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obody.2009.Extended.1080p.BluRay.x264-CiNEFiLE

대부분의 동물이 그렇듯

 

비둘기 또한 금세 버튼을 누르면
먹이가 나온다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20초마다
자동으로 먹이가 나오면

 

비둘기는 고뇌한다

 

'내가 뭘 했길래 이렇게 됐지?'

 

먹이가 나올 때 날개를 펄럭였다면

 

계속 펄럭대면서
날갯짓 때문에 먹이가 나왔다고

 

날갯짓 때문에
먹이가 나왔다고 믿어 버린다

 

그게 바로 '비둘기 심리'이론이다

 

미스터 노바디

 

내가 뭘 했길래 이렇게 됐지?

 

그때 이후로 어떻게 지내셨죠?

 

- 날 아시오?
- 매주 만나고 있지요

 

전 펠드하임 박사입니다

 

- 누구시죠?
- '노바디'

 

니모 노바디

 

독특한 이름이군요, 그렇죠?

 

가끔 '크래프트'로 불리기도 하지

 

네?

 

'C, R, A, F, T'

 

젠장, 당최 기억이 안 나는구먼

 

제 첫 번째 질문이 뭐였죠?

 

- 몰라
- 몇 살인지

 

34살

 

1975년생이지

 

선생님의 손을 봐 주시겠어요?

 

싫으면 안 보셔도 됩니다

 

앞에 거울이 있습니다

 

아니야, 난...

 

지금이 몇 년도죠?

 

2009년

 

난 34살이고

 

1975년 2월 9일생이요

 

오늘이 생신이군요?

 

마지막 자연 노화 사망 예정자
118세를 맞다

 

난 34살이야

 

34살이라고

 

이건 꿈이야!

 

꿈에서 깨야 해!

 

니모, 열지 마
눈부시잖아

 

일어났니?

 

굿모닝, 예쁜이들

 

학교 가야지

 

어서

 

엘리스, 학교 데려다주고 올게

 

- 폴, 그만해
- 폴 아닌데...

 

폴?

 

아빠...

 

아빠?

 

아빠

 

폴, 아빠 깨우지 마

 

엘리스?

 

나 진이야

 

- 나 죽은 거야?
- 가서 놀아, 폴

 

- 엘리스가 누구야?
- 나도 모르겠어

 

피곤해서 그래
좀 쉬어

 

텔레비전 틀어 줄게

 

난 들어갈래

 

- 눈이 부시네
- 뭐?

 

햇빛 때문에 눈부시다고

 

니모, 당신 친구들이 왔어

 

안녕, 니모

 

오늘 기분은 어때?

 

내가 누군지는 알지?

 

다들 널 걱정하고 있어

 

자네가 하루빨리
사무실로 돌아오면 좋겠어

 

노바디 부인

 

뉴뉴욕 병원에 나와 있는
줄리안 마샬입니다

 

'최후로 늙어 죽는 자'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위해서죠

 

117살인 노바디 씨는
세포 재생술도 받지 않았고

 

줄기세포 호환 돼지도
갖고 있지 않죠

 

생방송으로 즐기세요

 

노바디 씨는 최후로
늙어 죽는 자입니다

 

'늙어 죽는 자 :
미스터 노바디'

 

박사님

 

노바디 씨의
국적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죠?

 

과거의 흔적이 없다면서요?

 

우린 노바디 씨에 대해 모릅니다

 

본인조차도요

 

환자가 기억에
혼란을 겪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정상적인 증상입니다

 

오래된 기억들이
무작위적으로 떠오르는 거죠

 

색다른 걸 시도해 보죠

 

오래된 방법인데

 

저도 장담은 못 합니다

 

기억들이 돌아올 수도 있지만

 

아무 일 없을 수도 있어요

 

시도해 보시겠어요?

 

당신은 아주 편안합니다

 

제 목소리만 들리죠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팔다리도 무거워집니다

 

셋을 세겠습니다

 

제가 셋을 세면

 

당신은 잠이 듭니다

 

하나

 

 

여기 온 날을 기억해 보세요

 

 

잠이 듭니다

 

잠이 든다

 

더 어릴 때로 돌아가 보죠

 

셋을 세겠습니다

 

하나

 

 

 

떠올리세요

 

아주 오래전 일이 기억나요

 

아직 태어나기 전이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애들과 함께였어요

 

태어나기 전엔
모든 걸 알아요

 

내 미래를 알고 있죠

 

때가 되면

 

망각의 천사가
입술에 손가락을 대요

 

윗입술에 자국이 남죠

 

그건 모든 걸
잊었단 뜻이에요

 

근데 천사가 날 빠뜨렸죠

 

그 다음엔
엄마, 아빠를 찾아야 해요

 

쉬운 일이 아니죠

 

금발에 파란 눈이면 돼요

 

앤드류!

 

동생이 생기면 외롭지 않잖아요

 

가만히 있어!

 

아이를 원할 나이가 있잖아요

 

특히 여자들요

 

- 삶의 이유...
- 여보, 내 말 끊지 마

 

삶의 이유죠

 

애를
원하지 않다기 보단...

 

나랑 잤잖아

 

- 소중한 경험이죠
- 그럼요

 

아이가 있으면
남편한테 좋을 것 같아요

 

조지라고 부르려고요
그렇죠, 조지?

 

개를 키웠었는데 죽었어요

 

난 이 사람들을 선택했어요
여자한테 좋은 냄새가 났고

 

남자가 말하길...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었어요

 

'나비효과'라고 아세요?

 

옛날 옛적에
'엄마와 아빠'로 불리는

 

엄마와 아빠가 살았어요

 

둘은 예쁜 아기를 낳아

 

'예쁜 아기'라고 불렀죠

 

아기는 저기서 태어났어요

 

다름 아닌 '그 날' 태어났죠

 

엄마, 아빠는 7번 집에 살았어요

 

우리가 보는 모든 건 존재해요

 

눈에 보이니까요

 

난 엄마의 눈이 보이지만
내 눈은 보이지 않아요

 

아기는 자기 손을 볼 수 있지만
자기 모습은 볼 수 없죠

 

그럼 아기는 존재하는 걸까요?

 

난 존재할까요?

 

이니, 미니
마이니, 모

 

발가락으로 아기를 잡을까

 

응애하고 울면 놔주지

 

이니, 미니 마이니, 모

 

제일 예쁜 아가를 찾아볼까

 

그건 바로 너

 

엄마는 머리를 빗고
립스틱을 발랐어요

 

좋은 냄새가 났죠

 

아빠는 시계를 찼는데
팔에 털이 많았어요

 

시계는 똑딱거렸죠

 

아기가 넘어지면
엄마는 박수를 쳤고

 

'잘했어'랬어요

 

잘해쪄!

 

왜 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일까요?

 

내일은 고기압이

 

주말 내내 화창한 날씨겠네요

 

다들 바비큐 준비하시죠?

 

안녕하세요

 

왜 우린 과거는 기억하면서
미래는 기억 못 하죠?

 

엄마한테 물어보면
이렇게 말해요

 

- '그만 물어봐'
- '그만 물어봐'

 

- '설명하기 복잡해'
- '설명하기 복잡해'

 

선생님...
전 기자입니다

 

병원에서 인터뷰를 못 하게 해서요...
몇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제 친구가 여기 간호사라
들어오게 해 줬어요

 

지금 몇 시지?

 

2시 12분요

 

그건 어디서 났나?

 

박물관에서 빌려 왔어요

 

아직 쓸 만해요

 

난 해 줄 말이 없어

 

내 이름은 노바디

 

존재하지 않는 자네

 

사람들이 노화로
사망하던 때는 어땠나요?

 

- 뭐?
- 세포 재생화

 

세포가 끊임없이
재생되는 거예요

 

인간에게 수명이 있었을 땐
어땠나요?

 

차가 공기를 오염시켰고

 

사람들은 담배를 피워댔지
고기도 먹었어

 

우린 해선 안 되는 짓들을 했고
기분 째지게 좋았네

 

뭐 대부분 별일 없이 살았지

 

프랑스 영화처럼

 

성적으론요?
섹스가 없어지기 전엔 어땠죠?

 

질퍽했지!

 

아무 때나 마구 해댔어

 

사랑에 빠졌으니까

 

사랑 때문에...

 

지금 몇 시지?

 

빅뱅 이전의 세상은 어땠을까요?

 

하긴
그 전이란 게 없겠죠

 

빅뱅 이전엔
시간이란 게 없었으니까요

 

시간은 우주가 스스로
확장된 결과예요

 

그럼 우주가 확장을
멈추면 어떻게 되죠?

 

거꾸로 움직일까요?

 

시간이란 무엇이죠?

 

끈이론이 사실이라면

 

우주엔 9개의 공간 차원과

 

1개의 시간 차원이 있겠죠

 

그럼 태초에 모든 차원이

 

뒤섞여 있다고
상상해 볼 수 있어요

 

빅뱅이 일어났을 때
3개의 공간 차원

 

그러니까 높이, 넓이, 깊이와

 

하나의 시간 차원이 있었을 거고

 

나머지 6개의 작은 차원도
섞여 있었겠죠

 

우리가 사는 우주에
이처럼 여러 가지 차원이 있다면

 

환상과 현실을
어떻게 구분하죠?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경험하는 차원이에요

 

하지만 나머지 6개의 차원이
공간이 아니라 시간 차원이라면?

 

으깬 감자랑 소스를 한번 섞으면

 

영원히 분리할 수 없어요

 

아빠의 담배 연기도
되돌아갈 수 없죠

 

모두 되돌릴 수 없어요

 

그래서 선택이 어려운 거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니까요

 

선택을 하지 않으면
모두 가능성으로 남게 되죠

 

- 안녕, 니모
- 안녕, 안나

 

- 안녕, 니모
- 안녕, 엘리스

 

- 안녕, 니모
- 안녕, 진

 

안나와 니모는
성스러운 결혼식을 올리며

 

하느님과 하객 여러분을
증인으로...

 

엘리스와 니모는
성스러운 결혼식에서...

 

진과 니모는 하나가 될 것입니다

 

부부가 됐음을 선포합니다

 

신께서 맺어 주신
값진 인연입니다

 

아빠는 화성의 정확한 위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했어요

 

100년 후의 위치도요

 

그런 아빠가 잠시 후 자기한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몰랐죠

 

아빠!

 

말도 안 돼
미래는 아무도 몰라

 

전 다 기억나는걸요

 

그건 미래가 아니라 과거야

 

전 알 수 있다니까요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또 벌어지곤 한다니까요

 

그건 데자뷔야

 

누구나 경험하는 거야

 

아니에요!
망각의 천사들 때문이에요!

 

제 입에 손대는 걸 깜박했죠

 

잡아!

 

어서, 그렇지

 

하나, 둘

 

노바디 씨의 자연사를
인정해도 될까요?

 

아니면 인위적으로
연장시켜야 할까요?

 

지금 바로 투표해 주세요

 

연장에 찬성하시는 분은 X를

 

자연사는 O를 눌러 주세요

 

그럼 광고 후에 돌아오죠

 

화성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 보세요

 

연휴 전에 예약하시면
16,000유닛을 아낄 수 있죠

 

안나, 가자

 

엄마, 아빠는
하루 종일 키스했어요

 

니모, 결정했니?

 

엄마랑 같이 갈래?
아니면 아빠랑 있을래?

 

니모!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엄마, 아빠 중
누굴 택하신 거죠?

 

- 아빠, 내 잘못이죠?
- 그럴 리가

 

아빠 잘못이야

 

이 신발 끈입니다
싸게 해 드리죠

 

완전 싸게요

 

떠올리세요

 

떠올리세요

 

니모?

 

니모?

 

이제 일어나야지

 

엄만 일하러 간다
지각하지 마

 

니모, 엄마 왔다

 

숙제 안 했지?

 

얼른 끝내

 

저녁때 손님 올 거야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 여행은 어땠어?
- 좋았지

 

- 괜찮은 아파트는 좀 봤어?
- 응, 몇 개 찾았어

 

니모, 그렇게 쳐다보는 거 아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사람 불편하게 하는데
선수래도

 

괜찮아

 

토요일에 발생할 거예요

 

당신은 운전 중이죠

 

휘파람을 불면서...

 

근데 건널목을 못 본 거예요

 

그때 갑자기
왼쪽에서 기차가 튀어나오고

 

당신 차를 들이받아요

 

실없는 소리

 

미래를 볼 줄 안다고 이러네

 

- 볼 수 있어
-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어

 

난 가능해

 

그럼 이것도 예상했겠네?

 

그 말 할 줄 알았어

 

- 전화할게
- 그래

 

잘 가

 

좋아 죽겠니?

 

넌 모든 걸 망쳐야
직성이 풀려?

 

엄마도 좀 살아야지

 

차라리 아빠랑 살지 그랬어?

 

여러분

 

새로 전학 온 친구를 소개할게요

 

이름은 안나예요

 

안나, 가서 앉으렴

 

자, 215페이지죠

 

오늘은 기후대와
식물대에 대해 배우고

 

날씨 요소에 대해 알아볼게요

 

날씨의 요소엔 5가지가 있죠?

 

대기압과...

 

수영할래?

 

- 가자, 재밌을...
- 싫어

 

가서 내 친구들이랑
같이 수영하자

 

걔넨 멍청해

 

그런 멍청이들이랑
수영 안 해

 

재수없어

 

왜 그딴 말을 했을까?
'그런 멍청이들이랑 수영 안 해'

 

안나

 

니모?

 

 

어떻게 지냈어?

 

잘 지냈지

 

넌?

 

나도 좋아

 

네 애들이구나?

 

 

그래, 또 보자

 

응...

 

그래

 

왜 그딴 말을 했을까?
'그런 멍청이들이랑 수영 안 해'

 

수영할래?

 

- 가자, 재밌을...
- 싫어

 

수영할 줄 몰라

 

뭐라고?

 

나 수영할 줄 몰라

 

그래서 싫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수영하러 안 가?

 

응, 오늘 그날이거든
여기 있을래

 

니모가 같이 있어 준대

 

그래

 

니모, 소개할 사람이 있어

 

해리는 전에 만났지?

 

얘는 해리의 딸, 안나야
안나, 내 아들 니모야

 

악수해야지

 

오늘 일은 어땠어?

 

웬일이니

 

나이 먹고 웬 주책이람

 

둘이 벌써 잤지?

 

몰라

 

피임했으면 좋겠네
동생 생기는 거 싫어

 

난 죽어 버릴 거야

 

네 엄마 피임약 먹어?

 

그런 거 몰라

 

커피에 몰래 타

 

저러다 일나겠어

 

난 가끔 미래를 봐

 

미래를 미리 알면
재미없을 것 같은데

 

여태 안 갔구먼

 

내가 잠들었었나?

 

가끔 잠이 안 올 때면

 

난 생각하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내게 남은 건 그뿐이야

 

자넨 날 어떻게 생각하지?

 

대답도 안 해 주는
괴팍한 노인네?

 

미치광이 늙은이?

 

아니면 밥이나 축내는 영감?

 

그렇지 않아

 

난...

 

난 반바지를 입은

 

9살 소년이야

 

기차보다도 빨리 뛸 수 있지

 

이젠 허리가 아프지 않은걸

 

난 15살이야

 

15살...

 

사랑에 빠졌지

 

미치도록...

 

니모?

 

니모?

 

니모?

 

서재에서 자는 거 아냐?

 

찾아 봤는데 없어

 

- 네 오빠 봤니?
- 오빠 아니에요

 

여깄었구나?
잘 잤어?

 

- 누구세요?
- 저예요

 

저예요, 아빠

 

니모요

 

아빠 아들

 

그래, 아들

 

- 어디 다녀왔니?
- 가게요

 

학교 끝나고 아르바이트 하잖아요

 

네 나이 땐
자꾸 나가 놀아야지

 

난 혼자 있어도 괜찮아

 

괜찮아요

 

집이 더 편해요

 

네 엄마가 카드 보냈던데

 

- 아직 안 읽었더구나
- 나중에 읽을래요

 

엄마한테 하루 다녀오지 그래?

 

7년을 못 봤어요

 

보고 싶었으면
엄마가 왔겠죠

 

전 지금 삶에 만족해요

 

걱정 마세요

 

3달하고...

 

6일 동안의 여정 끝에

 

셔틀이 향한 곳은

 

게자리 성운이었다

 

천왕성과

 

5개의 위성이 있는 곳

 

그리고 드디어
화성에 접근했다

 

기내에선

 

컴퓨터가 승객들의
인공동면상태를 체크했다

 

엘리스

 

나 안 미쳤어!

 

진정해

 

그런 뜻 아니었어!

 

가자, 니모

 

- 뭐라고?
- 가자, 여긴 너무 지루해

 

눈물 닦아

 

-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 같은 학교니까

 

넌 날 모르겠지
누구한테든 관심 없으니까

 

여자 친구 있어?

 

뭐야, 너 게이야?
왜 여자 친구가 없어?

 

글쎄...

 

필요 없으니까

 

네 얘기 좀 해 봐

 

오줌싸개라든지
괴짜라고 손가락질 받는다든지

 

넌 항상 혼자잖아

 

말해 봐

 

아무 말이나
어서!

 

화성의 중력은 0.38이야

 

지구의 3분의 1이지

 

땅은 산화철 먼지로
덮여 있어

 

너 짱이다

 

- 손들고 맹세한다고 말해
- 뭘?

 

만약 내가 죽으면
내 재를 화성에 뿌려 주겠다고

 

화성까지 가려면 6~8개월 걸려

 

빨리 맹세해

 

맹세해

 

우리 어릴 때 이웃이었어

 

난 엘리스야

 

기억 안 나?

 

엘리스

 

- 어디서 본 거 같은데
- 데자뷔 때문이야

 

- 눈에서 기억으로 신호를...
-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전생에서 봤어?

 

그래도...

 

난 널 기억했어

 

니모, 안 돼

 

날 모르잖아
난 좋은 애 아냐

 

왜 그런 말을 해?

 

- 엘리스, 잠깐
- 전화할게

 

내 전화번호 모르잖아!

 

사랑에 빠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이 특정한 자극을 받으면

 

시상하부가
강력한 엔돌핀을 분비합니다

 

하지만 왜 하필
이 여자와 이 남자일까요?

 

상호보완적인 유전자끼리 통하는
페로몬이 방출돼서?

 

아니면 익숙한
신체적 특징 때문에?

 

어머니의 눈?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냄새?

 

사랑도 이미 계획된 걸까요?

 

세균과 인간의
치열한 전쟁 계획 말이에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무성 유기체죠

 

이 세포들은 스스로 증식하는데

 

엄청난 속도로
변이하고 복제해요

 

이에 대항하기 위해
우린 무시무시한 무기를 쓰는데

 

바로 섹스죠

 

두 명의 인간이
유전자를 섞음으로써

 

본인들보다
바이러스에 더 강한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는 거예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균과의 전쟁을 치르는 거죠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어땠어?

 

솔직히 말해 줘?

 

장난이야, 잘했어

 

- 안녕, 자기
- 조금 늦을 것 같아

 

괜찮아

 

- 사랑해
- 내가 더 사랑해

 

- 내가 더야
- 내가 더지

 

- 맞아
- 치사해

 

이따 봐

 

생선을 좋아하긴 했지만

 

생선도 날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어

 

당신은 매우 편안합니다

 

눈꺼풀이 무거워집니다

 

떠올리세요

 

기억해 보세요

 

기억해 보세요

 

니모?

 

안나?

 

우리 나간다
1시간 후에 올게

 

안나, 좀 가려
그러다 타겠다

 

넌 내 거야

 

넌 내 거야

 

영원히

 

영원히

 

무슨 일이 있어도

 

너 없는 삶은 없어

 

너 없는 삶은 없어

 

내 아들이랑 닮았네

 

아들 맞아요, 아빠

 

내 아들은 너보다 커

 

엘리스

 

방금 누가 들어왔어

 

손가락이 안 움직여져

 

눈도 못 뜨겠고

 

우리 목소리가 들릴까?

 

무슨 반응 보였어?

 

모르겠는데...

 

왠지 들릴 것 같아

 

누구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들리면 손가락을
움직여 봐요

 

여기서 나가야 해

 

사고 전으로 돌아가자

 

내가 믿는 건

 

사랑하는 사람에겐
꼭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는 거야

 

사랑해

 

니모, 이러면 안 돼

 

난 스테파노를 사랑해

 

뭐?

 

너도 파티에서 봤잖아

 

걘 날 사랑하지 않아

 

- 그래서?
- 그래도 걔가 좋아

 

나도 어쩔 수 없어

 

그 앨 사랑해

 

미안해

 

아빠, 저 결혼해요

 

복 받은 여자애는 누구니?

 

아직은 없어요

 

오늘 밤 처음으로
춤추는 애랑 결혼할 거예요

 

고마워, 니모

 

니모

 

그날 난
멍청한 결심을 할 거예요

 

하나, 앞으론 내 운을
시험하지 않겠어

 

둘, 내 오토바이에 탄
여자랑 결혼하겠어

 

셋, 부자가 되겠어

 

넷, 집을 사겠어

 

큰 집으로

 

정원 딸린 노란 집

 

애는 둘이야
폴과 마이클

 

다섯, 빨간색 오픈카를 사고

 

수영장도 만들 거야
수영도 배우겠어

 

여섯, 성공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어

 

아빠...

 

아빠?

 

아빠

 

폴, 아빠 깨우지 마

 

엘리스?

 

나야, 진

 

엘리스가 누구야?

 

나도 모르겠어

 

폴, 가서 놀아

 

당신한테 나 중요한 사람이야?

 

난...

 

한 가지만 묻고 싶었어

 

일부러 그런 거야?

 

이게 협탁 위에 있더라

 

'살다 보면 삶이
갑갑할 때가 있다'

 

'이미 선택했으니
계속할 수밖에'

 

'난 나 자신을 속속들이 안다'

 

'모든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내 삶은 에어백과 안전벨트를
장착한 채 시멘트 속에 갇혔다'

 

'이미 모든 걸 해 봤으나
지금은...'

 

'엿같이 지루하다'

 

'가장 힘든 건
내가 아직 살아 있단 거다'

 

내 글씨체가 맞아

 

근데 기억이 안 나

 

진?

 

방금 뭐랬어?

 

이상한 꿈을 꿨어

 

- 내 잘못이 아냐!
- 당신 때문이야

 

네가 이해해 줬으면 해

 

인생이 늘 우리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단 걸

 

해리랑 난...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야

 

무슨 말이야?

 

정말 모르겠네

 

안나는 이미 알고 있어

 

해리랑 헤어지기로 했어

 

뭐?

 

왜?

 

- 무슨 권리로?
- 네가 뭘 잘했다고?

 

너희 둘이
무슨 짓을 했는진 모르지만...

 

알고 싶지도 않아
더러운 것들

 

- 너흰 남매란 말이야
- 우린 남매 아니야!

 

너 알면서도...

 

나한테 말 안 했어

 

어디로 가?

 

뉴욕

 

10일 후에 떠나

 

아빠가 거기에 직장을 얻었대

 

등대에서 날 기다려

 

일요일마다, 꼭?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평생 동안

 

헤어지는 거 아냐

 

넌 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야

 

10일은...

 

그러니까...

 

14,400분이야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있잖아
숨을 천천히 쉬면

 

시간도 천천히 간대

 

힌두교인들이 그랬어

 

네 몸 곳곳의 냄새를
다 기억할 거야

 

등대에서 만나자

 

안나, 가자

 

사랑해

 

안나!

 

안나

 

내 목소리 들려?

 

안나

 

미래를 생각해야지

 

새 집으로 이사 가서

 

새 삶을 살자

 

거기 수영장 있어?

 

넌 물 싫어하잖아
수영도 못하면서

 

- 알면서 그래
- 내가 진짜 아는 게 뭐게?

 

그래, 네가 아는 게 뭔데?

 

엄마처럼 되기 싫다는 거

 

엄만 나에 대해 몰라

 

나 수영장 좋아해

 

나중에 어른 되면
수영장 살 거야!

 

수영장 관리

 

안나...

 

안나

 

어디서든 널 마주칠 것 같아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네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데

 

내가 모르고 있는 거라고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 거라고

 

니모, 내 목소리 들려?

 

안나

 

90일이 지났다

 

기내 컴퓨터가 동면 중인
개구리와도 같은

 

승객들의 신진대사를
관리중이다

 

어떤 개구리는 겨울 내내
꽁꽁 언 채로 지낸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데

 

그 개구리들은 봄이 오면

 

해동되어
다시 살아 움직인다고 한다

 

기내 컴퓨터에
'동면 해제'란 글이 떴다

 

화성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편안한 잠 주무시고
상쾌하게 깨셨지요?

 

입고 계시던 수면복은
수면 캡슐 안에 두시고

 

라운지로 오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회복실에 도착하시어

 

화성에서의 여정을
준비하시겠습니다

 

화성이 가장 안 좋은 점은

 

아무 일도 없다는 거다

 

시간이 멈춘 듯 공허했다

 

할 일이 별로 없어 보이네

 

스도쿠 퍼즐이나 가져올걸

 

낮이다

 

낮이 됐다

 

해가 뜬 거다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따뜻하다

 

아침에 왔던
간호사가 아니다

 

향수가 다르다

 

손이 부드럽다

 

엘리스?

 

엘리스 맞아?

 

이러면 안 돼

 

- 난 스테파노를...
- 쉿

 

아무 말도 하지 마

 

내가 널 사랑해

 

널 위해 화성에 갈게

 

약속해

 

산책이라도 나갈까?

 

다 싫어

 

전부 다

 

- 난 끔찍한 여자야
- 아니야

 

- 절대 끔찍하지 않아
- 더는 이렇게 못 살겠어

 

우리 애들을 생각해 봐

 

달래려고 하지 마
더 죄책감 든다고

 

난 왜 이럴까?

 

뭐가 문제지?

 

엄마는?

 

피곤해서 좀 자겠대

 

- 엄만 맨날 피곤해
- 맞아, 맨날 그래

 

우울증 도졌어?

 

우울할 때도 있는 거지

 

확실히 말하는데

 

엄마가 또 정신 줄 놓으면
집 나가 버릴 거야

 

퀴즈 내 볼 사람?

 

없어?

 

아빠가 낼게

 

녹색이고 작은데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엘리베이터 안의 완두콩이잖아

 

재미없어
나온 지 한참 된 유머야

 

괜찮은 거지?

 

엄마 때문에
안 괜찮을 것도 없잖아

 

나 못 참겠어

 

- 시끄럽잖아
- 조용히 하라고 할게

 

오늘 조이스의 생일이야

 

나 같은 건 엄마도 아냐

 

일어나야겠어

 

- 재밌는 거지?
- 응

 

혹시 그거 알아?

 

파티는 무조건
엄청 즐거워야 해

 

재미없음 끝이지

 

- 그래
- 그리고 또 있어

 

너 정말 예쁘다

 

너무, 너무, 너무 예뻐

 

친구들이 춤을 안 추네?

 

엄마가 모범을 보여야겠다!

 

춤춰!

 

거기, 거기!

 

기분이 왜 이러지?

 

멍멍이가 된 기분이야

 

다 같이
힘차게 소리 지르는 거다?

 

하나, 둘, 셋

 

정말 재밌었어

 

아주 오랜만에 말이야

 

좋아

 

- 준비됐지?
- 아빠, 안녕

 

안녕

 

- 잘 다녀와
- 안녕, 아빠

 

그래

 

나 떠날래!

 

떠날 거라고!

 

괜찮아

 

괜찮으니까 가자!

 

나 사랑해?

 

당신 없인 못 살아

 

너 없는 삶은 없어

 

천천히 하자

 

너무 낯설어

 

널 상상하며 너와 대화하곤 했는데
진짜 너랑 말하려니까

 

어색해

 

시간이 필요해, 니모

 

우리가 헤어졌던 15살 때

 

난 아무도
사랑하지 않기로 했어

 

영원히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않고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겠다고

 

아무것도 누리지 않고

 

그냥 살아 있는 척만
하기로 했지

 

이 순간만을 기다려 온 거야

 

여태껏 말이야

 

하나만을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포기했어

 

너와 함께하려고

 

근데 너무 낯설어

 

그러니까...
사랑 말이야

 

널 또 잃을까 봐 두려워

 

또 너 없이 사는 게 두려워

 

나... 너무 겁이 나

 

시간을 좀 갖자

 

널 다시 봐야겠어

 

이 번호로 전화해

 

이틀 후에

 

등대에서 만나

 

내가 어쩌다
안나를 잃었는 줄 알아?

 

두 달 전에

 

실직한 브라질인이
달걀을 삶았거든

 

열이 집 안에
미기후를 만들어 냈지

 

온도가 주변보다
약간 다른 거예요

 

두 달 후 지구 반대편에
폭우가 쏟아졌어요

 

브라질인이 공장에 안 가고
달걀을 삶아서야

 

옷 공장에서 잘렸거든요

 

왜냐하면 6개월 전에

 

내가 청바지 가격을 비교하곤

 

더 싼 청바지를 사서 그래요

 

중국 속담에 이르길

 

눈송이 하나가
대나무를 구부릴 수 있댔죠

 

청바지 회사가
다른 나라로 옮겨 간 거예요

 

그렇게 안나의 흔적을
놓친 거야

 

난 그녀를 기다렸지

 

매일매일

 

안나

 

니모

 

다시 무서워졌어

 

약이 지겨워

 

의사도 지겹고
다 필요 없어

 

도와줘, 더는 못 참겠어
무서워 죽겠다고

 

나도 방법을 모르겠어

 

가끔 이런 꿈을 꿔

 

선사시대인데

 

네 비명 소리가 들려

 

내가 곰을 쫓아 버리지

 

그럼 넌 안정을 찾아

 

근데 꿈에서 깨면...

 

꿈에서 깨면

 

곰은 없고

 

넌 여전히 두려워해

 

난 곰 사냥꾼이 아니다

 

난 방금 백수가 된
복사기 회사 직원이다

 

움직일 수 없어

 

난 살아 있는 게 아냐

 

내가 뭘 하든
재앙일 뿐이야

 

네가 더 이상 두렵지 않게

 

곰을 쫓아내고 싶어

 

우리 안의 원초적 공포는
얼마큼일까요?

 

새끼 거위가
알을 깨고 나왔을 때

 

아기 새 위로
거위 형태의 뭔가가 날고 있다면

 

아기 새들은
목을 빼고 울어 대죠

 

하지만 모양을 살짝 바꿔서

 

독수리 형태일 경우

 

아기 새들의 반응은
즉시 바뀝니다

 

독수리를 본 적 없음에도
몸을 사리며 공포에 떨죠

 

학습도 없이

 

원초적 공포만으로
생존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원시적인 위험 때문에

 

원초적 공포를 갖게 됐을까요?

 

니모, 뒤돌아

 

이봐요!

 

저기요

 

미안합니다

 

떠올리세요

 

떠올리세요

 

여보, 나 왔어

 

엘리스가 그때 죽었단 거예요?

 

이해가 안 돼요

 

그럼 애들이 있는 게
말이 안 되죠

 

안녕, 아빠

 

안녕

 

안녕

 

금방 들어갈게

 

- 배 안 고파?
- 안 먹고 싶어

 

됐어

 

오늘 뭐 할 거야?

 

세차나 할까 생각 중이야

 

그 차가 대체 뭐길래?

 

무슨 말이야?

 

난 여기 내버려 두고
차만 보살피잖아

 

그 차가 뭐길래?

 

차는 아무것도 아니야

 

왜 그래?

 

왜 그렇게 쳐다봐?

 

왜 그렇게 쳐다봐?

 

니모

 

커피에 설탕 넣을까?

 

대답 안 해 줄 거야?

 

니모

 

당신은 날 몰라
날 진심으로 본 적이 없으니까

 

당신은 늘 딴 데 가 있어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알아?

 

변호사한테 전화 왔었어

 

전 재산을 내 명의로
돌렸다고 들었어

 

왜 그래?

 

무슨 속셈이야?

 

월척을 꿈꾸신다면
'버터플라이' 낚싯대를 써야죠

 

장력과 내구성이 최고입니다
지금 당장 구입하세요

 

버터플라이 낚싯대
지금 바로 구입하세요

철물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예스

 

 

나 낚싯대 사 올게

 

정지!

 

 

존스 씨?

 

- 네
- 짐은 찾아 놨습니다

 

따라오시죠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약속 시간은 3시입니다

 

다니엘 존스

 

다니엘

 

다니엘 존스

 

다니엘 존스

 

이름이 다니엘 존스예요?

 

당연히 아니지

 

다니엘 존스

 

여보세요?

 

다니엘?

 

그런데요

 

가지 말라니까 왜 갔어?
그놈들 열 받았어

 

자네라는 거 안다고
당장 튀어!

 

예스

 

이상한데

 

신발 사이즈가 달라

 

발이 줄었나 보지
나이 들면 줄기도 한다잖아

 

발이 줄다니
무슨 개소리야?

 

엄한 놈을 죽인 거야

 

우주인이 지구에 돌아오면

 

- 중력 때문에 발이 줄어든대
- 이 자식이 우주인이겠어?

 

바닥의 떨림이 전과 다르다

 

다른 향수다

 

그녀는 몇 살일까?
25살?

 

다른 사람들도 있다

 

다시 시작하자

 

키보드 위의 손가락

 

왼손 자판
A, S, D, F

 

오른손 자판
H, J, K, L

 

- 왜 그래?
- 꿈에 스테파노가 나왔어

 

날 신경도 안 쓰더라

 

스테파노!

 

그일 사랑해

 

내 상태는 그거밖에
설명이 안 돼

 

그게 이유였어

 

스테파노를 사랑해

 

내가 미쳤단 거 알아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네 얼굴을 보곤

 

난 울기 시작해

 

너랑 함께란 걸 깨닫고
절망에 빠져

 

어쩜 이렇게 침착해?

 

어떻게 그냥 듣고만 있어?

 

넌 사람 아니야

 

나 어쩌면 좋지?

 

내 잘못 아니잖아

 

날 떠나지 않을 거지?

 

난 너 없인 못 살아

 

난 모두에게 상처만 돼

 

당신도 아파하고

 

아이들도...

 

- 더는 안 돼
- 같이 노력하자

 

나 때문에 너까지
슬픔에 잠길 거야

 

헤엄쳐 나올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녀는 날 떠났지

 

그래도 결국은

 

다 해결된다잖아

 

엉망일지언정

 

안녕하세요

 

위엔 조금만 잘라 줘요

 

- 얼마죠?
- 20달러요

 

- 여기요
- 고맙습니다

 

- 20달러요
- 여기요

 

고맙습니다
안녕하가세요

 

고마워요
좋은 하루 보내요

 

왜 담배 연기는
담배로 돌아가지 못하죠?

 

왜 분자는
서로 떨어지려고 할까요?

 

왜 떨어진 잉크 방울은
주워 담을 수 없죠?

 

우주가 소멸 상태를 향해
움직이기 때문이죠

 

그게 '엔트로피 법칙'이에요

 

우주의 현상이

 

점점 무질서한 방향으로
진행된단 뜻이에요

 

엔트로피 법칙은

 

'시간의 화살'과도 관련되는데

 

우주 팽창의 결과라고도 합니다

 

그럼 중력과 팽창의 힘이

 

균형을 이룬다면
어떻게 될까요?

 

혹은 양자 진공 에너지가
너무 약하다면요?

 

그럼 그 순간
우주는 수축하기 시작할 겁니다

 

바로 '빅크런치(대붕괴)'죠

 

그럼 시간은 어떻게 될까요?

 

거꾸로 갈까요?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피터는요?

 

1시간 전에 나갔어요
제가 대타죠

 

테이크 3, 4를 골랐어요

 

난 피터랑 하고 싶은데요
당신이 못한다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선 기회가 한 번뿐이에요
싫어도 받아들여야죠

 

아는 사람이에요?

 

동료였어요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아야 한다면'

 

'시간이 까르륵거린다면'

 

'아침을 밝힌 빛이
한낮에 불타오른다면'

 

'언제나 그랬듯이'

 

'새가 일찍이 둥지를 만든다면
벌이 부산하게 움직인다면'

 

'누군가는 이승에서 떠나기로
택할 거다'

 

'우리가 데이지 꽃밭에 누워도
그루터기는 굳건히 서 있을 거다'

 

'교역이 계속되고
거래도 활발해질 거다'

 

'그래서 조용히
이별을 맞는다'

 

- 기운 내요
- 감사해요

 

명복을 빕니다

 

전 피터의 동료예요

 

TV에서 봤어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관측실에서

 

화성의 표면을 볼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화성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승강기가 곧
화성 환승역에 도착할 것입니다

 

저 자전거들은 뭐죠?

 

수출용이에요
여기 인건비가 더 싸거든요

 

요즘 중국이 너무 비싸잖아요

 

대기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새 수면복을 받으시고

 

지연 예방 주사를
맞으셔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니모예요

 

안나예요

 

반가워요

 

화성엔 무슨 일로?

 

화성과 지구의 거리를
측정하러 왔어요

 

시간을 연구하거든요

 

바로 시간 때문에
모든 게 한꺼번에 발생하지 않죠

 

그리고요?

 

2092년에 빅크런치가
일어날 거예요

 

그때까지 버티면
좋은 구경 하겠죠

 

당신은요?

 

오래된 약속을 지키러 왔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부군 장례식장에서 만났었죠

 

기억해요

 

처음부터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 데자뷔 때문이죠
- 그런 게 아니에요

 

이 모든 게...

 

꿈처럼 느껴져요

 

죄송합니다
미친놈처럼 보이겠네요

 

수작 부리는 건 아니에요

 

- 저도 아내를 잃었죠
- 미안하지만 가 볼게요

 

나중에 봬요

 

니모?

 

자네가 물에 빠져 죽었다고
들었는데

 

빠져 죽어요?

 

경고, 경고
운석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당황하지 마세요

 

깨어나고 싶어

 

깨어나고 싶어!

 

깨어날 거야!

 

게임오버

 

괜찮으세요?

 

괜찮습니까?

 

셋을 세면 깨어납니다

 

하나

 

 

 

일어나

 

- 엄마
- 누구세요?

 

- 저예요
- 왜 이래요?

 

- 헨리!
- 엄마 아들 니모예요

 

내 아들은 여기 있어요

 

난 당신 몰라요! 미쳤군요
당장 나가지 않으면 신고하겠어요

 

엄마

 

엄마...

 

뭐가 보이죠?

 

의사가 뭐가 보이냐고 물었죠

 

'잉크 얼룩이요'

 

- 의사는...
- 자세히 말해야죠

 

'종이에 있는 잉크 얼룩이요'

 

틀렸어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말해 봐요

 

'잉크통이 생각나요'

 

의사가 말했죠
'그래요'

 

'좋아요'

 

니모, 떠나

 

내일 정오에
투표를 마감합니다

 

투표하신 분들께 추첨을 통해
가족 달나라 여행권을 드립니다

 

달나라 여행권을 잡으세요!

 

골프 명소에서
스윙을 즐겨 보세요

 

달나라 여행권

 

자연사 50%
연장 49%

 

투표 결과가 나왔어요

 

유감이에요

 

이 나이가 되면...

 

생일 케이크보다
초값이 더 많이 들어

 

죽는 건 안 무서워

 

인생을 헛살아서
한이 될 뿐이야

 

전국의 학교 칠판에
이렇게 쓰라고 해

 

'인생은 놀이터일 뿐'

 

'별거 없다'

 

니모, 떠나

 

니모, 떠나
당장

 

니모!

 

아빠

 

아빠

 

신문을 읽어

 

신문을 읽어

 

시골길에서 일어난
끔찍한 교통사고

 

니모, 5페이지를 봐

 

니모, 길 끝을 봐

 

니모, 전화해
123-581-1321

 

- 여보세요? 누구죠?
- 여보세요? 누구죠?

 

누굽니까?

 

여기로 전화하라던데요

 

전 니모 노바디입니다

 

지금 장난합니까?

 

아뇨, 아니에요

 

- 교환원
- 네

 

123-581-1321번의
주소를 알려 주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알로이스 가 12358입니다

 

안녕, 니모

 

드디어 날 찾았군

 

이 모든 게
복잡하게 느껴지겠지만

 

굉장히 단순해

 

의자 망가졌으니까 조심해

 

- 괜찮아?
- 괜찮아요

 

미리 말해 줬어야 했는데

 

이놈의 대본 때문에!

 

대본요?

 

우리 대화 말이다

 

- 내 말 들려요?
- 네가 있는 곳은...

 

과거야

 

나한텐 그렇지

 

난 70살이 된 너니까

 

네가 하는 말들은
내가 어렸을 때 했던 말이지

 

우리 대화를 다 기록해 뒀어

 

여기 다 쓰여 있다니까

 

- 도무지...
- 못 믿겠지?

 

나한텐...

 

시간이 거꾸로 흘러

 

난 이야기 끝에서 시작해서
처음으로 향해 가지

 

무슨 말이죠?

 

이곳에서

 

넌 존재하지 않아

 

이유는 나도 몰라

 

설계자만이 알겠지

 

설계자?

 

꼬마 말이야

 

기차를 따라 달리던 아이

 

네 부모가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네 아빠가 5살 때
썰매 사고로 죽었거나

 

네가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유전자 코드에
불과했을 수도 있어

 

그리고 어쩌면

 

선사시대 여인이 죽는 바람에

 

네 혈통이
끊겼을 수도 있지

 

그러니 이 세계에서

 

넌 존재하지 않아

 

안나의 계산이 정확하다면

 

넌 2092년까지 살아 있어야 해

 

정확히 2월 12일

 

오전 5시 50분까지

 

죄송해요
테이프가 끊긴지도 몰랐네요

 

내일 아침까지
기사를 제출해야 하는데

 

선생님 말씀은
다 모순이에요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순 없잖아요

 

선택을 해야 한단 뜻이군

 

지금 말씀하신 삶 중에...

 

어떤 게 진짜죠?

 

이 모든 삶들이 다 진짜야

 

모든 길이
다 올바른 길이지

 

'모든 것은 달라질 수 있었고'

 

'더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었다'

 

테네시 윌리엄스

 

자넨 어려서 모르겠지

 

죽었다면 여기 없어야죠

 

존재하지 않을 순 없어요

 

사후 세계가 있나요?

 

사후라고?

 

자네가 존재한다고
확신할 수 있나?

 

자넨 존재하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고

 

우린 9살짜리 아이의
상상 속에 있을 뿐이지

 

우린 불가능한 선택을 앞에 둔

 

9살 꼬마의 상상인 거야

 

뛰어, 어서!

 

니모!

 

뛰어!

 

어서, 니모!

 

니모!

 

사랑해

 

안나!

 

니모!

 

내가 널 사랑해

 

체스에서는

 

'추크츠방'이라고 말해요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만히 있는 거지

 

이리 와 봐

 

바다네요

 

아이가 없애고 있어

 

이젠 필요 없는 게지

 

이전에 선택할 수 없었던 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서였어

 

이젠 알게 되었으니

 

그 또한 선택할 수 없겠지

 

고마워, 고마워

 

정말 고마워

 

유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이구먼

 

안나

 

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