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gnation.2016.RERIP.LIMITED.1080p.BluRay.x264-SNOW

수입/배급 CONTENTS PANDA

 

앤더슨 부인?

 

올리비아

 

약 드세요

 

원작: 필립 로스

 

각본/감독: 제임스 샤머스

 

인디그네이션

 

죽음을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

 

보통 죽음에서 내가
선택할 건 없지만

 

때가 되면
누구나 죽는다

 

죽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직접적인 사인이 있다

 

또 죽음에는 과거의 많은
사건이 영향을 주는데

 

자신이 했던 결정도
거기 포함된다

 

그 모든 변수가 만나

 

인간은 정확히
어떤 날 그 시간에

 

죽음을 맞이하는 거다

 

뭐야?

 

창녀의 얼굴을 하고
수치심을 모르는구나

 

이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나의 아버지'

 

'영원히 분노하시렵니까?'

 

'그러면서도 넌
악마의 짓을 하고 있다'

 

유가족은 일어나시오

 

조나 그린버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이 19세 청년은 한국전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다가 쓰러졌죠

 

모세 그린버그,
카디시 기도를 드리십시오

 

'죽은 이를 위한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아멘

 

아멘

 

네, 그러죠

 

마르쿠스

 

그린버그 부인,
너무 마음 아프네요

 

그래, 마르쿠스

 

넌 정말 똑똑한 청년이지

 

우리 아들 조나는
늘 너를 우러러봤다

 

친구 이상의 의미였지

 

거의 존경했어

 

우린 같은 팀이었고
좋은 친구였죠

 

야구를 같이 했지?

 

그 녀석 야구를 좋아했어

 

마르쿠스...

 

부모님 생각해서
전쟁엔 나가지 마라

 

야구 선수가 되렴

 

군에 자원하지 마라

 

우리 애는 대학에 갈 거야

 

대학 재학생은
징집에서 빼주잖아

 

정말 영리하구나, 마르쿠스

 

장학금도 타는 거지?

 

그럼

 

학교는 오하이오에 있어

 

오하이오...?

 

유대인 코셔 식사는
지킬 수 있겠니?

 

총검에 찔려서 죽는 것도
정말 재수 없지만

 

숫총각으로 그렇게
죽었다는 게 더 끔찍하다

 

조나 녀석 확실히
총각이었어

 

그래?

 

조나 떠나기 전에
너랑 뭔가 있지 않았냐?

 

닥쳐라, 미친놈

 

너도 곧 가지?

 

언제 떠나?

 

2주 후야

 

넌 괜찮을 거야

 

조나보다 똘똘하잖아

 

너만큼 똘똘하진 않지

 

'메스너 정육점 & 닭고기'

 

다비도비치 부인,
닭 두 마리요?

 

- 좀 봅시다
- 그러세요

 

마르쿠스, 부인한테
닭 두 마리 보여드려

 

돌려봐라

 

됐군

 

포장해드리죠

 

다음 달에 아드님 떠나면
일은 어떡해요?

 

예전처럼
애 엄마가 나올 겁니다

 

내 자식은 나처럼 고기나
자르며 살지 않을 거요

 

오늘 밤 친구랑
약속 있다

 

가게 문 일찍 닫고
들어가라

 

쇠고기 가슴살
집에 꼭 가져가고

 

저도 약속 있다니까요

 

오늘 밤에 데이비, 샘이랑
놀기로 했다고요

 

말 안 했잖아?

 

말했잖아요!
영화 보러 간다고요

 

영화를 보러 가?

 

사내놈들 모여서
뭐 하는지 모를까 봐?

 

펄그린 부인한테 들었어
에디가 도박 당구에 미쳤단다

 

전 영화 보러 간다고요

 

말씀드렸잖아요

 

전 에디 펄그린도 아니고
당구 하는 법도 몰라요

 

그 자식 제 아비 차를 훔쳐서
스크랜턴까지 운전했어

 

거기 도박 당구장이 있대

 

미친 도박을 하다니

 

걔 아버지는 그놈
차 도둑 될 거라고 하더라

 

에디 펄그린하고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저 곧 떠나요

 

한 달도 안 남았는데
그전에 차를 훔칠까 봐요?

 

'메스너 정육점 & 닭고기'

 

마키?

 

엄마?

 

별일 없죠?
무슨 일 있어요?

 

네 아버지가...

 

아버지가 뭘요?

 

아버지가 너 찾으러
나가셨다

 

너무 걱정되신다고

 

아티 펄그린과 한참 말하더니
안절부절 난리가 났다

 

담배를 세 갑은
피우더니 나가셨어

 

아버지 대체 왜 그러세요?

 

아버지 때문에 미치겠어요
엄마도 힘드시죠?

 

넌 곧 떠나고
또래 남자애가 많이 죽었잖아

 

베니, 에이브는 지난 전쟁 때
죽었는데, 또 전쟁이라니

 

네가 걱정되시는 거야
오하이오 가는 것도 그렇고

 

그래... 너 여기 있구나

 

제가 집에 들어온 게
뭐 이상한가요?

 

너 찾으러
사방을 헤매고 다녔어

 

대체 왜 이러는지
말씀 좀 해보세요

 

- 너한테 사고 날까 봐
- 그만하세요!

 

너한테 무슨 일
생기면 어쩌려고?

 

대체 왜 이러세요?

 

죽고 사는 문제란 말이다

 

아주 작은 실수로
끔찍한 일이 생기기도 해

 

미치겠네, 점쟁이라도
찾아가시죠

 

점쟁이를 찾아가?

 

아들 걱정하는
아비한테 할 소리냐?

 

이러시는 거
더 이상 못 참아요

 

곧 떠나니 다행이지
안 그랬다간 내 인생 종말이...

 

네 인생 종말이 뭐?

 

몰라요

 

모르겠어요

 

대학 가지 말까 봐요

 

안 된다

 

이러지 마라

 

넌 떠나야 돼

 

그럼 걱정 그만하세요
엄마도 힘들어하세요

 

떠나라

 

다만...

 

조심해야 한다

 

'51학번 신입생을 환영합니다'

 

봉투 안에 서류 있고요
젠킨스관 211호로 가요

 

경기장 뒤 체육관 방향요

 

열쇠도 안에 있고
시간표도 확인해요

 

근로 장학생
신청했네요

 

구인 사무실은
저쪽이에요

 

원하는 곳에서 표 받아서
서류랑 같이 제출해요

 

서둘러요, 꾸물대다간
식당 일밖에 안 남아요

 

반가워
난 마르쿠스 메스너

 

론 폭스만

 

저기는
베르 플러서

 

어디 출신이야?

 

- 뉴어크
- 그게 어디야?

 

- 뉴저지
- 그렇군

 

난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플러서는 시카고 출신인데...

 

자식 세련됐잖아

 

- 곧 알게 될 거야
- 그래?

 

플러서도
말은 할 수 있지?

 

당연하지, 잠꼬대도 해
할 말 많거든

 

세상과 나누고 싶은
얘기도 많고

 

파릇파릇한 신입생 마르쿠스
뉴저지 뉴어크 출신

 

우리 유대인 3인조네

 

이게 무슨 우연인지!

 

이 학교에서 유대인 남학생회
안 들어간 유대인은 론과 나뿐이지

 

우린 3학년이고

 

다른 유대인 애들은
'젯타우무'에서 폼 재며 살아

 

애송이 마르쿠스랑
같이 사는 우리가 웃긴 거지

 

자유의 횃불을 들고
민중이여 한마음으로

 

앞으로 전진

 

또 전진하리

 

일어나라
모두 일어나라!

 

플러서, 문 닫아!

 

론은 흑인 공산주의자
엄청 싫어해

 

특히 폴 로브슨은
더 싫어하고

 

사실 음악 자체를 싫어해

 

네가 공산주의 선동가 튼 거
학장이 알았다간...

 

- 넌 당장 퇴학이야
- 코드웰 학장은 나를 좋아해

 

- 코드웰 학장?
- 우리 학장

 

엄청 대단한
학장님이시지

 

바로 그 학장이...

 

15분 후면 연설하실걸

 

젠장, 채플이다

 

채플?

 

안내책자 안 읽었어?

 

필수과목이야
매주 수요일 11시

 

졸업하려면 1년에
최소 10회는 의무야

 

오늘 시작이다

 

오늘 처음 이 자리에 온
신입생 여러분...

 

그리고 졸업반 여러분

 

지금 앞날이 불확실하니
마음이 무겁고

 

위험한 세상을 보며
걱정이 앞설 겁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적이...

 

국내외에 도사리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두려워 말고

 

기죽지도 말고

 

머뭇거리지 마십시오

 

와인즈버그 정신이

 

여러분을
강하게 할 겁니다

 

돈하워 박사님이 기도로
이끌어주시겠습니다

 

공의의 하나님
세상을 통치하시는 주님

 

이 강한 젊은이들을
지켜주시옵서

 

와인즈버그 대학에서
학업에 힘쓰며

 

강한 지식과 힘을
키우려는 청년입니다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학생들도 기억하소서

 

'참석자: 마크 토마스'

 

- 여보세요?
- 마르쿠스 메스너 전화입니다

 

연결해요, 요금 낼게요

 

마르쿠스? 내 아들?

 

엄마, 저예요

 

피곤한 것 같구나
많이 힘드니?

 

많이 힘든 건 아니고
좀 바빠요

 

학교 수업은 어떠니?
성적표는 나왔어?

 

겨우 2주 지났는걸요

 

내일까지 미국사 과제
하나 있고요

 

잠깐, 아버지가 바꿔달라셔

 

마르쿠스, 지내기는 어떠니?

 

공부하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게 전부예요

 

그럼 머리 식힐 때는
뭐 하니?

 

아무것도 안 해요
그럴 여유도 없어요

 

혹시 여자친구 사귀니?

 

- 아직요
- 조심해라

 

그럴게요

 

- 내 말 알지?
- 그럼요

 

괜한 문제에
휘말리지 말란 거야

 

알고 있으니까
그만하세요

 

카르펜 집 아들은...

 

평발이라고 군 면제돼서
돌아왔다

 

그래서 식료품점에
취직은 했는데

 

첫 배달 나갔다가
트럭과 부딪혀서는

 

그 엄마가 울고불고...

 

네가 마르쿠스 메스너?

 

난 써니 코틀러,
여긴 마티 지글러

 

잠깐 시간 돼?
나가서 소다수 한잔할까?

 

그런데 무슨 일이야?

 

우린 '젯타우무'
회원이야

 

유대인 남학생회,
너도 가입해 보라고

 

미안한데 난 남학생회
가입은 안 할 거야

 

가입 안 해도 돼

 

그냥 저녁이나
같이 하자

 

내일 밤에 올래?
로스트비프 할 건데?

 

맛난 것 먹고 좋은 형제들도
부담 없이 만나보라고

 

아니, 남학생회는 싫어

 

- 너무 그러지 마
- 그럼 뭐 믿고 살래?

 

맘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우정과 동지애를 나눈다고

 

같이 운동하고
파티도 하고

 

댄스 모임에
식사도 같이 나누고

 

안 그럼 학교생활이
죽도록 외로워

 

여기 1,400명 중에서
유대인은 80명도 안 돼

 

정말 얼마 안 돼

 

다른 남학생회 간
유대인은 딱 하나인데

 

거긴 종교랑
상관없는 곳이고

 

행사도 별로고
끈끈한 우정도 없지

 

난 4학년이고 회장인데
너한테 부담 주는 건 아냐

 

다른 형제들이
네가 오면 좋겠다고 해서

 

너를 학구적이라고 하더라

 

제타 베타 장학금
생긴 지 10년인데

 

우리가 그 장학금을
다섯 번이나 탔어

 

- 남학생회 1위지
- 써니가 너무 겸손하다

 

올해 남학생회
총 연합 회장이거든

 

선배들이 와준 건 좋은데

 

난 남학생회
가입 안 할 거야

 

이유가 뭔데?

 

나는 일하고 공부하고

 

이것만으로도 벅차

 

말은 정말 고마워
기분 안 상했으면 좋겠다

 

우린 괜찮아

 

결단력을 높이 산다

 

생각이 바뀌거나
뭐가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와

 

저녁 같이 먹고 싶어도
꼭 찾아오고

 

물론, 그럴게

 

청교도들이 이런 도전을
맞이하게 된 건

 

1660년대, 이민 1세대가
사라지면서부터이지

 

그래서 1662년에는

 

솔로몬 스토다드 목사님이

 

소위 '중간 서약'을
만들어냈다

 

지역 주민도
교회 준회원이 된 거야

 

교회 규칙만 지킨다면

 

청교도로 회심할
필요가 없었던 거지

 

완벽한 개종이
아니어도... 잭?

 

교회 유지를 위해서요?

 

그렇지

 

많은 사람에게 교회의
소속감을 갖게 한 거지

 

그렇게 청교도 지도자는
권위를 지키고

 

정치적 권력도 갖게 된 거야
질문하게

 

그런 위선에 혁명을 일으킨 게
청교도 아닙니까?

 

영국 국교의 위선에
대항해놓고

 

자신들도 같은 짓을
한 거군요

 

메스너 군, '위선'은
너무 강한 표현이군

 

물론 강한 단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단어가
2세대 청교도인의

 

정치적 지위를
정확하게 표현합니다

 

'실용주의'라고 하게

 

그 표현이 더 정확하지

 

이젠 상상을 하지도 않고

 

엉뚱한 짓도
하지 않을 거다

 

바보는 안 될 거야

 

바보는 안 될 거야

 

어느 모로 생각해 보나

 

아가씨가 내게 반한 건
너무 확실하거든

 

아가씨는 최근에 내 노란색
긴 양말도 칭찬하셨고

 

양말을 묶은 십자 모양도
좋다고 하셨지

 

그게 바로 아가씨의
방식이야

 

나를 좋아하는 걸
표현한 거라고

 

운명의 별아, 고맙다
난 행운아야

 

이젠 보통 녀석과
다른 걸 보여줘야지

 

잘난 척도 하고
노란 양말에 십자 대님을 매고

 

신과 내 운성이여
찬양을 받을지어다

 

너희 모두에게
복수하리라

 

플러서는 명품 배우야

 

- 너도 연극 보러 와
- 알면서 뭘 물어?

 

마르쿠스는 학구파잖아

 

같잖은 연극
볼 시간 없어

 

사람 인생이 한순간에
달라진다면...

 

어떤 사건이
그런 변화를 가져올까?

 

내겐 그날 도서관에서 본
그녀의 다리...

 

올리비아의 다리가 그랬다

 

그리곤 새벽 3시까지
잠 못 자면서

 

다리에 정신 팔려 못 한
숙제를 하고

 

룸메이트 론을
어떻게 꼬실까 고민했다

 

론이 애지중지하는
40년형 세단...

 

그 자동차를
빌리려고 말이다

 

또 그녀한테 데이트 신청할
마음의 준비도 해야 했다

 

평일 통금은
저녁 9시예요

 

그 시간까지 돌아올게요
감사합니다

 

나한테 왜 감사하죠?

 

미안해요

 

미안해하는 이유는 뭐지?

 

그냥 앉을게요

 

'레스카르고 식당'

 

이것부터 말할게
우리 부모님 이혼했어

 

회복 불가능한
성격 차이지

 

그래서 클리블랜드
가까운 곳으로 편입한 거야

 

집은 엄마가 가졌는데
가구는 다 바꾸셨어

 

내 방까지 바꿨는데
마리 앙투아네트 내실 같아

 

자기가 10대인 줄 착각하는
마리 앙투아네트랄까

 

고마워요

 

고마워요

 

'에스카르고'가
식당 이름이잖아!

 

달팽이 말이야

 

마르쿠스, 전에 이거
먹어본 적 없구나

 

먹어볼래?

 

아니, 안 내켜

 

근데 네가 나를
데려온 곳은

 

프랭클린 유일의 우아한
프랑스 식당이라고

 

미안, 그냥 나갈까?
괜찮아?

 

마르쿠스

 

편하게 생각해

 

너무 긴장한다

 

나 노력 중이야

 

내게 얘기해줘

 

수업 얘기 말고, 맥아더 장군의
반항적 기질도 말고

 

네가 왜 무신론자인지
그런 얘기 말고

 

하긴 그 얘기 다 해도
20분이면 되겠지만

 

20분도 너한테
엄청난 시간이지

 

너 여기에서 누구랑도
40초 이상 말한 적 없잖아

 

그래, 맞아

 

네 엄마 얘기 듣고 싶어

 

아버지는 어떠신지
정육점 얘기...

 

- 뉴어크 여자들은 어떤지
- 알았어

 

달팽이부터 먹어

 

너 놀리려고
주문한 거 아니거든

 

난 달팽이 너무 좋아해

 

그래

 

나도 먹어보지

 

뭘 먹지?

 

보자...

 

어때?

 

약간 질긴데

 

맛은 아주 좋네

 

넌 집에서도
이런 거 먹어?

 

아니, 이런 식당에
와야 먹지

 

엄마가 이런 것도
교육이라고 고집하셨지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셔?

 

아빠는 스테이크, 감자만 드셔
달팽이 절대 안 드시지

 

의사라서 달팽이가
더럽다고 생각하시나 봐

 

미국적이지
않다는 거지

 

너도 고집하는 게 있잖아

 

우리 아빠는
늘 손을 씻어

 

항상 손을 깨끗하게 하지

 

왜?

 

손이 더러우니까
씻어야지!

 

55분 후면 통금이야
모를까 봐 알려주는 거야

 

다음 교차로에서
좌회전해 봐

 

이 일로 그 후
몇 주나 혼란스러웠고

 

와인즈버그의 도덕 기준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도덕성을 놓고
멍청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큰 오해만 생겼고

 

슬픔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그때 올리비아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다

 

그녀의 행동
나의 반응 모두 말이다

 

난 그저 부모님 이혼
탓으로 돌려버렸다

 

다른 설명은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었다

 

내 고향 뉴어크에서는

 

올리비아 같은 여자가
그러는 건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하긴...

 

뉴어크에는
올리비아 같은 여자도 없었다

 

차 빌려줘서 고마웠어

 

차는 잘 나가던?

 

좋았어, 고마워

 

그렇겠지

 

서스펜션을
손보긴 해야 하는데

 

- 아직은 쓸 만해
- 그래

 

- 걔가 입으로 했어
- 뭐를?

 

난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여자가 그러는 거
들어본 적 있어?

 

아니

 

걔네 부모님이 이혼해서
그런 것 같아

 

여자애가 그렇게 말해?

 

아니

 

내 추측이야

 

그 여자애가
그냥 하더라

 

- 묘지 근처에 주차하고...
- 됐어!

 

네가 했다니
나도 기분 좋다

 

그런데 난 지금 바쁘거든

 

그래, 공부해

 

고마웠어, 차 없었으면
생각도 못 했을 텐데

 

그래, 천만에

 

근데 그 여자
전에도 해봤겠지?

 

아마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어

 

뻔하지

 

이 여자
다시 만나야 할까?

 

네 맘에 달렸지

 

코틀러 씨 아들 만났지?

 

여보, 걔 이름이 뭐지?

 

- 써니
- 써니...

 

도널드 코틀러인데
다 써니라고 불러

 

그 고모가 뉴어크에서 산다

 

네가 그 학교
다닌다고 했더니

 

자기 결혼 전 성이
코틀러라고 하면서

 

친정 오빠 가족은
클리블랜드에 산대

 

자기 조카가
너랑 같은 대학 다니고

 

유대인 남학생회
회장이라더라

 

농구부 주장도 한대,
또 들은 거 없어?

 

그리스 문화 협회
회장이고

 

그래, 문화 협회 회장

 

대단하지?
그리스 문화 협회 회장

 

네, 써니라는 선배가
왔었어요

 

뭐라고 하던?

 

유대인 남학생회
가입하라고요

 

그래서?

 

관심 없다고 했어요

 

그 고모 얘기로는
멋진 청년이라던데

 

너처럼 A만 받고
아주 잘생겼고

 

미치도록 미남에
매력 죽이던걸요

 

그게 무슨 소리니?

 

아버지, 나한테
사람 보내지 마세요

 

그런데 넌 혼자 있잖아

 

아버지, 더 이상
못 참겠어요

 

너 어떤지 알고 싶다고!
네가 딴 짓 할 수도 있고

 

매일이 뻔한 생활이에요

 

수업 듣고 공부하고

 

도서관에서 일해서
주급 18달러 받고

 

그렇다고
친구 사귀는 게 싫어?

 

유대인 친구들 말이야

 

끊을게요

 

- 마르쿠스!
- 끊어요

 

마르쿠스!

 

안녕, 마르쿠스

 

올리비아, 안녕

 

그날 밤 네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거야

 

뭐라고?

 

네가 좋아서 한 거라고

 

넌 그렇게 생각
안 했겠지

 

그래서 나한테
연락도 안 한 거고

 

수업 시간에 나 무시한 거
그렇게 이해했어

 

- 나 모르는 이유가 있어?
- 아니

 

난 괜찮아

 

그게 아니지

 

괜찮은 거 아니잖아

 

넌 괜찮지 않아

 

그날 밤...

 

난 진지한 네가 좋았어

 

저녁식사 하면서 의젓한
네가 좋았다고

 

농담처럼 말했잖아
너의 강렬함이 좋아

 

그렇게 강한 사람
본 적 없거든

 

네 외모도 맘에 들었어
지금도 마찬가지고

 

난 전에
그런 거 한 번도...

 

안 해봤어

 

그거 딴 남자한테도
한 적 있어?

 

그래

 

넌 안 해봤어?

 

비슷한 것도
안 해봤어

 

그럼 나를 천박한 여자로
생각하는군

 

그건 절대 아냐

 

넌 거짓말하는 거야

 

나를 천박하게 봐서
나랑 얘기도 안 한 거야

 

하지만
넌 경험이 있고...

 

- 우린...
- 겨우 두 번째였어

 

마운드 홀요크 대학
다닐 때

 

파티에서 왕창
취해서 그랬어

 

모든 상황이 끔찍해서
그땐 술만 마셨지

 

그래서 전학 온 거야
정학당했거든

 

3개월이나
병원에서 치료받았어

 

이젠 술 안 마셔

 

앞으로도 안 마실 거야

 

너랑 데이트할 때도
술 안 마셨잖아

 

난 취한 것도
미친 것도 아니었어

 

아무 남자한테나 안 그래
네가 좋아서 그런 거야

 

너한테 해주고 싶었던 거
이해 못 하는 거야?

 

알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야

 

이해 못 하는구나

 

대체 뭐가 문제야?

 

올리비아에게

 

그날 밤 일 때문에
내가 널 등졌다고 생각하지?

 

내가 말했듯이
난 그런 경험이 전혀 없어

 

오늘 밤 도서관에서
네가 내게 말한 거

 

그런 말을 한
여자도 없었어

 

넌 내가 알던 사람들과
너무 달라

 

하지만 넌 절대
천박하지 않아

 

넌 성숙하고 아름다워

 

다만 나보다 훨씬
경험이 많을 뿐이야

 

난 그래서 힘들었어

 

나를 용서해줘

 

수업 때 만나면 인사하자

 

- 미친놈
- 난 천박한 여자 아니거든!

 

올리비아 허튼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

 

누구요?

 

마르쿠스 메스너입니다

 

네, 기다릴게요

 

메시지 남길까요?

 

네, 알겠어요
메시지 남길게요

 

마르쿠스, 난 다시
너를 만날 수 없어

 

넌 또 내게서
도망갈 테니까

 

내 팔목의 흉터를 보면
넌 분명 그럴 거야

 

데이트한 날 네가 그걸 봤다면
난 솔직하게 말했을 거야

 

말할 준비를
하고 나갔지

 

숨기려고 한 건 아닌데
네가 그걸 못 본 거야

 

그건 내가 그은
면도날 자국이야

 

난 자살하려고 했어

 

그래서 병원에
3개월 다닌 거야

 

캔자스에 있는
메닝거 병원이야

 

메닝거 정신 요양소

 

그게 공식 이름이지

 

아빠가 그 병원을
잘 알아서 간 거야

 

난 술 취해서
칼로 손목을 그었어

 

술만 안 취했어도
성공했을 텐데

 

진저 맥주 10병 덕에
내가 지금 숨 쉬는 거지

 

이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자살도 못 해

 

너와의 그날 밤 일
후회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
더 이상은 안 돼

 

나는 잊어, 이곳에
너 같은 사람은 없어

 

너 같은 순수 영혼이
있을 곳이 아냐

 

하지만 숨 막히는 이곳을
견딘다면 미래는 밝겠지

 

와인즈버그 대학엔
왜 온 거니?

 

난 이곳이
꽉 막혀서 온 거야

 

그럼 내가 보통 여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넌 소르본느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몽파르나스 다락방에서
사는 게 어울려

 

우린 둘 다
그게 어울리지

 

이제 안녕, 멋진 남자

 

올리비아

 

올리비아!

 

용돈 놓고 내렸다

 

추수감사절에 보자

 

엄마도 올 거다

 

여기 이것은 무엇인가?

 

오늘 밤엔 셰익스피어
리허설 그만해

 

이러지 마!

 

아니

 

이건 틀림없는
아가씨의 필적

 

C, U, T자 아가씨 필적 맞네
P 대문자도 이렇게 쓰셔

 

'알지 못하는 사랑하는 분께
말하노니...' 말투도 아가씨로군

 

봐, 인장도 '루크리스'야

 

아가씨가 봉인할 때
쓰는 거잖아

 

누구에게 보낸 것일까?

 

신은 아시겠지
그 사람이 누굴까?

 

입술아, 움직이지 마
누구도 알아서는 안 돼

 

- 집어치워!
- '누구도 알아서는 안 돼'

 

그 뒤는 뭐지?
운율이 달라

 

아무도 몰라야 하지만
상대가 말보리오, 바로 너라면?

 

너 대체 왜 그래?

 

성질 좀 내지 마

 

사람 좀 존중해주지그래

 

뭐라고?

 

여자랑 차에서
그런 짓 하는 놈이?

 

내 차였거든!

 

내 차부터 존중하시지

 

천박한 계집애
태우고 다니지 말고!

 

다행히 닐홀 관에
빈 방이 있네

 

버저스 부인이
열쇠를 주실 거예요

 

거기 시설은 별로예요

 

학장님 면담시간도
잡아야 돼요

 

기숙사를 옮기는 경우
학장님과 면담해야 해서

 

월요일 2시 30분 어때요?

 

괜찮습니다

 

홈커밍 행사 참가할
학생을 모집합니다

 

모두 알고 있듯이

 

작년에 우스터 대학에 패하고

 

우리 연승 기록이
깨졌죠

 

모두 함께해야 합니다

 

블로벨트 코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불독한테 물렸다면'

 

'불독처럼 짖어서'

 

'적을 몰아내야 한다'

 

올리비아

 

- 얘기 좀 해
- 그래, 마르쿠스

 

저기...

 

다시 내 옆에
앉아줄래?

 

그럼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내 뒤에 앉으면
돌아보고 싶어서 힘들어

 

그러지 뭐

 

다행이다, 고마워

 

너 기숙사 옮겼다며?

 

그렇게 됐어

 

룸메이트와 안 맞아서

 

닐홀 관으로 갔어

 

어제 채플 안 왔더라

 

쉬고 싶어서

 

돈하워 박사님의
뻔한 말씀

 

얼마나 더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넌 양심적 예배 거부를
할 수 있지 않아?

 

내가 유대인이라서?

 

난 유대인이 아니라
무신론자라 채플이 싫은 거야

 

알아

 

얘기해줘서 고마워

 

다음에 얘기하고 싶으면

 

내 방 창문 아래서
기다릴 필요 없어

 

그건...

 

정말 재밌네

 

어떤 창문이
네 방인지 몰랐어

 

난 3층 왼쪽이야
4인실 반대편

 

근데 너는
올려다 보지도 않더라

 

혹시 관음증 환자야?
왜 아래층만 봐?

 

그렇게 하면...

 

너한테 좋을 것 같아서

 

널 지켜주려고

 

난 당연히 괜찮지

 

난 네가 걱정되는걸

 

들어가 봐

 

들어오게

 

마르쿠스 메스너

 

자네와 할 얘기가
있어서 불렀네

 

와인즈버그 적응을
도와주려고

 

기록을 보니 재능이
뛰어난 학생이더군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왔고

 

고교 시절
야구부 주장이었고

 

유대인 회당에서
장학금도 받았고

 

와인즈버그에서의 생활로

 

이 놀라운 기록에
금이 가서는 안 되지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혹시 문제가
될 만한 게 있나?

 

그런 건 없습니다

 

학교 수업은 어떤가?

 

원하는 걸 배우고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네가 적응 못 하는 건
기숙사 문제 하나군

 

자네 문제가 뭔지
설명해 보게

 

죄송한데 다시 질문해
주실래요, 코드웰 경?

 

진정하게
일단 물 좀 마시고

 

그리고 '경'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래...

 

기숙사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나?

 

제가 배정받은 방에선...

 

룸메이트 중 한 명이

 

늘 음악을 틀어놔서

 

잠자리에 누워도
푹 잘 수가 없었습니다

 

전 근로학생이라
잠을 푹 자야 하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요

 

그 친구와
차분하게 얘길 해보지

 

음악 소리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 않았나?

 

기숙사까지 바꿔?
다른 선택은 없었어?

 

방을 바꿔야 했습니다

 

타협 방법은 없었나?

 

다른 룸메이트 도움은
받으려고 해봤나?

 

해결될 여지가
없었습니다

 

다른 룸메이트는
관심도 없었죠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

 

의견 조절에
종종 이렇게 실패하는가?

 

자주 그런 건 아닙니다

 

전엔 이런 일
없었습니다, 코드웰 경

 

'경'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코드웰 학장님이라고 하게

 

여긴 위계질서
세우는 곳이 아냐

 

'경'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만, 학장님

 

아버님이 코셔 정육점을
하신다고 기록했더군

 

그건 아닙니다

 

그 서류 기억나는데

 

그냥 '정육점'이라고
기록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썼군

 

'코셔' 음식을
팔 거라고 생각한걸세

 

하지만 저는 그렇게
기록한 적 없습니다

 

그건 알고 있지만

 

내 말이 틀린 건 아니잖나

 

더 정확하게 쓰면
코셔 정육점 아닌가?

 

하지만 제가 쓴 것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여기 왜 '코셔'를
안 넣었는지 궁금하군

 

제가 유대인이란 걸
감추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야

 

다소 안심이 되네

 

하지만 누구나
종교의 자유가 있고

 

와인즈버그에서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이 서류에...

 

'종교적 성향' 칸에는

 

자넨 분명 유대인인데
그렇게 안 썼군

 

이 대학에서는 규정상

 

같은 종교 학생끼리
지내도록 조절하네

 

그래서 자넨 유대인 학생들과
같은 방에 배정된 거야

 

저는 '종교적 성향'을
빈칸으로 뒀는데요

 

그랬지

 

이유가 궁금하네

 

전 종교가 없으니까요

 

난 어떤 종교 의식도
지키고 싶지 않아요

 

그럼 자네는 무엇을
정신적 기반으로 삼고 있나?

 

위로받고 싶을 때
누구에게 기도하지?

 

위로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

 

신, 기도의 힘은
믿지 않습니다

 

보이는 현실의 힘만 믿어요

 

기도는 터무니없습니다

 

지금도 그런가?

 

하지만 수백만 명이
기도를 하지

 

한때 그 수백만 명은
지구가 평평했다고 생각했죠

 

그래, 하지만
궁금해서 그런데

 

자넨 이 세상을 살면서

 

고난과 시련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

 

정신적 지주는 없나?

 

저는 늘 A를 받았습니다

 

자네 성적을
물어본 거 아니네

 

그건 다 알고 있어

 

이미 말했듯이
자랑스러워할 만해

 

그럼 답을 아시는 거죠
저는 잘 지내니까요

 

내가 보기엔
잘 지내는 것 같지 않네

 

상대와 의견이 다르면
피해버리잖아

 

조용히 떠나면서
해결하는 게 문제인가요?

 

하지만 결과를 봐

 

시설이 가장 안 좋은
기숙사로 갔잖나

 

게다가 혼자
지내는 것도 안 좋고

 

그 기숙사로 가게 된 게

 

종교적 신념이 없어서는
아닙니다

 

종교 때문이라고
말하시는 건가요?

 

그게 아니면
이유가 뭐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지난번 기숙사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자네 인내심에
문제가 있군

 

그런 말
들어본 적 없습니다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인정해야 할 것 같군

 

전엔 부모님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살았겠지만

 

이젠 와인즈버그에서
성인으로서

 

학업에 전념해야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배워야 하는 거야

 

자네와 다른 사람들을
참아내는 것

 

그걸 용인하는 걸
배워야 해

 

그럼 학장님도 저를
용인해 주시죠!

 

잘난 척하거나
무례하고 싶진 않지만

 

제가 저지른 잘못이
정확하게 뭐죠?

 

여기에서 오늘요

 

기숙사 바꾼 게
와인즈버그에선 범죄인가요?

 

누가 그걸 범죄라고 했나?

 

너무 감정적이고
극단적 표현을 하는군

 

그런 태도는 도움 안 돼

 

그런 성격을 반성해보게

 

가족과는 어떻게 지냈나?

 

서류를 보면
형제는 없으니

 

자네랑 부모님만
같이 살았겠군

 

자네랑 기록한 게
정확하다면 말이야

 

뭐가 정확하지
않다는 거죠?

 

아버지가 정육점을 해서
정확하게 썼고

 

아버지 하시는 일
그대로 쓴 거라고요!

 

아버지도 자신을
정육사라고 하시죠

 

그걸 코셔 정육점이라고
하신다면 그건 그렇다 치죠

 

하지만 사실이 아닌 걸
쓴 적 없고

 

- 거짓말을 쓴 것도 아니고...
- 잠깐 내 말 듣게

 

부모님과의 관계는 어떤가?

 

난 그걸 물어본 거야

 

자네 어머니, 아버지
세 식구가 잘 지냈나?

 

명확하게 대답해보게

 

어머니랑은
언제나 잘 지냈죠

 

아버지랑은 대부분
잘 지냈고요

 

전 초등학교
졸업반 때부터

 

와인즈버그 오기 전까지
정육점에서 일했어요

 

우리는...

 

친구 같은
부자 관계로 지냈는데

 

최근엔 갈등이
좀 있었어요

 

무슨 문제로
갈등했다는 거지?

 

제 독립을 놓고
아버지가 심하게 걱정하셨죠

 

사촌들 문제 때문인데

 

지난 전쟁 때 참전했다가
죽은 사촌이 많아서요

 

아무 이유도 없이
걱정을 하셨다고?

 

이유는 전혀 없었죠

 

예를 들어
어떤 걱정을 하시나?

 

룸메이트 문제로
'부적응'한 거?

 

룸메이트 얘기는
하지도 않았어요

 

중요한 얘기도
아니잖아요

 

또 그걸 '부적응'이라고
표현하지는 마시죠

 

사소한 문제로 학업에
방해받고 싶지 않아요

 

자네가 기숙사를 바꾼 게
사소한 문제는 아니지

 

자네 아버지도
이 상황을 아셨다면

 

당연히 걱정하셨을 거고
이걸 아실 권리도 있지

 

그런데
그렇다 치고

 

와인즈버그 온 이후로
데이트한 적 있었나?

 

데이트요?

 

데이트

 

네, 있습니다

 

몇 번? 많은가?

 

한 번요

 

딱 한 번?

 

취조받듯이
질문받는 거 싫습니다

 

이런 얘기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건 제 사생활입니다

 

종교 문제, 사교, 이성 교제
모두 사생활이라고요

 

저는 불법 행위를
한 적도 없고

 

누구를 다치게 한 적도 없고

 

제 행동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적도 없죠!

 

권리를 침해당했다면
피해자는 저라고요

 

앉아서 설명해 보게

 

채플 의무 제도에
반대합니다

 

40번 참석해야
학위를 준다면서요?

 

그런 설교를 강제할
권리가 대학에 있나요?

 

절대 그럴 수 없어요!

 

기독교적 신성함을 강요하는
찬송가까지 듣게 해요

 

저는 무신론자이며

 

집단 종교 활동을
거부하고

 

깊은 반감을
느끼는데 말이죠

 

저는 도덕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입증할 수도 없는
어리석은 믿음 필요 없어요

 

코드웰 학장님도...

 

버트런드 러셀의 저서를
읽어보셨겠죠

 

영국의 저명한 학자
러셀은

 

수학자이며 철학자였고

 

작년에 노벨 문학상도 받았죠

 

노벨상을 받고
널리 알려진 그 작품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인데
읽어보셨나요?

 

마르쿠스, 일단 앉게

 

이 유명한 책을
읽어 보셨냐고요

 

러셀의 저서를
안 읽으셨군요

 

전 그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책의 상당 부분을
암기해서

 

고교시절 논쟁팀을
이끌었거든요

 

그러니까 학장님도
이 글을 읽는다면

 

마음의 문을 열고
제발 읽어보십시오

 

버트런드 러셀이

 

논리적으로 무너뜨린 이론이
아주 많죠

 

제1원인론, 자연법 논쟁
설계적 논증...

 

신의 도덕적 논증
부당성 구제방법 모두요

 

이런 걸 공부하다 보니

 

그 논리대로
살고 싶어졌고

 

그게 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제발 앉게

 

죄송합니다

 

자네! 변호사가 되려고
대학에 왔다고?

 

오늘 자네 얘기를 들어보니

 

훌륭한 변호사가 될
기질이 충분해

 

언젠가 대법원에서
논쟁하면서

 

소송에서 이기겠군

 

직설적 표현도 좋고

 

주장도 명확하고

 

문장 구조도 좋군

 

하지만 자네가 말한
그 책이나 저자는

 

마음에 안 드는 게
사실이네

 

자네를 혹하게 할 만큼
그럴듯하겠지만

 

그것은 이성주의자의
신성 모독이며

 

저자 러셀 자체는
부도덕하네

 

결혼을 네 번이나 하고
간통까지 한 인간이었어

 

자유연애를 주장하고

 

사회주의자를 자처해서
대학에서 해고당하고

 

영국 정부가
1차 대전 때 투옥시켰지

 

그걸 반역죄라고 하지

 

- 하지만 노벨상 탔잖아요!
- 대단하구먼

 

내 책상을 탕탕 치고
손가락질까지!

 

노벨상을 떠들면서 말이야

 

자넨 승부 근성이 강해

 

손가락질한 건 죄송합니다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그것도 여러 번 했고
또 할 것 같네

 

하긴 그 정도야 사소해

 

버트런드 러셀이...

 

자네 영웅이란 게
놀랍지는 않네

 

지적으로 성숙한 청년이
늘 한두 명은 있어

 

엘리트 지식 계급으로
자처하면서

 

동료 학생들보다
우월함을 느끼지

 

때론 교수도 우습게 봐

 

그렇지만 오늘 그걸
토론할 건 아니네

 

난 자네가 혼자 지내는 게
걱정되고

 

역사 깊은
와인즈버그 전통을

 

전면 거부하는 것도
문제야

 

채플에 대한
자네 반응에 대해 말하자면

 

그건 학교 졸업에
필요한 것이고

 

매주 몇 분에 해당되는
짧은 시간이야

 

와인즈버그를 다닌
내 경험으로 보면

 

의무 채플을
권리 침해로 보다니...

 

그런 말 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네

 

지금 걱정스러운 건

 

자네는 학교 적응에
문제가 많다는 거야

 

빨리 해결해야 돼
심해지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하네

 

더 이상 못 듣겠습니다

 

토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

 

너무 아파요

 

토할 것 같아요

 

이런 일방적인 토론은
더 이상 못 하겠어요

 

전 불평분자도 아닙니다

 

나와 안 맞는 사람은
멀리하고

 

맞는 사람과 어울릴
권리가 있죠

 

러셀에 대한
학장님 반박은

 

그 사상에 대한
이성적 비판이 아니라

 

개인적 인성에
대한 것입니다

 

인신 공격적 비판은

 

논리적 가치가 없습니다

 

지금 나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안 나가면
병이 날 것 같습니다

 

물론 자넨 나가도 되네

 

다만 이렇게
여길 피하는 것을

 

유일한 문제 대처법으로
보는 것 같아 유감이군

 

자네 시간을 낭비한 걸로
생각한다면 미안하군

 

문제를 그냥 피하는 게
아니라

 

학장님 말씀은
받아들일 수 없단 겁니다

 

그래도 이젠
'경'이라곤 안 부르는군

 

마르쿠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자네 서류를 보니

 

야구에 재능이
많은 것 같네

 

와인즈버그 야구팀에
들어갈 생각은 없나?

 

나도 학생이었을 때
팀에서 뛰었지

 

제 고등학교 팀은
리그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지금 학교 팀에서는
뛸 수 없어요

 

피칭도 제가 경험한 것보다
훨씬 빠를 겁니다

 

고향에선 배트를
짧게 잡았는데

 

이런 대회에선
그것도 안 먹힐 거고요

 

경쟁이 싫어
야구를 안 하겠다는 건가?

 

아뇨,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팀을 위해서...

 

앨리스!

 

난 항상 잠을
깊이 자지 못했고

 

꿈을 꿨는지도,
꿈의 내용도 기억 못 했다

 

그런데 그땐
밤낮으로 잤다

 

마취제 덕인지

 

정말 많이 잤다

 

올리비아와 결혼한 꿈을
희미하게 꾼 것 같다

 

우리가 침실을
같이 쓰고

 

난 출근하고

 

저녁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작은 도시들을 지나
먼 길을 운전해서

 

바다에 도착한 후

 

해변 오두막에서
머물렀다

 

죽는다는 건
정말 이상하다

 

내가 얼마 전에
죽었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시간이란
개념도 모호하지만

 

난 그 꿈들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현실에서 경험한 듯
생생하다

 

잘 잤어요?

 

여기 병원이에요

 

맹장 수술했어요,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대요

 

뭘 했다고요?

 

맹장 제거 수술

 

학장님은 계시다가
방금 댁으로 돌아가셨고

 

학생 깨우지
말라고 했어요

 

학생 부모님께 전화해서
수술 잘된 건 알렸어요

 

어머니가
며칠 후에 오실 겁니다

 

아버님께 전화 드려요
근데 그전에...

 

이걸로 볼일 좀 봐요

 

병실에 혼자 있으면
재미없잖아

 

친구 삼으라고
이거 가져왔어

 

맹장 수술 할 만하네

 

그건 아니지

 

많이 아팠어?

 

정신 잃기 전
한 시간은 끔찍했지

 

학장님이 어찌나
괴롭히던지

 

기숙사 바꾼 문제로
취조하듯 하시더군

 

그러다 다 토하고
눈 떠보니 네가 나타났고

 

고생한 보람이 있네

 

꽃부터 꽂을게

 

어디 둬야
네가 가장 잘 볼까?

 

네 두 손에 들려있을 때

 

네가 바로 거기
서 있을 때

 

그렇게 며칠 있어 줘

 

병원 식사는 뭐야?

 

젤로랑 진저에일

 

내일은 달팽이 주겠지

 

- 너 즐거운가 봐
- 맞아

 

그거 봐도 돼?

 

수술 자국?

 

그래

 

상처에서
체액이 나와?

 

그래서 튜브
달아놓은 거야?

 

몰라, 그런가 봐

 

수술 바늘 자국은?

 

그래서
병원에 있는 거지

 

수술 자국이
아물지 않았잖아

 

넌 이상해

 

네 생각보다
훨씬 더 이상해

 

맹장을 떼고 나면
항상 이래

 

맹장 떼고 나면
이것도 늘 커져?

 

절대 안 죽네

 

그걸 해줄 순 없어

 

우리 둘 다
퇴학당할걸

 

그럼 하지 마

 

'화살을 하늘로 쏘아 올렸더니
모르는 곳에 내려앉았네'

 

실례했어요

 

일 났군, 저 간호사가
가만있겠어?

 

아무 말 안 할걸

 

아무 말도 안 해?
이 심각한 상황에서...

 

그렇게 태연할 수 있어?

 

학장한테 전화 한 통이면 끝장인데
간호사가 말 안 한다고?

 

너무 민망해서
못 할걸

 

이런 네 태도
이해가 안 돼

 

내가 뭘?

 

너무 침착하고
노련해 보여

 

맞아!

 

올리비아는
노련하지

 

정신 병원에서도
그렇게 말하더라

 

노련한 건 맞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난 1분마다 8천 가지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은
토네이도처럼 강한데

 

내가 그걸 노련하게
참아낸다고?

 

뭘 모르는군

 

내가 싫어?

 

아니

 

널 싫어하는 거 아냐

 

내가 아니라, 네가 날 싫어하겠지
그래야 마땅한 거고

 

내일도 와줄 거야?

 

그래

 

이걸로 방 끝까지
왔다 갔다 해봐요

 

화장실도 혼자 가고

 

마르쿠스!

 

오, 써니...

 

학장님이 보냈어?

 

우리 남학생회
자원 봉사야

 

네 방에 있는 책 좀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고 해서

 

책상 위에 있는 거
쓸어담아 왔어

 

네 방 죽이더라

 

그래, 딜럭스 룸이지

 

중세 종교 재판 같았어

 

학장님이 웃으면서 말하는 게
더 화가 났어

 

먹어도 돼?

 

그래, 편할 대로

 

학장이 중세 재판
한 것 같았다고?

 

말은 많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멍청이 론과
다시 지내라곤 안 했잖아

 

플러서도 또라이지?

 

- 그건 아냐
- 거봐

 

근데 나한테 여러 가지를
심하게 캐물었어

 

신앙, 사생활
내 생활방식 등등...

 

특히 채플 문제는

 

최대한 정확하게

 

이성적으로
말하려고 했지

 

왜 의무 채플이
부당한지 말이야

 

이해가 안 돼

 

남학생회 친구들...

 

채플을 매주 어떻게
들어가나 모르겠어

 

채플?
누가 채플에 간대?

 

돈 주고 시키면 돼
채플 근처도 안 가

 

- 그렇게 해?
- 딴 방법이 있냐?

 

1학년 때는
몇 번 갔어

 

랍비가 와서
할 수 없이 갔지

 

하지만 대부분은
코드웰 학장, 돈하워...

 

오하이오 종교 지도자들
설교잖아

 

그런데... 돈 얼마 내면 돼?

 

대리 출석? 한 번에 2달러
아무것도 아니잖아

 

내겐 적은 돈 아닌데

 

숙소에서 교회까지 15분

 

채플 고문 한 시간

 

한 시간 내내 분노로
속이 부글거리고

 

끝나고 30분은
골이 빠개지고

 

다 합하면...

 

모두 105분

 

곱하기 40회면...

 

4,200분 70시간이지

 

그래, 엄청난 시간이라고

 

어떻게 하면 돼?

 

너한테 돈 받은 애가
너 대신 채플에 가고

 

출석 카드에
네 이름 써서 내는 거야

 

그게 전부야

 

카드 서명을 검사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

 

그럴 일 없어
넌 돈만 내면 돼

 

- 누구한테 시켜?
- 널렸어, 돈 버는 거니까

 

네가 원하면 찾아줄게

 

2달러 미만으로
될지 알아볼게

 

그 친구가 말해버리면?

 

우린 퇴학이잖아

 

그럴 리 없어
그럼 걔도 쫓겨나

 

돈 버는 사업이라니까

 

학장도 이걸 알지 않을까?

 

학장은 앞뒤 꽉 막힌
크리스천이야

 

아무것도 몰라

 

우리가 돈하워 설교를
왜 싫어하는지

 

왜 채플 가느니 방에서
자위나 하려고 하는지

 

그런 거 몰라

 

학장한테 채플 얘기 한 건
최대 실수다

 

코드웰은 이 학교 우상이야

 

풋볼팀 최고 하프백

 

야구팀 최고 강타자

 

와인즈버그 전통 모든 걸
최고 잘했지

 

채플 문제로 들이박았으니
너를 곤죽으로 만든 거야

 

혹시 그런 사람을 만나면

 

입 닥치고
몸 사리고 그냥 웃어

 

그리고 뒤로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그러니까...

 

모든 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래도 여기 최악은 아냐
4년 지낼 만해

 

한국 전쟁 간 것도
아니잖아, 또 있다!

 

넌 1951년 최고
오럴섹스 퀸을 만났잖아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어

 

너한테 안 해준 거야?
이상하네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올리비아 허튼 말이야

 

북부 오하이오에서 오럴섹스
맛보긴 하늘에서 별 따기야

 

올리비아 소문 쫙 퍼졌어

 

모르는 표정 짓지 마

 

믿을 수가 없어

 

뭐를 못 믿어?

 

맛탱이 간 여자면 어때?
그런 여자 많으면 좋겠다

 

토요일에 데리러 올게
그때 퇴원 맞지?

 

괜찮아?

 

간호사 불러줄까?

 

괜찮아, 약간 통증이 와서

 

그래

 

토요일에 봐

 

학생회 사무실에
간이침대 만들어 줄게

 

자, 이젠...

 

나한테 다 말해줘

 

뭐에 대한 모든 걸?

 

너에 대한 얘기

 

너에 대해서
다 알고 싶어

 

너라는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너에 대해 먼저
말하는 게 어때?

 

네가 먼저 해

 

난...

 

아버지 가게에서 일한
영향이 컸는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어

 

혼란스러웠지

 

대학에 온 후부터 그랬어

 

고마워

 

근면과 성실을
배웠겠지

 

진실한 사람이 됐고

 

정육점에서 일해서
내가 진실해졌다고?

 

물론이지

 

그래...

 

우리 아버지
얘기를 해줄게

 

내가 진실한 인간이 된 거

 

아버지가 어떤 영향을
줬는지 말이야

 

좋아, 스토리 타임

 

정육점에서
폐기름이 나오면

 

매주 가져가는
아저씨가 있었어

 

평소에 큰 통에
기름을 잔뜩 모아놓지

 

기름 수거 아저씨가 오면

 

난 통을 내다 주고
나중엔 통을 닦았어

 

어느 날 학교에서
예쁜 여자애가 말했지

 

'버스 정거장에서
서 있다가'

 

'길 건너 너희 아빠
정육점을 봤는데'

 

'네가 큰 기름통을 닦더라'

 

난 아버지에게 갔어

 

'보스!' 아버지를
보스라고 불렀거든

 

'보스! 기름통 닦는 거
못 하겠어요'

 

넌 창피했구나

 

아니, 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야

 

내겐 현실적 문제였다고

 

데이트 신청이나
할 수 있겠어?

 

기름통이나 닦는
신세잖아

 

나랑은 데이트했잖아

 

내가 그 통 닦는 거
넌 안 봤잖아

 

짐작은 할 수 있었지

 

아버지는 뭐라셨어?
그 일 안 하게 해줬어?

 

이렇게 말하셨지
'창피한 거냐?'

 

'뭐가 창피한 거야?'

 

'도둑질 빼곤
창피할 거 없어!'

 

'어서 청소나 해'

 

아버지는 빅 멘델슨에게
시킬 수도 있었다고

 

빅 멘델슨?

 

우리 정육점에서
일하던 아저씨

 

그 아저씨는
말이 늘 거칠었지

 

늘 뒤쪽 냉장고에서
일하셨어

 

난 그 아저씨 재밌었는데
그만두시게 됐지

 

빅 멘델슨은
무슨 일을 했어?

 

아버지가 목요일마다

 

도매시장에서
닭을 왕창 사 와서

 

큰 통에 넣어두면
손님들이 왔어

 

주말에 쓸 닭을
사 가는 거지

 

하여간 그 손님 중에
스클론 아줌마도

 

늘 가게에 들어와서
닭을 골랐는데

 

입 냄새가 진동했고

 

똥꼬 냄새도 났어

 

어느 날 빅 멘델슨이
도저히 못 참은 거지

 

'아줌마, 그 똥냄새에
숨 막혀 죽겠어요!'

 

그렇게 화내는 사람
세상에서 처음 봤어

 

아줌마는 칼을 집더니
아저씨를 찌르려고 했어

 

그래서 아버지가
아저씨를 해고했어?

 

어쩔 수 없었어, 아저씨는...

 

평소 말투가 거칠었거든

 

그런데 스클론 아줌마 사건은
아저씨 말이 맞았어

 

나도 그 아줌마 싫었거든

 

나 그땐 최고로 착했다고

 

넌 엄청 착했을 거야

 

좋든 싫든
그게 내 모습이었지

 

지금 네 모습도 그래

 

넌 아브라함 링컨처럼
본성부터 착해

 

매일 성실하게
아버지를 도와 일했잖아

 

아버지가 성실하셨지

 

그때는 정말
훌륭한 분이었어

 

예전엔 그랬다고?

 

지금도 그래

 

그럼 너희 아버지는?

 

진료 과목이 뭐야?

 

아버지가 병원에서
일하시는 거 본 적 있어?

 

우리 아빠?

 

할 말 없어

 

- 할 말 없다고?
- 진짜 없어

 

전혀 할 말 없어

 

- 뭔가 있을 거 아냐
- 마르쿠스!

 

넌 눈치도 없어?

 

너한테 직업 하나 추천할게

 

뭔데?

 

여름방학 때
꽃집에서 일해봐

 

넌 타고났다

 

손님 오셨어요

 

마키!

 

나도 모르겠구나

 

아버지 편찮으세요?
무슨 일 있어요?

 

아버지가 제정신
아닌 것 같다

 

지난번 수술 얘기로
통화한 거 기억나지?

 

누구랑 말해도
늘 그런 식이야

 

가게 손님한테
소리만 지르시고

 

운전할 때도 그래

 

평생 에섹스 카운티를
운전한 양반이

 

다른 차 운전자는
다 미쳤다고 욕하고

 

도로 들어서자마자
크랙션을 울려대고

 

이젠 장사도 잘 안 돼

 

손님들도 이제 슈퍼마켓이나 가지...
누굴 탓하겠어?

 

손님한테 전화로 주문 받고
얘기라도 할라치면

 

예전엔 손님과 얘기하는 거
좋아하셨잖니

 

이젠 수화기를
빼앗아서는

 

'내 마누라랑 수다 떨려면
밤에 전화해'

 

'남의 영업시간에 뭐야?'
이러고 전화를 끊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나 그동안 시한폭탄과
살았던 거니?

 

누군가 내 남편을...

 

완전히 괴물로
만든 거 같다

 

그렇게 심해지기 전에
진작 말씀하시지

 

힘든 네게 말할 순 없었다

 

학교 공부에
안 그래도 벅찬데

 

쉴크레트 박사님께
데려가세요

 

그럼 최소한...

 

진정제라도 주실 텐데

 

병원엔 안 간다고
고집을 부리신다

 

하긴 아빠 잘못 없다
지금 이 세상이 미쳤잖니

 

그럼 어머니라도
병원에 가세요

 

그렇게 강했던 분이
지금 너무 망가지셨어요

 

마키, 아들아...

 

나 그래야 할까?

 

그럴 수 있을까?

 

이 말을 하려고
먼 길 왔다

 

이런 얘기 들어줄 건
너뿐이야

 

뭐를 하시려고요?

 

뭐요?

 

- 말이 안 나오네
- 무슨 말요?

 

이혼...

 

엄마, 지금 충격이
크셔서 그런 거고

 

그게 엄마 진심은
아닐 거예요

 

결혼하신 지 25년 됐지만
엄마는 아버지 사랑하잖아요

 

이제 사랑 안 해

 

증오한다

 

아버지는 운전대만 잡으면
나한테 소리만 질러

 

내 안에는
증오와 혐오뿐이야

 

아버지 이러는 것도
당분간이고

 

영원히 그러시진
않을 거예요

 

선생님 어서 찾아가세요

 

시작이라도 해요

 

저를 위해서요

 

변호사 만나고 있다

 

- 네?
- 진짜야

 

만나고 왔어

 

변호사 선임했다고

 

미국사 수업 때
만났다고?

 

1865년까지의 미국 역사
수업이죠

 

저는 '미국 정부의 원칙'이란
수업도 들어요

 

올리비아는 미국사
수업만 듣는데

 

그래서 나 공부하라고
교과서 갖고 왔어요

 

메스너 부인, 아드님은
스타 학생이에요

 

수업 때 가장 재밌는
질문을 하거든요

 

교수님이 마르쿠스
질문을 받으시면

 

늘 움찔하실걸요

 

마르쿠스는
늘 A만 받았지

 

그래서 장학금도 받았고

 

근데 아가씨는 어떤가?

 

이 공부 재밌나?

 

저는 책 읽는 걸
너무 좋아해서

 

프랑스 문학 전공하려고요

 

프랑스 문학?

 

부모님도 허락하신 건가?

 

아빠는 매우
현실적인 분이신데

 

제게 다른 대안을
제시하진 못했고요

 

제 전공을 아빠가
생각하는 건

 

아빠의 시간 낭비라고
할 게 뻔해요

 

그럼 어머니는?

 

엄마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데

 

파리에 가보시곤
파리를 너무 좋아했죠

 

그래서 엄마는
내 편이라고 생각해요

 

듣고 보니
정말 민주적인 가정이네

 

미국적이네

 

우린 미국인이니까

 

미국 문명국 학생으로서

 

벤자민 프랭클린이 정의한
민주주의를 기억해야 돼

 

민주주의란...

 

'두 마리 늑대와 한 마리 양이
점심으로 뭘 먹을까 투표하는 거다'

 

엄마...

 

마르쿠스

 

이혼은 안 할 거다

 

참아보마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게

 

그런 생각 했다는 게
미안하구나

 

네게 말한 것도 미안하고

 

그것도 병원에 입원한
너한테 말이야

 

수술하고 막 회복하는데
내가 너무했다

 

미안하구나

 

내 생각이 짧았어

 

마르쿠스, 넌 강해 보여

 

여러모로 강해서

 

네가 어리다는 걸 잊었어

 

감수성 예민한 청년이고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들이지

 

울고 싶으면 울어라
너 우는 건 전에도 봤어

 

울 수는 있지만

 

울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감사해요

 

정말 안심이에요

 

아버지가 혼자 사시는 건
상상도 못 하겠어요

 

그건 정말 안 돼요

 

그럴 일 없을 거다

 

대신 너한테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힘든 일이 있어

 

전엔 네게 부탁한 적
없었잖아

 

부탁할 필요도 없었지

 

넌 아들로서
완벽했으니까

 

넌 뭐든 잘하려고
최선을 다했어

 

언제나 최고 아들이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랑은
가깝게 지내지 마라

 

네가 그 아가씨랑 사귀는 거
상상할 수도 없어

 

- 엄마...
- 넌 아직 학생이야

 

법을 공부해서
로스쿨 가려고 온 거야

 

사람들한테 존경받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에 가려고 말이야

 

그런 사람이 되려고
이 대학에 온 거다

 

아버지처럼 평생 고기나
썰면서 살지는 않으려고!

 

근데 여자 문제로
일 복잡하게 만들래?

 

죽으려고 팔목이나 끊는
그런 여자를?

 

단 한 번이었어요

 

한 번도 많지

 

두 팔 중 한 개를
그렇게 만들었잖니

 

- 엄마는 이해 못 하세요
- 내가 이해를 못 한다고?

 

이해를 못 하세요

 

이혼은 안 하마
대신 엄마 말 들어라

 

그런 짓 안 하는
아가씨도 많아

 

건강한 여자 말이야

 

수백만 명은 있을 테니
그중에서 찾아

 

그 누구도 될 수 있지

 

이제 1951년, 세상이 달라졌어
구식대로 살지 마

 

원하는 여자랑
데이트하고 결혼하고

 

네가 선택한 여자와
하고 싶은 거 다 해

 

단, 손목 긋는
여자는 안 된다

 

그렇게 상처 깊은
애는 안 돼

 

네 인생 시작도 하기 전에
너를 완전히 망가뜨릴 거야

 

엄마는 이해를 못 하세요

 

엄마 생각만큼
심각한 사이도 아니라고요

 

고통 속에 있는 걔는
심각한 관계로 볼 거다

 

그 애는 환자라고

 

약한 사람이라고
다 받아주면 안 돼

 

그들의 약함이
무기가 되거든

 

그렇게 불안한 사람은
네게 위협이 될 수 있어

 

젊고 예쁜 아가씨더라

 

여신처럼 보이겠지

 

집안도 유복해 보이고

 

하지만 그 가정에도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

 

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린 절대 알 수 없어

 

아이가 잘못되면

 

그 집안을 봐야 한다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 애한테 맘이 쓰인다

 

그 애를 위해 기도할 거고
나쁜 감정 없다

 

하지만 너는...

 

내 아들이다

 

자식은 너 하나잖니

 

난 네 엄마고

 

난 너를 위해서
뭐든 할 수 있어

 

알아들어?

 

알았어요

 

알겠어요

 

걔가 눈물 쏟고 매달려도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돼

 

이 관계는
끝낸다고 약속해라

 

약속하지?

 

약속할게요

 

약속해요

 

1747년 셀러론은

 

군 200명과 진격했고
인디언 군은 펜실베이니아로 향했다

 

남서쪽
오하이오 카운티로 이동...

 

마이애미 강
피카윌라니 요새까지 갔지

 

셀러론은 인디언 추장
올드 브리튼과 만났고

 

영국군과 교역 문제로
위협했지

 

주말 계획을 다 세웠거든

 

친구들과 캐니언에 가려고

 

근데 미친 하딩 교수가
숙제를 하나 더 준 거야

 

주말 날아가게 생겼어

 

하딩 교수가?

 

무슨 숙제인데?

 

난 그거 작년에
과제로 했어

 

내 숙제 베껴
위층에 있을걸

 

구세주 만났네

 

네스트릭 교수 숙제도
신세 졌는데

 

언제든 말만 하라고

 

써니 말로는
채플 대리 출석 찾는다고

 

2학년 때
내 건 다 채웠어

 

케슬러 것도
세 번 해줬고

 

이젠 시간 돼

 

써니 말로는
너 장학금 받는다며?

 

1달러 50으로
깎아줄게, 됐지?

 

물론이지

 

기울기의 정의를
내려보자

 

x의 변화량에 대한
y의 변화량

 

또는 델타 x에 대한
델타 y...

 

올리비아 허튼과
통화되나요?

 

네, 어제도 메모 남겼어요

 

알아요

 

뭐라고요?

 

집에 갔다고요?

 

학장님 시간 되시나요?
잠시면 돼요

 

앉아요, 시간 되시는지
여쭤볼게

 

학장님, 메스너 군입니다

 

들어오라고 해요

 

좋아 보이네

 

몸무게 1kg 정도
빠진 것 같지만 괜찮아

 

코드웰 학장님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의논할 곳이 없어서요

 

참, 그때 일부러
토한 건 아닙니다

 

그때 자네는 아팠잖나

 

어쩔 수 없었지

 

자네를 병원에
제때 데려가서 다행이네

 

무슨 문제인가?

 

여학생 문제로
왔습니다

 

미국사 수업을
같이 들었는데

 

갑자기 안 보여요

 

한 번 데이트한 게
그 친구였거든요

 

이름은
올리비아 허튼인데

 

갑자기 사라져서

 

끔찍한 일이 있을까 봐
너무 두려워요

 

제가 그거랑 관계가
있을까 봐 걱정되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제가 그 친구랑
데이트를 했으니까요

 

그 데이트 중에
문제가 있었나?

 

없습니다, 코드웰 경

 

'학장님'이랬지?

 

난 자네 학장이야

 

학장님이 아셔야 할 그런...

 

심각한 일은 없었습니다

 

이 여학생 임신시켰나?

 

네? 아뇨!

 

- 확실한가?
- 그럼요

 

자네가 아는 한
임신한 적 없다?

 

없습니다

 

그럼 그 여학생에게
완력을 쓴 적 없나?

 

정말 그런 적 없습니다

 

자네 입원했을 때
올리비아가 찾아왔지?

 

네, 그랬습니다

 

병원관계자 말에 따르면

 

병실에서 둘이
추한 짓을 했고...

 

그걸 목격했다는
기록이 있네

 

목격자 기록이 있어

 

그런데 자넨
강제로 그런 적 없다고?

 

맹장 떼어낸
직후였다고요

 

그건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냐

 

평생 누구에게도
완력을 쓴 적 없어요

 

그럴 필요도 없었고요

 

'그럴 필요도 없었다'...

 

- 무슨 의미인가?
- 이러지 마세요

 

학장님은 모르세요

 

말하기 힘든 얘기입니다

 

병실에서 우리 둘 사이에
일어난 일은

 

올리비아와 저 둘의
사생활입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상황을 보면 말이지

 

왜요?

 

올리비아는
신경 쇠약을 앓았네

 

구급차에 실려 갔지

 

알 수가 없네요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자신을 통제 못 하고

 

어린애처럼
감정 조절을 못 하면

 

입원해서 애처럼
치료를 받아야 돼

 

회복될 때까지 말이야

 

회복될지는 모르지만

 

올리비아가 위험한 건
처음부터 알았지

 

정신 병력이 있었고

 

그게 재발해서
전기쇼크 치료도 받았어

 

아버지가 클리블랜드
외과 의사네

 

와인즈버그의 훌륭한
동문 중 한 명이고

 

그분 요청으로
받은 건데

 

결국 모두에게
실패로 끝났네

 

특히 올리비아 본인에겐
큰 상처가 됐지

 

그 친구 어디 있나요?

 

정신과 전문 병원에
입원해 있네

 

절대 임신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겠지

 

저는 아닙니다

 

그러나 병실 사건을
고려해볼 때

 

그게 자네일 것 같군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전 비난받을 짓
안 했습니다

 

증거도 없고요

 

코드웰 경...

 

또 그런 눈으로 보시는 거
참을 수 없어요

 

우리 사이에
성관계는 없었습니다

 

전 누구와도
하지 않았으니

 

이 세상 그 누구도

 

저 때문에
임신할 수는 없죠

 

불가능합니다!

 

가능할 텐데!

 

엿이나 드세요!

 

도덕적 방종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와인즈버그 전통과 명예를
추락시킨 학생이 있어요

 

주말엔 한 여학생이
술에 취해 추태를 보였죠

 

이번 정학당한 학생 둘은...

 

중간고사 수학 시험
부정행위를 했답니다

 

정신 차려야 합니다

 

신께서 우리를 지켜보심을
잊지 말아요

 

이렇게 길 잃고
세상에서 헤맬 때도

 

주님이 모든 것을
포용하시면서

 

거대한 비전을
제시하십니다

 

이때 새로운 힘을 줄
사람들이 있으니

 

저와 이 대학
모든 직원이 함께합니다

 

'마르쿠스 메스너
10월 17일'

 

사람은 죽고 나면

 

생전에 했던 사소한 결정을
다 기억할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생각날까?

 

난 다 생각난다

 

그 순간들이
기억으로 떠오른다

 

이 기억이
얼마나 된 건지는 모르지만

 

다 영원처럼 느껴진다

 

난 모두에게 말한다

 

엄마, 아버지...

 

올리비아, 모두에게

 

그들이 백만 년 전에
이미 죽었어도

 

난 그들에게
계속 말한다

 

영원히 말한다

 

뭐야?

 

내 말 들려, 올리비아?

 

너는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거 들려?

 

그게 뭐든지...

 

다 괜찮을 거야

 

누군가 너를
사랑했으니까

 

누가 뭐래도
그건 사실이니까

 

너도 알 거야

 

알아야 돼, 올리비아

 

꼭 알아야 돼

 

앤더슨 부인?

 

올리비아

 

약 드세요

 

번역: GG이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