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리니

 

토퍼 그레이스

 

가브리엘 번

 

P.S 온리 유

 

감독
딜런 키드

 

다 들려

 

- 뭐가?
- 칼로리 계산하는 거

 

웃기지 마

 

주말 계획 있어?

 

오리건에서 회의 있어

 

- 주제가 뭔데?
- 반발 에너지

 

에너지도 반발력이 있어?

 

그래, 두 자석이
서로 미는 거지

 

자기는?

 

일요일에 매니큐어나
발라야지

 

데려가고 싶어도 손님들
비용까진 안 대줘서

 

피터, 괜찮아

 

오늘 새미랑 아침 먹었어

 

왜 새미랑 밥을 먹어?

 

투자 건을 도와주니까

 

내 동생은 중독자에
도둑이야

 

회복 중인데다
일을 잘해

 

자기가 걔한테
주는 돈은 어쩌고?

 

나도 이제 젊지 않아

 

하고 싶은 게 있다고

 

차라리 복권을 사!

 

피터, 우리 결혼생활
어떻게 생각해?

 

남들보다 좋았지

 

- 어떻게 알아?
- 얘기를 들으니까

 

행복한 10년이었어

 

6년은 정말 좋았어

 

그래, 아직 친구잖아

 

자긴 내 유일한 친구야

 

- 미시는?
- 멀리 떨어져 있고

 

남편과 자식도 있잖아

 

내가 누굴 싫어하는지
물어봐

 

- 누군데?
- 내 남편, 날 무시해

 

새 일을 시작하면
난 안중에도 없어

 

그래서 나도 수를 냈지

 

- 요즘 뭐 하는지 알아?
- 내 전화 기다려?

 

젊은 남자랑 바람 피워

 

같이 베니스에 갈 거야

 

- 부자 남편 잃으려고?
- 그 반대거든!

 

내가 연민에나 빠지고

 

섹스 없이 살 사람이야?
난 너랑 달라

 

직접 행동하는 여자지

 

옛날 애인 그렉한테
음흉한 쪽지를 썼어

 

보냈어?

 

마코스 시킬 거야

 

마코스?

 

선수치는 거지

 

날 만족 못 시키면 대타를
찾는다는 걸 보여줘야 해

 

F. 스캇 파인스태트

 

제가 두려워하는 건
물이나 주는 삶입니다

 

네, 여보세요

 

스캇 파인스태트 씨인가요?

 

네, 누구시죠?

 

컬럼비아 대학의
루이즈 해링턴이에요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시죠?

 

우리가 지원서를 받았는데
슬라이드가 없어서요

 

우리요?

 

저요, 따로 보내셨나요?

 

잠깐만요

 

- 여보세요
- 말씀하세요

 

깜박하고 안 보냈네요

 

내일 아침에 보낼게요

 

실은 면접 오시라고
연락드렸어요

 

그때 가져오시죠

 

면접이요?

 

의무적인 건가요?

 

그렇진 않지만

 

꼭 들어오고 싶으면
거치는 게 좋겠죠

 

물론 꼭 들어가고 싶죠

 

당신이 인터뷰 하시나요?

 

- 네
- 좋아요, 언제 갈까요?

 

월요일?

 

네, 몇 시요?

 

- 12시 30분이요
- 좋아요, 괜찮아요

 

- 그래요
-

 

아직 용건이 남으셨나요?

 

그럼 월요일에 봐요

 

- 슬라이드 잊지 말고요
- 그러죠

 

- 엄마
- 루이즈!

 

- 심장마비 걸릴 뻔했잖니
- 무슨 일이에요?

 

새미가 저녁 먹으러 온대

 

너도 있을 건 아니지?

 

찾을 게 있어서 들렀어요

 

피터는 어떠니?

 

피터와 전 이혼했잖아요

 

12년이나 알았는데
안부도 못 물어보니?

 

스캇 파인스태트

 

배고파요

 

누나

 

남자는 하루 일이 끝나면
집 밥이 그리워지나 봐

 

- 토요일인데?
- 그래서?

 

- 쉬는 날이 없어!
- 죽으면 쉬겠죠

 

- 그런 말 마라
- 저기엔 뭐 들었어?

 

벽장에 있던 거

 

- 어떤 거?
- 옷이요

 

맞지도 않을 텐데?

 

수선할 거예요
다시 유행이거든요

 

맘대로 하렴

 

엄마, 파인스태트 집안은
어떻게 됐어요?

 

은퇴해서 플로리다로 갔지

 

네 아빠 계신 데서 가까워

 

형제자매가 있었나요?

 

- 그건 왜 묻니?
- 얼마 전 그 이름을 봐서

 

사촌이라도 있나 궁금해서요

 

두 모자뿐이었어

 

그래서 스캇 일이
더 충격이었고

 

더군다나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애였잖니

 

엄마!

 

아이를 잃는 건 여자에게
가장 끔찍한 일이야

 

날 찾아왔을 땐
생기가 하나도 없었지

 

네 나이 정도일 때
얼마나 예뻤는지 알지?

 

- 제 나이요?
- 그래

 

너와 스캇이 데이트할 때
레이첼이 네 나이였어

 

- 안녕
- 안녕

 

스캇이 ‘물이나 주는 삶’이라고
말한 적 있어?

 

누구?

 

스캇

 

20년 전이잖아

 

오늘 아침 먹은 것도
기억 못 하는데

 

기억해봐

 

회고록이라도 써?

 

왠지 익숙한 문구인데
맞는지 확실히 몰라서

 

- 어디서 봤는데?
- 잡지에서

 

그런 말 했어?

 

그래, 그런 말 했어

 

그렇게 살았지
예술가들 흔히 그러잖아

 

‘난 예술가니까
기다리게 했다고 소리지르지 마’

 

그걸 잊었었네

 

- 뭘?
- 늦은 거

 

말도 마, 죽이고 싶었어

 

그러다 씩 웃으면서
나타났다니까

 

- 고마워, 괴 로운 기억이야
- 천만에

 

- 20년 후에 또 얘기하자
- 끊을게

 

- 스캇?
- 네, 루이스 씨 맞죠?

 

문 닫아요

 

늦었네요

 

지하철에서 바보짓을 해서요

 

- 가망 없겠네요
- 뭐라고요?

 

추상화를 좋아하시나본데

 

전 아니거든요
구상화를 그리죠

 

얘기를 하려면 현실적인 게
필요하잖아요

 

대학생활은 어땠죠?

 

좋았어요,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보냈죠

 

하지만 결국은…

 

로드아일랜드잖아요
다른 공간을 원했어요

 

그래서 여기 왔고요

 

왜 왔다고요?

 

사실 이런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어요

 

계속 생각이 났죠

 

그림을 그릴수록 더했어요

 

해야 할 걸 말해주시면
그대로 할게요

 

그럼, 슬라이드부터 보죠

 

못 믿으시겠지만
또 깜박했어요

 

농담이에요!

 

프로젝터로 안 보시나요?

 

네, 위원회에서
마지막 심사를 하고요

 

결정권자와의 면접이
아니었나요?

 

혼자 결정 못 해요
배열 좀 해줄래요?

 

그러죠

 

아주 멋지게 놔드리죠

 

잠깐만요

 

- 피터?
- 안녕

 

- 지금 바쁜데
- 알았어

 

오늘 밤에 자기 집에
가도 되나 해서

 

- 오늘?
- 월요일이잖아

 

맞다, 당연히 되지

 

- 오늘은 요리 안 할래
- 알았어

 

- 7시에 봐
- 그래

 

- 방해해서 미안
- 괜찮아, 가

 

마음껏 보세요

 

솔직히 말해주세요
괜찮아요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여요

 

가능성이요?

 

그럼 두고 보실 거죠?

 

 

가도 되나요?

 

과정에 대해
질문할 거 있으면 해요

 

질문 없어요
시간 내주셔서 고마워요

 

스캇?

 

F. 스캇!

 

면접을 그렇게
도망치듯 끝내요?

 

첫 면접이라 잘 몰라서요

 

어디 가서 과정이나
교수진 얘길 해줄게요

 

궁금한 게 많을 테니
이번엔 그쪽이 질문해요

 

어때요?

 

좋아요

 

뭐라도 마실래요?

 

좋죠

 

저쪽으로…

 

뭐 떠오르는 거 있어요?

 

- 글쎄요
- 생각해봐요

 

엄마와 아이예요

 

선물 받았죠

 

솔직히…

 

이 모집과정이 마음에 들어요

 

아무거나 물어봐요

 

그럼 한 가지 여쭤보죠

 

그래요

 

누가 초상화
그려준 적 있나요?

 

한 번이요

 

오래 전에

 

저도 그리고 싶어요

 

괜찮으시겠어요?

 

괜히 불편하실 일…

 

괜찮아요

 

그거 있어요?

 

- 그거 있냐고요
- 네

 

사용해요

 

이런!

 

환상적이었어요!

 

뭐 갖다 줄까요?

 

지금 농담해요?

 

- 하나 물어도 돼요?
- 그럼요

 

- 제 기회에 영향을 줄까요?
- 무슨 기회?

 

입학 담당자로서

 

공사를 구분할 수 있나요?

 

사무실로 돌아가야겠어요

 

네, 업무를 팽개칠 순 없겠죠

 

오늘 밤에 만날래요?

 

- 좋아요, 그쪽은?
- 좋죠, 오늘은 안 되겠네요

 

내일 밤은 어때요?
정식으로 데이트하죠

 

어때요?

 

- 네, 좋아요
- 전화할게요

 

전화 좀 써도 될까요?

 

그럼요

 

여기요

 

고마워요

 

엄마

 

 

잘 된 것 같아요

 

네, 쉬웠어요
재미있었고요

 

그러니까 제가…

 

집에 가서 전화할게요

 

저도 사랑해요

 

엄마가 걱정이 많으셔서요

 

그러시겠죠

 

샤워 좀 해야겠어요
정신 좀 차리게요

 

그래요

 

정리 잘 돼있네요

 

그냥…

 

- 괜찮겠어요?
- 네, 괜찮아요

 

천천히 하고
그냥 나가면 돼요

 

- 하나 약속해줄래요?
- 네

 

내일 꼭 보는 거죠?

 

당연하죠

 

- 옷 갈아입으셨네요
- 그래!

 

- 루이즈입니다
- 무슨 일이야?

 

- 무슨 말이야?
- 여기저기 다 전화했었어

 

점심을 오래 먹었어

 

- 그렉한테 답장이 왔어
- 누구?

 

그렉 말이야!

 

아침에 전화했더라

 

- 뭐래?
- 뭐랬냐고?

 

호텔에서 전화를 했어

 

- 호텔?
- 단순하기도 하지

 

전화해서 이러더라고

 

‘와서 옛 생각하며
섹스나 할까?’

 

세상에!
그래서?

 

‘당장 갈 테니까
새우 좀 시켜놔’ 했지

 

설마

 

두 시간 전에
지금 가고 있어

 

그렉이 기다린다니까
래디슨 호텔에서

 

네가 봐야 하는데

 

신발은 조수석에 벗어두고
맨발로 운전 중이야

 

지금 기분 최고야

 

- 그래서?
- 호텔이 코앞인데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

 

왜?

 

왜? 그렉이 마지막으로 내 알몸을
봤을 때 22살이었으니까

 

물론 아직 괜찮지만

 

날 소녀로 기억하는데

 

지금 날 보면
실망할 거 아냐

 

지금은 애 둘 딸린
아줌마라고!

 

가슴이 언제 이렇게
쳐졌나 몰라

 

저런!
그러게 브라를 하라니까

 

젠장!

 

잠깐만

 

너 요즘 하고 있구나?

 

- 무슨 소리야?
- 누굴 속이려고?

 

넌 누구랑 잘 때
목소리가 달라

 

말해봐, 누구야?

 

글쎄

 

예쁜데?

 

당신 팬클럽을 깜박했네

 

새삼 우주의 경이에
매료된 사람들이지

 

우리가 그랬을 때 생각나?

 

그럼

 

당신을 얻은 게
큰 상이었지

 

자랑하느라 난리였잖아

 

그랬지

 

아직도 그러고

 

어떻게 지내?

 

글쎄

 

사실 너무 좋아

 

그래 보여

 

- 당신은?
- 나도 좋아

 

다행이네

 

행복해

 

- 행복?
- 응

 

사실 지난 주에

 

혼자 오리건에 간 게 아냐

 

뭐?

 

누구랑 같이 갔어

 

직접 얘기하고 싶었어

 

다른 사람한테 듣지 않게

 

고마워

 

- 학생이야?
- 아니

 

새미를 통해 만났어

 

새미?

 

- 담배 있어?
- 당신 안 피우잖아

 

피워, 가끔

 

고마워

 

루이즈, 몇 달 전에…

 

새미한테 도와달랬어

 

- 말했잖아
- 다른 얘기야

 

나 중독자야

 

중독?

 

- 무슨 중독?
- 섹스

 

섹스?
섹스 중독이라고?

 

그래

 

우리가 만나기 전부터야

 

결혼 마지막 3년간은
우리 관계도 안 했잖아

 

맙소사!

 

학기 시작 때마다 다신
안 그런다고 다짐했다가도

 

책상 위 명단만 보면

 

모든 게 다시 시작되곤 했어

 

나도 명단에 있었잖아

 

루이즈, 맹세하는데
당신은 달랐어

 

정말이야

 

몇 명이나?

 

- 몰라
- 몇 명이었어?

 

좀 많아

 

- 셀 수 없을 만큼?
- 그래

 

남자도 있었고

 

남자?

 

그래

 

- 얼마나?
- 몰라

 

- 몇 명이었냐니까!
- 모르겠어

 

많진 않았어

 

몇 명?
몇 명이 어느 정도야?

 

열 명은 안 넘어

 

열은 안 넘어?

 

그래도 나보단 많잖아

 

병 같은 거야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어

 

새미가 깨닫도록 도와줬지

 

내 동생하고도 만났어?

 

새미가 극복하는 걸 보고
도움을 받은 거야

 

프로그램에 들어가도록
도와달라고 했고

 

그러다가 파라를 만났지

 

파라?

 

그 여자도 섹스 중독이야?

 

그래서 만나면 섹스만 해?

 

그건 안 중요해

 

- 코카인 중독이야
- 그렇구나!

 

화려하네!

 

그보다 더 나쁜 건…

 

결혼생활 하면서
자길 원망했단 거야

 

물론 그랬겠지

 

자긴 전혀 눈치를 못 채고

 

내가 백마 탄 기사라는
생각에만 매달렸어

 

날 잡아주길 바랐는데도!

 

매일 중독자로 살아가는 게
어떤지 모를 거야

 

계속 숨기며 살아왔지만

 

이젠 그러지 않을 거야

 

당신이 허락한다면
내 잘못을 바로잡고 싶어

 

치료가 9단계쯤 왔나 보네?

 

보상이라도 하겠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다 구역질 나!

 

내게 가장 중요한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야

 

어쨌든 난 당신에게
전부 바쳤어

 

진실한 나를

 

- 내 자아를
- 나가, 피터!

 

알았어

 

- 나 때문에 그래요?
- 아뇨, 피터 때문에요

 

- 피터가 누군데요?
- 내 전남편

 

결혼했었는 줄 몰랐네요

 

난 서른아홉이고
우린 어제 만났어요

 

미안해요

 

우리에 대해
심각한 얘길 해서…

 

- 우리요?
- 아뇨, 우리가 아니라

 

그 사람과 나요

 

결혼생활에 대해서요

 

바람이라도 피웠대요?

 

자기랑도 잤을지 몰라

 

있잖아요, 루이즈

 

저 때문이에요

 

제가 당신과 잔 걸 눈치채고

 

질투나서 그러는 거죠

 

- 정말요?
- 네, 맞아요

 

그 기분 이해가 돼요

 

종일 당신 생각만 하며
시계만 보다가

 

당신이 남편 얘길 하니까

 

저도 질투나는데요!

 

- 질투요?
- 네

 

혼자 갖고 싶어요

 

정말?

 

 

오늘 밤엔 둘뿐이에요

 

당신과 나

 

세상에 우리 둘뿐이라고요

 

세상에

 

이렇게 배가 고팠나?

 

작업실을 보러 갔었어요

 

그래요?

 

대학 일이 잘 안 되면…

 

다른 수를 내야 하니까요

 

지금은 어디서 일해요?

 

아주 작은 공간이에요
엄마 집 지하실이라고

 

그럼 어쩌겠어요?

 

그림 못 그리면
뭐 할래요?

 

아마 미치겠죠

 

사고라도 나면요?

 

운전하다 나무를 들이받고…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가면?

 

그렇다면…

 

쪼개진 나무랑

 

깨진 유리랑 휘어진 철판을

 

내 피, 장과 섞어서

 

길 위에 큰 조각상을 만들죠

 

땅속에 묻힐 텐데?

 

헤치고 나올 거예요

 

흙을 뚫고 나와서

 

꽃으로 피어나는 거죠

 

운 좋으면 누가 와서
돌봐주겠죠

 

물도 주고
햇빛도 쬐어주고

 

물이나 주는 삶이군요

 

아뇨, 물만 주지 말고

 

이 부드러운 손길로

 

날 잘 보살펴줘요

 

디저트 먹을까?

 

떨어져!

 

떨어지라니까!

 

잠깐만요

 

루이즈, 리키예요
이쪽은 루이즈

 

- 안녕하세요
- 안녕

 

스캇이 못 믿을 녀석인 거
아세요?

 

시끄러, 꺼져

 

- 누구야?
- 옛날 동네 친구요

 

왜 자길 못 믿지?

 

부정적인 녀석이거든요

 

지난주에 쟤네 집에 있었다고
엄마한테 거짓말했을 때

 

공범이 돼줬어요

 

여자랑 있었어?

 

당신 만나기 전이에요

 

이리 와요

 

-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요
- 무슨 생각?

 

제가 어리다고 생각하죠?

 

- 어떻게 내 생각을 알지?
- 전 초능력이 있거든요

 

정말이에요

 

- 증명해볼까요?
- 아니

 

재밌을 거예요

 

제 절친을 만났으니까

 

당신 절친을 생각해봐요

 

떠올려보라고요

 

- 머릿속에 떠오르죠?
- 그래

 

- 생각을 집중해서요
- 알았어

 

좋아요
괴상하군요

 

어디 보자

 

아주 강해요

 

- 여자예요
- 맞아!

 

여자고

 

검은 머리고

 

언덕 위의 집에 살고

 

아이가 하나

 

아니, 둘인데

 

쌍둥이예요
이름이 M으로 시작해요

 

미시? 미시 맞아요?

 

- 어떻게 알아?
- 말했잖아요

 

당신에 대해선
다 안다니까요

 

농담이에요!

 

어제 미시랑 통화했어요

 

- 미시랑 통화를 해?
- 네

 

욕실에서 나와서
당신인 줄 알고 받았죠

 

절친이라던데, 맞아요?

 

맞아
또 뭐래?

 

마코스와 쌍둥이 얘기요

 

- F. 스캇
- 네

 

집에 가자

 

좋아요

 

옷 벗어

 

이런 거 좋아요

 

앞뒤로 걸어봐

 

걸어요?

 

좋은 시체가 되겠는데?

 

젊어서 죽는 것의 좋은 점이죠

 

나쁜 점은 뭐게?

 

- 젊어서 죽는 거요?
- 완벽할 때 죽는 거

 

저 완벽하지 않아요

 

- 좀 마르긴 했네
- 강단은 있어요

 

- 그러네
- 고마워요

 

이것도 결국은 사라져요

 

내 말이 그 말이야

 

젊어서 죽으면
작품에 깊이가 없지

 

왜요?

 

쉽게 벗어나니까

 

삶의 굴욕을
다 피해가잖아

 

직업상, 일찍 죽는 건
삼가란 말이군요?

 

우리 게임하자

 

- 척하기 게임이야
- 척하기?

 

뭐인 척할까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봐

 

멋진데!

 

상황을 설명해줄게

 

준비됐어?

 

 

미래야

 

넌 마흔 살이고

 

- 상상이 돼?
- 네

 

너 마흔이고…

 

실패한 예술가야

 

끝없이 싸워왔고
포기하지 않았지만

 

시간만 지나갔어
작품은 주목 못 받고

 

그런 건 상관없어요
계속 그릴 수만 있다면

 

물론이야
그래서 계속하는 거지

 

근데 오늘은 특히 비참해

 

아침에 일하러 가려고
옷을 입어

 

어디서 일해요?

 

뉴저지의 삼촌 가게에서
차를 팔아

 

멀어서 매일 늦어

 

- 자동차 딜러군요
- 중고차야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봐

 

뭘 입고 있을까?
자신을 봐

 

자기는…

 

와이셔츠에, 트렁크에

 

검은 양말을 신고 있어
바지도 안 입고

 

넥타이는 하고

 

- 맬 줄 몰라요
- 맞아

 

배운 적이 없지
그래서 도움이 필요해

 

당신은 누구죠?

 

- 내 아내?
- 그래, 자기 아내야

 

보통은 내가 타이를 매서
문에 걸어놓는데

 

오늘은 까먹어서
자기 목에 직접 해줘야 해

 

상상해야 할 게 또 있어

 

나이 때문에 살이 찐 거야

 

머리 숱도 적어지고

 

- 상상이 돼?
- 네

 

오늘 거울을 보고

 

새삼 삶의 목적이 있나
생각하게 돼

 

회의가 밀려드는 순간이지

 

- 무서워요
- 겁이 나!

 

겁이 나지

 

난 엄마처럼 서서
타이를 매고

 

자기는 팬티에
까만 양말만 신고 있어

 

내가 자기 배를 내려다봐

 

팬티 밖으로 삐져나온 뱃살을

 

흔들어대며 말하지

 

‘여보, 조깅이라도 해요’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봐

 

농담처럼 말이야

 

- 전 뭐라고 하죠?
- 안 해

 

아무말도

 

할 말이 없으니까

 

내가 끝낼 때까지
서 있는 수밖에

 

- 너무 잔인하군요
- 당연하지!

 

그뿐인가?

 

그건 빙산의 일각이야

 

하지만…

 

그런 굴욕이 널
세상과 연결해주고

 

그런 느낌이
네 작품에 의미를 줘

 

왜 이러는지 알아요

 

뭘?

 

- 왜 화났는지요
- 화 안 났어

 

피터 때문이군요

 

당신을 많이 아프게 했죠?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내 말 들어요

 

그 남자는…

 

날 봐요!

 

스캇!

 

엄마!

 

뭐가 잘못됐니?

 

다요

 

피터한테 여자가 있대요
믿어지세요?

 

그래, 믿어져

 

어떻게 알았니?

 

피터가 말했어요

 

많은 얘길 했죠

 

젊은 여자래?

 

이름이 파라래요

 

내가 왜 여길
좋아하는지 아니?

 

이 땅만 책임지면 되니까

 

세상도, 정의도
신경 안 써도 되고

 

이 애들만 돌보면 되니까

 

새미 저녁 먹으러 와요?

 

일에 치여서
언제 오는진 몰라

 

- 파이 구우셨잖아요
- 혹시 몰라서 만들었지

 

제가 안 온다고 뭐라셨지만

 

파이 만들어주시면
자주 올 것 같아요

 

너 파이 안 먹잖니

 

일주일에 두 번이나?
세계 기록이네

 

- 알고 싶은 게 있어
- 뭔데?

 

왜 그랬어?

 

뭘?

 

피터

 

덕분에 돈 벌잖아

 

돈 얘길 하는 게 아냐

 

그럼 무슨 얘긴데?

 

나한테 피터 얘길
해줄 수도 있었잖아!

 

하지 말래서
할 수가 없었어

 

못한 거야? 안 한 거야?

 

스스로 알았어야지
내가 왜 얘기해?

 

약물중독이라면서
그렇게 고상해?

 

회복 중이야

 

그렇지
손만 까딱하면 정상이 되지?

 

- 어차피 정상은 없어
- 그러시겠지

 

그야 네가 엄마 부엌에서
파이나 먹고 있으니까

 

엄마나 등쳐먹고 살잖아!

 

그래, 난 엄마 부엌에 있어

 

누나는 어딨었어?

 

가정이 파탄 나고

 

남편이 망가질 때 뭐 했냐고!

 

네가 내 결혼생활을 알아?

 

동정을 구하는 건
시간 낭비야

 

세상은 상관 안 해

 

내 인생이 거짓이었든

 

엄마가 늙어 가시든

 

누나든 나든

 

누나 결혼생활이 어땠든

 

그럼, 왜 난 안 도와줬니?

 

피터를 도와준 것처럼 말이야

 

패턴을 찾아

 

- 패턴?
- 찾아내서

 

그게 반복되면 써먹으란 말이야

 

잘난 척하지 마!

 

누나 맘대로 생각해

 

자존심이나 자기 연민은 버리고
문제를 해결해

 

미시 골드버그라고
투숙했나요?

 

열렸어요

 

날 어떻게 찾았어?

 

- 패턴 인식
- 새미처럼 말하네

 

- 새미?
- 말 안 했나?

 

내 투자를 돕고 있다고

 

그게 뭐든 전부 걸어

 

학자금이든 뭐든
걔 말은 다 진리라니까

 

만났어

 

- 새미 말이야?
- 누군지 알잖아

 

나한테 말 안 했지?

 

무슨 소리야, 미시?

 

다 알고 있어

 

스캇 맞잖아!

 

- 담배 있어?
- 끊었어

 

그이라는 게 안 믿겨

 

- 내가 미친 줄 알았어
- 날 믿어, 맞아

 

문제는 어떡할 거냐야

 

처음 보고 기절했겠네

 

처음엔 못 믿었지만 나중엔…

 

내 앞에 있다는 게
실감나더라

 

어떻게 알아냈어?

 

우연이지
운명!

 

사무실 전화를 안 받아서

 

집에 했더니 그가 받던데?

 

바로 알았어?

 

목소리도 그랬지만

 

쓰는 말투랑 느껴지는 뭔가가
그 사람인지 알겠더라

 

30분이나 지나서
이름을 물어봤는데도

 

- 30분?
- 세 번이나 물었지

 

철자도 물었다니까
미친 여잔 줄 알았을 거야

 

그래서 어떤 느낌을 받았어?

 

진짜 내가 된 느낌

 

그래

 

애들 학교나 태워다 주는
그런 나 말고

 

다른 나

 

소녀

 

그래, 그거야

 

거울을 봤는데
정말 오랜만에

 

익숙한 내가 보였어

 

진짜 내 얼굴 말이야

 

누구 엄마의 얼굴 말고

 

그래서 널 떠봤는데
안 넘어오더군

 

결국 기다리다 못 참고

 

여기로 온 거지

 

- 그리고?
- 그리고

 

전화했지

 

- 어디로?
- 리키네 있던데?

 

리키?
리키는 어떻게 알았어?

 

스캇 엄마 번호를 찾아서

 

대학인 것처럼 전화했지

 

지원서 때문에
당장 통화해야 한다고

 

그러곤 전화를 해서

 

식사 초대를 했어

 

네 얘기를 해주겠다며

 

- 오늘 같이 있었어?
- 응, 아주 즐거웠지

 

내가 양말도 사줬어

 

- 나에 대해 물어?
- 물론이지, 그것도 많이

 

- 스캇 얘긴 안 했지?
- 나 바보 아냐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충분하진 않지만
쏠쏠했지

 

- 그를 만졌어
- 만졌다고?

 

그 부드러운 살결을
내가 만졌다니까!

 

어떻게 날 속일 수 있어?

 

나도 그를 사랑했어

 

- 알지만 신경 안 써!
- 무슨 뜻이야?

 

이번엔 같이 안 나눠!

 

그랬던 거 기억 안 나?

 

이건 기억해!
스캇이 나 때문에 널 찬 거

 

나눠준 것도
동정한 것도 나야

 

게다가…

 

죽을 때도 내 거였고

 

- 상관없어
- 죽을 때 내 거였다고!

 

그래서?

 

살았으면 나한테 왔을 거야

 

네가 어떤 여잔지 알았겠지

 

- 어떤 여잔데?
- 멍청이!

 

그래, 그래도 나랑 결혼해서
소호에 살고 있을지 누가 알아?

 

뉴저지의 삼촌 가게에서
차를 팔거나

 

맞아, 내가 보기엔
네가 질투하는 거야

 

- 뭘 질투해?
- 스캇과 내가 애 둘에

 

강아지 키우며
살았을지도 모른단 거

 

질투 안 해, 여류 조각가 때문에
3주 만에 널 찼을걸

 

그리고 너한테 돌아간다고?

 

그래!

 

나랑 결혼도 하고
애도 가질 수 있었어!

 

네가 낳은 시험관 아기?

 

그와는 가능했을 거야

 

넌 아기를 낳을 수 없잖아?

 

미안하지만, 루이즈
사실이잖아

 

그가 널 어떻게 대했는진 잊었어?

 

널 발가벗고 뛰어다니게 하고
놀리곤 했다며?

 

내 초상화를 그리려던 거야

 

약속만 하고 안 그렸잖아!

 

내 초상화를 그렸어!
‘엄마와 아이’

 

루이즈!
넌 그때 17살이었어

 

사실대로 다 말할 거야

 

그럼 다 망쳐, 루이즈!

 

스캇, 밖에서 뭐 해?

 

당신 기다려요

 

미시가 전화했어?
뭐래?

 

나한테 중요한 얘길
할 거라고요

 

들어가자

 

그냥 여기서 얘기해줘요

 

무슨 얘기라고 생각해?

 

저랑 끝났고
즐거웠다는 얘기요

 

그런 얘기 아니야

 

고등학교 다닐 때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나랑 사귀다가…

 

미시를 만나면서

 

미시가 뺏어갔어

 

그러다 그가 죽었어

 

- 어떻게요?
- 차 사고로

 

- 루이즈, 안됐어요
- 너 같았어

 

너처럼 그림을 그렸고
이름도 똑같았어

 

- F. 스캇?
- 스캇 파인스태트

 

이름이 스캇 파인스태트였어

 

미시도 제가 닮았다고
생각해요?

 

그래, 네가 그 사람이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당신 생각은 어떤데요?

 

- 내 생각?
- 네

 

미시는 내가 옛날에
죽은 사람이란 거잖아요

 

- 당신 생각도?
- 난 모르겠어!

 

그래

 

여기 온 게 운명 같다고
네가 말했지?

 

정말일지 몰라

 

네 안의 뭔가가 널
내게로 이끌었을지도

 

어떤 남자 때문에
마음 아팠던 건 이해해요

 

하지만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일이에요

 

사람들은
그런 경험에서 배우고

 

잘들 살아가잖아요

 

그러니 문제지!

 

그냥 살아가는 건
잘못된 거야!

 

아무 영감이 안 떠올라도
그러려니 해?

 

그래?

 

- 싸우기 싫어요
- 내가 원하면?

 

혼자 해요

 

스캇!

 

- 안녕하세요
- 네

 

젠장!

 

피터

 

괜찮아?

 

단지 진실을 말하고 싶었어

 

내 고백으로 우리가
처음으로 가까워지길 바랐고

 

- 안녕
- 할 말 있어요

 

당신이 피터군요?

 

맞아, 누구지?

 

석사 지원자야

 

석사 지원자?
정신 나갔어요?

 

대체 무슨 일이야?

 

제 얘기 안 해요?
전 죽은 남자예요

 

피터, 그만 가줘

 

아니, 있어야겠어

 

그래요, 같이 손잡고
기도나 하죠

 

부탁이야
내가 알아서 할게

 

- 그러게 두시는 게 좋아요
- 말조심해

 

- 여기서 나가요
- 그만!

 

피터, 부탁이야

 

- 15분 후에 전화할게
- 그래

 

반가웠어요

 

이게 뭐죠?

 

어젯밤엔 내 머리를
터지게 만들더니

 

밤새 전남편과 잠을 자요?

 

같이 잔 게 아니야

 

결혼 후에도 거의 안 잤어

 

당신 수법이에요?
누군가와 헤어질 때마다

 

죽은 옛 남자랑
똑같다고 말하는 게?

 

모든 게 너무 불가사의해

 

나한텐 안 그런 줄 알아요?

 

아침에 내 옆에 잠든
당신을 보고

 

모든 게 새롭고 낯설었어요

 

이제 당신을 보면
난 장님이 돼버려요

 

당신 얼굴이 앞에 있으면

 

너무 예뻐서
쳐다보지도 못해요

 

왜?

 

내 이름은 F. 스캇이 아니라

 

프랜시스예요

 

- 프랜시스?
- 프랜시스 스캇 키 파인스태트

 

F. 스캇이 더 멋지게
들릴 거라 생각했죠

 

- 집에선 프랜이라 불러요
- 프랜?

 

네, 프랜이요

 

더 나쁜 게 뭔지 알아요?

 

당신은 날 예술가로
보는 게 아니라

 

그 남자로 본다는 거예요

 

‘엄마와 아이’라는 그림
어떤지 알아요?

 

- 쓰레기예요
- 그런 말 마!

 

어린 애가 물감을 엎고
예술이라고 우기는 거죠

 

그러지 마!

 

한숨도 못 잤어요
미칠 것 같아서

 

당신 말을 이해하려 애썼죠

 

- 그래서 어떻게 했게요?
- 어떻게 했는데?

 

미시한테 갔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을 것 같아요?

 

잘 있어요

 

- 만났어?
- 응

 

- 우리 애들처럼 행동했지?
- 어제 무슨 일 있었어?

 

걔가 날 찾아와서
해 뜰 때까지 했지

 

다섯 번쯤 했나
별걸 다 해봤어

 

땅이 흔들리더라
만족해?

 

- 사실을 듣고 싶어
- 내가 기회를 줬어

 

두 번이나 말이야

 

근데 거부하더라
믿어져?

 

대체 왜 이래?

 

잘 알잖아

 

네가 가진 거라
원하는 거야

 

그게 정말이야?

 

물론이지
마코스가 하는 말이야

 

마코스한테 얘기했어?

 

주말에 나파에서 만날 거야

 

어제 내게 한 얘기는
너무 잔인했어

 

너도 나한테 그랬잖아

 

- 너무 잔인했어!
- 난 지고 네가 이겼다고

 

흡족해 하지 마

 

흡족해?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루이즈, 그만 좀 해!

 

이 둘은 두 눈송이보다도
닮았어

 

넌 멋진 눈송이를 가졌어

 

누가 널 이렇게 생각하겠어?

 

근데 넌 나랑
말싸움이나 할 거야?

 

신기하지

 

좋은 일을 마다하는 사람도
있다는 게 말이야

 

새미입니다

 

- 루이즈야
- 무슨 일 있어?

 

- 아니
- 내가 이따 걸게

 

- 알았지?
-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망령 났구나?

 

피터

 

안녕

 

메시지 받았어

 

- 걱정했지?
- 그래, 경찰 부를까 했어

 

- 내가 해결한댔잖아
- 해결했나 보네?

 

자기랑 난 절대 안 돼

 

서로… 사랑해도?

 

그래도 안 돼

 

- 프랜!
- 안녕, 루이즈

 

저기…

 

뭐예요?
작별 편지예요?

 

당신이 했어요?

 

아니, 네 작품이 했지

 

축하해
네 그림 멋져

 

정말 아름다워

 

루이즈…

 

고마워요

 

그럼…

 

그래

 

날씨 좋네요

 

그렇네

 

괜찮아?

 

 

좋아

 

또 만나는 거죠?

 

내가 찾아갈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