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use.2012.1080p.BluRay.x264-GiMCHi

그렇게 아름다운 달을
본 적은 없어

 

그녀도 아마 그 달을 보았을 거야

 

하지만 그녀에게 그 달은

 

결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 거야

 

사람에 따라 같은 사물이라도
다르게 보이는 법이지

 

누구세요?

 

너 누구야?

 

은교요

 

너, 근데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

 

사다리요

 

담에 사다리가 있던데요

 

이런 의자에
앉아 보고 싶었어요

 

이 의자 주인이세요?

 

너, 뭐... 숲에서 내려 왔다고?

 

너 집이 어디야?

 

세탁소 옆집이요

 

그럼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국민시인이라는 칭호는
경박한 느낌이 들구요

 

그런 선생님 옆에서

 

제가 배우고
느낄 수 있다라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죠

 

어차피 뭐 스무 살에
등단할게 아니라면

 

시기는 상관 없죠

 

제가 뭐 천재 소리 들을
나이도 지났는데요, 뭐

 

아... 저같은 경우는 제 이름을 걸고
‘심장’을 세상에 내놓을 만큼

 

딱 그만큼의 나이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많이
어... 더 노력할 거구요

 

많은 고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짜지요?

 

자, 이제부터는

 

자네만의 글을 써

 

교보문고

 

예스 24

 

알라딘!

 

다 1등 했습니다

 

1등...

 

하긴 뭐...

 

원고 청탁 받은 게 있거든요

 

뭐라고?

 

제가...

 

원고 청탁을
받은 게 하나 있는데

 

사실, 집중도 하고 싶고...

 

그래서

 

기억나세요?

 

현관에서 자고 있던 애

 

학교 앞에서 우연히 태웠는데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그러더라구요

 

걔 고등학생이지?

 

지가 집안일도 집에서
쭉 했다고 그러더라구요

 

토요일 오후에 와보라고 해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괜찮다, 괜찮아

 

- 제가 할게요
- 아니, 아니, 아니...

 

- 내가 할게 내가...
- 제가 할게요

 

괜찮아, 괜찮아...

 

조심, 조심...

 

헐!

 

헐이 뭐냐?

 

어... 매우 고맙다는 뜻이예요
할아부지

 

성함이 어떻게...

 

서은파요

 

은파씨...

 

- 감사합니다
- 안아 주...

 

감사합니다

 

유리창 맨 꼭대기를 닦으면요
손가락이 막 꼬물꼬물해져요

 

무용 배울 때
생각이 나가지구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무용학원도 다녔어요

 

이모, 쫌만
더 해주시면 안 돼요?

 

니 숨은 우째 쉴라꼬?

 

치마는?

 

요래?

 

이렇게?

 

가쓰나, 빤쭈 다 보이겠다

 

알았다, 요래...

 

할아버지

 

연필들이 다 뭉툭해요

 

은교가 예쁘게 깎아 드릴까요?

 

그냥 둬라

 

뾰족한 연필은 슬픈 거다

 

치... 연필이 뭐가 슬퍼요?

 

뭐가 슬플까?

 

할아버지, 저기요...

 

연필이요...

 

뾰족해서 슬퍼요?

 

그럼 뾰족한 연필들은
다 슬픈 거예요?

 

그런게...

 

시예요?

 

어떤 사물에서
각자 떠올리는 이미지는 때로...

 

이승과 저승만큼 멀거든

 

연필을 떠올리면

 

학교로 뛰어가는
소년이 보인다

 

달각달각

 

책보에서

 

필통 부딪히는 소리가
마냥 좋았단다

 

너무 가난해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됐을 때

 

달각달각

 

그 소리가 연필들이 내는
울음소리 같더구나

 

그러니까 내게 연필은
눈물인 거지

 

“할아버지, 제 연필 좀 깎아주세요”
라고 니가 말하면

 

나에겐 그 말이
이렇게 들린단다

 

“할아버지, 제 눈물 좀 닦아주세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저 은교예요

 

할아버지

 

이 밤에 무슨 일이냐?

 

할아버지도 참...

 

젖은 거 안보이세요?
혼내기부터 하시구...

 

할아버지

 

저 자고 갈게요

 

뭐?

 

저 재워주세요

 

오늘 집에 못 가요

 

고개 좀 들어봐라

 

고개 좀 들어 보라니까

 

누가 너를 때렸구나

 

누구냐?

 

아는 남자애냐?

 

엄마요

 

엄, 엄마?

 

우리 엄마
동생들한테는 안 그러는데

 

가끔 절 때려요

 

이런 일 있을 때마다
가서 자는 친구집 있어요

 

일단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다

 

따라 오너라

 

할아버지

 

뭐 하나 얘기해도 돼요?

 

비 좀 그치면 데려다 주마

 

저 뭐 하나 얘기해도 돼요?

 

네?

 

응?

 

저 뭐하나 얘기해도 되냐구요

 

된다

 

저 기억났어요

 

교과서에서 본 할아버지 시요

 

동백꽃 맞죠?

 

동백꽃 무덤에 날아 온
작은 새

 

부리가 붉어서 슬픈 새

 

붉은 눈물 뚝뚝 묻히고 간
작은 새

 

지난 번에
시험에도 나왔었어요

 

그런데요...

 

저는요...

 

연필을 보면요

 

엄마 생각이 나요

 

어렸을 때요

 

엄마가 제 연필을
깎아 주시다가요

 

연필 깎는 칼로 자기 발뒤꿈치를
막 긁어내고 있는 거예요

 

구부리고 앉아서...

 

엄마가 때밀이가 된 다음부터는
그럴 일 없어졌지만요

 

지금은 자꾸 진물이 나서

 

드라이기로 말려 줘야 돼요

 

뭐가 더 나쁜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연필 깎는 칼이 슬퍼요

 

발뒤꿈치가 슬픈 건가요?

 

그러면 시가 되는 거지

 

슬픈 연필

 

슬픈 발뒤꿈치...

 

할아버지!

 

제 발 예쁘죠?

 

헐!

 

헐?

 

옷을 떨어뜨려 고마운 게냐?

 

할아버지...

 

밥 먹어요...

 

안녕하세요

 

야, 너 옷차림이 그게...

 

아... 할아버지 꺼예요

 

잠옷으로 끝내줘요

 

선생님은?

 

글쎄요

 

서재에 계신가?

 

할아버지!

 

편히 주무셨어요?

 

선생님 빵 안 드셔

 

안 드신다니까...

 

빵이 냉동실에 있던데요

 

그거 내가 먹던 거야

 

할아버지
드시고 싶으실 껄요?

 

니가 뭘 알아?

 

그럼 선생님은
할아버질 그렇게 잘 아세요?

 

그럼

 

진짜요?

 

할아버지

 

짜잔!
홈메이드 클럽 샌드위치

 

맛있겠죠?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던 것들이
이렇게 예술 작품이 되었구나

 

한번 드셔 보세요

 

 

선생님!
선생님 빵 안 드시잖아요

 

이... 빵이 아니라
샌드위치지 않은가

 

커피도 가져 올게요

 

선생님, 쟤 고등학생이에요

 

고등학생이지

 

뭐?

 

그게 어쨌다는 건가?

 

왜?

 

아니, 아니요...

 

천둥소리가 엄청났는데

 

할아버진 어쩜 그렇게 태평해요?

 

난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네

 

허... 죄지은 게
많은가 보구나, 은교는

 

그래서, 할아버지 겨드랑이 속에
숨어 잤지요

 

아침에 보니까
허리짬에 숨어 있더구나

 

거 어디 숨을 데가 있다고...

 

아, 근데 그...
목 아래 문신을 봤는데

 

신기하더라

 

아, 헤나요

 

문신이 아니었니?

 

그거 며칠 있으면 지워지는데...

 

너, 선생님 댁에
더 안 와도 된다

 

왜요?

 

알바비 준 거
미리 다 됐으니까 됐어

 

이상하다, 할아버진 일주일에
두 번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뭐?

 

대문 열쇠도 주셨어요
사다리 위험하다고

 

야!

 

아, 내 거울!

 

그걸 떨어뜨리냐?

 

산꼭대기에서 거울 볼 일
뭐가 있다고

 

안나수이 공주 거울이에요!

 

안나수이, 그게 뭔데?
똑같은 걸로 내가 하나 사줄게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준 거란 말이야

 

하나 사준다니까
똑같은 걸로 하나 사주면 되잖아

 

그게 어떻게 똑같애!

 

얘가 정말...

 

선생님한텐 똑같은 거지만

 

나한텐 저승과 이승만큼
먼 거예요

 

엄마가 처음으로 준
생일 선물이라구!

 

똑같은 거 사도 똑같지가 않아!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뭐가 똑같지가 않아!

 

선생님

 

선생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 조심! 조심!

 

발! 발! 발!

 

발 밑에! 거, 거기!

 

- 아, 어떻게 좀 해봐요!
- 가만히! 가만...!

 

저, 저, 저... 거기! 발 밑에
발 밑에 조심하세요!

 

예, 선생님!

 

선생님, 그 거울을
주머니에 넣으시면 될 것 같애요

 

주머니! 주머니!
주머니! 선생님!

 

선생님!

 

조심 조심

 

예, 잡으세요! 선생님

 

 

엄마가 사준 거니까
소중하겠지

 

왜 그래요! 위험하게!

 

할아버지!

 

할아버지!

 

전에요 할아버지가
저한테 물어보셨잖아요

 

뭐?

 

제 가슴에 그려진
헤나에 대해서 말이에요

 

어, 그래

 

그 때 전 알았어요

 

할아버지가 그 걸
해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아, 아니, 아니다

 

에이,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속마음은 하고 싶으시잖아요

 

저도 어른들 하는 거
다 해보고 싶은데

 

할아버지가 애들 하는 거
해보고 싶은 거, 당연하죠

 

- 정말 아니라니까
- 어서요

 

누우세요

 

할아버지, 요기 다리에

 

다, 다리에?

 

그래야 제가 그리죠

 

셔츠 단추 몇 개만 풀면 돼요

 

하나...

 

둘, 셋이요

 

할아버지,
가슴팍이 반질반질하세요

 

어, 그래

 

자꾸 움직이시면 안 돼요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단 말이에요

 

눈 감으세요

 

 

근데 어른들이 되도
간지럼 많이 타나 봐요

 

저는 발목이
간지럼 제일 많이 타요

 

발목 뒤에 옴씬 들어간 데요

 

하지 마...

 

하지 마...

 

은교의 발목은
한줌도 되지 않았다

 

뒤꿈치가 이내 손가락 사이로
쏘~옥 들어왔고

 

그 애가 킥킥

 

웃었다

 

턱밑으로 들어온
은교의 머리칼에서

 

향긋한 냄새가 났고

 

내 입술이 벌써

 

그 애의 머리칼 속을
헤치고 있었다

 

그 아이의 입에서
쉐쉐 풀무소리가 났다

 

할아버지

 

이제 눈을 뜨세요

 

봐 봐요

 

저랑 똑같은 모양이죠?

 

그래, 그렇구나

 

너를 품안에
담쑥 안아 뉘고서

 

온종일 머리와 어깨와
허리를 쓰다듬고

 

가슴에 귀를 댄 채
너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다

 

너의 모습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말할 수 없이 애련했다

 

어, 은교야

 

저...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아니,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러는데

 

나 약 좀 사다주라

 

그냥 쌍화탕하고
해열제면 될 것 같은데...

 

선생님!

 

선생님 계세요?

 

선생님, 열... 열 심해요?

 

야!

 

너, 선생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응?

 

왜요?

 

너, 선생님은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어?

 

고귀하신 분이야!

 

제가 할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했는데요?

 

그러다니요?
제가 뭘 했는데요?

 

제가 할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했는데요?

 

왜 지랄이야
좃나 재수 없게

 

뭐, 지랄? 어?
지, 지랄? 뭐? 지랄!

 

- 지랄? 어?
- 왜 그래...

 

이게 진짜... 이게

 

아주 그냥, 이게!

 

니가 선생님
위험에 빠뜨리고 있잖아!

 

위험에 빠뜨려요?

 

니가... 거울 들고
설치지만 않았어도 어?

 

그래, 거울!

 

니가 거울 갖고 징징거리지만
않았어도 선생님이 그런 위험을! 어?

 

거울 빠뜨리게 한 게
누군데요?

 

이게... 그 거울이
그게 뭔데? 어? 그거...

 

그냥 3천 개든 5천 개든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 중에 하나고, 어?

 

또 똑같은 거 사면
그 중 하난 거지

 

뭘 그걸 가지고
그렇게 유난을 떨어가지구...

 

엄마가 생일 선물로

 

- 사준 거라고 했잖아!
- 그래서!

 

뭐?

 

뭐 엄마 사랑이 그 거울 안에
녹아 있기라도 하다는 거야? 어?

 

 

선생님이 공대생이라는 걸
깜빡했어요

 

공대생?

 

선생님이랑 처음 만난 얘기
할아버지가 들려 주셨어요

 

뭘 들어?

 

별이 똑같은 별이
아니라는 걸 아는데

 

10년이나 걸렸다고

 

자, 여기서 그것이 뭘까?

 

응?

 

 

현대시의 모더니티와
그 자족성을 설명하기에는

 

이만한 시가 없는 것 같은데

 

특히나 이 시는 독자성을 중요시
여긴다는데 큰 의미가 있지

 

근데요, 선생님

 

그... 별과 같이 아름다운 것을

 

새끼 거위의 사료나
감옥에 회벽으로 비유 하는게

 

시적 감수성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자네 누군가?
처음 본 것 같은데

 

예, 저는 공대 무기공학과
2학년 서지우입니다

 

별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누가 자네한테
정해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별은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추한 것도 아니고

 

별은 그냥 별일 뿐이야

 

사랑하는 사람한테 별은
아름다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배고픈 사람한테는

 

별이 쌀로 보이지 않을까

 

그 무기를 다루는 곳에서라면

 

별이 폭탄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고

 

저... 선생님

 

아니, 총칼의 무기가 아니라
유기물, 무기물에

 

그 무기재료학과입니다

 

또 무슨 얘기를 했어?

 

할아버지
감옥에 계셨을 때 얘기

 

감옥에서
자동차 정비도 배우셨다고

 

혼자서 자동차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할 수도 있대요

 

나에 대해서 무슨 얘길 했냐구...

 

글쎄요

 

제가 들으면 안 될 얘기가
있어요?

 

아니면 나한테 털어놓고 싶은
얘기라도 있는 거예요?

 

이게 ‘심장’이구나

 

저 이거 읽어 보고 싶어요
빌려주세요

 

야, 너 저기...
읽어봤어?

 

뭘요?

 

‘심장’ 말이야...

 

으응, 선생님 소설이요?

 

아니요
모의고사 때문에 바빠서요

 

그거 안 읽었으면 읽지 마

 

대중소설이야, 대중소설
천박하기 짝이 없는

 

야. 야. 야. 야!
뭐하는 거야 지금

 

아, 왜 그래요?

 

할아버지 글 쓰실 때
반닫이에 넣어두는데

 

여기 너무 멀잖아요

 

잠깐만, 너 선생님
글 쓰시는 거 봤어?

 

왔다갔다 하느라 힘드시단 말야
여기가 딱이에요

 

하지... 하지마! 하지마!

 

선생님은 함부로 바꾸는 거
싫어하셔

 

이렇게 예쁜 반닫이를
짱박아 놔서 뭐해요?

 

니가 태어나기 전부터
거기 있었던 거야

 

너보다 훨씬 더
여기 오래 여기 있었다구!

 

나보다 오래 살아서 뭐요?

 

어디 옮겨 봐요
저기가 더 좋다니까 그러네

 

비켜 비켜

 

나와!

 

너, 너 이런다고
내가 못 옮길 것 같애?

 

하지마! 야, 뭐하는...

 

하, 나 빨리 비켜
나오라고

 

빨리 나와! 나오라고
나오시라고!

 

비켜 빨리 나와, 나와

 

하지 마요

 

아이, 비키라고 그랬지

 

아유... 아유 그냥 진짜

 

하지 말라고 그랬어
나와 좀 빨리!

 

애가 왜 이렇게...

 

어! 할아버지다!

 

아... 나, 나오랬지? 앗쭈...
나와 나와 나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제가요 오늘 하루 종일
서재 청소하고 정리했거든요

 

- 그랬어?
- 예, 많이 손 안대구...

 

할아버지! 저 반닫이요

 

제가 할아부지 편하시라고 옮겼는데
서선생님이 못 바꾸게 해요

 

뭐하는 거야?

 

은교야, 그대로 두어라

 

한낱 가구도 나무의 기억이 있어서
한곳에 뿌리박길 좋아하는 법이다

 

니가 태어나기 전부터
거기 있었던 걸

 

그걸, 뽑아버리면 쓰겠니?

 

죄송해요...

 

선생님, 저... 기념 사업회
모임이 잡혔습니다

 

월요일 점심 괜찮으시죠?

 

선생님 좋아하시는 동숭동에
한정식집 예약해뒀습니다

 

누가 나온다던가?

 

군청 사람들하고요

 

동백꽃 문학관 사람들
다 나온답니다

 

거기 나도 갈래요

 

할아부지,
저도 거기 가면 안 돼요?

 

야, 거기가 어디라고?

 

거기가 어딘데 못가요?

 

저 학교 끝나고 혜화동 갔다가

 

할아버지랑 같이
차 타고 오면 되겠다

 

- 여섯 시쯤이면 되겠구나
- 네!

 

맛있는 거 먹자꾸나

 

진짜요 할아버지?

 

진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우리끼리!

 

할아버지, 근데 혹시
‘심장’ 읽어 보셨어요?

 

‘심장’?

 

은교가 ‘심장’을 읽었어?

 

 

그래, 어떻드나?

 

깜짝 놀랬어요!
진짜 재밌던데?

 

할아버진요?

 

어, 장르소설이지만
그냥 장르소설은 아니지

 

시적이고

 

- 인간에 대한 성찰도 뛰어나고...
- 저, 선생님...

 

근데 서선생님은
마음에 안 드시나봐요

 

천박한 대중소설이래요

 

아니요, 선생님 그게 아니구요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자식을 내팽개치는
부모는 없는 걸세

 

선생님도 한잔 하세요

 

선생님, 저... 무슨 말씀이라도...

 

동백꽃에 나오는 그 누이가
몇 살이었는 줄 아나?

 

아, 그... 선생님을 끌어안고

 

인민재판에서 구해,
구해줬다던 그 누이요?

 

그때 그 누이가 열일곱 살이었어
열일곱

 

문학관 말입니다, 선생님

 

나 가보려네

 

식사도 안하시고

 

한술도 안 뜨시고

 

벌써 가시게요?
어디 가시게요?

 

아이, 저... 이거 선생님 때문에
모인 자린데...

 

선생님, 뭐 좋은 일 있으세요?
혹시 연애하시는 거 아니예요?

 

뭐 보여줄까?

 

어, 선생님, 여기서...

 

선생님, 타투하셨어요?

 

역시 스타일 있으세요
진짜 앞서 가시는데요

 

와! 멋있으십니다

 

문학관은 나 죽거든 하시게

 

그런데 좀
오래 기다려야 할 꺼야

 

들어가세요 선생님
전화 드리겠습니다

 

살펴가십시오

 

저놈들, 관 뚜껑에다 못질을
하고 싶어 아주 안달이 났네

 

시퍼렇게 살아 있는 사람한테
문학관은 무슨...

 

먼저 가네

 

서지우 저 친구는 왜 이렇게
선생님 졸졸 따라다니고 그러는 거야

 

- 아유, 따라다니다니요
- 아니, 뭘 줏어 먹으려고

 

- 저러는 거야
- 존경, 그냥, 그냥 존경

 

존경이요?

 

뭐가 더 필요해

 

할아버지!

 

약속 시간 20분 전인데...
기다리신 거예요?

 

하, 인석아...

 

이런 덴 처음 와 보셨죠

 

 

여기 분위기 되게 좋아요

 

저 쪽으로 가면 다른,
다른 테마...

 

실례합니다

 

모과차 어느 분이시죠?

 

- 이쪽
- 할아버지

 

 

예? 아, 혹시
뭐가 잘못 됐나요?

 

고맙다고

 

고맙...

 

아니예요
이거 시킨 거 맞아요

 

- 감사합니다
- 예...

 

예, 좋은 시간 되세요

 

할아버지

 

그러니까 “헐”이라는 게요
요즘 애들이 쓰는 말인데요

 

황당하거나 신기하거나
놀랍거나 새로울 때

 

뭐 그럴 때 쓰는 말이거든요

 

고맙다는 뜻이 아니고?

 

예...

 

할!

 

불교에서는 “할”이라고 있는데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뜻이다

 

할!

 

왜요?
뭐 깨달으셨어요?

 

이번에는 제자가 스승을
시험하려 들 때 꾸짖는 “할”이다

 

헐! 재미없어

 

에이... 씨팔...

 

아니, 안계신가?

 

선생님!

 

이적요 선생님!
선생님!

 

아, 이... 전화를 안 받으셔서요
알려 드릴 것도 있고

 

어쨌든... 아, 명칭은 동백꽃기념관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예, 문학관은 떼어 내구요!

 

근데, 그...

 

거기에 선생님 육필원고를
좀 전시를 하고 싶다고...

 

그러세!

 

예! 군청사람들이
아주 좋아할 겁니다

 

근데 서작가는 안 보이네요

 

베스트작가는 바쁘지

 

그래, ‘심장’은 얼마나 팔렸던가?

 

80만이 넘었습니다

 

‘심장’으로만
서작가가 가져간 인세가...

 

80만

 

아, 지난주에 3만 부를 더 찍었으니까
정확히 83만 부죠

 

판매 부수가 점점 올라갈수록

 

본격문학에서 점점 멀어지는 게
사실이잖습니까?

 

근데 다행히 서작가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 같습니다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린 단편이요

 

단편?

 

서작가... 작품 중에도 최고지만

 

문단에서 진짜 좋은 단편 하나
나왔다고 아주 난리예요

 

심지어 좋아?

 

제목이 무언가?

 

선생님이 보셨어야 하는데...

 

제목이... ‘은교’입니다, ‘은교’

 

은교?

 

이름이 은교구요
여고생 이름입니다

 

아이, 선생님
선생님, 전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 선생님... 오셨습니까?

 

문학동네 가을호 있나?

 

아, 예 그거
저 신간 코너 쪽에 있는데요

 

어떻게 찾는 사람이 많네요
희한하게

 

예, 예 그 쪽에

 

선생님, 저 왔습니다

 

선생님,
따뜻한 홍차 한잔 드시죠

 

독이라도 들었을까봐
못 마시겠네

 

아직도, 할 말이... 있나?

 

너무 아름다워서...

 

아름다워서 그랬습니다

 

뭐? 아름다워?

 

선생님 원고를 보는 순간
너무 아름다워서

 

그걸 그냥 반닫이 안에 묻어두기가
너무 아까워서...

 

세상에 내보내야겠다는...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고 있나?

 

도적놈 주제에 어디 감히
아름다움을 입에 담아!

 

절 이렇게 만든 건
선생님이잖아요!

 

뭐?

 

‘심장’을 대신 써주시겠다고 한 건
선생님이셨어요

 

어차피 선생님이
하고 싶어 한 거였잖아요

 

그냥 장난삼아
소설 한번 쓰신 거잖아요!

 

세경 준 거다 이눔아

 

재능도 없는 놈이
하도 옆에서 껄떡거리기에

 

불쌍해서 세경 준 셈 치고
그냥 써준 거야

 

그게 대박이 나서 큰돈 벌리니까
배가 아프세요?

 

내가 썼다
내꺼다 하고 싶고?

 

저 불안해서 미칠 거 같다구요

 

이젠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서지우인지 이적요 껍데기인지

 

껍데기로 살면서
제가 뭘 가졌는데요!

 

돈이요?
돌려 드릴까요? 그 인세?

 

주둥아리 닥치지 못해?

 

‘심장’은 대신 써줬는데
이번 건 뭐가 문젠데요?

 

- 그만 하라니까!
- 세상 사람들은요!

 

세상 사람들은 칠십 노인하고
여고생의 관계 그거

 

사랑이라고 하지 않아요, 절대!

 

추문이에요, 선생님...

 

그건 더러운 스캔들이라구요

 

어차피 선생님 이름으로
발표 못 하시잖아요!

 

아시잖아요!

 

국민시인이 미성년자랑
섹스한 얘기 발표 못 한다구요!

 

더러워?

 

- 선생님, 늙었다구요
- 더럽다구?

 

선생님, 노인이라구요
왜 모르세요? 그걸!

 

개놈의 자식

 

다시는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

 

니 눈빛만 봐도 무섭고 소름끼쳐
목소리만 들어도 구역질 나구

 

이 도둑놈의 새끼

 

처음부터 글러먹은 놈!

 

그 눈빛

 

그 눈빛,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어

 

그 속에 늑대 눈깔이 있는 걸
내가 진작에 알구 있었어

 

어디를 노려봐
눈깔을 파버릴까 부다!

 

찢어진 주둥이라구!
어디서 감히!

 

더러운 스캔들이라구?

 

이 놈! 이 놈! 이 놈!

 

안에 계신 거 다 알아요

 

할아버지가 왜 문도 안 열어 주고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할아버지 이러시면

 

저 공부도 안 되고 그래서
대학에 못 들어갈지도 몰라요

 

왜 이렇게...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죠?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어요

 

발목은 한줌도 돼지 않았다

 

뒤꿈치가 이내 손가락 사이로
쏘~옥 들어왔고

 

그 애가 킥킥, 웃었다

 

턱밑으로 들어온 은교의
머리칼에서 향긋한 냄새가 났고

 

내 입술이 벌써 그 애의
머리칼 속을 헤치고 있었다

 

그 아이의 입에서
쉐쉐 풀무소리가 났다

 

너를 품안에 담쑥 안아 뉘고서

 

온종일 머리와 어깨와
허리를 쓰다듬고

 

가슴에 귀를 댄 채
너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다

 

너의 모습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말할 수 없이 애련했다

 

읽었니?

 

은교가 ‘은교’를 읽었네요...

 

원래 소설가들은 다 그래요?

 

남의 얘기 훔쳐다 쓰고
이름도 함부로 갖다 쓰고

 

미안하다

 

이거 선생님이 쓴 글, 맞아요?

 

제가 할아부지한테 헤나 그려준 거
어떻게 알았어요?

 

그건 선생님이 나한테
얘기해 주셔서 알았어

 

할아버지가요?

 

선생님한테 얘기를 했어요?

 

두 사람은 비밀이 없어요?

 

도대체 뭐예요, 두 사람?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의 선생님

 

아버지같은

 

그럼 선생님도 할아버지한테
다 얘기해요?

 

 

소설에서는 제가 참 예뻐요

 

고맙습니다

 

나한테 왜 그러는 거예요?

 

저 좋아해서 이러는 거예요?

 

외로워서... 그런다
외로워서

 

이런 것도
할아버지한테 얘기해요?

 

전화가 올 때가 됐는데...

 

상을 주겠어요?

 

장르소설 작가니,
베스트 작가한테?

 

왔다!

 

이상문학상

 

서지우 ‘은교’!

 

정말요?

 

정말! ‘은교’

 

이상문학상을 준다구요?

 

준다고 했잖아, 내가!

 

심사위원들 식사하러 갔대

 

아... 참

 

혹시 이적요 선생님이
‘은교’ 읽어 보셨나?

 

예...

 

뭐라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니 놈이 내 안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다

 

무섭다

 

서작가

 

이적요 선생님 못 오신다며?

 

근데 왜요?

 

오셨어

 

오셨잖아

 

제 35회 이상문학상 대상

 

소설가 서지우
수상작 ‘은교’

 

어... 오늘 예정에는 없지만

 

축사를 해 주시러 정말
특별한 분이 오셨습니다

 

이 분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적이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서지우 작가는 이 분을
아버지와 같다고 했는데요

 

서정시와 리얼리즘을
미학적으로 통합하여

 

시를 돌처럼 단단히
조립했다고 얘기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시인,
이적요 시인이십니다

 

나 이적요는 늙었습니다

 

늙는다는 건
이제껏 입어 본 적이 없는...

 

납으로 만든 옷을 입는 것이라
시인 로스케는 말 한 적이 있습니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소설 ‘은교’는

 

메마른 대지에 내린
단비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더 진솔하고...

 

더 충만한 소설은
쓰지 못할 것입니다

 

할아버지, 생신 축하 드려요

 

케이크도 사왔구요...
선물도 있어요

 

할아버지, 은교가 없으니까
유리창이 너무 더러워졌어요

 

생일선물로
깨끗이 닦아 드릴까요?

 

은교가 왔구나

 

근데 진짜
안 반가우신가 보다

 

반갑지

 

할아부지

 

소금이요

 

아, 맛있겠다

 

할아버지 이것 봐요

 

맛있게 생겼네

 

초도 딱 맞게 가지고 왔어요

 

하나만 꽂지

 

예?

 

하나만 해, 하나만

 

그럴까요?

 

와! 유명한 소설가시다!

 

선생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야, 선생님 당뇨 때문에
케익 못 드셔

 

서작가!

 

이리와!

 

술이나 한 잔 하고 가지

 

드셔보세요

 

어디...

 

맛이 어때요?
내 사라다, 내 미역국?

 

아주 맛있구나

 

그쵸

 

근데 할아부지, 와인은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한 거예요?

 

기원전 사천 년 전에

 

포도주 항아리가
그루지야에서 발견됐다더구나

 

인류역사하고
거의 같은 거지

 

야, 너는 왜 나 놔두고
자꾸 할아버지한테 묻냐?

 

귀찮으시게

 

뭐 물어봐도
잘 대답 못하시잖아요

 

할아부지가 설명해주시는 게
훨씬 더 쉬워요

 

선생님은 너무 헐렁해요
딱 공대생이라니까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나 몰라요, 그죠?

 

공대생이 뭐, 어?
공대생이 뭐?

 

선생님도 옛날엔 시를 썼어요?
할아버지처럼?

 

시! 시를 쓰고 싶었지
죽도록 쓰고 싶었지

 

그러면은 시를 못 써서
소설을 쓴 건가?

 

그럼 시가 제일 높은 거예요?

 

높은 거지... 시가...

 

제가요

 

이 서, 이 서지우가요

 

장르소설 작가라고
우습게 보던 것들이 말이야

 

상을 하나 받았다고

 

아주 그냥 절절 기어요

 

아니 청탁을 한번 안 하던
고매하신 평론가들께서

 

어떻게 하면
서지우 책을 한번 낼까

 

고매하면 뭐해요

 

시성이면 뭐해요
선생님, 예?

 

무조건, 무조건
성공하고 보는 겁니다

 

무조건!

 

저는요, 이제 더 이상
껍데기가 아니란 말입니다

 

저, 서지우요
저?

 

저는, 더 성공할 거예요
선생님, 예

 

아!

 

제가 문제 하나 낼까요?

 

이적요 시인이 다시 태어나면

 

내 제자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왜 그럴까요?

 

그게 문제야?

 

우리 집에서
빨래하고 밥 시키게

 

난 취했네
올라가 자야겠어

 

은교도 이제 그만 가고

 

낼 새벽 조찬모임인가
있다 하지 않았나?

 

그만 자게

 

조찬 모임 아니고...

 

강의가 있는데...

 

주무세요, 선생님

 

저는 뭐 쪼끔만 자고 나면
젊으니까 괜찮아지겠지만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별도 모르는
공대생을 받아주셔서...

 

결국에는 이렇게 소설가가 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안녕히 주무세요

 

자야겠구나

 

잘가라 은교야

 

여기? 여기 오목한데, 여기?

 

간지럼 타는 거야?

 

아, 하지 마요

 

여기, 여기...

 

아, 하지마...

 

나 얼마 만큼 좋아해요? 응?

 

얼마만큼 좋아하냐구...

 

여고생이 왜
남자랑 자는지 알아요?

 

날 좋아하니까

 

날 좋아하니까... 온 거잖아...

 

외로워서
외로워서 그래요, 나두

 

이거 차를 누가 손 댄 거야?

 

핸들이 말을 안 들어

 

죽다 살아 난 거라 보면 돼!

 

이거, 차가 오래 되서 그런가?

 

아니...

 

나사를 풀었다니까

 

풀어요?

 

 

아이 그, 풀었다는 거는
누가 일부러 그랬다라는 거잖아

 

아이, 그랬으면
사장님 죽으라구 한 거고...

 

아이 누가 만진 거야,
차를?

 

이거 조금 전에 만진 건데

 

여기 봐

 

눌러 붙은 기름때가 없잖아

 

그래서 아마추어가 차를 만지면
위험하다니까!

 

요즘은 인터넷만 보고
개나 소나, 어?

 

다 차를 만지니까...

 

내가 당할 것 같애?
노인네한테?

 

머리 쓰는 게 다 보여

 

노인네? 내가 다 알아

 

이런, 씨...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의, 나의 선생님이 나한테...

 

내가 그동안 어떻게 했는데

 

내가 내가 그동안 아들도
못할 일을 내가 다 했는데, 내가

 

신규음성메시지
한 개 있습니다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내가...

 

내가 서지우를 죽였다

 

할아버지

 

술 냄새

 

우리 엄마...

 

발뒤꿈치가
다시 갈라지고 있어요

 

나무등걸처럼

 

발뒤꿈치를 또 칼로
긁어내고 있는 거예요

 

더럽게,
구부리고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번개처럼 생각이 나는 거예요...

 

엄마한테 맞고 온 날,
기억하시죠?

 

그때 그 순간...

 

그 공기...

 

온도...

 

습기...

 

그 따뜻함...

 

아무리 얘길 해줘도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게
있잖아요

 

할아버지가 얘기를 해줘도

 

다른 사람이 대신 쓸 수가
없는 거더라구요

 

공대생이...

 

거울이 다 똑같은 거울인 줄 아는
공대생이

 

어떻게 알아...

 

‘은교’ 할아버지 꺼잖아요

 

‘은교’ 소설 할아버지가
쓰신 거잖아요

 

고마워요...

 

은교, 예쁘게 써줘서

 

나는요, 내가 그렇게
예쁜 아인 줄 몰랐어요

 

그렇게 예쁜 아인 줄
몰랐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구

 

멍청이처럼
나 혼자 우쭐대느냐고...

 

바보 멍충이처럼

 

안녕히 계세요

 

잘 가라

 

은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