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키퍼스 와이프

 

- 안녕, 이어직
-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좋네요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따라오렴, 아담
아침 산책 시간이야

 

안녕, 예쁜이들

 

좋은 아침이야
내 사랑

 

오셨어요?

 

우리 딸은 어때요?

 

오늘은
아무 탈 없어요

 

안녕, 카시아

 

그래

 

템보

 

우리 딸
예쁘기도 하지

 

안녕

 

- 좋은 아침, 자기
- 좋은 아침, 내 사랑

 

도와주러 왔어?

 

원작/ 다이앤 애커먼
'주키퍼스 와이프'

 

감독/ 니키 카로

 

1939년 여름
폴란드, 바르샤바

 

실화를 바탕으로 함

 

앞에선
횃불이 불타올랐고

 

뒤에선 광분한 동물의
숨소리가 들려왔죠

 

칠흑같이 어두운
한밤중이라

 

내 손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덜미로
그 숨결이 느껴졌어요

 

뜨겁고 끈적였죠

 

내가 훼방을 놔서
화가 난 거였죠

 

두 발자국
다가오더군요

 

난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소총을 꺼내서
들어 올렸는데...

 

그때 놈이
공격하더군요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쏠 수밖에요

 

완벽한 그림이었어요

 

그 아름다운 생명체를...

 

죽이지 않는 건
나한텐 신성모독이죠

 

하지만 녀석의
새끼는 살아남았어요

 

새끼들은 잘 자랐고

 

내 동물원의
자랑스러운 자산이 됐죠

 

건배

 

헥 씨는 베를린 동물원을
물려받았어요

 

아버님한테요

 

형님은 뮌헨 동물원을
운영하시죠

 

카나페 드시겠어요?

 

맛있어 보이지만
난 괜찮습니다

 

여긴 마그다 그로스,
조각가시죠

 

- 아시죠?
- 그럼요

 

그리고 또...

 

이런, 죄송합니다

 

부인은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남편분이
원숭이들이랑 노는 동안요

 

남편을 돕죠

 

다정하기도 하지

 

다정한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안토니나는 마법사거든요

 

고마워요
내가 가져갈게요

 

5, 6년 전에
만났었죠, 자빈스키 부인?

 

머리스타일이
바뀌었군요

 

 

그동안 더
아름다워지셨네요

 

농장 도둑고양이
꼴인데, 뭐

 

도둑고양이가 그 어떤 동물보다
감각이 발달한 거 압니까?

 

다른 어떤 사람보다
만나고픈 영리한 생명체죠

 

피아노 치나요
자빈스키 부인?

 

조금요

 

모두를 위해
연주해 주시죠?

 

딱 적절한 타이밍 같은데요

 

음악은 사나운 짐승도
달랠 수 있다잖아요

 

독일 왈츠를
연주하면 어때요?

 

덕분에 다 같이
독일군 걸음도 배우고 좋죠

 

스테판, 제발

 

- 안 그래요, 헥 씨?
- 여기서 이러지 마

 

히틀러가
폴란드를 노리고 있어

 

다들 하는 얘기
아닌가요?

 

난 아는 게 없습니다

 

난 동물학자지
정치인이 아니에요

 

엄마,
이어직 아저씨가 찾아요!

 

카시아 때문에요

 

실례합니다

 

조용히 해
놀라게 하면 안 돼

 

여기 가만히 있어

 

손전등 잘 들고

 

숨을 안 쉬어요

 

내가 왔어, 카시아
여기 있어

 

안녕, 템보

 

- 안녕, 템보
- 작업복 갖다드릴게요

 

다른 직원 부를게요

 

시간 없어요
숨을 못 쉬잖아요

 

내가 도와줄게, 카시아

 

제발 돕게 해줘

 

내가 도울게, 우리 딸

 

지금 총도 없습니다
멈추세요

 

가만있어요!

 

잠깐만...

 

코가 막혔어요

 

안 돼, 내가 할게

 

노력 중이야
애쓰고 있어

 

잠깐, 잠깐만요
가면 안 돼요

 

왜 무장하지 않았죠?

 

진정해, 템보

 

- 이름이 뭐죠?
- 템보요

 

템보!
템보, 착하지, 착하다

 

죽어가고 있어요!
이어직, 도와줘요!

 

눌러요, 이어직
눌러!

 

가렴
어서 가, 어서

 

숨을 쉬어요!

 

숨을 쉬어...

 

예뻐라!

 

정말 예뻐

 

굉장하네요

 

괜찮아

 

다 잘됐어, 우리 딸

 

당신은...

 

당신은 경이로워, 내 사랑

 

당신은 이 에덴 동산의
이브야

 

늦었어, 집에 가자

 

- 어서 오세요
- 안녕하세요

 

어서 가자!
가는 거야

 

엄마, 저 아저씨들
뭐 하는 거예요?

 

당나귀 같아요

 

오늘 날레프키 거리에
갔었어

 

유대인들을
짐 나르는 동물처럼 부리더라

 

내일 리스를 데리고
바르샤바를 빠져나가

 

어디로 가라고?

 

잘레시에 있는
내 사촌들하고 지내

 

여긴 너무 불안해

 

가능할 때
리스를 여기서 빼내야 해

 

하지만
이제 곧 개학이고

 

리스가 얼마나 들떠 있다고
새 연필이며 신발도...

 

이해 못 하는구나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난 이곳이 굉장히
위험한 것 같아

 

그럼 당신은?

 

동물들 때문에
남아 있어야지

 

하지만 최대한 빨리
그리로 갈게

 

여보, 히틀러와 스탈린이
협정에 서명했어

 

폴란드만
중간에 끼게 됐다고

 

사람들이 떠나고 있어

 

잠깐 잘레시에
머물 순 있겠지만

 

전쟁이 시작되면
이 나라를 떠야 해

 

난 도망치기 싫어

 

리스를 겁먹은 고양이처럼
떠돌게 할 순 없어

 

여기가
그 애 집이야

 

미안해, 여보

 

이리 와, 어서

 

미래가 불확실할 때
사람들은 도망치지

 

그게 본능이야
늘 도망쳐

 

이리 와

 

아이한테 좋지 않아

 

그건 아니야, 얀
정말이야

 

우리 아들이
그렇게 사는 건 싫어

 

제발, 난 여기
남고 싶어

 

바르샤바에...

 

알겠어

 

1939년 9월 1일

 

리스?

 

리스!

 

저 비행기들 좀 봐요

 

안으로 들어가자

 

아빠는 어딨어요?

 

플롱스크!
잘레시에서 만날 거야

 

판초는요?

 

어서 짐 싸!

 

- 안 돼요
- 리스, 판초는 내려놔!

 

안 돼요, 싫어요

 

- 문 열어두면...
- 무서워하잖아요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거야

 

가자!

 

엄마

 

당장 동물원에서
대피하세요!

 

폴란드 군입니다

 

야생 동물들이
탈출했습니다

 

긴급 상황입니다!
긴급 상황입니다!

 

당장 대피하세요!

 

아이 데리고
어서 가세요

 

어서요, 어서!

 

안 돼요, 쏘지 마세요
쏘지 말아요!

 

- 안 돼요!
- 안 돼, 엄마...

 

저기요
잘레시행 기차는 어디서 타죠?

 

오늘 기차는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오늘 기차는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당장 역에서
나가 주세요

 

아빠!

 

안토니나!

 

리스, 이리 온

 

길 잃은 줄 알았잖아

 

이리 온, 어서

 

당신이 우릴 찾다니...

 

집으로 가자

 

아들, 한번 날아볼까?

 

어서 와, 여보

 

판초!

 

판초, 나 왔어

 

이제 괜찮아

 

판초도 괜찮아요, 엄마

 

이런, 가여워라

 

많이 무서웠지?

 

독일 정부가 폴란드 국민을
통치할 것입니다

 

우리 바르샤바 국민들은

 

독일군을 고요하고 영광스럽고
또한 침착하게

 

맞이할 것이며...

 

군인들이에요, 엄마

 

가자

 

놈들이 우리 동물원을
무기고로 쓰고 있고

 

이 나라는
독일군 소굴이 됐어

 

난 이들과 함께 자랐어

 

유대인과 비유대인

 

내 가족이나
나한텐 문제되지 않았는데

 

헥 씨

 

고마워요, 이어직

 

안녕하세요

 

끔찍하군요, 자빈스키 부인

 

네, 그렇죠

 

이렇게 오실 줄
몰랐어요

 

정말 죄송하네요
남편이 지금 없어서...

 

얘기 좀 할까요?

 

그럼요, 가시죠

 

이 동물원은
압류됐어요

 

이런 소식 전해서
미안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전쟁물자 때문이에요

 

고기, 땔감, 비누

 

안 돼요

 

그럴 순 없어요

 

동물들은요?

 

전부 다요?

 

또 다른 비극이죠

 

하지만...

 

방법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온 겁니다

 

내 말을 잘 듣고
날 믿어야 해요

 

내가 당신 동물을 대여 형식으로
독일로 데려가서

 

보호구역에 넘기는 거죠

 

이 일은
날 믿고 따라줘요

 

전쟁이 끝나면
돌려줄 겁니다

 

독일까지
전쟁이 번지면요?

 

끔찍한 일이죠

 

제겐 특히나
악몽이겠지만...

 

연합군 병력이
매우 약해졌어요

 

전쟁은 곧 끝날 겁니다

 

난 당신의 우량 동물들을
구하고 싶어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안전하게 돌볼 수 있어요

 

우리가 힘을 합치면 됩니다
자빈스키 부인

 

우리 둘이 동물들을
구할 수 있어요

 

어때요?

 

좋아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가능한 빨리
트럭을 가져올게요

 

동물들은 안전할 거예요
내가 약속하죠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동물 애호가끼리
당연한 일이죠

 

무슨 말이야?

 

루츠 헥이
동물들을 가져간다고?

 

아니, 우량 품종만
보호 차원에서

 

우리 동물이잖아, 여보

 

동물원을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동물들이야

 

그자는 왜
날 기다리지 않은 거지?

 

시간이 없다고 했어

 

얀, 그 사람
우릴 돕고 싶어해

 

그래서 내가
허락한 거야

 

우리의 허락 따윈
필요 없어

 

모르겠어? 그자는
히틀러의 수석 동물학자야

 

루츠 헥이
우리 동물원을 관리한다고

 

세상에!

 

이어직, 잠깐만요
기다려줘요

 

안전하게 있어야 해
예쁜아

 

헥 씨의 트럭에 넣어

 

가지

 

고마워요, 얀
잘 가요, 자빈스키 부인

 

마을의 부자 구두장이는
치수를 재서

 

자기 방으로
가져갔어요

 

방엔 예쁜 구두로 가득한
유리 진열장이 있었죠

 

그녀는 자리에 앉아
계속 구두를 만들었고

 

작은 구두가...

 

아빠가 새해 맞이하려고
시간 맞춰 오셨나봐

 

새해 복 많이 받게

 

꼭 필요한 일인가?

 

 

멈춰!
무슨 짓이에요?

 

어차피 겨울을
못 넘길 녀석들이요

 

상부 지시라
달리 방법이 없군요

 

안 돼요, 제발!

 

엄마! 누가
총 쏘는 거예요?

 

엄마, 총을 쐈어요
누가 쏜 거예요?

 

하지 말라고 해요

 

동물원장은 어딨소?

 

안 계십니다

 

부인한테
얘기 좀 하자고 전해요

 

휴가차 떠나셨습니다

 

아까 본 것 같은데
잘못 본 모양이군

 

박제해서 걸어놔

 

1940년 10월

 

- 계속 가렴, 얘들아
- 코르착 박사님

 

- 그렇지
- 코르착 박사님?

 

잘 따라와

 

떨어지지 말고

 

유대인들을
집에서 끌어내서

 

전부 게토로
데려가고 있어

 

모리치를 범죄자처럼
끌고 갔어

 

그렇게 똑똑하고
착한 사람을

 

놈들이 보내는 곳으로
가는 수밖에...

 

그러다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다시 돌아오겠지

 

우린 어릴 때부터
친구잖아, 얀

 

말해, 지몬
필요한 게 뭐야?

 

내 곤충 컬렉션을
보관해줘

 

가져갈 순 없고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어

 

내 평생을 바친
일이니까

 

물론이지, 지몬
지하실에 둘게

 

요새 같은 곳이라
아무도 못 찾을 거야

 

고마워, 얀
정말 고맙다

 

우리 집에 방 있잖아

 

위층에 창고가 있고

 

거기에 마그다를
숨기면 안 될까

 

안토니나

 

사람을 숨기는 일이야

 

우리 집에
유대인을 숨기는 거라고

 

물 한 잔도
줄 수 없을 거야

 

그건 알지?

 

물 한 잔에
우리가 사살될 수도 있고

 

그래서 모른 척하고
그냥 가게 둬?

 

누구보다 친한 친구를?

 

확신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이야

 

생각 잘해, 왜냐하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아침엔 절대
아무 소리도 내면 안 돼

 

절대로!
알아들었지?

 

요리사가 1시에 떠나

 

낮엔 잠을 자고

 

자정에 순찰대가 떠나면
그때 나오면 돼

 

여기선 얼마나
지낼 수 있지?

 

난 갈 데가 없는데...

 

전쟁 끝날 때까지
여기서 지내

 

끝났어

 

모든 유대인을 날레프키 구역
게토에 가뒀대

 

식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군

 

맙소사

 

땔감도 없어서
추위도 심각하고

 

모리치 소식은
들은 거 없어?

 

법률 일 한다고
들은 게 다야

 

게토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어, 마그다

 

통행증 없이는
게토에 출입할 수 없어

 

있잖아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유대인들을 돕고 싶어해

 

그들은 트럭도 있고
총도 있어

 

동물원을 중간 기착지로
쓰고 싶다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안전가옥을 마련할 때까지
유대인들을 숨길 곳 말야

 

마그다는 우리 친구고
한 명이잖아

 

하지만
그 이상이라니...

 

그건 위험해
당신도 그랬잖아

 

그들은 굶주리고 있어

 

고작
2킬로미터 너머에서

 

천장에 갇힌 생쥐처럼
쫄쫄 굶고 있다고

 

몇 명인데?

 

그건 알 수가 없어

 

얼마 동안?

 

그들이 지낼 곳을 찾을 동안
여기 있어야겠지

 

사람 동물원이네

 

동물원을 재개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어

 

그리고 놈들의
눈앞에서 일을 벌여야 해

 

육군성에서 우리 동물원을
폐쇄하려고 한다죠?

 

점령에 따른
안타까운 결정이죠

 

미안합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우린 다시 열고 싶어요

 

수년을 공들여 지었거든요
이해하시겠죠?

 

그럼요
뭘 제안하려는 건가요, 부인?

 

돼지 농장요, 헥 씨

 

돼지 농장?

 

농담인가요?

 

군인들이 굶주려 있어요

 

장교들에겐
고기가 필요하죠

 

우린 동물원을
다시 열어야 해요, 루츠

 

우리가 돼지를 키워
군인들에게 제공하고

 

우리 동물원도
지키는 겁니다

 

돼지라... 농장이
효율적이긴 하죠

 

돼지 사료는 어쩌고요?

 

게토에서
음식쓰레기를 가져오면 돼요

 

물론 허락해주신다면요

 

무슨 말인지 알겠군요

 

두 분 동물원의
가치는 인정합니다

 

특히 들소가 훌륭하죠

 

그런 완벽한 표본을
잃는 게 안타까워서

 

괴링 씨에게
이야기해봤는데

 

제 말에
동의해 주셨고

 

덕분에 올 여름에
번식 연구를 시작합니다

 

들소를
번식시킨다고요?

 

아뇨, 그렇다면
발전도 미래도 없는 연구겠죠

 

난 들소를 가지고
오록스를 번식시키려 합니다

 

오록스?

 

이미 3백 년 전에
멸종했잖아요, 루츠

 

이젠 책에서나
볼 수 있죠

 

내 말이 그 말입니다
그 동물을 만들 거예요

 

불가능해요

 

날 그렇게 과소평가하는 줄
몰랐네요, 자빈스키 박사

 

난 평생을
유전학 공부에 바쳤고

 

동물 번식학 분야에
경험이 풍부해요

 

난 이 분야
전문가란 말입니다

 

어느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해요

 

당신보다도

 

괴링 씨가 많이
자랑스러워 하시겠어요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돼지 농장은
가능할 것 같군요

 

괴링 씨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아이러니하네요

 

유대인들의 쓰레기로 만든
비유대인들의 농장이

 

유대인들
코앞에 있다니

 

건배!

 

어서 와요, 루츠
저건 뭐죠?

 

우리 안으로 몰고
문을 닫아!

 

성질 더러우니
조심하고

 

여기서 번식시키려고요?

 

자연 서식지가
필요하던 참에

 

이 동물원이 생각났죠

 

그리고 육군성을
설득하려는데

 

두 사람이
날 찾아온 거예요

 

마치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돼지 덕분에
일이 쉬워졌죠

 

별난 아이디어가
행운이 되어 찾아온 거예요

 

내가 그 사람을
맡을게

 

그를 여기에서
감시하는 거지

 

그자가 당신을 믿는 건
확실하니까

 

당신이 그자를
잘 다루기도 하고

 

당신한테 이런 걸
어떻게 부탁할지 모르겠군

 

그럼 하지 마
내가 스스로 할 거니까

 

사료가 준비됐다니까
가져와야겠어

 

이따 봐, 여보

 

바르샤바 돼지 농장주로군

 

올려, 올려!

 

좋아 보이네요
괜찮아요

 

자빈스키!

 

실례합니다

 

돼지고기야
얼른 숨겨

 

마그다는 어때?
잘 있어?

 

그래, 네 걱정 많이 해

 

내가 뭘 어쩌겠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

 

유대인이니 어쩔 수 없지

 

생각보다 더 심각해

 

저기 어린 소녀가 있는데

 

어린 앤데...
군인 둘이 같이 있어

 

아무도 안전하지 않아

 

이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어

 

우리한테 뭘
어쩌려는 걸까, 얀?

 

고마워

 

고맙다

 

이제 그만하자, 얘들아

 

우리 수프에 넣을
건더기도 남겨야지

 

- 코르착 박사님
- 미안해요, 먹을 게 없어서...

 

아뇨, 아닙니다
제가 죄송하죠

 

조용히 얘기 좀 하시죠
도움을 드리려고요

 

네, 물론이죠

 

돼지고기예요
나중에 더 가져올게요

 

여기서
빼내드릴 수 있어요

 

박사님 책을 아는 사람들이
돌봐줄 겁니다

 

저와 함께 떠나시죠
코르착 박사님

 

그럼 아이들은요?

 

아이들은 어떻게 되죠
자빈스키 박사님?

 

내 마음도 당신과
다르지 않아요

 

난 여기 있으면 안 되고
애들도 여기 있으면 안 되고

 

당신도 여기 있으면
안 되죠

 

가, 어서!

 

잘 숨어

 

도와줄게
조용히 해야 한다

 

아주 조용히

 

자, 들어가, 어서

 

비켜봐

 

멈춰!

 

벤, 잘 들어

 

너희를 지하로 데려갈 테니
거기서 밤을 보내고

 

독일 순찰대가
새벽에 돌아오니까

 

그 전에 일어나서

 

바르샤바를 빠져나가
알아들었지?

 

어서 가
눈 똑바로 뜨고

 

이쪽이야
터널 속으로

 

안녕

 

얘야

 

요리사가
매일 아침에 올 거야

 

제발 아무
소리도 내지 마

 

네 이름을 말해줄래?

 

내 이름은 안토니나야

 

낯선 곳에 와서
기분이 이상하겠지만

 

약속할게
전부 다 괜찮을 거야

 

너만 좋다면
같이 있을게

 

나 여기 있어

 

지금이야

 

고생했어, 얀

 

군대가 롬자에서
소년들을 기다리고 있어

 

행운을 빈다

 

네 가족을 말해주면
찾아줄 수 있어

 

어쩌면 여기로
데려올 수도 있고

 

얼마나 끔찍한
시간을 보냈을까

 

우리 아버진 돌아가셨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사살되셨지

 

난...

 

그때 난
네 나이쯤이었어

 

가끔은 친구들
집에서 지냈고

 

낯선 집에도 있었지

 

우린 오랫동안
도망 다녔어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아무도 몰라

 

숨어서 사는 삶 말이야

 

내 적이 누군지
절대 모르거든

 

누굴 믿어야 할지도

 

어쩌면 그래서 내가
동물을 사랑하는 걸지도 몰라

 

이 아이들의
눈을 보면

 

그 마음까지
훤히 다 보이거든

 

사람들이랑은 다르지

 

우린 동물원에서 살아

 

네가 있는 곳이
거기야

 

동물원

 

폭격 때문에
동물의 대부분이 죽었어

 

하지만 이 녀석은...

 

살아남아줬지

 

이쪽이요

 

여자들과 아이들은
여기 지하에 머물 거예요

 

여러분이 살 만한
안전가옥을 찾을 동안요

 

포섬이 되는 거야

 

요리사가 있는
아침엔 잠을 자야 해

 

자정이 돼서
피아노를 치면

 

그땐 나와도
된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낮에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숨어야 해요

 

오늘 참 춥네요

 

수프를 냄비 두 그릇 정도
끓여줄래요?

 

올 여름에
짝짓기하려고요

 

- 곧 발정기가 올 거예요
- 내일쯤일걸요

 

정확해요

 

내 얘기 때문에
많이 지루했을 것 같네요

 

전혀요

 

오히려 즐거웠어요

 

그래요?

 

이만 가봐야겠네요

 

잘 있어요, 안토니나

 

시간이 별로 없어요
애스저 씨

 

친구들이 라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리스, 위층으로
모셔다드려

 

잘 가, 사촌
또 놀러와야 해!

 

난 항상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는데

 

영 소질이 없었어

 

언젠가
네가 가르쳐주겠니?

 

네 토끼 봐도 돼?

 

얘 이름이 뭐야?

 

난 피오트르라고 불러

 

우리 오빠 이름이었어

 

그럼...
네 이름은 뭐야?

 

우르줄라라고 해

 

우르줄라는
'여자 곰'이란 뜻이야

 

그거 아니?

 

 

아빠가 말해주셨어요

 

안녕, 어서 와

 

오늘은 참을 만했어요

 

헥 씨 오셨습니다

 

놀랐잖아요
오실 줄 몰랐는데

 

반가운 놀라움이겠죠

 

물론이죠
언제나 반가운 놀라움이죠

 

다른 놀라운
소식이 있어요

 

우리 암소가
준비됐어요, 가죠

 

밧줄을 잡고
진정시켜요

 

착하지

 

자, 착하지
그래, 그래

 

그렇지

 

그래

 

당신 신발 어딨어?

 

우리 안에 놓고 왔나봐

 

얼른 신어
당신이 어린애야?

 

위층!

 

쉿!
어서 가, 어서

 

- 네?
- 자빈스키 박사님?

 

 

전 지글러 박사입니다

 

게토 노동부의 부장이죠

 

곤충을 보러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어제 지몬이 죽어서요

 

지몬과 전
여러 번 함께 사냥했었죠

 

저도 곤충에 상당히
일가견이 있답니다

 

아마추어 곤충학자라고
할 수 있지요

 

훌륭해요

 

정말 놀라운
수집품이군요

 

지몬은 궤양으로
숨졌습니다

 

복내에서 터졌는데
살릴 수가 없었죠

 

제겐 참
비극적인 일이에요

 

참 존경하던
친구였으니까요

 

지몬한테
박사님 얘기를 들었어요

 

그러니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더군요

 

잘 들어요

 

게토의 벽과
노동부 건물이 맞닿아 있어요

 

문이 두 개인데

 

하나는
도시 방향으로 열리고

 

다른 하나는
게토 방향으로 열리죠

 

들어가는 문 하나
나오는 문 하나, 알겠죠?

 

 

어느 쪽으로든
출입 가능한 서류를 드리죠

 

자빈스키 박사님
노동부에 잘 오셨습니다

 

당신이 일꾼들을 데려가면
내가 뒤처리를 할게요

 

자빈스키 박사님이다
나랑 일하는 분이야

 

어디든
통행 가능하게 해드려!

 

잘 봐!
자빈스키 박사님이다

 

언제든
통행 가능이다

 

문 열어!

 

함께 일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데리고 나와
가능한 많이 데려와

 

가요

 

따라와요

 

고마워요
나가요

 

오른쪽, 오른쪽

 

조심

 

잘 가요, 또 만나요

 

이 사람 누굽니까?

 

무슨 말이야?
나랑 일하는 사람인데

 

난 자빈스키 박사네

 

하지만 저분은 누구죠?
처음 보는데요

 

클라인하우저 박사고
나랑 일하는 사람이야

 

내가 노동부로 가면
좋겠나?

 

지글러 부장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면 좋겠어?

 

부장님한테 굳이
여기까지 와서

 

나랑 일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게 하겠다?

 

원하는 게 뭐야?

 

죄송합니다
자빈스키 박사님

 

죄송합니다
클라인하우저 박사님

 

계속 걸어

 

마그다

 

내가 여기 있어도
괜찮겠어?

 

네 가족이
위험해질 거야

 

안 잘 거야?

 

잠이 안 와

 

괜찮아

 

그냥 잠깐 같이
누워 있으면 되지

 

그 자식 오늘 왔어?

 

 

암컷이 아주 강해
봄에 새끼 낳을 거야

 

그 자식이... 닦아줬어?
당신 손을 씻어줬어?

 

아니

 

 

 

당신 오늘 걸릴 뻔했어

 

안토니나?

 

왜 그래?

 

미안...

 

무슨 소리야...
미안할 게 어딨어?

 

난 옳은 일을
하고 싶은데...

 

내 마음은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새로운 세상이야
안토니나

 

우리 삶이
뒤집어졌는데

 

지금 어느 누가
뭘 알 수 있겠어?

 

부인,

 

계속 연고를 사용하세요
자빈스키 부인

 

제 처방대로
손에 바르셔야죠

 

이제 맥박을
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 자리 좀 피해줄래요?
- 네, 네

 

죄송합니다, 선생님
들어오시는 걸 못 봤어요

 

그동안 사육사들도
거의 다 내보냈잖아요

 

힘든 시기라 그렇지
당신 탓은 아니에요

 

그동안 두 분이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요

 

이젠 제가 보답해야죠

 

조심하세요

 

주목! 주목!

 

내일 게토의 대피가
시작될 예정이다

 

짐을 챙기고
재정착을 준비하라

 

1942년 8월 5일

 

자, 옛날이야기를 들어보렴
내가 쓴 거란다

 

어린이들의
이야기인데...

 

코르착 박사님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로'라는
땅으로 가는데

 

거기서 '지'라는
위대한 마법사를 만날 거예요

 

나랑 아주 친한
친구랍니다

 

코르착 박사님
밖에 제 차가 있어요

 

바로 밖에요
저기요

 

불가능해요

 

지금 날 좀
도와주면

 

두려움을 잊는 데
힘이 되겠네요

 

복 받을 겁니다
자빈스키 박사 잘 가요

 

우릴 위해 기도해줘요

 

이게 뭐야?

 

이게 누구신가?

 

바르샤바의 돼지 농장주

 

돼지 농장주는
이제 뭘 하려는지 궁금하군요

 

아무도 모르죠, 헥 씨

 

놀라운 일을 할지도

 

그자는 아무 때나
여기 나타나서

 

당신을 멋대로
만져대는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난 그 사람 거절 못 해

 

처음부터 동의하고
시작한 일이잖아

 

우리 계획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이런 일엔
동의한 적 없어, 절대

 

뭐?

 

당신과 그 자식이
놀아나는 춤판 말이야

 

당신은 모르는구나
난 그 사람이 두려워

 

절망적인 사람들이 가득한
이곳에 난 혼자 있고

 

그 사람은 여길 와서
나한테 겁을 줘

 

그런데 당신은
여기에 없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당신도 없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안토니나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데

 

당신은 여기 있지

 

여기 숨어서
무사하고 안전하게

 

당신은 몰라
아무것도 몰라

 

노인들, 여자들, 아이들

 

갓난아기들까지

 

난 도우려고 애쓰는데
내 앞에서 죽어가고 있어

 

당신은 몰라

 

당신은 그게
어떤 건지 몰라

 

여기서 이렇게
남자랑 놀아나고 있다니!

 

얀, 모르겠어?

 

그 사람이
우릴 잠식했어

 

우릴 삼켜버렸다고

 

안토니나, 안토니나

 

안젤로브나 부인?

 

1943년 4월
안젤로브나 부인?

 

1943년 4월

 

1943년 4월
네?

 

1943년 4월
모친은요?

 

나오세요, 나와요

 

나와요

 

여기에 무릎 꿇어요

 

무릎 꿇어요

 

- 앉아
- 어서!

 

머리칼 때문이었을까?

 

머리색깔 때문에?

 

그렇지 않아

 

하숙집의 누군가가
밀고했을 거야

 

바로 오늘 1943년
4월 19일

 

아돌프 히틀러의
생일 전날

 

하인리히 힘러
제국지도자가

 

바르샤바 게토 폐쇄를
선언했습니다

 

바르샤바 시민들이여
모두 일어나

 

우리 형제 자매들의
싸움에 동참하십시오

 

오늘부터 게토는
사라질 것입니다

 

바르샤바 게토는
이제 없습니다

 

오늘은 4월 19일이야

 

오늘 밤에
유월절이 시작되지

 

유월절 만찬을
해도 될까요, 안토니나?

 

요리법은
전부 기억해요

 

눈이 와요

 

뭐지?

 

엄마?

 

게토를
불태우고 있어

 

'히틀러는 패배자다'

 

현금이랑 서류예요

 

마이젤 부인은
브람키로 옮기고

 

포즈난스카 부인은
폭살가로 데려간데요

 

- 얀
- 알겠어요

 

여긴 어떻게 왔어?

 

아빠 따라왔어요

 

아무 데도
못 가게 하잖아요

 

따라가

 

- 이거 놔요
- 조용히 해!

 

태워버려

 

엄마 어디 계시지?

 

병원 가셨어요

 

아빠는?

 

잘레시에
계실 거예요

 

잘레시?
거긴 추울 텐데

 

가신 지 얼마나 됐지?

 

일주일 아니 한 달요

 

한 달? 오래됐구나

 

며칠 전에
본 것 같은데 말이야

 

아뇨, 말했잖아요
잘레시에 계세요

 

난 잘레시가 좋아

 

호수에서 수영도 하고...
참 아름답지

 

너도 수영하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주라비아 거리에서
네가 아빠한테 소리 질렀니?

 

아뇨

 

그럼 왜 소리 질렀니?

 

전 동물원을
떠나면 안 되거든요

 

네 엄마, 아빠와
이야길 나누고 싶구나

 

내가 왔었다고 전해주렴

 

 

근데 아빠는
잘레시에 계세요

 

깜빡했네

 

아빠는
잘레시에 계시지

 

다시 알려주다니
착한 아이구나

 

부모님이 참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꼭 자랑스러워하라고
말씀드리렴

 

하일 히틀러!

 

하일 히틀러

 

히틀러는 패배자다!

 

물러서

 

여동생이에요, 아빠

 

테레사라고 이름 지었어요
성인을 따라서요

 

좋은 이름이네

 

정말... 예쁜 이름이야

 

안녕, 테레사

 

- 당신 괜찮아?
- 응

 

환상적이야

 

바르샤바에 알립니다
바르샤바에 알립니다

 

1944년 8월 6일
바르샤바에 알립니다

 

나치 친위대에 맞서
폴란드군이 봉기했습니다

 

바르샤바의
위대한 국민 여러분

 

이 도시와 나라의
자유를 되찾아야 합니다

 

- 독일군이 막을 순 없습니다
- 따라와

 

바르샤바에 알립니다
바르샤바에 알립니다

 

공격!

 

조준

 

사격

 

어서 가!

 

공격해!

 

목에 총상을
입었다고 들었어요

 

독일군이 수용소로
데려갔다고 하는데

 

어디에 있는진
아무도 모른답니다

 

죄송해요, 부인

 

바르샤바에 알립니다
바르샤바에 알립니다

 

바르샤바 시민 여러분
당장 피신하기 바랍니다

 

이 도시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반복합니다
안전하지 않습니다

 

옮길 수 있는 만큼의
짐만 꾸려서

 

당장 떠나십시오

 

바르샤바에 알립니다

 

아군의
장악이 계속되며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됐고
독일군의 패망이 예상됩니다

 

안전하지 않습니다

 

바르샤바에 알립니다

 

헥 씨가 들소를
바르샤바 밖으로 옮기려고 해요

 

동물원을
떠나시면 안 돼요

 

남편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야겠어요

 

- 부인
- 알아내야 해요

 

1945년 1월

 

짐을 쌌네요?

 

전쟁의 기류가
변했으니...

 

베를린 복귀
명령을 받았죠

 

우리한텐
안타까운 일이네요

 

우린 많이
아쉬울 거예요

 

친구로서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남편을 찾고 있어요

 

독일군에게 붙잡혔어요

 

동물원에서 잡혀 갔나요?

 

아뇨, 올드타운에서요

 

지하군이 올드타운에서
전투를 일삼곤 하죠

 

얀은 왜 거기 있었죠?

 

들소한테 줄
건초를 사다 잡혔어요

 

뭐라고 했죠?

 

얀은 건초를 사다
붙잡혔어요

 

여기 온 진짜
이유가 뭐죠, 안토니나?

 

당신이 남편 찾는 걸
도와주길 바래서요

 

우리 우정에 따른
선물로요

 

죽었을 겁니다

 

그럴 수도 있죠

 

난 아무것도 몰라요

 

당신은 그 답례로
무슨 선물을 줄 거죠?

 

궁금하군요

 

그동안 얀이 내게
비밀을 감추고 있었나요?

 

그렇지 않아요

 

지금 거짓말하는 겁니까,
안토니나?

 

아뇨, 난 그저 남편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고

 

만약 죽었다면
묻어 주고 싶어요

 

"히틀러는 패배자다"

 

당신 아들이
그렇게 말하더군요

 

아직 어린애잖아요

 

걔한텐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에요

 

그냥 장난이죠

 

- 들은 대로 반복한 거예요
- 어디서 들은 거죠?

 

난... 몰라요

 

항상 사람들이
왔다 가니까요

 

누가 왔다 가죠?

 

군인들이며 경비병...

 

정말이에요
걔한텐 아무 의미 없어요

 

아빠한테 들은 겁니까?
그래요?

 

아뇨!

 

아니에요

 

거짓말하고 있군요
안토니나

 

당신 눈에 쓰여 있어요

 

안 돼!

 

안 돼, 안 돼, 루츠!

 

안 돼!

 

날 봐요

 

날 봐

 

당신 역겨워

 

그랬던 거군

 

그동안 잘 숨겼어

 

그런데 궁금한걸

 

나한테 뭘 또
숨겨왔을까?

 

그동안 당신의 동물원에서
무슨 짓을 꾸며온 거지?

 

실례합니다, 잠깐만요!

 

이어직!

 

그들을 피신시켜야 해요

 

루츠 헥이 올 거예요

 

폭격이 시작된대요!

 

- 여긴 고립된 곳인데...
- 헥 씨가 철수하래요

 

짐 챙겨요
놈들이 오고 있어요

 

서둘러요
독일군이 와요

 

어서!

 

얼른요!

 

어서!

 

트럭으로 가요!

 

빨리 가세요

 

빨리요, 서둘러요!

 

어서!

 

전쟁 끝나면 돌아와
약속해!

 

우리가 데려갈게요
빨리 가자, 얘들아

 

리스, 트럭에 타

 

- 난 안 가요
- 리스!

 

싫어요!

 

테레사 데려가요
금방 따라갈게

 

- 빨리 온다고 약속해요
- 응, 어서 가요

 

찾아갈게요, 가요!

 

내려가서 숨어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어서 수색해

 

이봐!

 

멈춰!

 

멈춰!

 

루츠

 

총 내려놔!

 

총 내려놓으라고 했다!

 

제발

 

하지 말아요

 

몇 명이지?
대체 몇 명이나 숨긴 거요?

 

숫자는 몰라요

 

잠가, 잠그라고!

 

그렇게 해, 리스

 

저 사람 말대로 해
시키는 대로

 

어서!

 

어떤 남자가 순수한 아이를
총으로 쏘겠어요?

 

내가 어떤 남자인지
상상도 못 할 거요

 

난 알아요
알아요, 루츠

 

당신은 진지한 남자예요

 

당신은 지적이고
번식에 대한 전문가죠

 

어린애한테 총을 쏘는
남자는 아니에요

 

엄마!

 

안 돼요, 루츠
안 돼요!

 

안 돼!

 

리스

 

엄마, 엄마

 

울지 말아요, 엄마

 

울지 마요

 

나 여기 있어요

 

여기 있어요

 

엄마, 못 걸을 것 같아
좀 도와주겠니?

 

1945년 9월
바르샤바

 

1년 후

 

여러분!

 

이어직!

 

왔니?

 

여기 계셨네요!

 

여기가 내 집인데
달리 어딜 가겠니?

 

집에 오셨네요

 

리스, 이거 봐

 

봐, 이게 딸기야

 

얀...

 

얀!

 

거의 300명의 유대인이
독일의 폴란드 점령 기간 동안

 

바르샤바 동물원과
자빈스키 빌라에 숨어 있었고

 

그중 2명인
로사 안젤로브나와 그녀의 모친이

 

하숙집으로 옮긴 후
살해됐을 뿐

 

나머지는 모두 생존했다

 

20여 년 후
안토니나와 얀 자빈스키는

 

이스라엘의 야드 바셈에 의해
'의로운 시민'에 선정되어

 

전쟁 동안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해
싸웠던 공로를 인정받았다

 

루츠 헥은 베를린으로
돌아갔으나

 

그의 동물원은
연합군에 의해 파괴되었고

 

멸종된 오록스를 번식시키려던
그의 계획은 실패하고 만다

 

바르샤바는 독일군과
러시아군에 의해 파괴되고

 

6퍼센트 미만의
인구만 살아남게 되지만

 

자빈스키 가족은
동물원을 재건해냈고

 

바르샤바 동물원은
오늘날까지 운영 중이다

 

번역 윤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