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bange 3.0 - (C) Breadu Soft 2003

W

We

We A

We Ar

We Are

We Are F

We Are Fa

We Are Fam

We Are Fami

We Are Famil

We Are Family

 

Team WAF
We Are Family

 

Sub2smi by
WAF - 無念無想覇刀

 

르네 젤위거

 

이완 맥그리거

 

미스 포터

 

감독 / 크리스 누난

 

이야기 첫 줄을 쓸 땐
늘 가슴이 설렌다

 

목적지를 안 정한 여행처럼

 

이번엔 여기까지 온 거다

 

돌이켜 보면 런던은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미혼 여성은 조신하게
살림이나 배우던 시절

 

원고 들고 출판사에
들락거리는 날 비웃을밖에

 

당당하게, 겁먹을 거 없어

 

말은 많이 하지 말고

 

이 예쁜 녀석들을
왜 안 만나겠단 거지?

 

카드에 그림을 그려서
7년째 팔고 있죠

 

토끼에 단추 달린 조끼라...
상상력은 있군

 

상상 아닌데...
다 진짜예요, 친구들이죠

 

친구들 성격을
동물로 그려냈나요?

 

아뇨, 동물들이 제 친구예요

 

피터 래빗, 벤자민 바니
아이작 뉴턴...

 

그 친구들 그림도 있는데
보실래요?

 

그럴 필요는 없고, 포터 양
결혼 안 하셨죠?

 

어리석게도
당연한 질문을 했군요

 

그게 책 홍보에는
별로 안 좋을 수도...

 

충분히 이해해요

 

애도 안 키워본 여자가
동화책을...

 

저희 '원'출판사에서
한 번 해보죠

 

너무 기대하진 마시고
돈을 엄청 벌지는 못해도

 

그럭저럭
손해는 안 보겠어요

 

얼마나 기쁜지
말로 다 못하겠네요

 

후회 안 하시게
최선을 다할게요

 

위긴, 이제 가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 생각이 있어서
결정한 겁니다

 

책 크기나 가격도
의논해 주시고

 

보통 쓰시는 고딕체는
절대 쓰지 마세요

 

원하는 대로 해드리죠

 

포터 양!

 

이걸...

 

가져가야죠

 

포트폴리오를!

 

집에 가자, 피터

 

피터 래빗

 

-동물한테 뉴턴 경?
-심각할 거 없어

 

-10권이나 팔리겠어?
-절대 아니지!

 

다른 생각이 있어서
수락한 거야

 

-막내한테?
-그래, 노먼한테 시켜

 

노먼이 일을 망쳐도
부담 없고 말이야

 

포터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니까

 

댁으로 갈까요, 미스 포터?

 

아니, 공원 가운데로
막 달려줘요

 

-무슨 말씀이신지
-어서 가요!

 

가자!

 

드디어 해낸 거야!

 

아까 나 심장 뛰더라
쿵쿵 소리 들었니?

 

평생 우리끼리만
놀 수야 없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모험을 위해 떠나자!

 

더 빨리 가요!

 

-더 빨리!
-안 돼요!

 

-최고 속도로!
-가자!

 

뭐야?

 

고마워요!

 

대체 어디 갔었니?
벌써 4시야!

 

엄마 허락받고 다닐 나이
아니잖아요

 

마차도 못 썼잖니
대체 뭘 했어?

 

공원 돌았아요
친구들하고

 

친구도 없으면서?

 

그림만 그리면
친구가 생기는걸요!

 

네 동물 그림이 예쁜 건
알겠다만

 

아버지처럼
그걸 예술이라곤 못하겠다

 

정말 내 책이 나오면
그때는 알아줄 거야

 

베아트릭스, 버트램
잘 시간이다

 

-아직 못 끝냈는데
-어서!

 

-버트램!
-잡았다

 

-버트램, 못 됐어!
-둘 다 이리와

 

아래층으로

 

천천히!

 

서둘러요, 여보
이러다 늦겠어요!

 

엄마 정말 예쁘지?

 

화나서 볼이 발그스름한
저럴 때가 제일 예뻐

 

너도 커서 결혼하면
파티, 살림에 바쁘겠지만...

 

꾸물대는 남편 참는 게
제일 힘들 거다

 

우리 딸 볼도 빨개지겠네!

 

리본 좀 봐!

 

촌티나는 거 버리고
우아한 걸로 해줘요

 

이 잠옷도 버리고

 

도저히 안 되겠군
넥타이 못 매겠어

 

여보, 안 그래도 늦었는데!

 

오늘은 뭐 그렸니, 베아트릭스?

 

벤자민 바니가
쉬는 모습이요

 

귀가 점점 예뻐지는걸
색감이 아주 멋지구나

 

인사드려야지

 

-다녀오세요, 엄마
-잘자렴, 베아트릭스!

 

-다녀오세요, 아빠
-잘자렴, 베아트릭스

 

-다녀오세요, 엄마
-잘 자라, 버트램

 

-다녀오세요, 아빠
-오냐

 

어서 올라가렴!

 

-너희가 늦장부리면...
-우린 더 늦겠지?

 

-얘들아!
-또 뭐예요?

 

오늘 집에 오다가
너희들 선물 샀는데

 

뭘까 알아맞혀 볼래?

 

어린이 곤충 학자에겐
바로 이거!

 

미래의 현모양처
우리 공주님껜

 

바로 요거랍니다

 

-위층에서 열어보자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아빠
-가자

 

-늦었어요!
-아직 괜찮아요

 

다음부턴
우리 초대 안 하겠어요!

 

약간 늦는 게
오히려 나아요

 

우린 왕창 늦었다고요!

 

얘기 딱 하나만 듣고
자는 거야

 

누나 얘기 들을래
재미있잖아

 

그건 맞는 말이지
엄청 재미있을걸

 

톰 썸, 헝커 멍커

 

톰, 헝커, 출연 준비됐니?

 

우린 최고 배우랍니다

 

너희들 실력은
이제 곧 알 수 있을걸

 

저쪽에 앉아

 

옛날에 가정부
루신다와 제인이 살았는데

 

진짜 음식처럼 생긴
도자기를 식탁에 놓고

 

잠시 산책을 나갔어

 

근데 부엌에서
사고가 난 거지

 

톰과 헝커
쥐 두 마리가 기어나와

 

식탁을 보고
진짜 음식인 줄 알고

 

톰이 있는 힘껏 꽉 깨물었다가
이빨이 부러진 거야

 

누구 오기로 했니?

 

출판사에서 왔을걸요

 

일 때문에 온 건데
벌써 긴장되네

 

장사치들 못 오게 해
먼지 날린다

 

다음엔 제가 회사로 갈게요

 

노먼 원 씨래요

 

포터 양

 

이렇게 찾아와서
폐가 된 건 아닌지

 

그 두 분 중
누가 오실 줄...

 

전 그 분들 동생입니다
최근에 일을 시작했죠

 

당신 책을 맡아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융숭한 대접을 받다니...

 

-차 준비해줘요
-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레몬도 넣어 줘요

 

감사합니다

 

대단하세요

 

재미있네요

 

귀엽고 매혹적인 그림이라
뭐라 말해야 할지

 

오신 용건부터
얘기했으면 하는데요

 

이 그림을
더 보고 싶지만...

 

출판사 제안 두 가지는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우선, 컬러로 바꾸라고 하셨는데
전 흑백으로 할래요

 

토끼의 파란 재킷이나 빨간 무
이런 건 색을 살려야 좋습니다

 

하지만 색을 넣으면
책 값이 비싸지고

 

그럼 많은 애들이
볼 수 없잖아요

 

형님들 의견의
두 번째 문제는...

 

그림 양을 3분의 1로
줄이란 건데

 

도저히 그럴 수 없어요

 

설명해 드리죠

 

그림을 줄이자는 건
제 의견입니다

 

딱 31개로 줄이면

 

모든 그림을 각 장마다
인쇄할 수 있는데

 

그럼 3가지 색을
쓸 수 있으면서

 

가격은 저렴해지죠
어떠세요?

 

당신 책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고

 

보통 책과는 다르게
멋지게 만들고 싶어요

 

관심이 많으시군요

 

-전에 작업한 책은?
-출판한 거요?

 

-네
-이게 처음인데

 

최근에 시작한 일이라서...

 

막내라서 어머니를
모시면서 집에 있었는데

 

이제 일하고 싶다고 했더니

 

당신 책을 맡으라기에...
이해하시죠?

 

출판 경험도 전혀 없는 분인데
일한다고 하니

 

마땅히 줄 건 없고
망쳐도 되는 책을 던져줬군요!

 

형들이 왜 제게
맡겼는지는 알지만

 

이 '토끼 책'
제겐 가능성이 보입니다

 

모두 기대 안 하겠지만
멋지게 해냅시다

 

마술처럼, 기적처럼!

 

인쇄소에 가서
색도 직접 보고

 

-인쇄소요? 안 가봤는데...
-제가 모시고 갈까요?

 

허락만 하신다면

 

못 갈 이유가 없죠
꼭 갈게요

 

위긴이 같이 갈 테니
걱정할 것도 없고

 

작가가 인쇄소 가는 게
뭐가 어때서요?

 

좋습니다, 미스 포터

 

잘 됐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일정 잡아서
연락드리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당신과 토끼 그림
존경합니다

 

그럼 이만

 

-이것 좀 도와줘요
-네, 부인

 

-천천히, 살살
-알겠습니다

 

1, 2, 3... 10개군

 

내가 10살 때
어머니 고집으로

 

레이크 지역에서
여름을 보냈는데

 

그곳에만 가면
마술에 걸린 듯 뛰어다녔다

 

옷 조심하고!

 

숲에 얼마나 무서운 요정들이
사는지 아니?

 

옷 더러운 애가 보이면
봐뒀다가

 

밤에 그 집에
배고픈 괴물 요정을 보낸대

 

-누나, 잡을 거야!
-싫어

 

성공이다!

 

안녕!

 

놀면 안 돼!

 

이 동네 애들은
손에 병균 있다고!

 

버트램, 가자!

 

누나, 잡아!

 

-도망간다!
-서둘러!

 

비켜봐

 

저기다!

 

저기야!

 

내가 야단칠 필요도 없네
창문만 열어두면 돼

 

-괴물요정이 알아서 하겠지
-난 깨끗하게 씻을 거야!

 

버트램

 

이런 흙투성이 여자랑
누가 결혼하겠니?

 

-전 결혼 안 해요
-당연히 해야지

 

여자는 하는 거야
엄마, 할머니도 했잖니

 

유모 언니도 할 거야

 

-그림만 그릴래요
-그런 유치한 그림을?

 

너도 사랑받고 살아야지!

 

그림, 동물만 있으면
딴 건 필요 없어요

 

11살이니 그러지
18살엔 달라질걸

 

나도 그림 그리다
엄마 만나 결혼했잖니

 

흙부터 닦아줘요

 

버트램, 이리

 

죽어라, 악마야!

 

생쥐 왕자님이
사랑에 빠지겠네

 

내 동생이 보면 괴롭힐걸요

 

-잡았다
-잘 시간이다

 

그럼 창문 열어놓고
괴물요정을...

 

안 돼요. 괴물요정 무서워

 

침대에 쏙 들어가면
절대 안 잡아먹지

 

그 요정들은 수백년간
무서운 짓도 많이 했대

 

예쁜 아기도
잡아간단 얘기 했나?

 

-아뇨
-몇 번이나 했어요

 

난 듣고 싶어

 

얘기하세요
난 내 얘기할래

 

좋아

 

옛날옛날에
왕과 여왕이 살았대

 

옛날옛날에
토끼 네 마리가 살았는데

 

이름이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 피터...

 

어느 날
엄마 토끼가 말했어

 

'산과 들 어디 가서
놀아도 되지만'

 

'맥그리거 씨 정원에는
가면 안 된다'

 

'왜요, 엄마?'

 

'너희 아빠가 거기서
사고당하셨거든'

 

'그 아저씨가 아빠를
파이로 만들었어'

 

근데 개구쟁이 피터는
엄마 말을 거역하고는

 

낑낑대며 문틈으로
몰래 들어갔어

 

마음에 들어요

 

겨우 들어가서
한숨 돌리는데

 

맥그리거의 코앞에
있는 거야!

 

피터는 너무 놀라
벌벌 떨기만 했어

 

-너무 어둡네요
-1도만 밝게

 

맥그리거 씨가 보든 말든
죽을 힘을 다해서

 

피터는 문 아래 틈을
기어나왔고

 

겨우 숲 속으로 도망쳤대

 

아직 좀...
여기 좀 봐주세요

 

피터가 집에 오자

 

엄마는 피터를 침대에 눕히고
캐모마일 차를 타줬고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은
빵과 우유, 블랙베리를 먹었대

 

이 책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몰라요

 

왜요?

 

엄마 앞에서
당당해진 느낌이랄까

 

32세 미혼 여성도
뭔가 할 수 있단 걸...

 

-능력을 보여준 거죠
-맞습니다

 

우리 가족도 내가 일하는 걸
원치 않는데

 

우리 왠지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죠?

 

코를 납작하게 해주자고요

 

어머니, 포터 양이세요

 

막내아들이 그렇게
칭찬하던 분을 뵙다니

 

초대 감사합니다

 

내가 고맙지, 이래야
아들 얼굴 한 번 더 보고

 

어머니!
여긴 내 동생 밀리

 

안녕하세요

 

오빠가 보여준 피터 래빗을
보고 홀딱 반해서

 

당신을 모셔오라고
협박했죠

 

당신과 친구가 되려고요

 

정말요?

 

당신도 나처럼 미혼에다...

 

결혼 생각이 없다니
어찌나 기쁜지

 

왜 다른 여자들처럼
날씨 얘기는 안 하니?

 

우리 또래 미혼 여자들은
쓸데없는 농담으로

 

시간만 때우는데

 

당신은 책까지 쓰고
당신 진짜 맘에 들어요

 

나도 당신이 좋아요, 원 양

 

밀리라고 불러요
나도 이름 부를게

 

베아트릭스라고 하세요

 

분위기도 따뜻하고
차를 마시자꾸나

 

정원으로 나가요

 

아름다운 꽃향기를
놓칠 수야 없죠

 

엄마가 뭐라셔도
난 정원 가꾸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네 손이 가시 같잖니?
-아니에요!

 

노먼이 책이라도
읽어주니 살지

 

딸내미만 기다렸다간
심심해 죽을 거다

 

어머니는 책에 대한 취향이
멜로드라마 쪽이라서

 

무슨 소리!

 

난 위인전을 좋아해요

 

형들이 만드는
유치한 로맨스는 싫다

 

나도 이제
그 회사 직원인데!

 

너처럼 마음 여린 애는
일 안 해도 돼

 

일은 형들 시키고
내 곁에 있어주렴

 

이 늙은이 잔소리를
다 싫어하니 문제지만

 

맞는 말씀이세요

 

하지만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있으셔서

 

당신 그림에 반하셨더군요

 

정말 독특하더군

 

전 신기한 걸 보면
넋을 놓고 그려요

 

지난 여름

 

농장에서 햇빛에 빛나는
아름다운 뭔가를 그렸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돼지 밥통인 거예요

 

얼마나 웃었던지

 

좀 춥구나
안에 데려가 주겠니?

 

-그러죠
-실례해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저도요

 

더 놀다 가요
밀리도 가르치고

 

어머니가 맘에 드시나 봐요

 

돼지 밥통 그리는 걸
좋아한다고?

 

분명 그렇게 들었어요
분명히요

 

수요일까지 커튼 달아요

 

이젠 여름 분위기를
만들어야지

 

알겠습니다

 

베아트릭스
블라우스에 있는 얼룩은 뭐니?

 

아무리 빨아도
안 지워진다는데

 

-잉크예요
-잉크?

 

인쇄소에서 ㅁ두었나 봐요

 

제인, 힘들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이 옷은
불쌍한 사람한테 줘라

 

아버지 돈을
이렇게 낭비할래?

 

언젠가 내 돈으로
옷 사입을 거예요

 

이 나이 먹도록
아버지 신세라니

 

그 나이 먹어서
남자랑 인쇄소는 대체 왜 갔니?

 

네 아버지와 나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

 

내 책을 출판하는 분이에요

 

그놈의 책 타령
지긋지긋하구나!

 

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 좋은 남자들 다 마다하다니
돈 많고, 집안 좋고...

 

맞다, 그 멋진 남자
스토클리도 있었죠?

 

삼촌이 백작이신데
우리 애를 아끼셨죠

 

여름마다 그 성에서 지내요

 

늠름한 해리를 놓친 건
가슴 아프네요

 

증조할아버지도
육군사관학교 출신

 

할아버지도 육군사관학교 출신
해리 아버지도 육사 출신

 

해리도 사관학교 갔대요!

 

아버지랑 아침거리를
사냥하곤 했어요

 

사격 솜씨가 대단하죠

 

너 같은 고집불통은
처음 본다

 

-원 씨가 오셨는데요
-원 씨? 약속 없었는데

 

약속도 없이...
대단하셔라

 

이리로

 

그새 2개 팔렸으니
1주일에 40권...

 

한 달에 160권이고
보자, 1년이면...

 

1,920권이죠

 

-감격이에요
-한 서점만 계산한 거죠

 

작가로 정식 등단하셨어요

 

우리 계획대로
멋지게 해낸 겁니다!

 

그렇군요

 

근데 왜?

 

표정이 어두워요

 

그동안 제게
정말 잘해주셨는데

 

이렇게 좋은 분은 처음 봬요

 

인쇄소도 재미있었고요

 

-이젠 못 보겠네요
-우리 출판사와 그만하려고요?

 

이제 출판도 끝났고...
그러니 만날 이유가 없죠

 

포터 양...

 

책을 하나 더 낼까 하는데요

 

그래요?

 

진심으로?

 

실은 오래 전 생각해둔
얘기가 생각났는데

 

오리가 나와요

 

아주 바보 같은 오리

 

또 동물친구를
보고 쓴 건가요?

 

사실 오리는 나예요

 

옛날에 친구한테 해준
얘기예요

 

그렇군요

 

레이크 별장에서
여름마다 만난

 

관리인 아들인데
내 얘기를 좋아했어요

 

베아트릭스, 여기서 뭐해?

 

별거 아냐
스케치북 말리려고

 

예쁜걸, 베아트릭스

 

오늘은 동물 얘기
안 해줘?

 

미안, 새로운 게 없어

 

그건 제미마
아직 얘기는 못 지었어

 

-제미마 덕?
-제미마 퍼들 덕

 

세계에서 가장
바보 같은 오리야

 

알 낳으려고
집을 찾고 있다가

 

꼬리가 길고 이빨이 뾰족한
누군가를 만났어

 

바로 그거야!

 

도와주겠다기에
집에 따라갔는데

 

그 집엔 뽑힌 오리털이
잔뜩 있었던 거야!

 

근데 오리가
워낙 멍청해서 말이야

 

재미있는걸

 

이 골짜기를 그리고 싶은데
난 풍경화는 잘 못 그려

 

어서 그려
나중엔 여기 없어질지도 몰라

 

-말도 안 돼!
-진짜야

 

이곳 땅이 조각조각
팔려가고 있어

 

-도시가 커지니까
-다 그렇게 말해

 

그래도 아름다운 건
지켜야 해

 

다들 그런 생각은
하고 있을 텐데

 

나중에 봐

 

당분간 못 볼 거야
다음주에 맨체스터로 떠나

 

-법대 입학하러?
-나중에 좀 더 잘 살아 보려고

 

-행운을 빌어
-그림 보내줘

 

그럴게

 

내가 글 쓰는 걸
격려해준 친구였죠

 

다음 책 당장 시작해요

 

제미마 퍼들 덕
애들이 좋아할 거예요

 

-톰 썸, 헝커 멍커, 좋죠?
-그럼 해볼게요

 

당신 책, 당신
제겐 다 소중하답니다

 

당신도 제게 소중해요

 

-계속 책을 내자고요!
-계속이요!

 

당신이 귀찮아할 때까지

 

결혼 안 하기로
결정한 게 언제야?

 

20회 생일 직전에

 

스토클리 결혼 소식을
엄마가 전하시면서

 

백작한테 물려받은
성에서 살 거라나?

 

내 인생에 남자, 결혼
다 없겠구나 싶었는데

 

순간 나도 너무 놀랐어

 

섭섭하긴커녕 홀가분한 거야

 

그 점도 놀라긴 했지만

 

그래서 정원에서
그림 한 권을 다 그렸어

 

남자들은 무료해
써먹을 데는 두 군데뿐이야

 

돈 벌고 애 낳는 것

 

밀리, 겁도 없이
그런 말을!

 

-결혼하면 피곤해
-뭐가?

 

집안일에 묶이고 애 낳고
끔찍하잖아

 

혼자 사는 게
훨씬 행복하지

 

살림도 안 해, 애도 없어
잔소리할 남편 없어

 

좋은 친구만 있다면
그만이지

 

오빠가 널
만나게 해준 걸 감사해

 

친구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

 

포터 양, 기쁜 마음을 담아

 

새로 나온 책
초판을 동봉합니다

 

당신을 존경하는 노먼 원

 

원 씨...

 

크리스마스 파티에
밀리와 같이 와줄래요?

 

부모님이 파티를 여는데
귀한 손님을 모시고 싶어서요

 

저야 영광이죠
사실 좀 떨리네요

 

가만히 좀 있어!

 

피터!
이 장난꾸러기 녀석!

 

네가 장난치니까
이렇게 되잖아!

 

착하지, 말 안 들으면
널 그림에서 뺀다!

 

아버지 오셨다

 

클럽에선 재미있으셨어요?

 

늘 그렇듯 재미있었지

 

급한 일이 있으니
당신이 결정하세요

 

노먼 원과 동생 밀리를
초대하려고요

 

온갖 중요한 분들이
다 오시는데!

 

품위 없는 집안
사람들을 불러요?

 

내 책을 출판한 분이라고요

 

-여보
-할 말이 있다, 베아트릭스

 

서점에 다녀오는 길이다
이걸 하나 샀지

 

휴이가 클럽에서
어찌나 떠들어대는지

 

그 친구 아주
부산스러운 거 알잖아

 

아내가 손녀 주려고
네 책을 샀다면서

 

인도에도 보냈다나?

 

순식간에 너도 나도 샀다고
난리더구나

 

그러니 가만 있을 수 없지

 

당장 서점에 가서 샀단다

 

드릴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처럼
사고 싶었단다

 

정말 미안하구나, 베아트릭스

 

네가 그림을
보여줄 때마다

 

칭찬이나 받으려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어엿한
작가가 되다니

 

정말 잘 커줬다

 

내가 못 다한 걸
네가 해낸 것 같구나

 

-애비로서 자랑스럽다
-감사합니다

 

당연히 그 분들 초대해야지

 

우리 딸 책을 내준 분인데

 

고마워요, 아빠

 

감사해요

 

서로에게 좋은 거예요

 

메리 크리스마스!

 

나이젤 경께는 브랜디펀치
권하지 말아요

 

-네
-식사 후에 와인 드실 거야

 

-4잔 마시면 내게 알려주고
-알겠습니다

 

집안이 빛나는구려
수고 많았어요

 

-원 씨, 밀리
-반가워라

 

고마워요

 

고마워요

 

엄마, 아버지
밀리랑, 노먼 원 씨세요

 

시간 맞춰 오시다니
감동이네요

 

한 잔 정도는 괜찮습니다

 

우리를 밀착감시하란
엄명을 받았나 봐요

 

파티 분위기네요!

 

어찌나 말씀들을 잘하시는지

 

암스테르담 7월 날씨가
어쩌고저쩌고

 

커피 좀 드릴까요?

 

카드놀이에
한 명이 모자라는데

 

휘스트 카드 할 줄
아시나요?

 

카드엔 재주가 없어서

 

-안됐군요
-제가 할게요

 

나이젤 경과 하는 카드예요

 

아주 진지하게
카드하는 분이라

 

저도 아주 잘하는데

 

그래, 밀리?

 

두 분 단둘이
할 말도 많을 테고

 

한 명이 모자라서
카드 못 하신다니

 

그럼 가요, 밀리

 

뮤직룸에서 캐롤 나와요

 

크리스마스 선물
보여드릴게요

 

좋아요

 

위층에 있어요

 

커피 가져갈게요

 

-위긴 부인
-미스예요

 

위긴 양, 커피에 브랜디를
약간 넣었는데

 

크리스마스니까

 

작업하는 곳인가요?

 

당신께 드릴 선물을
모셔둔 곳이죠

 

세상에나!

 

아버지, 남동생 말곤
남자는 처음인데

 

-그럼 나갈까요?
-위긴이 있잖아요

 

이상한 소문나면 어때요?

 

제가 여자로서는
재미없겠지만요

 

여기요

 

아름다워라

 

다음 책인가요?

 

포터 양, 다음 작품이에요?

 

-그래요?
-말 안 해줄래요

 

이것도 봐요

 

제미마 퍼들 덕

 

8살 때 처음 그린
제미마 그림이에요

 

제미마, 그만해!

 

-뭘요?
-장난치잖아요

 

-이건 뭐죠?
-뮤직 박스

 

6살 때 받은 생일선물인데
아빠가 그리신 거죠

 

아버님도 그림을?

 

하고 싶으셨지만

 

가족들 반대로
법 공부를 하셨대요

 

근데 재판 얘기는
해본 적도 없으시고

 

매일 클럽 가시고
일도 안 하시는데

 

진짜 직업을 모르겠어요

 

-이런!
-위긴도 실수를!

 

이렇게 둘이 있어도
실례가 안 될지

 

'같이 춤 춰요' 노래네
춤출 줄 알아요?

 

아뇨, 못 해요

 

저도 춤은 영 아닌데
가사가 재밌어서

 

가사 알면 불러보세요

 

그러니까...

 

♪ 당신에게 춤추는 걸
가르쳐줄게요

 

♪ 나를 따라
조금씩 움직여 봐요

 

♪ 내 손 위에 당신 손
살짝 올리고

 

♪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 음악 소리가
마치 마술주문처럼

 

♪ 가만히 몸을 맡기면
움직여져요

 

♪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 당신에게 춤추는 걸
가르쳐줄게요

 

포터 양!

 

결혼에 뜻이
없는 건 아는데

 

나 또한 그랬는데
감정을 누를 수 없어서요

 

지금 말 못하면
평생 못 할 것 같아요

 

-포터 양, 그러니까 내 말은...
-원 씨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베아트릭스?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에
올라왔어요

 

제 걱정일랑 마세요, 엄마

 

남자를 방에 함부로 들이는
여자 아니에요

 

가요!

 

일어나요!

 

웬 그림이니?

 

제 그림이랑 글을
책으로 냈거든요

 

여긴 책 출판해주신
노먼 원 씨

 

그분의 도움에 감사드리려고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얘기를
쓰는 중이에요

 

-들려주렴
-미완성이랍니다

 

그래도 해봐

 

그럼 파티 끝나기 전에
조금만 해볼게요

 

미완성 동화의 제목은
'토끼의 성탄절 파티'

 

눈 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린 토끼와 겁 많은 형들과
용감한 누나까지

 

어느 해처럼 친구들과
파티를 하기로 했죠

 

토끼는 노는 걸 좋아해서
얘네들은 어디에 있든지

 

신나게 파티하면서 놀죠

 

물론 그건 제가
지어낸 얘기지만요

 

토끼들은 숲 속을 지나
사촌 토끼네 집에 갔는데

 

따뜻한 난롯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코트를 벗자
파티가 시작됐죠!

 

이제 먹고 마시고
떠들고 춤출 시간

 

사과도 구워먹고!

 

근데 얘기를 어떻게
끝내야 할지...

 

아직 끝을 만들지 못해서요

 

완성 되면 원 씨가
먼저 읽고 나서

 

평가해 주실 거예요

 

여기 선물이요

 

메리 크리스마스!

 

고마워요, 아름답군요
고맙습니다

 

내년 손자들 선물
고민할 필요 없겠네

 

정말 자랑스럽겠구나

 

겨우 애들 얘기인걸요

 

대단하다

 

-잠깐 얘기 좀 해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