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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영웅적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공통된 꿈과 열망으로
한동안 나란히 나아갔던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 에르네스토 게바라, 1952년 -

 

잘 가라
평생의 친구들아

 

사랑하는 옛 동무들아

 

계획 - 4개월간 8천km

 

방법 - 대책 없음

 

목적 -
책으로만 알던, 대륙 탐험

 

모터 싸이클 다이어리

 

잘 잤니, 그라나도

 

도구 - 포데로사 2

 

낡고 새는 노턴 500

 

운전자 -
알베르토 그라나도

 

29세의 생화학자

 

자칭 방랑 과학자

 

그의 꿈 -
서른 생일에 여행 마치기

 

동행인 -
나, 에르네스토 게바라

 

일명 '푸세', 23세

 

- 에르네스토, 정말 갈 거야?
- 아니, 안 갈거다

 

나도 가면 안 돼?

 

아무리 그러셔도...

 

한 학기만 지나면 의사야

 

늦어지면 어때요?

 

나병을 전공하는
의학도이자

 

럭비 선수며...

 

푸세, 잘 했어!

 

천식에 시달린다

 

4일 떠나...

 

여정 -
파타고니아에서 칠레로

 

안데스 산맥, 해발
6천m의 마추픽추

 

페루 아마존강 유역
산 빠블로 나환자촌

 

목적지 -
베네수엘라 구아지라 반도

 

대륙의 끝인
구아지라를 밟는 거야

 

거기서 여자들과
와인 파티 하면서...

 

맥주도 괜찮아

 

- 4일까지는 시험 끝나지?
- 알았어

 

미라마르 들러서
네 애인 보고 가자

 

여자친구라...

 

이틀만

 

저 남자를 봐

 

저렇게 끝날래?

 

설꽃은 피라고
있는 거야

 

그래서 모든 여자와
자보겠다?

 

가능하면 모든 나라
모든 마을에서

 

우리의 공통점은
쉼없는 활력과 정열적 영혼

 

길에 대한 애정이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1952년 1월 4일

 

이러다 해 지겠다

 

- 짐이 많구나
- 노턴 500이잖아요

 

푸세 걱정은 마세요

 

앞으로 힘든 고난과
부딪히겠구나

 

많이 힘들겠지만
나도 늘 꿈꾸던 일이다

 

내가 몇 년만 젊었어도
너와 함께 갔을 거야

 

걱정 마세요

 

계획만 10년이예요

 

난 항상...

 

널 믿는다

 

- 혁명은 언제 하죠?
- 여기서?

 

- 한 세기쯤 지나면..
- 러시아도 했는데

 

- 벌써 가게?
- 가야죠

 

약 먹는 거 잊으면 안 돼
잘 알지?

 

편지 쓰고

 

환상적으로 쓸게요

 

- 몸 조심해
- 다녀올게요

 

몸조심하고

 

갔다 올게!

 

다녀올게, 친구

 

잘 다녀와

 

- 엽서 보내
- 죽으러 가냐?

 

갈게요

 

우리한텐 로시난테
뺨치는 놈이 있다고

 

- 돈키호테 안 부러워
- 기름도 새고

 

기름은 새도
이 순간만 지나면

 

푸세와 그의 충복은

 

인간 영혼의 가장
먼 곳으로 떠나

 

신천지에서
새 과일을 먹으며...

 

에르네스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혼날 줄 알아

 

스카프 매라

 

걱정 마세요

 

- 그래야지
- 갑니다!

 

걷는 게 낫겠다

 

출발!

 

다녀올게요!

 

애들아, 조심해!

 

어머니
드디어 떠나왔어요

 

강의나 시험 같은 불쌍한
인생과도 안녕이네요

 

온 남미가
우리 앞에 있어요

 

이젠 포데로사만
믿을 거예요

 

어머니께서 저희를
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무법자 같은 꼴로
가는 곳마다 주목을 받고 있어요

 

여보슈, 내가 보기엔
그 쪽이 좀 한데

 

- 가자, 포데로사!
- 빨리!

 

어떻게 된 거야!

 

인간 문명을 뒤로 한 채
대륙에 다가간다는 사실이 기뻐요

 

잠깐, 앞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 푸세, 괜찮아?
- 응, 형은?

 

너도 괜찮니?

 

괜찮아?

 

그게 뭐야?

 

- 뭘로 보이는데?
- 개새끼잖아!

 

운전이나 잘해!

 

개새끼가 왜 있는 거야?

 

얜 '컴백 '이야
치치나 줄 거고

 

오토바이나 세워

 

아르헨티나, 밀라바
1952년 1월 13일

 

우리 스위스 온 거냐?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치치나 있어요?
- 해변에요

 

오토바이에
문제가 생겼군요

 

여행 얘기 좀 해주게

 

아주 좋았어요
캠브리지에서 세미나에 참석하고

 

런던에서 2주를 보냈죠

 

- 대단한 특전이네요
- 특전이죠

 

- 곧 박사학위를 받지
- 그렇습니다

 

- 의학인가요?
- 아뇨, 법이요

 

법...

 

탱고다!

 

자기 차례야

 

난 춤 좋아하는
돼지는 본 적 없어

 

얼지 말고!

 

꺼져

 

이 발부터...

 

- 왜 웃어?
- 왜?

 

이따 볼까?

 

아빠가 숙모한테
감시하라고 하셨어

 

엄만, 우리가 깨지면 성당에
가겠다고 성모님께 약속했고

 

보석을 깊이 숨길수록

 

해적은 더 혈안이
된다는 걸 모르시나?

 

괜찮아, 훔쳐도
상관없는 보석이니까

 

춤 춰

 

저기 신났네!

 

방 좀 보자

 

- 안녕히 주무세요
- 잘 자라

 

로자나 숙모님!
전 어디서 자죠?

 

컴백, 저리 가!

 

여기 얼마나 있을 거랬지?

 

- 형이 알잖아
- 이틀

 

근데 며칠째지?

 

수술할 때도 철사 쓸 거야?

 

6일째야!

 

우릴 죽일 거야!

 

자기가 여기 있으면
많은 걸 할 수 있어

 

- 그건 별론데
- 그럼 뭐가 좋아?

 

- 내가 기다리는 거?
- 돌아온다니까

 

그래서 '컴백'이겠지

 

마음에 안 들어?

 

무슨 말이 듣고 싶어?

 

뭘 원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 왜 그래?
- 어떻게 해줄까?

 

어떻게 할까?

 

자기가 늘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가만히
나만 보면서...

 

영원히 기다리게 하진 마

 

- '영원히'가 뭔데?
- 살얼음!

 

다신 안 만질 거야

 

미안해, 다쳤어?

 

장난이잖아, 못됐어!

 

연인들
찢어질 시간일세

 

잘 지내요

 

고마웠어요

 

배 위에서 맨발에
찰박대는 물소리에

 

허기진 얼굴들을 떠올렸네

 

내 마음은 그녀와
길 사이의 추

 

무엇이 그녀 품에서
날 멀어지게 했는지

 

얼룩진 눈물과 고통만이
빗속에 남았네

 

- 로르까시야?
- 아니

 

- 네루다?
- 아니

 

- 그럼 누구?
- 기억 안 나

 

- 안녕하쇼!
- 안녕

 

이 짓도 지겹다

 

치치나하고는
아무 일 없었어?

 

독일산 순종
셰퍼드까지 줬는데

 

한쪽 가슴 정도는
봤을 거 아냐

 

이런, 양쪽 다 본거군
그렇지?

 

메스

 

메스

 

달러네

 

- 15달러
- 치치나가?

 

정말 완벽한 애인이야

 

이제 맘껏 먹겠다

 

- 안 돼
- 영양보충 좀 하자

 

수영복 사오랬어

 

미국 가게 되면
수영복 사다 줄 거야

 

약속도 단단히 했다고

 

- 뭐?
- 이건 없는 돈이라고

 

저 놈이 날 시험하는데

 

오토바이나 좀 보자?

 

대체 뭔 짓거리야?

 

벌써 잡혔냐?

 

열 내지 마, 뚱보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아르헨티나, 삐드라델아길라
1952년 1월 29일

 

어때?

 

형은 천재야
훨씬 잘 나가

 

재수 옴 붙었네!

 

괜찮아?

 

재수없는 커브군

 

얘 꼴 좀 봐!

 

막대기 좀 찾아와
다 날아갔어!

 

- 자리가 나쁘다구
- 네가 골랐잖아!

 

- 거기 잡아
- 그 쪽을 잡아야지!

 

- 못하겠어!
- 잘 좀 잡아!

 

그 쪽을 잡아야지!

 

- 안 돼, 제길
- 이런 망할

 

- 물에 떨어졌다!
- 잡아!

 

떠내려갔어!

 

이렇게 가다니

 

저 농장까지 가볼까?

 

- 속물들한테?
- 응

 

착한 사람도 있겠지?

 

- 잘 될까?
- 혁명 정신

 

- 뭔 소리야?
- 학생증 있지?

 

있어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오?

 

저흰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코르도바에서 온 의삽니다

 

20세기의 질병들을...

 

그런 질병들을
치료하겠다는 목적으로

 

온 나라를 돌며
조사를 벌이고 있죠

 

많은 전염병이 아르헨티나를
초토화시키고 있거든요

 

의학 소설 몇 권만
보셨어도 아실텐데...

 

그래서 원하는 게 뭐요?

 

잘 곳이 필요합니다

 

텐트가 날아간데다
빈털터리라...

 

저쪽 헛간에서
일꾼들과 주무시오

 

그래도 저희는 의사인데...

 

인상이 좋군

 

당신은 나빠, 뚱보

 

- 잘됐다
- 그래

 

어머니, 포데로사는 힘이
떨어졌지만

 

저희는 잘 지내고 있어요

 

아르헨티나, 로스안데스
1952년 1월 31일

 

알베르토 형의 완벽한
말발이 무기가 돼버렸죠

 

가는 곳마다
공짜로 먹고 있어요

 

20세기의 질병을
쓸어버릴 목적으로...

 

몸의 활력을 빼앗고
심지어는...

 

그러니까 의사다?

 

아뇨

 

이분은 생화학자고
전 의대생...

 

학위도 받았고
의사나 다름 없어요

 

그럼 이 혹 좀 봐주겠소?

 

- 성함이...
- 폰푸트카머

 

아프세요?

 

- 종양이네요
- 종양이요?

 

- 정말?
- 그래, 제가 보죠

 

그냥 낭종일 수도 있어

 

수포가 발전해 생긴
후두부 종양이라고

 

여보, 나한테
종양이 있대

 

아뇨, 그게...
단순한 낭종 같아요

 

하룻밤 재워 주시면
치료해 드릴게요

 

아뇨, 안돼요

 

도시로 가서
전문의를 만나세요

 

우리가 해도 돼

 

뭘로?
풀 쪼가리로?

 

할 수 있는 게 없나 보군

 

아뇨, 재워만 주시면...

 

저쪽에 창고가 있네

 

- 오진이예요
- 내 얘기는 끝났어

 

들어가

 

그런 거 하나
딱딱 못 맞추냐?

 

사람 목숨이 달린 거야

 

종양이 맞다 치자

 

어떻게 대놓고 말해?

 

사실이니까
어떻게 받아들이든

 

환자를 그렇게 다루면
안되지

 

치료는 빠를수록
좋은 거야

 

약대에서 그런 것도
안 배웠어?

 

이젠 나까지 가르치시게?

 

학위나 딴 다음에 떠들어

 

- 잘난 척 하지 말고
- 먹을 거나 찾아 봐

 

오리다, 오리
총 줘봐, 얼른!

 

저런 건 그냥 이렇게...

 

- 맞췄다!
- 그러게

 

- 어떻게 한 거야?
- 근데 재수가 없네

 

어쩔 수 없겠는 걸

 

푸세, 가서 건져와

 

나보고 저길
들어가라고?

 

네가 추위나 물에
약하다는 건 알지만

 

난 너보다 늙었고
잡는 건 내가 했잖아

난 천식이란 거 잊었어?

 

맞다

 

- 못 한다고 안 했어
- 못 해, 안 해

 

- 못 해, 안 해
- 못 하는 게 아니라고

 

그럼 치치나 돈 내놔

 

왕처럼 즐기자고

 

나 혼자 다 먹을 거야

 

오리처럼 헤엄쳐라

 

불알까지 얼겠어!

 

어차피 안 쓰잖아

 

힘 내! 잘한다, 푸세!

 

거기 춥냐?
난 안 추운데

 

먹어

 

- 기분 안 좋아?
- 아니, 엄청 좋아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3일 후

 

푸세

 

내 말 잘 들어

 

치치나 돈이면
병원에 갈 수 있어

 

그냥 형한테 토할래

 

우린 국경 뒤에
뭘 남겨뒀을까요?

 

매 순간이 흔들려요

 

남겨진 것에 대한 울적함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흥분으로

 

아르헨티나, 프리아스 호수
1952년 2월 15일

 

- 봐! 칠레야
- 칠레! 칠레 만세!

 

- 외국은 처음이야?
- 그래

 

진짜 남자가 됐네

 

여행이 지겨워지면

 

이 호수에 와서
병원을 세우자

 

- 어때?
- 나쁘지 않은데

 

여기 오는 모든 사람을
치료하는 거야

 

꼭 끼워줘

 

- 안색이 좋아졌다
- 그래

 

- 저게 눈이야?
- 아니, 그냥 서리야

 

체인이 얼면 안되는데...

 

가자

 

- 더럽게 춥네
- 여름이 그립다, 그렇지?

 

정복자처럼 입성하겠다며?

 

칠레, 테무코
1952년 2월 18일

어쩌라고?

 

그냥 버리자
속만 썩이는데

 

온 대륙을
걸어서 다니자고?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 거야

 

살도 빠지고

 

치치나 돈만 쓰면
이런 짓 안 해도 돼

 

그 돈은 잊으라니까!

 

그럼 베네수엘라까지
걸어가든가

 

날 버리고
돈이랑 가라고

 

엄한 데 신경 안 쓰면
금방 갈 수 있어

 

썩을 놈!

 

자기, 마이애미에서
양키 옷 좀 사다 줘!

 

네가 벗길 것도 아닌데
왜 사다 줘?

 

푸세

 

네 문제를 말해 줘?

 

넌 너무 정직해

 

거짓말이 약이 될 때도
있는 거야

 

아우스트랄 신문
- 왜?
- 잠깐만 기다려

 

뭐하는 거야?

 

들어와!

 

감사합니다

 

- 마뗀가요?
- 설탕도 좀 탔어요

 

- 성함이?
- 테레사예요

 

에르네스톱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그거요
- 선물용으로는 최고죠

 

아르헨티나 갈 때
가져갈 거예요

 

- 여행 중이요?
- 네, 저 고물 주인이죠

 

저 오토바이

 

- 이건 뭐죠?
- 바다 농어요

 

- 이건요?
- 대합이요

 

- 무슨 대합이요?
- 그냥 대합이요

 

다음에 살게요

 

아우스트랄 신문이
단돈 3페소!

 

칠레와 세계가 실린
아우스트랄 신문이요!

 

단돈 3페소!
아우스트랄 신문이요!

 

남미에서 가장 명성 높은
나병 전문가들이 떼무꼬를 찾았다

 

알베르토 그라나도스
박사와

 

- 그라나도스?
- 그렇게 써있어

 

에르네스토 게바라 박사

 

카리스마 넘치는 과학자이자
모험가인 두 사람은

 

베네수엘라 북단을 향한
카리스마 넘치는 탐험가이며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3천 명의 환자를 치료해왔다

 

죽이는데!

 

이 장대한 여행은
젊은 알베르토의

 

서른 생일을 자축하며
끝난다고 한다

 

- 나보고 젊대
- 신문은 믿을게 못 돼

 

잘 될까?

 

계세요, 안녕하세요

 

오토바이 좀 봐주세요

 

브레이크와 조향 장치가
망가지고 기어도 엉망이예요

 

엉덩인 걸레 됐고요

 

브레이크, 기어
조향 장치는 고쳐도

 

엉덩인 어쩔 수 없군요

 

돈도 없어요

 

뭐요?
한 푼도?

 

발빠라이소 가면
보내드릴 수 있어요

 

받는 대로 돈은
보내드리겠습니다

 

무시하긴 싫지만
돈 없이 해드릴 수는 없어요

 

저희를 도와주시면
국가간 관계 증진에

 

한몫 하시게 되는 겁니다

 

공짜로 해달라는 거 아뇨?

 

이해를 못하셨군요

 

의학계 인사 모두가
유명하진 않겠지만 보여드리죠

 

들어와 보세요

 

공교롭게도 오늘 아우스트랄
신문에 기사가 나왔어요

 

- 봅시다
- 보세요

 

봐 봐

 

툴리오!

 

- 사진이 이상해요
- 실물이 낫지

 

봐 봐

 

맡겨 주셔서 영광입니다

 

- 감사합니다
- 게임만 끝내고요

 

그러세요

 

제일 먼저 해드리죠!

 

오늘 시청에서 댄스 파티에
여자들이 모일 거예요

 

그럴수가!

 

- 오토바이는 고쳐 놓을게요
- 오토바이 들여 놓을게요

 

추시죠

 

당신 생각을 했어요

 

왜요?

 

인상이 강했거든요

 

고마워요

 

- 춤 출래요?
- 아뇨

 

난 춤 못 춰요

 

남편이 취해서
잠들었어요

 

춤 출 사람이 없어요

 

그럼 당신이 가르쳐 줘요

 

네가 남자란 걸
깨달았구나

 

몰랐어요?

 

오래 안 췄는데

 

감이 돌아오네요

 

막혔어요

 

계속 출 거예요?

 

- 나갈까요?
- 그럴까요?

 

- 좋죠
- 좋아요?

 

그럼 나가요

 

- 왜 그래요?
- 안 되겠어요

 

놔요!

 

저 아르헨티나 놈 좀 봐!

 

놔요!

 

미안해요

 

더러운 아르헨티나 놈!

 

푸세!

 

피곤해?

 

아니

 

- 바꿀까?
- 아냐

 

진짜?

 

소떼다!

 

- 브레이크!
- 무슨 브레이크?

 

- 뭔 소리야?
- 브레이크가 없어!

 

망할 자식!

 

- 괜찮아?
- 괜찮아서 죽을 지경이다

 

망할 정비사 놈

 

아버지세요?

 

 

저 소는 눈이 멀었네

 

볼 것도 없는데요, 뭐

 

칠레, 로스 앙헬레스
1952년 2월 26일

 

25일이나 늦었어

 

잠깐...

 

안녕하세요

 

칠레 여자들이
가장 대담하데

 

헛소리 그만하시고 박사님

 

조사나 시작하시죠

 

저 남잔?
다 싫어?

 

저기 온다

 

자리가 없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자리가 없어서 그러는데

 

- 합석해도 될까요?
- 네

 

- 에르네스토
- 알베르토요

 

- 성함이?
- 하스민

 

- 다니엘라요
- 반갑습니다

 

- 아르헨티나 분들이죠?
- 어떻게 아셨어요?

 

말할 때마다 '체'를
붙이잖아요

 

- 그랬나, '체'?
- 몰라, '체'

 

- 오늘이 며칠이죠?
- 2월 26일이요

 

2월 26일이래
벌써 1년이 됐어

 

뭐가요?

 

- 여행 시작한지요
- 멋지네요

 

1년 만에 파산해서
축하도 못 하네요

 

저희가 와인이라도?

 

- 와인이요?
- 좋죠

 

루초

 

용감한 여행자들을 위해
와인 한 병만요

 

말씀은 고마운데
전 와인 못 마셔요

 

아예 못 드세요?

 

정확히 말하면
아르헨티나의...

 

- 안 돼, 말 하지 마
- 왜?

 

- 이유는 아셔야지
- 그렇긴 해

 

고맙습니다

 

아르헨티나에는 빈 속에 술
마시면 안 된다는 풍습이 있어요

 

근데 저흰 빈털터리라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그래서 부득이...

 

기운들 내요

 

루초!

 

엠파나다 좀 줄래요?

 

- 괜찮죠?
- 안 먹어 봤어요

 

몇 개 드릴까?

 

몇 개 할까?
12개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예요

 

- 더 있고 싶다!
- 잘 데가 없잖아

 

공원에서 자든가

 

우리 아버지는
아르헨티나인 좋아하세요

 

- 설마요!
- 도와주실 거예요

 

소방 대장이시라
발도 넓어요

 

둘이 자매예요?

 

보세요, 안 닮았어요?

 

모르셨나 봐

 

정비사 올 때까진
놔둬도 돼요

 

감사합니다

 

무차초! 카냐코!

 

오늘밤 함께 지낼
아르헨티나 분들일세

 

홀쭉이 체박사
뚱뚱이 체박사

 

- 시내로 갈까요?
- 늦지 않게 오너라

 

걱정 마세요

 

잠깐만요!

 

안녕하세요

 

두 분 정말 의사세요?

 

- 아니요
- 네

 

- 전 생화학잔데
- 왕진도 가시나요?

 

그럼요, 언제든지

 

지금은요?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요

 

가시죠
가방 좀 챙기고요

 

의사라면 저래야죠

 

- 에르네스톱니다
- 몬초예요

 

실례합니다

 

제 눈을 보세요

 

목 좀 만져 볼게요

 

식사는요?

 

모르겠어요

 

제가 약 놓고 갈 테니까

 

식사 때하고 주무시기 전에
한 알씩 드세요

 

좀 나아지실 거예요

 

어머니, 전 그 할머니
앞에서 무력했어요

 

한달 전까지도 숨을
헐떡이면서 생계를 꾸리셨대요

 

죽어가는 눈빛 속에

 

용서와 위로에 대한
간청이 있었지만

 

그 육신도 이제 곧

 

우릴 둘러싼 미로 속으로
자취를 감추겠죠

 

푸세, 칠레 자매 조사 결과
아직 안 물었다

 

형이 아르헨티 나의
성 대사가 될 줄은 몰랐어!

 

저 절름발이 주인들이 쇼?

 

걘 '힘 좋은 놈' 인데요

 

옛날 얘기겠죠

 

이젠 '하반신 불수' 던데

 

근데 왜 가져왔죠?

 

난 기술자니까
해체해 팔면

 

1달러 정도는
벌 수 있을 거요

 

보고 싶을 거야

 

내가 들게, 가자

 

계속 가야 하나?

 

당연하지

 

서른 살은 한 번이야

 

넌 정말 특이한 놈이야
에르네스토

 

- 그러니까 치치나
- 안 돼!

 

생각도 하지 마!

 

발빠라이소요

 

발빠라이소를 사랑해

 

네가 발산하는 모든 것

 

네가 품은 모든 것

 

비록 네게서
멀어진다 해도...

 

- 페데리고 가르시아
- 아냐, 네루다죠

 

칠레, 발빠라이소
1952년 3월 7일

 

감사합니다

 

- 치치나가?
- 돈도 왔어?

 

- 내가 열어?
- 열어

 

실컷 즐겨라

 

동생 하난 잘 뒀네

 

왜 그래?

 

푸세

 

- 준비됐어?
- 나?

 

- 그래
- 물론

 

그래, 가자!

 

칠레, 아따까마 사막
1952년 3월 11일

 

내 계획은?
난 그게 더 좋았어!

 

나쁜 놈
대답도 안 하네

 

어쩌라고?

 

싫으면 돌아가
광산엔 나 혼자 갈 테니

 

누가 안 가겠대?

 

네가 갈 수 있으면
나도 가

 

- 그럼 닥치고 걸어
- 썩을 놈!

 

패고 싶지?

 

멈춰!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에르네스톱니다
반가워요

 

여기네요
여기 살았어요

 

거친 땅 말곤
가진 게 없었죠

 

시댁 소유였어요

 

땅 투기업자가
쫓아내기 전까지는요

 

그게 개발이래요

 

그래서 아들만 남겨두고
경찰도 피할 겸

 

일을 찾아 떠나왔어요

 

경찰이요?

 

우린 공산당원이에요

 

광산에 가면
일이 있을 거예요

 

위험한 일이라
신원 확인도 안 하죠

 

두 분도 일을 찾나요?

 

아뇨, 저희는 아니예요

 

아니예요?

 

그럼 왜 이렇게?

 

그냥 여행 중이예요

 

두 분 여행에...

 

은총이 있길 빌게요

 

- 여기요
- 고맙습니다

 

- 마떼차예요
- 고맙습니다

 

그들의 비참함이
잊혀지질 않아요

 

갑자기 사라진
동료 얘길 들었는데

 

바닷속 어딘가에
있다는 소문이래요

 

제 생전 가장
추운 밤이었지만

 

한편으론
또 다른 인류에...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어요

 

거기!

 

거기도

 

옆에도

 

거기

 

거기

 

거기

 

거기

 

거기 말고 옆에

 

빨리, 빨리
빨리 움직여

 

칠레, 추쿠이카마타 광산
1952년 3월 15일

 

거기, 거기 그 위!

 

거기

 

빨리 움직여!

 

거기 둬, 거기 위도

 

서둘러

 

빨리 타!

 

빨리, 빨리 움직여

 

빨리 타!

 

빨리 타!

 

이제 다 찼어

 

거기 둘!
여기서 뭐하는 거야?

 

- 구경해요
- 뭘 구경해?

 

여기는 관광지가 아냐!

 

목 말라 하는 거
안 보여요?

 

물이나 주고 데려가요!

 

잡아 넣기 전에 꺼져

 

- 왜 잡아요?
- 왜?

 

불법 침입!
여긴 광산회사 사유지니까

 

문단속 잘 해

 

나쁜 새끼!

 

세상이 변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변하는 걸까요?

 

안데스 깊은 곳일수록
자기들 땅에서

 

집도 없이 사는
토착민이 많았어요

 

한쪽 눈이 먼 운전사
펠릭스 덕에 페루에 왔어요

 

알베르토 형은 여기서
서른 살이 됐고요

 

저희는 너무 지쳐서
축하도 못 했어요

 

푸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드디어 아메리카의 심장
꾸스꼬예요

 

페루, 꾸스꼬
1952년 4월 2일

 

첫날
네스토를 만났어요

 

세월을 아는
우리의 안내인이죠

 

어떤 게 잉카벽 이지?

 

이 쪽이 잉카
저쪽이 스페인이요

 

이건 잉카인

 

저건 무능한 놈들이
세웠다고 해요

 

잉카 제국 시절엔
꾸스꼬가 수도였어요

 

스페인 놈들이
몽땅 파괴해 놓고는

 

- 리마로 옮겨 버렸죠
- 리마?

 

덕분에 여긴
예수 제국이 됐고요

 

- 여기가 광장이구나?
- 네

 

학교엔
한 번도 안 가봤대요

 

늘 가축만 돌보느라

 

스페인어도 못 하고
케차어만 한대요

 

그래도 어렸을 땐 돈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어요

 

지금은 돈도 없고
일도 없지만요

 

갈수록 더한 것 같아요

 

일이라고 해봤자
수공예 뿐인데

 

그것도 어릴 때부터
하다 보니

 

그냥 습관적으로
하는 거죠

 

자, 받아

 

두 손으로
두 손으로

 

두 손으로 하는 거야
네스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느 땅에서 일했는데
땅주인이 갑자기 내쫓았어요

 

난 일만 했는데

 

- 경찰을 불렀나요?
- 네, 같이 왔어요

 

경찰을 매수했어요
돈 많은 부자니까요

 

내가 완전히
사라지길 바랬죠

 

수확이 좋았나 봐요

 

네, 밀이랑 옥수수

 

감자 같은 걸 했는데
그것도 뺏겼어요

 

돌이켜 봤자 뭐하겠어요

 

빨리 정착해야
애들도 가르칠 텐데

 

- 자녀는 몇이세요?
- 다섯이요

 

- 노동자 조합 같은 건 없나요?
- 있어요

 

다른 농장과 연대해서
번갈아 경작하며 서로 도와요

 

페루, 마추픽추
1952년 4월 5일

 

준비됐어?

 

좋아, 괜찮은데

 

찍는다

 

잉카의 후예들을 위해

 

잉카인들은 천문학과
뇌 수술, 수학을 알았지만

 

스페인의 침략으로
모든 게 바뀌었죠

 

상황이 달랐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 생각난 건데

 

잉카 후손과 결혼해서
토착당을 하나 만드는 거야

 

그리고 부족 표를 모아서는

 

아메리카 인디오 혁명을
실현하는 거지

 

어때?

 

총 없는 혁명?

 

절대 성공 못해

 

본 적 없는 세상이
그리울 수도 있나요?

 

한 문명을 세우기 위해

 

어떻게 다른 문명을
파괴할 수 있는지

 

페루, 리마
1952년 5월 12일

 

- 여기 아냐
- 아냐?

 

메르까데레스가 어디 있는지
물어 보자

 

- 메르까데레스가...
- 메르카데레스요?

 

두 블럭 앞 우측에서
6, 7블럭 더 가세요

 

- 이쪽일 거야
- 저쪽은?

 

- 메르까데레스가...
- 여기요

 

- 저쪽은 요?
- 거기도요

 

둬부터 세야 돼

 

이것 좀 봐

 

고마워

 

도와드릴까요?

 

마리아떼기 책일세
바예호 것도 읽어야 돼

 

리마에서 좋았던 건
페스체 박사님이에요

 

페루의 나병 치료
책임자로

 

알베르토 형과 교신이
있던 분이죠

 

박사님은 저희에게
옷과 음식, 생각을 주셨어요

 

마리아떼기는
남미 원주민과 노동자의

 

혁명적 잠재력에 관해

 

결국 모든 건
땅의 문제고

 

혁명이 모방이 돼선
안 된다고 했지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거야

 

페루인들의 진실성에
대한 7가지 에세이

 

분리되기엔 너무 적다

 

단결만이 살 길이란 거지

 

이쪽이 병동일세

 

여긴 나병 초기 환자들을
치료하는 곳인데

 

병세가 심해지면 아마존의
산 빠블로 나환자촌으로 보내요

 

알베르토와에르 네스토일세

 

- 안녕하세요?
- 만나서 반가워요

 

어느 정도 친해진 것 같으니
둘에게 몇 마디만 하지

 

난 자네들에게서
위대한 이상주의와

 

수많은 의심들을 발견했네

 

산 빠블로에 가면
뭔가 찾을 수 있을 거야

 

스스로를 위해

 

감사합니다

 

보여 줄 게 있네

 

또 놀랄 일인가요?
놀랄 일이 많네

 

- 뭔지 아니?
- 책이요

 

- 책
- 정말 잘 먹는구나

 

아내 이후, 가장 많은
사랑을 바친 걸세

 

그렇군요

 

내가 직접 쓴 소설이야

 

'침묵의 땅'

 

읽어 주면 영광이겠네

 

당연히 읽어야죠
저희가 영광입니다

 

독후감도 잊지 말게

 

- 봐도 될까요?
- 그럼

 

누가 먼저 읽을 텐가?

 

같이 읽을게요

 

에르네스토가 저보다
빨리 읽어요

 

좋아, 젊은이들

 

저 배야 '쎄네빠'

 

5일이면 도착할 걸세

 

그동안 돌봐주시고
이렇게 배까지 태워 주셔서

 

그래, 부담 갖지 말고
잘 다녀오게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잠깐, 뭐 잊은 거 없나?

 

독후감을 못 들었는데

 

말씀드려

 

- 다 읽었나?
- 그럼요

 

- 그래서?
- 그게...

 

과장이 아니라 그런 얘기는
아무나 못 쓸 거예요

 

공 좀 들였지

 

- 자넨 어땠나?
- 좋았대요

 

그럼 자세히 들어 봐야지

 

제 생각엔 좀
진부한 것 같아요

 

상투적인 표현도 많고...

 

- 아주 나쁜 건 아니군
- 아뇨

 

읽히지가 않더라고요

 

계속 매달리실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나한테 이렇게 솔직했던
사람은 없었네

 

자네가 처음이야

 

- 더 이상 못 붙잡겠군
-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평생 감사할 거예요

 

잘 가게!

 

여기 있던
갈색 가방 못 보셨어요?

 

작은 건데

 

보면 갖다 드릴게요

 

괜찮으세요?

 

사람을 불러와요

 

베개 좀 주세요!

 

진정해, 푸세

 

조금만 참아

 

됐다, 이제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푸세, 진정해

 

이제 괜찮을 거야

 

괜찮아

 

아가씨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상태가 안 좋던데요

 

맞아요

 

- 무서웠어요
- 저도요

 

정말 감사합니다

 

- 저쪽에 부페오가 있어요
- 부페오?

 

강에 사는 돌고래요

 

- 본 적 있으세요?
- 말만 들었어요

 

- 비밀 하나 알려 드릴까요?
- 비밀이요?

 

인디오들은 가끔
부페오랑 즐겨요

 

여자들과
생식기가 똑같거든요

 

근데 문제는

 

끝나는 즉시
죽여야 한대요

 

거기가 수축돼서
안 빠진다더군요

 

- 궁금한 게 있는데요
- 말씀하세요

 

이런 황량한 곳엔
왜 오셨죠?

 

전 뿌깔빠를 오가는
배에서 일해요

 

고향도 거기고

 

- 뿌깔빤
- 뿌깔빠

 

- 가봤어요?
- 당신 같은 미인은 없던데요

 

- 고마워요
- 천만에요

 

그럼 배 삯은?

 

선장한테 귀걸일 줘요

 

귀걸인 어디서 나는데요?

 

궁금하면 당신 방에
가서 보여 줄게요

 

방문자는 루스

 

하룻밤 거래 상대죠

 

당신이라면 억만금도
아깝지 않지만

 

불행히도 현금이
떨어졌네요

 

그럼 이만
실례해야겠군요

 

- 저도 먹고 살아야죠
- 이러고 간다고요?

 

- 치치나 돈 좀 줘
- 뭐?

 

그 여자가 섹스 고래 얘기에
키스까지 하면서 날 죽여 놓잖아

 

그 돈 없어

 

푸세, 내 아랫놈 좀
살려 주라

 

우린 같이 굶고
얼고, 같이 다쳤어

 

누구 줬어

 

광산에서 만난 부부

 

봐달라 그래

 

나가 죽어

 

하우스 원

 

로이드 씨는
그만두시는군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자, 배팅들 하세요

 

- 8솔
- 1 0솔

 

- 1 솔
- 1 솔?

 

이건 성인용 게임입니다

 

남자 물건을
솔로 재나요?

 

좋습니다

 

- 카드?
- 한 장

 

- 손님은?
- 아뇨

 

- 손님은?
- 한 장

 

됐어요

 

- 손님은요?
- 한 장

 

여러분
승자는 21 입니다

 

손님? 17
죄송합니다

 

젊은 분은?

 

이겼어요, 21

 

- 베팅액이?
- 1솔

 

계속하겠습니다
베팅하세요

 

2솔이요

 

베팅 확인하겠습니다

 

- 30솔
- 10솔

 

또예요!
블랙잭!

 

- 얼마죠?
- 30솔

 

받아가세요

 

고맙습니다
전 이만...

 

누구 물건이 큰지
아셨겠죠?

 

실례했습니다

 

사기꾼! 뭐 좀 먹자

 

난 그 전에 볼일이
좀 있거든

 

운이 좋네요

 

이쪽은 루스
'빛'이란 뜻이래

 

- 루스
- 반가워요

 

날 현혹하는 빛이여

 

무슨 일이 생길지

 

- 네루다?
- 그라나도

 

페루, 산 빠블로
1952년 6월 8일

 

안녕하세요?

 

- 여행은 괜찮았나?
- 먼 것만 빼고요

 

알베르토, 에르네스토?

 

거꾸론데요

 

- 브레스치아니일세
- 반갑습니다

 

페스체 박사
칭찬이 대단하더군

 

소개장 가져왔습니다

 

- 지금 드릴까요?
- 나중에 보지

 

일단 여기가 어떤 곳인지
설명부터 듣게

 

강을 중심으로
환자들은 남쪽에 살고

 

수녀님들과 직원
의사, 간호사들은

 

여기 북쪽에 머문다네

 

유능한 수녀님 두 분도
함께 계시지

 

자네들 방일세

 

침대가 좀 딱딱하지만
척추엔 좋아

 

여기서도 병원이 보이지

 

저기가 병원
저쪽이 연구소일세

 

아르헨티나에서
자원해 오신

 

그라나도 박사와
게바라 박사일세

 

연구소 경험이 있어
도움이 될 테니

 

연구소 좀 보여주게

 

자넨 회진 좀 도와주고

 

심각한 환자는
이쪽으로 옮겨오지

 

- 조르지나
-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럼 수술도 여기서?

 

수술실이 저쪽에 있네

 

엘비아라고 환자 딸이자
간호사야

 

- 좀 어떤가?
- 훨씬 좋아졌어요

 

- 환자 하나하나 잘 돌봐주게
- 알겠습니다

 

- 남쪽엔 몇 명이나 살죠?
- 600명쯤

 

- 전부 페루인인가요?
- 아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있네

 

장갑들 끼게

 

나병이란 게 전염되는 건
아니지만

 

수녀님들이 무척
꼼꼼하시거든

 

그러니까
상징적인 거네요?

 

이런 데서까지 적을
만들지 말란 거야

 

박사님만 괜찮다면
저희는 안 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모르는 걸세

 

상자 챙겨 오게
이쪽일세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산 빠블로에 잘 오셨어요

 

- 이 곳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고맙습니다

 

뭐든 말씀만 하세요

 

- 레이나예요
- 에르네스톱니다

 

전 알베르토예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규칙 설명 안 하셨나요?

 

반갑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기 대표시네

 

나중에 뵐게요

 

진짜 신사들이군

 

이분들, 오자마자
이래도 되는 건가요?

 

규칙을 어기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같군요

 

소어 수녀님
경험 많은 분들이예요

 

그런 분들이 규칙을
어기면 안 되죠

 

그 얘긴 나중에 하죠

 

감사합니다

 

원장 수녀야

 

- 날 원하는 것 같아
- 나도 느꼈어

 

이곳이 식당이네

 

수녀님들이
주일마다 수고하지

 

미사 참석자를 위해서
만이야

 

대부분 가족에 의해 보내졌거나
직장에서 해고된 사람들일세

 

그런 사람들이 다시 집을 짓고
새 삶에 적응하고 있어

 

- 안녕하세요
- 실비아는?

 

- 수술 안 받겠대요
- 알았네

 

실비아 때문에 골치야

 

수술해야
팔을 쓸 수 있는데

 

실비아

 

젊네요

 

제가 얘기해 볼까요?

 

그러게나

 

앉아도 되죠?

 

많이 아파요?

 

왜 그래요?

 

폐가 좀 안 좋아요

 

안됐네요

 

그렇지도 않아요

 

덕분에 군대를
안 갔으니까

 

다른 고생을 면한 거죠

 

그래서 의사가 됐나요?
아파서?

 

그럴 걸요

 

처음 배운 말이
주사였으니까

 

도움이 되고 싶어요

 

- 시간 낭비예요
- 왜요?

 

삶은 고통이니까

 

네, 아주 엿 같죠

 

매순간 숨쉬기 위해
싸워야 하니까요

 

매순간 숨쉬기 위해...

 

푸세

 

박사님이 까라까스 쪽 병원에
추천서를 써주시겠대

 

어떻게 생각해?

 

잘됐네

 

그렇지?

 

왜 그래?

 

- 저 강 보여?
- 그래

 

강 하나로
사람들이 분리돼

 

그래

 

조금만 참으세요

 

괜찮죠?

 

메스

 

괜찮아요, 날 봐요

 

내 눈을 봐요

 

됐어

 

신경이 튀어나왔어

 

꽤나 굵어

 

형제가 넷이예요

 

셀리나, 아나 마리아
로베르토, 후안마르틴

 

동생들이 제일
보고 싶어요

 

어머니도요

 

진작 말씀하시죠

 

- 요즘도 축구하세요?
- 안 해요

 

다음부턴
신발 신고 하세요

 

 

- 저도 부르시고요
- 그렇게 할게

 

이겨라, 이겨라

 

북팀, 이겨라!

 

몰아붙여, 북팀!

 

나가, 나가!

 

거기 몰리지 말고!

 

쟤 막아! 앞쪽으로

 

골인!

 

어떡하나, 뚱보?
우리가 이겼네!

 

젠장

 

저기요, 수녀님

 

저희는 왜 안 주세요?

 

원장 수녀님 규칙이라
미사 참석하는 분들만 드려요

 

- 뭐라고?
- 미사 안 가서 안 준대

 

- 누가?
- 소어 대장

 

- 수녀님
- 네

 

- 밥 좀 주시죠
- 저희도 자격 있어요

 

- 미사에 안 오셨죠?
- 네

 

영혼은 굶기고
몸만 살찌우겠다고요?

 

이건 비기독교적 행위예요

 

예수님이라면 이렇게
하시진 않았을 거예요

 

여긴 규칙만 있고
예외는 없습니다

 

- 규칙집도 없잖아
- 있으면 그것부터 먹자

 

드세요

 

훔쳤어요?

 

- 네
- 고마워요

 

- 안 들키셨어요?
- 네

 

정말 고맙습니다

 

- 깊은가요?
- 네

 

- 마떼차 줘?
- 아니

 

뭐야?

 

- 그 병원?
- 까라까스

 

잘됐다! 안 그래?

 

- 어떡하지?
- 어떡하고 싶은데?

 

정착할 때가 됐지?

 

직장도 얻고
애인도 만들고

 

배짱도 생기고

 

넌?
돌아가서 복학할 거야?

 

글쎄
가게 되면 그래야겠지

 

다음주면 너도 24살이야

 

앞날을 생각하라고?

 

페루, 산 빠블로
1952년 6월 14일

 

저 수녀님도
금방 배울 거예요

 

- 자네도 춰봐
- 전 춤 잘 못춰요

 

아주 잘 추시네요

 

- 멋진 파티지?
- 대단해!

 

미라마르에서 췄던 탱고다

 

- 알아
- 그럼 춰야지

 

- 좀 빠르지 않아?
- 출 수 있어

 

널 원하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청해야겠지?

 

청춘의 새는
날아가면 안 와!

 

추실래요?

 

- 이 춤 아세요?
- 네

 

음악이 빠른 것 같네요

 

맘보

 

에르네스토 좀 봐요!

 

- 탱곤 줄 알았어요?
- 맘보야, 푸세!

 

맘보, 맘보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에르네스토
생일 축하합니다

 

소원 빌어!

 

여러분
잠시만 주목해 주세요

 

이 자리를 빌어
두 분 선생께 우리 모두가

 

얼마나 감사해하는지
알려드리고 싶군요

 

지난 3주간
두 분이 보여준

 

환자를 향한 열정과
헌신에 대해 말이죠

 

감사의 뜻으로
깜짝 선물을 준비했는데

 

자네들과 함께 떠날
뗏목일세

 

이름은, 오늘밤
푸세의 창작 춤 '맘보-탱고'

 

감사합니다

 

소감! 소감!

 

틀에 박힌 말보다는 특별한
뭔가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만

 

여행자로서의 추레한
처지를 고려해볼 때

 

드릴 수 있는 건
말뿐이군요

 

할 수 있는 모든 말로
제 마음을 표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은 저희를
잘 모르는데도

 

마치 가족처럼 제 생일을
축하해 주셨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떠나니

 

이게 작별인사일 수도
있겠군요

 

저희를 돌봐주신

 

이 나라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겠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데
춤은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저희는 이런 숭고한
대의를 대변하기엔

 

하찮은 인간들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아메리카 대륙의
실체 없는 분열이

 

완벽한 허구라는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우리 모두
단일한 메스티소 민족으로서

 

편협한 지역주의를 탈피

 

하나된 아메리카를 위해
다같이 건배합시다

 

건배!

 

왜 그래?

 

배가 어디 있지?

 

몰라

 

저쪽에 생일파티
하러 갈 거야

 

내일 배 찾으면 그때 가자

 

- 지금
- 안 돼

 

생일은 오늘이야

 

한밤중에
어딜 간다는 거야?

 

강물 속엔 악어가
득실거린다구

 

우리가 실패한 적 있었어?

 

- 다 해냈잖아
- 이건 달라

 

올 거잖아

 

안 간다니까, 이리 와!

 

갈 거야

 

너희 엄마한테
죽는단 말이야!

 

말 좀 들어!

 

돌아와!
이 썩을 놈아!

 

개자식아!

 

돌아오라니까
이 망할 자식아!

 

말 좀 들어라, 자식아!

 

- 왜 그러나?
- 강을 건너겠대요!

 

- 뭐?
- 여길 건넌 사람이 있나요?

 

- 한 명도 없네
- 에르네스토, 돌아와

 

- 돌아와!
- 에르네스토!

 

- 위험해!
- 돌아와, 에르네스토!

 

- 왜 그래요?
- 뭐가 움직여

 

에르네스토
딱 한번만 내 말 들어

 

물살이 세졌어

 

- 왜 그래요?
- 강을 건너겠대요!

 

어서 돌아와!

 

에르네스토!

 

- 에르네스토야?
- 헤엄쳐 오고 있어

 

저기 있다!

 

- 지쳤어
- 힘내요!

 

힘내요!

 

힘내요, 힘내
에르네스토

 

해냈어요!
저 썩을 놈이 해냈어요!

 

해냈어요, 해냈다구요!

 

해낼 줄 알았어요

 

망할 자식!

 

- 보고 싶을 거예요
- 건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 정말 슬프군, 정말
- 건강하세요

 

건강하세요

 

- 행운을 비네
- 보고 싶을 거예요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 건강하세요
- 여러분도요

 

잘 가게

 

안녕히 계세요
마우로 씨!

 

평생 잊지 못 할 걸세

 

콜롬비아, 레티시아
1952년 6월 22일

 

베네수엘라, 까라까스
1952년 7월 26일

 

웅장한 인사말을 준비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그런 거야

 

너도 같이 일할 수 있어

 

졸업하고 와도 돼

 

글쎄

 

모르겠어

 

길에서 지내는 동안
무슨 일인가 일어났어

 

생각이 필요해

 

많은 게 불공평해

 

무모한 일이겠지?

 

탑승하세요!

 

가야겠다
이거 가져가...

 

- 형 거잖아
- 이제 네 거야

 

- 나 갈게
- 그래

 

편지 할게

 

푸세...

 

사실 내 생일

 

4월이 아니라 8월이야
여행 때문에 거짓말 했어

 

- 알고 있었어
- 뭐? 이런 망할 자식

 

- 안녕, 형!
- 안녕, 친구

 

이건 영웅적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공통된 꿈과 열망으로
한동안 나란히 나아갔던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시각이 너무 좁고
편향됐던 건 아닐까?

 

그래서 경솔하게 판단한 건 아닌지

 

그럴지도...

 

이 대륙 여행은 생각 이상으로
날 변화시켰다

 

난...
더 이상 내가 아니다

 

과거의 나와 같은
난 없다

 

이들이 다시 만나기까진
8년이 걸렸다

 

쿠바 혁명 역사상
가장 저명한 지도자

 

가장 가슴 뛰는 지도자 중
한 명인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는

 

1960년, 그의 오랜 친구
알베르토를 쿠바로 불러들였고

 

그 후 지속적인 게릴라 활동 중
볼리비아에서 붙잡혀

 

CIA의 지원 아래
1967년 10월 총살 당했다

 

알베르토는
친구 푸세를 위해서

 

쿠바에 남아, 산티아고
의학교를 설립했으며

 

현재 가족들과 함께
아바나에 살고 있다

 

감독 - 월터 살레스

 

주연 -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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