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픈 얘기가 있어

 

총에 맞은 후

 

정신을 잃기 전에
처음 든 생각이 뭐였게?

 

동전이야

 

8살로 돌아간 나는
조폐국에서

 

동전이 어떻게 만들어지나
듣는 거야

금속판에 구멍을 내고

테두리를 만들고

 

무늬를 새기고

 

하나하나 세밀하게
시험하는 걸

사소한 결함으로도
불합격됐어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난 미군의 동전이라고

 

1980년 만들어져서
찍혀 나왔고

테두리도 만들어지고
무늬도 새겨졌지

 

헌데 내겐 작은 구멍이 둘 있어

 

결함이 생긴 거지

 

이쯤에서 고백할게

정신을 잃기 전

그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건 뭐였게?

 

바로 너야

 

채닝 테이텀

 

아만다 사이프리드

 

왜?
기억할 것도 많은데

테니스도 치고

 

윔블던? 글쎄다

 

일단 가자
내가 말 꺼냈으니까

한 10시쯤 갈래?

 

내 가방!

난 몰라!
랜디, 너 진짜...

내가 찾아올게
정말 미안해

저기 다 들었는데

꼭 찾아올게

 

찾았다

 

 

- 내가 하게 두지
- 난...

- 아무튼 고맙다
- 뭘

그건 이리 줘

 

정말 고마워

 

어떻게 저기서 뛰냐

으악, 다 젖었네
덕분에 살았어

난 사바나야

존이야

존, 네 용기가 날 살렸어

- 정말 큰 신세 졌다
- 별거 아냐

정말 반가워

나도, 그럼 이만

 

고맙다

나도 뛰어들었어
그건 알아줘야 돼

 

쟤 뭐냐?

다른 뜻은 없고
너무 심심해서

여기 살아?

응, 이 근처야

존, 혹시...

우리집은 저쪽인데
같이 안 갈래?

바비큐 파티 할 건데

아버지가 저녁 차려놨을 거야

알았어

 

그럼

가면서 마시게
맥주라도 줄게

 

- 어디라고?
- 저기

 

원작 소설
니콜라스 스파크스

 

감독
라세 할스트롬

 

2001년 봄

 

군인이야?

진짜?

그럼 어디 소속?

육군, 특수부대야

아, 특수부대
그거...대단한 걸

 

특수부대 반지야?
글자도 새겨져 있고?

잘 어울린다

모자도 쓰지 않나?
베레모라고 하던가?

랜디

왜, 못할 말했어?

괜히 맞고 울지나 마

 

우, 무서워라

 

어디 한판 붙어볼래?

어때?

 

맥주 가져올게
군바리 아저씨

고맙지?

 

날 좋아한다고
착각 중이라 저래

착각이 아닌 거 같은데

아냐
난 쟤 타입이 아닌 걸

 

왜?

 

넌 누가 봐도
좋아할 타입이야

와!

맞지?

이게 누구일까요?
앨런이신가?

 

이쪽은 누나 친구
존 아저씨

존, 앨런이야

- 반갑다
- 인사해야지

수줍음을 좀 타

아빠는?

저깄다

늘 두 걸음 뒤에 있지

 

미안, 널 보면
무조건 달려들어

- 난 팀일세
- 존입니다

반갑습니다

자넨
특수부대 소속인가?

 

이 근방에 배치됐고?

아뇨, 독일입니다

- 휴가 나왔군
- 네

 

재밌게 보내게

네, 그러고 있습니다

 

방해하려던 건 아닌데
반가웠네

반가웠습니다

아들, 이리 와
가자

 

앞장 서

 

안녕, 존 아저씨

안녕, 앨런

 

와, 진짜 신기한데

그래?

쟨 식구 말곤 말 안해

너하곤 하잖아

난 거의 식구나 다름없으니까

그래?

 

언제 돌아가?

보름 후에

 

너 하는 일 무섭겠다

 

대부분 지루해
지루함의 연속이지

그러다 아주 가끔만 무서워

보름달이네

 

달은 떠오를 때
엄청 큰거 알아?

 

막상 뜨면 엄청 작고

 

그렇게 봐서 그래

어디 떠있든 네가 어딨든

한 손 들고
한 눈을 감아봐

 

엄지보다 작지

 

어디서 배웠어?

 

글쎄

 

주워들었어

 

와!

 

불을 다 지피다니

 

진짜 대단하다

 

원시인 뺨쳐

 

근데 핫도그는
못 굽는다 이거지?

좀 한심하지

 

이만 가봐야겠다

미안, 너무 귀찮게 한 건
아닌가 몰라

사실 좀 귀찮긴 했지

 

그럼

 

고마워

 

응, 아니, 천만에

 

혹시 내일 저녁에도
이런 거 해?

내일은 치킨이라
내키지 않을 걸

요리사는 따로
초빙해오면 되지

우린 먹고

좋아

진짜?

 

그럼 한 6시쯤에 오면 될까?

 

좋아

그래

 

곧 다시 만나겠네?

곧 만나자

그래, 곧

 

어이

안녕하세요

 

아이스크림 사러 가는데
태워줄까?

아니, 괜찮습니다
좀 걷죠 뭐

 

진짜로?

 

그럼 신세 질게요

그래

앨런, 이쪽으로 와

벨트 풀어줄게

 

5, 6...

시내엔

얼마나 사셨어요?

일년쯤 됐지

어차피 주말마다 나오니까

시내에도 집을 얻어서
왔다갔다 살고 있지

 

아이스크림 안 드신대요?

누구? 아, 아내

아니
지금은 휴가 갔네

하얀 양, 하얀 양...

같이 다니긴 힘들어서

 

이것도 꽤 괜찮아
적응도 됐고

 

왼쪽에 세워주세요

 

이보게, 존

 

말해두지만
사바나 아프게 하면

뭐든 부러질 각오하게

다리 몽둥이라든가
아무튼 뼈도 못 추릴 거야

 

그애 아버질 잘 아니까
대신 한마디 한 거네

그분께 들었어야 옳지만

 

괜찮습니다

 

괜찮았어

 

- 아니, 좀...
- 진짜야

- 그렇지 않아
- 그래, 그렇대도

아니지만 고맙네

- 진짜 괜찮았어
- 그래?

응, 그래

알았어

 

빵빵대지 마
밤이잖아

 

- 그럼 들어가게
- 조심해서 가세요

 

고마워요

뭐, 이쯤이야

 

아버지, 저녁은
같이 못 먹겠어요

라자냐 만들었는데

그렇겠죠
일요일이니까

 

차 좀 써도 돼요?

 

고마워요

 

여기 해산물이 참 신선해

전엔 자주 왔었어

정말?

어디 딴 데 좋은 데 안 갈래?

좋은 데?
난 여기가 좋은 걸

 

그래

 

여긴 또 왜 왔냐?

 

아저씨, 벌써 3년 전 일이에요

 

또 사고 칠까봐 그러지

그런 일 절대 없어요

 

알았다

 

고마워요

 

무슨 일 있었어?

- 누구랑?
- 뭔데?

그런 거 없어

- 정말?
- 응

좀 알던 분이야

 

왜?

 

어제 늦었다고
아빠가 화내셨어?

아니, 화같은 거 잘 안 내셔

그럼 어떠신데?

 

과묵한 타입?

 

성격 좋으시네

그치

 

그럼 엄마는?

안 계셔
아버지와 단 둘이야

 

혼자 키우신 거야?

 

 

- 남의 아버진 왜?
- 궁금해서

 

네가 태어나고 자란 게

 

한번 뵙고 싶어

 

오늘 당장

 

살갑게 대하지 않으시더라도

원래 그러시려니 해

 

아버지

 

소개할 사람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사바나예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저씨

 

와!

 

이건 내가...
아버지가 모으셔

- 큰 소일거리지
- 대단하다

굉장히 많은데
어떻게 모으셨어요?

 

존이 시작한 거다

- 근데 이젠 내가...
- 인사했으면 가자

이건 뭐예요?

 

이건 1달러짜리 불량 주화야

- 실은...
- 불량 주화?

 

더 보고 싶냐?

그럼요
폐가 안 된다면요

이 장갑을 끼거라

고맙습니다

 

이건 좀 재밌지
참 풍자적이야

묵직한데요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
대선에 나갔을 때...

뒤집진 말고 그냥 보렴

'은화 자유주조 운동'을 펼쳤지

그때 맥킨리가 적수였는데...
가만

진짜 은으로 만든 달러는
딱 이만하거든

맥킨리는
브라이언 말대로 했다간

은 동전이 이렇게
크게 될 거랬지

굉장해요

이걸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겠냐?

 

- 진짜 재밌다
- 우습지

또 이건...

아버지, 저희 그만 가봐야 해요

더 있을래?

- 이것도 한번 보렴
- 너무 예뻐요

색을 다 맞췄단다

 

오늘 재밌었어

 

아버지가 참 좋으셔

퉁명스럽게 굴지 마

널 사랑하셔

네 눈엔 안 보여도 난 보여

 

잠깐만

사바나, 저기

곧 다시 만나는 거지?

곧 만나자

 

종일 어딨었어?

 

바빴어

봄방학이면 바닷가에서
산책이나 하지

바쁠게 뭐 있다고

 

보여줄게 있어

 

여기 살던 가족들 집이
허리케인 때문에 부서졌거든

- 그걸 다시 짓겠다고?
- 응

나 혼자는 아니고

이거 슬슬 긴장되네

괜히 긴장은 왜 되는데?

 

내겐 과분하게
좋은 여자 같아서

무슨, 나 좋은 여자 아냐

매일 몰래 막노동하잖아

좋은 일 하겠다고

피같은 봄방학에

맞아, 착하게 살겠단
이기적인 발상이지

 

- 사실 넌 술도 안하지
- 안해

- 담배도 안하지
- 안해

- 헤프지도 않겠고
- 당연한 거 아냐?

 

그래도 단점은 있겠지

있지

좋아
그럼 귀띔해줄래?

 

나 욕 잘해

 

설마

- 진짜야
- 말도 안돼

- 진짜래도
- 못 들었는데

그거야 속으로 하니까

욕을 랩하듯이
줄줄이 쏟아내는 걸

어디 그럼 하나만 해봐

더러워서 입에도 못 담아

- 그렇구나
- 응

그래, 뭐 그렇다 치자

나 단점 많아

다 꼽을 수도 없는 걸

두고 봐

기대하지

 

3주내에 꼭 완성해야 돼

여기가 침실이야
부모님 방에 애들 방

아들만 둘
7살, 9살이지

여기 거실하고 욕실

그리고 여긴 부엌

여길 잘 꾸며야 돼
엄마가 진짜 요리사거든

환상적으로 꾸밀 거야
하얀 타일 바닥에 또...

싱크대랑...
지붕도 있어야겠다

 

- 이리 와
- 지붕이 절실한 걸

 

이런 식으로 천장을 덮을 건데

지금은 이거뿐이야

한동안 이리 출근해야겠네

 

상처는 왜 났어?

 

이거?

어, 그게...

 

칼싸움하다가

 

5년 전에 무지 취했을 때
누가 눈을 찌르려고 했어

끔찍해라

 

뭐가? 빗나갔는데

 

사람들이 널 대하는 게
그 음식점에서 말야

널 무서워하나 봐

지금은 안 그런데

 

예전에 내가 한 짓이 있으니까

어땠는데?

 

딴판이었지?

언제 변했어?
군대에 가면서?

 

그래
변한 구석도 있지

안 변한 면도 있고?

 

변하는 중일 거야

 

터프했었구나

 

지금도 좀 그렇고

 

난 너 하나도 안 무서워

- 전혀?
- 응

 

난 너 무서운데

 

♪ 불빛들은 반짝이며

♪ 행복의 노래를 읊조리고

 

♪ 밤을 밝혀줄 때 우린 커가네

♪ 우린 커가네

 

♪ 우린 커가네

 

아버진 괜찮아

 

♪ 난 여기가 좋아

 

존!

 

거긴 안전할 거 같아?

 

♪ 말은 안 해도

♪ 난 알고 있었지
난 알고 있었어

♪ 난 알고 있었어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와!

 

여기서 뭐해?

 

다들 같이 노는데

나 없어도 잘들 노는데 뭐

 

왜 그래?

 

왜 혼자 뚝 떨어져 있어?

 

나 죽어가

뭐?

 

하나도 안 웃겨

 

네가 그리울 거야

 

거의 다 끝나가

아니, 끝나는 거 없어

진짜야

 

나 내일 떠나
개학이거든

- 그래서?
- 너도...

난 아냐
12개월 후면 제대인 걸

 

그럼 돌아와서 안 가

12개월이면 많은 게 변해

난 모를까봐?

 

나도 알아

 

그래도 두렵진 않아

 

약속하는데

 

다 빨리 지나갈 거고

 

그 후론 네 곁에만 있을게

 

네가 그리울 거야

 

약속할게

 

내가 너 졸업하길
기다리게 될 걸

 

졸업식엔 꼭 구경 가야지

졸업은 좀 걸릴거 같아

너희 아빠랑 지내다 보니까

특수교육이 하고 싶어졌어

설마

왜 이제야 깨달았나 몰라

앨런하고 붙어 살면서도...

미안한데 거기에
우리 아버지가 왜 나와?

 

그게...

 

지금 왜 그러신가
다 알거 같거든

 

됐어

- 안 들은 걸로 해
- 아니, 아니지

뭐가...뭐라고?

 

나 자폐증 아이 옆집에 살았어

알건 다 안다고

자폐증?
우리 아버지가 앨런 같아?

어디가 모자란단 거군

앨런은 모자란 거 아냐
자폐증이지

약한 증세도 있는데
모르고들 넘어가

내내 그랬던 거야?
우리 아버질 연구했어?

무슨

그런 말이 어딨어

난 평생 아버질
참아주며 살았는데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모를까봐?

그래?

그래서 네 입으로
확인시켜 주려고?

 

그렇군

 

군인 아저씨, 벌써 가려고?

자, 한잔하고 가

 

한잔 마셔
기분도 풀 겸

지금은 좀 그래

긴장 좀 풀어
굳어있지 말고

- 나 좀 그냥 놔둬
- 너희 왜 그래?

- 둘이 왜 그래?
- 이 손 놓고 말해

묻잖아, 사바나랑 너...

 

무슨 짓이야?

 

존!

 

어머나, 웬 일이니

존!

 

정말 미안해요

 

지금 집에 없을 거네

 

학교에 간 건 아니고

 

갈 땐 와서 얘길 하고
가는데 아직...

 

맙소사

정말 죄송해요

아냐
난 맘에 드는 걸

터프해 보이잖아

아저씬 줄 몰랐어요

 

내 잘못이야

열 받은 군인 뒤에
얼쩡댄 게 무개념이지

그 애 보시면

 

말 좀 전해주실래요?

그래

 

제가 들렀는데...

 

그게...

적어주겠나?

 

 

꼭 전해주지

고마워요

 

아버지

 

누가 더 올까 싶어서

넉넉히 했다

 

아니, 내가 하마

- 제가 할게요
- 내가 할게

- 깨끗해요
- 내가 한대도

 

그러세요

 

이번엔 좀 남겠네요

 

다음 일요일에 먹지 뭐

 

잠깐만요

 

쪽지 받았어

 

간단 달콤 명료하더라

미안해

내가 미안해

- 정말 미안해
- 아니, 내가 미안해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무슨 의사라도 된 양
말한 거 있지

나도 오늘 유심히 봤어

진짜로 내 생각이 모자랐어

그러니까 맘에 담아두지 마

알았지?

 

나 학교로 돌아가

그래서 네 맘을 확실히...

확실히 뭘?

 

벌써 약속했잖아

 

 

쪽지 써줬길래 나도 써봤어

 

나중에 나 가면 읽어

 

그래

 

혹시 배고파?

그래?

아버지가 네 몫까지
만드셨거든

일요일이잖아

그래

- 근데 금방 가야 돼
- 알아

들어가자

 

존에게

 

보름 함께한 걸로
난 충분했어

 

보름만에 넌
내 가슴에 들어왔지

 

이제 1년을 떨어져 있지만

 

그 보름의 힘으로
버텨낼 수 있겠지?

 

- 이제 가세요
- 그래

저 갈게요

- 건강하세요
- 그래

저기...

 

- 제 걱정은 마세요
- 그러마

 

네가 한 약속
지켜줄 거라 믿어

 

근데 헤어져 있는 동안
하나 더 지켜줬으면 해

 

전부 다 들려줘

 

노트에 빼먹지 말고 다 써선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줘

 

네 모든 걸 알고 싶어

 

그럼 떨어져 있지만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질 거야

 

그러다 보면 곧 다시 만날 거고

 

잘들 있었냐?

 

이게 누구야

왔냐?

- 별일 없었지?
- 잘 왔다

- 네 전표야
- 그래

 

재미 좀 보고 왔냐?

 

말도 마라
어찌나 놀려대던지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이제 막 본 걸

- 얘 정신 없겠다
- 짐은 쌀거 없고

아침 일찍 떠난다
쉬어라

 

올게 왔구나

 

사바나에게
곧 다시 만날 거라고 약속해

 

다 써보내겠다고

다 말할 거라고

 

근데 좀 참아줘
편지가 가려면 꽤 걸릴 거야

 

벌써 임무배치를 받았거든

 

동작 봐라
빨리빨리 안 오나!

 

여긴 우체부 아저씨가
안 다니셔

 

인터넷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그래서 항공우편으로
부쳐야 돼

- 좀 부쳐주겠어요?
- 그러지 뭐

- 잃어버리면 안돼요
- 걱정 마

 

여기가 어딘진
말해줄 수가 없어

 

다만 우리가 보내진 이곳에선
고국이 많이 그리워

바다 비슷한 것도 없으니
고향도 많이 그립고

 

그리고 숨을 쉴 때마다
네가 그립다

 

여기저기 다녀서
편지 순서가 엉망일 테니

번호를 적어서
차례를 알려주자

 

편지를 받는 날은

날아갈 거 같아

 

못 받을 땐...

어디 보자

 

나 아니고
나 아니고

나 아니고
또 나 아니고

너무하네

- 그 날은...
- 미안한데 너도 없다

하지만 곧 올거란 걸
알고 있지

 

8번째 편지, 존에게

주말에 부모님 농장에 왔는데

너도 알만한 손님을
초대했더라

 

사바나 누나!

 

누나!

 

넌 잘 탈 줄 알았어

오늘 앨런 데리고 말을 탔는데
처음 타는 거래

 

멋진 왕자님 같은데

말의 육감 알지?
위험을 직감하는 거?

불길함을 느끼는 거?

 

자폐아도 그런 거 같아서

꼭 해보고 싶은 꿈이 생겼어

 

자폐아를 위한 여름학교

쟤 저러는 거 처음 봐

 

배고프니?

 

거기서 실컷
말을 태우는 거야

배고파?

 

평생 한번만이라도
아무 걱정없이 놀게

 

어때? 너무 황당해?

아니, 황당하지 않아

완벽한 꿈인 걸

 

받아라
메리 크리스마스

 


"존 타이리 씨"에게

- 7번째?
- 관심 끊어

이건 나 줄래?

33번째 편지
사바나에게

희소식은
나 딴 데로 배치됐어

 

역시 어딘진 말 못하지만

나쁜 소식은 막상 갔더니
전에 있던 데가 낫단 거고

보름달을 보니
네 생각이 더 간절하다

내가 어디에서 뭘 하든

저 달은 네가 보는 달과
똑같을 테니까

지구 반대편에서

 

존에게

 

밤마다 네 걱정하다
잠이 들어

어디 있을까 궁금해 하며

 

근데 오늘밤은 아냐

 

오늘밤 우린 함께 있으니까

 

어젠 너희 아빠한테 갔었어

 

여름방학이 끝나가서
학교 가기 전에 뵈려고

괜찮은 거지?

안녕하세요

파이 만들어 왔어요

저녁을 차려주셨어
일요일이라 라자냐로

그리곤 동전을 놓고
한참 이야기 꽃을 피웠지

이건 쳐주지도 않아
모양이 형편없거든

거들떠도 안 보지

아저씬 안 그렇죠?

 

안 그렇고 말고

뭐가 제일 좋으세요?

 

가지고 계신 것 중에
가장 애지중지 하시는 거요

있으세요?

 

78년도
5센트 불량 주화

제일 아끼는 거지

아무렴

 

왜요?
제일 비싸서요?

비싸긴 해도 제일은 아니다

그냥...

 

사연이 있는 거죠?

 

이건 말이다

네가 들려줘
지금 어디에 있든

사연이 뭐야?

 

사바나에게

다 말해준다고 약속했으니까

 

감사합니다

 

7살 때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집에 오다 보니
동전 하나가 이상한 거야

 

글쎄다

 

아빠도 이런 건
처음 보는데

 

네가 찾았니?

응?

그래?

 

불량 주화인데요

 

뭐요?

불량 주화요
잘못 만든 거죠

가끔씩 실수로
불량품이 나오는데 이건

앞은 5센트, 뒤는 1센트
아주 신기한 경우네요

네가 말한 말의 육감 말인데

애가 찾은 거니
제가 사드리죠

20달러

 

됐습니다

아버지도 그 육감이 있었어

가만, 잠깐만요

한번만 다시 봅시다

 

존, 어서 가자

세상에나

 

이게 뭔지 아세요?

아뇨

 

'4천 달러짜리 불량 주화'
봐요

'4천 달러짜리 불량 주화'
댁 동전이에요

 

한마디 해드려요?

아빠 대 아빠로?

갖고 있어요

잘 간수했다가
아들한테 물려줘요

아들이 또 아들한테
물려주고 하다보면

30, 40, 100년 후엔

 

4천 달러보다도
훨씬 값질 겁니다

내가 보장하죠

 

팔지 말고 둘까?

 

- 생각 잘했어요
- 고맙습니다

 

처음엔 같이
불량 주화를 찾아다녔어

공통 관심사가 생긴 거지

함께할 수 있는 일이

 

근데 너무 빠지시더라
너 우리 아버지 알잖아

난 사춘기가 됐고
너 나 알잖아

동전 전시회 보자고
그 먼 데를...

전 안 가요

안 그래도 주말마다 가면서

 

잘됐네
미지근한 우유 좋아하는데

동전에만 돈 쏟아붓지 말고
냉장고 좀 고쳐요

 

결국 나하곤
동전 얘길 안 하시게 됐지

 

그러다 보니 딱히
할 말이 없어지더라

 

그렇게 된거야

 

네가 너무 그리워서
가슴이 아프다

 

미안 미안

 

전달 사항이 있다

복무기간을 연장해주십시오

 

저도 연장해주십시오

 

저도 연장해주십시오

다들 잘 들어라
월요일에 작전명령이 오니까

주말 동안 잘 생각해 보도록

내겐 처자식이 있다

대위님은 빠지셔도 됩니다

그건 아니지
너흰 내 대원이다

너희가 가면 나도 간다

우리가 가면 모두 함께 간다

월요일에도 연장하겠다면
그렇게 한다

다같이

 

잘 다녀와라

- 몸조심하고
- 걱정 마

나가자
파리행 비행기 대령이야

확실히 준비됐지?

- 신나게 놀자
- 난 못 가

가야지, 무슨 소리야?

나 고향에 가야 돼

고향에?

겨우 이틀 휴가야

왔다갔다 빼면
18시간 땅에 발붙여

18시간이 어딘데

 

언제 다시 갈지 모르니까

가야 돼

 

뭐라고 해도 맘 안 바뀌지?

절대

 

존!

 

어디 가?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