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No.Good.Reason.2012.LIMITED.720p.BluRay.x264-IGUANA-[Original]

sub2smi by  Michael Archangel

 

내가 그림을 제대로 배워서
꼭 하고 싶었던 건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어

 

감독
찰리 폴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
이상한 나라의 친구들

 

카메라 돌아가나?

 

랄프,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죠?

 

엉뚱하게도
영화를 만든대

 

나라는 예술가에 관한
다큐멘터리라는데

 

한편으론
괜찮은 생각 같고

 

또 한편으론
이걸 왜 하나 싶어

 

다만
내 작품과 나에 대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사적인 영역까지
다루어진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해

 

장단점을 다 들춰내고

 

모든 차원에서
들여다보니까

 

생각해 보면
자네와 작업을 할 땐

 

따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어

 

일단 진행을 하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오거든

 

그래서 이 모든 과정들이
가치 있어지는 것 같아

 

헌터 S 톰슨 포스터 작업
이후 랄프를 처음 본다

 

꽤 오랜만이어서

 

루스 코트 작업실에서의
만남이 몹시 기다려졌다

 

자...

 

여기 종이 한 장을 깔아

 

이유는 몰라
자네가 왔기 때문일까?

 

자네가 안 왔으면

 

난 누워 있었겠지

 

준비됐나? 망칠 수도
대박 날 수도 있거든

 

- 와!
- 오, 성공이야

 

작업이 안 풀릴 땐
이 방법을 써

 

어떤 면에선
속이는 거지

 

본인도
모르고 하는 거니까

 

아무 생각 없이 그린 건지
의도를 갖고 한 건지 말이야

 

이렇게 되면 환상적이지

 

벌써 말이 보이잖아

 

와!

 

이게 뭔지 몰랐는데
갑자기 뭔지 떠올랐어

 

왜 하필 사랑받지 못하는
애완동물을 그렸을까?

 

마음에 안 들어
끔찍하게 생긴 녀석이야

 

이게 거실로 들어온다면
걷어차 버릴걸?

 

기분을 반영하지

 

이걸 그릴 당시의 내 심리
상태가 드러나는 것 같아

 

끔찍해라

 

랄프 스테드먼

 

1969년에
내 첫 책이 출간됐어

 

이 일을 업으로 삼은 후
작업한 삽화를 다 모았지

 

정말 놀라워요

 

가이드 관광이
가장 초기 작품이야

 

개척자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우리는 가이드와 관광을
떠나고, 모든 게 편안해

 

다들 버스에서 내려서
쓱 둘러보곤 다시 타지

 

그런 다음 따분한
배경음악까지 나오는 거야

 

여기에 착안해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늙은 남자와

 

스피커에서 나오는
따분한 음악을 표현해 봤어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으니까

 

내 유머 감각은
약간 광적인 구석이 있었지

 

하지만 충분히 오만하지 못했고
거침없지 못했고

 

노골적이지 못했어

 

맹수가 물어뜯는 듯한
자극을 주진 못한 거야

 

두드러지는 점이 없었지

 

이런 건 지금도 통해요

 

대단해요
정말 놀라워요

 

내가 그림을 배운 건

 

"잘 그렸네"라는 칭찬이나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기로 활용하고
싶어서였어

 

꽤나 무자비했지

 

작품을 보는 사람들도
그걸 느낄 거야

 

나한테는
이 책이 명함 같았지

 

이걸 가지고 미국에 갔어
1970년의 일이야

 

뉴욕행 버스예요

 

기사님, 세워요
사람 타잖아요

 

세워 줘요

 

고마워요

 

뉴욕에 관한 그림 천 장을
그리는 게 목표였어

 

소재를 찾아 헤맸지

 

뉴욕은 볼거리가 많죠
신이 내린 도시예요

 

안녕하쇼, 인상 좋으시네
5달러만 보태 주쇼

 

그래요, 이해합니다
이봐요!

 

길 건너요
빨리 건너요

 

그 순간을 잠시
얼려 놓은 것 같아

 

돌이켜보면 정말 일어났던
일인지조차 가물가물해

 

시간 속에 얼어붙어 있지만
변하게 될 것들이야

 

그대로인 건 없어

 

부랑자들이 거리를 떠도는
모습을 보면 심란했어

 

늘 비틀거리며
다가와선

 

행인의 손을 움켜잡지

 

먹고살 길이 막막한
도시라며 한 푼만 도와 달래

 

잘살게 될 거란
희망이 없었어

 

그런 표정과 얼굴을
담고 싶었어

 

빈민가에 관심이 갔어
말하자면 그곳은

 

빈곤과 궁핍의
박물관 같은 곳이었지

 

이건 어떤 부랑자의
사진인데

 

소화전에 매달린 이 남자를
아줌마가 꾸짖어

 

"일해서 먹고살아야지!"

 

"길에 널브러져서
뭐 하는 거야?"

 

"날 좀 내버려 둬요
아줌마"

 

뉴욕에서 지냈던 경험이

 

내게 확신을 준 것 같아

 

이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말이야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지

 

내게 삽화는 재밌는 그림
이상의 의미였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무기였지

 

랄프 스테드먼
뉴욕, 1970년 5월

 

뉴욕에 있을 때
전화를 한 통 받았어

 

여보세요

 

폭주족 출신 기자 헌터 S
톰슨을 만나라는 거였지

 

헌터는 새벽 서너 시에
전화하는 게 일상이었죠

 

 
 
 
첫마디는 늘
"제기랄"이에요

 

워런 힝클          
잡지 출판인         

 
첫마디는 늘
"제기랄"이에요

 

'켄터키 더비'에
가자더군요

 

그때가 수요일쯤이었고
대회는 토요일이었죠

 

전 흔쾌히
가겠다고 했어요

 

사진사도 필요하대서
알아보기로 했는데

 

시간이 없어 영국인 삽화가
랄프 스테드먼을 섭외했죠

 

작품을 많이 봤는데
뭔가 삐딱한 친구였어요

 

우린 랄프를
켄터키로 끌고 갔죠

 

그들은 술과 마약의
쾌락에 푹 빠졌고

 

그곳 분위기에
제대로 녹아들었어요

 

다음날은 갑갑했다

 

우편물이 안 와서
기자증이 없었는데

 

'루이빌 쿠리어 저널'의
스포츠 편집자 말이

 

발급받긴 힘들 거란다

 

더구나 두 개가 필요했다
내 것과 랄프 스테드먼 것

 

더비를 위해 런던에서
날아온 영국인 삽화가였다

 

그에 대해 아는 거라곤
미국이 처음이란 것뿐

 

그 사실을 생각할수록
더 겁이 났다

 

런던에서 갓 도착한
사람이 켄터키 더비의

 

극악무도한 술잔치를
견딜 수 있을까?

 

서로를 찾는 게
급선무였지

 

어디 있는 거야?

 

한참 후에 누군가...

 

뒤에서 부르더군

 

"실례합니다"

 

"랄프 스테드먼 씨?"

 

"한잔할래요?"

 

우린 한 주 내내
진탕 마셨어

 

내가 메모하고 그림을
그리자 헌터가 말했지

 

"시커먼 그림을 끄적대는 건
나쁜 버릇이야"

 

"이런 그림들은
모욕적이군"

 

그러면서 기분 나빠졌다며
나가자고 했어

 

그때부터 우린 주말 내내
징하게 마셔댔다

 

둘 다 완전히
뻗어 버렸다

 

불쌍한 스테드먼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충격을 감내해야 했다

 

우린 상황에 몸을 맡겼어

 

우리끼리는 그렇게 하자고
합의한 상태였지

 

가서 부딪쳐 보자고 했어

 

난 그림을 그리고
헌터는 글을 썼지

 

'곤조 저널리즘'의
시작이었어

 

곤조 저널리즘

 

첫째, 사건을 찾는다

 

둘째, 그것에 몰두한다

 

셋째, 기사로 쓴다

 

난 기자석 아래로
보이는

 

트랙이 둘러진
거대한 풀밭을 가리켰다

 

"저곳에 5만여 명의
인파가 꽉 찰 거야"

 

"대부분 술이 떡이 되지
장관이야"

 

"수천 명이 쓰러지고
울고 붙어먹고

 

서로 밟고
깨진 술병을 들고 싸워"

 

믿을 수 없는
확률을 뚫고 우승했군요!

 

헌터는
자기 글과 제 그림이

 

서로 통하는 데가 있다고
본 것 같아요

 

거기서 화학반응이
일어났다고 봐요

 

곤조 저널리즘도
그래서 가능했죠

 

난 켄터키의 얼굴이라
할 만한 걸 찾으려고 했어

 

켄터키 더비의 얼굴 말야

 

근데 재밌는 건
주말쯤 돼서 보니

 

우리가 찾던 얼굴은
우리더라고

 

거울에 비친
우리 자신이었지

 

-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아
- 그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얻은 게 있었어

 

처음으로 과녁의
중심을 맞혔다고 할까

 

미국에 처음 갔는데

 

나와 완벽하게 맞는
작업 파트너를 만난 거야

 

온 세상
온 미국을 통틀어

 

더없는 짝이었지

 

영국행 비행기를 타자
무척 우울해졌어

 

또다시
진부하기 짝이 없는

 

삽화 작업으로
복귀해야 했으니까

 

그 일을 할 땐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어

 

가자, 비니
천천히 가

 

헌터한테서
전화가 왔어

 

"랄프, 원고가 있는데
내용에 맞게 삽화를 그려 줘"

 

해 보겠다고 했지

 

곧 작업에 들어갔어

 

술을 마시면서 했지

 

약간 취해야
느낌이 살 것 같았거든

 

열 장쯤 그린 후
통에 담아 발송했어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

 

바스토 사막 한 자락에
갔을 때 약 기운이 올라왔다

 

이런 말을 했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
네가 운전해"

 

갑자기
사나운 포효와 함께

 

하늘이 거대한
박쥐들로 뒤덮였다

 

녀석들은 꽥꽥거리며
차로 돌진했고

 

차는 라스베가스를 향해
시속 160km로 질주했다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를 보고 다들 기겁했죠

 

그런 작품은
처음이었거든요

 

모든 터무니없는 행동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차 있었고

 

잰 웨너               
'롤링 스톤' 창간인          

 
웃기고 위험하고

 

잰 웨너               
'롤링 스톤' 창간인          

 
 

 

잰 웨너               
'롤링 스톤' 창간인          

 
괴상하고 제멋대로였죠

 

20세기 문학의
고전이 될 겁니다

 

메인플로어에선
블랙잭이 한창이고

 

판돈은 쌓여 간다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머리 바로 위에서

 

반라의 소녀가 으르렁대는
울버린에게 쫓기고 있다

 

울버린은
반대편 발코니에서 날아온

 

은빛으로 몸을 색칠한
두 폴란드인에게 목을 잡혀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어

 

미국 삽화와는 달랐거든

 

그림이 글 내용을
말하진 않지만

 

글과, 헌터의 마음을
반영하는 건 분명했지

 

카지노 장면의 도마뱀들과
히치하이커는

 

그들 나름의
생명력을 지닙니다

 

문학을 동반하고
있으니까요

 

이야기마다
그림이 딸려 있죠

 

또는...

 

그림마다 이야기가
딸린 건지도 모르겠네요

 

극도로 위험한 약물과
함께한 끔찍한 경험

 

다 쏟아 내고 싶었어

 

금방이라도 솟구쳐
나올 것 같은 기세였지

 

멀미 같았다고 할까?

 

그걸 그림으로 그렸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묘사라곤 해도

 

아무런 제약 없이
표현할 수 있었어

 

기억이 생생했거든

 

표시했어?

 

본인이 약을
잘 안 했다는 사실이

 

헌터와의 관계에
영향을 줬나요?

 

아니, 오히려 좋았어
서로 달라서 더 좋았지

 

내가 헌터를 흉내 냈다면
더 우스꽝스러웠을걸

 

헌터랑 나는
완전히 달랐거든

 

의견이 갈릴 때도 많았어

 

살아온 길이
확연히 달랐으니까

 

헌터한텐 내가 괴상했고
나한텐 헌터가 괴상했지

 

물 좀 주실래요?

 

- 자, 준비됐나?
- 네

 

와, 맘에 들어

 

- 어떤가?
- 최고예요

 

세상에
아주 맘에 들어

 

이건 도화지야
두꺼운 고급 도화지지

 

그리고 이건 먹물이야

 

이런 획을 그릴 땐
붓이 좋아

 

- 이거 갖고는 안 되지
- 네

 

예를 들어 이건...

 

무게감은 적지만
이렇게...

 

멋진 효과가 나지
이런 느낌이 좋아

 

하나 더 해 볼까

 

붓을 털 땐
손목으로 휙 털어야 돼

 

반원을 그린다는
느낌으로 말이야

 

이번엔 이걸 쓸 건데

 

이렇게 떠서 칠해

 

그다음 여기 이렇게...

 

눈을 그렸어

 

여기도 눈을 하나 그려

 

이렇게 보니까
얼굴이 만들어졌지

 

이제...
입으로 불어 줄 거야

 

재밌어지지

 

뭘 하시는 거죠?

 

물감 아래에 있는
젯소를 벗겨 내는 거야

 

어쩌면 미술은
속임수인지도 모르겠어

 

여기에 뭐가 있는지
나도 모르거든

 

빈 종이에서 시작했지만
그 이상의 것이 됐지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는 거야

 

제법 괜찮군

 

프랜시스 베이컨은
늘 자신의 그림에서

 

우발성을 찾았어

 

특별히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그리지 않더라도

 

언뜻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공간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지

 

그 점이 굉장히 놀랍더군

 

예비 조사나 스케치 같은 걸
활용하십니까?

 

그럼요

 

하지만 그 후엔 우연한
'사고'가 더 중요해지죠

 

의식적으로는
제가 뭘 하는지 몰라요

 

그 순간엔
머리가 텅 비고

 

그림이 어디로 갈지 몰라
막막하기만 한데요

 

그러다 갑자기
본능적인 끌림이 옵니다

 

그걸 통해 이야기를
풀어 갈 수 있죠

 

마스킹 용액

 

물감이 입혀지지 않게
막는 거야

 

이 위에다
물감을 더 불어 준 후

 

물감이 묻은 마스킹 용액을
떼어 내면

 

그 부분은
도로 깨끗해져

 

그럼 한번 해 볼까?

 

과하게 칠해지지 않게
조심해야 돼

 

- 그럼 다 지워지니까
- 네

 

잠깐 이 상태로 둘게

 

역사상
가장 수수께끼 같고

 

탐구적인 화가를 꼽자면

 

렘브란트일 거야

 

그는 자화상을 계속 그려서
자신이 늙어 가는 모습을

 

기록하기로 했어

 

애초에
장식용은 아닌 거지

 

자기가 늙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거니까

 

우리는 그 아름다운
자화상을 통해서

 

그가 어떤 식으로
나이 드는지 볼 수 있어

 

이보다 재기 넘치고

 

지적인 훈련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지금부터 할 일은...

 

마스킹 용액이
예쁘게 굳어 있으니까

 

이걸로 굳어 있는 마스킹
용액을 걷어 내는 거야

 

밑에 뭐가 있나...

 

이런 게 있었군
보고 있지?

 

꽤나...

 

- 넓은 공간이...
- 와!

 

드러나는군
스카이라인 너머로...

 

재밌는 게, 작업 과정이
세심하고 정확하면서도

 

장난스럽다는 거예요

 

난 프로답지 않으니까

 

굳이 프로다워지려고
하지도 않아

 

내가 중점을 두는 건
다른 거지

 

나 스스로도 예상 못 한
무언가를 만드는 거야

 

완벽해요

 

나한테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피카소일 거야

 

일상 속에서 끊임 없이
창조적인 삶을 살았거든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는 법이 없었던 거지

 

그런 점이 내게도
목적의식을 심어 줬어

 

종이 위에선 뭐든지
창조할 수 있다는 걸

 

피카소는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증명해 냈어

 

덕분에 뭘 해야 할지
확신이 생겼지

 

일단 그려 보는 거야
그럼 어떻게든 나아가거든

 

어떤 게 나올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게 또 매력이야

 

그러니 해 볼 만하지

 

시작도 하기 전에 결과를
안다면 할 이유가 있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라면
정말 재미난 여행이 되겠지

 

전화가 울렸어
"랄프, 나 헌터야"

 

켄터키 더비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며

 

다시 일해 보자는
얘기였지

 

같이 자이르로 가서

 

알리와 포먼의 대결을
취재하재

 

일명 '정글의 혈투'

 

난 그랬지
"좋아, 헌터, 재밌겠는데"

 

난 런던을 떠나
자이르에 도착했어

 

비행기에서 내리자
열기가 온몸을 휘감더군

 

헌터는 도착하자마자
밖으로 나가더니

 

대마를 한 포대 사 왔어

 

휘말리지 말아야겠구나
다짐했지

 

또 헌터의 전화였어

 

"랄프, 대박 건수야"

 

"로드 아일랜드에서
아메리카 컵이 열려"

 

"배는 별론데"라고 했지

 

1970년 9월

 

도착했더니 악천후 탓에
경기가 취소됐어

 

헌터가 또 전화를 했어

 

"다른 거 취재 나갈까?"

 

헌터 S 톰슨 씨 앞으로
우편물이 왔습니다

 

콜로라도 우디 크릭
1980년 5월 23일

 

"헌터 씨, 호놀룰루 마라톤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경비 일체와
후한 원고료를 드리니

 

휴가 가는 셈 치고
고려해 주십시오"

 

음, 괜찮군

 

계획은 이랬지
헌터랑 내가 출발선을 떠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사람들을 따돌리는 거야

 

남은 코스는
트럭을 타고 가는 거지

 

조지 포먼, 각오해

 

한 방에 KO로 보내든가
피떡을 만들어 줄 테니까

 

인터컨티넨털 8층에서

 

조지 포먼은
개랑 산책을 했어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두 배 사이로 가면 어떨까

 

'그레텔'과 '인트레피드'

 

난 스프레이 캔으로
배 옆에다 뭔가를 썼어

 

헌터가 뭘 쓸 거냐길래

 

"교황 엿 먹어"라고
쓸 거라고 했지

 

우린 지쳐 나가떨어진
사람들을 기다렸어

 

조롱할 생각이었지

 

"뛰어, 멍청이들아
뛰라고"

 

우리더러 스포츠맨십도
없는 더러운 놈들이라며...

 

우리가 가서
깽판을 친 거야

 

끔찍한 짓이었지

 

'곤조'의
어두운 일면이랄까

 

헌터가 준비됐냐길래
그렇다고 했어

 

스프레이 캔은 사용 전에
흔들어야 돼

 

안에 구슬이 있거든

 

딸깍 딸깍 딸깍...

 

누가 묻더라고
"거기서 뭣들 하는 거요?"

 

헌터가 말했어
"젠장, 짭새군"

 

"실패다, 일단 튀자"

 

헌터는 조명탄을 꺼냈어

 

바다 한복판에서
조난당했을 때나 쓰는 거지

 

항구에서 발사된
조명탄은

 

몇몇 배 위에 떨어져서
아수라장을 만들었어

 

복싱장엔
언제 가냐고 했더니

 

헌터 왈
표를 팔아 버렸다는 거야

 

헌터는 풀장에 가서
대마초를 던져 넣고

 

그대로 잠수했어

 

복싱장에 못 갔으니
경기는 TV로 봐야 했지

 

술집 TV로 봤어

 

경기가 끝나자마자
다들 자이르를 뜨고 싶었어

 

당장 탈출하고 싶었지

 

"뭘 할 때
꼭 이유가 필요하진 않아"

 

헌터의 신조였어

 

"왜 하는 건데?"라고 물으면
"특별한 이유는 없어"

 

어쩌다 보니 내가

 

헌터의 시각적 연대기
기록자가 된 것 같아

 

헌터를 전형적인
코믹 캐릭터처럼 그렸지

 

담뱃대를 문 모습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어

 

그가 갖고 있던 특색을
더 분명히 각인시켰지

 

헌터는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

 

늘 자기가 주도했지

 

작가는 주연이고
삽화가는 조연이었어

 

난 에드워드야

 

헌터한텐 에드워드란
놀라운 새가 있죠

 

헌터가 괴롭히는 것 같아도
둘 사이엔 애정이 있어요

 

에드워드, 말해 봐
싫어?

 

헌터는 새한테
생짜를 부려요

 

일종의 제물로
삼는다고 할까요

 

새를 앞에 놓고
하고 싶은 얘기를 풀어 놓죠

 

어느 순간 제가
그 새가 된 것 같아요

 

얘기 좀 하자, 에드워드
말을 해

 

가끔씩 에드워드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요

 

저를 붙잡고
장광설을 늘어놓으면

 

뿌리치고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죠

 

우리 관계가
사실 그랬어

 

엄밀히 말해서
나한테 함부로 했지

 

말해, 에드워드
큰소리로 말하라고!

 

어떤 땐 천하의
개자식처럼 굴었어

 

그럴 때면 나도
미칠 것 같았지

 

랄프와 헌터의 우정은

 

가치관이 같았기에
가능했습니다

 

다만, 헌터가 볼 땐

 

랄프가 자기보다
더 과격했어요

 

원래 랄프가 훨씬 극단적인
성향인데, 흔히들 헌터를...

 

무모하고 앞뒤 안 가리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하죠

 

사실 그건 랄프예요

 

제가 얘기하는 건
육체적인 면이 아니라...

 

정신적, 도덕적
철학적인 부분이라서

 

자기 일까지 걸고
하는 거죠

 

내가 볼 때 미국은

 

세상의 모든 부정들을
육성하는 곳이었어

 

북베트남을
맹폭해야 돼요

 

- 동의하십니까?
- 물론입니다

 

선거 전에 일이 생기면
더 강하게 나가요

 

제동을 걸어야겠더군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

 

그건 나한테 주어진
사명이었고

 

세상을 바꾸는 건
내 의무였거든

 

늘 품고 있던 생각이었고
때가 왔던 거지

 

랄프는 누구에 관한
어떤 얘기건 다 했죠

 

자신의 도덕 기준으론
용납이 안 됐으니

 

발언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광적일 정도로...

 

적정선을 넘어가더라도
개의치 않았죠

 

적정선을 넘나들었고
위험수위를 오갔어요

 

국민들은 대통령이 정말
사기꾼인지 궁금하시겠죠

 

전 사기꾼이 아닙니다

 

난 내 목소리를 찾았고
더 이상 두렵지 않았어

 

그래서 그걸
무기로 쓰기로 했지

 

닉슨 사임

 

사람은
희망을 품고 살잖아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악당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길 꿈꾸지

 

어떤 면에선
독선적일지 몰라도

 

정의 구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야

 

이후 스테드먼은
롤링 스톤지에

 

정기적으로
그림을 기고하면서

 

미국 내 중요 정치 사안이나
인물들을 기록했죠

 

왕성한 창작력으로

 

이따금 원예 칼럼까지
연재합니다

 

- 그래, 글을 쓰고 싶었어
- 정말요?

 

그리고 헌터한테
한소리 들었지

 

"글 쓰지 마, 랄프
가문의 수치가 될 거야"

 

더 자극이 되더군
오기가 났어

 

그녀는 나의 사랑

 

그녀는 나의 인생

 

정말 안타까운 건
남의 아내라는 것

 

그녀는 나의 사랑...

 

안녕하세요
지금은 부재중입니다

 

책 쓰느라 바빠서요

 

나중에 전화드리죠
감사합니다

 

이 염병할 닭대가리...

 

치사한 촌놈 새끼
가서 바리케이드나 쳐

 

주인 닮아 망할 놈의
팩스도 먹통이잖아

 

랄프, 전화 줘

 

시작하려면
한두 잔 마셔야 돼요

 

근데 지금 몇 시죠?

 

- 12시요
- 네

 

나의 과업은
도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벽을 만지는 것조차
두려웠다

 

때로는 지독한
두려움에 압도당해

 

순백의 바탕에 흠이라도
낼까 움츠러들었다

 

나는 1505년 6월 6일
13시 종이 울릴 때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벽에 붓을
갖다 대는 순간

 

하늘은 어두워졌고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천재였어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말했지만

 

어둠 속에서 깨어난
남자였지

 

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란 사람을

 

충분히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레오나르도에 관한 책을 쓴
사람은 수없이 많을 거야

 

그 누구에 관한 책보다
많다고 할 만하지

 

그럼 차별화된 책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책을
몇 권 읽으셨죠?

 

50권쯤 본 것 같은데

 

여전히 어려워요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러다 문득 생각했어

 

"직접 레오나르도가
돼 볼까?"

 

그래서 난 그가 됐지

 

1982년 12월 16일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한 나의 책은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다

 

그의 눈을 통해 보겠다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나만이 안다

 

전문가라도 알 수 없다

 

이건 내게
예술적 자유를 허락해

 

내 전기들에 흔히 보이는
오류와 의심을 지운 채

 

내 인생사를 말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한다

 

레오나르도를 주제로
택한 건 그가 한 말 때문이야

 

천재성은 노력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했지

 

그에게서 나의 일면을
봤다고나 할까

 

나도 특별한 뭔가가 되려고
무진 애쓰고 있었거든

 

폼 잡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쏟아붓고 있었어

 

내 재주를 적절한 곳에
써먹고 싶었지

 

그는 사물의 작동 원리와
상호 관계를

 

밝히는 일에 매료됐어

 

그가 고안하고
발명한 모든 것들은

 

삶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지

 

그를 이토록 특별하게 만든
가장 의미 있는 업적은

 

남들은 꿈에서나 그리던 걸
현실화했기 때문인데

 

바로 비행기구야

 

간단한 비행기구를
고안했다

 

나나 다른 자원자가
이걸 착용하면

 

언덕에서
날아오를 수 있다

 

그가 발명한 낙하산은

 

삼각형이었어
피라미드 같았지

 

그는 더 좋은 걸 떠올렸어
글라이더였지

 

쟨 나는데
전 못 나네요

 

레오나르도한테서
많은 걸 배웠어

 

이런 식으로 공부를 했지
일을 시작하면서 배운 거야

 

학교 졸업할 땐
제로 상태였어

 

아버겔리 중등학교
1947년 10월

 

아버겔리 중등학교에
다녔고

 

교장 선생님 성함은
DB 존스였어

 

참 점잖은 신사셨지

 

DB 존스 선생님이
퇴직하신 후

 

새 교장 휴버트 휴즈
박사가 오셨는데

 

권위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양반이었고

 

체벌을 했어

 

난 고개를 떨궜어

 

왜냐하면 나한테는
학교라는 곳이

 

권위적인 절차에 의해
작동된다고 느껴졌거든

 

그때 이런 말을 생각했지
"권위는 폭력의 가면이다"

 

폭력은 질색이야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항상 권력을 쥐고 있지

 

유감스럽지만
솔직히 용서가 안 돼

 

충격 요법을 쓰는 건
권위에 대한 복수이기도 해

 

받은 대로 돌려준다는
마음이지

 

"당신은 내 어린 시절을
공포로 몰아넣었어"

 

"당신이 아이들과 학교를
대하는 방식은 끔찍했지"

 

내가 상처받은 만큼
상처를 주려고 했어

 

그건 내 어두운 영혼의 문을
열어 주는 열쇠야

 

그렇게 나온 내 그림은
악랄하다는 평도 듣고

 

통찰력이 있다는
평도 들어

 

내 속에 있는
필터 같은 거야

 

그걸 통과해서 종이 위에
올려지면 분노로 표출되지

 

방금까지 웃다가 갑자기
독설로 돌변하면 좀 어때?

 

조화만 완벽하면 되지

 

이건 내가 만든
소책자인데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됐지

 

내가 소개하고
삽화를 그렸어

 

제1조

 

모든 인간은 자유로우며
동등한 존엄과 권리가 있다

 

인간은 타고난 이성과
양심을 지니며

 

형제애에 입각해서
서로 간에 행동해야 한다

 

제2조

 

누구나 이 선언에 규정된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제3조

 

모든 사람에게는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제4조

 

누구도 노예 상태로 예속된
삶을 유지해선 안 된다

 

제5조, 누구도 고문이나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제6조, 누구나 법에 앞서
어느 곳에서나

 

자연인으로서
인정받을...

 

제7조

 

누구나 법에 앞서 평등하며
어떠한 차별도 없이...

 

이 선언에 명시된
어떠한 조항도

 

권리와 자유를
파괴할 목적으로

 

어떤 활동에 가담하거나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서는...

 

사람들이 인간 본성을
진작부터 예견하고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한 거야

 

말로만 하지 말고
써 두자고 한 거지

 

그래야 인권이 뭔지
상기시킬 수 있으니까

 

내가 이런 그림을
그리는 건

 

속고 사기당하는 사람들
한테 화가 나기 때문이야

 

그 사람들이 내 적이고
대상이지

 

내가 항의하는
대상 말이야

 

난 진지한 삽화를 그리는
진지한 화가로

 

받아들여지고 싶었어

 

작동시키려면 맨손으로
아기의 목을 졸라 죽인 후

 

빨간 버튼을 누르세요

 

로렌스 올리비에
 
기적의 시대군요

 

포켓 사이즈, 접이식
전기 제어, 모터 구동

 

일안 반사식 카메라
이게 다 가능하다니!

 

가까이 오세요

 

초점 맞추고 당기고

 

전자식 버튼을 누르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몇 분 만에 아찔하게
아름다운 사진이 완성되죠

 

이것이
폴라로이드 SX70입니다

 

경험해 보세요

 

훨씬 낫군

 

- 준비됐어?
- 네

 

- 작동이 되네요
- 필름이 없어

 

다시 찍을래요

 

1996년에

 

영화 일기 모음집
'위드네일즈'를 출간했어요

 

 
 
앞뒤 표지의 안쪽 면을
채워 넣고 싶던 차에

 

리처드 E 그랜트          
 
앞뒤 표지의 안쪽 면을
채워 넣고 싶던 차에

 

영화 '위드네일과 나'에서
함께했던 랄프가 떠올랐죠

 

그림이든 뭐든
해 줄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승낙하셨어요
그래서 같이 작업했죠

 

벨라 루고시나 존 트라볼타
같은 유명인의 사진을 오려

 

제 얼굴에 붙였어요

 

- 괜찮았어
- 네

 

시작해 볼까

 

- 난 이것들 좀 손볼게
- 네

 

폴라로이드가 마르기 전에
손을 대서

 

두 이미지가
뒤섞이게 했어요

 

저건 직접...

 

- 필름에 직접 했지
- 필름에 직접...

 

마르기 전에 해야...

 

인물 사진을 찍은 다음
거기에 손을 댔지

 

멀쩡하게 잘 나온 사진을
가져다 일그러뜨리는 거야

 

그럼 내 그림처럼 돼

 

그게 내 작품의 정수였지
일그러뜨리되

 

유사성은 유지하는 것

 

결과가 좋길래
다른 작품들도 손을 댔어

 

제법 근사하더군

 

표현주의적인
느낌으로 바뀌었지

 

내 그림과 같은 스타일
이라서 마음에 들었어

 

그래서 여왕이나
다이애나비도 작업해 봤지

 

이건 퍼기인데
굉장히 잘 나왔어

 

이런 사진을 모아
책으로 만든 거야

 

대부분 이런 식이지만
특별한 사진이 하나 있어

 

아스펜의
제롬 호텔에 갔을 땐데

 

리셉션이 있었고 데이빗
호크니도 초대를 받았지

 

바에 데이빗이 있길래
난 뒤에 가서 섰어

 

카메라를 준비한 다음
불렀지, "데이빗"

 

뒤돌아볼 때 '찰칵' 하며
플래시가 터지니까

 

"잘 안 나올 텐데"
하더라고

 

모르는 소리

 

최고 걸작 중 하나인걸

 

시작할까요?

 

소리가 일그러지나요?

 

됐어요

 

전쟁 파일 196...

 

다시 갈게요
죄송해요

 

전쟁 파일
1963-2003

 

나는 반대한다

 

나는 전쟁을
극렬히 반대한다

 

60년대부터 작업한
내 그림들 중에서

 

우리의 무신경한 우둔함을
풍자한 것들을 찾고 있다

 

빠진 것도 있겠지만
무척이나 많다

 

달라질 건 없지만 양심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 한다

 

지도자들은 생각 없고
오만하며 미치광이다

 

랄프의 작품을 보면
에너지와 분노

 

독기가 뿜어져 나오죠
그래서 좋았어요

 

저도 랄프 같은 폭발력이
있었으면 좋았겠죠

 

아직도 변함이 없더군요

 

문제는 시위하던 우리들이
이제 늙고 지쳤다는 거예요

 

테리 길리엄          
 
소리치고 악을 쓰면서
세상을 조금 바꿨지만

 

 
 
만족할 만큼은 아니니
의기소침해지고

 

무력감도 느끼게 되죠
결국 사기가 꺾여 버려요

 

힘겹게
변화를 일구었는데

 

그 열매를 먹을
젊은 세대를 보면

 

우리의 노력이
허탈해질 뿐이죠

 

그런 일엔 관심도 없고
쇼핑만 좋아해요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는 거죠

 

랄프는 멈추지 못해요
저도 그럴 거예요

 

무덤에 갈 때까지
소리치고 악쓰고 떠들어도

 

아무도 안 듣겠죠

 

존 딜린저에게
아직 살아 있길 바라며

 

1986년 11월 28일
추수감사절에

 

고맙다, 들칠면조와
여행비둘기들아

 

미국인의 건강한 장을 통해
배변될 운명이어서

 

고맙다, 대륙아
훼손되고 오염되어서

 

고맙다, 인디언들아

 

쥐똥만큼의 저항과
위협만 가해서

 

고맙다
거대한 들소 떼야

 

죽어서 가죽이 벗겨진 채
썩고 있어서

 

고맙다
늑대와 코요테 현상금아

 

고맙다, 아메리칸 드림아
천박하고 기만적인...

 

1987년인가
1988년쯤

 

윌리엄 버로스의 이 육성을
녹음하게 됐는데요

 

헌터와 랄프의 세계와
너무 잘 통했습니다

 

 
 
 
당연히 랄프는
이걸 듣고 좋아했죠

 

핼 윌너             
음악 프로듀서          

 
당연히 랄프는
이걸 듣고 좋아했죠

 

핼 윌너             
음악 프로듀서          

 
 
도입부나 몽타주 등...

 

두 세계가 만나는
계기가 됐어요

 

고맙다, 신앙이란 미명 하에
게이를 죽여서

 

고맙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에이즈야

 

고맙다, 마약과의 전쟁에
혈세를 낭비해 줘서

 

고맙다, 국가야

 

내 일만 신경 쓰며 살지
못하게 해 줘서

 

고맙다
사방의 끄나풀들아

 

그래

 

고맙다, 모든 기억들아
너의 팔을 보라

 

넌 늘 골칫거리였고
지겨운 인간이었다

 

고맙다
최후의 가장 큰 꿈이

 

최후의 가장 큰 배신이
되게 해 줘서

 

그런 종류의
글과 그림을 보면

 

정말 감탄스러워요

 

우리 같은 사람은
머릿속에서 생각만 하지

 

끄집어내진
못하잖아요

 

이 양반들은
한 발 더 나가서

 

그 생각을 발전시키죠

 

랄프는 사적으로 만나면

 

정말로 따뜻하고
인심이 좋아요

 

그림하고는 딴판이죠

 

- 총 빼곤 다 있군
- 총이요?

 

- 총 빼곤 다 있어
- 잘 걷지도 못하셔

 

차에 두고 왔나 봐

 

그가 사격을 좋아해서
우리는 장소를 물색했고

 

거기에
과녁을 설치했어

 

열려 있을 땐
비어 있는 거야

 

- 알아들어?
- 네

 

좋아

 

총을 들고 있는 손이
사정없이 흔들리더군

 

이러면서...

 

탕탕탕 탕탕탕!

 

그렇게 6발을
다 쏴 버렸어

 

목이 날아갔어요

 

내가 그랬지
"윌리엄, 빗나갔어요"

 

전부 목에 맞았거든

 

그랬더니...

 

죽긴 죽었잖아

 

헌터나 윌리엄 버로스와
일할 때 좋았던 점은

 

그들이 여러모로
괴팍할진 몰라도

 

엄청나게
솔직했다는 거야

 

내가 그들에게 끌린 건

 

진짜 이야기를 쓰는 정직한
작가들이었기 때문이지

 

직접 경험한 걸 썼어

 

그래서 그들을 가리켜
저널리스트 작가라고 했지

 

자기들에게
일어난 일을 썼거든

 

정말 가관이야

 

내 꼴 좀 보라고

 

어정쩡하게
폼만 잡고 있어

 

- 몇 부나 나갔는데?
-4백만쯤?

 

뭐하는 짓이야!

 

사람 깔아뭉개는
재주는 최고라니까

 

잠깐 끊었다 가
기분 잡쳤어

 

그때 헌터를
마지막으로 본 건가요?

 

올빼미 농장에서?

 

그게 마지막이었지
그때가...

 

9월이던가...
2004년 10월일 거야

 

자네 집에서 그림 나부랭이
훔쳐 갖고 나올까 봐 그래?

 

그렇게는 안 해

 

빨리 어떻게 좀
해 보라고!

 

구제불능 새끼
또 무슨 꿍꿍이야?

 

방구석에
처박혀 있으라니!

 

랄프는
헌터를 좋아했어요

 

자기가 못하는 부분을
해 주길 바랐죠

 

본인은 더 책임감 있고
신중하고 너그러우니까요

 

첫째 날

 

영국인 화가
랄프 스테드먼은

 

BBC 제작진과 아스펜의
옛 친구 집으로 향한다

 

속으로는
서로를 인정했어요

 

키스 리처즈와
믹 재거처럼

 

서로 경쟁하는
파트너 관계다 보니

 

부딪쳤던 것뿐이죠

 

내 일이 뭐였는지
묻는다면

 

자네 치다꺼리하는
역할이었지

 

그 덕에 내 책의
삽화를 그린 거잖아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

 

내 삽화가 없었다면
누가 거들떠나 봤을까?

 

그러니까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는...

 

- 그래서 성공했지
- 삽화 덕에 성공했다고?

 

- 그래
- 히히히히

 

물론이야

 

지금껏 못 꺼냈던
얘기를 하는 거야

 

꾹꾹 눌러 참았던
분한 마음을...

 

많은 걸 시사하는군
그래

 

헌터도 랄프를 좋아했어요
형제 같은 친구였죠

 

그 멋진 두 사람이

 

같이 작업하고
우정을 나눴지만

 

때론 갈등도 있었습니다
둘 다 성격이 불같았고

 

특히나...

 

헌터는 술과 약물 문제도
있었으니까요

 

- 상관없어?
- 없지는 않지

 

자네도 알잖아, 헌터
무지하게 힘들었어

 

- 이유는 셀 수도 없고
- 누굴 때리고 싶은데?

 

제발 좀...

 

잠깐 끄고 얘기하지
이런 식으론 못 하겠어

 

- 그냥 가 버려
- 뭐?

 

- 머리가 핑핑 돌아
- 맙소사

 

헌터는 재미난 시절이
끝났다는 걸 깨달았어

 

양로원에 갈
시기가 된 건데

 

헌터 S 톰슨이
양로원이라니 상상이 돼?

 

몸서리치며 말하더군

 

"무시무시한
그림이 그려져"

 

"난 줄에 묶여
휠체어에 앉아 있어"

 

억지로 앉혀 놓으려면
묶어야지 어쩌겠어

 

꼼짝도 못 하는데

 

옆에 쭈그렁 할망구가
보이는 거야

 

바닥을 기어서
자기 쪽으로 오고 있대

 

불알을 만질 속셈이란 걸
본능적으로 알았지

 

헬스클럽에 갔던 아내
애니타는 그와 통화를 했어

 

그러다 멀찍이
어떤 소리가 들렸는데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듣진 못했지

 

그때 총을 입에 넣고
방아쇠를 당긴 거야

 

헌터의 아들은
책이 떨어지는 줄 알았대

 

이런 소리가 났거든

 

- 참 아이러니하지
- 네

 

이걸 보면 헌터는...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이해해 보자면...

 

철저히 본인 의지대로
살았던 분이니

 

떠날 때도
그러고 싶었겠죠

 

- 실제로 그랬고요
- 그랬지

 

- 참 애석해
-굉장히요

 

헌터가 정말 좋았고

 

너무나 보고 싶어

 

그립다고 해야겠지

 

헌터가 그렇게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한 작업의
존재 이유도

 

같이 사라져 버렸어

 

다시 할 수 없어졌으니까

 

종지부를 찍은 거야

 

나한텐 그게 제일
충격인 것 같아

 

모든 게 다 그렇잖아

 

결국엔 사라지지

 

랄프의 작품을 소장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조 페트로
랄프의 인쇄 담당

 
원본은 대부분
랄프가 갖고 있죠

 

 
 
 
자기 손을 떠나는 걸
원치 않거든요

 

하지만 랄프의 작품 원본을
가질 방법은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 원본이지

 

내가 각각 사인을 하고
번호까지 매기는 거니까

 

다 원본이야

 

특별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꽤나 많은
수익을 올려 줘

 

헌터의 기념 포스터 사인
제롬 호텔, 콜로라도 아스펜

 

전 판화 작가예요

 

전 세계 랄프 수집가들에게
작품을 팔죠

 

희망이 생기는 게
사실이야

 

원본을 갖고 있으면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근데 한편으론
좋기만 한 건 아니야

 

내 기질을 억누르거든

 

마음 같아선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어

 

내 성향과 맞지 않는

 

어떤 지점이
있는 것 같아

 

문제는
한두 장에 사인하거나

 

같은 그림을 두 번 그리는
정도가 아니란 거지

 

사인을 무려
800장이나 해야 돼

 

곤조는 죽지 않아요

 

랄프는 헌터를
살아 있게 하고

 

헌터는 랄프를
살아 있게 하죠

 

- 둘은 한 운명이에요
- 네

 

햇빛이 들어오는군

 

새어 들어오지?
테스팅 테스팅

 

1, 2, 3, 4

 

랄프
어떻게 지내세요?

 

글쎄...
좀 처져 있어

 

왠지 그래

 

걱정되고 불안하고

 

이유는 모르겠군
나이 먹어서 그런 건가?

 

모르지

 

언제까지 이러려나

 

한밤중에 잠이 깨서
화장실에 갔어

 

그런데 문득...

 

모든 게 조금
무의미하게 느껴졌어

 

그 점이 문제 같아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니까

 

왜 그렇게 애쓰며
살았던가 싶은 거지

 

왜 세상을
바꾸려고 했을까?

 

그래도...

 

세상을 바꾸는 건
해야 할 일이었어

 

나는 랄프가
평생을 바쳐 만든

 

아이디어와 이미지에
압도당했다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예술가의 노력에 감동했다

 

자네가 와서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 내니까

 

내가 살면서 너무 많은 걸
했던 게 아닌가 싶더라고

 

뭘 위해서 그랬을까?

 

더는 할 필요가 없어
할 수는 있겠지만

 

좋은 생각 같진 않아
공해만 일으킬 거야

 

시각적 공해라고
말해야 하나?

 

내가 예술가인지는
아직 모르겠어

 

그냥 삽화가라고 하지
삽화가가 좋아

 

미지와 불가능에 도전하는
예술가는 언제나 경이롭다

 

정말이에요, 랄프

 

당신은 영감을 줘요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가요?

 

- 괜찮았어요?
- 완벽해요

 

Origin by  Michael Arch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