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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 내로 못 끝내

 

끝내야지, 꼭 끝내야 해

 

잠깐 쉬어, 이리 와

 

내 차례야

 

'끝내야지, 꼭 끝내야 해'

 

우리 형 헨리다

 

자신이 원하는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확신하는 사람

 

다시 목화씨를 뿌릴 때면
때맞춰 날씨가 메마를 거다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에
이 구멍을 팔 수 있다

 

젠장!

 

- 세상에!
- 왜 그래?

 

노예 무덤이야

 

어떻게 알아?

 

머리에 총을 맞았어

 

탈주 노예였나 봐

 

됐다

 

뭐가 돼?

 

우리 아버지를
노예 무덤에 묻을 생각 없어

 

그보다 싫어하실 일도 없을걸

 

올라가는 것 좀 도와줘

 

어쩔 수 없잖아

 

그래, 잘한다!

 

그거야!

 

이제 나와!

 

어서!

 

이리 와

 

젠장!

 

- 어서, 제이미, 꽉 잡아!
- 안 돼

 

사다리 가져올게

 

형!

 

형!

 

- 형, 어디 있어?
- 나 여기 있어!

 

우리 형 헨리다

 

자신이 원하는 일은
반드시 이루어질 거고

 

자기 동생은...

 

제이미

 

형을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

 

이리 와, 대체 왜 그래?

 

난 형이...
날 버리고 갈 줄 알았어!

 

뭐야, 내가 왜 그러겠어?

 

내가 왜 그러겠느냐고!

 

농장을 떠올리면
나는 진흙이 생각난다

 

무릎과 머리카락에
덕지덕지 붙고

 

바닥에는 장화 자국이 남는다

 

난 꿈도 갈색으로 꿨다

 

자, 됐어, 들어 올려

 

- 어서
- 제대로 올려봐!

 

- 잠깐만, 그냥...
- 기다려

 

들어 올려, 제이미
조금만 더...

 

그만하고 내려놓자

 

세로로 밧줄을 대면 안 돼?
양 끝에 서면 되잖아

 

관이 너무 좁아서 안 돼
또 떨어지면 부러질 거야

 

- 해보기나 하자
- 안 돼!

 

- 햅!
- 여보

 

- 햅!
- 그러지 마요

 

그 일이 내 탓은 아니잖아

 

- 녀석에게 분명히 경고했어
- 그냥 보내줘요

 

햅!

 

햅, 잠깐만

 

조금 도와주겠나?

 

땅속에 관을 묻어야 해

 

햅?

 

1939년 봄

 

헨리 매캘런을 만났을 때
나는 31세 처녀였다

 

나는 내가 자란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내 세상은 좁았고

 

헨리는 겨우 이어가던
내 삶을 구해주었다

 

그래요? 테디 말로는
대학을 나오셨다던데

 

공학을 공부했죠

 

- 미시시피대학교 공학 전공?
- 네

 

들었니, 로라?
미시시피 공학 전공이래

 

이런, 세상에

 

로라도 대학을 졸업했어요

 

웨스트 테네시 주립대에서
교사 자격증을 땄죠

 

아주 자랑스러워요

 

누님은 우리 가족 중에서
가장 똑똑해요

 

늘 저보다 성적도 좋았죠
항상 그래왔어요

 

똑똑하긴 하지

 

로라, 식사 마치고
피아노 연주해주련?

 

노래하는 것도 들어봐요
마치 천사 같다니까요

 

나중에 매캘런 씨에게
연주해 드리렴

 

- 엄마
- '아베 마리아', 참 좋아

 

- 마음에 쏙 드실 거예요
- 엄마

 

왜 그러니?

 

테디가 찬송가나 들으라고

 

새 상사분을
모셔오진 않았을 거예요

 

직접 여쭤보자꾸나
매캘런 씨?

 

식사 마치고
음악 감상하시겠어요?

 

저도 찬송가 좋아합니다

 

찬송가를 좋아하신대

 

남자의 눈길에 익숙지 않았지만
나는 그 이상을 원했다

 

적어도 노처녀를 향한
진심 어린 동정과

 

가식적인 친절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으니

 

- 맞아
- 그러면...

 

헨리는 나처럼 대화로
어색함을 채우려 하지 않았다

 

내게는 없는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끝이야?

 

그렇다면...

 

진심으로 사랑에 빠졌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에
다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다음 주 옥스퍼드에서
내 동생 제이미가 와

 

소개해주고 싶어

 

저기 있네

 

동생!

 

- 좋아 보이네, 형
- 너도

 

멤피스에 있으니 얼굴이 훤해

 

아니면 다른 일 때문인가?

 

샤펠 양, 내 동생 제이미야

 

- 반갑습니다
- 저야말로요

 

연극에서 맡은 배역을
연기하는 줄 아나 보군

 

어떤 연극? '햄릿'?
'파우스트'? '프린스 할'?

 

그러다가 언젠가는
먹고 살 만큼 벌 수 있겠지

 

샤펠 양, 어떻게 생각하세요?

 

퍽 같으신데요

 

- 퍽이 누구지?
- '오, 바보 같은 인간들'

 

퍽은 짓궂고
버릇없는 녀석이에요

 

말썽쟁이 도깨비이지

 

미안해, 형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로라는 쉽게
감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둬

 

- 갈까?
- 그러자

 

오늘 네가 온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려놨어

 

나도 그 얘기 듣고 싶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아래로 빨려 들어갔고

 

뇌진탕과 출혈로
거의 죽을 뻔했어요

 

1927년 대홍수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될 뻔했죠

 

- 왜 얘기 안 해줬어요?
- 아직 안 끝났어

 

그래서요?

 

아른한 불빛을 봤죠

 

- 유성처럼요
- '아른'하다니

 

뻗어 나온 큰 손을 보고

 

주님께서 직접 저를
데리러 오신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건 주님이 아니라
헨리 형이었죠

 

- 영웅처럼 동생을 구했군요
- 맞아요

 

그럼 어쩌겠어?
빠져 죽게 내버려 둬?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건배하죠

 

형에게 행복, 건강, 번영과

 

로라가 결혼해 준다면
예쁜 아이들을 기원하며

 

둘을 위해 건배

 

탄산이 있네요

 

아내 될 분과 춤을 추는 걸
허락해 주겠어?

 

샤펠 양, 한 판 추실까요?

 

기꺼이요

 

제이미는 눈빛이 달랐다

 

나를 보는 그 눈빛에서
내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 잠깐만 실례할게
- 그래

 

오늘 밤 특히 더 아름다워

 

고마워요

 

제이미가 그런 능력이 있어

 

여자들이 제이미 앞에서
빛을 발하지

 

당신을 좋아하는 게 보여

 

쉽게 사람을 싫어하진
않을 것 같던데요

 

치마만 걸치면 다 좋아하지

 

헨리의 청혼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무릎을 꿇기보다는
선언을 하듯 물었다

 

로맨틱한 사람이기보다는

 

든든한 사람이었다

 

- 어때?
- 좋아요

 

난 주부로 사는 걸 좋아했다

 

헨리를 따르고
집에 오길 기다리는 건

 

내 소명이었다

 

어맨다 리가 태어났을 때
나는 육아에만 매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영원히

 

1941년 12월 7일은

 

불명예스럽게 기억될 날입니다

 

미합중국은

 

일본 제국의
해군과 공군으로부터

 

갑작스럽게
계획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미국은 일본 제국과
평화를 유지했으며

 

일본 측의 간청으로...

 

아버지는 로버트 씨 등으로부터
나를 태워다줄 트럭을 빌리셨다

 

가장 또렷이 기억나는 부분이다

 

처음과 마지막은

 

가장 기억에 남게 마련이니까

 

고마워요

 

기도할게

 

그래

 

우릴 잊지 마

 

그럴 리가

 

잊지 않을게, 알았지?

 

잘 지내

 

그래

 

다들 일해서 엄마를 도와드려

 

- 알았지?
- 그럴게

 

릴리 메이 근처에는
남자애들 얼씬도 못 하게 해요

 

- 돌아만 와라
- 그럴게요

 

집으로 돌아와, 알았니?

 

- 사랑해요, 엄마
- 나도 사랑한다

 

고맙습니다

 

돌아볼 수가 없다

 

돌아보지 않았다

 

떠나는 사람을 보면
액운이 든다고 한다

 

나는 론셀의 심장 박동을
손에 담았다

 

모든 박동을 기억한다

 

론셀은 따뜻했고 살아 있었다

 

난 론셀을 속속들이 알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돌아보지 않는 것뿐이었다

 

편애하는 아이는 없다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

 

여느 어머니가 그렇듯

 

하지만 그 4년...

 

론셀이 없는 동안

 

나는 론셀만을 위해 기도했다

 

주님도 이해하실 거다

 

서둘러라

 

구덩이를 파

 

좀 더 힘내자, 루엘

 

계속해라, 마칠 때쯤이면
저녁도 준비됐을 거다

 

노동이 무슨 소용인가?

 

조부님, 종조부님
조모님, 종조모님

 

아버지와 어머니

 

갈고, 경작하고, 날이 풀리고
심고, 뽑고, 기르고

 

태우고, 또다시 갈고

 

평생을 이 땅에서 일하셨다

 

절대로 그분들의 것이
될 수 없는 땅

 

땀 흘릴 때까지 일하시고
피날 때까지 땀 흘리셨으며

 

죽을 때까지 피를 흘리셨다

 

이 25만 평의 흙이
손톱에 낀 채 돌아가셨다

 

그분들의 것이 될 수 없는
딱딱한 갈색 땅을 긁다가...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 사람, 이 장소, 이 법은

 

공적이 아닌
문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캘빈 오거스터스는
여기 땅을 샀고

 

캘빈의 친구 레오는
여기 땅을 샀어

 

여기 몇천 평 정도는
땅이 있을 거야

 

울타리를 납으로
세울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납으로 해도 늘 치워버리잖아

 

오래 기다리진 않아도 되겠죠?

 

내년 이맘때쯤이면

 

목화, 귀리, 쌀을

 

6만 평씩 심을 거예요

 

멍청아, 쌀은 여기서 안 자라

 

오빠한테 멍청이라고 하지 마라

 

- 그래도 심을 거야
- 그래서 난 농사 안 지어

 

- 난 속기사가 될 거야
- 뭐?

 

타이피스트 같은 거야

 

- 유색인종은 못 할걸
- 네 동생이 처음이 될 거다

 

참, 여보

 

미시시피에 농장을 샀어

 

3주 뒤면 거기로 이사할 거야

 

그린빌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진 곳이야

 

커다란...

 

현관과 무화과나무

 

애들이 침실이 4개인 걸
마음에 쏙 들어 할 거야

 

하지만 이 집을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이제 각자 방을 주고
아버지 방도 내어드릴 수 있어

 

아버님요?

 

이제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보살펴드려야지

 

25만 평이나 되는
비옥한 땅이 있잖아

 

- 아주 조용하네
- 아주 놀랐으니까요

 

내가 언젠가 농장을
갖고 싶어 한 거 알았잖아

 

- 아뇨
- 내가 얘기했어

 

헨리, 전혀 몰랐어요

 

- 나는...
- 들었다면 기억했겠죠

 

그러면 지금 얘기하는 거야

 

당신도 좋아할 거야

 

진짜야, 두고 봐

 

여보

 

- 현관이 마음에 쏙 들어
- 나도

 

둘이 어떤 방을 고를 거니?

 

어서 나와라, 너도

 

잠깐만 기다려

 

제일 좋은 방
고르려고 그러니?

 

그런 거야?

 

저 뒤쪽에는 뭐가 있을까?

 

매트 아래에 열쇠가 있을 텐데

 

- 어서 가져와라
- 당신들 누구야?

 

매캘런입니다

 

이 집 세입자입니다만
당신은 누구죠?

 

오리스 스토크스
이 집 새 주인이오

 

3주 전에 조지 서더스로부터
이 집을 임차했어요

 

난 지난주에 서더스로부터
이 집을 샀소만

 

임차인 같은 얘기는 없던데

 

다시 기억을 떠올려줘야겠군요

 

- 사흘 전 이 동네를 떠났소
- 보증금도 100달러 냈는데

 

- 서면 계약서 없니?
- 악수로 대신했어요

 

바로 이쪽 거실에서
현금 100달러를 줬어요

 

부부랑 함께 식사도 했고요
우리 딸...

 

- 그만 가보시오
- 딸 사진도 보여주고...

 

사기당한 거다, 이 멍청아

 

멍청한 놈

 

내 아들이 이렇게
멍청할 줄은 누가 알았겠냐

 

농장에 집이 있으니
거기서 지내면 돼요

 

농장에서 지낼 거야

 

그렇게 하면 돼, 가자

 

깜둥이랑 농장 일꾼들과?

 

이 동네에서 우리 모두가
같이 살만한 집은 없어요

 

벌써 알아봤다고요
어서 가자

 

여보
여기가 우리 땅이야!

 

우리 종조부이신
윌리 삼촌께서는

 

재건 당시 토지를 사들이셨다

 

문서도 있었다

 

하루는 백인 4명이
말을 타고 와 총을 겨누고는

 

종조부께
죽은 목숨이라고 말했다

 

종조부의 문서는

 

40조각으로 찢겨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그래서 묻는다
노동이 무슨 소용인가?

 

이 노새가 있어서 나는
소작인이 되었고

 

내 땅을 갖는 꿈을 꾸게 됐다

 

그것이 문제의
시초였는지도 모른다

 

먹을 게 없어서
우리를 찾아오게 될걸

 

네가 속기사로 번 돈은
우리가 다 가질 거야

 

아니, 난 캘리포니아나
시카고처럼

 

고급 유색 인종 직장
있는 데 갈 거야

 

- 그때는 전쟁도 끝날걸
- 아니야

 

- 론셀 오빠는 일찍 오겠지
- 안 그러면 좋겠다

 

- 일찍이라면...
- 일찍 안 올 거다

 

다 먹고
설거지하고 자라

 

안녕하신가

 

안녕하세요

 

헨리 매캘런일세

 

- 햅 잭슨 맞나?
- 네

 

우리 가족이 방금 도착했는데

 

짐 내리는 것 좀 도와주게

 

- 새 주인이신가요?
- 맞네

 

다음 주나
오시는 줄 알았는데요

 

짐 내리고 어두워지기 전에
불도 지펴야 해

 

- 알겠나?
- 네

 

이만 가보겠네

 

그럼 걸어가라고 해

 

멀기도 하고 시간도 없어요
해질 때가 돼가잖아요

 

깜둥이 편하라고
자리를 옮길 순 없지

 

로라와 애들이랑만
타게 할 수도 없고

 

트럭 뒤엔 자리도 없어요
아버지, 이러지 마세요

 

매캘런 씨는 멤피스 출신이었고

 

아마도 노새의 노자도
모르는 분이셨을 거다

 

내게 그 요망한 트랙터를
들여올 거라고 했다

 

끔찍해라

 

주님께서 주신 손 대신
기계로 밭일을 하다니

 

낚시 좀 해야겠군

 

괜찮으세요, 부인?

 

괜찮아요

 

덧문을 빨리
고치지 않으면 얼어 죽겠어

 

- 가자
- 비 오기 전에

 

짐 내리자

 

여기 두게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아버지는 쉬세요

 

애들이 많이 지쳤어요
담요가 필요해요

 

그래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얘들아, 이리 와라

 

- 모퉁이에 쌓아주세요
- 네, 부인

 

'두 도시 이야기'

 

'바람이 쌩쌩 부는...'

 

글을 아세요?

 

아들 론셀이 가르쳐줬어요

 

패튼 장군 지휘하에
싸우고 있을 겁니다

 

도랑을 파고
감자나 깐다는 소리겠지?

 

아닙니다, 아들놈은
전차 사령관입니다

 

군대에서
수천 달러나 하는 전차를

 

깜둥이 손에 맡길 리 없지

 

내 아들 제이미야말로
진짜 전투원이야

 

폭격기를 조종하거든

 

제 아들은
제761 전차대대 병장입니다

 

일명 흑표범단이라고 하죠

 

이봐

 

이 녀석아

 

계급 있는 깜둥이를
뭐라고 하는지 알아?

 

너구리라고 하지

 

피아노는 어디에 둘까?

 

애들 먼저 재울게요

 

피아노 둘 곳이 어디 있냐?
난 어디서 자고?

 

별채에서 지내셔야겠어요

 

난 거기서 못 잔다

 

- 바닥도 없는데 어떻게 자?
- 여보, 제발요

 

- 여긴 남는 방이 없어요
- 피아노를 치워

 

거기 침대를 두고
커튼을 치면 되잖아

 

그래도 되긴 하죠

 

거실 한복판에
침실을 둘 순 없어요

 

- 피아노...
- 날 내쫓겠단다

 

- 그런 거 아니에요
- 여보, 얘기 좀 할까요?

 

- 여보! 아니에요, 아버지
- 여보

 

당신이 이런 우울한 곳으로
이사한다고 했을 때도

 

난 말 한마디 안 했어요

 

아버님이 같이 사신다는 것도
받아들였어요

 

그 오리스 스토크스라는 자가

 

전 주인이 사기 쳤다고 해도
난 조용히 있었어요

 

하지만 분명히 말하는데
저 피아노는 못 버려요

 

이 집에 딱 하나 남은
교양 있는 물건이니까요

 

아버님을 별채로 보내든
당신이랑 함께 주무시게 하든

 

무슨 일이 있어도
저 피아노는 못 버려요

 

- 많이 피곤한 모양인데...
- 그런 거 아니에요

 

젠장!

 

내 선조와 그분의 노예들이
내가 자란 농장을 지었다

 

하루는 조부께서 내게
밖으로 나가

 

마당의 흙을 한 줌 쥐어
가져오라고 하셨다

 

'뭘 쥐고 있니?' 물으시길래
흙이라고 했더니

 

그 흙을 달라고 하셨고

 

흙을 드리자 물으셨다
'내 손에 있는 게 뭐니?'

 

'흙요', 나는 대답했다

 

'아니다, 이건 내 땅이다
왠지 아니?'

 

'내가 소유한 내 것이니까'

 

'언젠가 네 것이 될 거다'

 

그 땅은 내 것이 되지 못했다

 

대홍수 이후
아버지께서 팔아넘기셨으니까

 

아버지는 강 때문에 지쳤다고
사람들에게 말씀하셨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아버지는 기꺼이
땅을 내놓으셨다

 

제이미는 군대에서
폭격기 조종사가 되었다

 

제이미가 거기 있는 건
내 탓이었다

 

언젠가 군인이 된다면
하늘에서 싸우기를

 

내게 약속하라고 했으니까

 

상공에서의 전투는
조금 더 정정당당하다고 한다

 

이상 없음

 

애덤이 좌측에 있다

 

그렇지

 

그래

 

딸 생일에 못 가서
애가 서운해합니다

 

곧 돌아갈 거야
무사히 데려다주겠네

 

네, 꼭 약속 지키십시오

 

우리 둘 다
매력적인 미녀가 있잖습니까

 

그래, 하지만 내 미녀는
잡지에나 있어

 

사랑하는 가족에게...

 

지금 이곳 벨기에의
틸렛이라는 곳에서 편지를 써요

 

프랑스 북쪽에 있는 나라인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에요

 

아버지가 좋아하셨을 거예요
농장이 아주 많거든요

 

이건 뭐야?

 

- '나와서 싸워라'?
- 그래

 

이 편지를 받으실 때쯤이면
전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했겠죠

 

한곳에 오래
머무는 법이 없어요

 

- 전투 준비!
- 날 따른다!

 

행동개시! 간다!

 

어서, 중대 전진!

 

- 좋아, 출발한다!
- 이동한다!

 

자네 말을 쐈어?

 

- 말을 쏘는 사람이 어딨어?
- 그건...

 

- 밥도 제때 못 주면서
- 말이 내 담배를 먹었어요!

 

- 내 소유물이잖아요!
- 칼, 충분히 들었어

 

더는 듣고 싶지 않아!

 

일을 제대로 못 하면
데리고 있을 수 없어!

 

- 헨리, 안 돼요
- 알잖나!

 

헨리, 부탁이에요

 

비라와 딸들도 있고
곧 하나가 더 태어나요!

 

- 그러니까...
- 나도...

 

나도 아내가 있고 애들이 있어

 

- 달리 갈 곳이 없어요
- 나도 처자식이 있다고

 

난 농장주지
자선 사업가가 아니야

 

- 이번 주까지 시간을 주지!
- 제발요!

 

이번 주까지야

 

그때까지 떠나!

 

폭력은 전원생활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죽은 것들이 평생을 괴롭힌다

 

죽은 쥐, 죽은 토끼
죽은 주머니쥐

 

마당에도 있고

 

집 아래에서 썩는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먹기 위해
죽이기도 한다

 

닭, 돼지, 사슴
개구리, 다람쥐

 

털을 뽑고,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꺼내 뼈를 발라 튀긴다

 

먹고 또 죽이는 일을 반복한다

 

나는 이제 출혈상을 꿰매고

 

엽총을 장전해 발사하고

 

만삭 암퇘지 자궁에 손을 넣어
거꾸로 앉은 새끼를 꺼낸다

 

내 손으로 하긴 했지만

 

마음이 편한 적은 없다

 

안녕하세요, 매캘런 부인

 

안녕하세요
누구신지...

 

비라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비라

 

여긴 제 딸 앨마예요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쫓아내시면 안 돼요

 

뭐라고요?

 

쫓아내시면
저희는 갈 곳이 없어요

 

농사철도 끝물이라
저희를 고용할 사람도 없고요

 

내가 아니라 남편의 뜻이에요

 

부인께 요청하는 거예요

 

내가 하는 결정이 아니에요

 

결정권이 있으시다면요?

 

앨마

 

사랑하는 가족에게...

 

현지인들이 정말 잘해줘요

 

고향에 있는 백인과는 달라요

 

집이 그리워요

 

여기선 다들 집처럼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론셀

 

헨리!

 

헨리!

 

- 네?
- 네 아내가 널 찾는다

 

이사벨이 아프고
첫째도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갈게요!

 

백일해예요, 의사를 불러줘요

 

아버님께는
물을 끓여달라고 하고요

 

어서요!

 

빨리 가요!

 

'다들 같이 봤다면
좋았을 텐데'

 

'그녀의 드레스는
정말 반짜... 반짝였어요'

 

'백인 미군들도
눈길을 못 뗄 정도였죠'

 

'릴리 메이에게'

 

'그 훌륭한 레나 혼이 절반도
못 따라올 목소리라고 하시고'

 

'루엘은 계속 속구 연습을
하라고 해주세요'

 

'말런에게는'

 

'눈을 챙겨가려고 했지만
다 녹아버려서'

 

'대신 물 한 잔을
가져가겠다고 전해주세요'

 

그래

 

'그리고...'

 

- 햅!
- 갑니다!

 

자네 아내 플로렌스가
도울 일이 있네

 

내 딸들이 백일해를
앓고 있는데

 

다리가 휩쓸려 내려가는 바람에
마을로 갈 수가 없어

 

플로렌스가 조산사였다고 했잖나

 

- 아내는 의사가 아닙니다
- 그건 알지만

 

아내에게 도움이 필요해서
혹시나...

 

- 언제 시작됐죠?
- 이사벨은 며칠 전부터

 

어맨다 리는 몇 시간 전부터요

 

아직 한창이네요

 

치료 약을 드릴 수는 있지만
같이 갈 수는 없습니다

 

돈을 내겠네

 

사나흘은 집에 못 돌아올 텐데

 

- 제 가족은 누가 돌보나요?
- 부탁이오

 

아내가 두려워해요

 

나는 내 아이들만을 사랑하는
사치를 부릴 수 없었다

 

푸른빛의 내 어머니가 기억난다

 

아침 동이 트기 전의 푸른색

 

아직 달이 떠 있을 때

 

어머니는 나와 여동생들의
눈꺼풀에 입을 맞추셨고

 

우리는 자는 척했다

 

어머니는 햇빛 아래에서

 

다른 여자의 아이들을
깨우고 입 맞춰주러 가셨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만
전념하리라 맹세했다

 

발 조심하시오

 

- 이쪽은 플로렌스
- 누구시죠?

 

조산사야

 

- 누가 애 낳아요?
- 다리가 물에 휩쓸려서...

 

- 도움이 될지도 몰라
- 의사가 필요해요

 

다리가 없어졌는데

 

- 나더러 어쩌라고?
- 안아요

 

저희 아이들도 이랬어요

 

수분을 보충해야 해요

 

하지만 먼저
가래를 제거해야 해요

 

김을 쬐게 하는 건
잘하신 거예요

 

매캘런 씨, 물을 조금 더
끓여주시겠어요?

 

엄마한테 갈래!

 

그러면 가래가
금방 빠질 거예요

 

기침 시작할 때 바로
병원에 데려갈 걸 그랬어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머니가 아셨던 사실을
나도 이제 안다

 

따님들은 괜찮을 거예요

 

그래요

 

다른 여자의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는 그걸로 끝이라는 것을

 

어머니가 우리를 두고 가신 건
단지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 우릴 사랑하셨기 때문임을
- 목말라

 

내 말 들었어? 내가...

 

- 그 칼을 들이댔다간...
- 나는 이제 안다

 

- 처맞을 줄 알아
- 사랑은 생존의 방식임을

 

공격받고 있다
후방에서 무슨 일인가?

 

보입니다, 뒤로 돌려!

 

후방사수가 당했습니다!

 

하강해!

 

고도가 유지돼야 합니다

 

좌측을 잡아! 위로 올려!

 

갑니다, 대위님!

 

대답해, 이봐!

 

대형이 흩어졌다!

 

대답하라고!

 

전방사수, 거기 있나?

 

있습니다, 잡았습니다!

 

- 좌측으로 뭔가 온다!
- 보입니다!

 

제러미!

 

얘기 좀 해 봐, 제러미!

 

안 돼!

 

안 돼!

 

엄마?

 

안녕

 

많이 회복한 것 같아
다행이구나

 

좋은 소식이 있어요

 

일자리를 제안하고 싶은데

 

나를 위해 일해줬으면 해요

 

아이들 돌보는 거나

 

요리나 청소 같은 걸 돕고요

 

집안 살림에도
보탬이 될 거예요

 

우리는 그 사람들
노예가 아니야

 

세를 내고
우리 농작물만 관리하면 돼

 

우리를 연장처럼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어

 

당신이 항상
저축하자는 얘기를 했잖아

 

그들 아래서 살지 않으려면
우리 땅이 있어야 한다면서

 

- 그럴 기회야
- 안 했으면 좋겠어

 

그 집안이 아니라
우릴 위해 일하려는 거야

 

이미 승낙했어

 

'남편이 아내의 머리됨이
예수께서 교회의 머리됨이니'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의 값은
보석보다 더 하니라'

 

'남편이 그를 믿으면
손해 볼 게 없나니'

 

교회를 열심히 다녔군

 

- 귀담아들었네
- 그래

 

이제는 당신도
내 말을 귀담아들어야 해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저를 편안하게 해주는 말입니다

 

또 저를 편안하게 해주는 건

 

어느 날 아침 일어나는 것이

 

그 전날보다 조금은 더
쉬워지리라는 생각입니다

 

어느 날 아침

 

아이들이 이곳에서
깨어나지 않아도 되고

 

새로운 하늘 아래에서
눈을 뜨게 될 겁니다

 

어느 날 아침
우리는 목을 죄는 틀과

 

우리 발을 묶은 사슬을
떨쳐낼 겁니다

 

어느 날 아침...

 

저는 지금 사후가 아닌
현생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현생!

 

- 어느 날 아침!
- 어느 날 아침!

 

찬양합시다

 

발포!

 

발포!

 

잘했어, 인마!

 

전차에서 탈출!

 

전차에서 탈출해!

 

아빠!

 

날 잡아!

 

움직여! 숙여!

 

위생병!

 

오랜 시간을 보냈다

 

아내가 나 대신 일하는 동안
침대에 누워서

 

아내의 손은 물집으로 가득했다

 

내가 보는 줄도 모르고
자기 허리를 두드리기도 했다

 

다음 날에는 비가 내렸다

 

밀랍처럼 밭을 촘촘히 채운
장대 같은 비

 

아무도 손을 쓸 수 없었다

 

날이 갤 때까지 이틀간
지켜보며 앉아 속을 태울 뿐

 

햅, 거기 있나?

 

네, 있습니다

 

- 좀 어떤가?
- 나날이 낫고 있습니다

 

솜씨가 제법이군

 

집안 전통입니다

 

얼마나 더
누워 있을 것 같나?

 

터핀 선생님이 말씀하신
6주 중 4주가 지났습니다

 

월요일이면 일어날 듯합니다

 

- 월요일이라고?
- 네

 

그때 가서 생각하겠지만...

 

밭일을 제때
마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러네

 

지금 아슬아슬해

 

아내와 아이들이
2배로 일하고 있습니다

 

비 때문에 밭을 다시
갈아야 하는 거 아시잖습니까

 

나도 알지
비는 어쩔 수 없으니까

 

벌써 한창 심을 때인데

 

아직 경작도 못 했잖나

 

더 오래 기다릴 수가 없네
자네도 농부니 이해하겠지

 

네, 압니다

 

물론 노새가 있었다면

 

당장 끝낼 수 있을 테지만

 

- 파상풍으로 잃었습니다
- 나도 아네

 

아내와 아이들이
일하고 있으니...

 

내 노새를 빌리는 게 좋겠어

 

다 갚을 때까지
수확의 절반을 내고

 

저녁 이후에 아들을 보내서
노새를 데려가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여보, 깜빡하고 말 안 했는데

 

플로렌스가 한동안
집안일을 못 도울 거야

 

못 돕는다니, 무슨 소리예요?

 

7월 말까지는 힘들어
씨를 뿌려야 하거든

 

- 햅은요?
- 다리가 부러졌다고 말했잖아

 

- 안 했어요
- 얘기했어

 

- 안 했어요
- 했다고

 

나도 도움이 필요해요
우리 노새를 빌려주면...

 

아니, 노새를
그냥 빌려줄 순 없어

 

노새는 막 빌려주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냥 농장을 다
내주라고 하지그래

 

제때 씨를 못 뿌리면

 

우리 노새를 빌리고
수확의 절반을 줘야 해

 

그쪽이야 힘들겠지만
우리는 좋지

 

햅은 우리를 돕다가
다친 거예요

 

아니, 햅 잭슨은 자신을 위해
일하다가 다친 거야

 

- 농장도 사업이잖아
- 제 생각엔...

 

당신 생각이 어떻든
난 모든 걸 농장에 쏟아부었어

 

모든 걸

 

올해 수익이 안 나면
우리 가족도 위태해져

 

알겠어?

 

알겠느냐고

 

네, 여보

 

좋았어, 그러지 말자

 

8-30-62

 

남부 연합군이 북부 연방군을
리치먼드 전투에서 격파한 날

 

남편은 내가 비밀번호를
안다는 걸 몰랐을 거다

 

- 안녕하세요, 잭슨 부인?
- 그런데요?

 

전 의사인 펄먼입니다
남편분을 치료하러 왔어요

 

고맙습니다, 들어오세요

 

그 전에 내게 물었다면

 

난 백인들은 다 똑같다고
답했을 것이다

 

화가 안 풀린 남편은
침대에서 나를 외면했다

 

남편과 사랑을 나누는 걸
늘 즐기진 않았지만

 

그렇게 하면
진짜 아내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남편을 거부하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나를
거부할 수 있는지

 

엄숙하지만
영광스러운 순간입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독일이 UN군에 항복했음을
전해왔습니다

 

자유의 깃발이
유럽 전역에서 휘날립니다

 

우리를 이끌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탱해준
신의 섭리에 이 승리를...

 

- 히틀러가 죽었다!
- 전쟁이 끝났다!

 

히틀러가 죽었다!

 

이제 끝이죠?

 

전쟁이 끝났다!

 

우리는 적지에 있다

 

넌 죽었어
이 가난한 백인 자식아!

 

밟고 지나간다
우측 조심해, 포병

 

너 죽었어

 

나는 일주일 중
토요일을 가장 좋아했다

 

진정으로 깨끗하게
느껴지는 유일한 날이었으니까

 

- 앉을까요?
- 그래, 앉아

 

그 외의 날에는
지독한 냄새가 났다

 

엄마, 누가 와요!

 

- 제이미 삼촌!
- 제이미 삼촌!

 

와서 삼촌 안아줘야지

 

이게 누구야?
우리 예쁜 어맨다인가?

 

- 넌 누구니? 우리 벨라구나
- 제이미!

 

- 삼촌 꼭 안아줘!
- 제이미!

 

- 정말 많이 컸구나!
- 제이미!

 

이건 또 누구야?

 

이리 오렴

 

좋아 보이네

 

넌 끔찍해 보인다

 

- 듣기 좋게 말하는군
- 듣기 좋긴, 어서 와!

 

군복 입은 거 봤어?

 

우리 형수님이시군요

 

- 잘 왔어요, 제이미
- 이리 와라

 

- 알았어요
- 삼촌이 뭐 가져왔나 볼래?

 

형 스타일의 낙원에서
사는 건 어떤가요?

 

아들놈이 제 아비에게
와서 인사도 안 하냐?

 

아버지, 정말 보고 싶었어요

 

아버지도 널 보고 싶어 하셨어
인정 안 하셔서 그렇지

 

그래, 씹는 담배는 끊으시고
흑인 인권단체에 가입하셨나?

 

어떻게 그렇게 조용히
떠날 수 있어?

 

그게...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어요

 

이런!

 

세상에!

 

이거 참

 

그래, 전쟁 영웅이 된
기분이 어떠냐?

 

- 저야 모르죠
- 그러지 말고

 

군대에서 편지로
네 훈장 얘기를 전해주더라

 

항공병으로서는
가장 영예로운 훈장이라던데

 

- 그랬어
- 글쎄요

 

운이 좋았죠

 

- 다른 사람과는 달리요
- 그래

 

덕분에 여자도 많이 꼬셨겠어

 

제이미는 여자 꼬시는 데
훈장 같은 거 필요 없어요

 

그런 건 날 닮았다니까

 

너희 엄마는 그린빌에서
제일가는 미녀였지

 

여자들이 내 뒤꽁무니를 쫓았어

 

그거 하나는 내 장담하마

 

그 훈장을 받을 정도면
독일놈들을 무진장 죽였겠지

 

얼마나 죽였어?
50명? 100명?

 

- 글쎄요
- 어림짐작으로

 

모르겠어요

 

왜 그러세요?

 

남자라면 몇 명을 죽였는지
알고 있어야지

 

글쎄요

 

분명한 건

 

한 명은 아니었다는 거예요

 

아들아

 

난 한 명을 죽였지만
그 눈을 똑바로 봤어

 

2km 상공에서 폭탄을
떨어트리는 것과는 다르지

 

아버지

 

- 그러지 마시고요
- 집어치워라

 

왜 그런 식으로 말한 거야?

 

자랑스러워서 그러시잖아

 

그게 다야

 

- 그래
- 요점은 알겠어

 

이만 자러 가자

 

소파에서 자도 괜찮겠어?

 

그래

 

일어나

 

반갑다, 동생아

 

날 받아줘서
형이랑 형수에게 고맙지 뭐

 

그래

 

푹 자라

 

그 앙상한 뼈대에
살 좀 붙어야지

 

사실은 6에 가까웠어

 

뭐가?

 

6km 상공에서
폭탄을 투하했다고

 

그렇게 높은 곳에서
보이긴 해?

 

생각보다 잘 보여

 

길, 도시, 공장

 

사람이 안 보일 뿐이지

 

6km 상공에서는
개미 크기도 안 되거든

 

아버지 말씀이 맞아

 

남자라면 알아야지

 

잘 자라

 

"유색 인종"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신난다

 

다음 정거장은 투펠로입니다!

 

깜둥이, 검둥이, 니거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지만

 

돌아와도 바뀐 것은 없었다

 

"백인 전용"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트리클뱅크 부인

 

론셀, 너니?

 

네, 제가 알기론 맞을 거예요

 

많이 컸구나, 잘 지냈니?

 

그럼요, 부인께서는요?

 

나도 그럭저럭
부모님은 뵀어?

 

아뇨,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몇 가지 좀 사 가려고요

 

안녕, 난 매캘런 부인이야
부모님이 일하시는 농장주지

 

안녕하세요?

 

너희 어머니가 항상
네 얘기를 하셔

 

널 보면 정말 기뻐하시겠다

 

계산할까?

 

아뇨, 설탕이랑
사탕도 사야 해요

 

설탕에 사탕까지?

 

네, 설탕은 어머니 드리고
사탕은 어린 동생들 주려고요

 

약간은 기분 좋게
해줄까 해서요

 

- 병장 봉급으로요
- 다들 정말 좋아하겠네

 

그럴 겁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매캘런 부인도요

 

이게 누구야
깜둥이가 군복을 입었네

 

어딜 가냐?

 

죄송합니다만, 부모님을 뵈러
집으로 가려 합니다

 

- 여기로는 안 되지
- 아버님, 론셀이에요

 

햅과 플로렌스의 아들이에요
조금 전 귀국했어요

 

그래서 지금 네가
정문으로 나가려 했구나

 

여기가 어디인지
잘 모르나 본데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 그런 것 같은데

 

그쪽에서는 어디로
다니게 뒀는지 모르겠지만

 

여긴 미시시피야, 깜둥아

 

뒷문으로 나가야지

 

어서 가라
문제 일으키지 말고

 

어서

 

생각해보니 옳은 말씀이세요

 

해외에서는 저희가
뒷문을 쓰게 하지 않았거든요

 

패튼 장군께서는 저희를
전선에 세우셨죠

 

맞습니다
저희가 뭘 했는지 아세요?

 

저희는 히틀러와 독일군을
혼쭐내줬습니다

 

여러분이 여기서
무사히 지내실 때 말이죠

 

여보, 저 거의 끝났어요

 

다시 돌아왔구나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목화가 자랄 수 있도록
내려주신 햇볕과

 

이 자리에 함께한
모두의 건강에 감사합니다

 

또한, 주님
제 아들 론셀이 어디 있든지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아멘

 

형!

 

안녕

 

내 새끼!

 

세상에, 정말 많이 컸구나

 

- 잘생기기까지 했어
- 고맙다

 

말런, 이 녀석
나만 하네, 엄청나게 컸어

 

- 훈장은 왜 받은 거야?
- 귀향길은 어땠어?

 

독일군 죽여서 받았어?

 

- 왜 온다는 말 안 했어?
- 소란 그만 피우고

 

아비한테 인사 좀 하게 둬라

 

돌아올 줄 알았다
내가 기도했거든

 

감사합니다, 주님

 

이 녀석

 

세상에

 

어쩌다 이렇게 되신 거예요?

 

- 동생들이랑 얘기해라
- 엄마, 식료품 사 왔어요

 

고맙다

 

어서 앉으렴

 

신의 섭리야

 

- 밥 좀 줄까?
- 좋지

 

-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 아멘

 

담배 피우는 줄 몰랐다

 

여러모로 바뀌었어요

 

- 정말 충분히 먹었니?
- 네

 

배부르게 먹었어요
그 비스킷 꿈을 꾸곤 했는데

 

그래, 나도 네 꿈을 꿨다

 

어떤 꿈이었는데요?

 

이제 네가 무사히
우리에게로 돌아왔잖니

 

일손이 하나 더 생기니 반갑다

 

내가 다쳐서 밀린 일을
메꿀 수 있겠어

 

저당을 청산하고 새로 계약해서
내년에 다시 소작인이 될 거다

 

저 나름의 계획이 있는지 몰라
원하는 대로 하게 해야지

 

아니에요, 엄마

 

당연히 여기서 도와야죠

 

당연하지

 

생각도 좀 하고
전쟁을 잊을 시간을 주세요

 

또 왜 온 거지?

 

안녕하세요, 매캘런 씨

 

안녕하신가, 햅, 플로렌스

 

말씀드렸던 아들 론셀입니다

 

그래, 이미 만났네

 

햅, 둘이 따로
얘기했으면 하는데

 

전 애가 아닙니다

 

아빠께 하실 말씀은
제 앞에서 하셔도 돼요

 

그렇다면 좋아
식료품 가게에서처럼 행동했다간

 

앞으로 엄청나게
곤란한 일이 생길 거다

 

그런 일은 원치 않을 테지

 

너나 네 가족을 위해서 말이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을 했을 리가 없는데

 

- 나가려고 한 것뿐이에요
- 정문으로 말이지

 

우리 아버지와 다른 남자가
한마디 했더니 되받아치더군

 

우리 콧대를 꺾으려 들었어

 

사실이니?

 

그렇다면 사과하는 게 좋겠다

 

죄송합니다

 

그래

 

아버지께서도
사과받길 원하실 거다

 

내일 예배 후 찾아뵐 겁니다

 

그렇지?

 

 

- 잘 돌아왔다
- 고맙습니다

 

다들 좋은 밤 되시게

 

싸워봤자
매번 저들이 이길 거야

 

싸움에서 도망치는 게
익숙지 않아서 그래요

 

그것뿐이에요

 

돌아온 지 얼마나 됐어요?

 

몇 주 정도요

 

- 매리에타는 어때요?
- 아담하고 예쁜 마을이에요

 

이건 제가 따로 챙길게요

 

고맙습니다, 트리클뱅크 부인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잘 가요
- 네

 

저것 좀 봐

 

- 무슨 일이야?
- 저 남자 왜 저래?

 

전장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나 보군

 

괜찮아요

 

그냥 차가 역화한 겁니다
흡입 밸브가 막혀서요

 

언젠가는 멈춘다고 하더군요

 

햅의 아들 론셀이군

 

헨리의 동생 제이미 매캘런이네

 

반갑습니다

 

걸어가는 중이었나?

 

 

내가 태워주지

 

따라오게

 

제15회 올스타 게임의
명장면을 소개할 밥 더닝입니다

 

- 앞에 와서 앉게!
- 여기가 좋습니다

 

앞에 타, 제군, 명령이다

 

내셔널 리그의 스타들

 

조니 마이즈, 워커 쿠퍼
랠프 카이너와 스탠 뮤지얼

 

아메리칸 리그의 선구자들

 

테드 윌리엄스, 조 디마지오
조지 켈과 루 부드로

 

- 서열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 난 대위였어

 

흑인 대위도 있었습니다
저도 몇 분을 모셨죠

 

자네가 내 명령에 따랐잖아
아마 병장이었겠지

 

제761 전차대대였습니다

 

'나와서 싸우자'

 

패튼 장군의 선봉대였습니다

 

어디 복무하셨죠?

 

난 B-25를 조종했지

 

미시시피로 돌아오니 어떤가?

 

나도 그렇네

 

- 아버지와 말다툼을 했다며
- 사과드렸습니다

 

진짜 무례한 인간이야
자네가 그럴 만했겠지

 

- 자네도 한 모금해
- 전 괜찮습니다

 

항상 이렇게 고집 센가?

 

아니면 잘해주려는
백인 앞에서만 이러나?

 

마시게

 

군인이 그 정도밖에 안 돼?

 

낭비하지는 말게
그거 내 약이야

 

한 방울도 흘리면 안 돼

 

전차병이었으면 헬멧에
소변 본 적 있나?

 

- 여러 번 그랬습니다
- 우린 배설관이 있었지

 

가끔은 조종사 헬멧에
소변보는 게 편했어

 

하지만 6km 상공에서는

 

1분도 안 돼서
소변이 얼어붙어 버렸어

 

그렇게 춥습니까?

 

영하 30도는 돼

 

한 번은 장거리 비행을 했는데

 

내가 헬멧에 소변을 보고는
잊은 적이 있었어

 

표적 바로 위를 지날 때
헬멧을 다시 썼는데

 

폭격을 하며
적군의 맹공을 피하는 중에

 

갑자기 얼굴로
뭔가 흘러내리는 거야

 

난 내가 맞은 줄 알았지 뭐야

 

변소 냄새가 진동을 했지

 

장교회관으로 돌아와서도
엄청 곤란하셨겠습니다

 

세상에, 친구 놈들이
몇 번이나 얘기하던지

 

살아 돌아온 녀석들 말이야

 

저도 전우를 몇 잃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건배하지

 

'집으로 돌아가려면...'

 

- 무슨 일 있으세요?
- 괜찮아요

 

마을에서 론셀을
태우고 온 거예요

 

다음 주 토요일 오후에
또 마을로 나갈 걸세

 

자네도 갈 생각이 있는지
한번 들러보겠어

 

좋습니다

 

그래

 

가볼게요

 

오, 주님

 

드릴 게 있어요

 

뭐 이런 것까지

 

네 동생들 줘야겠다
정말 좋아할 거야

 

아뇨

 

- 엄마 드리려고 산 거예요
- 아니, 난 못 받겠다

 

엄마 드시는 거 볼래요

 

고맙다

 

다 드세요, 엄마
아껴 두지 마시고요

 

릴리 메이나 말런에게
주다가 걸리시면 안 돼요

 

알았어

 

사랑해요

 

나도 사랑한다

 

고마워

 

못 합니다

 

저도 노력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수영을 못 합니다

 

세상에

 

세상에

 

이런 세상에

 

괜찮아요, 제이미

 

저예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이리 와요

 

아니요

 

안 되겠어요

 

- 제이미
- 가야겠어요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늘 그렇듯 남편은 집에 없었다

 

아버님과 돼지를 보러 가서
나는 아이들과 남아 있었다

 

비라?

 

절 마을로 데려가 주세요

 

칼을 죽일 거예요

 

비라, 앉아서 얘기를 좀...

 

앉을 시간이 없어요

 

지금 그 애랑
같이 있단 말이에요

 

레니에게 그랬듯
앨마에게도 시작했어요

 

어맨다 리
동생을 데리고 들어가라

 

어맨다, 어서, 뒷길로 돌아가

 

- 비라?
- 지금 마을로 데려가 주세요

 

- 난 운전 못 해요
- 하시는 거 봤...

 

그러다가 곤란해졌어요
남편이 열쇠도 가져갔고요

 

이리 와요

 

칼의 시신은 마을로 가는 길
중반쯤에 뉘어져 있었다

 

플로렌스는 비라가 피에 덮여
중심가를 걷는 모습을 봤는데

 

피로 흠뻑 젖은
모습이었다고 했다

 

비라는 칼을 17번 찔렀다

 

하지만 그런 상세한 내용은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나도 감내할 고통이 있었으니까

 

세상에

 

왜 그래요, 엄마?

 

어맨다 리, 씩씩하게
가서 플로렌스 좀 데려오너라

 

가는 길 기억하니?
착하다, 최대한 빨리 뛰어

 

안 돼!

 

안 돼!

 

저도 예전에
아이를 하나 잃었어요

 

새뮤얼이라는 아이였죠

 

어릴 적에
항상 여길 찾곤 했습니다

 

혼자 있으면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요

 

잘 꾸며놨군그래

 

받게

 

왜 이렇게 잘해주십니까?

 

필요할 것 같아서 그래

 

거짓말

 

오스트리아 상공을 날 때였어

 

메서슈미트 한 무리를
마주치게 됐는데

 

사방이 적이었지

 

내 후방사수와
부조종사도 죽었어

 

난 그때 주님과 거래를 했지

 

날 살려주신다면
좋은 일을 하겠다고 맹세했어

 

그게 뭔지는 몰라도

 

일단 약속은 했어

 

순식간에
P-51 여러 기가 나타나더군

 

마치 신의 기사처럼 말이야

 

그리고는 독일군을
하늘에서 말끔히 처리해줬지

 

주님께서 직접 보내주신
천사들이 분명했어

 

P-51기의 꼬리는
붉은색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비행 후 버저 소리를 냈어

 

쳐다봤을 때 난
내가 헛것을 보는 줄 알았어

 

전투기 조종사는...

 

유색 인종이었거든

 

내게 거수경례를 했고

 

나도 거수경례를 했어

 

그날 죽은 군인들은
남편이자 아버지였고

 

좋은 사람들이었어

 

나보다도 훨씬 더

 

어쩔 수 없지

 

엄마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받으세요, 엄마

 

이제...

 

가리개도 없이
샤워할 수는 없지

 

그건 어디에 둘까?

 

어때? 여기 물 안에 둘까?

 

이제 이걸 어디 둘지
같이 궁리해줘

 

어때? 거기?
향기도 맡을 수 있겠다

 

엄마, 제이미 삼촌이
샤워 칸막이를 만들어 주셨어요

 

이 천사 같은 녀석

 

엄마 오시는 거 보면
얘기해주기로 했잖아

 

남의 눈길을
피하고 싶을 것 같았어요

 

때때로 목욕할 때요

 

어때요?

 

정말 훌륭해요

 

고마워요

 

그럼...

 

물 좀 가져올게요

 

향이 좋구나

 

거의 먹지도, 자지도 않는다

 

가만히 있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마치 마음을 졸이듯

 

뭔가를 기다리듯

 

벌어지지 않은
어떤 일을 기다리듯

 

어서 와!
이 술을 누가 마시겠어?

 

해 지겠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잘 지내셨어요?

 

저도 저를 보면
반가울 것 같네요

 

여보, 안 피곤해?

 

- 보내줘야겠어
- 붙잡고 있지도 않잖아

 

우리 때문에 여기 있는 거야
난 알아

 

남고 싶다면 어쩔 건데?

 

평생 이렇게 지내진 않을 거야

 

내가 낫고 나면

 

다른 곳으로 이사 하자

 

괜찮을 거야

 

자기 자리를 잡고 나면
론셀도 괜찮을 거야

 

우리가 괜찮을 거라고?

 

내 장담해

 

기억해?

 

기억하지

 

부러진 다리로 늘 그렇게
서 있으면 안 돼

 

나을 틈을 안 주면
평생 못 걸을 거야

 

춤도 못 추면 뭐하러 걸어?

 

당신 참 사랑스러워

 

은성 훈장요?

 

- 그래
- 대단하네요

 

감명받지 마
멍청하다고 주는 거니까

 

뭐라고요?

 

가끔 그리울 때도 있어?
전장에 있는 거

 

총 맞는 거 말고
그래도 가끔은 그리워

 

네, 저도요

 

거기서 저는 해방자였어요

 

우릴 기다리는 사람들이
거리에 줄을 섰죠

 

꽃을 던지고 환호하면서요

 

여기서 저는 밭이나 가는
여느 깜둥이와 다를 바 없어요

 

전우들도 그렇고

 

- 네, 매일 생각해요
- 다른 세상을 본 거지

 

이탈리아 여자, 영국 여자

 

성기에 털이 엄청 많은
그리스 여자도 있고...

 

그건 참 특별하더군요

 

백인 여자랑 자본적 있어?

 

이럴 수가

 

그래? 얘기해 봐

 

군대에서는 별도의 막사를 줬고

 

혈액 공급이나 변소도
모두 별도였어요

 

하지만 유럽 여자들은
저희를 달리 생각지 않더군요

 

하루는 윔본에 있을 때였는데

 

영국 아줌마가 지나가면서
제 엉덩이를 찰싹 때렸어요

 

눈길 한번 안 줬는데도요

 

백인 미군이 저희가 인간보다는
원숭이에 가깝다고 했다더군요

 

그래서 꼬리를 찾던 거였어요

 

웃어서 미안해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저희도 인간인 걸 보여줬죠

 

- 그랬죠
- 독일 여자도?

 

무슨 표정인지 알아

 

특별한 여자였군

 

그건 그때고, 지금 저는
제가 있을 곳에 온 거예요

 

맞아요
제가 있어야 할 곳에요

 

제 인생을 버리면서요

 

- 무사히 데려다주겠네
- 꼭 약속 지키십시오

 

좌측으로 뭔가 온다!

 

후방사수가 당했습니다!

 

제러미, 얘기 좀 해 봐!

 

젠장

 

내일 끌어내겠네, 헨리

 

미안해

 

됐어? 그래

 

9시 반인데 이제 일어났어?

 

네 동생들이 일할 동안
온종일 뒹굴기만 할 거야?

 

대체 왜 그러냐?

 

대체 왜 그러느냐고

 

편지 왔어, 독일에서 보냈네

 

독일이라

 

그게 누구냐?
리슬, 레슬...

 

남자야, 여자야?

 

R-E-S-L, 레슬, 리셀
발음이 어떻게 되지?

 

알던 사람이에요

 

어딜 가는 거야?

 

금방 올게요!

 

론셀!

 

멀쩡한 우유를 쏟다니
이게 우스워?

 

그런 말도 있잖아
'울어봤자 소용없다'

 

그래, 다른 사람 것일 때나
그렇겠지

 

얼마 주면 돼?
1달러 50센트? 2달러?

 

이거로 퉁 치자

 

- 돈 얘기가 아니잖아!
- 나더러 어쩌라고?

 

대체 왜 이래?
남자답게 굴어!

 

우유 한 통을 쏟으면
남자답지 않은 거야?

 

남자답지 않게 굴잖아!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고
며칠씩 사라지기도 하고

 

집에 있을 땐 늘 취해 있어

 

형한테 설명할 이유 없어

 

내 집에서 살고
내 농장에서 일하고 있잖아

 

미안하게 됐네, 주인 양반

 

농장의 꿈이 뜻대로
안 이뤄진 건 내 탓이 아니야

 

형네 목화밭이
침수된 것도 마찬가지고!

 

네 문제가 뭔지 알아?
자신의 가치를 모른다는 거야

 

남자가 알아야 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있지

 

- 눈을 뜨는 게 좋을 거야
- 무슨 눈을 떠?

 

- 전능하신 신인 양...
- 뭐에?

 

바쁜 척하면서

 

자기 자신과
농장 걱정만 하느라

 

아내가 비참한 건
보지도 못하잖아!

 

말조심해

 

- 안 그러면?
- 안 그러면?

 

- 그래, 안 되겠다
- 뭐?

 

좋아, 가라
네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다른 곳에 가서

 

- 그래, 마을로 가지 뭐
- 마을 얘기가 아니야

 

내일부터 며칠간 가축을 보러
그린빌에 다녀올 거야

 

돌아오면 네가 없길 바란다

 

대체 왜 그래요?

 

네 표정을 봐야 했는데

 

재미없어요

 

그 반대야, 재미있었어

 

정신을 놓으셨군요

 

달리 할 말이 없네

 

빗속에서는 왜 걷고 있었어?

 

상관없잖아요

 

왜 이러세요?

 

네가 했던 일 중
가장 끔찍한 게 뭐야?

 

나쁜 일

 

너무 나빠서 누군가에게
상처 줄 걸 알면서도

 

그래도 했던 일

 

이 여자를 두고 온 거요

 

이런

 

축하한다, 아버지가 됐구나

 

프란츠라고 해요

 

프란츠, 좋은 이름이군

 

이제 어쩔 거야?

 

- 독일로 돌아오래요
- 먼 길이군

 

 

먼 길이죠

 

본인은 하신 일 중에
가장 끔찍한 일이 뭔가요?

 

나? 난 성인군자야

 

그러시겠죠

 

젠장, 머리 숙여

 

우릴 봤을까요?

 

모르겠어

 

도착했네

 

그러네요

 

곧 마을을 떠날 거야

 

행운을 빈다

 

넌 내 친구였어

 

알아줬으면 한다

 

 

제게도 친구셨어요

 

좋은 친구요

 

잘 지내세요

 

아들을 찾아갈 수 있길 빌어

 

네 가족에게 말이야

 

잘 지내세요

 

너도

 

저 왔어요

 

- 배고프니?
- 아뇨, 괜찮아요

 

다들 어디 갔어요?

 

교회에 늦은 예배 드리러 갔어

 

이리 줘라

 

- 또 취해서 왔구나
- 제이미 삼촌!

 

안녕, 우리 가족

 

트럭에 같이 있던 게 누구냐?

 

옆에 태우고 가던 사람
누구야?

 

론셀 잭슨요, 그게 왜요?

 

왜 그 깜둥이가
네 옆에 딱 붙어서

 

앞에 타고 있던 게야?

 

제가 타라는 곳에 탈 수 있죠
그것 말고는요?

 

이런 개자식

 

- 넌 아무 쓸모 없는 놈이야
- 네, 알아요

 

아주 대단한 전쟁 영웅 나셨네

 

넌 술주정뱅이일 뿐이야!
차 열쇠 내놔라

 

그냥 가세요

 

왜, 네가 독차지하려고?

 

술에 절어서
재미 보기도 힘들겠구나

 

- 뭐라고요?
- 뒤꽁무니 쫓는 거 봤다

 

- 아버지
- 헨리는 미련하다 쳐도

 

난 아니야

 

- 엄마, 편지 보셨어요?
- 독일에서 온 거?

 

세상에, 잠깐만 기다려

 

조바심내지 말고
아빠 오실 때까지 기다려라

 

론셀!

 

제이미

 

- 같이 저녁 드실 거예요?
- 아뇨

 

어디 가시려고요?

 

네, 서부로 갈까 해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전우가 있거든요

 

로스앤젤레스요?
제이미, 무슨 소리예요?

 

- 못 들었어요?
- 무슨 소리를요?

 

형한테서요

 

저 보고 떠나래요

 

- 그편이 나을 거예요
- 그런다고 그렇게 떠나요?

 

작별인사는 할 생각이었어요?

 

당연하죠, 첫차가 2시거든요

 

애들은요? 정말 슬퍼할 텐데

 

로라, 난 여기서 못 지내요

 

난...

 

떠나지 않아도 돼요

 

- 이리 와!
- 잡아!

 

- 이리 와!
- 저놈 잡아!

 

잡아!

 

제압해!

 

- 한 방 날려!
- 깜둥이 자식!

 

- 일으켜 세워
- 어서

 

신발 신고 따라와라

 

- 세상에, 풀어주세요
- 닥쳐!

 

닥치긴요, 풀어주시라고요!

 

- 잘 들어, 청년
- 청년 좋아하시네!

 

진짜로 쏠 거 아니면
겨누지 마시죠

 

아니면 둘 다 죽이시든가요

 

깜둥이 때문에
제 혈육을 배신해?

 

쏴 보시지

 

- 어서
- 그래

 

- 어서 해
- 증거를 꺼내

 

- 유죄다!
- 죽여!

 

이 여자랑 잤어?

 

당신들이 독일 창녀까지
상관할 필요 있나?

 

그 독일 계집들 때문에
우리 군이 많이 죽었어

 

론셀이 그 계집한테

 

잡종 핏덩이를 안겨줬다면
정의를 실현한 셈이지!

 

닥쳐, 깜둥이 뒤나 빠는 놈!

 

론셀이 아비인지는
어떻게 알지?

 

물어보지, 네가 이...
'아이'라고는 하지 않겠어

 

혐오스러운 것의 아비인가?

 

어서 대답해!

 

- 네
- 대답했다!

 

이 가증스러운 짓의 형벌은
죽음이다

 

아버지?

 

아니

 

안 쏠 거야

 

이렇게 가까이에서
사람을 죽일 용기는 없잖아?

 

제 아비를 죽일 리 없지

 

허튼짓했다간
이 친구들이 널 죽일 거다

 

이놈은 어쩌죠?

 

저 녀석은 입 안 열 거야
내 말 맞지?

 

풀어줘요

 

지금 요구할 만한
처지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깜둥이는
벌을 받아야 해

 

어떻게 벌을 줄지
내 아들이 정하게 하지

 

그러죠

 

어떻게 할까?

 

선택권을 주지

 

죽길 원치 않는다면
처벌 방법은 네가 정해

 

싫어요!

 

혀, 눈, 불알 중에

 

골라

 

고르라고!

 

혀요

 

세상에, 안 돼!

 

- 들어 올려
- 사다리 가져와!

 

천천히 해, 괜찮을 거야

 

내가 잡았어

 

- 다리 잡아
- 똑바로 잡아

 

세상에!

 

잡았어!

 

숨 쉬어

 

괜찮을 거다
불 좀 들어라, 말런

 

들어 올려

 

- 우리가 왔어
- 여기서 나가자

 

내 아기

 

나는 론셀의 심장 박동을
손에 담았다

 

우리 아들!

 

모든 박동을 기억한다

 

론셀은 따뜻했고 살아 있었다

 

난 론셀을 속속들이 안다

 

아버님?

 

아버님?

 

생각하시는 대로예요

 

론셀을 덮쳤어요

 

상대가 너무 많았어요

 

네? 론셀이 어떻게 됐다고요?

 

상대가 너무 많았어요
저는...

 

- 제이미
- 막을 수가 없었어요

 

론셀을 어떻게 했는데요?
살아 있어요?

 

- 내게 선택하게 했어요
- 뭘요?

 

일어나세요

 

꼭 눈을 똑바로 보고 싶었어요

 

고맙습니다

 

며칠 뒤에 봅시다

 

아버님 일이에요
어젯밤 돌아가셨어요

 

- 어떻게?
- 주무시면서 편히 가셨어요

 

- 햅!
- 여보

 

- 햅!
- 그러지 마요

 

그 일이 내 탓은 아니잖아

 

- 녀석에게 분명히 경고했어
- 그냥 보내줘요

 

햅!

 

햅, 잠깐만

 

땅속에 관을 묻어야 해

 

햅?

 

햅?

 

고맙네

 

애들도 도우라고 하지 그러나?

 

아들들은 안 내릴 겁니다

 

그래

 

내려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생애가 짧고 걱정이 가득하며'

 

'그는 꽃과 같이 자라나서
잘려나간다'

 

'그림자 같이 지나가며
머물지 아니하거늘'

 

'이와 같은 자를 주께서
눈여겨보시나이까'

 

'나를 주 앞으로 이끌어서
재판하시나이까'

 

'깨끗한 것을 더러운 것에서
내는 것은 하나도 없나이다'

 

'나무는 희망이 있나니'

 

'찍힐지라도 다시 움이 나서
연한 가지가 끊이지 아니하나'

 

'장정이라도 죽으면
소멸하나니'

 

'물이 바다에서 줄어들고
강물이 잦아서 마름 같이'

 

'사람이 누우면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하늘이 없어지기까지
눈을 뜨지 못하며'

 

'잠을 깨지 못하느니라'

 

아멘

 

- 아멘
- 아멘

 

이제 됐다

 

어서 하자, 아멘, 아버지

 

- 가자, 얘들아
- 플로렌스?

 

론셀에게 주세요

 

혹시 보시면요

 

제이미!

 

제이미!

 

제이미!

 

내 악몽은 늘 같다

 

우선, 나는 헬멧을 쓰고
탱크에 있다

 

다음으로 머리에 포대를 쓰고
차 뒤편에 앉아 있다

 

난 비명을 지른다
입술은 움직이고 압력도 있지만

 

하지만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아버지의 때아닌 죽음으로

 

잭슨 가족이 조금이나마
평화를 찾길 바란다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기적적으로

 

내 친구 론셀은
행복을 찾았길 바란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야 할까?

 

침묵 당하고 패배한 채

 

억압, 공포, 신체적 불구

 

보통 사람은
이겨내기 힘들 것들이다

 

난 아편제와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야 하고

 

주머니에는 '벙어리'라고 쓰인
카드를 늘 지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한번
대서양을 건너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전쟁 때문이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

 

론셀

 

엄마?

 

나는 그렇게 끝을 냈다

 

사랑으로

 

자막: 김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