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작 : 아이디스크 고전 명작 전문 클럽
클래식 무비(Classic Movies) '호림아'

 

알고 싶지 않아?
정말로 이상한 꿈을 꿨어.

 

무슨 꿈을 꿨는지 알아?
우리가 다시 오케스트라로 돌아간 꿈을 꿨어.

 

브란덴부르그 콘체르토 4번을 리허설중이었지.
느린 박자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 따위는 없었어.
전에 그걸 연주할 때는 끔찍했었는데...

 

내가 우는 바람에 잠이 깼어.

 

연주 중에 내가 울기 시작했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느린 박자였었지.

 

 

- 면도 안 할거야?
- 당신이 하라면야..

 

- 왜 그렇게 뚱한 표정이야?
- 안 그래.

 

심술궂게 보여. 당신 요즘 늘상 그렇게 보여.

 

옷 입어, 얀.
배타야 해.

 

9시전까지 시장님 댁에 가야해.

 

내 잘못인것 처럼 말하는군.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이 빌어먹을 전쟁을 시작한건 내가 아니란 말이야.

 

- 저기...
- 음?

 

돈 좀 남어?
포도주 한 병은 살 수 있겠지?

 

못 사? 괜찮지? 에바?

 

지겨운 인간.

 

이제 가서 옷 입어.

 

사랑니가 문제가 있나봐.
읍내에 가면 치과가 있을까?

 

있을거야.

 

사랑니라면 끔찍해.

 

오른쪽에 하나 있었는데,
치과 의사가 그걸 조각내서 뽑았어.

 

- 정말?
- 음. 하루 종일 걸렸어.

 

마취도 안 하고 말이야.
그 뒤 몇 주일이나 열이 났어.

 

이번엔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럼 끔찍할거야.

 

에바, 뭐가 보이나 한 번 봐.

 

아니, 안 보여.

 

그럼 여기 만져봐.
혹처럼 부풀어 오른거 같아.

 

서둘러야겠군.

 

- 전화요금 냈어?
- 아차! 깜박했어.

 

갖고 있지도 않는 것에 대해 요금을 내는건 부당해.
그 전화기 되지도 않잖아.

 

와서 고쳐주던지 해야할거 아냐?
안 그러면 돈 낼 필요 없어.

 

우린 전화가 있어야해.
당신도 알잖아.

 

당연히 그렇지.
하지만 주문도 많이 안 들어오잖아.

 

전화가 필요해.
안 그러면 장사 망한단 말이야.

 

그건 당신 생각이지.
올슨씨네 전화를 이용해도 돼.

 

사람들이 전화할 때마다
우리가 사용료를 주면되잖아.

 

 

교회 종소리 들려?

 

오늘이 휴일인가?
아니지. 평일 금요일인데, 그렇지?

 

- 저 소리 무슨 뜻인거 같아?
- 몰라. 서둘러. 늦었어.

 

교회 종소리가 평일날 울리면 두려워져.
지금 몇 시야?

 

여섯시.
정확히는 5분 지났어.

 

 

예?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비가 올거 같아.
가죽 잠바 안 챙겨?

 

빌어먹을!

 

얀?

 

아니..뭐야?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마. 못 참겠어.

 

냉정해지려고 노력해봐.
나도 그러잖아.

 

잠자코 좀 있을 수 없어?

 

미안해.

 

잠바 또 까먹었네.

 

 

요즘따라 수송차량이 많아지네.

 

얀, 당신 기분나쁘게 하려고 한 소리 아니었어.
아깐 내가 열받아서 한 말이야.

 

나도 그럴 수 있지 뭐...

 

있잖아...

 

내일이면 우리가 이 섬으로 온지
꼭 4년이 되는 날이야. 그거 알았어?

 

응. 그리고 그저께가 할아버지 돌아가신지
1년 되는 날이었어.

 

할아버지 무덤에 꽃 갖다드리는거 잊으면 안 돼.

 

알았어.

 

안녕하세요, 필립.

 

 

무슨 얘길 나눈거야?

 

한 시간전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적군이 침공해오려나봐.

 

그소린 몇 년 동안이나 들어왔어.

 

- 빌어먹을 우리 라디오는 늘상 고장이야!
- 빌어먹을 차도 늘 고장이야.

 

당신이 제대로 차를 관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그럴거야.

 

됐다.

 

뭐든지 모르고 지내는게 더 나.

 

당신의 그 현실도피에 신물이 나.

 

아냐. 당신과 언쟁하고 싶지 않아.

 

- 저녁 식사론 생선 요리야.
- 그거 좋지.

 

당신이 필립하고 말하면서 서 있었을때 보니까,
진짜로 사랑스럽더라.

 

- 너무 아름다웠어.
- 멀리서 보니까 그렇다, 그거지?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마침
댁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 그래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 린곤베리를 싣고 가는 길이었어요.

 

우연의 일치군요.
댁으로 린곤베리를 배달하러가는 중이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로젠버그 부인.

 

아내와 저는 우리 여름 별장을
살펴보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시장님께 린곤베리를 배달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열매가 아주 실합니다.

 

우리는 아들을 보러 나가야해서
그걸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 걱정 마세요.
저희가 갖다 놓을게요.

 

- 그러면 두 분께서 수고스럽지 않으시겠습니까?
- 아니, 전혀요.

 

- 집에 사람은 있겠죠?
- 예. 알름버그양이 있어요. 노크하시면 됩니다.

 

언제 저녁때 한 번 오세요.
같이 식사하고 음악도 듣지요, 옛날처럼 말이죠.

 

- 그거 근사하겠네요.
- 음악을 들으며 먹던 저녁 식사가 아주 그리워요.

 

- 예, 우리 둘다요.
- 그래요, 우리 둘다.

 

지휘자 크라이슬러씨가 징병된 뒤로는,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여기 있는 이 군인들 말이에요...
무슨 일인거죠?

 

글쎄요, 요즘 상황이
다소 악화되었습니다.

 

라디오에서 많이 들었는데,
시장님도 잘 모르신다고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 우리집 라디오가 늘 고장이거든요.
- 저는 희망속에서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일이 어떻게 진행될런지는 우리도 몰라요.

 

피난 간 제 여동생한테 편지를 받았는데,

 

그 애는 지금 난민 캠프에 있는데요,
거기는 거의 매일 폭격을 맞고 있대요.

 

- 끔찍하군요.
- 이제 거의 도착했군.

 

헤어져야겠군요,
언제 저녁때 한 번 만나죠.

 

- 예, 연락만 주세요.
- 예, 연락드리죠.

 

- 안녕히 가세요.
- 안녕히 가세요. 조만간 다시 뵙죠.

 

- 아드님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 고맙습니다. 전하겠습니다.

 

 

- 정문으로 들어가도 될까?
- 물론이지.

 

- 10크라운이나 더 받았어.
- 프레드릭네 가게로 가서 포도주를 사자.

 

여보세요?

 

 

 

여보세요?

 

- 안에 없어.
- 외출하는 사람이 아닌데..

 

- 여보세요.
- 저기 있군.

 

- 당신도 징집 통지를 받은겁니까?
- 예. 이 꼴 좀 보세요.

 

총을 쏴본지는 20년도 넘었는데 말입니다.

 

- 앉으세요.
-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가게를 맡길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문제가 안 될거에요.

 

- 뭘 도와드릴까요?
- 포도주 한 병을 사고 싶어서요.

 

좋습니다. 아직 몇 병 남아있어요.

 

아..뭐 하나 보여드리고 싶군요.

 

이것 보세요.
저한테는 최고의 보물입니다.

 

골동품인가보죠?

 

- 18세기에 마이센에서 만든겁니다.
- 놀랍군요.

 

어머니한테 물려받은거에요.
이건 절대 팔지 않을겁니다.

 

잠시 들어보세요.
곧 돌아오겠습니다.

 

 

- 라디오 방송 들으셨어요?
- 아뇨. 우리집껀 늘상 고장이라서요.

 

고쳐보려고는 하는데, 잘 안 되네요.

 

어젠, 라디오에서
가장 끔찍한 소리들만 하면서 우릴 위협하더니만,

 

오늘 아침엔 끔찍한 곳으로 가는
앞줄에 섰다고 우릴 축하하더군요.

 

몇 년 동안 계속 들었던 똑같은 노랫소리잖습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잠깐만요.
우리가 말씀드린건 이게 아닌데요.

 

그냥 드세요.
진짜 좋은겁니다.

 

우린 포도주 한 병을 사려는거였었요.

 

이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 건배.
- 건배.

 

- 으..흠..
- 아주 좋은 포도주네요.

 

- 정말 그렇군요. 어떤 술이죠? 한 번 보여주세요.
- 이제 딱 다섯 병만 남았어요.

 

어디보자...59년산이군요.

 

- 이걸 살 수 있나요?
- 아, 예.

 

- 건배.
- 건배.

 

여기 내 물건들과 함께 혼자 앉아 있을 때면,
슬픈 느낌이 들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내가 사라져도 날 그리워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걸 알기 때문일거에요.

 

- 프린스 부인까지도.
- 프린스 부인이요?

 

우리집 청소를 해주는 사람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오죠.

 

청소를 해주고,
그리곤 커피를 만들고...

 

그리곤 서로 사랑을 나누죠.

 

프린스 부인도 날 그렇게 많이는
그리워하지 않을거에요.

 

걱정 마세요.
그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실겁니다.

 

- 포도주 값이 얼마죠?
- 10크라운만 주세요.

 

공짜로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저도 프린스 부인에게 줄 돈이 좀 필요해서요.

 

- 고맙습니다. 아주 친절하시네요.
- 프린스 부인이 집 청소를 하러 곧 오거든요.

 

- 우린 배를 타려면 빨리 가봐야할 것 같네요.
- 예. 아시다시피 전 발에 통증이 있어요.

 

진짜로 아파요. 그 사람들이
발 같은 걸 고려해줄지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저한테 혹시
행정 업무 같은게 떨어질 수 있을지...

 

- 물론이죠. 그 사람들은 저도 필요치 않더군요.
- 당신 얘기는 하지 마요.

 

그러니까 그들한테 잘 이야기하면,

 

의사의 소견서까지는 낼 필요가 없다는게 중요한거군요.

 

그럼요. 그 사람들한테 말하세요.
아마 빼줄겁니다.

 

- 안녕히 계세요. 아주 고마웠습니다.
- 조만간 다시 뵙죠.

 

저도요.

 

- 그럼, 안녕히 가세요.
- 고맙습니다. 그럼.

 

필립과 그가 준 생선을 위해
축배를 들어야할 것 같은데.

 

- 응. 그리고 내가 요리를 해준 것에 대해서도.
- 그리고 당신의 요리를 위해서.

 

에바, 라디오 나오는거 알아?

 

- 고쳤어?
- 응, 드디어.

 

- 당신 참 똑똑해.
- 안 그런 줄 알았어?

 

- 당신은 맘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어.
- 난 늘 똑똑했어.

 

- 내가 앞으로 뭐하려는지 알아?
- 몰라.

 

- 당신도 알다시피, 나도 똑똑하잖아.
- 그거야 알지.

 

이탈리아어를 배워볼까 해.

 

- 당신이? 드디어.
- 응. 오늘밤부터.

 

- 배워보겠다는 말 많이 해왔잖아.
- 그래. 그리고 우린 서로 도울 수 있을거야.

 

저녁마다 내가 이탈리아어를 배울 수 있도록
날 도와줘야 해.

 

내가 시간을 재고, 문제도 내야겠어.

 

아주 엄하게 할거야.
그 밖에 우리가 또 뭐 해야하는지 알아?

 

아침마다, 닭에게 모이를 준 후,
우린 연주를 할거야.

 

당신이? 아침에?
그건 꼭 봐야겠군.

 

그래, 약속해.
매일 30분 정도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

 

악기도 있고, 악보도 많이 갖고 있잖아.

 

- 우린 연습을 해야 해.
- 얀, 나 애기 갖고 싶어.

 

내가 아이를 갖고 싶어한다는거 당신도 알잖아.

 

지금?

 

- 아니, 지금 말고.
- 왜?

 

- 설명은 못 하겠어.
- 그래도 말해줘봐.

 

음...그러니까..이런 생각이 드는데..

 

상황이 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릴 순 없겠어?

 

아니.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한테 아이가 없다는거,
그러니까, 여자로서

 

내가 아이가 없다는 것이
우리 사이의 관계를

 

삐걱거리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내 말은, 난 서른살이고
그러니까 아기를 가질 때라는거야.

 

서른살은 많은게 아니야.
당신은 마흔살까지도 기다릴 수 있어.

 

여자들은 젊어서 아기를 낳아야해.
마흔이면 난 애를 셋은 가질거야.

 

우리 모두 한 가족이 되는거야.

 

얀?

 

진담으로 하는 말인데...
화내지는 말고.

 

아니, 화 안 낼거야.

 

다음에 읍내에 가게되면...
의사를 만나보자.

 

뭐하러?

 

그러니까, 검사를 받아보자는거지..
아직 나한테 아이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난 건강하잖아. 그건 확실해.

 

그래, 나 역시도 건강해.
우리 둘 다 건강해. 그건 단지 심리적인 문제일뿐이야.

 

얀, 농담 아니야.
의사한테 가면 의사가 당신을 검사해줄거야...

 

빗대서 하는 말이 아니지만,
우리가 함께 지내지 않았던 때가 있었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당신이 그 때
무슨 일을 했는가를 우리 둘다 알고 있다는거야.

 

-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 그렇지만 그 일이 중요할 수 있어.

 

그 때 일로 인해 우리가 아이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몰라.
왜냐하면 당신은 그 때 여자가 많았잖아...

 

아니, 그렇지 않아.
지금와서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 그건 아무 일도 아니야. 난 항상 당신을 사랑했어.
- 그럼 그 오페라 가수는 뭔데?

 

아냐. 난 그 여자를 좋아하지도 않았어. 그건 당신도 알잖아.
그건 아무 일도 아니야. 그건 그저 일회적인 일이었어.

 

난 항상 당신을 사랑했어, 에바.
그리고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

 

사랑이라는게 뭔지 당신은 몰라.

 

- 당연히 알아.
- 으음..

 

자기애(自己愛)지.
당신이 아는건 그거야.

 

아니. 난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야.

 

난 당신이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난 내년에는 더 좋은 사람이 될거야.
아니 다음 주엔...

 

- 정말?
- 그럼, 약속하지.

 

난 당신이 됐다 싶을 때까지
아주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어.

 

- 당신이?
- 그래.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 뭐라고?
-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하는 사람이 뭔데?

 

한다면 하는 사람이 뭐냐면....

 

난 당신이 그런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 없어.
내일까지 싱크대를 고쳐주기만 한다면 말이야.

 

그럼 당장은 설거지를 하지 말자.

 

설거지를 하지 말자고?
그럼 우리 뭐할건데?

 

 

 

어디 가는거야?

 

- 도와줘야지. 저 사람 다쳤을거야.
- 적군일지도 모르잖아.

 

- 빌어먹을..당신 겁장이야!
- 여기 있어!

 

- 여기 서 있기만 하겠다는거야?
- 가만히 있어.

 

- 이거 놔!
- 가만히 있으라니까.

 

그럼 가!

 

 

 

구급차를 불러야겠어.

 

 

- 한 명이나 두 명이 뛰어내리는거 봤소?
- 한 명만 봤습니다, 그렇지 여보? 예, 한 명이요.

 

- 그 비행사한테 총을 쏜 사람이 당신이오?
- 내가 왜 그렇게 했겠습니까?

 

나도 당신이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해.

 

충고하건데, 이곳에서 나가시오.

 

여기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낙하산 부태가 투하됐소.

 

 

이렇게 해야겠어. 내가 1단 기어를 넣을테니까,
그 때 당신이 차를 조금만 밀어.

 

그럼 시동이 걸릴거야.
어디 가는거야?

 

서둘러! 어서! 빨리!

 

안 돼!

 

- 저 너머에 있던 조종사를 네가 쐈지?
- 아니, 난 쏘지 않았어요.

 

- 거짓말하면 가만히 안 둬. 어떻게 된거지?
- 우리가 거기에 도착했을 땐, 그 사람은 거의 빈사상태였어요.

 

- 사실이야?
- 그럼요.

 

- 여기 AG 정찰대가 왔다 갔나?
- 예. 30분전쯤에요.

 

수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당신들이 왔다고 경고해줬어요.

 

지프 두 대에 나눠타고 왔어요.
숫자는 대략 10명에서 12명, 어쩌면 14명 정도이고요.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라고 했어요.

 

자, 자..진정해. 진정하라고.
숨을 깊게 들이 쉬어. 무서워하지 말고.

 

마이크 준비 됐어? 카메라는?
이리로 와 봐.

 

사람들한테 말을 전할거야...
너무 긴장하지 마.

 

왜 그렇게 마지못해 하는거야? 응?

 

사람들한테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하려는거야.
우리가 해방시킨 사람들한테 말이야.

 

카메라.

 

해방의 목소리, 78.
마이크.

 

- 이름은?
- 에바 로젠버그입니다.

 

더 크게. 크게 말해요.
겁내지 말고.

 

- 에바 로젠버그.
- 자기 소개를 해보시오.

 

나는 28살이고,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서 제1 바이올린을 맡았었어요.

 

얀과 나는 결혼한지 7년 됐고요.

 

오케스트라가 해체된 이후,
우리는 죽 이곳에서 살았어요.

 

- 더 말해봐요.
- 더 이상은 모르겠어요.

 

- 당신의 정치적 견해 말이오.
- 정치적 견해는 없어요.

 

- 견해가 없다고?
- 일어나는 일을 따라가는 것도 어려워요.

 

우린 라디오가 없어요.
고장 났죠.

 

그럼, 당신이 살고 있는 정치 체제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말이오?

 

아뇨. 전쟁이 아주 오랬동안 계속돼와서...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에요.

 

- 무관심한건 아니고?
- 아니에요.

 

- 그럼 이제 생각을 정했겠군요?
- 예.

 

좋아요, 훌륭해요. 훌륭해.
그리고 이제 당신. 이름은?

 

난 잘 모릅니다.
심장이 아주 안 좋아요.

 

- 이 이는 정말 아파요. 여기...
- 아내한테 약 좀 받아도 될까요?

 

- 얀, 얀.
- 계속 촬영해. 기절하는거 촬영해.

 

 

 

어서...어서. 서둘러, 얀.

 

어서 먹어.
집으로 들어가자.

 

얀, 도와줘.
얀, 제발 조금만 도와줘.

 

자. 들어가. 어서.

 

내가 거기서 무슨 생각 했는지 알아?

 

- 아니.
- 우리한테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우리가 평화를 얻게되면,
그 때 아이를 갖자.

 

우린 절대 아이를 갖지 못할거야.

 

 

 

얀, 얼른 가서 당신 부츠 갖고 와.

 

얀, 떠나야 해. 어서.
얀! 어서, 서둘러!

 

에바!

 

- 해안길을 따라 가야겠어.
- 그래. 할 수 있을 때까지 달려.

 

- 서둘러!
- 식량은 있어?

 

- 요리할 시간이 있었나 뭐.
- 닭. 그거면 먹기 편할거야.

 

- 닭은 누가 잡고?
- 난 아니지.

 

- 난 못 해.
- 총으로 쏘면 돼.

 

- 우리 둘다 총 못 쏘잖아!
- 분명한건 난 머리는 못 잘라.

 

내가 한 마리 붙잡을테니까,
당신이 하고 싶은데로 쏴.

 

나까지 쏘겠다는거야?

 

- 저기 있잖아. 자 어서, 쏴!
- 난 못 쏘겠어.

 

- 누군가 저 놈들을 돌봐줄거야.
- 당신이라면 진절머리 나. 내가 죽고 말지!

 

 

에바!

 

에바!

 

에바! 에바! 어서 와!

 

얀, 집으로 돌아가야겠어.

 

얀, 집으로 가!

 

얀!

 

정신 차려!

 

 

저 소리 말이야...

 

저 소리...네거리쪽에서 나는거 같아.

 

으..저 빌어먹을 소리! 못 참겠어!

 

못 참겠어! 더 이상 못 참겠어!

 

 

- 지하실로 가자.
- 당신은 가.

 

- 그리로 가야 안전해.
- 쥐새끼처럼 갇혀서 쭈그리고 있기 싫어.

 

 

 

팜피니가 누군지 내가 말한적 있나?

 

- 아니.
- 그는 베토벤과 동시대 사람이었어.

 

비엔나의 악기제조공이었어.
이탈리아 학교에서 교육받았고.

 

오랜 동안, 그는 러시아 군대에 속해서
나폴레옹과 맞서 싸웠어.

 

그러다 다리를 잃게 됐고,
그래서 다시 바이올린을 만들게 됐어.

 

이 바이올린은 1814년에 만든거야.
비엔나 회의가 열렸던 바로 그 해지.

 

그러다 그는 콜레라가 창궐하던 시기에 죽었어.
년도는 기억이 안 나는군.

 

손이 완전히 망가졌군.

 

당신 해볼래?

 

당신, 나 아주 조금은 좋아하니?

 

응. 아주 조금은 좋아해.

 

사랑하기도 하니?

 

그래?

 

그래, 사랑해.

 

- 아우! 아우!
- 왜 그래?

 

- 왜 그래?
- 쥐가 났어.

 

- 얀...
- 응?

 

이리 와.

 

 

 

거기 서!

 

- 서둘러!
- 문은 닫아야죠.

 

전부다 안으로 집어 넣어!

 

- 서둘러!
- 알았어요.

 

저쪽으로 가!

 

둘이 같이 앉아도 될까요?

 

- 안녕하시오. 내 이름은 오스왈드요.
- 로젠버그입니다.

 

몇 년전 자선 음악회에서 뵌 적이 있었죠.

 

난 교사입니다...아니,.. 였었죠.

 

느낌이 안 좋아요.

 

얀...때때로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져.

 

내 꿈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꾸는 꿈...
난 거기에 관여해 있는거고.

 

우리가 나오는 꿈을 꾼 사람이 깨어나서
싫어하면 어떻게 될까?

 

얀 그리고 에바 로젠버그.

 

 

우리는 당신들이 적군과 협력했다고
믿을만한 증거가 있소.

 

물론 가장 심각한 증거는,
로젠버그 부인의 텔레비전 인터뷰요.

 

그 자리에서 당신은 적국의 정치적 견해에
완전히 동의했소.

 

-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 사실이 아니라고?

 

우린 그 인터뷰가 담긴 뉴스영상을 갖고 있소.
한 번 보겠소?

 

불 꺼.

 

우린 지금 너무 오랫동안 자유를 박탈당한채
압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린 사막에서 물을 갈구하다 죽는 사람들처럼
자유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들의 군대가 승리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저건 내 목소리가 아니에요.
난 저런 말을 하지 않았어요.

 

 

- 사실대로 말해, 안 그러면 너와 네 남편은...
- 그거면 됐어. 이제 그 여자 놔줘.

 

우린 그 누구와도 협력한 적 없습니다.

 

그럼 적국의 낙하산 부대가
4평방 킬로미터내의 모든 사람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을 살려준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소?

 

나는 몰라요. 난 전혀 몰라요.

 

로젠버그 부인을 데리고 나가.
남편하고만 이야기를 좀 하고 싶군.

 

얀, 나랑 같이 가! 얀!

 

- 안돼! 놔 줘!
- 에바! 에바!

 

얀! 얀! 얀!

 

얀!

 

다시 뵙는군요, 로젠버그 부인.

 

- 에바!
- 얀!

 

- 에바! 안 돼!
- 얀! 얀!

 

여기 앉아.
당신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어디 좀 봐.

 

제발...제발, 의사 선생님.

 

일어설 수 있겠어?

 

음..아무 이상 없군.
팔,다리 다 멀쩡해.

 

보기 흉하군.
일으켜 세워.

 

아니. 병원으로 데려가야 겠어.

 

당신은 어때?

 

어깨를 관절에서 잡아 빼서...
다시 맞춰 주지.

 

안 돼. 그대로 둬요!
그대로 둬!

 

 

앞으로 몇 주 동안은 테니스를 삼가하도록 해.

 

이 인간은 뭐야?
잠든건가?

 

뒈졌군. 시체 안치소로 가져 가.
여기서 썩게 놔둘 순 없지.

 

- 뭐 좀 먹었어?
- 아뇨.

 

당신이 양해해. 우리는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됐거든.

 

그래서 조직 정비가 아직 덜 됐어.
당신한테 먹을걸 갖다 주도록 하지.

 

그럼 부인은?
부인은 뭐 문제 있어?

 

없다고?
아주 좋아.

 

담배?

 

잘들 지내. 안녕.

 

- 저들이 들고 나간 그 사람 말이야...죽었어?
- 나도 몰라.

 

누구였어?

 

그 사람은 수석 편집자였어요.

 

상륙 작전이 성공했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그런데 거짓 소문으로 판명났죠.

 

신문사에서는 그 사실을 폭로했고,
소위 해방군들을 환영했죠.

 

- 당신은 어떻게 된겁니까, 레버렌드씨?
- 아...난 인간적으로 취급받았어요.

 

내가 비명을 지르자마자 놓아주더군요.

 

다소 미숙한 자들로 보였어요.

 

저들은 나를 못 나가게 하고, 때리기 시작했어요.
머리를 때렸어요.

 

어디 봐.
괜찮은데...

 

흰머리칼을 가진 남자가 계속 소리쳤어.
"이건 그 비열한 텔레비젼 쇼 값이야!"

 

얀, 이리와. 내가 만져줄게.

 

여긴 몇 사람 있어요? 한 사람?

 

어..세명이네.

 

한 그릇 더 갖고 올게요.

 

- 도와 드릴까요?
-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잡을게요.

 

- 근육이 땅길 뿐이에요.
- 알아요..그래도 도와드릴 수 있으면...

 

- 아니, 제가 하죠. 고맙습니다.
- 아주 창백해 보이세요.

 

- 아프신가요?
- 통증은 있지만, 더는 안 아파요.

 

앞뜰로 집합!

 

 

소대, 제자리! 쉬어.

 

계속 움직여!

 

움직여!

 

이 자는 적국에 부역하여,
우리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시켰소.

 

그렇지만 정부의 명에 의하여,
이 자의 죄를 경감시켜 줄 것이오.

 

그래서 사형 판결을 무기 징역으로 변경할 것이오.

 

당신들도 당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낮은 판결을 받게 될 것이오.

 

일부의 사람들은 즉시 풀려나서
집으로 이송될 것이오.

 

됐어.

 

이 두 사람은 내 사무실로.

 

- 앉아도 될까요?
- 지랄 마.

 

당신들이 앉아있는걸 야코비씨가 보면,
날 죽이려들거야.

 

이제 어떻게 되는겁니까?

 

들어오시오.

 

앉아요.

 

그 악명높은 인터뷰에 대해서는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죠.
우리도 압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본보기를 보여야만 했습니다.

 

좀 어떻습니까? 크게 다친 곳은 없지요?
다치게 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거든요.

 

- 거의 그럴뻔 했어요.
- 그 정도면 순하게 다룬겁니다.

 

곧 서로 다시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빌어먹을! 운전기사는 어디 있는거야?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죠?

 

예.

 

월요일이다보니,
다른 명령을 받았나보군.

 

차량을 마련해 드리죠.
트럭을 타실 필요는 없을겁니다.

 

나 야코비인데, 내 사무실로
즉시 차 한 대 보내. 그래.

 

피터! 가능한한 빨리 댁으로 모셔다 드려.
안녕히 가세요.

 

- 가십시오.
- 안녕히 계세요.

 

그만해야겠어.
하고 싶으면 당신이나 계속 해.

 

목숨이라도 바치려는거야?

 

여기서 노예처럼, 위선자처럼 일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당신도 그런거 경멸하잖아.

 

웃기는군. 전쟁 중에는 우린
적어도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사이가 좋았었어.

 

- 뉴스나 들으러 가야겠어.
- 그럼 적어도 당신 꼴을 보지 않아도 되겠군.

 

라디오는 야코비한테 얻은거야.
야코비가 그게 중요하다고 말했잖아...

 

라디오 듣는게 그렇게 중요하면, 그렇게 해!
여기 서서 실없는 소리나 하지 말고.

 

야코비가 여기 왔을 때, 당신은 우리가
그를 친구로 삼는게 좋겠다고 말했어.

 

- 그런 말 한 적 없어.
- 아니, 말했어.

 

당신이 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나보지.

 

야코비한테는 더 이상 오지 말라고 말할거야.

 

필립이 그러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곤란에 처하게 될거래.

 

우리집에 오는 사람을 필립이 정해?
그런 바보같은 소리는 듣기도 처음이네!

 

당신이 그렇게 알랑거리지만 않는다면.

 

- 당신은 어떤데?
- 난 알랑거리지 않아.

 

아니, 넌 그래.
그 자한테 아양을 떨지.

 

내가 아양떤다는 말을 다시 하면,
가만 두지 않을거야!

 

아양떤다! 넌 아양 떨어!
아양 떨어!

 

평화로운 시절이 되면,
우린 분명히 이혼할거야.

 

당신과 당신의 그 어리석은 유치함을
없애는게 좋을거야.

 

파괴된 건 당신의 인생뿐만이 아니야.

 

당신 말고 다른 사람도 그래.

 

느물거리게 웃으면서 서 있지 마!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야.

 

미안해.

 

'미안해'라고 말하지만, 그건
당신의 진심이 아니야. 그저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일 뿐이라고.

 

우리 다시 친구가 될 수 없을까?

 

- 에바, 오늘 무슨 요일이야?
- 몰라.

 

토요일이야.
아니, 어제가 토요일이었군.

 

그럼 일요일이겠군.
그래, 일요일이야.

 

몇 시야?

 

빌어먹을...야코비가 분명해.

 

- 방해나 안 됐나 모르겠군.
- 괜찮아요.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산책 중이었어.

 

당신이 바쁘지 않으면,
잠깐 들러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

 

안 바빠요. 라디오를 듣고 있었어요.

 

진흙 묻은 신발을 신고 산책하고 싶지 않아서.
슬리퍼 한 켤레만 빌려주겠어?

 

난로 옆에 놓아줘.
신발이 흠뻑 젖었어.

 

얀! 얀 로젠버그!
어디 있나?

 

얀, 자네한테 줄 선물을 가져왔어.
아주 좋은건데, 자네한테 주지.

 

드보르작의 E 플랫 장조 트리오야.
초판이지. 내 삼촌한테 물려받았어.

 

- 여기.
- 아이구 고마워라.

 

- 언젠가 우리가 함께 연주할지도 모르지.
- 환상적이군요.

 

당신 선물도 있어, 에바.

 

여기. 크기가 맞았으면 좋겠군.
우리 집안 가보야.

 

저희한테 이렇게 자꾸 주시면 안 되는데...

 

에바.

 

말해봐.
아무 말이나 해봐.

 

에바..슬퍼하지 말고...
누구야?

 

가끔 우리한테 생선을 갖다주는 옛 친구에요.

 

- 특별한 사람은 아니고, 그냥 옛 친구일 뿐이에요.
- 등유 좀 빌려달라고 하네요.

 

전에 당신이 우리한테 1배럴 주셨잖아요.
기억나죠? 고마워요.

 

이상주의로 꽉 차 있는 사람들이군.

 

- 그럼 당신은요?
- 에바가 오늘밤은 날 좋아하지 않는군.

 

에바한테 키스해달라고 하면,
얀 자네 때문에 에바가 거절하겠지?

 

- 그렇지만 자네는 막지 않을거지?
- 직접 물어보세요.

 

나한테 키스해 주겠어?

 

 

당신은 너무 친절해요.

 

당신은 여기 올 때마다
우리를 아주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해요.

 

알았어. 내가 여기 있는걸 바라지 않는거군.
그래, 분명해.

 

에바를 오해하신거에요.
에바는 그 뜻이 아니에요. 그저...

 

애석하군. 난 자네를 좋아해.
자넨 유배지에서 만난 내 친구야.

 

난 자네를 정치범 수용소로
보낼 수도 있었어.

 

- 얀 로젠버그. 그 소리 들으니 겁나지 않아?
- 내가요? 아뇨.

 

- 자넨 예술가야, 아니면 바보야?
- 내 생각엔..바보죠. 아니 예술간가?

 

신성한 예술의 자유.
신성한 예술의 태만.

 

가서 오줌이나 싸야겠군.

 

취하지 말아야하는데..
너무 많이 마셨나봐.

 

- 저 자한테서 벗어나야 해.
- 그래, 그래, 그래.

 

- 필립이 두렵지 않아?
- 그래.

 

숲이 사람들로 가득차 있는거 알아?

 

때때로 난 저들이
나한테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겠어.

 

솔직히 그 생각을 하면 겁이 나.

 

사실 그들이 날 고문할 이유는 없어.
난 어떤 비밀도 없으니까.

 

어쩌면 그들은 단지
날 해치고 싶을거야.

 

겁내지 말게. 그저 농담이야.
이쪽 섬지역은 진정됐으니까.

 

에바...

 

만져 봐.

 

내 머리 만져 봐.

 

내가 느껴져?
내 눈을 만져봐.

 

여기. 손을 여기에 대봐.

 

- 날 알겠어?
- 아뇨...

 

그럼 자네는?

 

- 날 알겠어?
- 물론 당신을 알죠.

 

- 단지 잘 이해가 안 되요...
- 거 참 이상하군.

 

나는 같은 인간으로서의 감정 이입을
불과 몇 번밖에는 느껴보지 못했어.

 

-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 항상 고통과 함께 하지.

 

- 자네도 그렇지 않은가?
- 아뇨, 아뇨. 우리는 안 그래요.

 

아무도 그것에 대해선 말할 수 없지.

 

할 말도 없고, 숨을 곳도 없어.

 

변명도 없고, 핑계도 없어.

 

그저 커다란 죄책감과, 커다란 고통과...

 

커다란 두려움뿐...

 

- 날씨가 무척 차군.
- 이제 댁으로 가셔야겠네요.

 

날씨가 궂으면 다리가 욱씬거려.

 

에바, 이리 와봐.

 

이리 와봐. 줄게 있어.

 

이거 23,000 크라운이야. 저축해 놓은거야.
당신이 이걸 갖었으면 해.

 

- 당신 돈 필요 없어요.
- 바보 같이 굴지 마.

 

나한테서 상속받을걸로 치면 돼.

 

예바, 당신한테 이야기 좀 해도 될까?

 

그저께 아들한테 갔었어.

 

군복무 중에 휴가를 나왔거든.

 

그 애한테는 어린 아들이 있는데,
19개월이 됐지.

 

손자 녀석이 막 잠을 자러 갔어.

 

그 애 아빠가 큰 컵으로
우유를 먹여주더군.

 

지 아빠의 품에 꼭 안겨있는 폼이,
팔자 좋은 조그만 원숭이처럼 보이더군.

 

우유를 다 먹고나자,
거의 곯아 떨어졌어.

 

들어봐. 다른 얘기를 더 해도 될까?

 

내 어머니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

 

나이가 드셔서 심장이 안 좋으셨지.

 

어느 일요일 아침,
어머니가 아주 아프시다는 전갈을 받았어.

 

그래서 어머니를 뵈러 갔지.

 

거실로 들어가자,
의사가 내게로 다가왔어.

 

내가 물어봤지.
"엄마를 볼 수 있나요?"

 

그러자 그가 말했어.
"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단다."

 

나는 엄마 곁에 앉았어.
엄마를 쳐다보면서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었어.

 

손가락에 반창고를 하고 계셨어.

 

가끔 나는 엄마가 숨을 쉬고 있다고 생각했어.

 

기억 난다는 것이...
이상하게도 그런 것 뿐이야.

 

- 내가 왜 이 일을 맡았는지 알아?
- 몰라요.

 

내가 선택했어...

 

전투가 무서웠어.

 

당신 후회해?

 

아뇨. 전에는 얀에게
충실하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때때로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두려워요.

 

그래서 그것에 대해선 아예 생각을 안 해요.

 

아니, 여기선 안 돼요.
이리로.

 

남편은 잠들었어요.

 

에바!

 

에바!

 

에바!

 

에바...

 

에바.

 

에바...

 

지팡이 갖다 드릴게요.

 

그렇게 하는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울어.

 

그 돈은 뭐야?

 

에바, 마당에 사람들이 있어.

 

거실에서 얘기 좀 할게.

 

알았어, 알았어!

 

잠깐 이리로 들어와.

 

우린 여기서 몇 마디 얘기를 나눴어.

 

필립이 그러는데, 내 자유를 돈으로 살 수 있다는군.
조직에 돈이 필요하대.

 

그래서 에바, 내가 당신한테 준 돈을
나한테 다시 줘야겠어.

 

- 얀이 갖고 있어요.
- 돈이라니..난 몰라요.

 

- 자네가 안 갖고 있어?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남편한테, 돈 가졌으면
내놓으라고 해.

 

얀, 만약 당신이 그 돈을 숨겼다면 필립한테 줘야 해.
그건 당신 돈이 아니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우리가 직접 찾아봐야겠군.

 

돈은 어디다 뒀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니까요!

 

 

물러 서!

 

겁쟁이!

 

- 돈은 어디다 감춘거야?
- 감추지 않았어.

 

그럼 어딨어?

 

왜 돈을 주지 않은거야?

 

- 줬어도 그를 쐈을거야.
- 그렇지 않아.

 

그만. 그만해!

 

그만하라니까!

 

쏘지 마시오. 우린 비무장이요.
진정해요.

 

배고파요?

 

먹을걸 나눠줄게요.

 

거기 있어요.

 

탈영했소?

 

손을 다쳤나요?

 

- 개가 물었어요.
- 내가 한 번 봐도 되요?

 

이리 와 앉아요.
내가 씻어줄게요.

 

여기 먹을거 있어요.

 

먹을래요?

 

- 배 안 고파요?
- 안 고파요.

 

- 이름이 뭐요?
- 요한.

 

- 얼마 동안이나 숨어 있었소?
- 몇 주일.

 

- 붕대 있어요?
- 주머니에요.

 

내가 꺼내죠.

 

- 여기서 하마스까지 먼가요?
- 하마스에서는 뭘 하려고?

 

그건 알거 없고요.

 

- 피곤해요? 자고 싶어요?
- 아뇨.

 

- 왜 도망쳤죠?
- 몇몇이 같이 도망쳤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여기. 마셔요.

 

며칠 동안 잠을 못 잤어요.

 

하마스에서 뭘 하려는건지
우리한테 말해보슈.

 

이 사람 내버려 둬.
자게 놔 둬.

 

내버려 둬.
안 돼!

 

- 안 돼, 안 돼! 살려주세요!
- 일어 서! 일어 서!

 

- 일어 서.
- 살려주세요.

 

일어나!

 

날 쏠 건가요?
살려주세요.

 

내 부츠 드릴게요.

 

그 사람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고깃배가 내일 하마스에서 떠날거야.

 

함께 탈영하기로 한 동료한테서 들었다더군.

 

그 자는 같은 날 죽었대.

 

- 그 애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 부츠가 쓸만하군.

 

내껀 완전히 낡았어.

 

무슨 짓을 한거야?
그 사람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해봐!

 

- 난 당신이랑 같이 안 가.
- 여기 있겠다면 더 잘 됐군.

 

식량도 싸가야 할거야.

 

얀...

 

우리가 다시 서로 대화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되는걸까?

 

배가 왔군.

 

나하고 에바하고 탈 자리가 있겠소?

 

돈이 드는데.

 

이거면 되겠소?

 

꿈을 꿨어...

 

난 아주 아름다운 거리를 걷고 있었어...

 

길 한 쪽 편에는,
높다란 아치 장식과 기둥이 있는

 

하얀 집이 있었어.

 

다른 편에는, 그늘이 많은 공원이 있었어.

 

길가쪽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 밑으로는

 

진녹색의 개울이 흐르고 있었어.

 

그래서 어떤 높은 둑쪽으로 걸어갔는데,
거기엔 장미가 무성하게 피어있었어.

 

그 때 비행기 한 대가 날아왔고,
장미가 불타 올랐어.

 

그렇지만 아주 무섭지는 않았어.
그 광경이 너무 아름다웠거든.

 

난 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며,
장미가 어떻게 불타오르는지를 봤어.

 

그리고 내 팔에는 어린 아이가 들려 있었어.

 

우리 딸이야.

 

그 아이는 나한테 꼭 달라붙어 있었어...

 

난 그 아이의 입술이
내 뺨에 닿는걸 느꼈어.

 

그리고 그 시간 내내, 무엇인가를 기억해야 한다고...
누군가 들려준...

 

그 무엇인가를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