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s.To.Live.Forever.2010.XviD.AC3-Zoom

sub2smi by 블랙이글

 

열두살 샘
(Ways To Live Forever, 2010)

 

녹화 시작했어!

 

왜 날 봐?
네가 하자고 한 거잖아

 

오늘은 1월 7일

 

내 첫 번째 비디오 일기

 

이건 내 일기장인데
여기 쓰는 걸

 

전부 녹화해서 기억이
영원히 남도록 할 거야

 

왜 그래?

 

- 가서 세워
- 네가 해

 

내가 생각해 낸 건 아니었다

 

윌리스 선생님 아이디어인데

 

사실 시작은
병원에서 돌아온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병원

 

엄마 자동차

 

나에 대한 5가지 사실

 

하나, 이름은 샘
둘, 나이는 12살

 

셋, 이야기와
신기한 사실을 수집하고

 

넷, 백혈병을 앓고 있다

 

다섯, 누군가 이걸 볼 때쯤
난 아마 죽었을 거다

 

 

엘라
할머니

 

아빠

 

 

엄마

 

샘, 여기가 네 새 방이야

 

이젠 계단 오를 필요 없어

 

여기에 스토리, 그림, 궁금한 점
사실들과 내 얘기를 담을 거다

 

외모에 대해 말하자면
아직 머리카락이 있다

 

작년엔 약 때문에 다 빠졌는데
다시 자랐다

 

연한 갈색이다

 

눈은 녹색이고
몸에 멍이 아주 많다

 

내 잘못이 아니라
백혈병 환자는 다 그렇다

 

참, 잊은 게 있다

 

날 때부터 내 무릎엔
네 잎 클로버 점이 있었다

 

아주 골 때린다

 

근데 행운이라곤 없으니
거지 같은 일이다

 

아픈데 공부까지 하라구?

 

첫 날부터 그러지 마, 펠릭스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

 

자, 뭐 생각나는 거 없어?

 

인류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의문이란다

 

어떻게 하면 죽지 않을까?

 

자,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을 말해 봐

 

뱀파이어 되기!

 

'뱀파이어 해결사'만
피하면 돼요

 

재미있네

 

샘은?

 

냉동을 시켜 놓고

 

수백 년 뒤에 암 치료법과

 

영원한 삶의 비밀을 찾으면
그때 녹이는 거죠

 

헛소리 하고 있네

 

뇌를 하드에 카피해서
컴퓨터에서 사는 거야

 

바이러스만 안 먹으면 돼

 

결국 인류는 영원한 삶이란
불가능하단 걸 깨달았지

 

하지만 우리는 뭔가를
영원히 남길 수 있단다

 

바로 예술 작품이야

 

존!

 

존, 세상에...

 

선생님은 예술 작품은
마음에 새겨진다고 했다

 

우리에 관해
글을 써 보라고 했다

 

'책 좋아하잖니'라며

 

병원에 TV가 없었으니
그럴 수밖에

 

엘라는 7살이다

 

샘은 삼손에서 딴 이름이고

 

엘라는 고모할머니의 이름을
딴 건데

 

'샘과 엘라'를 연결하면
이렇게 들린다

 

'살모넬라'

 

오빠 아직도 아파?

 

질문이 너무 많다

 

오빠는 이제 병원 안 가

 

우리와 함께 있을 거야

 

학교는 왜 안 가?

 

병원도 학교도 안 가도 돼
곧 죽을 거거든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죽음은 답이 없는 문제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물어보면 기침을 하고
주제를 바꾼다

 

어른이 된다면
과학자가 되어

 

아무도 대답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거다

 

내 병에 대해 말해 보겠다

 

백혈병이란 건데

 

몸에 타원형 소구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에든버러 병원

 

존 휴즈 베넷이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1850년에 꼬마의 피를
관찰하다가

 

'무색의 타원형 소구체로
꽉 찼는데'라고 했단다

 

백혈구였던 건데
당시엔 아무도 몰랐다

 

아이들이 전염될까 봐
병원에 안 들여보내서

 

발견이 늦어진 건데
정말 웃기는 일이다

 

성공이다!

 

저런...

 

안 될 거라고 말했잖아요

 

가서 가져오자

 

네 이야기를 써 보는 건
생각해 봤니?

 

책 읽는 거랑 쓰는 건
별개인 거 같아요

 

난 당연히 연관이 많다고 봐
생각보다 훨씬 더

 

세상을 구하지도 않고
교내구타 얘기도 아닌데

 

누가 관심이나 있겠어요?

 

샘의 지지리 궁상 이야기

 

끔찍한 고통과 TV 없는
병원 생활을 견딘

 

가련하고 연약한 소년의 이야기

 

친구, 가족들이여
안녕

 

장례식 때 안경 꼭 씌워 줘

 

해변에서 죽을 일 없으니 일어나

 

샘, 난 네 얘기를 읽고 싶은데

 

선생님은 병원이
어떤 지도 모르면서

 

펠릭스 말이 맞다
우린 병원 전문가다

 

펠릭스를 만난 곳도 병원이었다

 

- 휴, 들킬 뻔 했네
- 왜 숨어?

 

가게에 갈거거든

 

그건 어디서 났어?

 

삼촌 가게 자판기
다 피웠어

 

담배는 몸에 나빠

 

죽을 수도 있어

 

그렇겠지

 

여기만 통과하면
담배 얻는 건 문제 없어

 

한 대 피우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하면 돼

 

아니지

 

담배를 주면
죽어가는 부자 삼촌이

 

유산을 떼어 줄 거라고 해야지

 

괜찮네

 

같이 갈 거지?

 

마지막 소원이래요

 

큰 부자라서
답례로 한몫 떼 줄걸요

 

여동생을 수술할 의사 선생님이
손을 계속 떠시는데

 

담배가 도움이 된대요

 

금단증상이 심해서
지금 끊으면 위험하대요

 

사람들이 하는 말 믿지 마

 

난 심한 골초여서
곧 죽을 거라고 했는데

 

지금 내 나이 95살이야

 

담배를 끊으렴

 

암 병동 환자들이
담배를 받는지 보는 숙제예요

 

설문지를 돌리면 되지

 

어린이 병동 애가 시킨건데
안 가져가면 맞아요

 

정답이 없는 첫 번째 문제

 

죽었다는 걸 어떻게 알까

 

다음은 지식인에 물어서
얻은 답변들이다

 

'근사 체험을 반박하며'
펠릭스 스트레인저

 

그 체험자들은
진짜 죽은 게 아니라

 

산소 부족이나 약물 탓에
뇌가 잠깐 맛이 간 거다

 

아니라면 그런 자들은
왜 미국에만 있고

 

왜 좋은 일만을 경험하는가

 

명성을 노린 꼼수다

 

'근사 체험을 옹호하며'
샘 맥퀸

 

체험자들은 실제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따라서 모든 게 사실이고

 

그들이 본 것도 사실이다

 

한 여성은 천장에 둥둥 떠서
의사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실제로 한 말이었단다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요정이 꼬챙이로
찔렀다는 사람도 있고...

 

아직 안 끝났어!

 

'근사 체험에 대한 결론'

 

장점은 천국에 갈 수 있고
유명해지며...

 

삼지창으로 찌르는
요정만 조심하세요

 

엄마는 내가 아프자
자선단체 일을 그만뒀다

 

요즘엔 일요일에
성가대 활동을 한다

 

난 걱정하는 척 하는
교인들이 싫다

 

엘라는 관심 받는 게 좋아서
매주 성당에 간다

 

내 병 얘기하는 걸 싫어해서
아빠는 안 간다

 

아빠는 아는 게 많지만
궁금한 걸 물어볼 순 없다

 

꼬마야, 공 좀 줘

 

병 얘기만 나오면

 

아빠는 기침을 하거나
'그 얘긴 그만 둬'라고 한다

 

우리 왔어

 

왔니?

 

둘 다 왜 이렇게 조용해

 

- 샘, 뭐 하니?
- 숙제 해

 

- 요즘엔 숙제가 많네
- 아침 내내 뭘 쓰던데

 

저렇게 열심히 할 거면
학교 보내는 게 어때?

 

다니엘...

 

그 선생은 이 정도면 됐어

 

윌리스 선생님과 할래요

 

난 학교 가기 싫어

 

진짜 아픈거냐고
왜 나만 일찍 집에 가냐고

 

애들이 캐묻는단 말이야

 

말도 안 되잖아

 

누가 봐도 애가
저렇게 건강해졌는데

 

하는 일 없이 집에
가둬 두는 게 말이 돼?

 

아빠, 나 할 일 많아
집에 있는 게 좋다고

 

애들 앞에서
이 얘기 꼭 해야겠어?

 

아빤 치료를 멈추자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 엄마, 왜 그래?
- 뭐? 아니...

 

평범하게 굴면
나을 거라 믿는다

 

내 말 들어
의사가 틀릴 수도 있는 거잖아

 

샘을 봐, 얼마나...

 

샘!

 

 

어서 앉아

 

난 코피가 정말 싫다
다들 소란 떠는 게 싫다

 

엘라는 엄마에게 휴지를 건네고

 

엄마는 날 아기 취급하고

 

아빠는 꼼짝 않고 서서
이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무슨 외계인 보듯이...

 

샘!

 

샘!

 

샘!

 

안녕, 샘

 

샘!

 

드라큘라 애니!

 

드라큘라는 빼시지

 

피를 다루기 때문에
드라큘라라고 부르지만

 

실은 간호사다

 

분홍색 스쿠터로 다니며
어린 환자들을 돌본다

 

뭐 하고 지내?

 

책을 쓰고 비디오를 찍고
로켓을 날린다고 하나?

 

아빤 이상하고
난 공을 찼다고?

 

별 거 안 해요

 

다 됐어

 

당분간은 무리하면 안 돼

 

이건 카테터라고 피 뽑고
약물을 집어넣는 도구다

 

지금은 혈소판을 넣는다

 

이걸 보면 내가 환자임이
분명해져서 싫다

 

이건 정맥 주사대

 

내가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진 않다

 

혈소판이 튜브를 타고
내려와서 카테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다

 

출혈을 하면 이걸 맞는다

 

이 정도면
대충 다 말한 것 같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

 

정말 좋구나

 

추워 죽겠어요

 

좋아, 이건 어떠니

 

각자 소원을 적어서
이 병에 넣은 다음에

 

바다에 띄우는 거야

 

좋지?

 

됐다

 

그랜드 캐니언 가기, 다락 청소
머랭 만들기, 개 훈련시키기

 

개 훈련시키기?

 

- 무슨 소원이 그래요
- 우리 개를 몰라서 그래

 

펠릭스는?

 

유명한 부자 되기
의사들 죽이기, 카사비안 공연 보기

 

카사비안 공연
형이랑 가서 봤다며

 

- 카사비안 공연 또 보기
- 샘은?

 

유명한 과학자가 돼서
연구 논문 쓰기

 

미성년자 관람불가
공포 영화 보기

 

에스컬레이터 거꾸로 타기
비행선 타기

 

10대가 되어 술, 담배 하고
여자 친구 사귀기

 

엘라 녀석...

 

'귀신 보기'

 

'우주선 타고 별 보기'

 

'세계 신기록 세우기...'

 

이걸 다 하려고?

 

글쎄, 다는 못하겠지

 

시도는 해 볼 수 있잖아

 

진짜 하겠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바람 같은 거야

 

- 실제가 아니라
- 그래서?

 

윌리스 선생님은
머랭을 만들겠다며

 

우리도 공포 영화 보면 되지

 

형 방에 많아

 

진짜 할 수 있는 건 딱 두 개야

 

공포 영화랑 에스컬레이터
나머지는 불가능해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어

 

세계신기록도 깰 수 있다고

 

그게 맘먹는다고
뚝딱 되는 게 아니잖아

 

1999년 07월 23일

 

애쉬리타 퍼맨은
에펠 탑 1,665개 계단을

 

스카이 콩콩으로
57분 52초 만에 올라갔다

 

난 신기록이 좋다

 

퍼맨은 세계 신기록을
216개나 가지고 있다

 

세계 신기록 최다 보유
기록까지 포함해서

 

벌레 2백 마리를
30초에 먹은 사람도 있대

 

- 그거 해 보자
- 기네스 기록 아니잖아

 

그 사람은 2백 마리 먹었다며

 

우선 맛이 어떤지
하나 먹어 보고

 

201마리를 30초에 먹는 거야

 

최고 작은 나이트클럽이
가로 세로 2미터 40이래

 

나이트클럽 만드는 건
쉽잖아, 필요한 게...

 

- 음악
- 번쩍거리는 조명과 술

 

그야 문제 없지

 

손님도 받아야지

 

그렇게 될 거야

 

그럼 놀아 볼까!

 

손님 없어도 상관없잖아

 

공식 기네스 기록은 아니지만
소원 중 하나를 이룬 셈이다

 

옷걸이 클럽 금일 개업

 

정답이 없는 두 번째 문제

 

신은 왜 아이들을 아프게 할까?

 

- 가자
- 신이 없기 때문이지

 

그런 답이 어딨어

 

여기 있잖아
신이 없기 때문이라니까

 

어서 적어

 

- 두 번째 이유는?
- 두 번째...

 

신이 있긴 한데
애들을 괴롭히는 걸 즐긴다

 

그건 안 적을 거야

 

기침해 보렴

 

셋째, 신은 의사와 같다

 

더 훌륭하고 착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병을 준다

 

수업하러 펠릭스 집에 가자

 

죽는 건 괜찮다
어차피 천국에 가니까

 

- 헛소리 좀 작작해
- 엄마가 그랬어

 

- 암 걸리면 착해져?
- 글쎄...

 

아파서 자전거라도 타면
부모님도 기뻐하잖아

 

안 아프면 그런 기분 몰라

 

진짜 어이없다

 

자전거 타고 기뻐하라고
암을 준다고?

 

- 그건 적지 마
- 벌써 적었어

 

좋아, 넷째

 

- 이유라는 건 없다
- 다섯째, 이유는 있지만

 

우린 멍청해서 모른다

 

- 나쁜 짓에 대한 벌이다
- 아니야

 

그게 불교의 주장이야

 

전생의 업보라고

 

수업 시간 내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우린 완벽해서
지구엔 맞지 않기 때문에

 

일찍 떠나는 거라고
펠릭스는 계속 주장했다

 

힌두교는 시체 옆에
촛불을 켜 둔다

 

육체를 떠나면 혼란스러울까 봐
영혼의 길을 밝혀 주는 거다

 

피그미는 죽음이 싫어서
망자의 집을 불사르고

 

절대로 망자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유대인은 매장 때까지 곁에 있으며
존경을 표하고

 

시체를 지킨 후에
옷을 찢으며 슬픔을 표한다

 

멕시코는 '죽은 날'이라는
축제를 연다

 

가족의 묘소에 가서 음식을 준비하여
망자를 위해 상을 차린다

 

펠릭스, 마트에 갈 건데
괜찮겠지?

 

금방 올게

 

기회가 왔어

 

뭔 소리야?

 

형 일하러 가서
한 달 동안 집에 없어

 

어서 가자

 

공포 영화 보쟀지?

 

이게 제일 무서운 영화래

 

실제 사건에...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는 무섭고

 

충격적이며 눈을 뗄 수 없대

 

넌 봤어?

 

뭐가 무서울까?

 

여자애가 뭐에 씌어서
막 토하고 발작을 일으켜

 

나도 가끔 토하고 그래

 

그게 뭐가 무서워

 

공포 영화 보고 싶다며

 

이게 딱이라니까

 

완전 지루했다

 

괴물이나 악마는 나오지도 않고

 

초반은 존 그리샴 영화 같은데

 

아무 사건도 없다가
복잡해지더니

 

사람들이 어떤 신부를
감옥에 넣으려고 하고...

 

여자애가 복도 끝에서
귀신을 보는데...

 

방에 있는 물건들이
막 움직이고...

 

악령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더니...

 

뭐 보고 있니?

 

펠릭스, 무슨 짓이니?
이건 어른들 영화잖아

 

그래서, 끝까지 보지 못했다

 

마지막에 여자애는
다 낫는단다

 

그렇게 말씀하셨다

 

끝까지 안 본 게 다행이었다

 

그 영화엔 뭔가
굉장히 무서운 게 있었다

 

실제 사건에 영감을 받았다니
실화란 거야?

 

- 할머니
- 응

 

악마를 믿으세요?

 

악마?

 

뿔 나고 삼지창 든 그런?

 

아뇨, 사람들한테 씌는 악령이요

 

아니, 다 쓰레기 같은 소리야

 

그럼 귀신은 믿으세요?

 

맙소사, 이게 쓰레기로구나

 

내 얘길 더 하면
난 백혈병에 세 번 걸렸고

 

항암 치료를 두 번 받았다

 

아빠는 또 하자고 했지만
의사가 만류했다

 

이 병은 다 나았나 싶으면
바로 재발한다

 

사실 환자의 85퍼센트는
완치된다

 

10명 중 8명 반이니
대부분이란 얘기다

 

거기에 나는 없다

 

늘 재발한다

 

의사가 두고 보자고 할 때나...

 

- 두고 보죠
- 희망을 가지자고 하면...

 

희망을 가집시다

 

항암 치료를
중단하겠다는 말이다

 

에스컬레이터 거꾸로 오르기

 

그런 짓 하면 안 돼
꼬마야, 괜찮니?

 

샘!

 

무슨 일이죠?

 

고마워요

 

괜찮아?

 

숙제 하는 거니?

 

아뇨, 사실은...

 

저...
책을 쓰고 있어요

 

일기요

 

비디오로 녹화도 하고요

 

책이라...

 

나도 그맘 때 책을 썼지

 

정말이요?

 

제목이 뭐 였냐면

 

'캐시디 선장과 죽음의 성'

 

무슨 얘기였어요?

 

몰라, 첫 장을 못 넘겼거든

 

난 나에 대해 쓰는데

 

너에 대해서?

 

아픈 거랑 뭐 그런 얘기들...

 

그래

 

호치키스보다는...
그게 도움이 될 거다

 

고마워요, 정말...

 

감사합니다

 

시랑 무지개로 가득 찬

 

질질 짜는 신파는 아니겠지?

 

아니에요

 

다행이다

 

타임머신이 있어야 해

 

누가 어른 되려고
타임머신 타겠냐?

 

멍청한 짓이긴 하지만...

 

그건 뭐야?

 

- 지도잖아
- 네 소원을 다 들어 주마

 

출발하자고

 

- 어느 쪽?
- 오른쪽

 

왜 이리 무거워

 

- 닫았는데
- 나도 알아

 

삼촌 가게거든
초인종 눌러

 

잠시 동안 10대가 된 듯했다

 

숨쉬기가 힘들었고
갑자기 오줌이 마려웠다

 

왜 왔어?

 

친절하기도 해라

 

여긴 샘, 가게 구경하려고
들어가도 돼?

 

삼촌 계셔?

 

이층에, 내 맘대로
들여보낼 수 없어

 

예쁘게 생겼지?

 

여긴 내 사촌 케일리

 

이쪽은 병원 친구 샘이야

 

어디가 아픈데?

 

몸에 타원형 소구체가 있어

 

그냥 무시해
들여보내 줄 거야?

 

알았어

 

아빠한테 걸리면
네 책임이라고 한다

 

10대가 된 기분이 어때?

 

끝내줘

 

뭐라도 한잔 줘

 

샘이 술 마시는 기분 알고 싶대

 

술이야 많지
아빠가 손도 안 대는 병이 많아

 

'크렘 드 망트'...
이건 민트 맛이고

 

'크렘 드 카카오'는 커피

 

- 초콜릿, 체리 술?
- 체리가 괜찮겠다

 

꼴찌가 술 사기

 

한 잔 더?

 

10대에 하는 짓
두 가지 했네

 

하나만 더하면 돼

 

하지 마

 

가만 있어

 

- 이봐, 케일리...
- 네, 손님

 

내가 뭐 하나 부탁하면
들어줄래?

 

아니

 

애처럼 굴지 말고

 

들어 보고

 

샘한테 제대로 된 키스를 해 줘

 

펠릭스!

 

- 내가 하자고 한 거 아냐
- 입 닥쳐

 

- 괜히 저러는 거야
- 어때?

 

싫어!

 

절대 안 해

 

네가 볼거면 안 해

 

춤추고 싶으면 춰

 

- 보면 안 돼
- 안 본다니까

 

몸 좀 흔들어 봐, 친구

 

정답이 없는 세 번째 문제

 

살아 있는데 죽은 줄 알면
어떻게 될까?

 

산 채로 묻는 걸까?

 

19세기에는 생매장을 당할까 봐
무서워했다고 한다

 

그 해결을 위해 구츠무스가
음식대롱을 단 관을 만들었다

 

시험 삼아 3일간
직접 묻혀 있었고

 

수프와 소시지와
맥주로 연명했다

 

엘라 녀석...

 

어떻게 죽을 거야?

 

- 알면서 왜 물어
- 일기에서 말이야

 

끝이 없으면 독자가 궁금하지

 

엄마한테 인터뷰하라고 해

 

'샘, 지금 기분이 어때?'

 

'빛이 보여요...
날개를 단 사람들이 날아다녀요...'

 

- 닥쳐
- 미리 써 놓든가

 

'슬픈 죽음이었다
다들 울었다'

 

'난 모든 게
그리울 거라고 말했다'

 

나 죽을 때 와서 보고
일기 쓸 때 참고하든지

 

대신 감사의 글에 내 이름 넣어

 

어디에?

 

도움 준 사람들 적는데

 

'죽음의 순간을 엿보게 한
펠릭스에게 감사한다'

 

미쳤구나

 

죽을 때 취재를 하게 하겠다?

 

아무나 들인다는 게 아냐

 

난 혼자 죽을 거라고

 

부모님한테 설문지를
작성하라고 하든지

 

'샘의 죽음은 평화로웠다'

 

'B, 끔찍했다'

 

'C, 모른다
그때 튀김집에 있었다'

 

완전히 돌았어

 

섬뜩하긴 하지만

 

부모님이 식탁에서
설문지를 풀 생각을 하니 좀 웃긴다

 

너 죽으면 인세를 챙겨서
카리브 해 크루즈 갈 거야

 

실제 있었던 일이다

 

할머니 말씀인데
할머니는 거짓말 안 한다

 

거의 안 한다

 

전에 귀신을 믿냐고...
물어본 적 있었지

 

사실은...

 

귀신을 본 적이 있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어

 

종일 사람들과 있느라
혼자 있을 시간이 없었지

 

다들 잘 가렴

 

16살 때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잤던 침대인데

 

그 순간부터는
혼자 자야만 하는 거였지

 

그 일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모르겠어

 

다시는 잠을 못 잘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

 

그런데 갑자기

 

내 팔을 어루만지는
할아버지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단다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

 

날 두고 떠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가야만 했다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이러더구나
슬퍼하지 말라고

 

자기는 잘 있다고

 

그 뒤로 또 봤어요?

 

아니

 

하지만 네가 본 적이 있어

 

- 제가요?
- 그래

 

엘라가 태어났을 때
내가 널 돌봤잖니

 

어느 날 '저 수염 난 분은
누구죠?' 하기에

 

네 방으로 달려갔거든

 

방에 누가 있던가요?

 

없었어

 

그런데 갑자기 그 방에서

 

할아버지의 파이프
냄새가 나더구나

 

말은 안 했지만
그 순간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귀신 보기'라는
소원을 이룬 건가?

 

아니지

 

난 램프의 요정이니
네 소원을 들어 주마

 

귀신을 보고 싶다면
이걸 사용해

 

- 위지 보드야
- 엄마가 싫어해

 

이해할 수 없는 일에
속지 말랬어

 

귀신 볼 거야 안 볼 거야?

 

뭐 하는 거야?

 

- 웬디 하우스 만들어
- 거짓말

 

과학 실험을 하는 중이야

 

알았어

 

귀신 부르는 중이야
피 뚝뚝 흘리는 큰 놈으로

 

- 보고 싶어?
- 응!

 

무의식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귀신이 하면 되지
손가락은 왜 올려?

 

안 올리면 효력이 없어

 

두 여자가 귀신
부르다가 잠들어서

 

마리 앙투아네트 시대로
거슬러 갔대

 

그래

 

좋아

 

거기 누구 있나요?

 

- 네가 움직였잖아
- 아니야

 

이름이 뭐죠?

 

M, A, R...

 

I, A, N

 

마리안?

 

성은 뭔데?

 

T, W, A...

 

N, E, T

 

'마리안 트와넷'?

 

스펠링이 그게 아니거든

 

발음을 몰라서
그러나 봐

 

프랑스 여왕이세요?

 

움직이네
오빠가 움직인 거야?

 

살아 있는 시체의 힘이지

 

질문하고 싶으면 해

 

싫어, 안 물어볼래

 

살아 있는 시체가 되면
기분이 어때요?

 

B, O, R...

 

I, N, G

 

지루하다는데

 

- 펠릭스!
- 내가 한 거 아니야!

 

샘이 조만간
책을 끝낼 수 있나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어떻게 알지?

 

모르는 게 없거든

 

비행선을 갖고 싶다

 

그럼 날 수 있다

 

활주로는 필요 없다
그냥 나무에 묶으면 된다

 

아프리카나 미국도 가고

 

자유의 여신상과
피사의 사탑에 묶었다가

 

누가 방해하려고 들면

 

잘 먹고 잘 살라고 한 뒤
줄을 풀고 날면 된다

 

아무도 날 막지 못할 거다

 

친척들과 말 한마디
안 해서 엄마가 화났다

 

나도 화가 나서
이 얘기를 만들었다

 

엄마랑 싸웠다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좋은 일은
없을 것만 같다

 

그때 초인종이 울린다

 

애니다

 

잔뜩 신이 났다

 

한 제약회사가 쥐를 대상으로

 

백혈병 치료제를 발명했단다

 

인체 실험이 필요하대서
먹었더니 완전히 나았다

 

다들 행복해한다

 

만세!

 

샘, 축하해요
정말 대단해...

 

전 세계의 뉴스에 나가고
유명해진다

 

연구자는 떼돈을 벌어
내게도 주고

 

난 펠릭스와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간다

 

이젠 아무도
백혈병으로 죽지 않는다

 

인생이 별만큼
간단하면 좋을 텐데

 

별은 폭발하면서 빛을 창조한다

 

오늘 수업은 최고였다

 

폭발을 보면
펠릭스도 좋아했을 텐데

 

하지만 펠릭스는
오늘 수업에 안 왔다

 

샘...

 

- 샘
- 펠릭스 무슨 일이래?

 

- 그 얘기하려고 온 거야
- 뭔데

 

무슨 일인데?

 

오늘 아침에 병원에 실려갔대

 

왜?

 

펠릭스 엄마 말이 감염이래

 

괜찮을 거야

 

금방 괜찮아질 거야

 

펠릭스 소식 알아요?

 

병원 간지 3일이나 됐는데
전화를 안 해요

 

병실에 전화 없는 거 알잖아

 

엄마

 

펠릭스 엄마한테 전화해

 

걱정이 많을 테니
귀찮게 하지 말자

 

나는?

 

나도 걱정된다고

 

가서 만나면 안 돼?

 

상태가 안 좋대

 

- 그래도...
- 샘!

 

가봤자 아무 도움 안 돼

 

- 너무 불공평해!
- 샘!

 

여보세요, 여보세요!

 

- 아저씨, 저 샘이에요!
- 여보세요

 

- 물어봐
- 죄송해요

 

- 물어보라고!
- 샘, 진정해

 

엄마

 

샘이 펠릭스 걱정을
너무 해서...

 

그래요

 

병문안은요?

 

네, 그렇겠죠

 

고맙습니다

 

아직 병원에 있대

 

그래서?

 

아직 안 좋대

 

우리가 전화했다고 말한대
지금은 가는 게 의미가 없대

 

계속 자고 있대

 

토요일엔 멀쩡했는데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정답이 없는 네 번째 문제

 

죽는 건 아플까?

 

사전에는 답은 없고
이렇게만 나와 있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신체 기능의 정지'

 

'생명의 끝'

 

죽을 때 뭘 느끼는지는
안 나와 있다

 

고맙구나

 

여보세요?

 

그렇군요

 

그럼요

 

알겠습니다

 

샘, 펠릭스 엄마 말이
네가 원하면 병문안 와도 된대

 

깨어났대?

 

아니...

 

모르겠다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가기 싫었다...

 

아니, 가고 싶었다

 

아니다
가기 싫었다

 

엄마

 

펠릭스 보러 갈래

 

이 복도에 다시 오니
이상했다

 

새로 온 간호사는
날 못 알아봤다

 

펠릭스와 함께 했던
좋은 추억들이 밀려왔다

 

장난감 피를 침대에 쏟고
학생 간호사에게

 

콜라를 뽑아 오게 한 일

 

놀래키는 건 성공했지만
콜라는 못 얻었다

 

- 안녕하세요
- 오셨어요

 

힘드시죠

 

좀 쉬도록 해요

 

가서 차 한잔해요

 

괜찮겠니?

 

걱정할 거 없다

 

- 울 수 있는 방이 있어
- 저도 알아요

 

그럼 들어가렴

 

일어나

 

네가 없어지면...
내 남은 소원은 누가 들어주냐

 

난 그냥 그렇게
옆에 앉아 있었다

 

간호사든 아저씨든
누굴 불러야 한다는 걸 알면서

 

조용히 난 그냥 가만히 있었다

 

펠릭스 가까이에
사람들이 올 때까지

 

펠릭스가 죽은 날 잠이 안 왔다

 

굉장히 피곤했지만
잠을 자지 않았다

 

이 기억만은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소중히 간직했다

 

너무 불공평해

 

싫어!

 

정말 싫어!

 

엄마도 그래, 내 새끼

 

엄마도 그래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지만
엄마가 얼마나

 

내가 건강해지기를
바랐는지 깨달았다

 

엄마 힘으론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갑자기 내가 없는 삶이
어떨지 보였다

 

모든 게 전과 같이
계속되겠지

 

난 준비됐어

 

- 어디 아프니
- 괜찮아

 

- 괜찮다니까
- 아팠어?

 

- 내버려 둬!
- 애니 불러

 

펠릭스가 보고 싶어!

 

정답이 없는 다섯 번째 문제

 

죽으면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느낌일까?

 

엄마 성가대 가니까
할머니랑 있어

 

- 갈게요
- 그래

 

죽은 펠릭스를 봤는데
안 무서웠다

 

그냥 펠릭스였다

 

뻣뻣했고, 자고 있었다
평소보다 깨끗해 보였다

 

차가웠지만 손가락을
눈 속에 넣은 느낌과는 달랐다

 

조각상처럼 차가웠다

 

온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사전이 틀리기를
빌었지만 아니었다

 

펠릭스는...
텅 비어 있었다

 

저런 쓰레기 말고 카사비안 노래를
듣고 싶을 텐데

 

 

할머니와 할아버지처럼
뭔가 일어나길 원했는데

 

더 멋진 일이 일어났다

 

나쁘지 않은데

 

마지막으로 소원을 들어준 거다

 

정답이 없는 여섯 번째 문제

 

사람은 왜 죽어야 할까?

 

여기에 스토리
의문점, 그림들, 사실들과

 

내 얘기를 담을 거다

 

잘 있었니?

 

왔어요?

 

요즘 기분이 별로라며?

 

괜찮아요

 

- 애니?
- 왜?

 

사람을 묻을 때요...

 

혹시 실수하는 때도 있나요?

 

산 사람을 묻는다든가...

 

그런 일은 이제 없어

 

산소 없이 15분이 지나면
뇌가 살 수가 없거든

 

나도 알긴 아는데...

 

혹시나 해서요

 

뭐 하고 있어?

 

또 비행선 만드니?

 

이거 정말
엄청난 우연이지 뭐냐

 

레이크 지역에 비행선이
있다는 기사가 났어

 

책에 넣게 기사 오려 줄까?

 

여기 두고 갈게

 

잘 자렴

 

안녕히 주무세요

 

엄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

 

이상한 꿈을 꿨고
뼈마디가 아프기 시작했다

 

샘, 괜찮니?
일어나 봐

 

정말 신기한 건
아빠가 왔다는 거다

 

보통은 엄마가 오는데...

 

왜 그러니?
어디가 아파?

 

- 다요
- 그래, 그럼...

 

초록색, 초록색 병에...

 

- 병에 있어요
- 그건 나도 알아!

 

- 빌어먹을
- 아빠!

 

아빠...

 

- 아빠, 괜찮아요
- 젠장

 

- 걱정하지 마세요
- 괜찮아?

 

- 걱정할 거 하나 없어
- 그래

 

괜찮니?

 

어이가 없구나

 

누가 아빠고 누가 아들인지...

 

잘했어

 

왜 그렇게 소리를 질렀니?

 

꿈을 꿨어요

 

무슨 꿈?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요

 

나도 꿈을 꿨는데

 

무슨 꿈이요?

 

네 꿈...

 

네가 없는 꿈

 

아빠, 울지 마세요

 

아빠...

 

아빠?

 

여기 있어, 아빠

 

여기 있어

 

오늘은 아빠 얘기를 한다

 

아빠는 39살이고

 

스파게티, 콩을 좋아하고
멸치를 싫어한다

 

하지만 누가 주면
먹기는 해

 

계속하렴

 

'오귤러스'란 말을 좋아하는데
거만하다는 뜻이다

 

아빠는 거만하진 않다

 

왜?

 

머리에 50펜스 만한
탈모 부위가 있는데

 

1파운드 만해

 

50펜스 맞아요

 

1파운드야

 

- 엘라와 나 때문이란다
- 맞아

 

좋아하는 농담은
'스테이크는 어떠셨어요?'

 

손님의 대답
'찾기 힘들었어요'

 

'마지막 감자 밑에 있더군요'

 

이게 뭐가 웃겨요?

 

그렇게 얘기하면 안 웃기지

 

정답이 없는 일곱 번째 문제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아직 못 이룬 마지막 소원이
'비행선 타기'랑

 

'우주선 타고 별 보기'라 이거야?

 

다른 건 다 해 봤다는 말이네

 

모두 다?

 

'과학자 되기'도
아직 못 했어요

 

글쎄...

 

지금 이게
과학 연구가 아닐까?

 

아빠, 회사 안 늦어요?

 

오늘 회사 안 가려고

 

하루쯤은 아들과
보낼 수 있잖아

 

애니가 준 이 약 먹으면
곧 잠들 텐데

 

아주 피곤해지거든요

 

걱정할 거 없어
깨어나도 여기 있을 거니까

 

그때 벌칙 주지 뭐

 

잘은 모르지만...
코카콜라라고 들었는데

 

그래요...

 

여보세요

 

그런데요?

 

뭐라고요?

 

잠시만요

 

감사합니다

 

코카콜라 광고가 뭔 소리야?

 

뭐래?

 

주소를 주더니
한 시간 뒤에 만나자는데

 

샘, 서둘러야겠다

 

코카콜라 광고에는
가기 싫은데

 

가고 싶을걸...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일이 있다

 

겪어 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안녕하세요

 

대니얼입니다

 

- 어서 오세요
- 반갑습니다

 

- 얘가 샘이에요
- 만나서 반가워

 

저기 있어요

 

비행선이네

 

우릴 태우고 항해할 비행선이야

 

가자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일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

 

에스컬레이터 거꾸로 타기

 

펠릭스와 신기록 세우기

 

아빠와 비행선 타고 날기

 

윌리스 선생님과 폭발 일으키기

 

케일리의 키스

 

- 좋았겠는데
- 굉장했어요

 

- 진짜 최고였어요
- 샘, 정말 멋지다

 

기분은 어때?

 

괜찮아요

 

요즘 많이 피곤해해요

 

잠도 많이 자고요

 

비행선에선 안 잤어

 

뼈도 아프다고 해요

 

새 약이 효과가 없는 것 같은데
약을 바꿀까요?

 

애니

 

나도 들을래요

 

약이 안 듣는다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선생님이...
1년은 남았다고 했는데

 

최대 1년이죠

 

죄송해요

 

그냥 이렇게 멈추라고요?

 

원하지 않으시면
절대 강요 안 해요

 

그만 할래

 

효과도 없는 멍청한 짓
하기 싫어

 

엄마가 화내기를
기다리며 떨었는데

 

엄마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얼마나 남았나요?

 

길게 잡으면
두 달 정도 될 겁니다

 

몇 주일 수도 있고요

 

- 정확하진 않습니다
- 맙소사

 

1년은 남았는 줄 알았는데

 

엄마, 울지 마

 

하느님한테 내가 따질게
하늘나라에 가서

 

돌려 보내라고 해

 

두 달, 2주...

 

펠릭스가 있으면 좋은데

 

펠릭스가 뭐라고 할지
생각해 봤다

 

2주라니!

 

생각보다 긴데 뭐

 

하고 싶은 거 다해

 

이젠 안 된다고 못 할걸

 

더는 하고 싶은 게 없어

 

우주선 타고
별 보고 싶다며

 

- 그 소원 해결해야지
- 진짜 소원이 아니야

 

꼭 해야 하는 게 아니야

 

- 불가능하잖아
- 맘대로 해, 이 겁쟁아

 

그러지 말고...

 

정답이 없는 여덟 번째 문제

 

나 없이도 세상은 그대로일까?

 

영생을 얻은 사람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 별로였단다

 

늙으면서 외롭고 슬퍼졌단다

 

아무도 안 죽고
태어나기만 하면

 

세상은 꽉 차서
사람들은 서로의 머리 위에 서겠지

 

그건 알겠는데...

 

아이들이 죽는 이유는 모르겠다

 

할머니가 그랬다

 

죽는 건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과 같다고

 

삶의 순환인 거다

 

애벌레는 고치가 되는 게 두렵지만

 

그걸 거쳐야 나비가 된다

 

죽음을 겁내지 말라는 뜻이겠지

 

다녀올게

 

그날 밤, 엄마랑 아빠는
오랜만에 외출했다

 

할머니가 오셨고
TV를 봐도 된다고 했다

 

TV 보는 대신 눈을 감고
두 분이 춤추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런, 새로 온 학생이 있네

 

엘라, 그게 뭐니?

 

오빠 책에 넣을 그림이요

 

오빠 책이라고?

 

엘라의 유치한 그림은 넣기 싫지만
말은 안 했다

 

시작할까?

 

마지막 수업이었다

 

새를 만들었다

 

애니에겐 검은 새
아빠에겐 부엉이

 

엄마에겐 참새

 

죽을 사람에게 왜 다들
선물을 주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는데

 

안 돼, 그 보드는 절대
저 문밖을 못 나가

 

아빠, 조금만 탈게요

 

안타깝지만 네 몸을
최대한 보살펴야 하잖니

 

다녀올게

 

아빠...

 

아빠 말씀 들었지
이 문밖을 나가지 말래

 

저 문에 대해선
별말이 없네

 

샘!

 

나가자

 

어딜?

 

우주선 보여 주려고

 

펠릭스가 말했어?

 

샘 맥퀸, 질문 그만하고
어서 가시지

 

잠깐만

 

갑자기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꿈일까 봐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다

 

너무 불공평해

 

우주선을 타고
별을 보고 싶다

 

가자

 

생각했던 소원은 다 이뤘어?

 

그게...

 

다시 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내가 죽으면...
가끔 내 생각 해 줄래?

 

훨씬 더 멋진 걸 할 건데

 

키스한 장소에
천국의 나무를 심을 거야

 

천국의 나무?

 

콘크리트 틈새에서
자라는 꽃이야

 

성당에 있는 천국의 나무
말 되네

 

성당엔 콘크리트 없어

 

- 안녕
- 조심히 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일이 있다

 

때론 세상이 달라 보인다

 

멈춰서 생각해야 알 수 있다

 

내 정맥 주사대
내 침대

 

내 기차 세트...
모든 게 낯설다

 

TV를 통해 보는 것만 같다

 

애니 왔어

 

네 책을 위해 알려 줄 게 있어

 

돈을 줄 때보다 안 줄 때
헌혈하는 사람이 더 많다

 

어떻게 설명할래?

 

카드를 많이 받았지만
난 아무 관심이 없었다

 

엄마, 아빠, 엘라와
애니만 보면서

 

내 기억 속에 저장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잠을 자면서
꿈을 꿨다

 

부모님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 침대에서 안 잔지
꽤 됐다

 

많이 아플 때만
거기서 잤는데

 

더 이상 난 아프지 않았다

 

얘야

 

내가 왜 여기 있죠?

 

열이 있어서

 

사랑한다

 

알아요

 

샘은 4월 4일
아침 5시쯤 죽었다

 

그의 죽음은...

 

A, 평화로웠고

 

죽은 장소는...
A, 집이었고

 

곁에 있던 사람들은
A... 가족 모두였고

 

날씨는 C...
맑음과 흐림 사이...

 

샘은 자면서 평화롭게 죽었다

 

고통은 전혀 없었다

 

죽어서 바라는 일들

 

장례식에 클래식 말고
카사비안 노래 틀어

 

장례식이 신나면 좋겠어
검정색 옷 싫어

 

이 비디오와 책은
누구든 볼 수 있어

 

내 물건은 다 줘 버려
필요 없으니까

 

아무도 슬퍼하지 마

 

슬프면 기억하기 힘들잖아

 

그렇다고 싹 잊으면 안 돼
누군가는 기억해야지

 

샘, 펠릭스

 

팔로마 아귀에라스
토미 헤어

 

푸엔산타 가르시아를 추억하며

 

감독
스타보 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