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Title

어느 초여름날

난 할머니가 사시는
이 시골 마을에 왔다

할머니 몸 좋아지시면
금방 돌아갈 거란다

정말,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전학이 웬 말이니

저라면 괜찮아요

슈헤이가 그렇게 얘기하면
할머니도 안심하시겠지

아, 그래!

레슨실의 피아노
어제 조율을 마쳤다더라

그럼 오늘부터?

그래, 레슨 시작할 수 있어

슈헤이, 넌 아빠처럼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돼야지

 

숲이다

정말 커다란 숲이구나

 

피아노?

 

왜 그러니, 슈헤이?

방금 피아노 소리 안 들렸어요?

피아노? 안 들렸는데

그래요…

 

잘못 들었나?

 

피아노의 숲
Caption by 을뀨

 

오늘은 여러분에게
새 친구를 소개하겠어요

아마미야 슈헤이입니다

그럼, 아마미야
자기소개를 하겠니?

도쿄에서 온
아마미야 슈헤이입니다

특기는 4살 때부터
친 피아노이고

꿈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입니다

 

얘들아, 조용히 하렴

피아노란다

사내자식이…

 

맞다, 전학생은
튀면 안 되는 거였어

혹시 너무 눈에 띄면…

아마미야 슈헤이

 

왜?

숲의 피아노라고 알아?

숲의 피아노?

학교 옆에 커다란
숲 있는 거 봤지?

아, 그 숲?

그 숲에는 옛날부터
고장 난 피아노가 있었는데

물론 고장 났으니까
소리는 안 나는 거지만

이게 웬걸, 그 피아노

어째선지 밤만 되면…

 

딩동~♪ 댕동~♬

혼자서 피아노가 딩동 댕동

가까이에 시체가 묻혀있어서

그 망령이 밤마다 나와서
치는 게 아닌가 하는 설이 있지

아마미야

도전할 거지, 담력 시험?

숲에 가서 그 귀신
피아노를 치고 와

무, 무리야

고장 난 건 못 치지

칠 수 있을 거야!

무려 4살부터
피아노를 배웠으니까

그래, 너무 튀면
이런 일을 당하게 된다

잘 들어, 이건 의식이다

아마미야가 진정한 남자인지
아닌지를 증명하는 의식이라고

숲의 귀신 피아노를 치고 오든가

아니면 고추를 내놓든가
둘 중의 하나를 골라

킨피라 저거 또 고추 타령이네
(*注: 카네히라(金平)를 다르게 읽음)

이건 그냥 담력
시험일 뿐이니까

고민할 거 없어

소리 안 나도 친 걸로 쳐줄게

- 어차피 안 나니까
- 그래, 맞아

 

그 피아노 소리 나

아마미야, 걱정 안 해도
그 피아노, 소리 나는 거야

 

거짓말하지 마, 카이!

내가 쳐봤을 땐
찍소리도 안 나왔다고!

글쎄, 그건 킨피라
네가 쫄아서 그런 거겠지

손가락이 오그라든 거야

너나 훌렁 까고 보여주셔

조───

…그만

- 죽을래?!
- 고추를

 

잘도 지껄였겠다!

 

이 거짓말쟁이!

 

그 피아노는 소리 안 나!

거짓말 아니야

그건 내 피아노라서
내가 잘 안다고!

 

네 피아노라고?

웃기지 마, 카이

너 같은 거지가 무슨 돈으로
피아노를 산단 말야?

아, 그렇구나

훔친 거지?

너희 집 근처는
도둑놈들 소굴이니까

아니면 엄마 손님이 사주디?

대답해 보라고, 카이

버려진 걸 주운 거야

가르쳐주지, 킨피라

난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잔뜩 가지고 있다고

예를 들면, 커다란 고추라든가

 

이게 어디서 자꾸 건방진 소리야!

너야말로 입 열지 마

넌 뇌가 썩어서
입 냄새도 썩은 내니까

이 자식이!

 

뭣들 하나?

청소 끝났으면 집에나 가

- 아지노 장례식이다!
- 장례식 떴다!

 

아직도 볼일이 남았나?

 

어, 어쩌지?

 

가고 싶은데 다리가
자꾸 떨려서…

 

볼일 없으면 너도 가라

저기, 숲의 피아노
소문이 진짠가요?

 

숲의 피아노 얘기는
거짓말이다

반은 장난으로 만든
7대 불가사의 같은 거야

아, 알았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치노세 카이

 

이치노세, 잠깐 서봐라

몇 번 얘기해야 알겠나?
한 번만 더 싸우면…

거짓말쟁이 말은 안 들어!

거짓말쟁이?

숲의 피아노는 고장 났지만
소리는 난다고

그건 내 피아노니까!

네 피아노?

뭐든 아는 척 얘기하지 마!

쥐뿔도 모르면서

 

아마미야!

 

이름이…

- 이치노세?
- 그냥 카이라 불러

야, 아마미야

우리끼리 숲의 피아노가
소리 난다는 걸 증명하자

- 뭐? 지금?
- 그래, 따라와

자, 잠깐…

같이 가, 카이

 

너무 느려, 아마미야

 

너 완전 거북이구나?

 

카이, 왜 날 도와준 거야?

도와줬다고?

 

아까 청소할 때…

아아

너 피아노 치지?

으, 응…

나도 거든

카이도?

그래서 왠지 기쁘더라고

 

가자

잠깐 기다려봐

 

난 손 다치면 안 되거든

이제 됐어

 

그런데 이런 큰 숲에서
길 안 잃고 갈 수 있겠어?

갈 수 있지, 난 매일 다니는 길인걸

눈을 감고도…

 

아마미야, 너 운 되게 좋다

봐, 오늘은 피아노도
기분이 좋다 거든

 

피, 피아노다…

 

이게 숲의 피아노?

이런 곳에, 거짓말 같아

무슨 무대처럼 아름다워

나 이런 거 처음 봐

밤에는 훨씬 더 예뻐

 

카이, 그럼 나 칠게

- 증인이 돼줘
- 응

 

역시 고장 났나 보다
소리 안 나는데?

아니야, 소리 난다고!

그치만, 이거 봐

 

더 세게 쳐봐!

 

잠깐 비켜봐

 

소리가 안 난 적은

지금껏 한 번도…

 

거 봐

어, 어떻게?

어떻게 소리가 나지?

왜 카이는 칠 수 있는데?

응? 카이?

난들 아냐?

 

이건 내 피아노니까 얘가
나한테만 마음을 연 거 아닐까?

분명히 뭔가 특별한
연주 방식이 있을 거야

 

카이야, 아무 곡이나 한번 쳐봐

그러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별수 없지

 

카이?

 

굉장해

되게 잘 친다, 카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굉장해

바, 바보같이 호들갑은

정말이야

소리가 나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이렇게 잘 치다니…

에이, 쪽팔리게

남한테 들려주는 거 처음이다

쪽팔릴 게 뭐 있어?

누가 들어도 창피하지 않아

저기, 누구한테 배웠어?

배우긴, 그런 적 없어

뭐? 지금까지 한 번도?

 

킨피라가 아까 그랬잖아

우리 집, 가난하다고

 

그리고 뭘 배우는 건
딱딱해서 적성에 안 맞아

 

카, 카이야

괜찮으면…

우리 집 피아노 치러 안 올래?

뭐? 너네 집 피아노?

아, 맞다

너네 집은 집 안에
피아노가 있구나!

레슨실엔 그랜드 피아노도 있어

엄청나다, 너네 집
레슨실까지 있어?

 

아마미야, 이 피아노 죽인다

가벼워서 손가락이
엄청 빠르게 움직여

무슨 마법 같아

카, 카이야, 좀 살살 쳐

아까처럼…

나 아까처럼 하고 있는데?

 

정말 왜 그러지, 카이?

카이, 알았으니까…

이번엔 좀 더 천천히 쳐봐

천천히?

 

그래! 그거야, 카이

그대로 계속

손가락에 집중해서

 

그래, 하면 되잖아

 

피곤하기만 하고
한 개도 안 즐겁다

정신 차려, 카이야
연습은 원래 즐겁지 않아

그렇지만, 피아노는 놀이잖아?

아마미야, 넌 안 즐겁냐?

 

놀이가 아니야

힘든 연습을 극복해야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어

 

자, 방금처럼 다시 쳐보자

아지노도 그렇지만

음악 수업 같은 거
좀 더 즐겁게는 못 해?

아지노 선생님도
노시는 게 아니니까

아지노?

 

안녕

슈헤이, 친구니?

응, 이치노세 카이예요

안녕

슈헤이 엄마란다

너도 피아노 치니?

아니, 갖고 놀긴 하는데

제대로 된 피아노는 어려워

괜찮아, 카이야

연습해서 익숙해지면
금방 칠 수 있어

저기, 아까 얘기하던
아지노 선생님은…

응, 음악 선생님

무진장 무서워요

설마 이름이 아지노 소스케니?

어, 맞아

다들 뒤에서 아지노
장례식이라고 부르지만

만날 상 난 것 같은 얼굴이니
(*注: 장례식(소시키)과 비슷한 발음)

서, 설마 그런…

어디 보자, 있다

 

이 사람이니?

 

아, 이거 아지노다

진짜 젊지만 아지노 맞아

엄마, 아지노 선생님 아세요?

알고말고!

그분은 우리 음대생에겐
꿈 같은 피아니스트라고!

피아니스트?

아지노 소스케는

학생 때 국내의 콩쿠르란
콩쿠르는 전부 휩쓸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피아니스트로서 화려하게 데뷔

그 활약상은 기적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지

 

카이, 알고 있었어?

전혀 몰랐어

20년도 더 전 이야기란다

하지만, 아지노가 피아노
치는 거 본 적이 없는데

데뷔하고 5년 뒤에
불행한 사고를 당하셨거든

왼팔에 큰 상처를 입어서

피아니스트를 은퇴할
수밖에 없었단다

초등학교에서 음악 선생님을
하고 계셨을 줄은…

 

정말 아지노 선생님에게
개인 교습을 부탁할 거예요?

물론 정말이지, 슈헤이

우리가 여기 온 것도

아지노 소스케를
만나기 위해서였던 거야!

 

죄송합니다만…

전 도움이 못 돼드릴 것 같군요

전 예전의 제가 아닙니다

그만 가주십시오

 

이상한 얘기 꺼내서
죄송했습니다

엄마, 가요

 

선생님

 

그 숲의 피아노…

망가졌지만 소리는 났어요

 

그 얘긴 예전에
대답해준 걸로 아는데?

하지만, 정말이에요

그 피아노, 카이만 칠 수 있어요

카이?

거짓말 아니에요

제가 이 눈과 귀로
똑똑히 보고 들었는걸요

저, 저도 소리를
내려고 애써봤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카이는 아주
쉽게 소리를 내더니

놀랍게도 그 음색이

뭐랄까, 처음 들어보는
두근거리는 음색이었어요!

 

선생님도 아마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카이는 매일 밤 그 피아노를
친다고 하니까

 

매일 밤?

 

카이, 빨리 치워

동작 굼뜨면 밥 없다

예이

 

카이, 레이코는 어쨌어?

몰라!

 

손님한테 태도가 그게 뭐야?!

댁이 내 손님이야?

뭣이 어째?

레이코 손님은
네 손님이나 마찬가지야!

 

자기 위치를 아직 모르나 본데

이봐요, 그만 해둬요

슬슬 레이코 올 시간인데…

시끄러워, 할망구는 저리 꺼져!

이거 놔, 주정뱅이야!

 

야, 카이!

일 아직 안 끝났어!

 

이치노세, 정말이냐?

가능하면 그 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다

 

우와, 진짜 건반이 무겁네

평범하게 치면 소리가
절대 안 나겠어

이게 그 세계에 하나뿐이라는
아지노 소스케 전용 피아노구나

그래, 그 피아노는 말 그대로

나만을 위한 피아노였다

그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진…

 

현재 의료 기술로는

그 왼팔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물론 평범한 생활은
가능합니다만…

피아니스트로서는
굉장히 유감입니다

사고로부터 어언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지노 소스케 씨는
여전히 면회 사절입니다

그 불운한 사고로
운전하던 약혼자를 잃고…

 

대학에서 교수로
오라고 초청을 받았지만

뭘 들어도 아무런 감상도
관심도 두지 못하게 됐다

결국, 그 사고로부터 10년 뒤

난 이름뿐인
명예 교수로 해임됐다

 

피아노의 세계에서 떠나는 건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째선지 문득

내 손을 떠나보낸 그 피아노를

꼭 한번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 그런 커다란 피아노가 있었지

그 피아노 위에서
만날 스트립쇼를 했는데

거기만 있으면 지저분한
누님도 귀족으로 보이더라니깐

 

이봐요, 기다려봐요

그 피아노 찾는 거 아니에요?

 

알고 있나?

그거라면 카바레 망했을 때
뒤쪽 숲에 버렸다고 들었는데

 

난 왜 그 사고를 당했을 때

 

죽을 수 없었을까?

그 후로 3년

난 피아노가 있는 이 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때때로 머릿속을 스친다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그 피아노의 소리가

정말로 그 피아노를 칠 수 있다면

들려다오, 그 소리를

 

그렇다고 그런 꼬맹이
말을 진지하게 듣다니

기가 찬다, 어떻게 됐나 보군

 

이, 이 소리는!

그, 그런…

설마!

 

설마 진짜로 피아노를…

 

이치노세…

 

이 소리는…

이 피아노 소리는…

 

내 소리다

 

이거 놔! 놓으라고!

 

- 이치노세, 이치노세!
- 이거 놓으란 말야!

이 주정뱅이 자식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너 같은 거한테 질 줄 알고?

이치노세, 진정해라!

- 이거 놔!
- 나다, 아지노다!

 

- 아지노?
- 그래

왜 선생님이…

어떻게 선생님이 여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실은 이거 내 피아노인데…

네 거 아냐, 내 거야!

 

그래, 지금은 네 거지

아마도 세계에서
오직 너만이 칠 수 있는

네 피아노다

 

이치노세

 

같이 피아노를 하지 않겠나?

 

이 손은 선택받은 손이다

 

피아노가 선택한 손이다

 

웃기시네!

 

내가 당신이랑 피아노를 왜 쳐?

기껏 재밌게 치고
있었는데 방해나 하고

지금 몇 신 줄이나 알아?

뭘 모르나 본데, 아지노

피아노는 혼자 치는 거야

 

이치노세…

 

멋지다

 

굉장하다, 아마미야

이런 아름다운 피아노를
들은 건 처음이야

지나친 칭찬이야, 카이

난 아직 멀었는걸

이거 가지곤 콩쿠르에서
우승은 꿈도 못 꿔

- 콩쿠르?
- 응

곧 전 일본 학생 피아노
콩쿠르가 있거든

많은 콩쿠르 중에서도
가장 레벨이 높은 거라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등용문이라고도 불리지

아마미야는 거기 나가는
거구나, 역시 굉장해

지금 친 게 그 과제곡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310번

헤에, 이게 모차르트였어?

그런데 이 지렁이가
꿈틀대는 것 같은 건 뭔데?

이건 악보라고
곡의 설계도 같은 거야

 

악보를 볼 줄 알면
어떤 곡이라도 칠 수 있어

그래, 카이도 한번 배워봐

 

됐어, 난 공부 싫단 말야

그래도…

아,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아지노
녀석이 숲에 왔었어

갑자기 남 팔을 잡더니
알 수 없는 소리나 하고

 

결국 하는 말이 '같이
피아노를 하지 않겠나?'더라

웃기지 말라고 그래

그런 상황에서 그런 놈이랑
피아노를 어떻게 치냐?

우리가 언제부터 친구였다고

그건…

그건 아마

피아노를 가르쳐
주신다는 의미일 거야

그거야말로 웃긴 얘기지

부탁도 안 했는데
누구 마음대로 가르쳐?

굉장하잖아

난 가르쳐달라고 부탁
했는데도 거절당했는데

 

아지노한테 그런
부탁을 왜 했어?

너 피아노 칠 줄 알잖아

칠 줄 아는 걸로는 안 돼

난 우수한 지도자가 필요하거든

카이, 이건 찬스야

이참에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워봐

그 아지노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카이에겐 피아노의
재능이 있는 거라고

아, 난 신경 안 써도 돼

난 원래 아지노
선생님한테 약해서…

그리고 난 거절당했지만
카이한텐 직접 가르쳐주신다니

마음 놓고 선생님한테 배워

 

허, 허…

헛소리하지 마!

잠자코 듣고 있으려니
마음대로 지껄이고 말야

난 누구에게도
배울 생각 없어!

아마미야, 나한테
아지노를 떠넘길 생각이지?

자기가 배우기 싫다고…

아, 아니야, 카이

 

그리고 우리 집엔
뭘 배울 만한 돈 없어

 

난 미안하지만 너랑 달라

 

그런데 아마미야

너무 아지노한테
집착하는 거 아냐?

옛날엔 정말 굉장한
피아니스트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들 꺼리는 쩨쩨한
음악 선생님일 뿐이잖아

카이야, 피아노…

나라도 괜찮으면 가르쳐줄게

물론 공짜로
아까 모차르트라든가…

땡큐, 아마미야

하지만, 벌써 외웠으니까 됐어

잘 있어

 

같이 피아노를 하지 않겠나?

난 어쩌자고 그런
소리를 해버렸을까?

그 세계와는 진작에
인연을 끊었을 텐데…

 

이치노세…

 

이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310번

 

아, 아지노…

아직 안 갔어?

배짱 한번 좋구나

수업은 다 빼먹고
음악실에만 놀러 온 거냐?

아니면 날 만나러 왔나?

그럴 리가 없잖아!

모차르트 얼굴 보러 온 것뿐이야

 

그게 모차르트냐?

 

그건 베토벤이다

 

그리고 베토벤은…

 

이거 엄마 오르골에
들어 있는 곡이다

이 외에도 유명한 곡은 많이 있지

예를 들면…

 

이건 운명이라고 하는 제5교향곡

 

나 그거 알아

짜자자잔~ 하는 거지?

뭐야, 나도 꽤 많이 아네?

그럼, 아지노, 얘는 누구야?

그는 멘델스존

 

이것도 알아

 

그럼, 얘는?

 

쇼팽이다

쇼팽도 유명한 곡이 많이 있지

음, 예를 들면…

강아지 왈츠

 

봐라, 말을 걸 틈도 없지?

예, 저렇게 진지한
슈헤이는 처음 봤어요

 

아지노 선생님은

 

내가 아닌 카이를…

 

카이를 택했다

 

이건 베토벤

 

그리고 베토벤 하면

잊어선 안 되는 게…

운명!

 

보통은 놀라지

그리고…

이게 쇼팽의 강아지 왈츠

 

얼레, 왜지?

 

모차르트도 멘델스존도
칠 수 있는데…

 

왜 쇼팽만…

 

카이 녀석, 5일
연속으로 결석이야

오기만 하면 반드시
묵사발을 내줄 테다

 

무슨 일일까, 카이

5일이나 학교를 쉬다니…

 

카이!

 

이치노세,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선생님, 나한테 쇼팽을…

쇼팽을 가르쳐줘!

강아지 왈츠를 칠 수 없어

다른 곡은 전부 칠 수 있는데

아무리 해도 쇼팽만은 안 돼서…

하지만, 꼭 치고 싶어

치는 방법만 가르쳐줘

알았다, 가르쳐주지

단, 조건이 있다

도, 돈은 없어

 

내 조건은 네가 그걸
칠 수 있게 될 때까지

절대로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나한테서, 그리고 피아노에서

무, 무슨 조건이 그래?

알았으면 내일 방과 후
다시 여기로 와라

 

말해두는데 나도 공짜로
배우려는 거 아니다!

 

뭐야, 아마미야였어?

미안, 들을 생각
없었는데 들어버렸어

에이, 스타일 구겼네

이러면 나 거짓말쟁이 되잖아

하지만, 잘됐어

아지노 선생님한테
피아노를 배우게 돼서

 

카이, 전에는 선생님을
인정 못 한다고 그랬잖아?

인정 못 할 리가 없지

상대는 초일류의
전 피아니스트니까

딱히 지금이라고
인정한 건 아니야

한 곡만 이상하게
칠 수 없는 게 있어서…

어쨌든 아지노 선생님한테
배우게 됐으니 좋은 일이야

농담 마, 계속 배울 생각은 없어

알았어, 아무튼 간에

잘된 일은 잘된 거지

- 그럼, 내일 봐
- 어…

 

좋게 풀렸으면 그걸로 된 거지

내가 짜증 날 이유는 없다고!

 

카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꽉 막힌 기분이지?

 

난 대체…

 

안녕

 

- 맞짱 뜬다
- 싸움이다, 싸움!

 

카이랑 킨피라가
제대로 한 판 붙고 있어!

 

시치미떼지 마!

네가 학교 빠지면서 엄마랑
손님 받았다고 소문 다 났어!

그런 거 내 알 바 아니야!

대답해, 자식아

시끄러워!

 

카이, 상대하지 마

먹어라, 돼지야!

 

카이, 손은 안 돼

이거 놔, 아마미야

나 오늘 꼭 이 돼지 잡을 거야

까먹었어?

오늘은 아지노 선생님
레슨받는 날이잖아

손을 다치면 정말 큰일이라고

이 손은 이제 싸우기
위한 손이 아니야

놔, 아마미야

그럼, 안 싸울 거지?

놓으라고 하잖아!

 

카이…

내 손을 어떻게 쓰든
내 마음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중요한 레슨이 있는데…

닥쳐

지금까지와는 달라

쓸데없는 참견이야

난 널 걱정해서…

걱정하고 싶으면
너나 걱정해, 아마미야

그렇게 손이 소중하면

네 그 보들보들 가시내 같은
손이나 목숨 걸고 지키라고

 

알았어, 그럴게

난 이제 내 걱정만 할 거야

 

야, 빨랑 불어, 카이

레슨이 뭔데?

시끄러워, 너한테
가르쳐줄 건 하나도 없어!

이 방울 달랑달랑아!

이게…

죽인다!

 

그만 하지 못해?!

 

카네히라! 이치노세!

 

아지노, 여기 살았어?

이치노세

 

레슨실은 이쪽이다

 

집주인이 딸의 피아노 연습을
위해 만든 조립식 건물이다

지금은 창고로 쓰고 있지만

방음은 잘 돼 있으니
안심하고 연습할 수 있지

 

일단은 보통 피아노에
익숙해져야겠지

그럼, 이치노세

내가 칠 테니 소리를 기억해라

 

이, 이건 곡이 아닌데…

음계를 위한
손가락 연습곡이다

쳐봐

 

그래, 그거야

처음엔 천천히라도
좋으니 그대로 계속해

소리만 유지되면 돼

 

같은 가락을 음계만
바꿔서 계속 반복해라

손가락 운동이다

단조롭고 멜로디가 없으니까
감정도 실을 수 없지

네겐 제일 재미없는 피아노다

못 해먹겠네

머리가 미치려고 해

왠지 건반이 일그러져 보여

일그러져, 건반이…

 

왜 그러지, 이치노세?

그만둬도 좋다

피아노는 마음대로
치면 재밌는데

레슨은 정말 어렵구나

 

아마미야는 계속
이런 걸 해왔던 거야

 

난 카이와는 달라

 

장난으로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야

 

내겐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어

 

카이와는 달라!

 

- 그치? 예쁘지?
- 어디서 샀어?

 

안녕, 아마미야

 

어, 어젠 심한 소리 해서 미안

사과할게

 

사과할 거 없어, 이치노세

 

괜한 참견을 한 내 잘못이지

남 걱정할 때가 아니었는데

나, 레슨이 되게
힘들단 걸 알았거든

그래서 네가…

힘들지 않아, 목표가 있으면

 

아마미야…

 

진짜 재미없네

이런 걸 대체
며칠이나 해야 해?

아마미야도 계속 삐친 채고

 

위에 창문이 있었네

맞다, 달은 아무 데나 뜨는 거였지

 

전 일본 학생 피아노 콩쿠르?

예, 저희 반의 아마미야
슈헤이가 나간대요

나갈 수 있는 것만 해도
명예로운 일이죠?

예, 뭐…

담임으로서 저까지
콧대가 높아지더라니까요

 

그냥 자기 위안밖에
안 될지도 모르지만…

 

여긴 숲이야

 

그리고…

이건 숲의 피아노

 

얼레?

소리가 약간 달라

숲의 피아노는 조금 더…

좀 더 이렇게…

 

그래, 이런 느낌

 

대, 대단해!

 

더 빨리…

더 빨리!

좀 더

좀 더!

좀 더!!

거기까지

 

아지노, 언제부터 거기에…

 

그만 됐다, 이치노세

 

합격이다

 

됐다! 예이! 예!

그대로 이어서
강아지 왈츠를 쳐봐라

 

그, 그래도 나 쇼팽 치는
법은 아무것도 안 배웠는데?

잔말 말고 쳐봐
이젠 칠 수 있을 거야

 

무슨 재주로 치냐고

집중해라

 

정말이다

정말로 칠 수 있네

나, 쇼팽을 치고 있어

쇼팽의 곡은 힘이 아니라

유연성과 운동 능력을 요구한다

보통의 피아노를 칠 수
있으면 쇼팽도 가능하다

 

해냈다!

됐어, 했다고

나 쇼팽 쳤어!

잘됐구나

아지노, 거래다

말했잖아, 공짜로
배울 생각은 없다고

이번엔 내가 선생님
소원을 들어줄 차례야

나한테 뭘 바라?

 

물론 돈 드는 건 안 되고

그럼…

전 일본 학생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라

 

예선 과제는
모차라트의 퀘헬 310

자, 잠깐만…

나한테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라고?

- 그렇다
- 지, 진심이야?

물론이지

 

내가 콩쿠르라니
말도 안 되는 농담이다

애초부터 피아노 콩쿠르는

어릴 때부터 레슨받은
도련님, 아가씨들의 행사잖아?

취소, 안 돼

그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어

그래? 아쉽지만 할 수 없지

좀 더 제대로 된 부탁을 하라고

나도 기껏 해줄
마음이 들었으니까

그 이외에는 달리 없다

 

자, 잠깐 기다려봐

없는 게 어딨어
잘 생각해 보라고

뭔가 있을 거 아냐?

청소나 시장 보기나
개 산책시키는 거

그런 거라면 꼭 네가
아니라도 할 수 있잖아

기왕 너한테 시키는 일인데…

청소나 시장은
나한테도 가능한 일이다

 

개도 안 기르고

 

잠깐만!

 

좋아

좋진 않지만…

콩쿠르에 나가면 되는 거지?

정말 좋은 거냐?

내키지 않는다면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다른 요구가 없다니 별수 없잖아

콩쿠르 예선은 열흘 뒤다

수속은 내가 해두지

차랑~ 치고 콰쾅! 하고
쪽팔리고 오면 되겠어?

그럼 기대하고 있으마

 

거짓말이지?

 

오늘 레슨은 5시부터야

선생님 안 기다리시게 하렴

알아요

할머니 몸도 많이 좋아지셨으니

조금 있으면
여기와도 안녕이구나

 

놀랐니?

콩쿠르가 끝나면
도쿄로 돌아갈 예정이란다

그랬지, 콩쿠르가 끝나면…

 

카이와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지금은 콩쿠르만 생각하자

이치노세

이치노세, 또 결석이니?

땡땡이야

대체 뭐 하는 걸까?

카이…

또 숲의 피아노를 치나?

 

그건 놀고자 친다면
분명히 즐거울 거야

그랬어

네 말대로 우린
사는 세계가 달라

 

왜 그러니, 나미에?

슈헤이…

 

실은…

네겐 비밀로

아지노 선생님께 콩쿠르
심사위원을 부탁하려고

아빠를 시켰는데…

에, 선생님한테? 왜?

그렇잖아

직접 네 피아노를 들으면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무시 못 하실 줄 알았으니까

선생님은 그런 걸
받아들이실 분이 아니에요

 

사퇴한다 하셨다고
방금 아빠가 연락했어

역시…

그래서 사퇴하시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까

자기 제자가 콩쿠르에
출장해서 그렇다지 뭐니

심사에 공평을 기해야
하기에 사퇴한다시더라

 

무슨 얘기예요?

몰라

하지만,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대

 

카이…

 

슈헤이, 어디 가니?

아지노 선생님의 제자라면
카이 말고 없잖아!

 

오해했어

설마 카이가 피아노를

콩쿠르에 도전할 정도로
진지하게 생각했을 줄은

 

어떻게 책임질래, 앙?

네가 잘못했잖아

무슨 소란이지?

어린애가 잡힌 모양입니다

 

어떻게 해줄 거냐고, 응?

사, 사과했잖아요

사과만 하면 다야?

네가 부딪히는 바람에
바지에 때 탄 거 안 보여?

세탁비로 10만 엔은 내야지

그, 그 정도 얼룩으로 10만 엔은…

이 동네에선 이 정도로
10만 받아, 인마!

난…

왜 노려봐, 인마! 앙?

난 이치노세 카이를 만나러 왔어!

카이이?

 

카이한테 무슨 볼일인데?!

 

내 귀중한 손님한테
뭐 하는 짓이지?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냥 놀린 것뿐이라고

괜찮니?

 

뭐야, 레이코

아무리 불경기라도 그렇지
이런 어린애까지 상대하게?

헛소리 집어치워

쟤는 카이 친구라고

 

카이, 친구 왔다, 나와

너 아마미야 슈헤이지?

아, 예!

난 레이코, 카이 엄마야

 

아마미야!

 

카이…

 

여기서?

응, 나 만날 여기로
내려가서 피아노 치러 가

내려간다고?

저기 나무로 뛰는 거야

 

멋지지?

카이는…

3살 때 그 창문에서
아래로 떨어졌어

 

- 자
- 아, 감사합니다

저기…

창문에서 떨어졌다니…

맞아, 우린 애가 죽은 줄
알고 놀라서 찾아다녔는데

얘가 어디 있었는 줄 알아?

그 피아노 위에서
놀고 있지 뭐니

숲의 나무들이 지켜준 거겠지

그때부터 그 피아노는
카이 장난감이 됐어

매일 아침이고
밤이고 시간만 있으면

어떨 땐 아예 거기서
잔다고 깽판도 부렸지?

깽판이라고 하지 마

 

난 시키는 대로
피아노를 배웠는데

카이는…

 

카이에게

피아노는…

 

슈우도 피아노 친다며?

카이가 줄곧 그러더라

피아노 치는 친구가 생겼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카이의 친구가 돼주렴

아, 예

 

레이코, 일해야지

준비해

알았어

 

아마미야, 밖에 나가자

 

콩쿠르, 나갈 거지?

그, 그거 설명하려고 했는데

네가 불쾌해할까 봐
이유를 잘 설명하려고…

 

불쾌하지 않아

내가 어릴 땐
피아노는 내 적이었어

레슨 때문에 희생한 게 많았거든

피아니스트 집안에
태어난 걸 저주한 적도 있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그게 내 운명이니까

내게 피아노는 그런 거야

카이에게 피아노는 무엇인지

오늘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

아마미야…

 

이제 마음껏 승부할 수 있겠지?

기다려봐, 이유를 들으라고

굉장히 어이없을 테니
진지하게 덤벼들 필요 없어

이유는 관계없어

콩쿠르에 나온 이상은
전력으로 승부한다

콩쿠르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그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

약속해줄 거지?

응…

알았어

 

이런 시간까지 어슬렁대다간

내일 학교 못 간다

저기, 아지노

콩쿠르에서 내가 전력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도와줄래?

물론, 그럴 생각으로
음을 조정하고 있었다

이게 악보

 

그리고 이게…

그걸 연주한 거다

낡은 테이프라 녹음
상태는 안 좋지만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 310임은 틀림없다

 

이거 옛날에 아지노가 친 거야?

그래, 지금 내가 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이치노세, 다음 읽어보렴

 

이치노세, 또 자니?

야, 일어나, 카이

일어나라니까?

야…

 

거기까지

 

내 흉내를 제법 잘 내게 됐구나

알겠어요?

남의 흉내를 내는 게 재밌냐?

잘 칠 수만 있음 재밌지

전에 준 테이프, 내놔라

 

이런 건 이제…

듣지 마라

중요한 테이프를…

 

흉내도 안 돼
남의 피아노도 안 돼

네 피아노를 쳐라

네 K. 310을 치는 거야

 

빨리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모차르트가 저세상에서
악보 돌려달라고 쫓아올 거다

남의 피아노니 내 피아노니
그래 봐야 난 잘 모른다고

알 거다

진짜 자신의 피아노를 치게 되면

최고의 기분을
맛볼 수 있을 테니까

 

자신의 피아노가 뭐냐고

 

자신의 피아노를 못 치겠으면

악보를 돌려줘

빨리도 나왔다

제기랄!!

 

자신의 피아노는 칠 수 있어?

콘서트에서 쪽 다 팔릴걸?

야, 넌 그냥 나가지 마라

나날이 갈수록 늘어나선…

 

야, 인마!

 

그리고 우리는

콩쿠르 날을 맞이했다

 

준비됐니? 슬슬 나가자꾸나

 

카이 정말 너무하죠?

어제까지 콩쿠르가 있단
말을 안 했다니까요

그랬냐?

그치만, 엄마한테 말하면
기뻐할 거 아냐

거 봐, 기뻐할 일이 아닌데도

좋잖아

콩쿠르라니 대단하다, 카이야

 

오늘 지구 예선을 거쳐

전국 대회로 갈 수
있는 건 한 명뿐입니다

전국 대회요?

예, 거기서 정식으로
피아노 일본 제일이 결정됩니다

일본 제일?

카이가 일본 제일을 결정하는
콩쿠르에 나가게 될 줄은…

웃기지 말라고 그래

난 일본 제일은커녕…

 

아직도 모차르트
귀신이 나오는 거냐?

비웃지 마!

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

무슨 얘기니?

잠깐 출전자 대기실 보고 올래

아마미야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마미야, 아마미야…

 

아직 안 왔나?

 

최악이야

왜 중부 남 지구에
아마미야 슈헤이가 나오냐고

그 녀석 관동 지구
아니었어, 시라이시?

예, 반년 전 데이터엔 틀림없이…

이 녀석이 나오면
이 녀석이 1등이잖아

그런 건 해보지 않으면
마지막까지 모르지 않습니까?

알아!

얘는 그 아마미야
요이치로의 아들이잖아

어차피 하기 전부터
우승은 결정된 거야

이런 콩쿠르
나가봐야 의미 없어

그럼 그만둬

아까부터 시끄럽다고

네가 벌벌 떠는 거야 네 맘인데

썩은 주둥아리로
헛소리는 집어치워

헛소리 아니야

이번 대회는 아마미야
슈헤이가 우승할 게 뻔하다고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네 말과는 달라

아마미야의 우승은
아마미야의 실력이야

그 녀석 혼자의 힘으로
우승할 거라고!

 

아마미야!

 

카이

 

카이, 빨리 왔네

 

저 녀석, 뭐 하는 애지?

노노무라 하나야 선생님

야마구치 치에 선생님

히라모토 류이치 선생님

이상 12명의 선생님께서
심사해주시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초등학생
부문을 시작하겠습니다

1번, 에노모토 리카 양

 

예선 과제곡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8번 E 단조 K. 310입니다

자신의 모차르트?

남의 흉내가 아닌

이치노세의 피아노를
치라고 말해뒀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전부
본인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럼 간단하잖아

숲의 피아노를
치듯이 하면 되는걸

 

그게 되면 이 고생 하겠냐고

말이야 쉽지, 쳇

 

겍, 망할 아가씨

어째서?

 

야, 왜 우는데?

겁나냐?

 

겁 안 나

분해서 우는 거라고

아마미야 슈헤이 때문에

지구 우승으로 전국
대회에 나간다는 목표가…

아마미야 탓으로 돌리지 마!

 

도대체 너 같은 울보 순둥이가

아마미야랑 경쟁하겠다는 것
자체부터가 웃겨

아마미야는 일본
제일이 될 남자야

그러려고 그 녀석
어릴 때부터 계───속

힘든 레슨을 받아왔으니까
당연한 거라고

봤어?

힘든 레슨 하는 거 봤어?

보, 보진 않았지만…

그럼, 내 레슨은?

타카코의 레슨은 봤어?

뭐? 무슨 수로 보겠냐?

그것도 모르면서 어쩜 그런
악마 같은 소릴 할 수가 있어?

아, 악마?

 

타카코도 노력했는데…

 

아차, 내가 심했나?

 

야, 타카코

절대로…

절대로 실패하면 안 돼

제발 실패하지 않게
해달라고 빌면서 치는데도

매번 흥분해버려서…

 

그런 잡생각을 하니까
집중해서 칠 수가 없지

나도 알아, 그런데 안 되는걸!

할 수 없네

집중해서 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어

생각하는 거야, 네가
제일 마음 놓이는 장소를

이미지 하는 거야
지금 네가 거기 있다고

 

눈앞에는 피아노

너랑 피아노뿐

 

화장실

 

얘 못 말리겠네
시간 모자라 죽겠는데

빨리 싸고 와

그게 아니야

제일 마음이 놓이는
좋아하는 장소라고

 

변소가?

 

이게 아니야!

우리 집 화장실은
훨씬 크고 깔끔하다고

이런 거랑은 천지차이야!

배부른 소리 하지 마!

상상하는 것뿐이니까
조금만 참으란 말야

난 숲이 그런 장소인데
거긴 풀 한 포기 없었어

역시 안 되겠어
웬디가 없단 말야

웬디는 또 뭔데?

우리 집 개가 곁에 없으면 안 돼!

개라고?

개는 아무 데도 없어!

나도 알아!

화장실 안에서 웬디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면

마음이 푹 놓이면서…

 

그래

사락사락하면서…

이런 색이었어

 

웬디!

 

말도 안 돼…

 

30번에서 37번까지

무대 뒤에서 준비해주십시오

슈헤이, 네가 31번이었지?

타카코 아가씨!

어떡하지?

벌써 시간 다 됐는데

타카코 아가씨!

 

시간 된 것 같은데?

응…

- 할 수 있겠어?
- 모르겠어

할 수 있을 거야!

 

카이, 대체 어디 간 거지?

이어서 31번

아마미야 슈헤이
군의 연주입니다

 

- 아마미야 군
- 네

 

슈헤이…

 

피아노의 하느님

 

절…

 

1등으로!

 

그래

이게…

 

이게 내 피아노야

 

굉장해, 아마미야

 

굉장히 멋있어

 

해냈다

실수는 한 개도 없었어

완벽해

슈헤이…

 

카이, 난 분명히…

널 이겼어

 

역시 승부할 땐 아마미야
처럼 긴 바지를 입어야 해

반바지는 영…

 

아마미야 슈헤이의 피아노

완벽했어

응…

하지만, 상관없어

타카코는 타카코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치면 되니까

알아, 웬디

적은 내 안에 있어

알아, 웬디

다음 연주는 33번
마루야마 타카코 양입니다

 

타카코, 항상 화장실에서
웬디와 치던 걸로

 

아가씨…

 

집중하자

집중하자…

 

웬디, 나 좀 도와줘

웬디, 제발…

도와줘, 웬디

 

웬디…

 

좋아!

 

타카코 아가씨…

 

쳤어…

 

이번 회는 수준이 높군요

 

잘하네, 완벽한 변소 공주였어

 

응, 완벽해

고마워

넌, 넌…

최고야!

이거 놔!

선생님, 어떡하죠?

이제 곧 카이 차례예요

어쩐지 엄청 두근거려서…

보고 싶은데
무진장 보고 싶은데

눈물이 자꾸 나와서
안 보이면 어쩌죠?

이치노세, 알고 있지?

네 적은 모차르트가 아니다

네 적은

바로 너다, 이치노세

 

방금 연주는 36번
사사키 마이코 양이었습니다

카이…

이어지는 연주는

37번, 이치노세 카이 군입니다

 

승부다!

 

카이…

힘내, 웬디

 

카이?

웨, 웬디?

 

카이?

 

젠장…

 

나, 나왔겠다

모차르트 놈들

 

제길…

 

원래 너넨 내가
만든 귀신들이잖아

 

이런 녀석들은
한 놈도 남김없이…

 

걷어차 버리겠어!

 

카이, 굉장해

웬디, 잘 친다

 

잘하네요, 저 아이

누구지?

 

이치노세…

 

아차, 사고 쳤네

 

모차르트 귀신한테
정신이 팔려서…

이건 망할 아지노의
피아노랑 판박이잖아

기가 찬다, 마지막 찬스인데

됐어, 악보 뺏어가자

자기 걸로 못 만들었으니까

 

빨리 내놔, 이 엉터리야

돌려줘

돌려줘!

 

카이?

카이…

 

이 바보 웬디!

그만두면 안 돼!

거짓말이지?

카이, 왜…

아직 실수 한 번 없었는데

이대로 마지막까지 치면

치면…

 

너희가 난리 치는
그놈의 K. 310 따위…

돌려주겠어!

 

대체 무슨 짓을…

 

난 내 K. 310을…

 

같이 가자

숲으로!

 

이거다

이 소리야

 

뭐야, 이거?

이런 건 모차르트가 아니야

선생님, 이거…

숲의 피아노예요

그렇습니다

 

저 아이는 지금 자신만의
세계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습니다

 

아마 우린 나무로 생각하고

이 회장을 숲으로
생각하고 있겠죠

 

쳤어…

 

카이, 너무 멋있어

해냈어, 웬디!

예, 해냈군요

 

앙코르! 앙코르!

 

난…

졌다

 

사실 알고 있었어

아무리 애써봐야

내 패배라는 걸…

숲에서

처음으로 네 피아노를
들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엄마, 아지노!

카이!

나 쳤어, 나만의 피아노를

어떠냐, 이치노세?

최고의 기분이지?

아니, 전혀

 

그런 가벼운 게 아니야

웬디!

타카코!

 

웬디, 굉장해

어떻게 하면 그런
피아노를 칠 수 있어?

웬디?

지금부터 12명의 심사위원
분들이 심사하시겠습니다

예선 통과 발표는 안내 로비의
게시판에 게시될 예정이므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보여?
- 아니, 아직

 

- 33번
- 37번

31번 아마미야 슈헤이

 

33번…

 

- 있다, 있어!
- 있습니다, 아가씨!

37번…

37번은?

 

37번…

 

없어

 

있어, 있다고

시라이시…

 

웬디!

 

거짓말, 왜 웬디가 떨어져?

분명히 뭔가 잘못된 거야!

그렇지 않아

그치만…

열심히 해, 본선

 

웬디…

그게 정말이에요?

그럼, 점수는 안 나왔지만

틀림없이 네가 예선 톱이야

그게 아니라 카이가
예선 탈락이라고요?

응,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니?

걔 악보도 무시하고
마음대로 쳤잖아

 

슈헤이!

 

이치노세에겐
몹쓸 짓을 했습니다

저 아이의 피아노엔
순위를 매길 수 없죠

콩쿠르의 틀에 맞지 않는

규격 사이즈가 아닌 아이니까

유감이지만 이게
콩쿠르의 한계입니다

카이라면 괜찮아요

금세 떨쳐낼 테니까

카이, 감기 걸리겠다

응, 기분 좋아

혹시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풀죽으려고?

- 이치노세 부인
- 예

이치노세를…

아니, 카이를

세계로 보내지 않으시겠습니까?

 

저 아이의 피아노엔
일본은 너무 좁습니다

그러니까 세계로 내보냅시다

제가 카이를 세계로
데려가겠습니다

카이…

 

선생님

 

카이는요?

방금 돌아갔다

그, 그렇습니까?

예선 톱 축하한다

그 정도로 완성도 높은 피아노는
좀처럼 보기 어려울 거다

가,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도…

저도 카이처럼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칠 수 있을까요?

 

넌 자신의 피아노를
좀 더 좋아하는 게 좋겠다

 

그러면 꼭 알게 될 거다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는 걸

 

멋진 피아노였다

 

그럼…

아마미야에게 한 번 더
커다란 박수를

 

기쁜 소식 다음에…

무척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바로 아마미야가
너무 급한 감이 있지만

다시 도쿄의 초등학교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럼, 아마미야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겁니다

감사했습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럼 가자꾸나, 슈헤이

잘 지내라, 아마미야

 

카이…

 

엄마, 먼저 가 계세요

카이랑 할 얘기가 있어요

 

미안, 말하는 게 늦어버렸네

됐어

그보다 본선은 반드시 우승해라

아마미야, 약속해
반드시 일본 제일이 되겠다고

 

1등 아니면 절교다?

 

사실은 네가 1등인데

난 분명히 너한테 졌는데

 

왜, 왜 그래, 아마미야?

 

알았어, 약속할게

카이보다 더한 강적은
생각할 수도 없는걸

또 농담한다

아마미야, 본선을 얕보면 안 돼

변소 공주도 있잖아

걔, 강적이야

응, 알았어

 

나, 아마미야가 없어지면
무진장 심심할 거야

엄청 심심할 거야

 

카이…

 

그럼 약속했다?

일본 제일!

 

꼭이다!

난 항상 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거니까!

 

카이!

아마미야, 잘해야 해

힘내! 열심히 해!

 

카이

고마워

 

만약 내가

널 만나지 못했으면

난 분명히 피아노를
싫어하게 됐겠지

 

숲…

 

お願い そばにいてよ
부탁이야 곁에 있어줘

すぐに眠るから
금방 잠들 테니까

月の輝く夜が
밤하늘 빛나는 달빛이

窓邊まで來てる
창문까지 내려와서는

心にかけてた
마음속에 걸린

鍵を外した
자물쇠를 풀었어

 

痛みさえもいつかは
고통조차도 언젠가는

想い出へとかわるから
추억으로 바뀔 테니

やさしい夢を見ながら
아름다운 꿈을 꾸며

眠りたい
잠들고 싶어

朝が來るまで
아침이 올 때까지

 

幸せな夜がある
행복한 밤이 있고

眠れない夜も
잠들지 못하는 밤도 있어

そのどちらも あなたが
그 어느 쪽도 네가

私にくれたね
나에게 준 거지

明日は私も
내일은 나도

森を出て行く
숲을 나갈 거야

 

走り出した想いの
피어오르는 이 마음이

行き先は知らないけど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光を照らす彼方へ
빛이 비치는 저편으로

進んでく
나아갈 거야

信じるままに
내가 믿는 길로

 

頰ずりしたら
옆으로 흘끗 보니

溶けちゃいそうな 橫顔
녹아버릴 듯한 네 얼굴

隣にずっと いたいけど…
옆에 계속 있고 싶지만…

夢の森で過ごした
꿈의 숲에서 보냈던

時間をきっと 忘れない
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어

最後の 別れじゃないよ
마지막 이별이 아니야

 

ありがとう やわらかな日日
고마워, 온화한 날들아

さようなら また會う日まで
안녕, 다시 만날 날까지

 

번역: 을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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