속 당겨요

 

착하지, 착해

 

착하다

 

좀 나와라!

 

착하지

 

착하지

 

- 착하다
- 얌전히 있으렴

 

괜찮아

 

건강해

 

아주 건강해

 

옳지

 

어깨는 왜 그래?

 

어렸을 때 말에 차였어요

 

그래서 골절됐었거든요

 

아직 아픈가?

 

그래도 이 덕분에
징집에서 면제받았고

 

당신과 싸울 일도 없는 거죠

 

저와 크리스티안이 함께
있는 걸 보고 당황한 눈치였어요

 

저도 크리스티안을 바라봤는데...

 

제 친구예요

 

크리스티안과 저 중에 누굴
친구라고 했던 건지 모르겠어요

 

크리스티안이 병원에
배치됐을 때 만났다더군요

 

둘 다 위험하단 건 알았어요

 

조심하라고 말해줬어야 했는데...

 

엘리자베스가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

 

"크리스티안 헬만"

 

"엘리자베스 매케너, 킷"

 

"도시 애덤스"

 

네, 맞아요

 

안녕들 하신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기서 뭐 해요?

 

샬럿 부인 집 음식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서요

 

그래서 여길 왔다고요?

 

여긴 런던이 아니에요

 

괜찮아요, 마음에 들어요

 

킷은요?

 

어밀리아가 돌보고 있어요
지붕 공사는 지금 끝났고요

 

그렇군요

 

한 잔 살까요?

 

한 잔이라면요

 

두 잔 주세요

 

여기요

 

고마워요

 

왜요?

 

예상과 다른 분이라서요

 

그래요?

 

편지 쓸 때 어떤 사람이라고
예상했는데요?

 

트위드 사냥 치마에

 

엉덩이는 펑퍼짐하고

 

뻐드렁니에 회갈색 머리카락에

 

뿔테 안경을
썼을 줄 알았거든요

 

정말 예쁘겠는데요

 

당신은요?

 

어떤 양돈 농부한테
책을 보냈을 거라 생각했어요?

 

몇 가지 생각한 모습은 있지만

 

그것보단

 

저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자신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벌써 취했어요?

 

아뇨

 

찰스 램 때문이겠죠

 

찰스 램을 위하여

 

- 네
- '현실은 빈약할지라도'

 

'꿈은 크게 가져라'

 

'브라보'

 

'동물들은 현명하다'

 

'거짓말이란 걸 모른다'

 

'그러나 몽둥이를 든 인간이
유대감을 깨뜨린다'

 

'인간은 땅을 일구며
이해해 달라고 말하지만'

 

'마구간의 동물들은
밧줄에서 풀려'

 

'연기가 피어오르는
찢어진 옆구리로 말한다'

 

'아니, 채찍이 말을 하네'

 

잘했다, 일라이

 

정말 잘했어

 

크리스티안 얘기를 들었군요

 

이제 알겠네요

 

일부는요

 

물 좀 끓여줄래요?

 

저는 배웅하고 올게요

 

잘 가렴, 가서 바로 자야 해

 

네, 안녕히 가세요

 

- 안녕히 계세요
- 할머니한테 뽀뽀해야지

 

저는 그자가 싫었어요

 

문학회까지 왔더군요

 

'격노에 사로잡힌 남자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썩을 놈'

 

'이 말을 할 용기만 있었다면'

 

'오늘 밤 네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흑사병으로 죽어버려라
이 도깨비 같은 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남자는 주먹을 휘두르며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제가 사랑하는데요?

 

역겹구나

 

제인을 죽였고

 

- 내 남편도 죽였어
- 크리스티안은...

 

그자가 한 거다

 

한통속이라고

 

엘리자베스

 

더 힘들게 하지 말고

 

끝내라

 

- 못 해요
- 왜 못 하는데?

 

그러기 싫으니까요!

 

절대로 못 해요!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크리스티안은 결국

 

막사로 돌아가다 걸려서

 

대륙으로 쫓겨났어요

 

제 소원이 이루어진 거죠

 

안 그래요?

 

그 후로 둘은 못 만났어요

 

그가 탔던 배가 어뢰를 맞고

 

가라앉았거든요

 

그는 죽었어요

 

이젠 바다 아래 있는 거예요

 

제 남편이

 

솜강의 진흙 바닥에

 

묻힌 것처럼요

 

엘리자베스는 킷에 대해서
크리스티안에게 말 안 했어요

 

크리스티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 명을 등진 거예요

 

수치라는 게 있다면

 

제 얘기겠죠

 

전부 제 탓이라고요

 

엘리자베스가 도와 달라는 걸
저버렸으니까요

 

이제 남은 건
킷을 보호하는 것뿐이에요

 

보호요?

 

무엇으로부터요?

 

엘리자베스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킷의 피붙이라고는

 

독일 놈들 뿐이니까요

 

놈들이 데려갈지도 몰라요

 

아뇨, 방금 직접 말씀하셨잖아요

 

크리스티안은 킷의 존재를
몰랐었다고요

 

알았다 해도...

 

어밀리아

 

- 킷은 안전해요
- 당신이 뭘 안다고요!

 

제가 장담해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결국 터져버렸어요

 

또 다시 독일 놈들에게
내 사람을 뺏길 수 없어요

 

미안해요

 

안 돼요

 

- 뭐 하는 거죠?
- 그쪽 패거리에 푹 빠졌군요

 

- 전 경고했어요
- 다들 당신을 조심하라던데요

 

당신 영혼은 큰 위험에 빠졌어요

 

제 영혼요?
참 고맙기도 하셔라

 

지금 가장 위험한 건
제 사생활 같은데요

 

애슈턴 양, 기도합시다

 

그쪽을 쓰러뜨리기 전에
놓아 달라고 기도하고 싶네요

 

이 책에 담긴 건 사랑인데

 

그쪽 머리엔 비열함과
심판만 가득 차 있군요

 

아뇨

 

그래요, 구하다 보면
언젠가는 얻겠죠

 

제가 그쪽을 위해
기도해야 겠어요

 

하지만 여기선 아니에요

 

줄리엣?

 

갈 데가 없어요

 

어밀리아가 자책하나 봐요

 

독일군을 엄청 싫어했으니까요

 

크리스티안도 똑같다고 생각했죠

 

엘리자베스와 달리요

 

엘리자베스가 옳았다고 생각해요?

 

 

그 남자는 사랑이 넘쳤거든요

 

현실에서 로맨스라면
그 둘을 따라갈 자들이 없었을걸요

 

당신 낭군님 얘기 좀 해줘요

 

시드니란 사람 얘기가 듣고 싶어요

 

그냥 출판인이에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죠

 

그래도 가능성은 있잖아요

 

제 이름이 조지나 톰이었다면

 

가능성이 있었겠죠

 

남자 이름을 좋아하는군요

 

네, 정말 좋아해요

 

어머, 그러면...

 

맞아요

 

고마워요

 

이솔라, 그리고요

 

전 약혼했어요

 

네?

 

누구랑요?

 

마크 레이놀즈라는 분요

 

마크요?

 

- 이름 참 우아하네요
- 미국인이에요

 

반지는 어디 있어요?

 

혹시 가난해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가난하지 않네요

 

 

그런데 왜 안 꼈어요?

 

그게...

 

아직 어색해서요

 

그리고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고요

 

마크라는 분은
어떤 책을 즐긴대요?

 

혹시 아직...

 

네?

 

뜨거운 사랑은 안 해봤어요?

 

이솔라

 

저는 뜨거운 사랑이란 걸
해본 적이 없어요

 

외모가 이렇잖아요

 

당신은 겉모습도
미인인데 말이에요

 

- 남자들이 홀딱 반하겠죠
- 아니에요

 

이솔라도 짝이 있을 거예요

 

없어요

 

적어도 지금은요

 

하지만 폭풍의 언덕이 있죠?

 

외롭지 않아요?

 

외로워요

 

가끔요

 

하지만 제 영혼의 동반자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기다리는 것도

 

괜찮아요

 

조심하렴

 

여기 계셨군요

 

안녕하세요

 

- 바빠요?
- 아뇨

 

온실에 쓸 유리가
오늘 들어왔어요

 

짐 내리는 걸 도와야 해서
킷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제가 돌볼게요

 

에드워드, 당장 꺼져!

 

- 알았어요
- 꺼지라고!

 

괜찮은 거 맞죠?

 

그럼요

 

- 고마워요, 이따 봐요
- 네

 

- 빨리 가요
- 킷, 기다려!

 

킷!

 

줄리엣, 여기요!

 

제 보물 상자 보실래요?

 

향기롭구나

 

저랑 어머니예요

 

저를 사랑하지만
지금은 여기 안 계세요

 

최대한 빨리 돌아오실 거래요

 

아주 미인이시구나

 

어머

 

고맙다

 

"엘리아 수필 선집
찰스 램"

 

"줄리엣 애슈턴"

 

고작

 

책 한 권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네요

 

킷은 방에서 자요

 

돌봐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즐거웠는걸요

 

킷이

 

당신을 좋아하나 봐요

 

이만 갈게요

 

- 안녕하세요
- 네

 

- 애슈턴 선생님!
- 무슨 일이니?

 

마크 레이놀즈라는 분이
우체국으로 전화해서 찾았어요

 

- 안 받아요?
- 네

 

- 아무 말도 안 남겼나요?
- 네, 나중에 연락해볼게요

 

아뇨

 

그러실 거 없어요

 

혹시

 

또 전화하면 자료는 이미...

 

에번?

 

저 사람 누굴까요?

 

- 살금살금 다니던데요
- 저자요?

 

도시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더라고요

 

그래야죠

 

에드워드 미어스라고

 

엘리자베스를 밀고했던 자예요

 

밀고요?

 

한둘이 아녔죠

 

안녕하세요

 

전시엔 잘 나갔지만
덕분에 저렇게 됐죠

 

보세요

 

도시가 때렸다던 남자군요

 

아주 멋졌답니다

 

표라도 팔고 싶었죠

 

진정해요

 

새 재킷인가?

 

잘 먹고 잘 사는구먼

 

- 사업 수완이 좋거든요
- 무슨 사업인데?

 

엘리자베스를
밀고해서 얻은 거겠지

 

댁들이랑 무슨 상관인데?

 

애초에 독일에서 온 놈이었어

 

딸내미를 못 보낸 게 참 안타깝다

 

쳐 죽일 놈!

 

내가 틀린 말 했어?
네놈도 같이 즐겼나 보네

 

도시, 그만해요!

 

3주형을 선고받았지만
일주일 뒤 출소했어요

 

제가 대신 때려주고 싶었죠

 

그 후

 

저렇게 외톨이가 됐답니다

 

자업자득이죠

 

왜 킷이 어밀리아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사는 거예요?

 

엘리자베스가 제게 맡겼으니까요

 

왜요?

 

도시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돼지들아!

 

연행되던 날 밤
제 집에 찾아왔어요

 

노예 중 소년 한 명이

 

탈출했는데

 

그녀가 발견했더라고요

 

상처투성이에

 

병들어서

 

도움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킷을 제게 맡겼고

 

저는 그녀가

 

보급품을 받으러
가는 것만 지켜봤어요

 

통금 시간도 지났는데
돌아다니다 걸리면 큰일 나요

 

어쩔 수 없었어요

 

아기가 있는데 이러면 안 되죠!

 

저는 안 돼요, 데리고 나가요

 

- 빵 남은 거 있어요?
- 어밀리아나 이솔라한테 데려가요

 

20분만 봐줘요
빵 남은 거 있어요?

 

엘리자베스

 

당신은 남은 빵도
기꺼이 내줄 수 있으니

 

당신에게 맡기는 거예요

 

엘리자베스

 

- 엘리자베스!
- 도시, 돌아가서 아기 돌봐요!

 

아기가 있는데
위험을 감수하면 안 되죠!

 

이 아이도 누군가의 아들인데

 

모른 척하면 아이 엄마를
어떻게 보겠어요?

 

만날 일도 없잖아요!

 

안 도와주면 죽을 건데

 

- 모른 척하라고요?
- 네!

 

- 제발요!
- 안 돼요!

 

제가 갔다 올 테니
뭐가 필요한지 말해줘요

 

당신은 안 받아줄 거예요
금방 올게요

 

소년은 길가에서 총살당했고...

 

그 길로 엘리자베스도 연행됐어요

 

제가 말렸어야 했는데

 

방관한 거죠

 

당신 잘못 아니에요

 

- 제 잘못이에요
- 도시

 

이건 불공평해요

 

그녀가 한 선택 때문에

 

킷과 당신이 이렇게 됐다고요

 

혼자서 아이를 키우잖아요

 

전 킷을 사랑해요

 

무럭무럭 자라렴

 

사랑해요

 

엘리자베스는요?

 

줄리엣!

 

마크? 마크!

 

마크, 여긴 어쩐 일이에요?

 

- 처음 뵙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마크 레이놀즈입니다

 

도시 애덤스입니다

 

당신이 독서광이라는
그 양돈 농부군요?

 

반가워요

 

- 방해한 건 아니죠?
- 여기서 뭐 해요?

 

자꾸 그 말만 하면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잖아요

 

보고 싶으니 왔죠

 

정말이지

 

깜짝 놀랐어요

 

- 놀라서 그래요
- 어제 전화하려고 했어요

 

왜 이리 꾸물거리나 싶어서

 

직접 보러 왔답니다

 

근데 이제 알겠군요

 

섬이 참 아름답네요

 

제대로 된 꽃집을
찾기가 어려웠지만요

 

- 런던에서 가져온 거예요
- 아름다워요

 

고마워요

 

섬 구경 좀 시켜줄래요?

 

 

물론이죠

 

- 반가웠습니다
- 네

 

저기 있는 초록 집이
이솔라 씨 집인데

 

저기서 지내고 있었어요

 

저긴 정원도 있어요

 

반지는 잃어버렸어요?

 

아뇨

 

마음이 바뀐 건가요?

 

- 아뇨
- 그럼 왜 안 꼈어요?

 

잃어버릴까 두려워서요

 

얼마나 비싼지 모르니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 사실대로 말할게요
- 그래주면 고맙죠

 

마치

 

황금 왕관에 짓눌리는 기분이에요
아시겠어요?

 

제 복이

 

여기선 너무 화려한 것 같다고요

 

황금 왕관이 이 섬하고는
안 어울린다는 건가요?

 

아니면 양돈 농부하고요

 

이럴 거면 다시 가져가세요

 

잘 가지고 있나 궁금했던 거예요

 

바로 여기요

 

혹시 더 할 말 있어요?

 

알았어요

 

사실 제가 온 이유는...

 

마크가 알아보니 라벤스브뤼크
수용소로 이송됐대요

 

거기가 어디죠?

 

독일요

 

거기 목격자가 있었대요

 

그들 말로는

 

죽었다는데...

 

- 어떻게 죽었다는데요?
- 총살요

 

폭행당하던 한 소녀를

 

구하려고 했대요

 

엘리자베스가

 

경비의 곤봉을 빼앗아서
경비를 때렸대요

 

소녀는 살았지만

 

엘리자베스가 죽었대요

 

유감이에요

 

- 어디 가요, 도시?
- 킷에게 말하려고요

 

지금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무슨 생각요?
- 뭐라고 말할 건데요?

 

제가 말할게요

 

제가 하죠

 

잠깐만요

 

이리 오렴

 

고작 4살짜리 애가

 

뭘 알까요?

 

전 살 만큼 살았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하나도요!

 

이제 갑시다

 

시드니 오빠랑 서점 투어도
영원히 피할 순 없으니

 

- 언젠가 돌아가야 했어요
- 마크도 있잖아요

 

기다리다 지치게 하면 안 되죠

 

 

보다시피요

 

이제 남을 이유가 없죠?

 

없어요

 

제 삶은 런던에 있어요

 

그렇겠죠

 

당신이 가면 얼마나
외로울지 걱정이에요

 

하나뿐인 친구를 잃는 건
가슴 아픈 일이라고요

 

고맙다

 

유감이에요, 어밀리아

 

- 잘 가세요, 선생님
- 열심히 독서하렴

 

안녕히 계세요

 

보고 싶을 거예요

 

모두요

 

선생님 거예요

 

네가 가지렴

 

줄리엣, 먼저 타 있을게요

 

애덤스 씨, 반가웠습니다

 

잘 가요, 선생님

 

잘 있으렴, 킷

 

 

- 그래도 편지는 계속할 거죠?
- 그럼요

 

잘 있어요

 

잘 오셨어요, 시드니 씨

 

식음도 전폐하고
쥐 죽은듯이 있어요

 

어디 한번 봅시다

 

타자기 소리보다도
저 침묵이 더 무섭다니까요

 

그들 이야기를 쓰자

 

못 해요

 

약속했으니까요

 

줄리엣, 그건 알겠지만
이건 네 이야기야

 

나도 그래서 왔잖아
속으로 삭힐 수만은 없어

 

좋든 싫든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마음을 따른 거야

 

너도 그래야지

 

두려워요

 

제 필력이 부족하면 어쩌죠?

 

이제는

 

자신을 의심하는구나

 

진중함을 갈구하던 네가
못 하겠다고 하다니

 

내가 아는 너는 그 정도가 아니야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며

 

봐 왔던 너는

 

원하는 걸 이루는 사람이었어

 

용기가 있는 애였거든

 

기가 막히게 아름답네요

 

고마워요

 

이제

 

축배를 듭시다

 

우리를 위하여

 

줄리엣, 왜 그래요?

 

마크...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제가 잘못한 게

 

너무 일찍 데려온 거였나요?

 

아니면 애초에
안 보냈어야 했나요?

 

보낸 게 잘못 같군요

 

섬에 안 갔다 쳐도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

 

미안해요, 마크

 

절 사랑하긴 했나요?

 

함께했던 순간들을 사랑했어요

 

- 그리고 지금도...
- 지금은 아니잖아요

 

- 정말 미안해요
- 정말 유감이네요

 

지금 화난 것처럼

 

우리가 결혼한다 해도
절대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사랑한단 말을 안 하면 말이죠

 

이게 더 정확한 표현이죠

 

더 좋은 사람을 만나세요

 

당신이 주는 걸
모두 받을 수 있는 여자요

 

- 당신은 그럴 가치가 있어요
- 그렇고말고요

 

그건 장담해요

 

그럴 거예요

 

네, 하지만 여긴 아니네요
그럼 이만

 

잘 가요, 마크

 

안녕, 줄리엣

 

"타자기 용지
25% 면섬유 함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

 

제목 참 길구나

 

- 작가 이름은?
- 없어요

 

출판하면 안 되거든요

 

제가 아닌 다른 이의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요

 

오빠에게만 주는 거예요

 

고마워라

 

- 하지만요
- 응?

 

다른 책을 또 쓸 거예요

 

최대한 빨리요

 

듣던 중 제일 반가운 소리네

 

뭔가 개운해졌어요

 

이런 일을 겪은 게
집필 욕구를 돋웠달까요?

 

사업 얘기를 해보죠

 

사업 얘기? 좋지

 

들어보자

 

저한테 아직

 

돈 좀 남았을까요?

 

이런

 

아니

 

엄청 남아 돌지

 

돈이 좀 필요해요

 

사고 싶은 땅이 있거든요

 

물론 제가 살 수 있는지
가서 알아봐야죠

 

너 같은 여자는 누구든 환영할걸

 

저는 오빠가 있어서 행운인걸요

 

그렇지

 

이제 그만하자, 나도 바쁜 몸이야

 

 

그리고

 

신부와 함께 걸어주는 건
언제든 준비됐어

 

네가 할 때가 된다면 말이지

 

고마워요, 오빠

 

전부 다요

 

할아버지?

 

문학회 앞으로 온 거예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들에게"

 

줄리엣 선생님이 보냈네요

 

크게 읽어보세요

 

크게요

 

'도시, 어밀리아, 이솔라
에번, 일라이, 킷에게'

 

'저를 용서해주세요'

 

뭘요?

 

'우선'

 

'여러분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던 약속을'

 

'못 지키게 됐어요'

 

'신뢰를 깨버려서 죄송합니다'

 

'그다음'

 

'여기 이 사본은'

 

'여러분 것입니다'

 

'출판은 안 할 거예요'

 

'출판하려고 쓴 게 아니니까요'

 

'찰스 램은 대지라는 이름의
사막을 가로질러야'

 

'그리운 옛 얼굴들을 볼 수 있다고
표현했죠'

 

찰스 램 얘기군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그리운 얼굴들을 찾아

 

수년을 헤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 그리운 얼굴들은 바로...

 

여러분이었네요

 

'생면부지의 사람과도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요

 

'그렇다면'

 

'저와 여러분은'

 

'이미 그렇게 된 거예요'

 

'어쩌면 제가 그 문학회에서
저 자신을 발견한 걸지도요'

 

'가족이란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엘리자베스 이야기도요

 

그녀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녀 덕에 제 인생이 전환점을
맞이했단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죠

 

잘 지내시길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힘이
책에 깃들어 있다면

 

이 책도 그러리라 믿습니다

 

'사랑을 담아, 줄리엣'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킷에게 바칩니다"

 

제 이름이에요

 

그렇구나

 

- 읽어주세요
- 그래

 

일단 나중에

 

- 킷 돌봐주실 분?
- 저요

 

일라이, 부두까지 태워주겠니?
11시 배는 탈 수 있을 거야

 

- 어디 가려고요?
- 그녀 찾으러 런던으로요

 

도시, 그녀를 막아요

 

미국인과 결혼 못 하게요

 

- 결혼 안 할걸요
- 어떻게 알아요?

 

말해줬거든요

 

곧 올 테니
어밀리아 할머니와 지내렴

 

- 다녀오세요
- 그래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가자

 

돌아올 때를 위해서
케이크를 만들자꾸나

 

어밀리아, 안 읽어요?

 

남들 다 있는 앞에서
눈물 보일 순 없죠

 

실례합니다

 

죄송해요

 

"웨이머스 부두
우편선"

 

고맙습니다

 

도시

 

도시!

 

잠시만요, 도시!

 

죄송해요

 

죄송해요, 지나갈게요

 

도시!

 

도시!

 

도시!

 

줄리엣!

 

안녕하세요

 

어디 가려고요?

 

당신 찾으려고요

 

저요?

 

- 정말요?
- 네

 

마침 배에서 편지를 썼어요

 

빠뜨린 내용이 없나
확인하고 싶었어요

 

오래전에 이미 당신에게

 

해야했던 말들요

 

잘됐네요

 

어차피 저도 당신 찾으러
가려고 했었거든요

 

줄리엣

 

- 부디...
- 저랑 결혼할래요?

 

당신을 사랑해요

 

그거 물어보려고 했어요

 

세상에

 

 

좋아요

 

그런 거죠?

 

'허미아는 일어나자마자 곁에서
자고 있는 라이샌더를 바라보며'

 

'그의 변덕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이윽고 라이샌더도 눈을 뜨고
허미아를 바라보자'

 

'그는 요정의 마법으로 잃었던
제정신을 되찾았고'

 

'다시 허미아를 사랑하게 됐다'

 

"셰익스피어 선집
찰스 램, 메리 램"

 

'그들은 지금까지의 얘기를
밤새 주고받으며'

 

'자신들이 겪은 모험이
사실이었는지'

 

'아니면 둘 다 꿈을 꿨던 것인지
궁금해했다'

 

- 시작하세요
- 배고프댔잖아요

 

점심 먹을 시간이었어요
게다가 주인공이

 

'등대가 보인다, 다 왔어'
이렇게 말했고요

 

그건 알겠는데
이야기는 어디 있어요?

 

- 좀 들어요
- 단순 서술이

 

작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잖아요

 

- 알겠어요
- 버지니아 울프 거 읽어봐요

 

사건을 바라는 게
그렇게 심한 건가요?

 

이미 사건이 진행 중이잖아요
사람들의 내면에서요

 

사람들의 마음 때문에
배도 타는 거죠, 이솔라

 

에번

 

- '누구세요?'
- '난 불쌍한 벤 건이란다'

 

- '난파당했어요?'
- '그래, 난 혼자란다'

 

'3년 동안 염소를 먹고 살았어!'

 

- '3년 동안요?'
- '딸기와 굴도 먹긴 했지'

 

굴요?

 

'여러 밤을 치즈를 꿈꾸며 보냈다'

 

- '대부분은 술에 취해 있었지'
- 잘하셨어요, 할아버지

 

'두려울 거 없어요
섬에는 소리가 가득하거든요'

 

'기쁨을 전하는 듯한
소리와 달콤한 공기로요'

 

'때로는 수천 가지의 악기 소리가
때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 '귓가에 노래로 퍼진답니다'
- 좋아요

 

'저는 그이의 손을 꼭 잡고
제 입술에 가져갔습니다'

 

어머

 

'저희는 숲속을 지나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여러분, 저는 그와 결혼했습니다'

 

행복한 결말을 받을 사람은

 

- 바로...
- 저예요

 

'브라보!'

 

'당신 이름 어니스트 아니에요?
정말 많이 닮았어요'

 

'제가 봤던 이들 중
가장 어니스트랑 비슷하다니까요'

 

'어니스트가 아니라면
그건 모순이나 마찬가지예요!'

 

시드니 오빠, '브라보'!

 

- 시드니 씨, 파이 더 드시겠어요?
- 아뇨, 진만 주세요

 

- 오빠!
- 제게 맡겨요

 

'3살 때 기억은 거의 없다
4살 때도 별로 기억이 안 난다'

 

- '5살 땐... 활기가 넘쳤다'
- 활기, 그래

 

'6살인 지금은 똑...'

 

- 똑똑하다
- '똑똑하다'

 

- '그러니 난 6살로...'
- 영원히 살 거다

 

- '영원히 살 거다'
- 정말 잘했구나!

 

자 막 : 원 종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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