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처음 생겼을 때는
아무도 처음이라는 걸 알 수 없었죠

 

모든 것들은
그냥 생겨난 거예요

 

그러고 나서는 모든 게
갑자기 사라져버렸죠

 

세상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르게 변했답니다

 

처음에는 12사도밖에 없었어요

 

여섯 사도들을 발견하기 전
세상이 좋아지기 이전에는요

 

여러분께 들려드릴 이야기는
부모님과 살 때부터의 이야기예요

 

이웃집에 신이 산다
(2015)

 

신은 존재해요
여기, 브뤼셀에 살고 있죠

 

브뤼셀

 

형편 없는 인간이에요
부인과 딸에게는 정말 개차반이죠

 

아들인 예수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딸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어요

 

제가 신의 딸이랍니다
예수 오빠 동생이죠

 

이 사람이 제 아빠예요
하느님이죠

 

세상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답니다

 

최초에 브뤼셀을 만들었어요

 

창세기

 

아빠는 몇 가지를 창조했어요
피조물들도 만들었죠

 

하지만 그렇게 녹녹치 않았어요

 

뭔가 잘못 됐어

 

그래서 아빠는 자신의 모습을 본따서
아담을 만들었죠

 

아담을 만들고 나서
만족해했어요

 

오, 아주 좋아!
아주 좋아!

 

에녹은 이랏을 낳고
이랏은 므흐야엘을 낳았어요

 

므흐야엘은 메투스카엘을 낳고
멧투스카엘은 라메크를 낳았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때가 모든 게 시작된 때였어요

 

아빠는 자기 이름으로
서로를 싸우게 만들었어요

 

주님를 위하여!

 

알라신을 위하여!

 

바알신을 위하여!

 

자! 이제 어떻게 된 건지
좀 이해가 되실 거예요

 

이게 저예요
이름은 에아라고 해요

 

여기가 제가 태어난 곳이죠
10년 동안 갇혀 지낸 곳이기도 하고요

 

여기는 입구도
출구도 없는 곳이에요

 

방 세 개짜리 아파트죠
빌트인 부엌과 세탁기도 있어요

 

아빠 사무실은
절대 출입금지예요

 

스포츠 경기를 제외하고는
TV 보는 것도 금지예요

 

우리 엄마예요, 불행한 여자죠
맨날 아빠한테 혼나요

 

엄마는 찍 소리도 못 해요

 

한가할 때는 수를 놓고
아니면 야구게임 카드를 모으는 게 취미죠

 

자! 18개를 다 만들었네

 

이제 다 모았군

 

음식은 가족과 함께
식탁에서 먹는 거야

 

시키는 대로 해!
여긴 내 집이라고!

 

뭐?
애비가 보면 안 되냐?

 

네 번째 접시는 치워
그런다고 그놈이 돌아오지 않아

 

혹시 모르잖아요

 

내 오른쪽 자리는
절대 안 돼

 

전에도 얘기했잖아
엄청 귀찮네

 

그만해

 

그만!
네 오빠 닮아가냐?

 

아빠는 못하니까 그런 거지

 

난 그런 능력이 필요 없거든

 

우리 아빠는 거지 같은 곳에 살아요
절대 떠나질 않죠

 

거지 같은 삶을 살았고
엄마를 사랑한 적도 없어요

 

직접 자기 손으로
뭘 창조하는 것도 못해요

 

조용해!
일하는 중이야!

 

아빠는 모든 걸 잊고
놀 만한 뭔가가 필요했어요

 

인간성이라는 아이디어에
착안한 때였죠

 

자기 장난감으로 사람들을
고통 받고 싸우게 만들었어요

 

세상은 비극으로 넘쳐났고
행복은 사라졌죠

 

사람들은 희망을 잃어갔어요

 

아빠는 8년 동안을 그러고 놀았어요
세상은 아빠 뜻대로 돌아갔어요

 

아빠는 나름
탄력이 붙었어요

 

이후로는 점점 심해져서

 

어처구니없는
'보편 짜증 유발의 법칙'도 만들었어요

 

이 법칙을 만들어야 해

 

2127조 : 아침에 깼다가 다시 잠들 땐

 

반드시 10분 이상일 것

 

2129조

 

옷 벗고 욕조에 들어가기만 하면

 

꼭 전화벨이 울릴 것

 

2125조

 

식빵을 떨어뜨릴 경우
반드시 잼 바른 쪽이 바닥으로 향할 것

 

아니면 잼을 바르고 보면
꼭 빵의 겉면일 것

 

2126조 : 접시들은 반드시

 

설겆이한 후에 깨질 것

 

2218조

 

내가 선 줄보다
항상 옆줄이 빠를 것

 

2231조

 

짜증나는 상황은 꼭
한꺼번에 닥칠 것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
보지 마라

 

아빠가 하는 일들은
정말 역겨워

 

뭐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빠 즐겁자고 사람들을 괴롭히잖아

 

- 내 방에 들어갔었냐?
- 아빤 정말 쓰레기야

 

내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 아빤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 이리 안 와?

 

네 버릇을 고쳐주마
잘 봐라!

 

얼마나 열받는지 모르지?

 

한 번만 더 그러면
죽여버릴 테니!

 

바로 그 순간
난 결심했어요

 

아마 10살이 뭔가를 결정해야 할
한계인 것같아요, 잘은 모르겠지만

 

암튼, 내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어요

 

아빠보다 나은 일을
해야 한다고

 

그치만 우선, 난 아빠를
괴롭히고 싶었어요

 

내 인생을 망친 것처럼
아빠도 고통받았으면 좋겠어요

 

이게 분노라는 거겠죠

 

하지만 우선 해야 하는 건

 

여기를 떠나는 거예요

 

대탈출

 

저기, 오빠, JC

 

- 우리 동생 웬일이냐?
- 여기서 도망칠 수 있게 도와줘

 

- 혼잣말 들었어, 엄마는 뭐라시니?
- 걱정하지 마, 별일 없을 거야

 

엄마 일어날 시간인데

 

오빠처럼 하고 싶어
날 도와줄 사도들을 찾아보려고

 

사도들이라! 좋은 생각인걸
12명 찾았는데, 약간 많기는 하지만

 

12가 좋은 숫자라고 생각했거든
하키팀처럼 말이야

 

엄마는 숫자 18을 좋아해
야구가 18명이 하는 게임이라서 그런 듯

 

난 몇 명 정도가 좋을까?

 

6명 골라봐, 12명과 합쳐서 18명이잖아
야구팀 멤버 수가 되겠네

 

사도를 어떻게 고를까?

 

네 느낌을 따라가봐
꼭 이유를 만들어야 할 필요는 없어

 

아무나 6명을 골라, 기적을 보여줘
그럼 끝이야

 

난 기적을 못 일으켜

 

아주 작은 거면 돼
복잡한 거 필요 없어

 

그러고 나서 6명을 데리고
새로운 신약성서를 쓰면 돼

 

- 내 얘기를 쓰는 건 싫은데
- 그럼 그들의 이야기를 쓰게 해

 

사도들이 쓴 이야기로 만들어진
새로운 신약성서

 

완전히 새로운 성서가 될 거야

 

그치만 오빠
난 글 못 쓰는데

 

쓸 줄 아는 사람을 시켜
내 것도 내가 안 썼어

 

도망치는 건 말야
미리 세탁기 해킹해 놨거든

 

모드를 '합성섬유 세탁'으로 맞춰

 

온도는 40도
회전 수는 1,200rpm으로

 

그러면 통로가 만들어질 거야
몇 시간 후면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거지

 

고마워, 오빠
멋져

 

잊지 마, 컴퓨터만 없으면
아빠는 허당이야

 

1, 2, 3, 4, 5, 6

 

탄생 / 죽음

 

계시
재앙 모음

 

남자 / 여자
접근금지

 

사망일
절대 기밀

 

출생일 / 사망일

 

사망일을 전송할까요?

 

브놔, 당신은
14년 6개월 4일 후에 죽습니다

 

로베르, 당신은
지금 죽습니다

 

윌리, 당신은
54일 후에 죽습니다

 

장 끌로드, 당신은
12년 9개월 5일 후에 죽습니다

 

올레리, 당신은
11년 6개월 27일 후에 죽습니다

 

마크, 당신은
83일 후에 죽습니다

 

프랑소와, 당신은
25년 3개월 8일 후에 죽습니다

 

마틴, 당신은
5년 2개월 17일 후에 죽습니다

 

- 저기, 오빠
- 파일은 찾았니?

 

모든 사람들한테
죽는 날짜 보냈어

 

이제 아빠는 완전 망했다

 

아마 돌아버릴걸
멋진 아이디어야!

 

죽는 날짜를 미리 알려준다

 

죽이는데!

 

아직 전송된 문자가
단순한 장난인지

 

진실로 밝혀질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사람들 죽는 날짜를
미리 맞춘다고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전 믿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도 우연의 일치인지
계속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희생자의 사망 예측일에
정확히 맞추어서

 

화물기에서 냉장고가
떨어져서 깔려 죽었습니다

 

앙드레, 당신은
2분 후에 죽습니다

 

오늘은 평범한 한 남자에게는
특별한 날입니다

 

지난 밤에 앞으로 장수할 거라고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죠

 

앞으로 102년 남았다!
아싸! 최고기록!

 

SNS를 통해서 급속히
전파되고 있습니다

 

안녕, 케빈! 나 앞으로
62년 더 살 수 있대, 62년!

 

테스트!

 

- 이런!
- 자기, 자기야!

 

아무리 최신기술이 발달했어도

 

사람의 수명은 여러가지
예측 불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미리 수명을 정하는 건
불가능하죠

 

12년 4개월 남았다는구나

 

당신은 며칠 남았소?

 

64일이라니

 

이건 불공평해!

 

할아버지를 돌본 세월만 수년인데
할아버지가 나보다 오래 살다니요

 

에아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일터에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라는 문구가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문자를 받고
달라진 게 뭔가요?

 

아무것도 바뀐 건 없습니다
그대로 살던 대로 사는 거죠

 

로살리
10개월 12일 남음

 

조지 : 16년 11개월 21일 남음

 

엄마!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대부분의 분쟁지역에서
전쟁이 멈췄습니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던 곳에도

 

사망예측일이 전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이런!
이게 뭐야?

 

한편 SNS에는
이런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전 바트라고 합니다
앞으로 살 날이 12년 남았죠

 

앞으로 성냥개비로
타이타닉호를 만들 생각입니다

 

이런!

 

이름은 헨리
앞으로 6년 남았습니다

 

전 앞으로
수자폰을 배울 생각입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이런!
이게 대체?

 

에아!

 

당장 이리 와서
내 컴퓨터 고쳐놔!

 

문 열어!

 

에아!

 

돌아와!
아빠 화 안 났어

 

에아!

 

피쉬 버거를 먹었구나

 

- 뭐라고요?
- 네가 먹은 거 말야, 피쉬 버거

 

죽은 고래 고기가 들어있어

 

고래가 죽어서 해변으로 쓸려오면
사람들은 그걸 팔아서 이익을 남기지

 

그러면 그걸로
피쉬 버거를 만든단다

 

할아버지
글 쓸 줄 알아요?

 

- 조금
- 그러면 할아버지가 도와줘요

 

여기 써진 주소로
절 데려다줘요

 

난 시간 없다
시간 없다고

 

왜 자꾸 따라오는 거야?

 

난 혼자 다녀
저리 가!

 

난 난독증도 있단다
잘 못 읽어

 

전 글을 못 써요
읽을 줄도 몰라요

 

그러면 쓰는 걸 배워
나처럼 부랑자꼴이 되고 싶냐?

 

나한테 바라는 게 뭔데?

 

- 새로운 신약성서요
- 뭣 땜에?

 

- 물을 와인으로 바꿀 줄 아니?
- 아뇨

 

- 물 위를 걸을 수 있어?
- 아뇨

 

그러면 멀리는 못 가겠군

 

이 할아버지 이름은
빅터예요

 

소금이나, 마늘
레몬 같은 땀 냄새가 나죠

 

늙은 뱀 같은
살결을 갖고 있어요

 

마치 디저트 바에서
피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딱 아빠 같은 살결이었어요

 

저게 뭐예요?

 

소각로란다

 

예뻐 보여요
저런 거 더 많이 있을 거예요

 

- 천국에 가봤어요?
- 천국?

 

네, 이 근처예요

 

천국이 있다면, 완전 엉망이지
내가 만드는 게 백 배 낫겠다

 

- 천국은 죽은 후에만 갈 수 있는 거야
- 아니에요, 죽으면 아무것도 없어요

 

천국은 여기에 있어요
아담도 있었고, 오빠도 여기 왔었어요

 

- 하지만 오빠는 자살했죠
- 얘기했잖니

 

- 네 오빠 이름은 뭐니?
- JC예요

 

JC?
J.C. 반담 같은 거냐?

 

- 누구요?
- 장 끌로드 반담

 

드래곤 아이즈
더블 임팩트

 

더블 임팩트 못 봤어?

 

유니버셜 솔져도?

 

영화도 안 보고 사는구나
정말 이상한 아이로군

 

-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 당신도 가시게요?

 

애를 찾아야지
반드시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해

 

한 번도 인간세상에
간 적 없잖아요, 위험할 텐데

 

딸이 무슨 짓을 한지 몰라?

 

딸이 인간들 죽는 날을
다 까발렸다고!

 

이걸 어떻게 바로 잡아?
내 컴퓨터까지 망가뜨리고 갔는데

 

아직도 모르겠어?
전에는

 

내가 인간들 약점을 쥐고 있었잖아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서로 싸우고
불안해 하고, 알아들어?

 

근데 지금은 뭐야! 쟤들이 다 알잖아
그러니까 내 말을 더 이상 듣겠냐고

 

인간들은 남은 시간 동안
제 멋대로 행동할 거란 말야

 

알아들어, 응?

 

제 오빠처럼 말도 안 되는
환상에 젖을지 누가 알겠어?

 

우유잔에 마술이나 부리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나 알아?

 

인간들에게 그런 똥통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상상해봐

 

저, 음...
전...

 

모르겠지?
그치? 당신은 몰라

 

당신은 전혀 이해 못해

 

이해를 못하니까
말도 못하지

 

왜 아무것도 이해를 못할까?
아무 생각이 없으니까 그렇지

 

당신이 뭔 생각이 있겠어?
고작 자수나 야구게임에만 관심있지

 

지랄 같은 야구!

 

이런!

 

난 간다

 

밀어!

 

여기군요

 

여보세요?

 

저기요, 당신 팔하고
지하철 때문에 왔어요

 

오렐리 복음

 

첫 번째 사도 이름은
오렐리였어요

 

그녀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까 고민하던 중

 

그냥 이전에 살던 그대로
살기로 결심했어요

 

오렐리는 착한 여자예요
이상하게도 혼자 살고 있죠

 

오렐리는 연인이고, 여우이며
폭탄이고, 또 훌륭한 한 부분이죠

 

빌딩의 도어 매트 같은 존재예요

 

그녀의 엄마는 독일인이고
아빠는 아무도 어디 사람인지 몰라요

 

백옥같은 피부색과
검은 머리칼로 미루어 볼 때

 

북유럽 어디에선가
왔지 싶어요

 

암튼 완벽한 혼혈이죠

 

하지만, 하얀 피부와
검은 머릿결도

 

아기를 만들기에
충분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려면 마치 진주가
대리석 계단에 떨어지는

 

소리같은 웃음이
필요하죠

 

어떤 건물의 7명의 남자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어요

 

그중 2명은 80살도 더 된
할아버지들이고

 

나머지는 10살 이하였죠

 

218명이 그녀랑
자고 싶어했어요

 

다른 여자들에게는
창녀 취급을 받았죠

 

아직도 오렐리는
혼자예요

 

그리고, 그녀의 마음은
따뜻한 마음은

 

타나 남은
작은 잿덩이처럼 슬펐죠

 

내 나이 7살에
지하철에서 팔을 잃었어요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는
묻지 마세요

 

난 그저 여기 있고
내 팔은 사라졌어요

 

팔이 있던 자리에는
600그램 실리콘이 자리잡았어요

 

넌 누구니?

 

우리 아빠는
신이에요

 

아빠 집에서 도망쳐왔어요

 

6명의 사도를 찾고 있어요
언니가 첫 번째죠

 

저분은?

 

빅터예요
새로운 신약성서를 쓰고 있어요

 

언니에 대해 말해주세요

 

나에 대해?
글쎄

 

어느날 혼자 있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왔어

 

노숙자 스타일이었는데

 

두 눈은 붉은 고깃덩어리처럼 빨갰고

 

술 냄새와 썩은 고기
땀과 오줌이 섞인 냄새가 났었지

 

마치 양조장에 있는
죽은 낙타 냄새 같았어

 

그 남자가 다가오자
난 생각했지

 

돈을 바라나
아니면 칼을 꺼내들까

 

아니면 성기를 꺼내서
보여줄까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는 내게 가까이 다가왔고

 

내게 뭔가를 말하려고
한다는 걸 깨달았어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난 웃음을 보여줬지

 

그 남자가 말했어

 

그 남자 목소리는
마치 30명이 호두를 깨는 소리 같았어

 

그 남자가 말하길

 

아가씨

 

삶이란
스케이트 링크장 같은 것이야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지

 

많은 사람들이 넘어져

 

스케이트 링크장을 어떻게 쓰지?
T가 둘인가, N이 둘인가?

 

그의 말이 뇌리에 박혔어

 

가끔,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그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

 

언니는 젊나요, 늙었나요?

 

난 아직 젊어

 

솔직히 모르겠어

 

- 언니 엄마는 젊어요, 늙었어요?
- 늙었지

 

- 언니 엄마가 어렸을 때 기억나요?
- 아니

 

왜요?

 

내가 태어나기 전이니까

 

- 언니도 늙겠죠?
- 난 그전에 죽을 거야

 

뭐하는 거야?

 

사람들의 눈물을
모으고 있어요

 

난 어떻게 우는지 몰라요
난 못하는 게 많아요

 

하지만 사람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저마다 각자의 음악이 있어요

 

언니 음악이 뭔지 알려줄까요?

 

 

'헨델'이에요
아름다음 음악이죠

 

오늘 밤 언니를 위해서
꿈을 만들어줄게요

 

할아버지는 언제
죽는 줄 알아요?

 

몰라
난 핸드폰이 없거든

 

두 번째 사도는
집에 없었어요

 

장 끌로드 복음

 

오랜 세월 동안, 장 끌로드는
세계에서 저명한

 

위대한 모험가였어요

 

그리던 어느날, 어떻게 된 건지
모든 게 끝나버렸죠

 

그후 그의 인생은
보잘것없어졌어요

 

그걸 현실이라 부른단다
형편없는 것이지

 

장 끌로드는 지하 2층 쇼핑 센터의
부매니저로 일하게 되었어요

 

이후 그는 열심히 한 계단
한 계단 노력했어요

 

감사실의 예산 담당
매니저가 되고 싶어했죠

 

숫자를 다룬다는 얘기지

 

장 끌로드, 58세

 

독신이고, 아이 없고

 

장 끌로드는 보잘것없는
소심한 삶을 살았어요

 

보잘것없는 일을 위해
인생을 허비했어요

 

남은 삶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았을 때

 

그는 벤치에 앉아서
절대 움직이지 않기로 결심했죠

 

만약 세상에 공기가 없다면
나는 새들은 떨어질까?

 

모르겠어요
물고기들은 어떻게 숨을 쉬죠?

 

아가미로 숨을 쉬지

 

기록해둬야겠군

 

- 나도 아가미를 가질 수 있어요?
- 안 돼, 넌 아이니까

 

아이는 뭐가 되죠?

 

부모가 되겠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 아저씨 엄마는 어떻게 됐어요?
- 돌아가셨어

 

왜요?

 

늙어서 돌아가신 거야

 

- 그럼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되죠?
- 죽지

 

아저씨의 음악은
'라무'예요

 

얘가 아저씨를 좋아한대요

 

그럼 왜 다른 곳에 가지 않고
계속 여기 있는 거래니?

 

얘가 아저씨한테
같은 질문을 하고 싶대요

 

가버렸구나

 

저렇게 떠나버리면
심각한 문제 아니니?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서로 알게되는 게 중요한 거죠

 

실례지만

 

검은 머리에 약해 보이는
여자아이를 찾고 있는데

 

이게 뭐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오, 내가 이랬지
젠장!

 

에아!
에아!

 

거기 당신, 떠돌이!

 

거기서 뭐하는 게야?
쓰레기통에서 뭘 먹고 있어?

 

검은 머리 여자애를
찾고 있네만

 

쓰레기통 뒤져 먹으면
안 돼

 

쓰레기는 당신 게 아니거든
냄새 한번 고약하군

 

피가 난다
내가 피를 흘려!

 

내가 네 얼굴을 작살냈으니
당연하지

 

이 사람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차 두 대 사이에서 발견했어요

 

이렇게 하면 아픈가요?

 

당연히 아프지
팔목을 삔 거라니까!

 

내가 창조했으니까 잘 알지
편두통도 내가 만든 거란 말야!

 

- 몰핀이나 갖고 와
- 선생님, 쉽게 되지 않아요

 

뭐? 너한테 진절머리 난다
더 열받게 하지 마!

 

- 이리 내, 배고프구나
- 당신, 미쳤어?

 

성도착자 복음

 

세 번째 사도 이름은
마크였어요

 

그는 자신을
'성도착자'라고 부르죠

 

♪ 나를 바꿔줘요 ♪

 

♪ 날 바꿔주고 싶나요 ♪

 

♪ 노력하는 것보다 날 바꾸는 게
훨씬 쉬워요 ♪

 

마크는 거의
자신의 부모를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가끔 부모를 떠올릴 때면
늘 같은 추억을 떠올리곤 하죠

 

캐러밴 캠핑카
'콤테즈'가 생각나요

 

부모님이 10년 할부로
구입한 모델이죠

 

꽤 큰 공간, 비누와 썬 크림
토마토 소스 냄새가 났죠

 

항균 커튼도 달려있었고요

 

'망가델마메노르' 백사장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들을 수 있었어요

 

난 9살이에요
내 삶은 3년 전에 바뀌었어요

 

맛있고 기다란
사탕 같이 달콤한 롱다리

 

청록색의 비키니 수영복

 

관심인지 경멸인지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어요

 

그녀를 갖고 싶었어요
난 바보같은 웃음을 지었지요

 

그녀는 독일인의 딸이었어요

 

물론 난, 어린 시절의
다른 기억도 많이 있지만

 

한 가지 이상한 건, 모든 기억 속에
약간의 슬픔이 있다는 거예요

 

내 눈썹 보이죠?
뭔가 애쓰려는 표정이에요

 

자연스럽게
난 노력하고 있는 중이고요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올 듯한
모든 이미지들을 지우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런 이미지들은
새하얀 거실 벽을 더럽히려고 하죠

 

2년 동안 그 잘빠진 다리의
소녀에 대한 이미지

 

그녀의 눈에 비친 경멸과
그녀의 강렬한 청록색 비키니

 

그런 것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다른 여자애들의
이미지도 떠올랐어요

 

미용실 딸

 

귀여운 코와 꽉 끼는 바지

 

- 빵가게 딸
- 예쁜 눈망울

 

마치 방금까지 울다가
온 듯한 슬픈 눈망울

 

캐시, 이웃집 딸

 

무척 소심했지만 말할 때는
타이어 터지는 소리를 냈죠

 

차 박았어요, 아빠
차 박았어!

 

아이들은 뭐가 되나요?

 

어른이 되겠지

 

그러면 어른들은
어떻게 돼요?

 

아이를 갖기도 하겠지

 

아이를 가질 거예요?

 

시간이 없구나, 83일 남았는데
우선 여자를 만나야 하는데

 

여자를 보고
웃음을 지으세요

 

여자가 슬픈 얘기를
하는 게 아니면요

 

레슨 2, 여자가 자기 머리카락을
만지면 얘기하세요

 

당신 헤어스타일이 맘에 들어요
아주 자연스럽네요

 

당신 헤어스타일이 맘에 들어요
아주 자연스럽네요

 

- 당신은 다른 여자와는 다르군요
- 당신은 다른 여자와는 다르군요

 

당신 헤어스타일이 아주 맘에 들어요
아주 자연스럽네요

 

그는 살 날이 83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서는

 

시간이 너무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루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죠

 

결심했어
내 남은 돈을 다 써버려야겠어

 

18,000유로
남은 인생 83일

 

하루당 200 유로를 쓰고
나머지는 음식값으로

 

모든 게 여기 있었군

 

같은 시간에
손에 잡힐 듯 가까워

 

아직 멀었어

 

난 모든 걸 원해
모든 걸

 

인생은 기적과 같은 거야

 

날짜야! 지나가거라!
날 죽음으로 인도해줘

 

아무것도 상관없어
내 삶은 내 꿈대로 이루어질 테니까

 

내 생에 단 하루도
행복으로 가득찬 날이 없었어

 

신선한 과일 맛이랄까
거대한 미스테리 여행의 맛이랄까

 

짠맛이 나는 날
무한한 아름다움의 날

 

내가 돈을 다 써버리기
전까지는 말이지

 

하루 200유로는
약간 적어

 

짠맛이 나는 날
액센트를 어디에 붙여야 하는 건가?

 

- 인간 세상은 모든 게 공짜가 아니죠?
- 나도 몰라

 

아저씨의 음악은
퍼셀의 '오솔리튜드'예요

 

아저씨 같은 목소리를 위해 작곡되었어요
목소리가 아주 좋아요

 

아저씨 목소리로
돈도 벌 수 있을 거예요

 

테스트, 1, 2, 3
테스트

 

- 좋아요, 'H'가 보이면 시작하죠
- 네

 

- 아, 오!
- 아, 아!

 

- 더, 더!
- 그래, 좋아!

 

그래, 좋아, 좋아!

 

- 휼륭해! 오, 좋아!
- 아, 아!

 

OK, 아주 좋았어요
이제 역할을 바꿔보죠

 

아, 프로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오랫동안 난 일찍 잠에 들었다"

 

난 특히 엘스티를 좋아해요

 

그가 진실로
앙드레를 좋아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니면 그저 알버틴을
질투하게 하려고 한 건지

 

스퍼드를 그냥
스퍼드로 부르나요?

 

뭐라고요?

 

발음이 정확한지 잘 몰라서

 

- 프로스트 작품에는 슬픔이 있어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의 두 번째 작품
'고추가루'에 보면

 

불 속에서 도너츠를
꺼내는 이야기가 나와요

 

말투가 듣기 좋은데요

 

프랑스어가 좀 서툴러요
말투가 좀 이상하죠

 

"스퍼드를 스퍼드로 부르나요?"는
아주 사랑스런 말투였어요

 

그래요? 다른 분한테도
그렇게 얘기해주나요?

 

아뇨

 

- 망가델마메노르
- 뭐라고요?

 

망가델마메노르

 

캠핑장요
해변에 있는

 

그 어린아이가 나였어요
다스 크레이네 킨드, 다스 바 이치

 

- 정말요?
- 네

 

- 그게 당신이었다고요?
- 네

 

정말 반갑네요

 

혹시 저...

 

그래요

 

심장이 어린애처럼 뛰네요

 

나도요

 

- 잘 자요
- 잘 자요

 

2, 3, 4,
5, 6, 7...

 

13, 14, 15!

 

이봐! 저리 꺼져
줄을 서라고!

 

- 이 줄이 더 빠른데
- 저 뒤로 줄 서

 

안 돼, 안 돼

 

난 하느님이야!

 

얼굴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광채가 나는 평안한 모습이죠

 

신이 말씀하셨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라'

 

- 난 그런 적 없는데
- 뭐라고요?

 

- 내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 아뇨, 그게 아니라...

 

난 나를 혐오해, 그런 말 절대 안 하지
아마 차라리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혐오해라'가
더 좋지 싶은데

 

근데 저기 있는 저놈이

 

홀라당 다 망쳐버렸어

 

저놈이 대충 만든 거지
자기 멋대로 만든 거야, 알겠어?

 

내가 쟤 아빠거든

 

내가 이 거지 같은
세상을 창조했지

 

넌 좋은 사람인가, 응?

 

-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냐고?
- 노력 중입니다

 

넌 몽상가에 불과해

 

뤼도빅

 

네 엄마는 네가 5살 때
죽었지, 맞지?

 

넌 슬픔에 잠겼을 테고

 

이후 넌 소아마비를 겪었고

 

불쌍한 뤼도빅
한쪽 다리가 짧구나

 

슬픈 일이로세!

 

그리고 귀여운 세실리아
기억하지?

 

오! 사랑스런 세실리아!

 

넌 그애와 사랑에 빠졌지
진심으로 사랑했지, 그렇지?

 

그애한테 꽃다발을 줬을 때
너한테 어떻게 했지? 비웃었지!

 

너처럼 소심하고, 자전거도 못 타는
한심한 놈을 누가 좋아하겠나?

 

한쪽 다리가 짧으니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가 있겠나

 

내가 신이니까 모든 걸 다 아는 거야
알아들었니?

 

저기 걸려있는 놈은
아무것도 아니야

 

저놈이 유일하게 성공한 건

 

올빼미처럼 옷걸이 같은 곳에
스스로 못 박힌 것뿐이지

 

난 하느님이야!
너 돌았냐?

 

암살자 복음

 

네 번째 사도의 이름은
프랑소와였어요

 

모든 사람들이 남은 인생을
문자로 받고 있을 때

 

프랑소와는 저격총을 샀죠

 

만일 사람을 조준해서
쐈는데 빗나갔다면

 

그건 그 사람이 죽을 때가
되지 않은 거예요

 

살인을 성공하더라도
그의 잘못이 아닌 게 되죠

 

기록에 남겼죠
프랑소와는 단지 운명의 사자일 뿐이다

 

그는 죽음을 사랑했어요

 

장례식도 좋아했죠

 

그는 절대 울지 않았어요
슬퍼하지도 않았죠

 

그는 자신을
암살자라고 불렀어요

 

그는 갖고 있는
명단대로 암살을 했죠

 

개미 : 숫자, 모름

 

파리 : 숫자, 모름

 

나비 : 6마리

 

그가 죽인 것들

 

사촌이 갖고 있던 생쥐들과

 

두 마리 앵무새는

 

먹이에 몰래
염산을 타서 죽였어요

 

그는 자신이 타고난
암살자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에 대해 잘 알았죠

 

그 시기에 깨달았어요
넓은 세상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동시에 그는
위대한 선구자가 되었어요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자

 

난 내가 살인자란 걸
알고 있었어요

 

생명을 거두려고 세상에 왔고
어쩔 수 없는 본능이죠

 

내 머리 색, 생긴 모습
타고난 유전자하며 영락없는

 

암살자죠

 

나의 관심과 존재 이유
나의 천직은

 

암살자예요

 

암살자는
41살이 되었어요

 

여기서 알아야 할
중요한 점은

 

캐서린이란 부인이
있다는 거예요

 

둘 사이에는
'그레고리'라는 아들도 있었죠

 

캐서린은 남편이
암살자라는 걸 몰라요

 

그녀는 낮엔 신랑을
'체리'라고 불렀죠

 

보통 전화할 때나
친구들과 있을 때 쓰는 말이에요

 

가끔은 저녁시간에
'귀여운 토끼'라고도 불러요

 

아니면 '프랑소와'라고
싸울 때 심각하게 부르기도 해요

 

프랑소와는 '법칙 1522조'의
수많은 희생자 중 한 명이기도 해요

 

아빠가 만든 법칙이죠

 

만일 어느날
남자가 사랑에 빠진다면

 

이루어질지니

 

상대 여자와
일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프랑소와는 생명보험 영업사원이었는데
어느날 문득 깨달았어요

 

자신의 일이
아무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당신의 마지막 인생을 위하여
50가지 운명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세요

 

이전의 아픔은 모두 잊고
마지막을 준비하세요

 

안녕하세요?
여긴 다시 케빈입니다

 

왜 사람들을 쏘나요?

 

쏜 사람이 죽는다면 내 탓이 아니야
오늘 죽을 운명인 거지

 

빗맞는다면

 

오늘이 죽을 날짜가
아니란 거고

 

- 총에 총알은 있어요?
- 아니, 아직

 

말할 게 있어요
이건 아저씨 잘못이 아니에요

 

내가 다 망친 거예요
내가 죽는 날짜를 모두 알려줬어요

 

아빠한테 복수하고 싶었어요

 

도움이 될 줄 알았어요
여섯 사도를 찾고 있고요

 

아저씨가 네 번째예요

 

아저씨의 음악은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예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음악이에요
헨델 곡하고도 잘 어울려요

 

밤색 머리의
젊은 여자를 쏴봐요

 

해봐요

 

6초 후에 지나갈 거예요

 

악어 한 마리, 악어 두 마리
악어 세 마리

 

악어 네 마리, 악어 다섯 마리
악어 여섯 마리

 

- 어떻게 할 거니?
- 저 여자예요, 쏴요

 

쏴!
쏘라고요!

 

어떻게 된 거지?

 

기적이야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사랑하지 않아요
사랑하지 않는다고

 

 

좀 피곤할 뿐이야

 

실례지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난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요
기혼이지만 마누라를 사랑하지 않아요

 

아들도 있지만 사랑하지 않고
부모님도 사랑해본 적이 없어요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예외군요

 

당신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겁니다

 

날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어요

 

그러면 난 혼자 살 겁니다
죽을 때까지 당신만을 매일 생각하면서

 

꽃다발에
내 전화번호를 남겨놨어요

 

댁한테 전화할 거예요

 

13, 14, 15, 16

 

안녕하세요?
다시 케빈입니다

 

앞으로 62년 남았죠!

 

마틴 복음

 

다섯 번째 사도의 이름은
마틴이었어요

 

처음 그녀가 어렸을 적
아름다운 땅에 살고 있을 때는

 

그녀의 마음은 거의 감성적이고
향기로움으로 가득차 있었죠

 

아름다운 사랑을
떠올리게 했죠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바뀌었어요

 

마틴, 당신은 앞으로
5년 2개월 17일 동안 살 수 있습니다

 

- 오늘 밤 집에 못 와
- 뭐라고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어

 

안녕하세요? 부인
커피 한잔 어때요?

 

남편이 돌아왔어요

 

앞으로 39년을 살 수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했죠

 

난 5년밖에 안 남았다고 했죠
남편은 안심하는 듯했어요

 

200유로
좋아요?

 

머릿결이 아름답네요, 부인

 

고마워, 부인이라는 말 좀
뺄 수 없니?

 

눈도 아주 예쁘네요

 

고마워
이름이 뭐니?

 

필립이라고 해요

 

아, 그렇구나

 

쳐다보지 마

 

난 사람들을 볼 때
그들의 음악을 들어요

 

세상사람 모두는
각자의 음악이 있죠

 

아줌마는

 

율리우스 푸치크의
서커스 음악이 어울려요

 

얘가 아줌마를 좋아한대요

 

나한테 처음으로
아름다운 일이 생겼네

 

날 행복하게 하는
아주 사랑스러운 사랑의 징표

 

신경 쓰지 마
내가 만든 거야

 

편하게 지내
마실 것 좀 줄까?

 

안에 들어가서
주무시지 그래요?

 

별을 보지 않으면
잠을 못 자요

 

빅터 할아버지는 6개월 동안
교도소에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던 거죠

 

그가 출소했을 때
지붕이 있는 곳에서는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잠에서 깨는 걸 두려워했고
구속되는 걸 두려워했어요

 

17

 

날 왜 사랑한다는 거죠?

 

나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으면서

 

내가 당신을 쐈어요
하지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죠

 

그러고 나서 당신을 따라갔어요
당신의 향기를 느끼면서

 

아주 향기로웠죠
그리고는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알겠어요
오세요

 

이런!

 

에아!

 

- 저 사람 누구냐?
- 우리 아빠예요, 하느님요

 

저런 모습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

 

나를 경배하라! 당장 집에 와서
내 컴퓨터 고쳐놔

 

아빠 하나도 안 무서워

 

지금 내 꼴이 보이냐?

 

왜 안 돌아오겠다는 거야?

 

왜 컴퓨터도 안 고쳐놓겠다는 거고?
이 망할 것들은 당장 그만둬

 

암튼 절대 안 돌아가!

 

이딴 곳이 좋다는 거냐?

 

여기가 좋아, 친구도 많이 사귀었어
한 명 더해서 18명을 만들 거야

 

그만둬!

 

당장 그만둬
18사도라고?

 

사도는 하키팀처럼
12명이야!

 

원래부터 12명이었어
네 오빠놈도 잘 알고 있어

 

네 엄마가 야구를 좋아한다고
18명을 만든다고?

 

엿 먹으라고 그래!

 

그래, 너는 늘 나보다
엄마를 좋아했지

 

내가 상대해주마!

 

그거 본 적이 있군
'드래곤 권법'?

 

그럼 난 코끼리 권법이다

 

그만둬요, 할아버지
가자고요

 

안 돼

 

내 손을 잡아요

 

건너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이리 돌아와!

 

에아!

 

에아!

 

강가에서 겨우 건져왔어요

 

저기 침대 위에서 말려주게

 

윌리 복음

 

여섯 번째 사도의 이름은
윌리였어요

 

그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았을 때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죠

 

윌리는 나에게는
기적이었어요

 

윌리는 늘 허약했죠

 

윌리, 피부암이 뭔지 알지?
전에 얘기해준 거 기억나?

 

주사 맞을 시간이다

 

그는 한 번도 암 같은 심각한 병을
앓은 적은 없지만

 

늘 아팠어요

 

엄마랑 단 둘이 있을 때는
엄마는 늘 날 쳐다보곤 했어요

 

이상한 표정이었죠
마치 엄마가 집안 청소를 마치고

 

아직 남아있는
공구박스 보듯이 쳐다봤어요

 

그리고는 나한테 늘
아파 보인다고 했어요

 

- 넌 아파 보여
- 난 조용히 있어야 했어요

 

조용히 있으렴

 

그러고는 나한테
주사를 놓았어요

 

멀리서 무언가가 내게
괜찮을 거라고 말했어요

 

주사량을 늘릴까요?

 

힘드시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겁니다

 

의사는 엄마랑 똑같았어요

 

의사는 엄마한테
동정하는 말투로 얘기했어요

 

그는 연약한 아이를 다루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죠

 

날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봤어요

 

마치 체온이 정상인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요

 

난 매일 밤낮으로 푸르스름한
담즙 같은 걸 토해냈거든요

 

7살이 되어서, 난
췌장 수술을 받았어요

 

매일 엄마가 합성 당뇨약을
주입했기 때문이죠

 

속에서 햄버거처럼
뭉쳐버렸대요

 

그러고 나서는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어요

 

그건 다음 주
일요일이었어요

 

알아, 내 잘못이야

 

내가 죽는 날짜를
모두에게 알려줬어

 

잘한 거야, 그러고 나서야
모든 게 좋은 쪽으로 바뀌었어

 

엄마랑 나는

 

너한테 솔직해지기로 했단다

 

네가 살 날이
많이 남지 않았어

 

아직 몇 주 남았어

 

일찍 이야기해주지 않은 이유는
네가 혹시라도...

 

혹시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니?

 

학교를 관둔다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뭐든지

 

모든 걸 해주마

 

여자가 될 수 있을까요?

 

뭐라고?

 

여자가 되고 싶어요

 

괜찮겠어?

 

부모님들은 다 멍청이야!

 

내 친구 부모님은

 

자기 아들 죽는 날짜가 다가오자
친구를 집에 가두었어

 

그애는 마치 이집트 왕처럼
살고 싶어했어

 

처음에는 승락했지

 

그리고 남은 10일의 삶 동안

 

바흐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했어

 

난 자살하고 싶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정말 지옥이야!

 

알아
우리 아빠 잘못이야

 

- 너희 아빠?
- 응, 우리 아빠가 하느님이야

 

아빠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어
그래서 도망쳤어

 

우리 엄마는 여신이긴 하지만
아빠한데 절대 못 대들어

 

엄마는 하루종일
수 놓는 거만 해

 

아빠는 엄마에게
찍 소리도 못하게 해

 

가끔 엄마가 보고 싶어

 

18! 이게 모든 걸 바꿀 거야
18!

 

야구처럼

 

너희 아빠
슈퍼 히어로 같은 힘이 있어?

 

- 배고프게 하는 능력
- 너도 능력을 갖고 있어?

 

와! 샌드위치를
여러 개로 만드네!

 

늘 되는 건 아니야
가끔은 안 되기도 해

 

어떤 때는 햄이 없어지기도 해

 

내가 할 수 없는 것도 많아
예를 들면, 우는 거

 

아직 해보지 않은 것도 많아
세상에서 못 본 것도 많고

 

사과는 먹어본 적도 없어
아직 바다도 못 봤어

 

네 음악은 샤를 트레네의 '바다'야
좋은 음악이지

 

오늘 밤에
널 위한 꿈을 만들어줄게

 

윌리, 거기 생선이라도
좀 먹으렴

 

♪ 맑은 해변을 따라 춤을 추는 바다
빗방울 속에 ♪

 

♪ 은빛으로 반짝이는 물결
뭉게구름과 천사의 나래처럼 ♪

 

♪ 투명한 여름하늘이
바다와 함께 어우러집니다 ♪

 

♪ 끝없이 푸르른 하늘을
지켜주는 바다 ♪

 

- 바다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하더군
- 이해해

 

바다로 돌아가는 건
좋은 생각인 듯해

 

난 어차피 일주일 안에 죽을 거고
이왕이면 바닷가에서 죽고 싶어

 

옷 멋지다
완전 환상이야!

 

자, 이제 우리가
저애들을 도와줄 차례야

 

그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일주일 안에
모두 끝내야 해요

 

월요일 : 윌리는
부모님 가구들을 팔았어요

 

여행에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화요일 : 오드리는 암살자에게
살인을 그만두라고 얘기했어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을 쏘지 말아요

 

이미 그만두기로 했어

 

수요일 : 마틴은
그녀의 인생을 정리했어요

 

아, 벌써 왔어요?

 

대체 이게 다 뭐야?

 

당신이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물었잖아?

 

아, 정말 멋져!

 

목요일 : 마크와 제니아는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었어요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했죠

 

엄마는 목요일에
창문 청소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금요일 : 윌리와 난 결정했어요

 

하루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로 부르는 것 대신

 

1월, 2월, 3월로 부르기로

 

♪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사랑 여정이 부러워요 ♪

 

주말이 되어서
우린 7개월을 함께했어요

 

♪ 귀여운 샐리는 용감한 소녀
그들의 세계에 의심을 품지 말아요 ♪

 

♪ 그녀는 말하죠
"좋아요! 난 어디로든 갈 거예요" ♪

 

♪ 하지만, 삶에서
가장 힘든 건 하루하루죠 ♪

 

♪ 무료한 하루는
당신이 승자면 상관없어요 ♪

 

♪ 당신이 이겼다면 말이죠
하루하루의 삶으로부터 ♪

 

토요일 : 장 끌로드는
북극에 도달했어요

 

토요일에
아빠는 아무것도 모른 채

 

우즈베키스탄으로 추방됐어요

 

개구리, 메뚜기떼의
비를 뿌릴 테다!

 

너희 얼굴을
피부병으로 덮어주지!

 

이놈들아!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이러느냐?
알고나 이러는 거야?

 

너희를 벙어리와
병자로 만들어버릴 테다!

 

노래를 위한 노래

 

일요일이 되어서
모두들 바닷가에 모였어요

 

바닷가에서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나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말하기는 뭣하지만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기 마련이지

 

오늘 죽는 분들은
여기 오셔서 검은 완장을 팔에 차세요

 

함께 따라오신 분들은
흰색 완장을 차시기 바랍니다

 

오늘 죽는 분들은
여기 와서 검은 완장을 가져가세요

 

함께 따라오신 분들은
흰색 완장을 가져가세요

 

여기요

 

검은 완장을 찬 사람들은
뭣 때문에 죽는 거지?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면 돼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혹시 바뀔 가능성은 없을까?

 

오빠가 사도 6명을 추가하면
모두 18명이 된대

 

야구팀처럼

 

그러면 뭔가 바뀔 수도
있을지 몰라

 

18은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니까

 

아빠가 실수를 해야 하는데

 

♪ 그는 18세가 되었어요 ♪

 

♪ 아이처럼 아름답죠 ♪

 

♪ 남자답게 강하고 ♪

 

♪ 완연한 여름이었어요 ♪

 

♪ 그를 봤을 때 가을 밤들을 ♪

 

♪ 세어보았죠 ♪

 

♪ 난 머릿결을 가다듬었고 ♪

 

♪ 눈에는 그림자가 드리웠어요 ♪

 

♪ 그는 날 보고 웃었어요 ♪

 

♪ 그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

 

♪ 그를 유혹하려고 ♪

 

♪ 뭐든지 내주었어요 ♪

 

♪ 그는 18세가 되었어요 ♪

 

♪ 승리를 위한 ♪

 

♪ 가장 좋은 때죠 ♪

 

♪ 내게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

 

♪ 그는 사랑한다는 말이 ♪

 

♪ 유치하다고 생각했어요 ♪

 

널 알게 되어서
행복했어

 

우리의 새로운 신양성서를
몇 줄이라도 읽어봐야 하지 않겠어?

 

"인생이란 스케이트 링크장 같은 것이다"

 

내 이야기군요

 

"만일 세상에 공기가 없다면"

 

"새들은 떨어지겠지"

 

고도를 잃은 것 같아요
이쪽을 향해 떨어지고 있어요

 

이런!
우린 모두 여기서 죽을 거야

 

검은색 완장 찬 사람만
그렇겠지

 

안 돼!

 

모든 걸 초기화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 그는 막 18세가 됐어요 ♪

 

18!

 

환영합니다, 여신님!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시스템을 초기화합니다

 

재부팅 중

 

안 죽은 거야?
어떻게 된 거지?

 

카운트다운이 없어졌어
모든 게 이전으로 돌아갔네

 

누가 그런 거지?

 

추천 : '하늘'

 

우리 엄마가 한 거네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여신님!

 

오늘은 다른 날처럼
좋은 소식들만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에도 불구하고
극지방의 해빙이 멈췄습니다

 

중력

 

바다 침대

 

식물

 

외눈박이

 

새 신약성서

 

- 움직이는 거 느꼈어?
- 네

 

셰리

 

저 근데

 

혹시

 

다리 면도 좀 하면
안 될까요?

 

글쎄

 

우즈베키스탄

 

아, 이런!

 

안녕하세요?
다시 케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