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끔찍하군.

 

조사하고 있는거요?

 

조사요?

 

아뇨. 조사할게 뭐 있나요?

 

없죠.
당신이 조사하지 않는 한은.

 

벌레를 채집하는 중이었습니다.

 

뭐요?

 

벌레들이요.
저는 벌레들을 모읍니다.

 

제 전공이 이런 모래의 곤충들이거든요.

 

그럼 당신은 정부에서 나온
사람은 아니구만...

 

정부요?

 

아뇨. 저는 학교 선생입니다.

 

선생?

 

그렇군요.

 

살아가는데는 아주 많은 증명서가 필요하다.

 

계약서, 면허증, 신분 증명서, 허가증...

 

...권리증, 증명서, 등록증...

 

...조합원증, 추천장, 계산서, 차용증...

 

...임시 허가증, 동의서, 소득 증명서.

 

더 없나?

 

빠뜨린거 없나?

 

사람들은 대체로 실수하는 것을 아주 두려워한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그들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낸다.

 

그 생각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거기엔 끝이 없다.

 

당신은 내가 너무 많이
따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지는건 사실이다.

 

선생.

 

지금 뭐하고 있는겁니까?

 

뭐하냐고요?
내일 다시 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중입니다.

 

막차는 끊겼어요.

 

그렇군요.

 

묵을 곳이 있겠죠, 뭐.

 

이 마을에서요?

 

여기가 아니더라도,
고속도로변에 가까이 가면 있겠지요.

 

걸어갈 겁니까?

 

급할거 없으니까요.

 

그렇게 멀리 갈 필요 없어요.

 

선생만 괜찮다면,
내가 묵을 곳을 알아봐주겠소.

 

보다시피 가난한 마을이긴 하지만,
선생만 괜찮다면야.

 

그래요?
정말 고맙습니다!

 

내일을 위해 푹 쉬어야겠군요.
그리고 저는 민박 하는걸 좋아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조심해요.
깊은 구멍이 양쪽에 나 있어요.

 

이봐, 뭐 하고 있어?
손님 모시고 왔어!

 

거기 가마니 옆에 사다리 있어요.

 

괜찮은 집인가요?

 

쉬시기엔 편한 집이에요.

 

그럼...

 

줄 사다리네요?

 

이 동네에선 이렇게 해요...
다른데엔 없나?

 

이거 아주 모험이군요.

 

로프에 가까이 붙으세요.

 

꽉 잡아요.

 

위를 올려다보지 마세요...
모래가 떨어지니.

 

이쪽으로 오세요.

 

이리로.

 

신세 좀 지겠습니다.

 

드실 것 좀 준비할게요.

 

고맙습니다.

 

가능하다면, 목욕을 먼저 했으면 하는데요.

 

예에...그런데...

 

아, 그럼 괜찮습니다.

 

죄송해요. 모레면...

 

모레요?
그럼 어렵겠네요.

 

저는 휴가 받은게 사흘 뿐이라서요.

 

죄송해요.

 

등불이 하나 뿐인가요?

 

괜찮아요. 저는 곧 끝나가요.

 

전기가 없으니 불편하군요.

 

드세요.

 

고맙습니다.

 

조개하고 도미인가요?
이거 좋죠.

 

지역 특산물 맛이 최고지요.

 

이건 뭐죠?

 

모래가 떨어져서요.

 

왜요?

 

지붕이 새나요?

 

아뇨, 새로 이어올린 초가 지붕도
마찬가지에요.

 

왜요?

 

몹쓸놈의 나무좀벌레 때문에요.

 

나무좀벌레요?

 

예, 그 놈들은 나무에 구멍을 뚫어요.

 

흰개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뇨, 이렇게 크고요.
등껍질도 딱딱해요,

 

톱사슴벌레인가?

 

색깔이 불그레하고,
더듬이가 길지 않나요?

 

아뇨, 청동 빛깔에...
낟알처럼 생겼어요.

 

그럼 나무좀벌레라는게...?

 

이만한 대들보가 물렁물렁해졌다가,
썩어버려요.

 

그 좀벌레 때문에요?

 

아뇨, 모래 때문에요.

 

모래요? 왜요?

 

제 생각엔, 습기 때문인거 같아요.

 

그럴리가 없어요.

 

모래는 본래적으로 말라있어요.

 

그렇지만 그게 썩게 만든다니까요.

 

농담하지 마세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요.

 

모래는 말라서 사막으로 변해요.

 

축축한 사막이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 말 들어봤어요?

 

차도 좀 주세요.

 

그렇지만 그게 썩게 만들어요.

 

모래가 나막신에 남아 있으면,
보름만에 나막신이 썩어버려요.

 

말도 안 돼요.

 

나무가 썩고, 그걸 모래가 한다니까요.

 

오이를 기를 수 있을만큼 많은 모래가
천장에서 흘러내려요.

 

그만 하죠.
중요한 문제도 아닌데.

 

더 드실래요?

 

아니, 됐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끔찍하군요!

 

바람이 불면...

 

모래가 하룻밤 사이에,
한, 두자는 쌓여요.

 

보세요, 깔개도 축축해요.

 

다른 사람들은요?

 

당신 가족 말이에요.

 

혼자 살아요.

 

작년에, 폭풍이 제 남편과 아이를 삼켜버렸어요.

 

삼켜버렸다고요?

 

모래가 폭포처럼 흘러내렸어요.

 

닭장이 위험해져서,
남편이 밖으로 나갔는데...

 

묻혔나요?

 

무서운 바람이었어요.

 

끔찍하군요.

 

정말 끔찍해요.

 

모래 때문에 그래요.

 

연구하세요?

 

예.

 

아, 혹시 이런 곤충을 본 적이 있나요?

 

수포 딱정벌레에요.

 

여기 있네요.

 

제 목표는 이 놈을 찾는겁니다.

 

여러 종류가 있죠.

 

새로운 종을 찾기만 하면,
내 이름이 곤충 도감에 오를 수도 있을거에요.

 

그렇게만 되면 나한테 최고죠.

 

어이, 그 일꾼이 쓸 연장 가져왔어!

 

누군가가 있긴 하군요.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저 사람이 "일꾼"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을 가리키는거에요.

 

나를요? 왜요?

 

신경쓰지 마세요.

 

잘못 부른겁니까?

 

계속 등불 쓰실래요?

 

저야 물론, 있으면야 좋죠.

 

그렇게 하세요.
전 없어도 익숙하니까요.

 

불결하군!

 

그러지 마세요.

 

도와드릴까요?

 

아뇨, 첫날에는 그러실거 없어요.

 

첫날이요? 다시 그러시는군요.

 

저는 오늘밤만 있을겁니다.

 

항상 밤에 일해요?

 

예, 모래가 축축할 때 하면
다루기가 더 쉽거든요.

 

어이, 나르개 내려간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도와드리죠.

 

됐어요!

 

됐어요!

 

아주 힘들겠어요.

 

이곳 사람들은
아주 강한 정신이 있어요.

 

어떤 정신이요?

 

고향을 사랑하는 정신이요.

 

그렇군요. 훌륭합니다.

 

언제까지 일하실겁니까?

 

아침까지요.

 

모래는 기다려주지 않거든요.

 

됐어요!

 

으스스하군!

 

 

이상하네. 사다리가 없잖아.

 

부인.

 

좀 일어나보세요.

 

죄송합니다만, 사다리 좀 가져다 주시겠습니까?
밖에 없네요.

 

그만 가볼까 합니다.

 

휴가 받은게 3일뿐이어서,
낭비할 시간이 없거든요.

 

이런!

 

그건 줄사다리였어!

 

그건 아래에서는 걸 수가 없잖아!

 

서로 짜고 한 짓이었군요!

 

미안해요.

 

미안하다고요?
무슨 뜻입니까?

 

무슨 뜻이냐니까요?

 

미안해요.

 

그말만 하지 말고요!

 

나는 할 일이 있어요!
나한텐 시간이 중요하단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해하셔야해요, 알았죠?

 

이해요?
내가 어떻게?

 

여자 혼자서 여기서 사는건
진짜로 너무 힘들어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입니까?

 

곧 바람이 불어올거에요.
모래 폭풍은 위험해요.

 

내가 당신의 포로요?

 

미안해요.

 

농담하지 마시오!
난 떠돌이가 아니란 말이오!

 

난 직업이 있어요!
이 나라 시민이란 말이오!

 

날 찾으려고 수색이 시작되면 어쩔거요?

 

불법 감금은 죄란 말이오!

 

늦장을 부리면,
집이 모래에 묻히게 될거에요.

 

내 알게 뭐야!

 

왜 나를 붙잡는거요?

 

집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그럼 묻혀버리라지!

 

당신은 뭘 어쩔 수 있다고?

 

당신은 왜 여기 남아 있으려는거요?

 

분명히 제 정신이 아니야!

 

이봐요, 여기 마을 사람들한테
충성할 필요 없어요!

 

이런 식으로 하는건 소용이 없어요.

 

모래가 무서우면,
과학적으로 해결하려고 해야죠!

 

마을 사람들도 그걸 생각해봤지만,
이렇게 하는게 제일 싸요.

 

그런 생각은 집어쳐요!
이 마을 책임자를 불러요.

 

이렇게 하는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내가 설명하겠소.

 

어서요.

 

연락할 방법이 뭐 있을거 아니오...?

 

...깡통 같은걸 두드린다든가..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나는 불가능한 짓을 하고 있는게 아니야.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있는게 아냐.

 

깨셨어요?

 

좀 어떠세요?

 

괜찮아요.

 

닦아 드릴게요.

 

그만해요! 아프단 말이오.

 

아파요?

 

그래요.

 

마사지 해드릴까요?

 

농담해요?
팔을 부러뜨릴려고!

 

당신이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면,
의사나 불러주시오!

 

속은은 아직 안 말랐소?

 

침대에선 아무 것도 입지 마세요.
그러는게 가장 좋아요.

 

어째서?

 

모래 때문에 발진이 생겨요.

 

모래가 습기를 빨아들이거든요.

 

입 다물어!
가만히 있어!

 

참어.

 

우린 서로 빚갚은거야.
당신은 이래도 싸.

 

사람은 개가 아니야.

 

개처럼 묶어 둘 수 없다고.

 

어이, 무슨 일이야?

 

이봐, 서둘러!

 

우리가 기다리잖아!

 

줄을 잡아 당겨요!
난 놓지 않을거요!

 

그 여자는 묶여 있소!

 

여자를 구하고 싶으면,
줄을 잡아 당겨요!

 

안 되지!

 

니들이 아직 이긴게 아니야.

 

전투는 이제 시작이야.

 

앞으로 곤경에 처할 사람들은 너희들이야.

 

당황할 필요 없다.

 

내가 유리하다.

 

좋은 경험이 되겠지.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

 

돌아가면, 이 일에 대해 글을 쓸 수도 있겠군.

 

이상은 없군.

 

이것 봐. 저들이 미리 축하해주려고,
우리한테 정종을 보냈군.

 

쿠데타?

 

바람 잘 날이 없군.

 

담배줘?

 

아뇨. 담배 피우면 갈증이 나요.

 

그럼 물 줄까?

 

아직 괜찮아요.

 

겁 먹지는 마.

 

악의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니까.

 

아파?

 

조심해야 해요.
식량은 일주일에 한 번만 배급해요.

 

식량 배급?

 

예, 남자들이 있는 집에만요.
마을 조합에서 그 돈을 치러요.

 

더 이야기해봐.

 

전에도 나같은 사람들이 있었어?

 

우리는 일손이 많이 필요해요.

 

어떤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작년 가을에는,
우편엽서를 파는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여행자 카드를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었죠.

 

더 있어?

 

예, 올해는...

 

답사를 온 학생 한 명.

 

세 집 이상에서 일했어요...
그 학생은 아직도 있어요.

 

줄사다리는 그자들이 치운거겠지?

 

젊은 사람들은 남아 있으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도시에서는 돈을 더 많이 주잖아요.

 

거기엔 1년 내내 극장과 식당이
문을 열고 있죠?

 

멍청한 인간!

 

왜 그래?
아파?

 

오른쪽 귀 뒤 좀 긁어주시겠어요?

 

이렇게?

 

저기요. 물 좀 주시겠어요?

 

물 좀! 제발이요!

 

남은건 이것 뿐이야.
다음번 배급 날짜는 언제야?

 

됐어?
그만 먹어!

 

입 다물어!
사서 고생하지 말고!

 

풀어 줄까?

 

네가 불쌍해서 이러는게 아니라는것만 알아둬.

 

다만 네 일그러진 얼굴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래.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내 허락없이는,
삽을 만져서는 안 돼.

 

예, 약속할게요!
뭐든지 약속할게요!

 

내가 고통을 받으면,
너도 고통받아.

 

그러니까 생각 잘 해.

 

어디가?

 

어떻게 좀 해 봐.

 

우린 이틀 동안 모래를 퍼내지 않았어요.

 

물! 난 지금 물 이야기를 하는거야!

 

넌 목이 안 말라? 나는 널 도와줬잖아!
그런데 너는 왜 협조를 안 하는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일을 시작하면...

 

바보같은 소리 집어 쳐!

 

누가 무슨 권리로
나한테 이런 일을 시킬 수 있어?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일이라는게 있어.

 

난 선생이야.
그리고 꽤 능력있는 학자야.

 

내 능력에 맞게 나를 제대로
써 먹을 생각을 해야지!

 

예를 들면, 우리는...

 

모래가 갖고 있는 매력을
이용할 방법을 생각해보는거야.

 

어쨌거나, 나도 그것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으니까.

 

진담이야.

 

아마 그 엽서 판매원도
그 이유에서 이리로 왔을거야.

 

그걸 광고하고 새로운 여행지로서
그걸 개발하는거야.

 

모래가 해가 될게 아니라,
너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거야.

 

그렇지만 여행지로 만들려면,
온천이 있어야해요.

 

그래, 내가 한 말은
그저 하나의 의견일 뿐이야.

 

모래가 어떤 농작물을 기르는데 유용할 수도 있겠지.

 

청년 조합에서 몇 가지 작물을 길렀어요.

 

땅콩이나 튤립 같은거.

 

그들이 그러는데, 튤립 뿌리가...

 

...도쿄에서 열리는 농산물 박람회에
출품해도 될 만큼 아주 컸대요.

 

아마 당신이 봤으면...

 

그만 해!

 

원숭이도 훈련만 시키면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원숭이...요?

 

그건 몸에 안 좋아요.

 

목이 타는거 같아.

 

다 소용 없는 짓이야.

 

하려고만 한다면,

 

모래는 도시를 아니
나라까지도 집어 삼킬 수 있어.

 

그거 알고 있어?

 

사브라타라는 로마의 한 마을과...

 

...루비야트에 있던 어떤 마을이...

 

직경 8밀리미터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모래입자에 의해 묻혀버렸어.

 

모래와 싸울 수는 없어!

 

가망 없는 짓이야!

 

이러지 마세요!

 

안 돼요!

 

사다리를 만들거야!

 

그러지 마세요!

 

내가 털어줄까?

 

도시에 사는 여자들은
다 예쁘지 않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해줄게.

 

제기랄!

 

내 피가 썩어버릴거야!

 

이런 더러운 짓거리!

 

어떻게 하면 되는거야?

 

뭐라도 해봐, 내 피가 썩어버릴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일을 시작하면...

 

알았어, 내가 졌어!
당신이 이겼어!

 

왜 그래요?
물이 와요!

 

이제 저도 좀.

 

왼손으로 조금 더 밑을 잡아요.
그리고 오른손을 사용하세요...

 

...그러면 조금 덜 힘들어요.

 

잠이 부족해.

 

쉬셔도 돼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힘든거에요.

 

내 핏줄이 시멘트로 가득찰 정도는 되야,
힘든줄을 모르겠지.

 

누구나 처음엔 힘들어요.

 

내가 앞으로 이 일에 익숙해질까?

 

그럼요.

 

난 모르겠어.

 

이런 짓거리가 다
쓸데 없는 거라고는 생각 안 해?

 

당신은 살기 위해 모래를 퍼담는거야? 아니면
모래를 퍼담기 위해 사는거야...?

 

물론, 이 일이 도쿄에서
지내는 것보다야 재미 없죠.

 

도쿄 얘기를 하자는게 아냐!

 

당신은 이렇게 갇혀 사는걸
어떻게 참을 수 있지?

 

여긴 내 집이니까요.

 

그럼 당신 권리를 요구하며 살어.

 

난 구출될 까지만 할거야.

 

구출이요?

 

물론.

 

휴가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어.
사람들이 우리집에 찾아올거야.

 

사람들은 내 방에
펼쳐진 채 놓여진 책을 발견할거고...

 

...옷주머니에 돈이 그대로 남아있는것도 보게될거야.

 

그들은 분명 이상하다고 여길거야.

 

그렇지만 당신에게 이건,
일생이 달린 문제야.

 

내 가족이 여기 묻혀 있어요.

 

남편하고 딸이...

 

그럼 당신은...?

 

그 시신을 파내면 떠날거야?

 

당신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다리를 내려주는지 알고 있어.

 

난 밖에 나가면 할게 없어요.

 

여기 저기를 걸어다닐 수 있어!

 

걸어다녀요?

 

그래!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는건 대단한거야.

 

그냥 걸어다니면,
당신은 더 피곤하지 않겠어요?

 

농담 집어쳐!

 

영원히 묶여 있으면
개라도 미치는 법이야!

 

하물며 우린 사람이야!

 

그렇지만 모래가 없다면,

 

아무도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을거에요.

 

안 그래요? 당신 조차도...

 

이것 좀 봐.

 

저리 치워요.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이걸 찾기 위해서야.

 

호랑이 딱정벌레의 일종이야.

 

가위 있어?

 

가위요?

 

수염 좀 깍으려고.

 

있을거에요...

 

잘 들지는 않을거에요.

 

녹이 많이 슬었군.

 

모래 때문에 그래요.

 

잘 안 들어.

 

안 돼요?

 

잘 접히지도 않아.

 

배급 줄 때, 면도칼 좀 달라고 할게요.

 

어때? 수염에 붙은 모래 때문에
얼굴이 긁힐걸.

 

진짜 그러네요!
그 놈의 모래가 모든걸 엉망으로 만들었군요.

 

어이, 빨리 해!

 

알았어요! 고마워요!

 

당신 "남편"은 어딨어?

 

배탈 났어요.
찬 걸 먹었나봐요.

 

그 친구를 많이 사랑해?

 

목욕 할래?
도와 줄까?

 

아뇨, 오늘은 피곤해요.

 

나는 하고 싶군.

 

안 돼요, 당신은 아프잖아요.

 

몸이 끈적끈적해.

 

땀을 많이 흘렸나봐.

 

물을 끓일까요...?

 

그래.
내가 거들어줄게.

 

놔둬요. 제가 할게요.

 

무슨 생각해요?

 

아니, 그냥 뭐.

 

사진 찍어 줄게.
거기 서봐.

 

싫어요.

 

서보래두.

 

웃어.

 

집에 돌아가고 싶죠?

 

왜 물어?

 

당신한테는 라디오가 있는게 좋잖아요.

 

그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웬 헛소리야!

 

그럼 도쿄에서 일어나는 일도 알게 되잖아요.

 

그런게 싫어서 곤충을 채집하러
다니기 시작했던거야.

 

곤충 도감에 이름이라도 올리면,
없는 것보다야 훨씬 좋을테고.

 

그렇지만 라디오가 있으면,
당신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르죠.

 

알고 있어.

 

위로해 줄려고 한 말은 다 끝났어?

 

당신 아직도 아프잖아요.

 

잠 잘 수 있도록 도와줄게.

 

그런거 없어도 잠은 잘자요.

 

좀 마셔도 돼.

 

못 마셔요.

 

괜찮아. 오늘은 이러고 싶군.

 

물 끓어요.

 

이리 와.

 

이러지 마세요.

 

자, 쭉 마셔.

 

그렇게 해주니까 기분 좋군.

 

당신 못됐어요.
난 아주 피곤한데.

 

도와줘요!

 

누가 좀 도와줘요!

 

도와줘요!

 

그거 잡아.

 

이 줄로 나 좀 끌어내주세요.

 

나무 뿌리처럼 끄집어 낼 수는 없어.

 

우리가 파내 줄테니까,
널판지나 잘 잡아.

 

우린 이런거 잘 하지.

 

이 주변은 유사(流砂)야.
개조차도 접근을 안해.

 

전에 몇 명이나 여기 빠졌지?

 

여행하는 놈들이야 모르니까.

 

우리가 파내면,
값어치 될만한걸 건질수도 있겠군.

 

사진기 두, 세 대는 확실히 있을거야.

 

조용히 해.

 

미안해요.

 

차 좀 드릴까요?

 

몇 시야?

 

모르겠어요...한 8시 30분쯤?

 

실패했어.

 

예.

 

아주 완전히 실패했어.

 

저기 혹시...

 

...아내가 있어요?

 

도쿄에...

 

당신이 알 바 아니잖아.

 

예.

 

완전히 망했어.

 

성공했었다면, 라디오를 하나 사서,
당신한테 보내줄 생각이었어.

 

라디오?

 

갖고 싶어했잖아...

 

그랬군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내가 일해서, 여기서도 살 수 있어요.

 

난 실패했어.

 

씻겨 드릴까요?

 

주변 지리를 알아뒀어야만 했어.

 

사람들이 날 찾으러 올거야.

 

내 뒤에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어...

 

...문부성...사친회...

 

그들은 나를 이대로 내버려두지 않을거야.

 

어서요. 제가 씻겨 드릴게요.

 

저건 뭐에요?

 

내 희망.

 

까마귀 덫.

 

여기에 미끼를 넣어놨어.

 

까마귀가 그걸 먹으려고 하면,
모래가 까마귀를 덮어버릴거야.

 

그렇지만 까마귀는 아주 똑똑해요.

 

배가 고프면 멍청해지게 되어 있어.

 

그런데 그게 왜 당신 희망이에요?

 

희망이니까.

 

까마귀 다리에 구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매달거야.

 

사람들은 오지 않아요.
이제 거의 세 달이 지났어요.

 

누구 말하는거야?

 

당신을 구해줄 사람들이요.

 

그들은 당신이 도망갔다고 생각할거에요...

 

일에 지쳐서.

 

그럴리 없어.

 

집에는 통장도 남아 있어.

 

책상에 책도 펴 놓은채로 있고.

 

누군가는 알아 낼거야.
그 방안에서 구조의 외침을 들을 수 있을거야.

 

거기 뭐가 있는데요?

 

뭐라고?

 

도쿄에 말이에요...

 

그러니까 가서 보자고 했잖아!

 

아주 많이 있지.

 

어이, 배급!

 

잠깐만! 잠깐만요!

 

나 좀 잠깐만 올려줘요!

 

하루에 한 번,
바다를 볼 수 있도록, 30분만 시간을 줘요!

 

도망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20분! 아니 10분이라도!

 

지난 석 달동안 잘 해왔잖아요.
이대로는 미칠 것 같아요!

 

의논해보고, 알려주지!

 

제발!
당신이 날 감시하면 되잖아요!

 

열심히 일하는군.

 

20개 더 모았어요.
이제 곧 1000엔을 벌거에요.

 

병신 새끼!

 

나는 개처럼은 죽지 않아!

 

라디오, 집어 쳐.
곧 있으면 당신 도움따윈 필요없어.

 

저 자들이 어떻게
당신의 친구가 될 수 있어?

 

난 알아.

 

사람은 다 자기 잇속만 차리는 법이야.

 

충성스런 개처럼, 꼬리나 흔드는 꼴이라니...

 

얼마 안 있어, 우리만 남겨질거야.

 

그럴리가 없어요!
우린 모래가 있잖아요!

 

모래라고? 그게 있다고 좋을게 뭐가 있어?
그건 골치덩어리일 뿐이야.

 

그걸 팔잖아요.

 

어디에?

 

마을에 있는 공사장에.

 

장난해?
그건 불법이야...소금기 있는 모래잖아!

 

비밀로 하잖아요...반 값만 받고.

 

그로 인해 댐이나 건물이 부식되면,
완전 끝장이야.

 

그건 남들 사정이죠.

 

그래, 그건 남들 사정이지.

 

그렇지만 이 엉터리 짓으로
다른 놈들이 돈을 버니까 문제지.

 

그 자들을 왜 돕는거야?

 

조합에서 모래를 사서 파는 거에요.

 

조합 사람들은 나한테 잘해줘요.

 

제가 채로 걸러낼게요.

 

이건 물 위에 집을 짓는 것이나 진배없어.

 

보트만도 못하지.

 

꼭 집만 고집할게 뭐야?

 

당신도 집에 가고 싶어하잖아요.

 

그건...

 

비록 불가능할지라도...

 

어쩌면,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희망만 있다면...

 

매일 아침 잠이 들 때마다
너무 무서워요.

 

깨어나면 다시 혼자가 되어 있을까봐서요.

 

정말로 너무 무서워요...

 

그거 여기다 담아.

 

열심히 일하시는군, 선생.

 

뭐야...모래 옮기기엔 아직 이른 시간인데.

 

바다를 보고 싶소?

 

예. 부탁입니다!
허락해 주시는 겁니까?

 

우리가 그 문제를 생각해 봤는데...

 

부탁입니다. 이제 도망 안 갑니다.
한 시간 쯤 가능할까요?

 

그럼 우리 앞에서 그 짓을 해봐.

 

당신들 둘 다, 앞으로 나와서,
모든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도록.

 

그 짓이요?

 

그래, 그 짓.

 

그래, 네 계집하고 말이야.

 

잘 알잖아!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
다들 좋대!

 

뭐 하고 있는거야? 어서 해봐!

 

어쩌지?

 

말도 안 돼요!

 

이번이 기회야.

 

저런 소리 듣지 말아요.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어.

 

뭐라고요? 우린 변태가 아니에요!

 

어짜피 우린 돼지나 마찬가지야!

 

가만히 있어!
하는 척만 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이게 뭐지?

 

이상하군.

 

지난 3주 동안 비 한방울 안 왔는데...

 

모세관 현상?

 

바로 그거야!

 

그렇다면 이젠 우리에게
물이 충분하다는 뜻이 되겠군.

 

표면 증발이 흡입 펌프의 역할을
하는 것이 틀림없어.

 

모래가 곧 펌프야.

 

펌프의 역할을 하고 있는거야.

 

이 물을 저장할 더 효과적인 시스템을
고안해 낼 수 있겠군.

 

끔찍하군. 숨을 못 쉬겠어.

 

곧 12월이에요.

 

또 해요?

 

날씨가 추워지면 식량이 부족하게 되면,
까마귀 잡는게 더 쉬워져.

 

정말, 인간들이란...

 

이번엔 진짜 사냥꾼이 될 차례야.

 

라디오가 있으면,
일기 예보를 들을 수 있을텐데.

 

두려워요.

 

물 끓는 동안 이거 묻고 올게.

 

내일까지만!

 

도와줘요!

 

누구, 이리 좀 와봐요!

 

무슨 일이야?

 

아파요!

 

애기군.

 

애기요?

 

언제부터 이래?

 

10월부터.

 

아파?

 

구역질은?

 

애기가 잘못 들어선 것 같군.

 

그걸 어떻게 알죠?

 

이 친구는 수의사집에서
말에 편자를 박는 일을 했었어.

 

어쨌거나, 의사를 불러요!

 

부르면 너무 늦을거야.

 

요즘 의사들이라는게...

 

트럭 준비해.

 

도착했어.

 

무서워요.

 

바람 좀 잦아들었어요?

 

그래, 한결 조용해졌어.

 

어떻게 하지?

 

요하고 다른 것도 다.

 

시작하자.

 

아래에다 판자를 대.

 

여기, 라디오.

 

라디오군요.

 

때가 안 좋군요.
열어서 틀어줄까?

 

만져 볼래?

 

요로 잘 싸.

 

판자는 더 없소?

 

뒤꼍 선반에서 하나 빼다 쓰세요.

 

저 밑에. 그거.

 

가고 싶지 않아요!

 

저기, 있잖습니까...

 

뭐요?

 

아닙니다, 나중에 말하죠.

 

안 가고 싶어요.

 

끌어 올려!

 

싫어요.

 

싫어요...싫어요...!

 

이제 더 이상 서두를 필요가 없다.

 

나는 이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이 물탱크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말해주는게 제일 좋을 것이다.

 

오늘이 아니라면, 내일이라도.

 

확실한건,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말하게 될거라는 것이다.

 

탈출은 그 후에 생각해도 된다.

 

실종자 명부

 

니키 줌페이, 1927년 3월 7일생

 

실종자로 등재 후,
7년 이상 생사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