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이 말은 '이별 인사를 하고
슬프게 만들 거면'

 

'친해지지 않는 것이
좋았다'라고

 

한탄하는 어린 왕자에게

 

여우가 한 말입니다

 

학교 도서관에 대해
오랫동안 검토했는데

 

노후화 문제로 철거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유서 깊은 도서관이라
매우 안타깝지만

 

서적들은 교내의
임시 도서실로 옮기고

 

5월 3일부터 철거작업에
들어갑니다

 

사직서

 

시가 선생님!
잠시만요

 

 

도서관 장서 정리를
선생님한테 맡기고 싶은데요

 

사서 자격증도 있고
학생 때 여기 도서위원이었잖아요

 

그 엄청난 책 목록을
다 정리하신 거 압니다

 

12년이나 지난 일인데요

 

도서위원 학생들도
도울 거니 괜찮아요

 

그럼 믿고 부탁드리죠

 

아니, 잠시만요...

 

원작 스미노 요루

 

각본 요시다 토모코

 

키타무라 타쿠미
하마베 미나미

 

키타가와 케이코

 

오구리 슌

 

감독 츠키카와 쇼

 

퀴즈!
'135.5 사'는 뭐게?

 

이건 일본 철학이니까
12의...

 

그러니까...

 

1

 

일본 철학은 121

 

그중에 근대철학이니까
121.6

 

이거...

 

옛날 그대로네

 

너무 완벽하게 분류해서
아무도 손 안 댄 것 같아요

 

도서분류표

 

그래...? 고맙군

 

이거 다 정리한 도서위원이
선생님이셨어요?

 

그랬군요!

 

그런데 한 명 더...

 

성가신 조수가 있긴 했지

 

거기가 아니라니까

 

방해 좀 하지 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췌장...?

 

맞아
먹고 싶다고

 

갑자기 뭔 소리야
카니발리즘에 눈뜬 거야?

 

어제 TV에서 봤어

 

옛날 사람들은
아픈 곳이 있으면

 

다른 동물의
그 부위를 먹었대

 

간이 안 좋으면 간을
위가 안 좋으면 위를?

 

그러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대

 

그래서 나도...

 

췌장을 먹겠다고?

 

어리석기는!

 

얘가 직구를 막 던지네

 

내 비밀을 안다고 말야

 

췌장의 역할도
모르는 주제에

 

췌장은 소화와 에너지 생산을
조절하는 곳

 

췌장이 없으면 사람은
에너지를 얻지 못해 죽는다

 

일부러 찾아본 거야?

 

조금은 나한테 관심이 있구나

 

거야, 뭐

 

중병 걸린 클래스메이트에게
관심이야 있지

 

그런 거 말고
나라는 인간한테 관심 없어?

 

글쎄

 

여기 엄청나다!

 

여긴 도서위원 이외엔
출입 금지야

 

쩨쩨하긴
내가 그렇게 귀찮아?

 

난 남한테 관심이 없어
꼭 너라서가 아니라

 

네가 날 '키미'라고 부르는 거
재미있어

 

나도 그렇게 불러야지

 

뭐?

 

남에게 흥미가 없다니, 아까워

 

그래

 

넌 이거라도 읽고
공부 좀 해

 

어린 왕자

 

내 책인데 특별히 빌려줄게

 

받아

 

야마우치 사쿠라와 나는
말도 섞은 적 없는 급우

 

그런 관계로
끝날 터였다

 

공,병,문,고?

 

'2003년 11월 29일'

 

'공병문고라 이름 지은
이 노트에'

 

'오늘부터 그날그날
느낀 걸 적으려 한다'

 

'가족 이외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인데'

 

'나는 몇 년 안에 죽는다'

 

췌장...?

 

죽는다고...?

 

그거 내 거야

 

놀란 이유는, 그 아이가
우리 반 인기 여학생이어서지

 

왜 여기 있어?

 

맹장 수술을 했거든

 

요새 학교 안 나오더니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같은 반이니까

 

아무도 모를걸

 

나처럼 따분한
클래스메이트 따위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따분한 클래스메이트'

 

넌 왜 왔어?

 

췌장 검사하러 왔어
병원 안 다니면 죽으니까

 

이거 이미 봤지?

 

얼마 안 있어 죽는다는

 

그런 엄청난 비밀을

 

최고로 따분한 애가
알아버렸는데

 

그 애는 언제나처럼
웃고 있었다

 

그 다음날부터 내 일상은
바뀌기 시작했지

 

아니, 그 애에게
마구 짓밟혔지

 

난 남과 관계를 안 맺는 걸로
내 영역을 지켜왔거든

 

이해가 되네요

 

지금 누구한테
손 흔들었어?

 

뭐야? 누구야?

 

무슨 속셈인지 그 애가
도서위원을 자청하여

 

함께 책 분류 일을
하게 됐지

 

네 비밀 누설 안 하니
감시 안 해도 돼

 

재미있을 것 같아서
도서위원 한 거야

 

이게 뭐냐?

 

분류번호가 엉망이잖아
분류표 제대로 봐

 

조금은 틀려도 되잖아

 

열심히 찾아서 발견하면
기쁘잖아

 

보물찾기처럼

 

짧은 여생을
이런 일에 써도 돼?

 

그럼 뭐에 쓰라고?

 

많이 있잖아
첫사랑을 만나러 간다거나

 

외국 가서 히치하이크로
죽을 곳을 정한다거나

 

너야말로
하고 싶은 일 안 해도 돼?

 

내일 갑자기 네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잖아

 

사고도 날 수 있고

 

묻지마 범죄, 여성 살해
요즘 '묻지마 폭행'도 많고 말야

 

나도 너도
하루의 가치는 똑같아

 

그래도 꼭 '원하는 일'을
말하라고 한다면

 

남겨진 짧은 시간 동안

 

네가 날 돕는 걸 원해

 

뭐?

 

일요일 11시, 역 앞에 집합
잘 부탁해!

 

야, 잠깐만

 

말 꺼낸 건 너였어!

 

놀랐잖아

 

대견한데! 아픈 소녀를
돕기로 하다니

 

거스를 수 없어서
흘러가는 거야

 

근데, 어디 가게?

 

내장 먹으러 갈 거야

 

뭐?

 

췌장은
'시비레'라고도 부른대

 

비밀을 알아버렸다고
날 괴롭히는 거야?

 

먹으면 진짜 나을 거라고
믿는 건 아니지?

 

진지하게 말해
앞으로 어쩔 건데?

 

미래를 말하는 거야?

 

나한텐 약속된 미래가 없어

 

너, 그런 얘길
농담으로 하면

 

내가 마음 편할 것 같아?

 

글쎄

 

너 말고 다른 사람에겐
이런 말 안 해

 

뭐?

 

클레스메이트의
이런 비밀을 알면

 

다들 괴로워하고
피하려 하겠지

 

그런데 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있잖아

 

그거야

 

가장 괴로울 당사자가
슬픈 모습을 안 보이는데

 

타인이 울거나 하는 건
맞지 않는 일이니까

 

알았어!

 

가자!

 

뭐?

 

죄송합니다

 

네 제안을 안 따랐다고
벌주는 거냐?

 

전부터 오고 싶었어
쿄코가 달콤한 걸 좋아하거든

 

참, 쿄코는 알아?

 

늘 같이 다니는 애?

 

맞아, 중학교 때부터
절친이야

 

여기 유명하다고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

 

걔랑 같이 와야
하는 거 아냐?

 

그러게
어쩌냐, 화내겠는데!

 

널 미워할지도 몰라

 

왜 나를?

 

여자애들은 그렇거든

 

절친은 연인 같아서
이성 친구한테 질투도 하지

 

너는 절친 없어?

 

왜 그런 걸 물어?

 

그냥, 알고 싶으니까

 

실은 나 따위한텐
관심도 없으면서

 

나 같은 사람한테
절친이 있을 리 없잖아

 

그냥 친구는?

 

계속 없었어

 

여자친구는?

 

- 있을 리가...
- 좋아하는 사람은 있었을 거 아냐?

 

여자애를 좋아한 적은?

 

딱 한 번!

 

쟤네 뭐야?

 

둘이 뭐 하는 거래?

 

어떤 사람이었어?

 

무엇에든
'님'을 붙이는 사람

 

책방님, 점원님, 만화가님

 

음식에도 붙였어
감자님, 이렇게

 

내 눈엔 그게

 

세상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하는 것처럼 보였어

 

생각보다 멋져서 말야

 

그러게
멋진 아이였을지도 몰라

 

그게 아니라

 

좋아하게 된 이유 말야

 

아...

 

그 애한테 고백은 했어?

 

아니, 같은 반 잘생긴 남자애가
채어갔지

 

사람 보는 눈이 없구나

 

뭐?

 

너는 어떤데?

 

남친은 있었지
아주 최근까지

 

그래?

 

인기도 많고
친구로서도 괜찮았긴 해

 

오늘 같이 있어 줘서
고마워

 

엄청 즐거웠어
공병문고에도 썼어

 

내 이름은 쓰지 마

 

알았어

 

벌써 썼긴 했는데
색칠해서 지울게

 

잘 자

 

앞으로도 계속
사이좋게 지내자

 

사이좋게...?

 

우리가 사이좋게 지내는 건가?

 

'스위트 파라다이스'에?

 

벌써 간 거야?

 

진짜 맛있어?

 

딸기 케이크가
제일 맛있대

 

네가 왜?

 

왜 사쿠라 옆에 얼쩡거려?

 

목적이 뭐야?

 

그런 게 아니라니까, 쿄코

 

왜 네가 갑자기
도서위원이 되고

 

저런 암울한 애랑
데이트를 해?

 

'친한 사이'라서?

 

친한 사이?

 

맞지?
'친한 사이 소년'!

 

그만들 해
그게 다 뭔 상관이야?

 

사쿠라는 모두랑 친하잖아

 

어쩌다 차 한 잔 마셨겠지

 

그렇지?

 

화났나 봐

 

잠깐만!

 

야, 잠깐만

 

왜 화난 거야?

 

제발 부탁인데

 

더 이상 나를
끌어들이지 마

 

언제 끌어들였다고

 

애들이 오해하잖아

 

오해?

 

'친한 사이'라 말한 거?

 

남친도 아니고
그냥 친구나, 절친도 아니니까

 

절친한텐 병에 대해서
말 안 해도 돼?

 

나 따위하고 있기보다

 

남은 시간을 소중한 친구와
함께하는 게 가치가 있을걸

 

괜찮아
걔가 워낙 감성적이라

 

병을 알게 되면
만날 때마다 울 거야

 

그런 시간은
서로 즐겁지 않잖아?

 

걔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거의 마지막까지
주위엔 비밀로 할 거야

 

너 말이야

 

정말 죽어?

 

죽어

 

앞으로 1년...

 

1년도 못 채울 수 있대

 

너에게만 말하기로
결심했어

 

딱 너 한 사람밖에 없어

 

나에게 평범한 나날을
선사해 줄 사람

 

의사 선생님은
병에 대한 팩트만 말하고

 

부모님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시지

 

쿄코도 알면
분명 그렇게 될 거야

 

하지만 너만은 달라

 

나는 그냥

 

의식하려 하지 않을 뿐이야

 

그럼 심각한 표정 짓지 마

 

어차피 언젠가는
다들 죽어

 

우리, 천국에서 만나자

 

야, 시가!

 

너 사쿠라하고 사귀냐?

 

뭐?

 

쿄코도 뾰루퉁하고 말야

 

애인 빼앗긴 사람처럼

 

아니, 그게...

 

우리 반에서 내 이름 부른 사람
네가 처음이야

 

사귀고 있지 않아

 

아니구나
소문이 자자해도 괜찮냐?

 

사실이 아니니까
신경 안 써

 

어른이네

 

껌 줄까?

 

아니, 됐어

 

쿄코

 

쿄코!

 

왜 그래?

 

아뇨, 그냥 좀...

 

청첩장
타키모토 쿄코/미야타 카즈하루

 

참석 / 불참

 

하고 싶은 일 발견!
연휴에 멀리 떠나고파!

 

가고 싶은 곳 있어?

 

왜 굳이 문자를 보내?

 

질려버렸단 말야

 

십진법도 모르고
원래 소수점 이하까지 분류해?

 

책이 미아가 되면
불쌍하잖아

 

책은 분명히

 

보물찾기하듯 찾아주는 걸
기뻐할 거야

 

'네가 죽기 전에
가고 싶은 곳'

 

그게 내가 가고 싶은 곳이야

 

진심이지?

 

가방 한번 크네

 

기차 도시락, 짱 맛있어!

 

네 것도 맛있겠다

 

좀 줘

 

이제 목적지 정도는
가르쳐줘

 

목적지를 모르는 게
더 재밌잖아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부모님께
거짓말했어

 

쿄코랑 여행 가서
자고 온다고

 

그랬구나

 

자고 온다고?

 

받아 봐

 

짜잔!
리스트 만들었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다음 역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탈 거야

 

마음의 준비 하셔!

 

큐슈 첫 상륙!

 

라멘 냄새가 난다!

 

뇌의 착각이야
기분 탓이란 거지

 

냄새나거든
코가 썩은 거 아냐?

 

썩은 건
너의 사고회로지

 

썩은 건
내 췌장이지!

 

내장구이 나왔습니다!

 

곱창이다, 곱창!

 

다 내 거!

 

즐거운 곳이란 건
어디야?

 

비밀이지

 

무서워!
아래 좀 봐

 

엄청 멀구나
완전 지쳤어

 

아픈 사람이
너무 먹어서 그래

 

신께 소원 빌자!

 

'이 소녀의 병이
낫게 해주세요'

 

라고 빌었지?

 

아니거든!

 

그건 네 소원이겠지

 

이제 와서
그런 소원 안 빌어

 

그럼 뭐?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빌지

 

아빠, 엄마, 친구

 

그리고 '친한 사이 소년'!

 

다들 오래도록
건강하기를 빌었어

 

길흉 제비뽑기하러 가자!
누가 이기려나?

 

이기고 지고가 어딨냐?

 

'매우 길함'이야!

 

'결국 병이 낫는다'라고
쓰여 있네

 

내 병은 안 낫는데

 

네 건?

 

'약간 길함'?

 

네가 확실히 졌어!

 

저기다

 

저기 묵는 거야?
농담이지?

 

죽기 전에, 모아둔 돈
다 쓰기로 맘 먹었거든

 

빨리 가자

 

있잖아
약간 실수가 있었나 봐

 

원래 예약한 방이
다 차버렸대

 

그랬구나

 

자기들 실수라고

 

예약한 방보다 훨씬
좋은 방으로 준비해준대

 

잘된 일이네

 

그런데 말야

 

방이 하나인데, 괜찮지?

 

뭐?

 

엄청 넓어!

 

제일 좋은 방이래

 

응접실도 있어
끝내준다!

 

야경 좀 봐!

 

너 일부러 그런 거 아냐?

 

왜 그리 부정적이야?
자신의 럭키함을 믿어야지

 

업그레이드된 거 말고

 

방 하나만 잡은 거 말야

 

푹신푹신!

 

한 침대에서 자려니까
두근거린다, 그지?

 

너 바보냐?

 

난 소파에서 자

 

좋은 방 얻었는데
침대도 제대로 맛봐야지

 

나중에 한번 뒹굴어볼게

 

여자애랑 같이 자는 거
기쁘지 않아?

 

그런 건 연인하고 해라

 

그럼 난 목욕할래

 

목욕! 목욕!

 

난 결백해

 

가책 느낄 것도 없어

 

우린 그냥
'친한 사이'니까

 

야, '친한 사이 소년'!
세안제 좀 갖다 줘

 

뭐?

 

내 가방 안에
노란 파우치 있어

 

빨리 줘

 

들어와요

 

뭐 마셔?

 

처음 마시는 술
이것도 리스트에 있어

 

어른이 돼야만 할 수 있는
일을 해두려고 해

 

한 모금에 헤롱헤롱이네

 

진실이냐, 도전이냐

 

뭐?

 

이 게임 몰라?

 

하면서 설명해줄게

 

숫자가 큰 쪽이 진실인지
도전인지 물을 수 있어

 

알았어?

 

시작!

 

이겼다!

 

진실이냐, 도전이냐

 

어쩌라고?

 

'진실'을 선택하면
질문에 답을 해야만 해

 

'도전'을 선택하면
시키는 행동을 꼭 해야 해

 

진실이냐, 도전이냐

 

진실

 

우리 반에서 누가 제일
예쁜 것 같아?

 

뭐?

 

무슨 질문이 그래?

 

어서 말해
누구야?

 

나는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않아

 

그 외모에 대해
묻는 거야

 

누가 제일 예뻐?

 

그러니까...

 

수학 잘하는 애

 

히나?!

 

내가 아니었네

 

글쿠나!

 

그런 애 좋아하는구나

 

그만 좀 해

 

진실이냐, 도전이냐

 

진실

 

히나가 제일 예쁘다면

 

나는 몇 번째야?

 

내가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지만

 

세 번째

 

창피해서 쓰러지겠네

 

네가 물어봤잖아

 

이렇게 솔직할 줄
몰랐단 말야

 

빨리 끝내고 싶으니까

 

천천히 해야지
밤은 길잖니

 

시작!

 

살면서 가장 기뻤던 일은?

 

그게 궁금해? 속옷 사이즈도
알려줄 수 있는데

 

빨리 대답해

 

존경하는 사람은?

 

면접 봐?
더 재미있는 질문을 해

 

이겼다!

 

이번엔 질문과 명령을
먼저 말할 테니까, 하나를 골라

 

뭐?

 

진실이라면

 

나의 예쁜 점을
세 개 말하기

 

도전이라면

 

나를 침대까지 옮기기

 

그 손 뭐야?

 

손잡아 줄 테니
빨리 일어나

 

못 들었어?
'옮기기'라니까

 

업히는 게 좋을까?

 

아니면 공주처럼...

 

공주처럼 안아줘서 고마워

 

어릴 때부터 꿈꿔온 거야

 

이제 최종전

 

안 내면 진 거
가위, 바위, 보!

 

아까까진 카드로 했잖아

 

뭐 어때
진실이냐, 도전이냐

 

진실

 

내가 말야

 

죽는 게
무지 두렵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줄래?

 

도전

 

치사해

 

너도 침대에서 자

 

반론도 반항도 안 됨!

 

여보세요?

 

사쿠라, 너 지금 어디야?

 

우리 집에 잔다고 뻥쳤지?
네 엄마 전화 왔었어

 

눈치껏 둘러대긴 했어

 

지금 어디야?
누구랑 있어?

 

하카타
'친한 사이 소년'이랑

 

뭐라고?

 

뭔 소리야? 하카타?
그놈하고?

 

언젠가는 다 설명할게

 

지금은 이해가 안 돼도
용서해줘

 

부탁이야, 쿄코

 

알았어

 

고마워

 

근데 조건이 있어

 

뭐든지!

 

선물 사서 오기
무사히 돌아오기

 

그리고
그 녀석한테 전해

 

너한테 뭔 짓 하면
내가 죽여버린다고

 

알았어

 

너, 쿄코한테
살해당할 수 있어

 

뭔 소리야?

 

아무 일 없었다고
확실히 말해

 

정말로, 꼭!

 

쿄코에 대해선
너한테 맡길게

 

뭐야?

 

나, 남친 있었다고 말했지?

 

고백받고, 쿄코가 엄청 밀어줘서
사귀었는데

 

작은 일에 화내고
엄청 치근덕거리는 사람이었어

 

쿄코는
남자를 보는 눈이 없어

 

강해 보이지만
속은 아주 여려

 

혼자 두는 게 걱정이야

 

그러니 내가 죽으면
쿄코와 사이좋게 지내줘

 

쿄코를 부탁해

 

또 여행 가자

 

다음 여행은 여름?

 

여름?

 

괜찮겠는데

 

웬일이래?
순순히 동의도 하고

 

어쨌든 즐거웠던 거지?

 

 

즐거웠어

 

왜 이래?

 

내 췌장 빼먹게?

 

평소랑 달리
너무 솔직하길래

 

나도 즐거웠어

 

감사 인사로, 내가 죽으면
내 췌장을 먹게 해줄게

 

사양할게
난 아프지도 않거든

 

누가 먹어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계속 살 수 있대

 

나는... 살고 싶어

 

소중한 사람들 속에서

 

뭐야, 아직...

 

참석 여부 답이 안 왔어?

 

있잖아

 

사쿠라는 뭐라고 했을까?

 

우리 둘에 대해서 말야

 

좋게 생각해줄까?

 

축복해줄까?

 

당연히 축복해 주겠지

 

'좋은 남편 찾았네' 하고

 

어쩌면 반대했을 수도 있어

 

나보고 남자 보는 눈이
없다고 말했거든

 

너무한 거 아냐?

 

참석 / 불참

 

야, 시가

 

너 실내화 왜 갖다버렸냐?

 

뭐?

 

화장실 쓰레기통에 있더라

 

아직 멀쩡하잖아

 

고마워

 

잃어버려서 찾고 있었어

 

그래? 조심해라

 

껌 줄까?

 

아니...
하지만 고마워

 

쟤 또 너 노려본다

 

없어졌잖아

 

뭐 잃어버렸냐?

 

아냐

 

여러모로 힘들겠다

 

힘든 일 있으면 말해
이래 봬도 내가 반장이잖아

 

그래

 

사쿠라는 어딨어?
프린트한 거 주려고 왔는데

 

안 왔어

 

안 올 것 같아
소문들도 많고 해서

 

그래?
그럼 됐어

 

난 갈게

 

야호! 쿄코가 보디가드처럼
붙어 있어서

 

며칠 도서관 일은 쉴게

 

대신 오늘은 네가
우리 집에 와야 해

 

집에?

 

어서 들어와

 

왜 내가 와야 하는데?

 

학교에서 만나면
소문만 무성해지니까

 

지금 넌
'주목받는 클래스메이트'거든

 

차 좀 가져올게
책 보고 있어

 

너한테 빌린 책 말야
잃어버렸어

 

오늘 부모님
집에 안 계셔

 

뭐?

 

그래서 부른 거야

 

넌 나를 여친으로 삼을
생각은 없지?

 

갑자기 뭐야

 

생각 없어

 

절대로!

 

오케이, 합격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마지막 하나

 

연인이 아닌 남자애랑
'해선 안 될 일' 해보기

 

이건 허그란 거야

 

그러니까

 

'해선 안 될 일'은
지금부터야

 

놀랐지롱!

 

농담이야, 농담

 

농담에 맞장구를 안 치니까
진짜처럼 돼버렸잖아

 

장난 그만해

 

좀 정도껏 해!

 

농담이라니까

 

이러지 마

 

놓으라고!

 

미안

 

너 뭐 하냐?

 

너네 집 이쪽 아니잖아

 

왜 여기 있어?

 

왜 사쿠라 집에서
나오냐고 묻잖아

 

사쿠라 걘 왜
이딴 자식하고...

 

나하고 걔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냐

 

그럼 대체 뭐야?

 

아무것도 아냐

 

거기 서!
아직 할 말 남았어!

 

걔는

 

치근덕거리는 인간
싫어한대

 

전남친이 그랬다지

 

치근덕거리는 게 뭔데?!

 

너였구나

 

뭣들 하는 거야?

 

사쿠라

 

너 왜 그런 놈을...

 

두 번 다시는...

 

내 주위 사람에게
접근하지 마

 

아빠 옷 빌려줄 테니 씻어

 

괜찮아

 

그것보다...

 

미안했어

 

아까 일

 

나야말로

 

미안해

 

네 책...

 

젖어버렸어

 

반장이 전남친이었구나

 

나 같은 놈이
옆에 있어도 되려나

 

반장 말이 맞아
나는...

 

우연히 병원에서 너랑 마주쳐서
그냥 흘러온 것뿐이야

 

정말 너를 좋아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게...

 

아니야

 

아니라고

 

우연이 아냐

 

흘러온 것도 아냐

 

우린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해서
여기 온 거야

 

너와 내가
같은 반이 된 것도

 

그날 병원에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냐

 

운명 같은 것도 아냐

 

네가 해 온 선택과

 

내가 해 온 선택이

 

우리를 만나게 한 거야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로
만난 거야

 

안녕하세요

 

쿄코, 결혼식 얼마 안 남았지?

 

바쁠 텐데
미안하게 말야

 

아니에요
꽃은 살아있잖아요

 

매일 애정을 갖고
돌봐야죠

 

여기요

 

야, 너!
재수 없는 놈!

 

사쿠라는
맹장으로 입원했대

 

뭐?

 

너 만난 뒤로 다 꼬여
그 건강하던 애가!

 

저주라도 걸었냐?

 

듣고 있어?

 

너랑 있으면
안 좋은 일만 생기니까

 

앞으로 절대!
가까이 가지도 마

 

 

어머, 안 돼!
말이라도 하고 오지!

 

머리도 까치집인데!

 

맹장 아니지?
괜찮은 거냐?

 

멀쩡해
검사하려고 입원했어

 

수치가 좀 안 좋을 뿐이야

 

2주 뒤에 퇴원해

 

다행이네

 

필기한 거 줄까?

 

시란, 감정을 형태로 표현한 것
기도이면서 소원이지

 

생각을 입으로 내뿜듯
언어로 나열한 거야

 

고마워

 

별말씀을요

 

너, 나중에 선생님 해라

 

뭐?

 

가르치는 소질이 있어

 

혼자 있는 거 좋아하고

 

남과 못 어울려서
선생님은 안 맞아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거든

 

곧 쿄코가 올 텐데

 

잘됐네, 두 사람
친해지길 바랐는데

 

아니, 난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한번 해보는 거지

 

뭘?

 

친구가 되는 연습

 

연습?

 

'나의 친구가 되어 줘' 해봐

 

싫어

 

안 하면
안 돌려보낼 거야

 

나와 친구가 되어 줘

 

큰 소리로

 

나와 친구가 되어 줘

 

눈을 봐
마음이 안 느껴져

 

나와 친구가 되어 줘

 

전혀 안 와닿아

 

됐어, 어차피 쿄코가
거절할 텐데

 

난 갈래

 

안녕

 

너 왜 여기 있어?

 

그게...

 

'친한 사이 소년'!

 

전에 빌려 간
울아빠 옷이랑 팬티는?

 

내가 언제...

 

팬티라고?!

 

사쿠라 씨 말을 듣고
선생님이 되셨군요

 

웃긴 일이지

 

소질 있단 말을
진짜로 받아들이고 말야

 

교사가 되고 6년
이 학교 오고 1년

 

이제 와서

 

정말 이 직업이
나한테 맞는 건가...

 

매일 학교에 오가며
고민하지

 

내가 학생들을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 건지

 

그만두지 마세요

 

응?

 

그게...
그만두시면...

 

사쿠라 씨가
슬퍼할 거예요

 

사직서

 

사쿠라는

 

강해 보여도 남보다 훨씬
상처 잘 받아

 

애매한 감정으로
다가가진 말아줘

 

넌 정말 사쿠라를
좋아하는구나

 

당연하지

 

나는...

 

중학교 때

 

친구가 한 명도 없었어

 

그런데 사쿠라만 늘 웃으며
말을 걸어줬지

 

사쿠라가 없었으면
난 외톨이였을 거야

 

분명 지금까지도

 

사쿠라 말고는
친구 따위 필요 없어

 

그러니 만일

 

네가 걔한테 상처 주면

 

절대 용서 안 해

 

거의 스토커래

 

사쿠라 병실 침대에
들어갔다지

 

- 속옷도 훔쳤대
- 미쳤나 봐

 

스토커?
다들 참 웃긴다

 

왜 그런 말까지
나오는지 알아?

 

내가 묻고 싶은 바야

 

너랑 같이 있어서
그런 거 아냐?

 

그게 아냐

 

네가 애들이랑
대화를 안 해서 그래

 

뭐?

 

다들 널 잘 모르니까

 

대화를 하면 알 텐데

 

그런 쓸데없는 일은 안 해

 

네가 없어지면 나는 다시
혼자가 될 거야

 

나에 대해선
금방 다 잊겠지

 

그런 말 하면
내가 못 죽잖아

 

너를 제대로 안다면
다들 널 이해할 텐데

 

뒷일은 걱정하지 마

 

난 남이 좋아하건 싫어하건
신경 안 써

 

그 자기완결은 뭐야?

 

그럼,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진 않아?

 

뭐?

 

나는 널
어떻게 생각할 거 같아?

 

'친한 사이' 아냐?

 

땡!

 

어떻게 생각하는데?

 

안 가르쳐줘!

 

뭐?

 

답은 공병문고에나
써놓을까 봐

 

너 진짜...

 

내가 죽으면 읽어도 돼

 

너한테만은
읽을 권리를 줄게

 

약속한 거야

 

말로만 말고

 

약속

 

공병문고

 

췌장의 병은
잘 드러나지 않으며

 

발견할 땐 이미 늦다

 

증상 진행도 느리고
몸은 서서히 쇠약해진다

 

야마우치 사쿠라

 

여보세요

 

지금 병원 도망쳐서
여행 갈까?

 

안 돼

 

살인자가 되긴 싫어

 

걱정 말래도

 

원래 죽어가는 소녀는
병원 탈출해서

 

길에서 죽는 거야

 

절대로 안 돼

 

만개한 벚꽃을
보고 싶었는데

 

만개한 벚꽃?
벚꽃 진 게 언젠데...

 

벚꽃은 말야

 

꽃이 진 척만 하는 거지
계속 피어있대

 

다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싹눈을 품고 잠들어 있지

 

벚꽃은 진 것이 아냐

 

모두를 놀라게 하려고
숨어있을 뿐

 

그리고 따뜻한 계절이 오면
단숨에 확 꽃을 피우지

 

'서프라이즈!' 하면서

 

무슨 일 있어?

 

세상에...

 

나 보러 온 거야?

 

분위기가 이상해서

 

들켰구나

 

실은 입원이 연장됐어

 

그랬구나

 

있잖아

 

딱 한 번만

 

진실이냐, 도전이냐
하지 않을래?

 

궁금한 게 있으면
솔직하게 물어봐

 

진심으로 묻는 건
용기가 엄청 필요해

 

다들 소심한 겁쟁이라
운에 의지하는 거야

 

시작!

 

이럴 때 신은 아픈 사람 편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어쩔래?

 

승부는 승부니까

 

알았어

 

진실이냐, 도전이냐

 

진실

 

너에게 있어 나는...

 

아니다

 

너에게 있어...

 

산다는 건 어떤 거야?

 

뭐?

 

진짜 그걸 묻는 거야?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

 

...일까?

 

누군가를 인정하고

 

좋아하게 되고

 

싫어하게 되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손을 잡고

 

서로 껴안고

 

스쳐 엇갈리고

 

그게 산다는 거야

 

혼자 있으면
살아있다는 걸 알 수 없어

 

그런 거야

 

좋아하면서도 밉고

 

즐거우면서 우울하고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과

 

남과의 관계들이

 

내가 살아있단 걸
증명해 주는 것 같아

 

그래서...

 

이렇게 너와 있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네가 선사해 주는 일상이

 

나한테는 보물이거든

 

한 번 더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왜 다신 못 갈 것처럼
말하냐?

 

그런 식으로 말했어?

 

그랬어

 

죽지 않을 거지?

 

죽어
너도 나도 죽지

 

그 말이 아니라

 

췌장이 병들었다니까
죽긴 죽지

 

그 말이 아니라!

 

아직은 안 죽는 거지?

 

뭔가 숨기고 있잖아

 

너는 다 표가 나

 

뭔 일 있냐고 물었을 때
반응도 이상했어

 

내가...

 

이렇게 보여도
너를 걱정하고 있다고

 

내가 살기를 바라니?

 

무지하게

 

네가 날 그렇게나
필요로 하다니

 

퇴원하면 또 여행 가자

 

같이 활짝 핀 벚꽃을 보자

 

그러니까 꼭

 

퇴원해야 해

 

사쿠라 씨는
뭘 묻고 싶었을까요?

 

그날, 진실과 도전 게임에서요

 

몰라

 

알 수 없지

 

묻지도 못하고

 

끝나버렸거든

 

내일 퇴원할 수 있대!

 

퇴원!

 

내일 벚꽃 구경 가자!

 

찾았어

 

봄이 지나도
벚꽃이 피어 있는 곳

 

'큰산벚나무'는
6월 중순까지 피어 있대

 

이 언덕 끝내줘

 

큐슈 여행 다음은 홋카이도냐
수고 많다

 

정말 고마워
이런 걸 어떻게?

 

사진이 취미니까

 

껌 줄까?

 

 

왜?

 

아냐

 

왜 그래?

 

아니, 그냥

 

씹을 만하냐?

 

맛있어

 

홋카이도 절경 여행지

 

1. '스위트 파라다이스'에 집합

 

2. 비행기 타고 쿠시로 공항으로

 

3. 하나사키선 열차에서
'게살 도시락' 먹기

 

퇴원했어여!

 

집에 가서 멋 좀 내다 보니
시간이 걸렸어

 

빌린 책들 도서관에 반납하면
조금 늦을 수 있어

 

퇴원 축하해

 

진심이 안 느껴져
나를 좀 더 칭찬해줘

 

다른 말이 생각 안 나

 

당장 칭찬해봐

 

너는 반에서
세 번째로 예뻐

 

뭐야?
몸이 다시 나빠질 것 같아

 

너는 강해

 

용감하고

 

삶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있지

 

너는 정말 대단해

 

고백을 하자면

 

나는 네가 되고 싶어

 

남을 인정할 수 있고

 

남에게 인정받고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남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누군가와
더 많이 마음을 나누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나는 그런 네가
될 수 있을까?

 

아니, 이런 말은
백 마디 늘어놔도 모자라

 

나는
사실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야마우치 사쿠라

 

송신

 

그것을 끝으로
답장은 오지 않았다

 

몇 시간을 기다려도

 

내일부터 폭우가 내리겠습니다

 

오늘 오후 2시경
키리오카 시 거리에서

 

여고생
야마우치 사쿠라 양이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가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야마우치 양을 발견

 

병원으로 이송하였으나

 

결국 사망하였습니다

 

사쿠라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묻지마 살인'의 희생자가 되었지

 

어디 살던 누군지 모를
그 범인은

 

금방 잡혔어

 

마냥 믿고만 있었지

 

얼마 안 남은 시간들은

 

사쿠라 본인의 힘으로
살아낼 것이라고

 

믿고만 있었어

 

바보였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그래서 지금, 이 하루를

 

이 순간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그 애가 처음부터
그렇게나 말했었는데

 

한 달이 필요했어

 

마음의 준비를 하기까지

 

내가 죽으면 읽어도 돼

 

너한테만은
읽을 권리를 줄게

 

제대로 인사하고 오거라

 

조의금

 

야마우치
히로유키, 요우코, 사쿠라

 

와줘서 정말 고맙구나

 

어머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실은 저는

 

사쿠라의 병을
알고 있었어요

 

두려운 마음에, 찾아올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읽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공병문고'를

 

너였구나

 

자기가 죽으면

 

이 일기를 누군가에게
전해달라고 했어

 

딱 한 명 '공병문고'를 아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그 친구는 겁쟁이라

 

장례식에는
안 올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이걸
가지러 올 거라고

 

오면 전해주라고 했어

 

4월 12일
OO에게 비밀을 들켰다

 

당황했다!
하지만 태연한 척했다

 

그런데 걔도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깜놀! 깜놀! 깜놀!

 

그런 사람이 있다니!

 

사실 전부터 약간
관심 가던 아이였다

 

늘 책만 들여다보며
자신과 싸우는 듯한 아이

 

그 아이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이 '비밀을 아는 클래스메이트'와
같은 도서위원이 되었다

 

분류번호가 엉망이잖아

 

분류표를 제대로 봐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번호를 틀리게 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만들었다

 

남자아이와
여행 가서 자고 오기

 

맛있는 라멘 먹기

 

연인이 아닌 남자애랑
'해선 안 될 일' 해보기

 

아주 나쁘고도
좋은 날이었다

 

아주 조금, 혼자서 울었다

 

오늘은 내내 운다

 

검사를 위해
2주 동안 입원

 

사실은 굉장히 두렵다

 

무섭고 두려워
견딜 수 없다

 

 

그 애 얼굴을 보니
마음이 탁 풀리며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황급히 숨어버렸다

 

하지만 입원 덕분에
할 수 있는 일도 발견했다

 

전에 빌려 간
울아빠 옷이랑 팬티는?

 

팬티라고?!

 

일부러 두 사람이
마주치게 만들었다

 

둘이 친해지면 좋겠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몸이 무겁다

 

한밤중에

 

그 애가 병원에 몰래 왔다

 

용기를 내어 '진실과 도전' 게임을
하자고 했는데

 

내가 졌다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 애가 집에 간 뒤
혼자가 되어...

 

울었다

 

엄청 엄청 울었다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도록...

 

힘을 내야지

 

오늘은 움직일 수 없다

 

며칠이나 먹지 못했다

 

아주 짧은 외출 허락

 

마지막 외출이 될 것 같다

 

삶의 마지막 시간
그 애와 한번 더 여행 가서

 

벚꽃을 보기로 했다

 

언젠가 쿄코와 셋이서도
가고 싶었는데

 

하지만 충분히 행복하다

 

그 애와 함께 있을 수 있다

 

그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신난다! 잠시 퇴원이닷!

 

오늘은 왠지 힘이 난다

 

이제부터
널 만나러 갈 거야!

 

조심하거라

 

다녀올게요!

 

잘 다녀와라

 

잠시 퇴원이닷! 왠지 힘이 난다
이제부터 널 만나러 갈 거야!

 

사쿠라는...

 

그날...

 

정말로 고마워

 

네 덕분에

 

사쿠라는 마지막까지
꽉 찬 삶을 살 수 있었어

 

어머니...

 

이러면 안 되는 거 압니다만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가 좀 울어도 되겠습니까

 

- 선생님, 안녕하세요
-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이제 드레스 준비할게요

 

 

준비해 주세요

 

거의 완벽했는데 말예요

 

뭐가?

 

앞은 정말 완벽한데
900번대 이후는 정리가 안 됐네요

 

그랬나, 미안하군

 

그 애가 떠난 뒤엔
대충 손을 놔버렸어

 

그랬군요

 

아, 참...

 

어느 거였더라

 

이런 낙서가 있었어요

 

953.7 사

 

책이 미아가 되면
불쌍하잖아

 

원래 소수점 이하까지 분류해?

 

분류번호가 엉망이잖아

 

953...

 

선생님?

 

보물찾기다

 

조금은 틀려도 되잖아

 

열심히 찾아서 발견하면
기쁘잖아

 

보물찾기처럼

 

쿄코에게

 

고다이자카 예식장 가주세요

 

벚꽃 귀걸이 예쁘네요

 

친한 친구한테 빌렸어요

 

야, 시가

 

늦었잖아

 

드레스 입은 쿄코 모습
보러 갈 거야

 

심장이 벌렁벌렁해

 

너도 같이 갈래?

 

떨리니까 같이 좀 가줘

 

껌 줄까?

 

신랑분 오시라고 할게요

 

 

들어오세요

 

시가가 왔길래
데리고 왔어

 

들어가

 

갑자기 이런 차림으로 와서 미안

 

네가 보낸 초대장에

 

답장도 안 보내고

 

경우가 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꼭 전해줄 게 있어서

 

전해야만 할 게 있어서

 

이건...

 

사쿠라가 쓴 거...?

 

쿄코, 이건 내 유서란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

 

너한테 줄곧
비밀로 했는데

 

난 췌장에 병이 생겨서

 

그 애가 편지를
전할 즈음엔

 

난 무덤 속에
있을 거야

 

그 애? 그 아이 말야

 

네가 늘 노려보는

 

나의 '친한 사이 소년'

 

쿄코, 먼저 이 말을 하고 싶어

 

널 정말 사랑해

 

병에 대해 말 안 해서
정말로 미안해

 

이것만은 믿어줘

 

너무나 사랑해서
말을 못 했어

 

너와의 시간을 망가뜨릴
용기가 없었어

 

너와 함께 웃고, 다투고

 

실없는 말 하고

 

울기도 했던 시간들
정말 즐거웠어

 

행복하게 지내

 

멋진 남편 만나서
예쁜 아가 낳고

 

누구보다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렴

 

고마워, 사쿠라

 

추신: 그 애와도 친구가 돼줘

 

네가 늘 노려보는
나의 '친한 사이 소년'과

 

나와 친구가 되어 줘

 

큰 소리로

 

나와 친구가 되어 줘

 

눈을 봐
마음이 안 느껴져

 

너무 많이 늦어져서
미안해

 

저기...

 

나와 친구가 되어 주겠니

 

좋아

 

괜찮아?

 

망했어
왜 이런 타이밍에...

 

바보야!

 

시가 하루키 님

 

드디어 편지를 발견했구나

 

늦어, 너무 늦어!

 

하루키

 

하루키라고
불러도 되니?

 

전부터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곁에 있어 줘서 기뻤어

 

고마워

 

친한 사이가
되고 싶은가 봐

 

저 여학생 말야

 

아니, 혹시나 해서

 

모리시타!

 

내일 보자

 

내일 만나자!

 

쿠리야마!

 

병원에서
'진실과 도전' 게임 했을 때

 

뭘 물어보고 싶었는지
알려줄게

 

그건 말야

 

'왜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니?'
라는 거였어

 

하루키 너
내 이름을 한 번도 안 불렀잖아

 

처음부터 계속 너, 너, 너
진짜 너무해

 

그런데 밤에 병원에 찾아온 날
깨달았어

 

어차피 잃게 될 나를

 

'친구'나 '연인' 같은
특별한 존재로 삼기 싫었겠지

 

하지만 난 그런 하루키를
멋지다고 생각했어

 

누구와도 엮이지 않고
오로지 홀로 살아가는

 

강한 하루키를

 

나는 약하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을

 

내 슬픔에 끌어들이지

 

하지만 하루키는 언제든
항상 너 그 자체였어

 

하루키는 정말로 대단해

 

그러니까 그 용기를
모두에게 나눠주렴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손을 잡고

 

사직서

 

서로 꼭 껴안고

 

때로는 성가시고
속상한 일이 생겨도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지내

 

내 몫까지

 

살아줘

 

나는 말야
하루키가 되고 싶어

 

하루키 안에서bluesky 계속 살고 싶어

 

아니, 이런 흔해빠진 말로는
표현이 안 돼

 

그거야

 

너는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역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하마베 미나미

 

키타무라 타쿠미

 

오구리 슌

 

키타가와 케이코

 

優しさの 死に 化粧で
야사시사노 시니 케쇼우데
곱게 화장을 하고 누운 너

 

笑ってる ように 見せてる
와랏테루 요우니 미세테루
마지막까지 웃음을 보이려 하네

 

君の 覚悟が 分かりすぎる から
키미노 카쿠고가 와카리스기루 카라
너의 각오를 너무나 잘 알기에

 

僕は そっと 手を 振るだけ
보쿠와 솟토 테오 후루다케
나는 살짝 손만 흔들 뿐

 

ありがとうも「さよなら」も
아리가토우모「사요나라」모
고맙다는 말도 잘 가라는 말도

 

僕らには もう いらない
보쿠라니와 모우 이라나이
우리들에겐 이젠 필요 없어

 

全部 嘘だよ そう 言って 笑う
젠부 우소다요 소우 잇테 와라우
다 거짓말이라고 말하며 웃어줄

 

君を まだ 期待 してるから
키미오 마다 키타이 시테루카라
네 모습을 또 기대하고 있으니까

 

いつも 透き通る ほと 真っ直ぐに
이츠모 스키토오루 호도 맛스구니
항상 속이 비칠 만큼 투명하고 곧게

 

明日へ 漕ぎたす 君が いる
아스에 코기다스 키미가 이루
내일을 향해 뛰어가는 네가 있지

 

眩しくて 綺麗で
마부시쿠테 키레이데
그 모습이 눈부시고 예뻐서

 

苦しく なる
쿠루시쿠 나루
가슴이 죄어오네

 

暗がりで 咲いてる ひまわり
쿠라가리데 사이테루 히마와리
어둠 속에서 피어난 해바라기 같은

 

嵐が 去った 後の陽 だまり
아라시가 삿타 아토노 히다마리
폭풍우가 지난 뒤의 햇살 같은

 

そんな 君に 僕は 恋してた
손나 키미니 보쿠와 코이시테타
그런 너를 나는 사랑하고 있었어

 

諦める こと 妥協 する こと
아키라메루 코토 다쿄우 스루 코토
포기하는 일, 타협하는 일

 

誰かに あわせて 生きる こと
다레카니 아와세테 이키루 코토
누군가에게 맞춰 살아가는 일

 

考えてる 風で いて
캉가에테루 카제데 이테
생각하는 척하지만

 

実は そんなに 深く 考えて いやしない こと
지츠와 손나니 후카쿠 캉가에테 이야시나이 코토
실제로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 일

 

おもいを 飲み込む 美学と 自分を 言いくるめて
오모이오 노미코무 비가쿠토 지분오 이이쿠루메테
생각을 삼켜버린 미학과 스스로를 구슬려

 

実際は 面倒臭い ことから 逃げる ように して
짓사이와 멘도우쿠사이 코토카라 니게루 요우니 시테
성가신 일에서 도망치면서

 

邪に ただ 生きて いる
요코시마니 타다 이키테 이루
간사하게 살아가고 있지

 

だから 透き通る ほと 真っ直ぐに
다카라 스키토오루 호도 맛스구니
그래서 속이 비칠 만큼 투명하고 곧게

 

明日へ 漕ぎたす 君を みて
아스에 코기다스 키미오 미테
내일을 향해 뛰어가는 너를 보면

 

眩しくて 綺麗で
마부시쿠테 키레이데
그 모습이 눈부시고 예뻐서

 

苦しく なる
쿠루시쿠 나루
가슴이 죄어오네

 

暗がりで 咲いてる ひまわり
쿠라가리데 사이테루 히마와리
어둠 속에서 피어난 해바라기 같은

 

嵐が 去った 後の陽 だまり
아라시가 삿타 아토노 히다마리
폭풍우가 지난 뒤의 햇살 같은

 

そんな 君に
손나 키미니
그런 너를

 

僕は 恋してた
보쿠와 코이시테타
나는 사랑하고 있었어

 

そんな 君を
손나 키미오
그런 너를

 

僕は ずっと
보쿠와 즛토
나는 영원히

 

주제가 미스터 칠드런(Mr.Children)
"해바라기(ひまわり) himawari"

 

원작 스미노 요루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감독 츠키카와 쇼

 

번역 강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