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unters at the End of the World (2007)

감독 / 베르너 헤어조그

 

세상 끝과의 조우
 

 

이 장면은 남극 로스 해
빙하 밑을 촬영한 것이다

 

난 이걸 본 후 남극 대륙에
가고 싶어졌다

 

촬영한 사람은, 이 전문 잠수부들
가운데 하나인 내 친구다

 

뉴질랜드에서 가려면 군용 수송기를
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장비는 쇠사슬에 묶어서 실었다

 

대부분의 탑승객들은 컴퓨터와
책 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곤하게 잠든 이들도 있었다

 

세상의 끝 남극 대륙에서
조우하게 될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의 꿈은 무엇일까?

 

우리는 끝없이 공허한
미지의 세계로 날아갔다

 

난 내 자신이 이 비행기를
탔다는 게 놀라웠다

 

미 국립과학재단의 초대로
이곳에 오게 됐는데

 

사실 난 또 다른 펭귄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내가 품고 있는 자연에 대한
의문점은 남다르다

 

내 호기심은 이런 것이었다

 

인간들은 왜 가면과 깃털로
자신들의 정체를 숨길까?

 

말을 타고 악당을 추격하고픈
충동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하이 요, 실버!

 

왜 어떤 종류의 개미들은
진딧물을 이용해서

 

설탕물을 얻는 것일까?

 

침팬치 같은 고등동물은
하등동물을 이용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뭘까?

 

염소 위에 올라타 석양을 향해
달려갈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던 내가 맥머도에 있는
얼어붙은 활주로에 내리고 있었다

 

10월부터 2월까지 지속되는
남극 대륙의 봄과 여름철에는

 

얼음의 두께가 2.4m는 돼야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다

 

저 멀리 남극횡단산맥이
자리하고 있다

 

맥머도 기지가
있는 곳은 섬이다

 

로스 해는 남극에서
가장 큰 만이다

 

이 만의 면적은
텍사스 주와 비슷하다

 

이 얼어붙은 대양에서

 

어느 초창기 탐험대의 배는
부빙 속을 헤쳐 나아갔고

 

섀클턴 탐험대는
이곳에서 철수하다

 

결국 배가 좌초되어
난파되었다

 

오늘날 설상차의 원형을 포함해

 

당시 탐험대의 장비는
그야말로 다 구식이었다

 

100년 전의 기술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발상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모든 도전에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다

 

착륙하고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건

 

거대한 버스와 기사였다

 

- 지금 치우고 있어요, 고마워요
- 천만에요

 

'아이반'은 오프로드용 버스인데
전 세계에 딱 7대 있어요

 

무게가 30톤이나 되며 남극에서
가장 거대한 수송수단이죠

 

혹시 고국에서
택시 기사로 일했나요?

 

스콧 롤랜드 / 운송팀
택시 기사는 아니었어요

 

실은 남극에 오기 전에
콜로라도에서 은행원으로 일했죠

 

그러다가 한 2년쯤 지난 후
아등바등 살지 않기로 하고

 

과테말라 사람들을 도우러
평화봉사단에 들어가서

 

소규모 사업개발팀에서
일했어요

 

돈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거든요

 

과테말라 북부 지역에서 살았는데
마야족이 사는 마을이었죠

 

99%가 마야족이라 스페인어를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마야 방언인 '켁치'를
배워야 했죠

 

처음 치섹에 갔을때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칼을 든 6명의 사람들이
뒤따라오더니 얘길 하자더군요

 

알고 보니 절 아동 유괴범으로
오해했더라고요

 

그게 절대 아닌데 말이죠

 

판사에게 끌려갔는데 배심원이
14살짜리 꼬마였습니다

 

다행히 스페인어와 켁치를
다 할 줄 알더라고요

 

운좋게 풀렸났고 그뒤로

 

그 녀석과 2년 넘게
친구로 지냈죠

 

- 배심원이 방면시켜 줬군요
- 무죄로 인정받아서 나올수 있었던 거죠

 

- 위험할 수도 있었겠네요
- 네, 그래요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인데
한 여자가 아이 사진을 찍다가

 

칼을 들고 다니는
바로 그 무리한테 잡혔대요

 

안타깝게도 그여자는
풀려나지 못했죠

 

어떻게 됐나요?

 

칼에 맞아 죽었어요

 

맥머도 기지로 향하고 있다

 

가장 거대한 미국 기지로
사실상 남극 최대 규모다

 

저기가 스콧 대장의 오두막인데
1902년에 세워졌죠

 

남극의 여름철엔 약 천 명쯤 되는
주민들이 신기한 현상을 경험한다

 

5달 동안 밤이 없는 것이다

 

맥머도 기지는
보급 창고이며

 

남극 관측을 위한
연구 시설도 제공한다

 

과학 프로젝트에 관한
모든 결정은

 

나를 이곳으로 초대한
국립과학재단의 영역이다

 

군 용역업체가
이곳의 물자를 관리하는데

 

예전 거주자들은 그들이
꼭 교도관들 같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좋은 사람들이었고
단지 내 안전을 너무 걱정할 뿐이었다

 

물론 나도 때 묻지 않은 풍광과

 

펭귄들과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맥머도 기지가 보기 흉한
탄광촌 같아서 놀라웠다

 

중장비들과 건설현장의
소음도 심했다

 

저 육중한 장비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뭐 때문에 남극에 왔을까?

 

        슈테판 퍄쇼브
       철학자, 지게차 기사

 

얘기가 좀 긴데요

 

저는 관념과 생각이 넘치는
다양한 세계를 탐험해 왔습니다

 

글을 배우기도 전부터 그랬죠

 

할머니께서 오디세이와 일리아드를
읽어 주셨는데

 

그 덕분에 전 환상 속을
여행하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는 건지
방법도 모른 채

 

정신과 영혼이
이끌리고 있었죠

 

오디세우스와 아르고호 원정대와
놀라운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했고

 

그때마다 그 세계의
황홀함에 매료됐고

 

그 세계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그 느낌이 몹시 강렬해
지금까지도 잊지 못해요

 

우리가 어떻게 세상의 끝에서
만나게 된 걸가요?

 

이곳은 서로를 발견할 수 있는
논리적 공간이니까

 

당연한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지도와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릴
작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도상의 모든 선이 수렴되는
이곳에서 만나는 건 당연합니다

 

남극점의 남단은
세상의 끝이에요

 

상당한 인구가
여기 살고 있는데

 

여행 전문가나
비정규직 일꾼들이죠

 

그들은 전문적인 몽상가들이에요
늘 꿈을 꾸죠

 

그 사람들을 통해 우주를 향한
꿈의 결실을 맺는 것 같아요

 

우리의 꿈을 통해
우주의 꿈이 완성되는데

 

그걸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꿈을 꾸는 거죠

 

맥머도 기지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곳엔 전문적인
몽상가들로 가득하다

 

밤이면 이곳 맥머도 기지에 있는
침대에 누워 꿈을 꾸죠

 

      더글러스 마카욜 / 빙하학자
꿈속에서 저는 B-15 빙산 위를 걷는답니다

 

      더글러스 마카욜 / 빙하학자
 

 

남극의 한 지점에
서있는 것이지만

 

전 속으로 대양을 표류하는
방랑자라고 생각해요

 

발 밑에서는
빙산 소리가 들리죠

 

변화, 그러니까
빙산의 탄성이 느껴져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해저에서 올라오고 있죠

 

전 해류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발밑에서 올라오는 소리는

 

빙산이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속삭이죠

 

전 그런 꿈을 꿉니다

 

이 연구실은
참 따뜻하고 아늑해요

 

하지만 저기 바깥은 말이죠

 

약 100년 전, 스콧과 섀클턴이
처음 직면한 바로 그곳이죠

 

스콧과 섀클턴은
저 거대한 얼음덩이를

 

남극에 가기 위해 꼭 건너야 하는
움직이지 않는 괴물로 간주했어요

 

하지만 오늘날 과학자들은
역동적인 존재로 생각합니다

 

제가 연구하는 빙산처럼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로 보죠

 

정말 너무 신기해요

 

제가 이곳에서
연구하는 빙산은 말이죠

 

타이타닉 호를 침몰시킨
빙산보다 큽니다

 

타이타닉 호 자체보다도 크고

 

그 배를 만든 나라보다도
더 거대하죠

 

정말 엄청납니다

 

이것이 B-15 빙산이에요

 

바로 이게 백색 절벽인데
높이가 45m죠

 

해수면 아래에 잠겨있는 부분은
300m가 넘어요

 

이 빙산이 얼마나 거대한지
그 속에 포함된 물만 해도

 

요르단 강을
1,000년간 흐를 양이죠

 

나일 강에서는 75년간
흐를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빙산으로 비행할 때
카메라에 담은 화면이에요

 

불쑥 나타난 거대한 모습이
압도적입니다

 

헬기를 타고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빙산이 항상 우리 위에 있는 것 같았죠

 

그 점이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입니다

 

빙산의 중심에 도착했을 때
찍은 화면이에요

 

장비를 꺼내

 

빙산이 어떻게 북쪽으로
떠내려가는지 살펴보고 있어요

 

얼마나 거대한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남극을 지나 바다에서
녹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빙하와 남극 대륙을

 

인공위성으로 저속 촬영한
영상이에요

 

세 가지 회색 음영이 나타나는데

 

여기 이 밝은 부분이 빙하입니다

 

이 조각들은
타이타닉 빙산이에요

 

여기 이건 다른 빙산에 비해
별로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크기는 지중해의
시칠리아 섬만 하죠

 

북쪽으로 흘러가면서
바닷물이 따뜻해지니까

 

신이 나서 윙윙 날아다니는
작은 꿀벌처럼 보입니다

 

저도 한 덩어리로 된
남극 대륙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과거 탐험가들이 봤던 정지 상태의
차가운 빙하 통합체 말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남극 대륙을
편하게만 볼 수가 없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생명체거든요

 

남극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고
그걸 보여주고 있어요

 

세상 또한 그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죠

 

제 직감으로는

 

빙산들이 북쪽에 다다랐을때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겁니다

 

섀클턴 탐험대 대원들이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어떤 환경을 만나게 될까?

 

여기까지 왔던 섀클턴은
남극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는 불과 160km를 남겨 두고
원정을 포기해야 했었다

 

그때도 빙하는 남아 있을까?

 

아니면 스튜디오에
남극 세트를 지어

 

가짜 빙산 사이로
원정 경로를 찾아야 할까?

 

기계로 얼음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의 유일한 대안일까?

 

맥머도 기지의
아이스크림 제조기예요

 

라이언 A. 에반스 / 영화제작자, 요리사
고국의 아이스크림과 비슷해서
인기 만점입니다

 

다들 사족을 못 써요
하루에 서너 번은 먹죠

 

질감은 아이스크림이지만
일반 아이스크림과는 달라요

 

이게 떨어지면 맥머도 기지에
상당한 위기가 닥쳐올 거예요

 

그런 나쁜 소식이 들리면

 

기지 전체에
한바탕 날리가 날걸요

 

정말 맛있어요

 

도착한 첫날부터 우린
이곳을 둘러보고 싶었다

 

맥머도 기지는 여러가지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자체 라디오 방송국, 볼링장

 

에어로빅 강습장과
요가 교실도 있고...

 

심지어 현금 자동 입출금기도 있다

 

난 한시라도 빨리
현장에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기지 거주자들은
현장에 나가기 전에

 

의무적으로 생존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해피 캠퍼'라는
이틀간의 교육이다

 

교육생들은 참호와 이글루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날 밤은
자기가 지은 집에서 자야 한다

 

다 끝났을 때 손가락 발가락이
멀쩡하면 그걸로 됐어요

 

이런, 미안합니다!

 

두 팀으로 나눠서
교육을 실시할 거예요

 

먼저 저쪽 팀에게 차량 화재 시
주의사항을 설명할 거예요

 

그런 뒤에 돌아와서

 

천지가 온통 하얗게 보이는
현상에 대해 교육을 하겠습니다

 

케빈 에머리 / 생존학교 교관
먼저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할 겁니다

 

이곳은 바람이 강하고
눈도 심하게 휘날려요

 

너무 추워서 피부가 노출되면
즉시 동상에 걸릴지도 몰라요

 

바람이 너무 심해 서있기가
힘들 때도 있죠

 

가시거리도 엉망이에요

 

깃발 사이가 안 보여요

 

눈앞의 손도
보이지 않을 정도죠

 

세상이 온통 백색으로 보이는 현상을
연출해 보겠어요

 

모의실험 장치인 이 통을 쓰면
온통 하얗게 보이죠

 

제 목소리가 잘 안 들려요
여러분들도 그럴 거예요

 

저는 지금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현상을 연출하려고
이 통을 쓰는데

 

효과 만점이에요

 

이동 범위는요

 

저기 막사에서
출발할 거예요

 

한번은 사람들한테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정말 가버렸던 적이 있어요

 

그리고 시간이 꽤 흘렀죠

 

10분, 15분
그러다가 20분쯤 지나니까

 

사람들이 처음엔 초콜릿을
다음엔 교관을 찾더라고요

 

- 1번, 문제없나요?
- 1번 밖으로 나왔습니다

 

화장실 옆에 서있는
교관을 찾는 것이 목표다

 

2번 나왔어요

 

3번 나왔어요

 

1번, 한 방향으로 가야 해요

 

전 밧줄만 잡고 있을 거예요

 

4번 나왔어요

 

출발은 순조롭다
제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5번 나왔어요

 

6번 나왔어요

 

하지만 곧 선두가
일행을 이끌고 길을 벗어난다

 

 

 

 

- 교관을 찾았나요?
- 아뇨

 

 

 

 

저희 의도는
교육의 기회를 주는 거예요

 

길을 벗어난 걸 깨달으면

 

막사로 돌아가
새로운 계획을 짜야합니다

 

그렇지 않고 잘못된
길로 계속가면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위험에 직면하게 되죠

 

누가 이걸 당기고 있죠?

 

- 저요
- 1번요

 

1번, 당기지 마세요
이건 막사 쪽 밧줄이에요

 

- 끝을 잡고 있어요
- 이제 막사로 돌아갈까요?

 

- 그래요
- 막사로!

 

막사로

 

맨 뒤에 있던 참가자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자

 

이번엔 완전히 벗어난다

 

- 2번은 여기 있어요, 3번도 있나요?
- 3번 여기 있어요

 

4번

 

- 태양 쪽이에요
- 아뇨, 그쪽이 아니에요

 

- 왼쪽
- 왼쪽으로 가야 해요

 

교관의 위치를 모르니
왼쪽도 아닐지 몰라요

 

- 그래요
- 2번

 

- 좋아요, 1번
- 여기 있어요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엽서에나
나올 법한 날씨가 계속 됐다

 

하지만 그건 내 영화나 피부에
좋지 않기 때문에 달갑지 않았다

 

며칠 후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바뀌었다

 

폭풍이 잠잠해지자

 

처음으로 기지 밖에
나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설상차를 타고 달리는데 눈앞에
얼어붙은 바다가 끝없이 펼쳐졌다

 

우린 과학자들이 바다표범을 연구하는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불과 1.8m 밑이 망망대해
로스 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과학자들은 웨들 바다표범의
수유 기간에 관심이 많다

 

단 몇 주 안에
새끼는 급속도로 성장하는데

 

그동안 어미는
체중이 40%나 줄어든다

 

바다표범이 흥분하지 않도록
머리에 자루를 덮어씌우고

 

과학자들은 바다표범의 젖을
샘플로 채취한다

 

바다표범은 연구하기가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특히 웨들 바다표범은
덩치도 크고 힘도 세지만

 

올라브 옵테달 / 영양 생태학자
말을 참 잘 들어요

 

공격적이지도 않고
소심하지도 않죠

 

자루에 넣거나 그물을 씌우면
좀 버둥거리긴 해도

 

다시 풀어주면 얌전해져요

 

방금 작업을 끝낸 어미예요

 

새끼랑 얌전히 누워 있는데
금세 저렇게 새끼들을 돌봐요

 

우리 때문에
좀 불안해 하지만

 

회복력이 빨라
금방 정상으로 돌아오죠

 

연구할 동물들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특이하게 행동하는
동물을 자유롭게 연구함으로써

 

저 녀석들이 특수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알 수 있죠

 

바다표범 서식지 근방의
현장 연구실에선

 

인간의 체중 감소에 효과적인
젖의 샘플을 조제하고 있다

 

방금 채취한 거라
온기가 남아 있어요

 

이거 보이세요?

 

왁스를 붓는 것 같아요
보통 우유와는 정말 달라요

 

레지나 아이서트 / 생리학자
차게 식으면 반죽 같아져서
이렇게 부을 수가 없죠

 

지금은 체온과
비슷한 정도예요

 

웨들 바다표범의 젖은
지방이 45%입니다

 

건조중량은 60~65%쯤 되고요

 

단백질 함량도 높은데
10~12% 정도 돼요

 

젖산이 전혀 없다는 게
참 특이하죠

 

이곳에는 특이한 게
무척 많아요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너무나 고요하다는 거죠

 

바람 한 점 없는 날

 

한밤중에 문득 잠이 깨면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얼음 위로 나오면 얼마나 조용한지
심장 뛰는 소리가 다 들립니다

 

얼음 깨지는 소리가 들릴 땐
누가 뒤를 따라오는 것 같아요

 

항상 여기저기서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곳은 단단한 땅이 아니라
바다 위라서 그런 거예요

 

바다표범 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바다표범들이 내는 소리죠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 같아요

 

포유동물의 소리 같지가 않아요

 

미지의 세계에서 나는
소리라고나 할까요

 

수중에서 녹음한 바다표범 소리

 

단단한 얼음 표면에 익숙해져서

 

마치 땅 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밑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요

 

- '구구구' 같은 소리 휘파람소리 같아요
- 쿵하죠

 

쿵쿵거리는 소리도 들리죠

 

소리가 난다는 건
밑에 다른 세상에 있다는 거예요

 

바다표범이 얼음 밑에서
경쟁하고 싸우고 있어요

 

그때 우린 잠을 자거나
연구를 하고 있죠

 

우린 곧 맥머도 기지의
무미건조한 세상으로 돌아왔다

 

데이비디 R. 퍼체코 / 건설 관리팀 기술자
데이비디 퍼체코는
건설 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자랑스러워했다

 

데이비드는 아파치족뿐만 아니라
다른 혈통을 갖고 있다

 

좀 웃기지만
제 손을 잘 보세요

 

아주 독특해요

 

수술을 맡았던 주치의 말이
아스텍과 잉카 왕족의 유산이래요

 

한 인류학자의 딸도
저랑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어딜 가든
이런 사람을 찾아다녀요

 

이렇게 돌아서서
손바닥도 보여드릴게요

 

여기 선이 참 특이해요

 

인디언 왕족의 유산이란
소리에 무척 놀랐어요

 

일을 하거나 뭔가를 지목할 때
어떤 손가락이 제일 편하세요?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몰라도

 

학교 다닐때
여기 검지 말고

 

이 중지로 칠판을
가리키곤 했어요

 

선생님께서 저희 아버지를 불러
버릇없는 녀석이라고 했대요

 

아직도 이렇게 해요

 

저는 흉곽이 엄청 길어요
그래서 담낭을 찾기가 힘들대요

 

아스텍족도 흉곽이
길었다고 하더군요

 

남극에 한번 와보세요

 

지구 온난화 현상에도
관심을 가지시고요

 

저는 자연을 아끼는 사람이에요

 

햇빛에 말린 점토벽돌로
태양열 주택도 지었어요

 

고국에서는 건축업에 종사했었죠

 

소수 민족에겐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참된 정신!
선조들의 열정이 있잖아요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얼어붙은 바다 위를 85km나 날아갔다

 

로스 섬에서
남극 내륙으로 향했다

 

저 산 너머 텅 빈 내륙은
북미 대륙보다 더 크다

 

대부분 얼음 층의 두께는
2,700m도 넘는다

 

뉴 하버로 향하고 있었는데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는
잠수부들의 캠프가 보인다

 

오른쪽에 잠수부들이 잠수하는
얼어붙은 바다가 있다

 

캠프는 단단한 얼음 표면에
세워져 있다

 

음악가이자 전문 잠수부인 친구
헨리 카이저가 반갑게 맞았는데

 

저 친구의 수중촬영영상에 반해
이곳으로 오게 됐다

 

우린 적당한 때에 도착했다

 

캠프 옆에 주요 잠수 구멍을
보호하는 차폐물이 있었는데

 

곧장 그곳으로 갔다

 

사무엘 S. 바우저 / 세포 생물학자
현장 연구팀의 팀장인 사무엘 바우저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바우저 씨, 오늘은
특별한 날인가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요

 

원하던 바를 이뤘을 때는
거기서 멈춰야 해요

 

제가 남극에서 잠수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거예요

 

적어도 처음 이곳에서...

 

세운 목표는 달성 했거든요

 

이젠 다음 세대 생물학자들에게
바톤을 넘길 차례예요

 

네, 특별한 날이에요

 

그도 공상과학소설 팬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바다 밑에는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괴물들이 살고 있어요

 

점액질 형태의 생명체는
물체를 삼키기도 하는데

 

전형적인 공상과학소설의
생명체보다 더 오싹해요

 

긴 덩굴손이 있어
물체를 옭아매죠

 

빠져 나오려고 허우적댈수록
더 옴짝달싹 못합니다

 

그러다 녹초가 돼 포기하면

 

그 생명체는 물체에 침투해
산산조각 내버리죠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턱과 입을 가진 벌레 형태의
생명체도 있는데

 

집게가 있어
살을 찢기도 합니다

 

살벌하고 끔직한 세계예요

 

하지만 우린 잠수복을 입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훨씬 더 커서
영향을 받지는 않죠

 

하지만 우리가 그 생명체만큼 작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예요

 

그런 세계가 인간 세계보다
먼저 형성됐는데

 

그래서 인류와 다른 포유동물들이
겁을 먹고 바다에서 도망쳐

 

땅 위에서 네 발로 다닌다고
생각하세요?

 

네, 도망친 덕분에 두려움을
잊고 사는 건 분명합니다

 

작지만 위험한 것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더 큰 생명체로 진화한 거죠

 

그래요

 

얼음 밑에 있는 물의 온도는
섭씨 영하 2도다

 

이걸 입으면
추위를 막아 줍니다

 

- 열어 줄까?
- 응

 

- 준비 됐나?
- 그래

 

 

 

제 눈엔 잠수부가 아니라
우주를 떠도는 우주비행사 같습니다

 

이들의 작업은 실로 위험합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위해
밧줄도 없이 잠수를 하죠

 

여기서는 나침반도 소용없습니다

 

자기극에 너무 가까워서
바늘이 위아래만 가리키니까요

 

어떻게 해서든
들어온 구멍을 찾지 못하면

 

얼음 아래에 갇히게 되죠

 

유공충이 사는 장소를 골랐어요
요즘 유공충에 관심이 많거든요

 

육식동물인지

 

새우 같은 다세포 생물을
먹고 사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성게도 몇 마리 발견했는데

 

항문에 기생충이 살고 있어요

 

색이 참 예쁜 기생충인데

 

기생을 하면서 살다니
너무 안타까워요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인데

 

뭔가 수단을 빨리 강구하지 않으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은
1년 내로 멸종할 겁니다

 

사무엘은 연구원들과 최후의 날에 관한
공상과학영화를 즐겨 본다

 

영화 속에서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자연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고 한다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반복합니다
나오지 마세요

 

시민은 물론 도시 전체의
안전을 위해

 

군 당국의 지시에 전적으로
협조해 주십시오

 

도시와 국가 심지어 문명 자체가
전멸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자연을 파괴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역사 속에서

 

끔찍하기 짝이 없는
괴물이 탄생했습니다

 

방사성 먼지가 소용돌이치는
지옥에서 태어난 생명체라

 

소름끼치게 무시무시합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직하죠

 

성서의 예언이 실현되는
순간을 목격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어둠이 드리워질 겁니다

 

괴물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죠

 

 

이건 꽃 부분이고
몸통은 저기 진흙 속에 있어요

 

잠수부들이 바다 밑에서
가져온 것들은

 

모래와 이곳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단세포 동물이었다

 

유공충으로 알려진
이 원시 단세포 생물은

 

나무처럼 가지가 뻗어 있고

 

가지에는 위족이 있다

 

위족은 모래 알갱이를 모으는
미세한 가짜 다리다

 

이게 바로 유공충이
감추고 있는 위족인데

 

돌기처럼 가늘고 길게 생겼어요

 

원생동물들을 깨워서
밖으로 내보내고

 

주변 모든 입자들을 모아
몸통으로 끌어오죠

 

녀석들이 입자를 분류하는 데는
어떤 패턴이 있어요

 

주변에 있는 입자들로부터
특이한 알갱이들을 모아

 

자신만의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죠

 

조심스런 의견이지만
지능 표출의 초기 단계가 아닐까요?

 

네, 저도 조심스럽게
대답해야겠네요

 

단세포 생물들이 그런 논쟁의
중심이 됐던 적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20세기 전환기에
해론 앨런이란 영국 과학자는

 

영국 과학계에서
지능에 관한 논쟁을 하면서

 

단세포 생물만 연구해 봐도

 

지능의 정의를
내릴 수 있다고 얘기했죠

 

물론 아주 원초적인
수준의 지능이지만요

 

하지만 이런 단세포 생물이
발전하여 인간이 된 겁니다

 

정말 예술이죠

 

잠수 준비를 하는 잠수부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꼭 미사를 준비하는
신부 같았다

 

잠수부들은 얼음 밑에서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그곳은 시간과 공간이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얼어붙은 하늘 아래의 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성당에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한다

 

물 밑의 이상한 세계에서 돌아온
과학자들은 샘플을 조사한다

 

얀 파블로프스키 / 동물학자
이 분야의 선두두자인
파블로프스키 박사가

 

유공충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화면에 난해하게 보이는 건

 

사실 지구상에의 생명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우주론자들도 동일한 방법으로
우주의 기원을 탐구한다

 

이곳 과학자들은 생명체의 진화를
초창기 단계부터 연구합니다

 

종종 DNA 염기서열이
딱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얀, 지금까지 샘플에서 발견한 것
좀 얘기해 보게?

 

- 3가지 신종을 발견했네
- 3가지 신종?

 

3가지 신종을 발견했는데
굉장한 성과지

 

- 이건 로미오 쪽에서 나온 거군
- 그렇네, 리미오 쪽이야

 

작은 조각 하나랑
긴 조각 둘이네

 

뭔지 몰라서
DNA 분석을 해 봐야겠어

 

- 굉장한 순간인가요?
- 그래요

 

생물의 종이 늘어날 때마다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아주 특별하죠

 

사방에서 난리법석이라
정말 죄송해요

 

중요한 발견을 이루어내자

 

사무엘 바우저 연구팀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축하를 한다

 

그들은 지금 한밤의
야외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맥머도 기지로 돌아와 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천국에 있다

 

전혀 밤 같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 소박한 건물이
잠깐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덜 익은 토마토 사이에서
이 젊은 청년을 만났다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됐을까?

 

윌리엄 저사 / 언어학자, 컴퓨터 전문가
이곳이 말이죠...

 

한곳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서 왔어요

 

저희는 그래서 이곳에 왔죠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같이 있어요

 

처음엔 저와 같은 종족을 알아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어요

 

같은 종족을 만나면
뛸 듯이 기뻣죠

 

여기선 박사가 설거지를 해요

 

언어학자가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대륙에 있으니 정말 근사하죠

 

대학원에 다닐 때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했어요

 

그중에 위네바고족 언어 하나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원어민이 한 명 있었죠

 

그 친구는 그 언어를
'하청크 어'라고 했어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 언어의 문법에 흑백 마법이
걸려있다고 주장하는

 

몽상가를 만났다는 얘기였다

 

 

결국 학계의 그와 같은
어리석은 풍토 속에서는

 

언어를 보존하는 것보다
사멸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는 박사 학위
연구를 접었다고 한다

 

90%의 언어가 제 생전에
사멸될 거예요

 

생태계도 멸종으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어요

 

물론 문화계도 마찬가지고요

 

러시아 문학이나 러시아어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슬라브어가 없었다면
톨스토이도 없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온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서너 가지 언어가 사멸됐을 것이다

 

우린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을
보존하려고 노력하면서

 

다른 것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 시대의 불안한 문명은

 

환경운동가들의 이상한
행위는 받아들이지만

 

사멸 위기에 처한
언어는 신경 쓰지 않는다

 

맥머도 기지에는 방금 언급한
언어학자 같은 괴짜들이 가득하다

 

쓸쓸한 모텔 복도의 풍경을 보면
무척 단조로울 것 같지만

 

각 방마다 특별한 얘깃거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80년대에 쓰레기차를 타고 런던에서
나이로비까지 아프리카를 횡단했죠

 

한 4개월간 쓰레기차를 타고
여행했는데 정말 끔직했어요

 

죽음까지는 아니라도
수없이 많은 고비를 넘겼죠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캐런 조이스 / 여행가, 컴퓨터 전문가
우간다 군에게 납치된 적도 있어요

 

트럭 방향을 돌리고는
엔테베로 가자더군요

 

거기서도 잘 빠져 나왔습니다

 

와디 할파에서는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도시가 폭파돼
8백 명이 사망했죠

 

결국 배를 포기하고
사막을 횡단하게 됐어요

 

모래에 빠져 5일간 옴짝달싹 못했는데
죽을 힘을 다해 트럭을 파냈죠

 

접시로 모래를 파며

 

물도 제대로 못 마시고
사투를 벌였어요

 

물통에 기름을 담는 바람에

 

물은 하루에
한두 잔밖에 못 마셨죠

 

그녀의 얘기는 끝이 없었다

 

말라리아와 싸우면서

 

체체파리가 들끊는 늪을 지나
성난 코끼리 떼를 피해 도망 다녔고

 

내란에 휘말리는 바람에

 

파괴된 공항에서 난동을 부리던
폭도들과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그러다 활주로의 포탄 자국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만취한 러시아 조종사들에 의해
구조됐다고 한다

 

남극 대륙을 횡단하는
방법을 보여 드릴게요

 

술집에서 '괴짜들의 여행'이란
이벤트가 열렸다

 

캐런이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자란 사실이 놀랍지 않았다

 

그녀의 유명한 행위극
'수화물로 여행하기'다

 

집으로 보내

 

- 다른 일화도 있어요
- 그래요?

 

에콰도르에서 페루의 리마까지
하수관을 타고 여행했어요

 

그걸 잊었군요

 

덴버에서 볼리비아까지
무전여행을 할 때였는데

 

트럭을 한 대 얻어 탔는데

 

대형 트럭이었는데 뒤에
커다란 하수관이 3개 있더군요

 

그 하수관 안에서 며칠을 보내며
이런 식으로 세상 구경을 했어요

 

보이는 건 이게 다였죠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여행은 더 많은 걸 의미한다

 

남극엔 그런 사람들도 있다

 

리보 지햐는 기계 수리공이다

 

그는 철의 장막 뒤에서
죄수처럼 살았다

 

리보 지햐 / 기계 수리공
탈출할 때 무척 드라마틱했을 것 같아요

 

그렇지는 않았지만...

 

탈출을 둘러싼 비극적인 사건들이
아직도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게 저...

 

- 얘기 안 하셔도 됩니다
- 네, 감사합니다

 

굶주림은 빵을 묘사할 때
제일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어느 시인이 얘기했듯이

 

자유를 가장 잘 묘사하는 건
지금 당신 앞에 있는 것이고요

 

여행 많이 하세요?

 

- 네, 그래요
- 좀 보여 주세요

 

이제 제 자유예요
기꺼이 보여 드리죠

 

그는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배낭을 꾸려둔다고 한다

 

당장 떠날 때 필요한
모든 게 들어 있다

 

침낭, 텐트, 옷가지, 취사도구

 

무게가 얼마나 나가죠?

 

20kg은 넘지 않아요

 

그게 제 한계고
항공사의 화물중량 한계죠

 

배낭 속에 놀라운 것도 들어 있다

 

고무보트만한 크기예요

 

- 얼마나 빨리 떠날 수 있죠?
- 늘 준비돼 있어요

 

항상 배낭을 꾸려둬요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고
모험을 할 각오가 돼있으니까요

 

아문센, 스콧, 섀클턴 시대에

 

남극에 과학 탐구는 시작되었다

 

이 미지의 대륙의 문을 연 건
그들의 위대한 업적이다

 

하지만 초창기 탐험가들에 대해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다

 

그들은 서로 먼저 남극점에
도달하려고 안달했다

 

개인적인 명예와 대영제국의
영광을 생각해서였다

 

여기는 섀클턴의 오두막이다
100년 동안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남극점에서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대영제국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오두막은 마치
폐업한 슈퍼마켓 같다

 

문화적으로 따져 보면
이곳은 모험의 끝을 의미한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건 좋지만

 

남극점이나 에베레스트 산이

 

위엄과 평화를 잃은 건
슬픈 일이다

 

지도상에 흰 점 몇 개는
남겨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제 인간은
모험에 대한 초심을 잃었고

 

기네스북에 오르는 게
쟁점이 됐다

 

스콧과 아문센은
초창기 탐험의 주역들이다

 

그때부터 탐험은 우스꽝스럽게
퇴보하고 있다

 

한 프랑스인은 후진 기어를 넣고
사하라 사막을 건넜다고 한다

 

난 맨발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는
첫 번째 주자를 기다리고 있다

 

혹은 스카이 콩콩으로 처음
남극점에 도달한 사람을 기다린다

 

모든 대륙에서 기네스북 기록을
달성하는 게 목표예요

 

아쉬리타 퍼먼 / 세계신기록 다관왕
남극은 여섯 번째인데

 

지금 남극으로 가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는 이런 방법은 원치 않았다

  이미 이런 방법으로
기네스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무미건조한 방법을 택했는데
바로 비행기를 타는 거였다

 

비행기를 타고
남극에 가기로 했어요

 

남극에서 기네스북 기록을
달성할 생각만으로도 황홀해요

 

남극은 꼭 달 같아요

 

무척 평화롭고 순수하며
고독 하잖아요

 

정말 멋진 곳이에요

 

이따금 달처럼 느껴져도
남극은 달이 아니다

 

하지만 이 행성에서 맥머도 기지는
미래의 우주기지 모습에 가장 가깝다

 

맥머도 기지에서 펭귄 서식지인
케이프 로이스로 왔다

 

다들 펭귄 얘기뿐이었지만

 

내 궁금증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았다

 

사람들 말대로 20년간 펭귄을
연구한 전문가를 만나 보았다

 

말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사람들과 대화하기보단
고독을 좋아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에인리 / 해양 생태학자
하지만 에인리 박사는 최선을 다했다

 

이곳은 케이프 로이스예요

 

지금이 2006년이니까

 

펭귄 연구가 시작된 지
100년쯤 됐군요

 

섀클턴 탐험대원 중 한 명이
이곳 케이프 로이스에서 시작했죠

 

겨울을 잘 보내
펭귄들 몸집이 커졌어요

 

자기들 영역을 정하고
알도 낳았죠

 

암컷은 떠나고 수컷만 남아
알을 품고 있어요

 

축적된 지방을 소비하며

 

암컷이 돌아와 자신들을 구해줘
바다로 갈 날만 기다리고 있죠

 

난 대화가 이어지도록 애썼다

 

에인리 박사님 어디선가
'게이'펭귄 얘기를 읽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 건 못 봤고...

 

성적으로 특이한 행동에 대한
얘기해 주세요

 

네, 삼각관계는 본 적 있어요

 

암컷 한 마리와 수컷 두 마리죠

 

암컷이 알을 낳으면

 

셋이서 번갈아 가며
알을 품어요

 

애당초 펭귄의 성별을
잘못 식별하기도 하죠

 

최근에 매춘 행위에 관한
글을 본 적 있습니다

 

암컷은 둥지를 만들기 위해
자갈을 구하러 다니는데

 

어떤 녀석들은
남의 자갈을 이용하죠

 

그러기 위해 순종적으로 굴며

 

짝을 찾아다니는 수컷들과
가까워지려고 합니다

 

그의 둥지에도 가고요

 

교미를 하기도 하지만
암컷 머릿속엔 자갈뿐이에요

 

그래서 자갈을 구하는 즉시
도망가 버리죠

 

에인리 박사님 펭귄들 사이에도
광기 같은 게 있나요?

 

광기나 정신병의 정의를
정확히 내릴 순 없지만

 

스스로 레닌이나 나폴레옹이라고
생각하는 거 말고

 

우리들한테 화가 나서
난폭해진다든가 그런 거요?

 

펭귄이 바위에 머리를
찧는 건 본 적 없지만

 

방향감각을 잃기는 해요

 

그래서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기도 하죠

 

이 펭귄들은 전부 오른쪽
바다 쪽으로 가고 있다

 

중앙에 있는 한 마리가
눈에 띄는데

 

녀석은 빙하 가장자리에 있는
먹이 먹는 곳으로도 가지 않았고

 

무리 속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잠시 후에 보니 70km나 떨어진
산 쪽으로 가고 있었다

 

에인리 박사 말로는
잡아다가 무리 속에 넣어도

 

다시 산으로 향할 거라고 했다

 

이유가 뭘까?

 

방향감각을 잃은 펭귄 한 마리가
뉴 하버 잠수부 캠프에 나타났다

 

서식지에서 80km나 떨어진 곳이다

 

인간들은 펭귄을 손으로 잡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

 

조용히 서서
길을 가게 놔둬야 한다

 

녀석은 지금 광대한
대륙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5,000km 앞에 떨어진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기지는
에베부스 산인데

 

이 활화산의 높이는 3,810m다

 

분화구 안의 마그마가

 

직접 분출될 때는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

 

전 세계에 이런 종류의
화산은 두 지역에 있다

 

콩고와 에티오피아다

 

두 나라의 정치 분쟁 때문에

 

현장 연구는 이곳 남극에서
수행하는 게 훨씬 편하다

 

먼저 화산을 다루는
방법부터 교육 받았다

 

분화구 앞에 있을때
명심해야 할 점은

 

윌리엄 매킨토시 / 화산학자, 지질연대학자
용암 호수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분화구를 바라보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서서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화산탄을 눈여겨 보세요

 

본인을 향해 날아오면
옆으로 비켜서야지

 

분화구로부터 돌아서면 안 돼요
도망치거나 쭈그리고 앉지도 말고요

 

분화구를 지켜보다
화산탄이 날아오면 피하세요

 

이 날은 분화구가 안개에
덮이지 않아 운이 좋았다

 

이건 새로운 관측용 카메라다

 

윌리엄 매킨토시는
이곳 화산 연구팀 팀장이다

 

원래 교도소 폭동 감시용으로
고안된 건데

 

테플론을 두껍게 입혀
매우 튼튼합니다

 

이게 렌즈예요

 

'익스트림 CCTV'라는 캐나다의
작은 회사에서 만든 카메라죠

 

폭발에 대비해 설계돼서
아주 튼튼합니다

 

방금 용암호수에서
펑 소리가 들렸어요

 

화산탄은 없네요

 

이건 30년 전에 촬영한
분화구의 내부 모습이다

 

그 당시에는 대담하게도
분화구 속으로 들어갔다

 

반쯤 내려가면 평지가 나온다

 

거기서부터 마그마까지
커다란 구멍이다

 

곧 사고가 발생했다

 

마그마가 폭발한 것이다

 

한 사람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지금은 매킨토시 박사의
카메라로 관찰하고 있다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 화산학자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박사는
캠브리지 대학 출신의 영국인데

 

옛 탐험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트위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전 세계 화산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연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활화산이라면

 

분화구 앞에서 휠씬 더
조심할 거예요

 

하지만 이건 화산 활동이
아주 약합니다

 

심지어 용암이 분출할 때도
그다지 강하지 않죠

 

지질학 기록을 살펴보면

 

화산 분출력이 얼마나 강하고
폭발적인지 알 수 있어요

 

수 천개의 돌멩이를 뿜어내면
광범위한 땅에 미세먼지를 뿌리죠

 

기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걸로 증명이 됐습니다

 

74,000년 전에 엄청난
화산 폭발이 있었는데

 

그게 인류의 조상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인류의 기원과 분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도 몰라요

 

그런 폭발이 또 일어날 겁니다

 

화산을 많이 이해할수록

 

우발적인 사건에 더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죠

 

화산 폭발과
다른 많은 이유 때문에

 

인간은 지구상에 영원히
존재하지는 못할 것이다

 

기술 문명은 인간을
더욱더 나약하게 만든다

 

전 세계 과학계는 기후가
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구상에서의
인간의 종말을 확신한다

 

인간 역시 끝없이 이어지는
재앙의 일부다

 

공룡의 멸종도 그 일례다

 

다음은 우리 차례다

 

지금부터 수천 년 후
인간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 고고학자들이

 

우리가 남극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아내려고 할까?

 

그들은 우리가 극점 깊숙이 팠던
터널 밑으로 내려갈 것이다

 

이곳은 그때도 영하 20도 일 것이고

 

덕분에 전 세계의 다른 거대 도시들과
달리 살아남을 것이다

 

그들은 계속 걸어간다

 

그리고 이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행성에 살았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고

 

그들은 남극점 바로 아래에서

 

감춰져 있던 냉동 철갑상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영생을 위해 이걸
얼어붙은 성지에 다시 넣어둘 것이다

 

그런 뒤 지구가 한때 초록빛이었다는
흔적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류가 지구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길 원했던 것처럼

 

그들은 꽁꽁 언 팝콘으로
장식한 재단을 남겼다

 

에레부스 산 기지로 돌아왔다

 

고도가 몹시 높기 때문에

 

화산학자들은 이따금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곧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얼굴이 꽁꽁 얼었어요

 

오늘은 꽤 춥네요

 

저 밑에는 뜨거운 용암 호수가
부글거리고 있는데

 

여긴 난방을 위해
발전기를 들고 와야 하는군요

 

인간 대 기계. 53장

 

에레부스 산에 있는
오펜하이머 교수예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계가 자동으로 작동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한 없이 기다려야 할걸

 

에레부스 정상에서 남자 둘이
키스하는 거 봤어요?

 

미성년자 관람불가예요

 

해리랑 일하면 즐거워요

 

화산의 경사면을 따라

 

화산 작용으로 생긴
분기공들이 있다

 

이 얼음 뒤의 이상한 굴뚝은
가끔 높이가 건물 2층 정도 된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분기공도 있다

 

유독 가스가 있을 때도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

 

에레부스 산기슭
얼음 위에는

 

이 대륙에서 가장 큰 건물
두 채가 있다

 

이 격납고에서는
기구를 준비하고 있는데

 

과학 기기를 싣고
성층권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우린 뉴트리노 탐지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았다

 

과학자들은 관찰 기구를

 

40km 높이의 성층권으로 쏘아 올려

 

아직 탐지하지 못한 아원자입자를
찾을 예정이다

 

기구가 공중에 떠오르면서
작은 헬륨 기포가 팽창하여

 

아직은 하얀 밧줄처럼 보이는
기구의 표면을 채우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엔 지름만 해도
90m가 넘는 큰 구가 된다

 

성층권에 도달하면

 

인간 세상에
전자파에 방해를 받지 않은 채

 

탐지기는 광대한 빙하를
세밀히 관측하게 된다

 

우린 발사 전에
격납고 안에 들어갔다

 

하와이 대학의 고햄 박사가
뉴트리노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피터 고햄 / 물리학자
우리 연구팀은 이 기구를 가지고

 

우주상에서 에너지가 가장 높은
뉴트리노를 최초로 탐지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뉴트리노가 뭐죠?

 

뉴트리노는 흥미로운 점이 많은
소립자예요

 

이렇게 얘기할 때도
많은 뉴트리노가 코를 통과하죠

 

방금도 엄청난 양의
뉴트리노가 코로 지나갔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뉴트리노는 끊임없이
이곳저곳을 통과해요

 

그런 분자 돌풍 속에서도
아무 일이 없죠

 

분리된 공간에 존재하는 듯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측정할 수 있어요

 

정밀한 측량과
측정이 가능합니다

 

뉴트리노는 존재하지만
손에는 쥘 수가 없어요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하거든요

 

하지만 뉴트리노가 없었다면
우주의 시작은 불가능했고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도 없었을 거예요

 

왜냐면 뉴트리노 없이는
원소가 탄생하지 못하거든요

 

우주 생성 당시 대폭발 직후에
뉴트리노는 주요 입자가 됐고

 

그게 원소의 생산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그래서 뉴트리노 없이는
우주가 존재하지 못한다는 거죠

 

하지만 뉴트리노는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린 지금 그걸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자로서

 

수학적으로나 이성적으로만
뉴트리노를 인정한다고 해도

 

자꾸 주변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신이나 영혼이
에워싸고 있는 것처럼요

 

손으로 만지지는 못하지만
측정할 수는 있기 때문에

 

영적인 세계를
측정하는 것과 같죠

 

그런 존재에 접촉하는 것이랄까요

 

탐지기 측면에 하와이어로 된
주문이 적혀 있는데 놀랍지는 않다

 

영적인 힘이 필요한가 보다

 

뉴트리노가 충돌하는 걸 찍으면
무엇을 보게 될까?

 

10m 길이에 이 정도 두께의
번개를 보게 될 거예요

 

10m를 빛의 속도만큼
빨리 지나가는데

 

우리 눈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푸른빛으로 보여요

 

전자파의 파동이...

 

1,000억분의 1초로
위 아래로 움직일 때 나타나죠

 

그렇게 순식간인데
우린 그걸 찾고 있어요

 

미국의 철학자인 앨런 왓츠가
이런 멋진 말을 했어요

 

'우리는 우리 눈을 통해
우주의 존재를 인식한다'

 

'또한 우리 귀를 통해
우주의 조화를 경청한다'

 

'우리 인간은
우주의 영광스러움과'

 

'장엄함을 목격하는
유일한 목격자다'

 

로저 에버트에게 바칩니다

 

감독, 각본, 나레이터 /
베르너 헤어조그

 

제작 / 헨리 카이저

 

편집 / 조 비니

 

촬영 감독 / 피터 제트린거

 

음악 작곡 /
헨리 카이저  데이빗 린들리

 

제작 총지휘 / 에릭 넬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