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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 경오 7년 (1630년 경오년)

5월 13일 맑음

아침부터 유달리 더움

사시(오전10시경)
후계자 벤노스케님

영지 외에서 들어온
시라카와의 첫 송어를

낭중 도오이 오오유카미님께
헌상하기 위해.

칸다바시 카미 저택으로 보내다

달리 알려야할 정도의 일은 없음

단..신시(오후4시경)이 되어

전(前) 히로시마의 영주
후쿠시마 가문의 낭인이라 칭하는 자

대문에 찾아왔다

 

셋푸쿠(할복)
1962년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원작 타키구치 야스히코
(선데이 마이니치 오오이에 문예상 '이문낭인기'에서)

 

주연 나카다이 타츠야
감독 코바야시 마사키

 

에도 소토사쿠라다 거리
이이 가문 저택

 

전(前) 히로시마 게이슈우의
후쿠시마님의 가신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성명은 츠구모 한시로라 하오

츠구모의 '츠'는 오오츠의 츠

'쿠모'는 하늘의 구름(쿠모)이오이다

 

그리하여, 용건의 내용은 무엇이신지..?

주군 가문의 몰락이 원화5년(1619년),

그때부터, 고향을 떠나 에도(도쿄)에 와서

어느 조그만 집에 생계를 차리게 되어

생기없이 연명하며

이리저리 인편에 청하여
다시금 등용을 부탁해보았으나..

아...아무리 발버둥을 쳐도..이 태평성대에..

어차피, 생각대로 되지 않는 바..

뜻을 펴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나날을 보내는 중..

생활도 점점 궁핍을 더해서

이제는 이 이상의 인내도 더 있을 수 없는 바..

그렇다면, 이대로 공허히
추하게 신음하며 살아 수치를 당하느니..

깨끗하게 배를 갈라, 끝을 맺고자 마음을 정하여

아무쪼록, 부탁하온데 당가문의 현관을
빌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아뢰고 있습니다

 

또 기어 들어왔군..

질리지도 않고..

어떤 처리를 내리시겠습니까?

 

좋아, 놈을 들여라

 

자..사양마시고..

 

감사드리오

 

전(前) 히로시마 게이슈우의
후쿠시마 사에몬다이유 마사노리의 가신

츠구모 한시로라 합니다

불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 이이 가문의 가로석(고문)
사이토 카게유라 하오

빠른 알현에 황송할 따름입니다

-소인의 용건에 대해서..
-상세한 내용은 들어 알고 있소

언제까지 누추히 살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 깨끗하게 배를 갈라,
무사다운 최후를 마치고 싶다..

그런 연유였지 않소?

그렇습니다

요즘 세태에..참으로 훌륭한 결의..

단지 감복할 따름이오!

귀하는 분명...전(前) 후쿠시마님의
가신이라 들었소만..

지지이와 모토메라고
칭하는 사람을 알고 계시오?

지지이와?

그렇소.

글쎄...

알지 못하는 것이오?

분명, 전(前) 후쿠시마님의 가신이라 했소만..

가문이 융성할 당시, 가신의 수는..

약 1만2천..

하나 하나 기억을 하기는..

그렇소이까?
뭐..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소

올해 초봄에...
분명 1월의 말이었었지..

그 지지이와 모토메라는 낭인이 찾아왔었소

그것도 그쪽과 같은 용건으로..

공식적인 죽음의 장소로
당 이이가의 현관앞을 빌리고 싶다고..

오호..

 

뭣하면, 이야기를 들려드리오리까?

그 때의 경위를..

들어보겠습니다

전(前) 히로시마의 게이슈우,
후쿠시마님의 가신이시라 하셨습니까?

그렇소..

후쿠시마 사에몬다이유 마사노리의 가신

지지이와 모토메라 하오

그리하여, 용건의 내용은?

주군의 가문이 몰락후..

멀리 에도에 와서, 어느 조그만 집에 옮겨와

생기없이 연명하며

이리저리 인편에 청하여
다시금 등용을 부탁해보았으나..

어차피, 이런 태평성대..
아무리 발버둥쳐도..

 

드디어 기어들어 왔나..

그래..어떤 처분을 내리실 생각이십니까?

그렇군..

하찮은 것이 유행하는 군..

원래, 전국시대 가문들의 처분방식의 유산..

아무리 생각해도, 저것은 옳지 않은 것입니다

아니, 야자키..일리가 있네

어째서?

전국시대에 찾아왔었던 자들과는 다르네

진실로 배를 가를 작정이었네

그 방법에 있어, 불명예라하는 것은 없었다..

그리하여, 그 결심에 감동을 받아, 비로소
전국시대 가문의 파격적인 처분으로

의복실의 관리로 등용되기도 했던 것이다

그것은 괜찮네..

그것은 그대로 괜찮은 걸세

문제는..

그 이후의 낭인놈들의
괘씸하기 그지 없는 짓들이다

배를 가를 작정은 털끝만큼도 없이..

단지, 의식주에 궁해진 나머지..

강탈을 노리기에 좋은 현관..

그렇다고, 현관앞에서
배를 가르게 할 수도 없네..

뭐...오늘 같은 일은 다른 가문도 마찬가지..

뭔가 손에 쥐어주어서, 돌려보내는 편이..

아니오..그것은 안됩니다

응?

돈을 주어 돌려보내면..
또 다른 것이 현관을 찾아오게 되오

연달아서..

마치 설탕의 더미에 개미가 몰려들 듯이..

에도의 고을마다, 세키가하라 전투이후로
낭인들이 우글우글 넘쳐나고 있소..

먹이를 찾아, 포효하는 굶주린 들개..

이이가문도 너무 관대하군..

다른 가문과는 달리,
조금은 기개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낭인들도 어제까지는 그 문을 피해가고 있었소

그런데, 무엇인가? 저 꼴은..?

'아카조나에의 무용'이라 칭하면서도

천하태평의 세상이 되면...
그런 것은 어차피, 먼 과거의 꿈이야기..

이렇게 이상하고 우스운 평판이..

에도에 퍼져도 괜찮은 것인지?

하물며, 우리 주군께선 고향에 계시니..

그 부재중에 당가문의 위세가
손상되는 풍문은 어떤 일이 있다해도..

돈을 주어서, 물러가게 하는 짓따위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애초에 생각하고 있지 않네

배를 가를 마음같은 것은
털끝만큼도 없는 주제에..

할복을 하겠다고..

-대감!
-응?

그렇다면..

 

기다리게 했소이다

 

이 가문의 기마 호위무사...
카와베 우메노스케라 하오

게이슈우 낭인
지지이와 모토메라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안내해드리겠소

예?

욕실로 안내해드리겠소

 

나리께서 지금, 고향에 계신 까닭으로

고문이신 사이토 카게유님으로부터

후계이신 벤노스케님께 사정을 말씀드려

'근래에 보기힘든 신조를 가진 자'
즉시 알현을 허락하라시는 명이 있었소이다

그럼..후계 벤노스케님을 알현하게..?

그렇소

실례이나.. 그 의복으로는..

먼저 목욕재개를 하여 정갈히 갖추시오

의복과 나머지는 지금
당가문에서 준비를 해드리겠소

예, 그럼 호의에 힘입어..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꿈이야..정말..

생각지도 못했다기 보다는..

마치..

실례하겠소

 

오래 기다리게 해서, 실례했소이다

다시 한번 환복을 부탁드리겠소

예?

환복이외다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후계자 벤노스케님을
알현하는 것이 아닙니까?

음?

알현을 허락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만..

그럴리가..

-뭔가 착오일 것이외다
-아니..착오가 아닙니다

좀 전에, 기마 호위무사,
카와베 우메노스케님께서..

오..카와베님..

그러고보니..음..역시..

이제 이해가 가시는지..

아니..확실히 분명해졌소

고문이신 사이토 카게유님께서 귀하의 말씀을
그대로 후계님께 상언드리니,

근래 좀처럼 보기드문 진정한 무사

가능하다면, 가신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예..

아니..하지만..자신이 배를
갈라 끝을 맺겠다고 하는 이상..

예사롭지 않은,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이다

이제와서, 말린다고 그만둘 일은 없을 것이다

바라는 바대로 이루어 주어라..

그 용맹한 무사를 만나,
일언, 대화를 나누고 싶으나

용건이 있어, 낭중 도이님 댁까지 가야만 한다

가능한 한, 각별하게 정중한
대접을 하라고 하시어

가신 일동은.. 그 최후의
무사의 죽음을 지켜보아라..

후에 기억하여 본을 삼으라

그러한 명이 있었다고 들었소

 

어떠신가? 지금의 이야기..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로군요

역시 '아카조나에'로 평판 자자한 이이 가문
용맹의 가풍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하니, 그쪽은 어떻게 하실 작정이오?

그건...이것을 말씀하시는 것이오이까?

그렇소

 

사양은 없소이다

애초에 그럴 작정으로 찾아온 이상..

 

이런, 이런..

이거 정말 훌륭한 마음가짐...

츠구모라는 자네..

그럼, 지지이와 모토메의 이야기..

지금 좀더 해드릴까?

듣지요

자..시간이 흐르는 것도 두려우니..
환복을 부탁드리오

이미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예법대로의 할복의 준비말이오

-부탁이 있소이다
-음?

부탁이오! 잠시만의 유예를 주시오!

유예?

아니, 도망도 숨지도 않겠소!

반드시, 이 저택으로 되돌아 오겠소!!

잠시 잠깐의 유예를!!

 

그런 것은, 이제와서 불가하오

그런 부당함이?

부당해?

할복은 본디, 귀하의 바램에 의해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소

드릴 말씀이 없소이다!

하루 이틀의 유예만 있다면!

반드시!!

무사에게 두번의 말은 없을 터..

불가하다!!

 

검에 탁월한 야자키 하야토
솜씨도 우수하오..

한걸음이라도 움직인다면..
몸통이 둘로 나뉠 것이오

나머지들도 즉시 덤빌 것이오

 

생선회처럼 갈갈이 찢기기 보다는..

스스로 할복을..무사다운 최후를..

자..환복을 부탁하겠소

 

선대 주군께 아룁니다

가문의 정원을, 낭인의
부정한 피로 더럽히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가문의 일동은 말씀에 따르지 못하여

더 나아가서는 인연이 얕지 않은 토쿠카와 가문..

천하의 도리를 위함이라 새기고 있습니다

부디..부디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와키자시(작은 허리 칼) 까지

이 꼴이로군..무우는 고사하고,
두부도 힘들겠어..

무사의 혼까지 팔아넘기고..

대나무칼 같은 것을 차고 다니면서..
깨끗하게 배를 가르고 싶다?

잘도 시원스레 말을 하는군..

 

만전의 준비가 마련되었습니다

 

지지이와 모토메라는 자네..

낭인으로 살며,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
깨끗하게 배를 갈라 끝을 내겠다니..

참으로 기특한 마음가짐이네..

무사라면, 누구라도 본을 받고 싶을 정도이군

부끄러운 일이네만..

선대 나오마사님 이래,
젊은 것들의 무용을 되새겨 보아도..

그대 정도의 각오를 보인 자는 없었네

진정한 무사의 훌륭한 모습이네..

가슴 깊이 새겨, 보아두라고
가신들을 이렇듯 모아두었네

자..마음을 가라앉히고..

 

부탁드립니다!

무슨일인가?

잠시만...아니, 하루 이틀의 유예를!!

절대 도망도 숨지도 않겠소!

반드시 여기에 되돌아 오겠소!

부디! 부디!!

이런, 이거 참..이상한 소릴 하시는 군..

근래에..에도의 고을마다

무사의 축에도 들지 못하는 낭인놈들이..

할복을 하겠다고 하면서,
여러 가문의 현관을 빌리도 싶다고 하며..

약간의 금전을 얻어 간다고 하네만..

설마..귀하는...

아니오..절대 소인은..

아니..아니..그럴 것이오..

인품이나 외모를 보나,
귀하가 그런 구걸꾼이라고는...

난 털끝만큼도 생각지 않네..

자..마음 쓰지 말고..

 

미숙하나, 개착을 맡겠소
(할복시 목을 베는 사람)

유파는 신도무념일류!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만..

만일을 위해, 일단 설명하겠소

할복의 예법도 세상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가고 있소

근래에 들어서는 할복도
단순한 명목으로 끝나는 것으로

소반위의 단도에 손을 뻗으면..

그 순간을 가늠해서
개착인이 적당히 목을 쳐내리고 있소

따라서, 실제 배를 가르는 것이 아니고..

소반위의 것도, 차고 다니던
와키자시나, 단도의 종류가 아니라..

부채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소

허나..금일은 그렇게 형식에 떠맡긴
경조부박한 방식이 아니라

모든 것을 고전적인 예법대로 진행하겠소

아시겠소?

이렇게 열십자로 갈라 주시오

그걸 잘 보아, 끝이 난 뒤,

소인이 개착을 해드리겠소

충분히 배를 가르지 못한다면
개착은 하지 않겠소

아시겠소?

그럼..

 

귀하가 차고 있던 칼이오

사용해주시오

 

자신의 허리에 찬 것이야말로 무사의 혼!

이것만큼 마지막을 장식하는 데에
어울리는 것은 없소

 

자..왜 그러시오?

시작해주시오!

 

베어라..

베어라!!

아니, 아직이다! 아직!

충분히 갈라 주시오!

 

왜그러시오!
오른쪽으로 잡아 끄시오!

 

궁지에 몰렸다고는 하나

혀를 물어 끊다니..
칭찬을 해야할지..흉하다 해야할지..

하지만..애초에 대나무칼을
허리에 차고 있으면서 할복을 입에 담다니..

그런데..그대는 어떠신가?

음?

어떠시다니..?

이걸 말씀하시는지..?

지금 들려준 대로..

지지이와 모토메의 경위는 조금의 거짓도 없소

츠구모님...나쁘게 말하지는 않겠소

잠자코..

아니..그런 배려는 필요없소이다

소인..그 지지이와라는 자와는 달리..

허리에 찬 것은 대나무칼이 아니오이다

혀 같을 것을 깨물지 않고,
훌륭하게 배를 갈라 보여드리겠소

 

알겠소

츠구모님..

그렇게까지 소망하는 바이라면..
바라는대로 해드리겠소

-여봐라!
-예!

 

게이슈우 낭인, 츠구모 한시로님께
할복의 장소로 우리 안뜰을 빌려드린다

옛!

 

그리고, 그 의복으로는 너무도..

-저승길을 떠나는 외출복으로는 그런 초라한..
-아니오이다..

왜그러시오?

그런 배려는 일체 필요없소이다

이런 하찮은 낭인의 최후에는..

오히려, 이 모습대로가
어울린다고 할 수 있는법..

 

오늘은 참으로 정중한 대접을 받았소이다..

단지 송구스러울 따름이오

츠구모 한시로, 감사를 드릴 수도 없소

그럼 이제부터..

 

그런데..대감.. 개착의 예는..어느 분이..

신멘 이치로에게 일러두었습니다

신멘님...

 

누군가 바라는 사람이라도?

그렇소이다

오모다카 히코쿠로님께 부탁드리겠소

왜 히코쿠로를..?

이이가(家) 가신중 그 사람이 있어서..
신도무념일류를 쓰신다 들었소이다

그렇군..히코쿠로라면, 나쁘지 않을 터..

히코쿠로..

히코쿠로!!

오모타카는 오늘 출사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음?

피로가 있어, 4,5일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서면으로 보내왔습니다만..

그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츠구모님..

들으신 대로, 오늘은 오모타카는
출사를 하지 않았소이다

달리 다른 이를...

아...그것 참..아쉽군요..

어떻게든 오모타카님께 부탁을 드리고 싶소만..

각별한 처분을 부탁드릴 수는 없으니..

응? 그렇군..

피로라고는 해도, 그다지 평소와 달라보이지는..

분명, 그렇게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봐라..
-예

 

화급히 관사로 향해서, 오모타카에게 전해라

피로로 지장이 없다면,
즉시 출시하라고..

-알겠나? 서둘러라
-예!

 

이런저런 일들을 만들어 죄송하오이다

그럼..이대로 기다리시겠소?

그렇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 잠시의 휴식을?

아니오..

안으로 들게 되면,
그만 고향생각이 날 듯 하오..

저승길을 떠나는 것이 늦어졌다고는 해도..

이대로 있게 해주시오

대단한 마음가짐이군..

단지 감복할 뿐이오

그런데..대감..

서로 이렇게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도 재미없는 이야기..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소인의 인생 이야기라도 들어 보시겠소?

호오..그대의 인생 이야기인가..

그렇소..

이 낭인놈의 가난 이야기라..
하찮기 짝이 없으나..

오늘은 남의 인생이라 해도..
내일은 나의 인생이 되는 일도..

다른 분들도..

뭔가 하나 정도는, 그 넋두리 안에서,
깨달을 것이 있을 것이오

오늘은 남의 인생이라 해도..
내일은 나의 인생..

 

아니..그것도 흥미있겠군..

후학을 위해, 명심하고 들어라

죽음을 바라고, 죽음을 마주한 자의 이야기..

단순한 한조각의 넋두리는 아닐 것이다

분명히 뭔가 가치 있는 것이 있을 터..

대감..

좀전에 정무실에서 들었던 이야기..

그 내용에 거짓이나 허구는
털끝만큼도 없는 없으시겠지?

 

바로 그렇소..

게이슈우 낭인 지지이와 모토메..

조금은 소인의 지인이었소이다

 

지지이와 모토메..

조금은 소인의 지인이었소이다

 

모토메는 성인식을 치르기 전, 15세

딸인 미호도 아직은 11세의 천진한 시절..

11년전..

허나, 이렇게 눈을 감고 있으면..

소인에게는 그것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뚜렷이 떠오르오

 

-자..한번 더하세..
-관두세..

맞아도 빗나가도, 성보수를
위한 돌이 모자라게 될것이야..

활도 당분간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일세

'천하태평에 사해(四海)는 고요하니...'인가?

 

그런데..오는 22일이네만..

누우이의 7주기가 되는군..

명일이라고 알고는 있었으나..7주기인가?

음.. 그래..우리 관사에서는
이름만이라도 법회를 열고 싶네

갖출 것은 신경쓰지 말고..

알겠네

하지만..세월빠르군..그때부터 벌써 7년인가?

하지만..아무래도 믿기 힘들군..

아니..우락부락하기 짝이 없는 자네가..

처도 새로 들이지 않고,
미호님을 잘도 이렇게 키웠군

진나이..

이야기를 정 반대로 뒤집을 수도 있네

유키님이 돌아가셨을때..

자네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걱정이었네만..

그게 지금은 어떤가?
아무리 자넬 좋게 봐도..

솔개에 매야..

솔개에 매?

홀아비 솔개가 말일세..

너무 귀여워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응석만 받아주면서, 자신의 아이를 키웠다

그런데, 결과가 어떤가?

아이는 솔개가 아니라 매로 성장했다..

-훌륭한 젊은 매로 말일세
-뭣이?

아직 멀었네..덩치만 커다래서는..

저래선 아직, 자유자재로 창공을 나는
젊은 매라고는 못하지

하지만, 말일세..

우리 둘은 전장에서 영광을 얻는 것
밖엔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네

아이를 키우는 재주라니..의외야

 

그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면, 천하는 태평..

하지만, 그것도 그리 쉽지는 않았소

 

어차피 우리의 행복같은 것은,
사상누각과 같은 것..

강한 바람이 분다면, 그걸로 끝

게이슈우 히로시마 49만 8천석이
어떤 식으로 무너졌는지는..

길게 늘어놓지 않아도, 여러분 모두가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오

히로시마성 수리에 얽힌,

부당하고도 일방적인
도쿠가와 막부의 결정에 의해,

원화5년 6월(1619년 6월)

주군 마사노리는 카와나카섬의
유배지로 옮겨져서

아무 죄도 없는 1만2천에 달하는 가신은

제각각 생계에 내몰렸소

 

진나이..

 

'츠구모 한시로님'

 

오랜 세월의 친분에 의해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니..

성 수리 봉행 곤자에몬 마사카츠님
이리저리 해도, 최후가 있을 뿐..

따라서, 그 길을 먼저 떠나겠소
함께하는 것은, 소인 한사람으로 충분하니

동행은 조금도 필요치 않소

단지, 외아들 모토메..

키만은 컷다고 해도, 아직은 15세

앞으로 장래에, 아무쪼록 잘 부탁하오

 

성미 급한 녀석..
나보다 먼저 배를 가르다니..

한시로..넌 용서않는다

가문이 건재하다면,
함께 가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파면이 된 지금, 의미도 없네

-길동무는 진나이 하나로 족하네
-아니, 그래서는..

당황하지 마라! 한시로!

진나이놈..자신이 할복하지 않으면,
한시로가 먼저 하리라 생각하기에

한걸음 먼저 두사람분의 몫을 끝맺었다

그렇다면, 한시로 넌 살아가야만 한다

진나이의 몫을 함께 해서 말이다

더욱이 진나이 가문의 외아들..
모토메가 살아가는 것을..

누가 보아주겠나?

 

이제...지금부터 그 진나이를 만나러 가네

한시로

진나이에게 전할 말은 없는가?

진나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무것도..?

진나이에게..한마디..

 

모토메에 대해선..

아니, 지지이와 모토메의 앞날은..

반드시 함께 이 츠구모 한시로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받아들이겠다고..

츠구모님..그리고는..?

 

-어찌되었나?
-예..

그것이..생각보다 큰 병인 것 같습니다

병명이 뭣인지, 확실히 명백해졌는가?

가신들의 말로는 열이 높고..
몸 곳곳에 통증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인이 직접 문안을 하려했으나

강하게 거부하면서,
이대로 만나는 것은 흉하다 하여..

가신을 통해 이렇게 알려왔습니다

부득이, 대감의 말씀을 전하기만 하고,
지금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요즘 2,3일간의 생각밖의 더위..

더위 먹은 것이나 뭐 그런 것일테지..

 

츠구모님..

들은 대로라네..

개착은 오모타카 히코쿠로 외에
다른 사람으로 골라주게

오호...

아쉽게도, 그래서는 힘들겠군요..

그럼..

그럼...야자키 하야토님을 부탁드리겠소

하야토?

 

이나베..야자키도 분명 4,5일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있지?

그렇습니다

피로기가 있어, 휴직을
하겠다고 써보내왔습니다..

츠구모님..

아쉽게도..야자키 하야토도
병으로 쉬고 있네

음?

야자키님도 병으로?

그거 참...

 

그럼, 어쩔 수 없지..

카와베 우메노스케님께 부탁드리겠소

 

대감..

설마, 카와베 우메노스케님까지 병인지..

그럴 리는 없는 것이지..

 

오호..역시 병이나 뭔가가 있는 모양..

하지만, 하필 모두 함께,
3명이 오늘에 정해서 지장이 있다니..

이거 참..기괴하도다..

묘한 일이군..

 

-뭔가 있는 것인가?
-그런 듯합니다

히코쿠로는 지지이와 모토메가 왔을때,

제일 먼저 배를 가르게 해야한다고
강행하여 모든 수단을..

야자키 하야토는 지지이와 모토메가
허리에 찬것이 대나무 칼이라는 것을 알고

아니..그 부분은 우메노스케도 같으니..

그러니까, 소인이 어떤 일이
있다해도, 대나무칼 만은..

이제와서, 그런 소릴 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겠습니까?

진정으로 배를 가르겠다고는 해도..

뭔가 상당한 속셈이..

설령..

어떠한 속셈이 있다고 해도..

끝까지 밀어 부쳐서, 배를 가르게 해주겠다

스스로 하지 않겠다면..
강제로라도 갈라주겠다

 

저택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한들..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안에서 일어난 일과 같다

눈짓 한번으로 모두들 명심하고 있을터..

허나, 신경쓰이는 것은..
히코쿠로를 포함한 3인의 사정..

바로 누군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네만..

일이 일이니 만큼..

자네가 직접가서, 어떤 일이
어이 되었는지를 알아오게

 

츠구모님

여름은 낮이 길다고는 하나,
시간은 흐르는 것이니..

총총히 각오한 것을..

허나, 대감..

개착인이 없다면, 할복의 예는..

아니..그 문제라면..

지금 막, 보좌와 함께 이야기를 해보았소

세명 모두가 병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

따라서, 사람은 우리 쪽에서..

-신멘 이치로!
-예!

게이슈우 낭인 츠구모님의 개착을 명한다

-소홀함이 없이, 최선을 다하라
-예!

-아니오..
-음?

개착의 예는..

각별한 부탁이 있어, 3명을 고른 것이오

이 3명중..누군가를..

자네, 귀가 없는가?

음?

3명 모두가 병으로 오늘 출사를 하지 않았네

그렇게 분명히 일러주었거늘..
들리지 않는 것인가?

오호..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그렇다면, 할복은 일단 중지하는 것으로...

그만하지 못할까! 츠구모 한시로

강탈에 너무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강요하다시피, 할복을 위해
안뜰을 빌려달라 하는 것도 언어도단..

거기에 개착인까지
이러쿵저러쿵 불평을 하다니..

배를 가를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이

-단지 약간의 돈을 노리고..
-대감..

강탈 같은 것이라면..
이리 쉬이 다다미 위에 앉아 있겠소이까?

-그렇다면, 어째서 정당히..
-처음부터 그것은 각오한 일..

하지만, 배를 가르는 것만으로는..

편히 저승으로 가지 못하오

솜씨좋게 이것을 베어
떨어뜨릴 사람이 필요하오

수련이 된, 실력이 탁월한 사람이..

애초에 벌을 받아 할복하는 것이 아니니..

개착인은 소인이 고르는 것이 당연지사!

 

이렇게 된 이상..

문답은 필요 없겠군..

 

무사의 축에도 들지 못하는 사기꾼..

배를 가를 마음은 처음부터..

 

무례한 것!

 

기다려!

기다려!!

 

모든 분들께 아뢰오..

잠시..잠시 기다려 주시오

이 지경에 이르러...

-이제와서 무슨 소릴 하려는가?
-아니..아직..

아직 남았소이다

소인의 인생이야기..

그딴 이야기..

오랫동안 듣고 있을 귀는 없네

대감!

무리하게 강요한다면..

당해내지는 못할 지언정..
소인은 죽을 각오로 맞서겠소

그렇게 되면, 죄없는
가신들 중에서 부상자도 나올 터..

죽는 이도 생길 것이오!

그것보다는..소인의 이야기를 일단..

그것만 끝난다면, 깨끗하게 배를 가르겠소

정당한 할복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여러분께, 마음껏 난도질 당해도 좋소

어쨋든..

잠자코, 소인의 이야기를
일단 들어 주었으면 하오

지금의 그 말에 거짓은 없으렸다?

두 말은 없소

무사로서 두 말은 없겠지?

 

좋아..짧게 하라..

하찮은 넋두리..
오랫동안 듣고 있을 귀는 없다

다들 물러서라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었던가?

그렇지..

가문은 몰락..

지지이와 진나이는 죽었소

그 진나이에게 모토메를
부탁받았다 까지 였었지..

가문의 몰락과 동시에..
고향을 떠나 에도로 향했소

거리에는 세키가하라 이후의
낭인이 충만해 있었소

이전 같았으면..

각 가문들도 이름있는 낭인이라 하면,
서로 앞다투어 등용했었소

허나, 병마가 필요없는

부는 바람도 가지를 울게하지
못하는 이 치세에서는

먹을 것과 추위에 떨고..

수치스러운 일이나,
근래 8,9년의 생활이었소

하지만..그 괴로운 생활의 안에서도..

딸인 미호는 무럭무럭 자라나서..

18세의 여름을 맞이했다

 

-아버님..
-음?

혹시, 점심때에 늦게 되면..
거기에 준비해두었으니..

천하 진미라고 해도..혼자서는
젖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가 없다

늦어도 기다리고 있겠다

그럼 지불을 받으면, 요시자키 거리에 가서
갖고 싶은 것이라도..

실례합니다

어서오세요..

바쁘신가? 외출하시나?

쿄바시의 잡화상에 갑니다

-아..미카야씨네?
-예

다녀오세요..

 

어떻게든 되는 것이라..
상당히 솜씨가 좋아지셨군요..

-미안하네..
-예?

매번 신세를 지고 있어,
신경은 쓰고 있으나..

벌이가 따르지 못하니..

선수치는 것에는 못당하겠군요

얼굴을 뵙기전에는
한마디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선수를 당해서,
그렇게 먼저 나오시면..

황송합니다

그런데..이전에 부탁드린 이야기는..

그건 대체 어떻게..

 

이제 완전히 결정을 내리신 것이군요

아..마음은 정했네

그거 감사합니다

야..이제 저도 어깨에 짐을..

아닐세..요전의 우리 미호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은 확실히 거절하겠네

 

결국은 죠슈야의 양녀라고 해도..

겉으로 반년동안만의 이야기..

양녀라는 명목을 붙이면

사카키바라 가문의 측실로 들일 수도 있지

츠구모님..

상대는 죠슈 타테바야시의 11만석..

딸의 연에 잇는다고 하면, 이상합니다만..

내버려둔다고 해도,
당신에게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아니, 그건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세이베이님..

아무리 몰락했다고는 하나..

딸을 측실로 내주어, 그 연줄로..

완고한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라고 한다면,
분명 그 아가씨를 생각하셔야..

뭣이?

젊은 나이에 거기다 저런 미모로..
얼룩 없는 깨끗한 옷도 한벌 없습니다

거기다, 일년내내..맑아도 흐려도
아버지 부업을 돕고 있으니..

츠구모님..

세상은 기세로 거스르면 안됩니다

세월과 시대에는 누구도 이길 수 없습니다

미호님을 위해서도, 당신을 위해서도
누가 어떻게 생각을 해본들..

아니..솔직히 말해서..

미호님이 다행히 유달리 뛰어나도록
어여쁘게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길도 남은 것이 아닙니까?

 

'12장'

'命을 모른다면, 때문에 군자가 될 수 없다'

'禮를 모른다면, 때문에 일어설 수 없다'

'念을 모른다면, 때문에 사람을 알 수가 없다'

-좋아 여기까지..
-감사합니다..안녕히 계세요

어이 카츠조..참새 잡으러 가자

 

이런, 삼촌께서..

 

잘 오셨습니다

 

들게..

 

이런 수고를 하시다니.

집안 사정은 잘알고 있으니..
물 끓이는 것 정도는 직접해야..

그런데..모토메..

오늘은 조금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삼촌..대체 무슨 말씀을..

아니, 세월이 가는 것은 빠르지..

미호도 열여덟이네

아니..그녀석은 점점 제 어미를 닮아서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내 피를 이었다고는..

-삼촌..
-아니..나와 닮았다면은..

아무래도 저렇듯 눈에 띄이게 예쁠리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