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 (?い雨 Black Rain, Kuroi Ame , 1989) Sh?hei Imamura DVDRip.XviD - WRD

이마무라 프로덕션
하야시 그룹 제휴작

 

배급 : 도에이

 

검은 비
(Black Rain , 1989)

 

1945년 8월 6일

 

어제 하루 짐을 싸고
소개할 준비를 했고

 

오늘 아침에 노지마상의
트럭에 싣고 떠났다

 

외숙모의
기모노와

 

허리띠 3개
겨울옷 3벌

 

대대로 전해오는
비단 혼례복을 꾸렸다

 

그건 유서어린
옷이었다

 

또 외삼촌의
양복과 평상복

 

내 기모노와 겨울옷
허리띠 3개

 

중학교 졸업장도
챙겼다"

 

원작 : 이부세 마스지

 

각본 : 이시도 도시로
이마무라 쇼헤이

 

음악 : 다께미쯔 도루

 

촬영 : 가와마따 다까시

 

미술 : 이나가끼 히사오

 

맞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나까 요시꼬

 

기따무라 가쯔오
이찌하라 에쯔꼬

 

감독 : 이마무라 쇼헤이

 

"8월 6일의
아침은 무더웠다

 

나는 공장에
출근하기 위해

 

매일 다니는
요꼬가와역으로 향했다"

 

공습경보는요?

 

다 해제됐습니다

 

시즈마상
안녕하세요

 

안녕하시요

 

어제 올린
서류 말이에요

 

오늘까지 다
서명해주시겠어요?

 

지진이다!

 

저게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점점 어두워지는데

 

소나기가
내리려나 봐요

 

아니겠지
비 소식 없었는데

 

시계바늘이
눌러붙었어

 

왜요?

 

굉장한 빛이었어

 

큰일이군

 

가공할 신무기일 거야

 

라디오도 안 나오고

 

부대 주변은
불길로 용광로 같아

 

노지마상이
배로 데려올 거야

 

사공이 도와주겠지

 

노지마상이
사공을 잘 알아

 

그럼 야스꼬가
공장으로 찾아올 거고

 

그 애가 그리로
간 줄 알까요?

 

그럼 알겠지
먼저 거기부터 찾을 거야

 

뭐하고 있어?

 

오이나 좀
가져갈까 하고

 

좋도록 해

 

자,그만 가보자고
어서

 

빨리

 

호박은 놔두고
자,가

 

문이 어긋났네!

 

됐다!

 

야스꼬!
외삼촌,외숙모!

 

얼굴 문지르지 마라
손에 콜타르 묻혔냐

 

외삼촌,뺨이...

 

괜찮아
조금 탔어

 

왜 이렇게 얼룩졌냐?

 

검은 비가 내려요

 

주유탱크가 폭발했나?

 

외숙모
물 좀 줘요

 

야짱
불길이 번져

 

외삼촌의
공장으로 대피하자!

 


뭐 해?

 

어서!

 

어서!

 

조심해
전선에 안 걸리게

 

괜찮아?

 

어서 와!

 

내가 걸려 넘어지면
혁대를 잡아일으켜

 

피부엔
손대지 말고

 

형! 형!

 

형! 형!

 

넌 누군데?

 

나야
형의 동생이잖아

 

네가 내 동생이라구?
이름이 뭐야?

 

이름은?
학교는?

 

히로시마 중학교
1학년 2반

 

스꾸네 기유조

 

뭐야?
기유조는 각반을 찼는데

 

각반이 찢겨나갔어

 

어디 혁대 좀 봐

 

기유조짱!
기유조!

 

물...

 

물 좀 줘요

 

보지 말아!

 

아파!

 

아파!

 

히로시마가
어디 갔지?

 

히로시마가 없어졌다!

 

안 돼
조심해요!

 

1950년 5월
히로시마현 후꾸야마

 

아주 정상이란다
선생님께서 분명히 하셨다

 

여기 건강진단서

 

결혼하는데
아무 지장없다

 

외삼촌은요?

 

평소대로지
조심하면 괜찮아

 

시즈마상! 좀 계세요
드릴 게 있어요

 

여기 받으세요

 

뭐지?

 

약초에요

 

얼지 않도록
키우세요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거에요

 

안녕히 가세요

 

알로엔가?

 

그래,화상에 좋으니
써보라는 건가

 

아무튼 고맙군

 

오늘 저녁 7시

 

시청 앞에서
스톡홀름 호소를 지지하는

 

원폭 반대 집회가
열릴 예정이니

 

많이들 와주십시요

 

히로시마는
핵의 희생양입니다

 

이거 오랜만이네요

 

그렇군요

 

그래,건강은
좀 어떠세요?

 

신통찮아요
일하려면 어지러워요

 

역시 그렇군요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은
일을 해야지요

 

더 미인이 됐네

 

그래
시집갈 나이네요

 

그렇지요
이제 시집 보내야지요

 

잉어 기르시려고?

 

아니요

 

잉어 피가
몸에 좋다고 해서요

 

지금 미요시 행
2시30분 열차가 도착합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흰 선
뒤로 물러나 주십시요

 

아,그렇지...

 

우체국장이
어제밤에 와서

 

결원이 생겼다면서
널 쓸까 하더라

 

어떻게 생각하냐?

 

2년 동안 가만 있다가
하필 이제 와서

 

결혼하게 되면
관둬야 하잖아

 

안 된다고
해야겠다

 

신경쓸 것 없다

 

내리실 분
안 계세요?

 

저 녀석이 또!

 

유이찌,됐다!

 

완수,완수!

 

완수됐어요?

 

미안해요

 

그래,완수다!

 

좋아,완수!

 

미안해요

 

시즈마상,잠깐!

 

자,피 마셔요

 

고마워요

 

다녀왔습니다!

 

아,갔다 왔니?

 

어떻대?

 

안 좋은 데
없대요

 

여보
의사가 뭐래요?

 

아무 탈도 없대

 

여기 건강진단서야

 

잘 됐네요

 

다 정상이래

 

이걸로 뜬소문은
끝이야

 

엄마!

 

아니,오끼요가 왔구나

 

네,왔어요,엄마

 

참,야스꼬상을

 

자기 딸로
생각하시니

 

마음 쓰지 마

 

나이 드셔서
저런 거니

 

나야 뭐 괜찮아요

 

뭐야...

 

감자를 다 심은 거야?

 

당신도 나이가 있으니
무리하지 마

 

괜찮아요

 

피곤하지도 않고

 

후지다 선생의
부인도

 

아무 증상 없다가
병났잖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고맙기도 하셔라

 

건강진단서부터
요구하다니,참!

 

중매인이
군인의 부인이에요

 

신식을
따르는 거겠지

 

그 동안
애 많이 쓰셨지

 

죽은 여동생의
딸한테

 

그래도 히로시마에
데려온 게 마음에 걸려요

 

안 그랬으면 탄약공장에서
죽도록 일했을텐데요

 

다 전쟁 탓이지

 

어서 혼례복 입은 모습을
봤으면 좋겠는데

 

참한 처녀니까
잘 성사될 거에요

 

그러신가
축하합니다

 

아직 결정은
안 났어요

 

아무튼 채용 건은
없던 일로 하고

 

결혼식엔
꼭 초대하세요

 

잔치상 같구나
없는 집 살림에

 

우리가 그때
히로시마에 있었잖아요

 

영양분을 많이
섭취해야한대요

후지다 선생이 그랬어요

 

후지다 선생이 그랬어?

 

어머니도
많이 드세요

 

야스꼬상이
시집가고 나면

 

우리가 적적하겠네

 

외숙모,아직
정해진 것도 아니잖아요

 

참,시계 맞춰라

 

곧 7시가 되겠습니다

 

시보가 울린 뒤에
뉴스를 전하겠습니다

 

이 연못에
대왕 잉어가 있다던데

 

여왕 잉어지요
딱 한 번 봤어요

 

잉어 피가
효험이 있던가요?

 

덕분에
몸에 온기가 돌아요

 

식욕 부진에는
배를 먹으면 좋아요

 

누군 나뭇짐 하는데
태평하시구랴

 

팔자 좋은 사람들이야!

 

이봐요

 

방사능을 쬐서
치료 받는 신세요

 

우리도 일하고 싶어요
아무렴!

 

하지만 무리했다간
몸뚱아리가 썩어요

 

아,그러셔?

 

그래도
그 피폭에서

죽은 사람들 덕에
편케됐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해도 너무하네

 

히로시마에서
이리 왔을 때는

 

순교자라며
울면서 맞아주고선

 

그게 거짓 눈물이었나?
아니면 다 잊은 건가?

 

당시야 종전
직후라 그랬지

 

다 같은 심정이었고

 

괜한 투정하시네

 

누가 투정을 해요!

 

이게 댁이 세낸 연못이요?
그게 아니잖소

 

뭔 소리요?

 

마을 사람이면
누구나 와서

낚시질 할 수
있다는 말이요

 

안 그런가

 

누가 뭐랬나

그래서 종일 여기서
낚시질 하고 있고

 

그래서 내가
팔자 좋다 한 거지

 

이런 과부
여편네를 봤나!

 

낚시대나 보셔!

 

사람 열불나게 하네!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의
원폭 현장을 잊은 거야

 

모두들 잊었어

 

그 생지옥을
다 잊어놓고는

무슨 원폭 반대야

 

아주 진저리나요
속이 뒤집어져!

 

쇼끼찌상
괜히 말조심해요

 

거기 봐요!
물었네

 

뭐야,피래미잖아!

 

적이다!

 

폭탄!

 

폭탄!

 

적이다!

 

관 둬,유이찌!

 

완수,완수했어!

 

완수!
완수!

 

좋아!
완수!

 

아직 안 나았어요?

 

그래도 좋아진 거야
돌아온 거야?

 

쉬는 날이에요

 

여전히 고베의
캬바레에 있어?

 

아니요,이젠
후꾸야먀에 있어요

 

나 왔어!

 

나 왔어!

 

아무도 없나?

 

아니 불쑥
웬일이냐?

 

뭐가 어때서?
엄마 딸이 집에 왔는데

 

뭐야?
누구 있어?

 

뭐가?

 

이번엔 누구야?

 

뭘 이번엔 누구야!

 

지나가다가
좀 쉬러 들른 거야

 

딸애인 후미꼬에요
후꾸야마에서 일해요

 

안녕하신가

 

안녕하세요

 

가따야마상은
피폭 현장에 계셨대

 

그래서 안색이
안 좋으시군요

 

먹고 살려고

후꾸야마와 미요시를
오가며 장사를 하지

 

암시장 장사

 

그럼
돈 잘 버시겠네

 

저 있는 할리우드에
한번 오세요

 

캬바레?

 

그럴 기력이나 있나!

 

그럼,좀...

 

엄마

 

뭐?

 

나 왔다고
말하지 마

 

또 사내 문제냐?

 

야쿠자가
잡으러 다녀

 

그래
난 딸 없다

 

건강진단서는
좋게 나왔는데

 

건강진단서만으론
증빙이 안 된대요

 

내가 피폭자 친구
편을 든다면서

 

고따로상...

 

네?

 

야스꼬는
우리 부부와 달리

현장에 없었어요

 

멀리 소개해 있었어요

 

내가 직접 말해보면
안 될까요?

 

실은 이미 딴
신부감을 찾았대요

 

신랑감은 야쓰꼬에게
마음이 있나본데

 

부모들이
건강 문제를 따져요

 

- 만나봐야 소용없어요
- 그렇군요

 

일이 이렇게 돼서
미안해요

 

그 애의 혼사에
무슨 마라도 낀 건가

 

글쎄 말입니다

 

자,그럼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병원엔 다니시나?

 

요샌 뜸했지

 

매 주 혈액검사를
해보는 게 나아요

 

그렇긴 한데
성가셔서

 

벌써 가세요?

 

마쯔끼찌상 아냐?

 

아니,고따로상이에요!

 

그런가...

 

어떻게 됐지?

 

표정으로 봐
잘 안됐나봐

 

그럼 우체국에
근무하게 되나?

 

모르지

 

벌써 세 번짼데

 

지금 25살이고

 

이러다 시즈마가의
대가 끊기겠네

 

피폭 여자들이
불임증이라던데

 

시게꼬상이
고개를 못 들잖아

 

여태 슬하에
자식이 없으니

 

그래도 야스꼬상은
검은비만 맞았다잖아

 

누가 알아

 

시내에 있었다는
말도 있어

 

그래,이번 일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그렇게
소문에 휘둘리다니

 

그 싹을 잘라야겠다

 

야스꼬
네 일기 좀 보자

 

1945년 8월 6일부터
쓴 거

 

그냥 간단히
메모한 건데요

 

그게 더 나아,실감나고
줘봐라

 

뭐 하려고요?

 

베껴서 신랑 측에
보낼 거야

 

이미 거절한 일이잖아요

 

그렇다고 입 다물고
있을 순 없어

 

뭐라도 대응해야지

 

왜 그래?

 

검은비 있잖아요...

 

이제는 해롭다는 걸
다 알잖아요

 

신랑 측에서
그 점이 걸렸을 거에요

 

좀 읽어봐

 

"천둥 번개가 치면서
시내에서 먹구름이 퍼져나갔고

 

먹물처럼 검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여름이었지만 냉기로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그대로 베껴 써
검은비였다고,검은비

 

비를 맞은 거지
피폭 당한 게 아냐

 

야스꼬는 친딸이나 같아
짝을 맺어줘야지

 

그게 부모가
할 도리고

 

내 "피폭일지"도
복사해야겠어

 

야스꼬의 것과 함께

 

우리 셋이 정확하게
맞춰보자고

 

이리,이리 가자고!
어서!

 

몸을 낮춰!

 

조심해
여긴 생지옥이야

 

"아내와 조카딸을
데리고 나선 게

 

무모한 일이었을지
몰랐다

 

그러나 공장 말고는
달리 갈 곳이 없었고

 

그리 가려면
시내를 지나가야 했다"

 

물이다!
빨리 와!

 

죽기 전에
물 속으로 들어가!

 

"빛과 열로
사람과 말들이 죽어갔지만

 

강 속이
그나마 안전했다"

 

그쪽은...

 

폭격 때
어디 있었어요?

 

요꼬가와 역에서
출근 중이었어요

 

나는 히지야마
근처에 살아요

 

그때 방공호 안에
있었어요

 

그런데
뭔가 번쩍 하더니

 

앞이 캄캄해지면서
눈이 멀었어요

 

계속 아픈가요?

 

이상하게도
이젠 아프진 않아요

 

나도 아픔을
못 느끼겠어요

 

하지만 너무 가슴 아픈
일을 당했어요

 

집이 주저앉고

 

아내가
그 자리에서 죽었어요

 

아들애의 다리가
무너진 기둥 틈에 끼었는데

 

아무리 치우려해도
허사였어요

 

그러다 불길이
번져왔어요

 

그 애한테
말했어요

 

"안 되는구나
아빠를 용서해라!"

 

그리고 달아났어요

 

"아빠,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그럼 이만
몸조심 하시고

 

자,가자

 

외숙모
다 왔어요

 

시즈마상 아닙니까!

 

시즈마상
살아계셨군요!

 

시즈마상!

 

빨리 물 좀!

 

"공장에 도착하니

 

공장장과 직원들이
따뜻하게 반겨주며

 

응접실로 안내했다

 

감격해서
눈물이 나왔고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안녕하십니까

 

누굽니까?

 

외무과의
우에다군이야

 

간밤에 도착했지

 

밤새 끙끙 앓다가

 

새벽에
노란 물을 토해내고

 

그대로 죽고 말았어

 

공장장님

 

야꾸가와 시청문은 닫겼고
직원도 없습니다

 

절도 텅 비었습니다

 

수고했네

 

시즈마군...

 

자네가 독경을 해주게

 

독경이요?

 

절에 가서

 

그 경을 좀
베껴오게

 

그렇더라도

 

제가 어찌 고인의 혼을
위로하겠습니까

 

그럼 이 상황에서
누가 하겠나?

 

승려든 속인이든
상관없네

 

죽음 앞에서

선종이냐 일련종이냐
파를 가르겠나

 

이건 공장장으로써의
지시야

 

히로시마가
사라졌다고 들었소

 

얼마나
무참한 일이요!

 

세상의 도가 깨어져

 

말세가 온게지

 

참으로
통탄할 일이요!

 

장례를 행할 때는

 

세 경문을 읊는데

 

먼저 쇼신게의
염불을 외우고

 

다음은 3계를 넘으라는
아미타경이요

 

독경하는 동안

 

옆의 사람이
고인에게 분향을 하고

 

끝으로
백골문을 읊으시요

 

"내가 먼저일지
네가 먼저일지

 

오늘일지 내일일지
알 수 없고

 

모든 인생이

 

금새 스러지는

 

아침이슬 같구나

 

아침엔 붉은 얼굴이

 

저녁 되니 백골이네"

 

아직 옷이 덜 말랐네

 

좀 더 기다려야겠어

 

"짐은 깊이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상에 감안하여

 

비상조처로써
시국을 수습코자

 

충량한 신민들에게
고하노라..."

 

"냇물이 반짝이며
흘러내려갔다

 

물고기들은 거슬러
위로 헤엄쳤다

 

1945년 8월 15일 정오

 

내 기억에는
그것만 남았다"

 

여보
금붕어 상인이 왔는데요

 

금붕어 상이 아니라
잉어 양식업자야

 

그래요?

 

좀 괜찮아요?

 

사흘 푹 쉬었더니
머리에 났던 게 없어졌어

 

걱정 말아

 

연못의 수온과
크기가 딱 좋습니다

 

자라면 큰 못으로
가져가야지

 

그 과부 여편네가
딴 소리 않게

 

지금 무슨 소리에요?

 

"누군 나뭇짐 하는데
태평하시구랴"

 

"그 피폭에서 죽음 사람들
덕에 편케됐지"

 

전에 둘이
정분이 있었다던데

 

그래서
찔러대는 거에요

 

어렸을 적에
의사놀이 한 적은 있어도

 

그걸 갖고 여태까지?

 

거기 뭐요!

 

폭파하라!
폭파하라!

 

썩 나가
죽을라고 환장했나!

 

엔진을 꺼요!

 

유이찌!

 

유이찌
그만 해!

 

대장님!
대장님!

 

후방에
적 탱크입니다!

 

뭐?

 

저 민가 뒤입니다!

 

좋다
후방으로 전진!

 

이 자식들!
뭐 하고 있어!

 

뭐야?

 

전진,전진!

 

전진!

 

소대장님
저 안입니다!

 

돌격!

 

적 탱크를
파괴했습니다!

 

작전 완료!

 

폭파 완수!

 

완수!

 

죄송해요!

 

고맙습니다!

 

완전 또라이잖아!

 

미안해요

 

전쟁 때 탱크 폭파
특공대였어요

 

그래서 엔진 소리만
들으면 저래요

 

전문가 다 되셨네
가따야마상

 

억지로 겨우
진정시키곤 했는데

 

이 전술이
훨씬 탁월해요

 

그냥 머리 좀 썼지요

 

버스다!

 

엔진 끄라고 해야 해!

 

서요!
서요!

 

시즈마상
안녕하시요

 

안 계시는 동안

 

잉어 치어를
풀어놨어요

 

시즈마상이셔

 

안녕하십니까
아오노라고 합니다

 

좀 실례하겠습니다

 

누구지?

 

후추 미용실의 조카야
거기서 봤어

 

야짱한테 맞으려나

 

괜찮은데 뭐

 

그래
서로 아는 사이라고?

 

네,미용실에서 몇 번

 

부친이
철공소를 운영해요

 

아오노 철공소면
아시다 강 근처의?

 

그렇습니다

 

고모한테 야스꼬상의
주소를 물어봤습니다

 

부모님들께서도
기꺼워하십니다

 

안사람이 그 미용실
단골이라 말을 넣었지요

 

좀 성급하긴 하지만

 

제가 고집했습니다

 

고따로상
그럼 이게 상견례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허락해주십시요

 

믿어주십시요

 

그럼
많이 도와주십시요

 

그래도 혼인은
본인 마음에 달렸지

 

담배 좀 줘요!

 

주인,담배요

 

고따로상
뭐요?

 

후미꼬의 신랑감도
좀 찾아줘요

 

술집 여급은
좀 그래

 

그게 뭐 어때서?

후미꼬가 당신
딸일 수도 있는데

 

농담치곤 고약하네

 

근거 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뭐가요?

 

남녀가 10번 이상
같이 잤는데

 

참,난 통 기억에 없어

 

하긴 야스꼬짱은
대지주 집 조카니까

 

당연히
나서줄만 하지

 

그게 아냐!
피폭자가 아닌데

 

악소문에 혼사가 막히니
딱해 그렇지

 

왜 그래요?

 

무슨 일이요?
왜 그래!

 

종종 구토가 나와요

 

피폭 때문일 거야

 

어때?

 

아오노상이요?

 

야스꼬상도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던데요

 

당신도 그렇게 봤어?

 

그래요

 

이번엔 꼭
성사시켜야지

 

당신이나 나나 언제
원폭증이 나타날지 몰라

 

우리 살아 생전에

 

그 애가 혼례복 입은
모습을 봤으면 좋겠는데

 

당신 아다시피

 

저야 여태
아무 일 없었잖아요

 

아오노상이 열심이니까
이번엔 다 잘 될 거에요

 

누가 혼인한다고?

 

야스꼬요

 

야스꼬?

 

기요꼬상이요

 

따님 기요꼬상이요

 

기요꼬가 혼인한다고?

 

시누이를 한번 봤으면
좋았을텐데

 

야스꼬를 낳자마자
죽었지

 

벌써 25년이 흘렀나

 

기요꼬

 

기요꼬
혼인하지 마라

 

혼인하면 죽게 돼

 

네,엄마

 

혼인 안 할 거니까
안심하세요

 

그래,그래야지

 

네가 곁에 없으면
서운해

 

혼인하지 마라

 

함께 아버지 뵈러 가요

 

싫어요?

 

할 말이 있어요

 

할 말이라니
딴 남자라도...

 

있는 거라면
하지 말아요

 

참...
내가 그렇게 보여요?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헤어졌으면
상관 없어요

 

그런 게 아니에요

 

애가 타요

 

야스꼬상

 

사랑해요

 

제발 나와
결혼해줘요

 

땅을 조금씩
내놓을 때마다

 

마음이 서운해요

 

그래도 여전하시잖아요

 

더구나 산림은
농지개혁에서도 제외됐고

 

다 됐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땅을 팔았니?

 

조상들이 물려준 건데
잘 간수해야지

 

물...

 

물 좀 줘요...

 

물 좀!

 

가따야마상!

 

주인 아주머니!

 

아주머니!

 

도와주세요,아주머니!

 

가따야마상이
다까후따 출신이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장례를
여기서 치뤄요?

 

조카들이 장례를
안 떠맡겠다고 해

 

전처가 그 형이랑
눈이 맞아 집나갔대요

 

그래도
여기 사람이 아닌데

 

참 모질게 살았지

 

선대부터래요

 

직접 피폭 당한
사람들보다 먼저 갔어

 

우리한테도
닥칠 수 있어

 

하여간에...

 

참...

 

시즈마상 어떻게?

 

네,여기 있습니다

 

그럼

 

"인생이 무엇이더냐

 

세상에
나고 죽는 것이

 

일장춘몽이로다

 

만세를 산
사람 없고

 

백년도
못 되는 세월이

 

빛처럼 지나가는구나

 

내가 먼저일지
네가 먼저일지

 

오늘일지 내일일지
알 수 없고

 

모든 인생이

 

금새 스러지는
아침이슬 같구나"

 

여기 다까후따에서
온 사람 없어요?

 

고바다께 출신 없어요?

 

쇼끼찌상!
나요,시즈마요!

 

시게마쯔상!

 

기적적으로 살았어요

 

다까후따에서 온
가따야마요

 

고바다께의 시즈마입니다

 

그 손은...

 

아니,조금

 

사람들을 뽑아
구조작업 하러 왔어요

 

고따로상도
같이 왔고

 

살아 있어
반가워요

 

어디로 가시지?

 

공장장의 지시로
우지나에

 

히로시마가 사라졌어요

 

네,사라졌어요

 

전쟁은 잔학해

 

아버지의 철공소가
눈코 뜰 새 없어요

 

조선전쟁 덕에
트럭 철판 주문이 쏟아져요

 

신혼여행은 마음대로

홋까이도든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아오노상!

 

외삼촌의 친구 분이
돌아가셨어요

 

원폭 때 히로시마에서
이틀 계셨던 분이에요

 

피폭자였군요

 

외삼촌 외숙모와
저도

 

그때 히로시마
시내를 지나왔어요

 

외삼촌은 원폭증
증세가 있으세요

 

그렇게 들었어요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당신과 외숙모님은
괜찮다고 말씀드렸어요

 

아버지는 여자가
더 강하다며 웃으셨어요

 

걱정 말아요

 

붕어인가요?

 

아니,잉어요

 

후쿠야마에서
오셨소?

 

아니,후츄에서요

 

아,후츄에서 의사선생님을
태우고 오셨나

 

저 집 주인 쇼끼찌상이
몸이 안 좋은데

 

아니,아오노라고
미용실 여주인입니다

 

치어가 많네!

 

의사가 아니라
미용실 주인이라

 

감사해요
별 말씀을요

 

치어들이
잘 자라는군요

 

네,빨리 자라지요

 

안경은 웬 일로?

 

요즘 눈이
좀 침침해요

 

...7시 뉴스입니다

 

조선전쟁이
해안교두보를 두고 치열한...

 

안녕하시요!

 

나중에 와야겠네
식사 중이신데

 

차 좀 드세요

 

이리 오세요

 

자 이리로
들어오세요

 

아니,여기서...

 

편하실대로

 

그 후츄 사람들 말인데...

 

딱지 놓던가요?

 

아시요?

 

쇼끼찌상 집에
미용실 주인이 다녀갔더군요

 

쇼끼찌상은 놀라서

 

사실대로 다 말했데요

 

뭐 쇼끼찌상을
탓할 순 없어요

 

야스꼬만 딱하지

 

소문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그래,쇼끼찌상이
그랬군요

 

뭐 혼인이야
당사자 문제지

 

내가 그 친구를
억지로라도 데려오지요

 

아저씨

 

제가 사실대로
말했어요

 

뭘?

 

아노상한테
저도 언제

가따야마상처럼
될지 모른다고

 

분명히 밝혔어요

 

야짱 언제쯤?

 

정오쯤이요

 

쇼끼찌상 댁에
미용실 주인이 왔을 땐데

 

이곳저곳 다니며
캐물었대요

 

또 누가
딴 소리 했겠군

 

이께모또네가
험담을 했을 수도 있지

 

후미꼬의 신랑감을
구해달라 보채던데

 

야스꼬가 검은 비를
맞지 않았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폭발 때
히로시마에 없었다는 거지

 

원래 악소문에
더 귀를 기울여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오노상의
의견이 아니겠어요

 

그렇지
맞아요

 

내일 내가
후츄에 가보지요

 

아저씨!

 

그만 됐어요

 

저 결혼 않겠어요

 

무슨 소리야!

 

악소문이건 아니건
사실 그렇잖아요

 

잘 아시잖아요

 

검은비가
유독했다는 걸

 

아무튼
정말 감사드려요

 

야짱,내가 괜히
헛된 희망만 심어주고

 

미안하다

 

용서해라

 

외삼촌

 

외숙모

 

저는 그냥 두 분 곁에
함께 있고 싶어요

 

외삼촌한테
증세가 나타나고

 

외숙모도 언제
그럴지 모르잖아요

 

딴 집에 가
살고 싶지 않아요

 

나는 아무렇지 않아

 

외삼촌 건강도
걱정할 것 없어

 

그래
외숙모 말이 맞다

 

우린 우리고
야스꼬는 야스꼬지

 

네가 결혼을 않으면
죽은 사람 볼 면목이...

 

그래,죽은 사람을 위해
결혼해야지

 

조상님께
지성을 올려야겠다

 

누구 되세요?

 

야짱의 어머니세요?
기요꼬상?

 

내 딸...

 

피폭에...

 

시누이!

 

피폭을 아세요?

 

믿지 마
알긴 뭘 알아!

 

시누이,말해주세요

 

야짱이 왜
결혼을 못하는지

 

시누이!

 

무슨 말씀이라도
해주세요!

 

무엇보다
성묘를 다녀오세요

 

그럼 다
잘 될 거에요

 

잘 알겠습니다

 

쓸데없이
어머니 말 듣고서는

 

그래도
시로하따상의 말이

 

일리가 있어요

 

시누이가 야스꼬상을
남겨두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어요

 

성묘 한번 다녀와요

 

그만 둬
심사 사납게

 

그럼 야스꼬상의 혼사는
단념한 거에요?

 

그런 말이 아니잖아

 

일기를 베낀 것도
다 혼사를 위해서잖아요

 

그래

 

그런데 왜...

 

신불들 하는 소리가
맨날 그래

묘에 가라고

 

남의 불행을 이용해
제 잇속을 차린다고

 

그래도 성묘해서
나쁠 것 없잖아요

 

그거야 뭐...

 

시누이를 볼
기회가 없었어요

 

어떨 땐 야스꼬상이

 

꼭 시누이 같은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한테서
노망이 옮았나

 

뭐가요...

 

시누이는 세상을 뜨면서
아주 서러웠을 거에요

 

나도 함께
가고 싶지만...

 

시게꼬상도 본 지
한참 됐는데요

 

함께 오려했는데

 

어머니께서
노망이 드셔서

 

혼자 둘 수가
없어서요

 

언제부터요?

 

농지개혁 뒤부터

 

조상들의 전답을
다 빼았아 갔다 하시면서

 

할 바를 모르고
조상들께 사죄하셨지

 

이젠 손녀딸을
딸로 착각해요

 

꼭 빼닮긴 했어요

 

다녀왔습니다!

 

다께오,아저씨와
야스꼬 누나한테 인사해라

 

오줌 좀 누고

 

애가 버릇이 없어서요

 

시게마쯔상...

 

아내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야스꼬를 다시
데려왔으면 합니다

 

야스꼬의 혼사 때문에
그토록 신경을 쓰시고

 

그런 소리
하지 말아

 

신세가
말이 아닙니다

 

들어보게...

 

아내와 나는
야스꼬와 함께

 

피폭 때문에
운명공동체가 됐어

 

다까무라상...

 

전처럼 야스꼬와
같이 있게 해주게

 

야스꼬는 어떠냐?

 

여기와 살더라도

 

외숙부와 외숙모
걱정을 할 거에요

 

아버지...

 

제 욕심 같지만

 

전처럼 같이 살게
해주세요

 

그렇구나

 

제가 괜한
말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별 말을

 

외삼촌...

 

외숙모가
좋다 할까요?

 

뭘 말이냐?

 

제가 외삼촌 댁에
있는 거요

 

좋다마다
왜?

 

할머니가 나더러
기요꼬라 부르면서

 

외숙모는 무시하니
속상하실 거 아네요

 

걱정 마라
외숙모가 속깊은 여잔데

 

그만 자자

 

시게마쯔상...

 

전갈이 왔는데요

 

시게꼬상이
편찮으시대요

 

대단치는 않다지만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

 

부인께선
연락하지 말라셨지만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지요

 

감사합니다

 

제 멋대로 옆 마을의
안도 선생님을 불렀는데

 

곧 오실 거에요

 

신세가 많습니다

 

제가 의사 불렀다는
말씀은 마세요

 

아,오셨네

 

좀 어때?

 

그건 뭐야?

 

야스꼬상도 먹어

 

당신도
우리 모두 먹어야해요

 

뭘 먹어?
이게 뭔데?

 

부적이요

 

시로하따라는
그 무당이 준 거야?

 

신통력이 대단해요

 

좋아
가서 누워

 

어찌된 일이야?

 

찬찬히 말해봐

 

그냥 누워서

 

어제 어머님과
밖에 산책을 나갔는데

 

갑자기 어지러워지며
토했어요

 

토했어?

 

그래서
시로하따상을 불렀더니

 

이유를 말해줬어요

 

뭐라고 했는데?

 

함께 성묘를 안 가
벌받은 거래요

 

또 내가 순순하지 못해
탈이 생긴대요

 

뭐가 순순하지 못해?

 

시누이 기요꼬상의
본을 따라야 한대요

 

그대로 못 따르고
마음이 비뚤어졌대요

 

순순하지 못하고
비뚤어져?

 

따를 수 있게
늘 빌래요

 

기요꼬가 선생이나
내 전처라도 되나!

 

좀 어떠신가?

 

어머님은 괜찮으신데요

 

아주머니가
편찮으시다고 해서요

 

제가요?

 

제가 오시라고 했어요

 

야스꼬상
난 이제 괜찮아

 

일단 진찰을 받아봐!

 

아니,다 나았어요

 

내일이면
괜찮을 거에요

 

이봐요!

 

아내한테
허튼 소리 말아요

 

다시 집에 나타났다간
혼날 줄 알아!

 

뭐에요?

 

내가 깎은 거요
여기 둘게요

 

어머나,참
솜씨가 대단하네요

 

많이 있어요
가서 좀 볼래요?

 

아름답고 독특해요

 

다 가져요

 

아니에요
하나만 줘요

 

그럼 이 걸로
아까 것과 한 짝으로

 

유이찌상
별 거 아니에요!

 

금새 멎을 거에요!

 

엔진 꺼요!

 

엔진 꺼요!

 

뭐하는 짓이야!
조심해

 

그래,후미꼬짱이군

 

아니에요
엔진이나 좀 꺼요!

 

후미꼬짱
후꾸야마로 돌아가

형님이 찾아

 

잘못 봤어요,야스꼬에요
이거 놔요!

 

폭파!

 

뭐야,이 자식!

 

무슨 짓이야!
하지 마!

 

찔러!

 

완수! 완수!

 

뭐가 완수야!

 

엔진 꺼요!

 

적 탱크
폭파!

 

누구야?

 

쇼끼찌상
좀 어때요?

 

시게상,결국엔
피폭 탓인가봐요

 

뭐요?

 

안경...

 

참,이젠 거의 안 보여요

 

언제부터요?

 

언제더라...

 

쇼끼찌상...

 

야스꼬 일 갖고
너무 자책 말아요

 

야스꼬가 직접
다 말했데요

 

그래요?

 

네,정말로

 

잘 된 일이군

 

비 많이 오네

 

타지마 산
건어물입니다

 

고마우셔라

 

안사람도
몸이 안 좋아요

 

역시 피폭 때문에?

 

시게꼬상이
참 바지런했는데

 

나보다 훨씬
건강했지요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시어머니 그렇지
야스꼬상 그렇지

 

이 양반만 해도 그래요

 

속에 있는 근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그만 해

 

야스꼬 일로 괜히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누구 탓할 게
아니지요

 

시게상...

 

계속 생각해봤는데...

 

미국이 왜
원폭을 썼을까요?

 

안 그래도
일본이 지게 돼있었는데

 

글쎄요

 

전쟁을 빨리 끝내려고
그랬다고들 하는데

 

그럼 왜
도꾜에 안 하고?

 

하필 히로시마요?

 

그건 모르지요

 

죽을 땐 죽더라도
이유는 알아야지

 

이렇게 죽으면
억울해요

 

시게상...

 

어떻습니까?

 

혈액검사를 해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좋지 않아요

 

그렇습니까?
피폭 후유증 때문에?

 

히로시마에 있었던 사람들은
무리하면 안 돼요

 

알겠습니다

 

선생님,이건...

 

야스꼬와 제 일기를
베낀 겁니다

 

원래 신랑감 쪽에
읽게 해서

 

야스꼬가
검은비를 맞았지만

이상없다는 걸
알리려 한 겁니다

 

한번 읽어보시고

 

정상이라는
새 건강진단서를 써주십시요

 

알겠소이다
그렇게 하지요

 

감사합니다

 

알로에 드시나?

 

시게꼬가 몰래
먹나 본데요

 

그것도 좋아요
원기 회복에 도움이 돼요

 

셋이 함께

 

멋 모르고
방사능으로 꽉 찬

 

히로시마 시내를
걸어갔어요

 

그래서 피폭증을
앓는 것 같아요

 

외삼촌은 3년전부터
증상이 있었고

 

외숙모는 며칠 전부터
편찮으세요

 

정말 안됐군요

 

나도 언제 피폭증이
나타날지 몰라요

 

안 그럴 거에요

 

건강해 보이는데

 

유상은 왜 그래요?

 

평소엔
아무 일 없다가도

 

트럭이나 버스만
오면 왜 그래요?

 

모르겠어요

 

엔진 소리만 들으면
머리가 지끈거려요

 

미국의 탱크 부대가
마구 굴러와요!

 

우릉우릉대면서!

 

나무가 쓰러지고
전우들이 밑에 깔려요

 

달아나,달아나
달아나야해...

 

서치라이트에
눈이 부셔요!

 

소대장이...

 

"돌격!

 

오까자끼,명령이다!"

 

적 탱크가
다가와요!

 

다 왔어!

 

구덩이에 빠졌어요!

 

탱크가
위로 지나가요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내가 누구며
어디 있는지

 

그만 먹겠어요

 

왜?
밥맛이 없어?

 

조금...

 

시간 맞춰라

 

시게마쯔상!

 

쇼끼찌상이...

 

쇼끼찌상이...

 

뭔데요?
고따로상!

 

왜 그래요?

 

고따로상!

 

"한 달 새
두 친구를 잃고

 

암담한 기분이었다

 

벌써 마을 사람 셋이
피폭 후유증으로 죽었다

 

같은 피폭자인 아내와
나는 아직은 살아있지만

 

그 심정은
말해 뭐하랴"

 

옮기기엔
좀 작지 않나?

 

충분합니다
괜찮아요

 

졸지에 친구
두 분을 잃으시고

 

상심이 크시겠어요

 

왜 그래,시게꼬?

 

안 돼!

 

안 돼!

 

가따야마상!
쇼끼찌상!

 

피폭이야!

 

죽음의 빛이야!

 

시누이
미안해요

 

집안에 아이도
못 낳아주고

 

용서해요

 

그만 해,시게꼬!

 

정신 좀 차려!

 

왜 이러지?

 

내가 무슨 짓이지?

 

몸이 곤해서
그런 거야

 

그렇지

 

쇼끼찌상과
고따로상은 돌아가셨지

 

그래,그래

 

딴 생각 말고
한숨 자

 

나는 쓸모없는
천덕꾸러기에요

 

당신과 야짱한테
폐만 끼치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말 마

 

야짱...

 

돌아가신
네 어머니한테

 

뵐 면목이 없구나

 

용서해다오

 

됐어
진정해

 

외숙모,아니에요

 

얼마나 잘
키워주셨는데

 

계세요...

 

변변찮지만
부인 드리라고...

 

이럴 것 없는데

 

실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뭔데요?

 

너무 화내지는
마세요

 

제 아들
유이찌 이야긴데요

 

어렸을 때부터
잘 알지

 

병원에 가 진단 받는게
좋을텐데요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유이찌가...

 

야스꼬상한테
푹 빠졌어요

 

야스꼬한테
어떻다구요?

 

유이찌가
혼인하고 싶어해요

 

야스꼬와 혼인을?

 

미천한 집안에서
누가 될지 모르나

 

오랫 동안 야스꼬상을
바라보는 걸 보고

 

감히 말씀드려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유이찌군은 병자가 아니요

 

차 엔진 소리가
들릴 때만 그래요

 

아니면 혹시...

 

야스꼬가 피폭자라
제대로 된 결혼을

 

못 할 거라
생각하는 거 아니요?

 

아니에요
그럴 리 있나요!

 

피폭자란 생각은
눈꼽만치도 안 했어요

제 말 믿어주세요!

 

외삼촌...

 

그래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뭔데?

 

유이찌상과 이야기 하면
마음이 편해요

 

유이찌상은
점잖고 좋은 사람이에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피폭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다 했어요

 

유이찌상은 전쟁에서
겪은 이야기를 해줬어요

 

유이찌상은
존경할만한 분이에요

 

따쯔상...

 

솔직히
너무 뜻밖의 일이라

 

즉답은 못 하겠군요

 

저희같이 가난한 처지에
속만 끙끙 앓았는데

 

그래도 털어놓고 나니
속은 후련하네요

 

그만 갈테니
주무세요

 

부인께서도
쾌차하시고

 

중신도 없이
이건 경우가 아냐

 

이야기 다 들었어요

 

그래서?

 

야스꼬의 심정을
알겠어?

 

여태껏 피폭 이야기를
입 밖에 낸 적 없어요

 

남하고는
그 이야기 안 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시게상

 

그래 뭐?

 

유이찌상과 둘이

 

피폭이나 전쟁
이야기를 하는 걸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유이찌상을
어려서부터 봐왔어요

 

심성이 아주 착했어요

 

그래,심성이야 착하지

 

인사성 바르고

 

둘이 서로 좋아한다면

 

맺어줘도 괜찮잖아요

 

그런가?

 

그래 또 모르지

 

당신 말이 맞을지도

 

야스꼬는?

 

아침부터
안 보이네요

 

집에 없어요

 

간밤에
알로에 먹었어?

 

아니요,너무 써서
잘 안 먹어요

 

봐...

 

야짱이...

 

그래

 

자른 자국이 많은데

 

나는 당신이
그런 줄 알았어

 

그럼 아픈 지
오래 됐나?

 

이게 무슨 일이야!
빨리 찾아야지

 

어디 간 줄 알고

 

다녀봐야지

 

다 왔어요?

 

왼쪽으로요

 

괜찮아요?
안 힘들어요?

 

좀 괜찮나?

 

몰래 혼자 치료했나본데
잔뜩 곪았어요

 

피폭 증세인가요?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최선을 다 해야지요

 

시게마쯔상...

 

문제는 스스로
피폭 증상이라 믿는 거요

 

그게 안 좋습니까?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력이 떨어져요

 

오르락내리락 하는 건데
참,시즈마상...

 

다음 주부터는 집에 가
요양하는 게 낫겠소

 

선생님
손놓겠단 말씀입니까?

 

아니,손놓기는!
두 분이 걱정돼 그렇지

 

침대에 누워 있지
어딜 돌아다녀요!

 

곁에서 돌봐주는 건
좋은데

 

절대 무리하진 말아요

 

혈액 상태가
안 좋아요

 

특히 시게꼬상은
더 조심하시고

 

셋이 한꺼번에 쓰러지면
그땐 어쩔 거요?

 

야짱
종기는 걱정 말고

 

마음놓고 목욕해

 

선생님이 그러셨어

 

됐어?
너무 뜨거워?

 

야짱?

 

왜 그래?

 

머리칼이
다 빠져요

 

시게꼬,정신 차려!

 

좀 쉬어
기운 내

 

금방 올게

 

어머니!

 

"한 달만에
시게꼬는 죽었다

 

모진 병마와
싸우면서도

 

애처롭게 야스꼬의
결혼을 되뇌었다

 

야스꼬는 좀 나아졌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야스꼬상
가서 좀 쉬어

 

야스꼬
가서 쉬어

 

내일 다시 올게요

 

좀 어떠냐?

 

괜찮아?

 

한결 나아요

 

잘 됐구나

 

열은?

 

종기는 좀 어떠냐?

 

훨씬 나아졌어요

 

열은 가라앉은 것
같은데

 

네,내일이면
나을 거에요

 

푹 쉬어라

 

거머리 써봤냐?

 

네,신기해요

 

가렵지도 않고

 

그렇지...

 

예로부터 내려오는
민간요법이다

 

계속 대면
흔적도 안 남을 거다

 

이제 곧
결혼도 해야지

 

그만 자거라

 

기력이 있어야
병을 이긴다

 

고맙습니다

 

아,그렇지

 

내일 기운이 좀 나면
연못에 가보자

 

잘 자거라

 

꾹 참고
티를 안 내지만

 

간밤에
한숨 못 잤어요

 

얼마나 아플까

 

어디가요?

 

온몸이 쑤시는 거지요

약을 다
토해냈어요

 

대인,병원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어요

 

춥지 않아?

 

괜찮아요
오늘은 기분이 상쾌해요

 

그래

 

내가 죽으면
네가 할머니를 돌봐야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집과 땅을 팔아
지참금으로 써라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물었다!

 

치어가
잘 자랐구나

 

네가 결혼할 때쯤
대어가 될 거다

 

저 놈이다!

 

여왕 잉어야!
처음 봤다!

 

정말
아주 큰 잉어에요!

 

1미터는 될 거에요!

 

외삼촌!

 

1미터도 넘어요!
훨씬 커요!

 

힘이 넘쳐흘러요!

 

저 입 좀 봐!
돌격!

 

습격이다!

 

5분 남았다
그만 돌아가자

 

걱정마세요
외삼촌

 

돌아오셨네!

 

괜찮아요

 

야스꼬상
피곤하지 않아?

 

...7시 뉴스입니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조선에서의 새 위기를 맞아

 

필요하면 공산군에 대한
원자탄 공격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원폭 사용의
마지막 결정권은

 

야전사령관에게
달렸으며

 

주변의 정세를
감안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정말
구제불능이야

 

자기 목을
자기가 죄는 거지

 

불안한 평화가
정의로운 전쟁보다 나은데

 

왜 그걸 모를까

 

대인!
야스꼬상이,대인...

 

시즈마상!

 

대인...

 

유끼찌와 제가 갈테니
집에 그냥 계세요

 

괜찮을 거요
용기를 내요!

 

괜찮을 거요!

 

괜찮을 거요

 

괜찮을 거요

 

"하늘에 무지개가 뜨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불길한
흰색 무지개가 아니라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뜨면

 

야스꼬는 무사히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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