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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월 11일

 

비극적인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규모 9의
전례 없는 지진이

 

지축을 뒤흔들었고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하며

 

광대한 지역이 황폐화됐습니다

 

희생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 재앙으로 야기된

 

피해 규모는
현재로서는

 

추산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해외에서 온 자원봉사대가

 

대규모 구조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어

 

폐허가 된 지역과
일본을 재건할 것입니다

 

그 성공을

 

함께 기원해 주십시오

 

사상자 수는?
대략적으로?

 

여기서만 8천입니다

 

어려운 상황이죠
언제 무너질지 몰라서

 

장비도 투입 못 하죠

 

건물 자체가

 

위태롭습니다

 

지금까지 28명 구조했습니다

 

식당 쪽에
다섯 명이 더 있다고 합니다

 

여자 둘에 남자 셋인데
모두 독일인이랍니다

 

저쪽입니다

 

비가 내리며 진흙에 막혔죠

 

틈을 파헤치고
관찰용 카메라를 넣었어요

 

반대편에서도 작업 중이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심하게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만 위로 덮친
잔해와의 틈이 30cm에 불과하죠

 

무척 위태롭습니다
언제 내려앉을지 모르거든요

 

안심해라

 

난 의사란다

 

한 사람씩 말해

 

산소가 부족하니
한 명씩 말하는 게 좋아

 

내가 질문하면 대답하렴

 

지금 상황은?

 

이름은?

 

니나예요

 

들려요?

 

다섯 명이 있어요

 

모두...
아직은 살아 있어요

 

좋아, 어떻게 할지
말해줄 테니 잘 들으렴

 

가만히 있어야
산소를 아낀다

 

거기서 나온 뒤

 

자세한 얘기를 하자

 

제발, 가면 안 돼요

 

얘길 하고 싶어요, 제발요

 

안 가, 지하철도 끊겼거든
거기 있는 거 누가 아니?

 

엄마나 아빠는?

 

네, 엄마가 알아요

 

아빠는 돌아가셨어요

 

아빠가 보고 싶어요

 

니나, 울면 안 돼

 

산소가 빨리 없어지거든

 

난 아버지가 다섯이었어

 

다 보고 싶지

 

다 죽었어
하지만 난 울지 않아

 

아버지가 다섯요?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네가 어떻게 아니?

 

말이 된단다

 

스탈린그라드

 

세상에

 

물 위를 걷네?

 

네, 우리는
예수의 제자들이니까요

 

넌 가만히 있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어디라고 농을 지껄여?

 

그러다 혼난다

 

그만 봐요

 

공병대가 다리를 놓았잖아요

 

위에선 안 보이게요

 

신의 가호가 있기를!

 

그럼 가보지

 

이곳은 스탈린그라드

 

때는 1942년 가을

 

소련군은 볼가 강을 건너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독일군이

 

도시를 장악하고
강에 접근하는 걸 막고자 했다

 

이는 거의 불가능한 임무였다

 

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사투를 각오했다

 

하지만 이들은 알지 못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되리란 사실을...

 

여기선 안 되지

 

정찰병들이군

 

뛰어봐

 

보급낭, 철모

 

좋아, 뛰어봐

 

앉아

 

접근로 알아봤나?

 

지뢰는?

 

여간해 말은 안 하는군

 

츠바노프!

 

우리 공장에 벙어리가 있었죠

 

- 저능아요
- 소련에는

 

저능아란 없다

 

정신병자는 몰라도
저능아는 없지

 

좋아, 일단 돌격대가
도착하길 기다리자

 

기름 탱크 위치를 알려주고
따라가면 돼

 

가자고

 

우린 여기, 건물은 여기

 

몰래 잠입한다
그런 뒤 동전 던지기로

 

정해야겠지

 

앞면이면 기폭장치를 찾는다

 

2층에 있을 거야

 

더 높은 층에 두면

 

탄에 맞을 위험이 있으니까
뒷면이면

 

기폭장치부터 찾아내고
놈들을 모두 제거한다

 

전선이란 전선도
모두 잘라버려야 한다

 

이상

 

유르겐스, 유르겐스

 

- 소련놈들이 온다
- 네?

 

무전으로 알려

 

교신이 안 됩니다, 대위님

 

좋아, 유르겐스

 

왜 그런지는 묻지 않겠다

 

기름탱크를 폭파해

 

하지만 기름은

 

우리에게 꼭 필요합니다

 

유르겐스

 

말귀를 못 알아듣겠나?
소련놈들이 오고 있어

 

금방 올게

 

여기에 놈들 참호가 있다

 

양쪽에 지뢰가 있고
화력이 거세서

 

접근 못 했다

 

수류탄이다!

 

그래, 드디어 찾았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자, 가자

 

편히 잠들거라

 

경계 서

 

난 위층을 볼 테니

 

동지, 나도 소련군입니다
탄착 관측병입니다

 

무전기 찾아요, 급해요

 

동지

 

여기 있군

 

어제 소방서에서
여기로 이동했는데

 

무전병이 전사하고 말았죠

 

정찰대인가요?

 

그래, 그런 자네는?

 

말했잖아요
탄착 관측을 해요, 장교죠

 

- 장교?
- 포격을 유도하죠

 

독일놈들이 왜 자넬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매달아놨지?

 

사흘간 한숨 못 잤어요

 

지치고 추웠죠

 

너 때문에 도강 작전을 망쳤어

 

다 산 채로 불탔지
포격 지원이 없어서!

 

- 근데 넌 못 잤다고?
- 대장님

 

- 뭐야?
- 세미오노프가 죽었습니다

 

무전기도 고장 났고요

 

무전기를 쓸 줄 알면
살려두는 게 좋겠죠

 

무전기 만질 줄 아나?

 

알아요

 

본부에 연락해

 

그럴게요

 

주파수와 호출명을 알려줘요

 

칼루가

 

44.3

 

샌님 녀석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이래도
노농군 소속 장교입니다

 

총 줘요

 

본부에 무전 쳐

 

안 그러면 죽이겠어

 

대위님, 여기요!

 

누구지?

 

남자애 같아요

 

너 괜찮니?

 

여자애네요

 

여자애입니다, 대장님

 

정신이 좀 나갔나 봐요

 

그건 이따 처리하지

 

자넨 어때?

 

저게 누구야!

 

지저분한 손님도 있었네

 

귀신처럼 나타난 자넨 누구지?

 

대위 동지, 난 귀신이 아니라
천사 같은 존재죠

 

포장 폴리아코프입니다

 

- 포장?
- 그렇습니다

 

쓰던 대포는 어디 있고?

 

저쪽 아치 쪽요

 

- 포탄은?
- 있습니다

 

근데 한 발뿐이죠

 

그렇군

 

그럼 싸워볼 수는 있겠군

 

대위 동지

 

사단 본부입니다

 

앉게

 

그럼

 

쟤를 돌봐줘야 하나요?

 

그래야겠지, 젠장

 

독일놈들이 이 애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보십시오

 

전쟁 중이다
살아 있으면 됐지

 

그렇게 이들은 만났다

 

그 다섯 명은
2년의 전투로 더러워진 채

 

큰 도시며 광활한 조국의
오지에서 불어온 바람에 의해

 

이제 볼가의 강둑 옆
한 도시의 폐허에서

 

만난 것이다

 

다섯 남자와
나의 어머니

 

나의 어린 어머니

 

어머니가 살던 건물은

 

볼가 강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수개월 동안 소련군은
이 건물을 빼앗고

 

빼앗기길 반복했다

 

어머니는 생지옥에서 살며

 

인간으로서의 비애와
인간의 잔혹함에 충격을 받았고

 

자신의 인내심에도
놀라고 있었다

 

어머니는 살던 곳에서 살며

 

떠나려 하질 않았다

 

그곳은 어머니의 방이자
아파트이며

 

낯익은 층계와 동네가 있고

 

어머니가 살아온 도시였으니까

 

그걸 다 뒤로하고
떠날 수는 없었다

 

열아홉 번째 생일은

 

그 며칠 뒤였다

 

뭐가 있나 볼까?

 

분수대로군

 

300m

 

그 누구도

 

이 츠바노프를 피할 순 없지

 

그 무엇도

 

나한테서 숨을 순 없어

 

점포 진열대에
고장 난 탱크가 버티고 있군

 

망할 독일놈들

 

녀석들 장비는 쓰레기지
움직이는 게 없어

 

발사도 안 되고

 

- 더러운 놈들이 둥지를 틀었군
- 츠바노프

 

내려가서
뭐 하는지 보고 와

 

좋아, 샌님이
어떻게 고쳐놓긴 했군

 

8호는

 

엄마의 이웃이던
사조노프가 살던 집이었다

 

나비와 곤충 수집가였다고 한다

 

그로모프 대위는
그곳에서 망을 봤다

 

3일간만 사수하라

 

그러면 사단 병력이
넘어갈 것이다

 

- 알겠나?
-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가능할지 모르겠다니
무슨 말인가?

 

그 명령을 이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자넨 정규군이면서

 

징집병 같은 소릴 하는군

 

그건 알아서 해야지,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이상이다

 

거기 서

 

뭘 하려고?

 

거기 서, 서라니까

 

가만히 있어
난 해치지 않아

 

여기 머물면 죽어

 

다른 데로 가

 

여긴 우리 집이에요

 

그래? 그럼
우리가 있어도 될까?

 

그럼요
당분간은 있어도 돼요

 

수통 줘요

 

그날 밤, 그곳의
병력은 늘어났다

 

생존한 병사들이
본능적으로 찾아들었다

 

1층에는 수병들이 있었고

 

징집된 공장 노동자들과

 

공병들이 있었다

 

이들은 쿨리코프 가족이 살던

 

6호에

 

터를 잡았다

 

거기엔 기관총도 있었다

 

파시스트 놈들 총이 발사되네!

 

너, 이리 와서
독일놈들을 맞혀봐

 

농담이었어

 

수통들 줘요

 

돌려줄 거야?

 

자, 여기

 

단순하다니까

 

바보 같아서
무슨 짓을 해도 가만 있겠어

 

아담하고 예쁜 게...

 

농담도 못 해?

 

서 있지 마

 

근데 이름이 뭐지?

 

이름이 뭐예요?

 

카트야요

 

수통 줘요

 

그럼

 

동지들은

 

1층을 쓰게

 

튼튼한 진지로 만들어야지

 

나가지 말고
명령 때만 발포하게

 

독일놈들은 치워야지
악취가 풍기기 시작하는데

 

들어서 밖으로 버리지

 

- 누가 상급자인가?
- 접니다

 

크라스노프 준위입니다

 

- 여기 지휘관은요?
- 내가 이끈다

 

- 반갑네
- 네

 

아군 시신이군

 

또 버리네

 

장교입니다

 

유르겐스일지도 모르겠군

 

대위

 

왜 보고를 안 하지?
부하들 시신이 버려지는데도

 

자넨 그렇게 멀쩡하군

 

제가 죽었으면 하십니까
대령님?

 

저 건물에 왜 소련놈들이
우글거리느냐 이 말이다

 

제 임무는 지키는 게 아니었습니다
기름탱크가 적 수중에 안 들어가게

 

폭파했습니다

 

칸 대위, 독일군 장교와

 

다른 나라 장교들
차이를 아나?

 

모르나?

 

독일군 장교는 이의 없이
명령을 따르거든

 

그렇기에 독일군이
볼가 강까지 온 것이다

 

인도까지도 진격할 것이다
걱정할 건 없다

 

코끼리 타는 법을
배울 일은 없을 테니까

 

망할 놈의 이!

 

다들 원숭이처럼 긁어대야 하지

 

소련군은 비누에
재를 섞습니다

 

재를?

 

비누에?

 

야만인들

 

칸 대위

 

내일, 저 건물을
우리가 다시 탈환한다

 

대위가 놈들에게 빼앗겼으니
책임 지고 다시 탈환하게

 

우리도 비누에
재를 섞어라

 

알겠습니다, 대령님

 

우리 병사들 시신을
저렇게 막 버리는군

 

대가를 치르게 해야겠지

 

다음!

 

장교로군

 

병든 양에도

 

양털은 있지

 

꼼짝 마!

 

쏘지 마요

 

같은 편이에요

 

- 손들어
- 총 내려놔요

 

손들라니까!

 

- 손에 물건을 들었잖아요
- 당신 누구지?

 

주민이에요

 

여기에 사나?

 

아뇨, 항구 근처요

 

그런데 왜?

 

바구니 뒤져봐

 

이리 줘

 

흙인데요

 

흙과 모래네요

 

흙입니다

 

강가에서 왔어요

 

늘 이쪽으로 다녀요

 

- 이유는?
- 강둑에서 흙을 퍼와요

 

곡물 운반선이
독일군의 폭격을 받았거든요

 

흙을 걸러서 죽을 만들어요

 

애들 주려고요

 

모래가 씹히지만
먹을 수는 있어요

 

가도 돼요?

 

- 독일군은?
- 왜요?

 

왜라니?

 

- 여긴 전선이야
- 전선은 늘

 

바뀌는데

 

따라다니라고요?

 

이 도시는 우리가 지켜냈어요
여기에 살면서요

 

매일 여기로 다니면서요

 

가게 놔둬

 

말투부터 짜증이 나네

 

- 누구한테!
- 닥쳐

 

닥쳐요

 

그만

 

이가 있나?

 

- 비누는?
- 비누 있어요

 

가만 있으라니까, 어서

 

세상에, 또 왔네

 

일주일이나 안 오길래
죽었길 바랐어요

 

내가 가져온 걸
다른 사람들이 먹는군

 

당신이 나눠준 건가?

 

아니면 강제로 가져갔나?

 

 

내 아내야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랐지

 

닮았지?

 

크리스티나는 죽었어

 

결핵으로

 

누구라고요?

 

내 아내

 

아내

 

가야겠군

 

이건 당신 거야

 

알겠지?
혼자만 먹어

 

또 올게

 

잘 들어라
저 여자로부터

 

음식을 빼앗으면

 

내가 직접 처단하겠다

 

총, 수류탄

 

하나, 네 개 더

 

 

잘 들어라

 

이게 도시고

 

이게 도강로다

 

이게 우리 건물

 

놈들이 여길 빼앗으면

 

도강로를 또 태울 테니

 

이 건물에 놈들이
못 들어오게 지켜내야 한다

 

알겠나?

 

탄약은 별로 없다

 

독일군 기관총도
급탄띠가 네 줄뿐이다

 

- 셋입니다
- 셋

 

한 시간은 버티지

 

포대도 있다

 

포격 지원도 가능하다

 

좋아, 동지들
각자 자리를 알 테니

 

위치로 이동하라
놈들이 곧 올 것이다

 

잠깐만요, 대위님

 

다 소속 부대가 있는데

 

여기서 어쩌자고요?

 

이 건물을 지켜내야 한다

 

그게 명령이다

 

누구 명령요?

 

사단 본부에서 내려왔다

 

우린 소속이 다르잖아요
대위님이야 당연히 따라야겠죠

 

전 제 부대를

 

찾아보겠어요

 

강을 건너서요

 

니키포로프, 쏴

 

네?

 

왜 그랬습니까?

 

요긴할 텐데요

 

어디에?

 

배도 없는데

 

대위님, 지금...
광장을 보세요

 

또 무슨 짓이지?

 

대령님, 주민들을
모두 집합시켰습니다

 

유대인인지 물어봐

 

유대인인가?

 

우린 유대인 없어요

 

이웃에도 없었고요

 

- 놔요
- 고모!

 

- 놔줘요
- 이리 와

 

우린 아니에요

 

유대인이 아니라니까요

 

버스에 가뒀습니다

 

불태울 모양입니다

 

아이는 놔줘요!

 

얘는 유대인이 아니에요

 

- 장교 보이나?
- 네

 

잡을 수 있겠나?

 

애들이 앞에 있어서요

 

무슨 짓이야?

 

건물 공격은 왜 안 하고?

 

칸 대위
그 질문에 답해주지

 

그럴 필요는 없지만!

 

이런 건 수칙에 어긋납니다

 

물론 알지

 

허나 전쟁에선
우리의 오랜 관행대로

 

행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싸우기 전에 제물을 바쳤지

 

부하들에게 가 있으면
공격 명령이 내려갈 것이다

 

제물을 바치는 과정을
여기서 보겠나?

 

아닙니다

 

괜찮을 거야

 

괜찮아, 누가 도와줄 거야

 

- 저기 있어요
- 보고만 있게요?

 

어떻게든 해봐요

 

엄마와 어린 아이예요

 

쏴요
산 채로 태우기 전에요

 

얼마나 아프겠어요

 

대장님, 진정시키세요

 

츠바노프, 쏴

 

애들을요?

 

젠장할!

 

이리 줘

 

부디 신의 자비를!

 

지옥으로 떨어져라!

 

공격!

 

놈들을 죽여버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놈들을 다 죽여

 

박격포 준비 완료

 

모두 퇴각하라

 

박격포다!

 

익사시켰어야 했어

 

쥐처럼 기어나오고 있어

 

이봐, 금발
대장님이 찾으신다

 

잠깐 따끔할 거예요

 

아파요?

 

잘 아물 거예요

 

사샤

 

알렉산더 니키포로프

 

네, 이름을 알고 있었어요

 

전쟁 전

 

엄마와 저는
당신의 공연을 보곤 했어요

 

당신의 노래며 아리아를
모두 잘 알고 있어요

 

엄마가 좋아하셨죠

 

언니도요

 

벽에 포스터도 붙여놨어요

 

니키포로프

 

대장님이 찾으셔

 

사샤

 

나중에 노래 해주겠어요?

 

이 친구가 노래를?
말도 잘 안 하던데?

 

내가 모르는 사실 있어?

 

이리 와요

 

알렉산더 니키포로프
테너!

 

- 찾으셨습니까, 대위님?
- 이리 오게

 

비행기 보이지?

 

보이지?

 

'하인켈'이다

 

도강로를 폭격하려다
저 꼴이 됐지

 

기관총 두 정과

 

소총이

 

통신칸에 있다

 

니키포로프와 가서

 

총과 연장들을 가져온다

 

소리가 안 나게

 

천으로 감아라

 

전 공병이지
수리병이 아닙니다

 

움직여, 어서

 

왜 저러지?

 

독일군은 14명이 죽었고

 

우린 여섯이 죽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죠

 

담배 있나?

 

- 가겠습니다
- 그러게

 

14살 무렵

 

니키포로프가
경찰에 체포된 적은

 

열 번이나 됐다

 

하지만 운명인지 그는
트랙터 공장에서 일하게 됐고

 

그곳엔 스탈린그라드 전역에서
유명했던

 

문화궁이

 

있었다

 

그가 16살이 될 무렵
그 멋진 테너 음색을 발견한

 

공장 측에선 니키포로프를
모스크바 음악원에 보냈다

 

전쟁 1년 전
스탈린그라드로 돌아온 그는

 

필하모닉 악단과

 

독창회를 열면서
도시의 유명인사가 됐다

 

전쟁이 발발하자
바로 첫날

 

니키포로프는 자원 입대했고

 

20일 동안
벨라루스 숲 지대에 있던

 

인간 살육장 속에
갇혀 있었다

 

소련군 헌병은
20일 넘게 그를 심문했다

 

전쟁 초기
그 몇 달 사이

 

그는 단호하고

 

과묵하며
무자비하게 변했다

 

이 더러운 짐승을 봐

 

피터 칸

 

철십자 훈장도 받았지

 

명망 있는
프러시아 가문 출신이고

 

파울루스 원수께서

 

점심에도 초대하셨지

 

그리고 날 영웅이라 칭했어

 

영웅

 

당신네 나라 사람들과는
전쟁을 할 수가 없어

 

명예란 것도 모르고

 

불한당처럼
등에 대고 총을 쏘지

 

승리하려고 싸우지 않고

 

복수만 하려 하지

 

여기에 올 때

 

난 군인이었어

 

그런데 당신은
날 짐승으로 만들었지

 

자, 한번 해보겠어?

 

총 쏘는 법 알려줘?

 

이젠 싫어?

 

왜 머리를 저어?

 

말해

 

배우고 싶어요

 

그렇군

 

이제
바닥에 막 누울 태세로군

 

독일군이 여기에 있을 때

 

어땠는진 말 한마디 없군

 

수상해

 

확실히 수상해

 

참 예쁘게도 말하네

 

저런 건 말이 아니라
쓰레기지

 

입을 열 때마다
더러운 말만 뱉어내니

 

카트야, 마음에 담아두지 마

 

왜 그렇게들 봐요?

 

독일군이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어요?

 

나한테요?

 

왜 날 살려뒀는지요?

 

부모님은 돌아가셨는데도요?

 

왜 자결 안 했느냐고요?

 

어서 물어봐요
수줍어 말고요

 

어서 물어보라니까요

 

시민들의 수호자님

 

자세히 알고 싶어요?

 

난 죽을 수 없었어요

 

무서웠어요

 

당신들을 기다렸어요

 

날 쏴요

 

어서요, 쏴요

 

뭘 기다려요?

 

- 녀석을 죽이겠어
- 앉아

 

앉으라니까

 

앉으라니까

 

그 녀석이 한 말은 잊어

 

폴리아코프, 가서 진정시켜

 

박격포는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지

 

난 아름다운 아내가 있어

 

아내의 마을에서 데려왔지

 

예뻤거든

 

우리가 사는 마을은 멀었어
브리안스크 부근이었지

 

우린 가정을 꾸렸고

 

행복하게 살았어

 

난 아내를 잘 돌봤지

 

머리띠도 사주고

 

펠트 부츠도 사줬어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좋아했어

 

집에 가서 옆에 앉으면

 

아내는 내 무릎에 머리를 뉘었고

 

난 쓰다듬었지

 

아주 길고 검은
예쁜 머리카락이었어

 

1939년 새해 전날에

 

딸이 태어났지

 

이렇게 다 늙어서

 

첫 딸애를 봤어

 

졸려요

 

누워도 돼요?

 

잠깐만 잘게요

 

무겁진 않아요

 

그 무렵

 

바실리 폴리아코프의
아내와 딸은

 

1년 전에 사망한 터였다

 

모스크바에 있던 당시

 

그는 방 둘짜리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의 아내와 딸은

 

1941년 10월의 폭격 때
어이없이 사망했다

 

방공호에 도착하지 못했다

 

대피하던 중
유모차가 넘어진 한 여자를 만났다

 

그 모녀를 살리고
그의 아내와 딸은 죽었다

 

폴리아코프의 아내는
그보다 26살이나 더 젊었다

 

이런 사연을 들려준 그에게
그날 밤은 어머니가

 

유일한 위안이었다

 

카트야는 착하고 순수하지

 

무서워하지 마

 

마샤는 파시스트 갈보

 

마샤는 파시스트 갈보

 

씻으러 가?

 

그 더러운 몸은 안 씻겨

 

저리 가

 

물 필요해?

 

물 여기 있어

 

내 총아, 잘 맞혀라

 

빠르고 정확하게

 

무자비하게

 

적을 쓰러뜨려라

 

날카로운 칼을 들고
나도 도와줄 테니

 

뭐야?

 

총 쏘는 법
가르쳐 준댔잖아요

 

누우면 가르쳐주지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고

 

손가락은 여기에 둬

 

총 잡는 법은 알아요

 

조준경 사용법을 알려줘요

 

십자선에 들어왔을 때
당기면 돼

 

저건 누구죠?

 

여자로군

 

예쁘네요

 

그래, 나도 몇 번 봤어

 

지하실로 들어가는
독일놈이 있더군

 

저 여자 때문이려나?

 

저 여자를 쏴

 

미쳤어요?

 

독일군이에요

 

그래, 그렇군

 

운이 좋군, 한 번에

 

독일놈을 찾다니

 

잘 봐

 

머리와 가슴을 봐

 

머리와 가슴

 

말랐어요, 안경을 꼈고요
거위처럼 걸어가요

 

나이도 안 많아요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야지

 

 

안 돼!

 

한 방에 잡았군
아주 잘했어

 

무슨 짓 한 줄 알아?

 

무슨 짓을 했는데요?

 

물을 마시러 온
군인을 죽였어

 

하지만 나치 놈이죠

 

짐승도 물 마실 땐 안 죽여!

 

이런 말 몰라요?

 

적은 보일 때마다
족족 죽여라

 

물을 마시든

 

뭘 먹든
오줌을 싸든 상관 안 해요

 

이렇게 계속 죽일 겁니다

 

엄마가 그랬어요
놈들이 내 동생을 죽인 게

 

레닌의 이름과 같아서라고요

 

동생은 일곱 살이었어요!

 

군인이라면 그래요?

 

그만요, 죽인 건 저예요

 

내 눈에 안 띄게 사라져

 

츠바노프의 어머니는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독일 친위대가

 

그의 누나를 겁탈하고

 

죽게 내버려둔 사실은...

 

돼지우리에서 말이다

 

그의 어머니도 다쳤다

 

산 채로 불에 탈 뻔했다

 

이후 유격대에 들어간

 

그의 어머니는 상처가 곪아
다친 팔을 절단해야 했다

 

다행히 왼손잡이였고

 

아들은 편지 필체만으로는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때로는

 

당신이 보통 여자처럼
보이곤 해

 

그럴 땐 독일 여성이나
프랑스 여성과 다를 바 없지

 

내가 돌아서서 있어도 등에
칼을 꽂지 않으리란 생각도 들어

 

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으리란 걸 알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모두 나와, 5분 주겠다

 

중요한 물건만 챙겨

 

이거 정말 볼 만하군

 

속옷 차림의 독일군 장교가
러시아 갈보와 있다니

 

총통님 군대는 볼가 강을
확보하려고 사투를 벌이는데 말이야

 

참 귀감이 될 만한
동지애로군

 

할 말을 잃었다, 대위

 

그래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는군

 

혹시 변명할 말이 있나?

 

그렇겠지

 

없겠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안 하는 게 낫겠어

 

사령부에서 전투 지대를
청소하란 명령이 내려왔다

 

그래서 오물과 쓰레기가 있는

 

전투 지역을 청소 중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대위?

 

이 여자는 오물일까?

 

쓰레기일까?

 

그래

 

나도 이해한다

 

러시아 요새 대신

 

작은 집을 정복했군

 

그래서 축하했겠지

 

남자로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장교로서는 아니다

 

당번병

 

빨래할 여자들을 챙겨라

 

알겠습니다, 대령님

 

나이 많고
예쁘지 않은 여자들로 골라라

 

몸에 득실대는 이에서
벗어나고 싶으니까

 

자, 니키포로프를 따라가

 

난 절대 안 가요
내버려둬요

 

잘 들어
여기서 나가야 해

 

내 부하들한테 안 좋아

 

조국이나 스탈린 대신
널 지키려고 싸우고 있거든

 

안 될 말이지

 

- 대체 왜요?
- 어서 옷 입어

 

넌 죽을 수 있어, 바보야

 

조국은 죽을 수 없지만

 

넌 죽을 수 있어
우린 널 지켜줄 수가 없어

 

네가 죽으면
다들 싸울 의욕을 상실하겠지

 

당신도 절 위해 싸워요?

 

난 무너지지 않아

 

저도 함께 싸우고 싶어요

 

독일군을 죽이고 싶어요

 

16살도 안 된 사람은...

 

내 여권 봐요

 

그래, 그렇군
오늘이 15일이니

 

오늘이 너의 생일?

 

18살이니 싸울 나이는 돼요

 

오늘 19살이 되는군

 

생일 축하해

 

가서 말해야겠군

 

그럼...

 

있게 놔둬요, 대위님

 

알겠죠?

 

그래, 알지

 

일어나

 

조용, 조용히 하라니까

 

조용히 해

 

잘 들어, 샌님

 

이러면 안 돼

 

네 여자가 아니야

 

알아들어?

 

쉬어

 

놈들은 가게 뒤에 진을 쳤다

 

도강로를 폭격할 텐데
여기선 막을 수 없어

 

샌님

 

강 건너편에서

 

포격으로

 

칠 수 있겠어?

 

너무 위험해요
여기도 포탄이 떨어질 거예요

 

물로 들어가!

 

앞으로!

 

여기서 대포로
처리하는 게 낫겠어

 

포탄은 모퉁이 뒤는 못 맞혀

 

내가 하면 다르지

 

'히틀러는 우리의 해방자'

 

어디로 데려가나?

 

역입니다, 대위님

 

- 왜?
- 열차에 태우려고요

 

마샤!

 

마샤!

 

마샤!

 

독일군에 협조하면

 

행복한 미래가

 

기다립니다

 

개인 용도론 안 됩니다

 

독일군이면 아무나 탈 수 있다!

 

마샤, 마샤!

 

어서 타!

 

어서!

 

마샤, 어서

 

조용히 해, 츠바노프

 

아스타코프 중위는 똑똑해
포병 학교까지 나왔거든

 

너 같은 촌놈과는 다르지

 

넌 마을 바보였지

 

포병 학교 나와도

 

모퉁이 뒤를 어떻게 맞혀요?

 

어때, 샌님?

 

- 오래 걸리겠어?
- 다 됐어요

 

근데 한 발밖에 없어요

 

하지만 명령이니

 

- 따라야죠
- 잘될 거예요

 

비켜

 

어디 보자

 

표적이 보이는군

 

탱크 포탑
좌측 아래쪽

 

각도는 제대로 나왔어

 

그래서?

 

발사할까?

 

신의 가호가 있으려나?

 

그렇지, 좋아!

 

스탈린그라드에서는
고장 난 탱크도

 

쏠 수 있다

 

세르게이 아스타코프는 고향인
포돌스크에 있는 포병 학교에서

 

과정을 수료했다

 

1년 전인
1941년 10월

 

그와 생도들에게
말로야로슬라베츠를

 

방어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당시 그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그때라면 샌님이라고
부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여자 앞에선
샌님 같았다

 

칸 대위!

 

정신 나갔나?

 

그 건물 놈들이 공격했다

 

그런데도 자넨
포격 보고를 안 했지!

 

러시아 갈보한테 빠져서
임무를 소홀히 하다니!

 

대체 어디 갔었나?

 

대답해라!

 

저 갈보년을 쏴죽이겠어

 

내 최고의 부하 장교를
멍청이로 만들었으니!

 

대위도 총살감이다

 

좋습니다

 

하지만 저 건물부터
탈환하겠습니다

 

여자는 여기 두겠습니다

 

칸 대위가 저 건물을
탈환하지 못하면

 

처형시킬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령님

 

어머니가 그때까지
평생 알고 사랑하던

 

모든 사람들

 

친구며 이웃, 가족 모두가
엄마가 보는 앞에서

 

죽임을 당했다

 

어머니가 그걸 어떻게 견디고
살아남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전쟁 초기 몇 달간에 대해선
함구하셨다

 

전쟁 전 그 건물에서

 

살던 때 얘기는 들려주셨고
난 이웃 주민들을 상상해 보았다

 

미샤 사조노프는
옆집에 살았고

 

미트야와 레나 쿨리포프는
아래층에 살았으며

 

카실 숙모는
음악 레슨을 했다고 하셨다

 

그 모두가 죽었다

 

모두 8월 공습 때 죽었다

 

사람들은
시신들을 잔해 밑에 묻었다

 

묘지는 너무
멀었기 때문이었다

 

독일군이 건물을 장악할 때
마지막 무덤들이 생겨났다

 

니키포로프, 나도 갈게
그렇게 해줘

 

나도 가야지
선물을 마련하고 싶어

 

카트야를 위해

 

생일 선물 말이야
알겠지?

 

어머니는 남은 힘을 다해
직접 무덤을 파셨다

 

열네 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돌로 덮인
얕은 무덤에 묻혔다

 

어머니는 언니와 어머니
즉 이모와 할머니를

 

마지막에 묻고
그 위치를 기억해 두었다

 

이 부근이야

 

저기 있군

 

건물 배관이 포탄에 맞아서

 

목욕도 못 하지

 

카트야도 여섯 달간
찬 물과

 

걸레로만 씻었을걸

 

얼마나 좋아하겠어

 

크라스노프가 필요하겠어

 

이름이 뭐였지? 올가?
볼가 강에서 따왔다고 하던데

 

여기선 다 올가 아니면
나타샤야

 

조용!

 

쇼이만 하사입니다
무슨 일이신지요?

 

- 담배 있나?
- 있습니다

 

오토, 담배 줘

 

- 어디가 고장 났나?
- 다 그렇죠

 

- 주포는?
- 마찬가지입니다

 

- 격발장치가 고장 났죠
- 왜 안 고치나?

 

부품이 없습니다

 

- 보급이 끊겼죠
- 안 움직여도 좋으니

 

주포만 고쳐놔

 

안 그러면 하사도
보병처럼 걸어서 공격해야 한다

 

이상이다

 

기어서?
말도 안 돼

 

소련 해군이
도마뱀처럼 길 수야 없지

 

아스타코프
고장 난 탱크도 있던데

 

그것도 선물로 줄까?

 

좋아, 1번 어뢰, 발사 준비

 

2번 어뢰, 발사 준비

 

발사!

 

무슨 꿍꿍이지?

 

부대 차렷!

 

정면을 똑바로 봐라

 

- 새로 온 지원 병력인가?
- 네, 그렇습니다

 

요대에 뭐라고 쓰여 있지?

 

- 어서 말해
- 신께서 함께하신다

 

"신께서 함께하신다"

 

신이 계신 곳에
우리의 히틀러 총통님이 계시고

 

히틀러 총통님이 계신 곳에
조국이 있다

 

우리 조국은 여기에 있다

 

바로 여기에

 

제군에게 묻겠다

 

저 망할 건물을 탈환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겠나?

 

- 안 들린다!
-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저 건물 뒤에는
볼가 강이 있다

 

저 건물 뒤에
전쟁의 끝이 있다

 

저 건물 뒤에 인도가 있다

 

인도 매춘부는
손이 여섯 개라고 한다

 

그 여섯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바란다

 

인도로 가고 싶지 않은
사람 있나?

 

15분 준비 시간을 주겠다

 

그리고 공격한다

 

부대 차렷!

 

샌님, 위층으로 올라가
어서

 

카트야, 같이 가

 

무슨 일 있으면 소릴 질러

 

천사도 어서 나가

 

츠바노프, 니키포로프
구석을 맡아

 

난 가운데를 맡을 테니

 

자, 움직여, 어서
모두 저쪽으로 이동해

 

오른쪽!
공간을 확보해

 

프리츠, 이쪽으로

 

움직여, 어서, 어서

 

자, 가자, 어서

 

좋아

 

놈들이 한 번 갈기고
들어올 테니 그때 처리한다

 

엄폐해

 

여긴 생존자가 없다

 

위층을 확인해

 

어딜 가나?

 

꼼짝 마!

 

그렇겐 안 되지

 

대위

 

츠바노프, 너 때문에 놓쳤어

 

칸 대위, 한심하군

 

자넨 독일군의 수치다

 

본부에 다녀올 테니

 

그동안

 

남은 시간을
잘 쓰기 바란다, 대위

 

- 대위님
- 뭔가?

 

주포를 고쳤습니다

 

죽었어요

 

고통 없이 갔죠

 

이쪽도요

 

카트야는?

 

방에요

 

가서 무덤을 파겠습니다

 

안 나갈 거예요

 

여기 있겠다니까요

 

발포!

 

또 왜 그러나?

 

왜 안 쏘나?

 

고장 났습니다

 

또 다시요

 

빌어먹을!

 

그로모프 대위는 영웅 전문이었다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는

 

그가 있었다

 

광저우, 칼킨 골
마네르헤임 라인 등등

 

사랑하는 이도

 

가족도 없었고

 

돌아가고 싶은 곳도
그에게는 없었다

 

부상은 세 번 당했고

 

- 한 번은 거의 치명적이었다
- 피가 나는군

 

어디요?

 

파편이 박혔어

 

유리로군

 

잘 들어
여기서 더는 머물 수 없어

 

그러니 다른 데로 가

 

알겠어?

 

부탁이야

 

- 그렇게 해주겠어?
- 잘 안 들려요

 

절대로 안 가요

 

어머니의 집은
처음으로 대위가

 

애착을 느낀 곳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로모프 대위가

 

오랫동안 보살펴준
유일한 여자였다

 

왜 나한테 온 거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내가 이럴 자격이 있을까?

 

이렇게 평온하게
다시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여자의 머리를 이렇게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못 알아들겠어요, 페트야

 

러시아어로는 표트르

 

줄여서 말하면 페트야죠

 

페티야

 

페티야가 아니라

 

페트야요

 

페트야

 

러시아어로 하면
다 재미있어

 

마샤

 

페트야, 볼가 등등

 

독일어 '리베'가 뭔지 알아?

 

사랑, 사랑합니다

 

사랑

 

사랑, 사랑

 

독일군은
날 쏘려고 하고

 

러시아군은 더더욱 그렇죠

 

이젠 개의치 않아요

 

나도 그래

 

당신을 사랑해

 

비켜봐요

 

작은 선물이야

 

고마워요

 

냄새 맡아봐

 

근사하군

 

불어서 꺼

 

그럼 우리 마실까요?

 

생일 축하해

 

그럼 어서 먹어요

 

오늘의 무대

 

알렉산더 니키포로프가

 

연가와 아리아를
선사합니다

 

피아노로 오시게!

 

이제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지?

 

말해봐요, 독일군 아저씨

 

난 어떻게 해요?

 

망할 놈의 전쟁!

 

망할 놈의 나라
망할 놈의 건물!

 

고마워요, 사샤

 

그럼 우리 모두가
준비한 선물 차례, 이리 와

 

여성을 위한 시간이니

 

우린 내려가지

 

어디 봐

 

전쟁 내내 주머니 속에
넥타이를 간직해왔군

 

웃긴 상황이네, 목욕하는
여자가 있는데 볼 수 없다니

 

우린 오늘 죽을지도 모르고

 

그런 말이 있지
볼가 강 건너편엔 생명이 없다고

 

천사, 남은 거 있나?

 

좋아, 용사들

 

그만 자지

 

어서 옷 입어

 

내일 건물을 탈환하겠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전한 곳에 데려다줄게

 

근처에 소방탑이 있는데

 

아무도 올라오지 않아
우리도, 러시아군도

 

거기 숨어 있으면 돼

 

하루만 참아

 

하루면 돼

 

세르게이, 가지 말아요

 

정말 행복해요

 

두렵고요

 

행복해서 두려워?

 

그래요

 

행복하면 안 돼요

 

전쟁 중이니까요

 

카트야, 옷 입어

 

어서 옷 입어

 

보여줄 게 있으니까

 

멀지 않아

 

대위님도 허락하셨어

 

세르게이

 

어디로 가는 거예요?

 

이제 다 왔어

 

앉아

 

어서

 

곧 시작할 거야

 

 

여기가 내 관측대였어

 

독일군이 여길 발견하고

 

포격을 해댔지

 

우린 재배치해야 했지

 

재배치요?

 

다른 데로 옮긴다고

 

근데 아래층에서 잡혔지

 

붙어서 따라와

 

망할 계집

 

왜 여긴 독일군이 없죠?

 

이상하지 않아요?

 

다른 데는 다 있고
여기에만 없어요

 

그렇네

 

이상하네
생각해보니 그렇군

 

이 도시에서 그런 데는
여기밖에 없을 거야

 

독일군도, 러시아군도 없어

 

잘됐어
여기서 끝나길 기다려야지

 

뭐가 끝나길 기다려요?

 

두려움이 끝나고

 

밤이 끝나고

 

비극이...

 

전쟁이 끝나기를
모든 게 끝나길 기다려야지

 

구름 위에서처럼

 

카트야

 

당신을 사랑해

 

이틀 내내 사랑했어

 

알아요

 

들어와

 

여기야

 

여기에 있어

 

나가지 마

 

아무 데도

 

곧 돌아올게

 

니키포로프

 

카트야는? 아스타코프는?
가서 찾아봐

 

잠깐만요

 

왜 그래?

 

돌아올 거죠?

 

들어가, 어서

 

독일군 갈보년

 

이 러시아놈들아!

 

대령님
러시아군 정찰병을 잡았습니다

 

어디서 찾았지?

 

칸 대위가 소방서 옆에서요

 

우리 저격병 넷을 죽였습니다

 

칸 대위가?

 

잘했군

 

이 녀석을 어쩐다?

 

대위, 어떻게 하면 좋겠나?

 

심문을 하죠

 

심문?

 

러시아어 할 줄 아나?

 

내가 독일어를 하지

 

일어나, 할아범
앉아 있지 말고

 

당신의 개들한테
물과 음식 좀 가져오라고 해

 

왜 다들 서 있지?

 

난 무릎 꿇었는데

 

이 짐승들

 

어디서 왔지? 저 앞의 건물?
아니면 강 건너편?

 

'너한테 줄 선물이 있다'

 

뭐라고?

 

- '선물이 있어'
- 뭐라고?

 

'한 러시아 소녀가
보낸 거다'

 

- 독일어로 말해!
- 카트야가

 

참 신기하군

 

아무런 느낌이 없어

 

전혀

 

고통도 없고

 

근데 겨드랑이가
계속 간지럽군

 

죽을 때마저도 이가
가만 내버려두지 않다니!

 

- 슈미트 중위입니다
- 칸 대위다

 

담배 있나?

 

러시아군이 구축 중인
도강로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저 건물 보이나?

 

맨 위 두 층

 

보입니다

 

러시아군 일부가
저기에 진을 치고 있다

 

포탄이 날아가겠나?

 

사정권에 있습니다

 

그럼 발포하게

 

- 뭐예요?
- 아무것도 아냐

 

그냥 소리야
더 자, 아직 새벽이니까

 

집에 가야겠어요

 

당신을 보는 순간

 

난 사랑에 빠졌어

 

보는 순간 사랑인 줄 알았지

 

나도 사랑해요

 

정말?

 

정말로요

 

그럼 갈게

 

가야 돼

 

- 나도 갈게요
- 안 돼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
알겠지?

 

알겠어요

 

이제 모든 게 끝났다!

 

살아 있어요?

 

그래, 자네는?

 

괜찮아요

 

먼저 가세요

 

난 니키포로프를 기다릴게요

 

어서요

 

우린 죽겠군

 

오케스트라석에서

 

좋아, 천사

 

하늘로 갈 때인가?

 

하늘뿐이겠어

 

천국으로 가야지

 

통행권이 있거든

 

그놈이 아니군

 

그놈은 어디 있지?

 

어디 있어?

 

그 녀석

 

이 러시아놈아!

 

이리 나와!

 

본부, 나와라
젠장

 

본부, 나와라

 

그로모프다

 

일어나

 

샌님, 쏘지 마

 

무전기

 

알려

 

본부, 본부

 

본부, 나와라

 

- 본부다, 말하라
- 여긴 칼루가

 

포격을 요청한다

 

좌표는

 

24, 17, 14

 

알아들었나?

 

칼루가, 확실한가?

 

거긴 아군이 있는 건물이다

 

확실한가?

 

그렇다, 이 건물이다

 

독일군이 온다
어서 포격해

 

알겠다, 칼루가
알겠다

 

잘 가기 바란다

 

됐어요

 

곧 시작될 겁니다

 

그리고

 

카트야가 궁금하죠?

 

잘 있어요
안전한 곳에 숨겼어요

 

인사 전해달라고 했어요

 

또 이렇게 말했죠

 

대위님을 사랑한다고요

 

이곳은 스탈린그라드

 

때는 1942년 11월

 

이제 수 개월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이어지며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위대한 조국의 역사를
바꿀 참이었다

 

어머니는 수백만 명의

 

목숨과 자유를 지켜준 사람들을
늘 기억하라고 말씀하셨다

 

나한테 아버지처럼 세르게이란
이름을 지어줬지만

 

어머니는 그러셨다

 

아버지는 다섯 명이었다고

 

아래에서

 

우리와 대화했어요

 

세르게이라고 하던데
어딨어요? 저와 얘기한 분요

 

저기 있어요

 

- 세르게이란 분요
- 저기 있네요

 

내가 운이 좋다고

 

어머니는 그러셨다
내가 다섯 아버질 모두 닮았다고

 

또 내가 운이 좋은 건

 

나의 다섯 아버지와

 

동포들의 아버지들 덕분에

 

전쟁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기 때문이다

 

스탈린그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