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ingle Man

싱글 맨 (2009)

 

1962년 11월 30일 금요일

 

기상은 '현' '재'로 시작된다

 

지난 8개월 간
기상은 정말 힘들었다

 

나는 아직 살아있음을
냉담히 깨닫는다

 

본래 기상을
결코 좋아하진 않았다

 

결코 짐이 그랬듯 벌떡 일어나
미소로 아침을 맞이하진 않았다

 

좋아하는 그를 보면
한 대 때려 주고 싶었다

 

바보나 그렇게 웃는 거라고
항상 말하곤 했었다

 

바보나 간단한 진실을
회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냉담하지만

 

어제 보다 하루 더
작년 보다 한해 더

 

이르든 늦든간에
때는 올 것이다

 

그는 날 비웃으며
뺨에 키스하곤 했었다

 

아침에 조지가 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지처럼 보이는 행동을 준비하고

 

옷을 입고
마지막으로 광을 내면

 

좀 뻣뻣하지만
꽤 완벽한 조지가 된다

 

내 역할이 뭔지
잘 알고 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니

 

곤경에 빠진 사람같진 않다

 

망할 그날까지 견디는 거야

 

조금 멜로드라마 같다

하지만

 

내 마음은 부서졌다

 

물에 빠져
가라앉는 느낌이다

 

물에 잠겨 숨을 쉴 수 없다

 

아무 말도 안 할거야?

 

장난해요?
너무 근사해요

 

뭐 하는 거야?

 

그만, 아직 유리집에
살 준비가 안됐군

 

커튼있잖아요, 영감

 

우린 투명인간이라
당신이 항상 그랬잖아요

 

내 말 뜻은 그게 아냐

 

내 인생 처음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매일매일이
희미하게 지나간다

 

하지만 오늘
바꾸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했군
계속 비 왔던 거 알지?

 

집에 갇혀서 네 전화만
하루종일 기다렸어

 

죄송합니다
잘못 걸었나 봅니다

 

조지 팰커너씨를 찾는데요

 

미안해요
누굴 기다리고 있어서요

 

제대로 거셨네요
무슨 일이신지?

 

해롤드 애클리입니다
짐의 사촌이죠

 

안녕하세요, 애클리 씨

 

나쁜 소식을 전해드려
죄송합니다

 

차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라뇨?

 

요새 눈이 많이 와서
도로가 얼었거든요

 

짐이 시내 가는 중에
차를 제어하지 못했나 봅니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죠

 

 

어제 저녁에 생긴 일인데
짐의 부모님이 연락을 원하지 않으셨어요

 

그랬군요

 

지금 이 전화도 모르시지만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고맙습니다

 

충격이 크실 줄 압니다

 

저희 모두 그랬거든요

 

네, 그렇군요

 

장례식이 있나요?

 

네, 모레입니다

 

그럼 전화 끊고 나서
비행기 예약 해야겠네요

 

장례식은 가족만 참석입니다

 

가족만요...그렇겠죠

 

전화 감사합니다

 

- 애클리 씨?
- 네?

 

개들은 어떻게 됐나요?

 

곁에 있던 개는 죽었습니다만
다른 개가 더 있나요?

 

네, 작은 암컷 한마리요

 

죄송하지만 다른 개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네요

 

전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안녕, 찰리

 

난 줄 어떻게 알았어?

 

샬롯, 아무도 8시전에
나한테 전화 안해

 

너무 일찍 전화한거야?

 

좀 언짢은거 같네

 

아냐, 두통이 좀 있어서

 

안그래도 전화하려던 참이야

 

저녁 약속 다시 잡긴 늦었나?

 

아냐, 당연히 아니지

 

일주일이나 못봤는 걸
보고 싶어 죽겠어

 

알아, 미안해

 

그럼 오늘 저녁에 봐
지금은 출근 때문에 바빠서

 

학교에서 전화 할게

 

아,알았어
그럼 그때 봐

 

안녕, 꼬맹이

 

안녕, 영감

 

좋은 아침이예요, 조지 씨

 

- 안색이 안 좋으신데 혹시...
- 좋은 아침이예요, 알바

 

아뇨, 잘잤어요

 

냉장고에서 빵을 꺼내 놓는 걸
잊으셨더군요

 

그래야 더 신선하죠

 

오늘 아침엔 너무 신선했어요

 

책상위에 서류들이 있는데
치우지 마시고요

 

침대에 잉크를 쏟은 거 같아요

 

괜찮아요

 

- 알바?
- 네

 

고마워요. 훌륭하세요

 

- 팰커너 교수님?
- 응?

 

아침에 어떤 학생이 교수님
집주소를 물어봤어요

 

내 주소?

 

알려줬니?

 

네, 그랬어요
괜찮으신 거죠?

 

그럼 안되는 거 알지만
매우 친절했고 게다가...

 

머리 올리니 예쁘구나
잘 어울려

 

넌 항상 예쁘고 생기있어
사랑스런 미소를 가졌고

 

아르페쥬? (프랑스 향수)

 

아름답구나

 

- 좋은 아침이예요, 돈
- 좋은 아침, 조지

 

- 좋은 아침이예요, 조지
- 좋은 아침이야, 그렌

 

안색이 안좋네요
뭐하고 지냈어요?

 

주위를 둘러 봐, 대부분의 학생들은
회사에 취직하는 정도만 바라

 

콜라나 마시고 티비보는
애들을 키우길 원하지

 

말문 트이자마자 광고나 따라 부르고
망치로 물건을 부수는 애들 말야

 

오늘 절 무섭게 하시는데요

 

자네도 학생들과의 수업이
편하다곤 못할 걸

 

날 멍하게 쳐다보는 게 보여
외국어로 수업하는 것 마냥

 

우리가 왜 아직 명말하지 않는거지?

 

이게 다 장난 같으세요?

 

우린 핵전쟁의 위협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왜 그걸 우려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 자네 심각하군?
- 네, 심각합니다

 

제가 드린 방공호에 관한
논문 읽어 보긴 한거예요?

 

거의 됐어요, 3군데서 하청업을 하는데
그 중 누구도 뭘 만드는지 모르죠

 

외관상으론 조경이 있어서
아무도 그게 있는 걸 몰라요

 

정말인가?

 

더 좋은 피난처를 알게 되면
일이 터졌을 때 다들 피할 수 있겠죠

 

그래서?

 

러시아 미사일이 발사되면
감상적인 생각할 시간은 없어요

 

감상없는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엔 살고 싶지 않아

 

'여러해 여름이 지난 뒤 백조 죽다'
(올더스 헉슬리 著)

 

너희 모두 3주 이상의

 

시간을 줬으니 헉슬리의
소설을 읽어왔으리라 생각한다

 

제목과 이야기가 어떤 관계가 있지?

 

그래,몽 군

 

관계 없어요

 

자기가 여자에겐 너무 늙었다고
걱정하는 돈 많은 남자가...

 

러스?

 

그래, 허쉬 군

 

79 쪽에 프랍터가 말하길

 

성경에서 가장 멍청한 글귀는
'그들은 나를 이유없이 미워하였다' 라는데

 

그럼 나치가 유대인을
미워할 만 했다는 건가요?

 

헉슬리는 반유대주의자인가요?

 

아니

 

아니, 그는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다

 

물론 나치가 유대인을 미워한건
잘못된 일이지만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니지

 

그 이유가 실재하지 않았을 뿐

 

상상에서 비롯된 이유

 

이유는 공포심이지

 

유대인 문제는
잠시 놔두기로 하자

 

다른 소수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필요하다면
무시될 수 있는 소수

 

다양한 소수가 있지
금발머리, 주근깨가 있다던지

 

하지만 소수란 다수로부터 어떤 위협이
가해짐으로 생기는 개념이지

 

진짜 위협 혹은 상상의

 

그리고 거기에 두려움이 존재한다

 

소수가 어떻게든 보이지 않게 되면

 

그 공포심은 더 커지지

 

두려움이 소수를 괴롭히게 하는 거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이유는 공포심이고
소수도 그저 사람이야

 

우리와 같은

 

이해가 잘 안가나 보구나

 

헉슬리는 그만 잊어버리고

 

공포심에 대해 얘기해 보자

 

결국 공포심이
우리의 진짜 적이다

 

공포심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조종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지

 

정치가들이 펼치는
정책이 바로 그거고

 

매디슨 거리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파는 방식이 바로 그거다

 

생각해 봐

 

공격당하는 두려움

 

모퉁이마다 공상당원이
잠복해있다는 두려움

 

생활양식이 다른 카리브인들에 대한 두려움
흑인 문화의 확산에 대한 두려움

 

앨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에 대한 두려움까지

 

그건 진짜 두려움이었지만

 

구취로 친구를 잃을까 하는 두려움

 

늙어가고 혼자라는 두려움

 

쓸모없는 존재라는 두려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아무도 관심없는 두려움

 

주말 잘 보내도록

 

잠깐 시간 있으세요?

 

항상 이렇게
수업 해주시는게 어때요?

 

별로 좋았던 것 같지 않은데

 

공포에 대해 항상 생각했거든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죠
바보 같아 보일 테니까요

 

루이스에게도 말 못한다고?

 

걘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누구나 무언갈 두려워 해, 케니

 

교수님은 무얼 두려워하세요?

 

자동차

 

차를 두려워하시면서
어떻게 LA에 사세요

 

못살지도 모르지

 

공포는 거의 절 마비시켜요
완전 공황 상태로 폭발할 듯이요

 

사적인 질문
하나 드려도 되나요?

 

그러고 싶다면

 

약물에 취해 보신적 있으세요?

 

내가 몇 살로 보이니?

 

그럼 약을 드셔본 적은요?

 

물론이지, 케니

 

어떤 거요?

 

교내에서 이런 얘긴
하고 싶지 않군, 포터 군

 

가끔씩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거든요

 

메스칼린(환각제) 해보셨어요?

 

내 취향이 아냐, 한번 했었는데
눈썹을 밀어버렸지, 보기 좋지 않았어

 

네?

 

거울을 봤는데

 

메스칼린에 취해
거울 본 건 실수였어

 

눈썹이 얼굴에 뒤덥혀 있다 생각하곤
순식간에 한 쪽을 밀어버렸지

 

다시 자랄 때까지 6주나 밴드를
붙이고 있었어, 창피했지

 

그 후론 안 해보셨어요?

 

내 말 안들은 거니?
눈썹을 밀었다고

 

경험해보고 싶었던 거지
계속할 작정은 아니었어

 

혹시 원하시면 제게 약이 있어요

 

정말 미쳤군, 안그래?

 

죄송해요, 교수님
이런 얘기 불편하신가 봐요

 

왜 그렇게 말하니?

 

루이스가 그러는데
교수님은 비밀스러운 분이래요

 

아침에 모두들 헉슬리에 대해
시덥잖은 얘기를 하는걸 들으시면서

 

모두는 아니지
네가 입을 여는 건 못 봤다

 

전 교수님을 보고 있었어요
우릴 계속 얘기하게 놔두시고는

 

정리 해주셨지만 알고 계신 걸
전부 알려주시진 않았죠

 

그럴지도 모르지, 요점은

 

비밀스럽고 싶은 게 아니라

 

학교에선 자유롭게
토론 할 수가 없어

 

누군가 오해할 수 있으니

 

오늘 시도해 봤는데
그닥 잘되진 않았지

 

뭐 사려고 하셨어요?

 

아무것도, 학과장님 사무실에
가는 길이었다

 

저랑 얘기하는 것 때문에
여기까지 걸어오신 거예요?

 

안될거 있니?

 

뭔가 드려야 될 거 같아요

 

하나 고르세요
제가 살게요

 

고맙다

 

파란색을 고르실 줄 알았어요

 

어째서지?

 

파란색을 정신적이라 하지 않나요?

 

날 왜 그렇다고 생각하니?

 

넌? 빨간색?

 

빨간색은 무슨 의미죠?

 

많지, 분노, 욕망

 

그럴리가

 

그럼 다음에 뵐게요

 

여보세요?

 

뭐하고 있어, 꼬맹이?

 

책 마저 읽을려고
오늘 하루 어땠어?

 

괜찮았어, 퇴근하려고 하는데
저녁에 뭐 필요한 거 있나 해서

 

친절하기도 해라
내가 다 준비했어

 

진 한 병 사다줄래?
텡거레이로

 

병 색깔이 마음에 들거든

 

내용물을 좋아하겠지
몇시에 갈까?

 

7시면 괜찮아?

 

물론, 이따 봐

 

이따 봐, 안녕

 

안녕, 꼬맹이

 

아름답군-

 

뭐지, 포터 군?

 

어디 가세요?

 

보통 그럴려고
차를 타는 거잖나

 

아뇨, 여행 가시나 해서요

 

뭐?

 

사무실 정리하시는 거 봤어요

 

원하는 게 뭔가?

 

언제 술이라든지 같이
하면 좋을거 같아요

 

왜지?

 

모르겠어요

 

좋아하실지도 몰라서요

 

그리고 항상 친구가
필요해 보이셨거든요

 

- 그래?
- 네, 그래요

 

네 말이 맞을 지도

 

하지만 다음에 하자
지금은 늦었어

 

하지만 제안은 고맙다

 

아까 나눈 이야기도 고마웠고

 

메스칼린은 멀리하렴

 

안녕하세요, 팰커너 씨

 

-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어때요?
- 좋아요

 

- 보관함 꺼내실 건가요?
- 네

 

따라오세요

 

여기 있습니다

 

사인 해주시겠어요?

 

고맙습니다

 

찰리에 대해 설명해 봐요

 

뭘 알고 싶은데?

 

모르겠어요
둘이 굉장히 친밀해 보여요

 

마치 한 때 사귀었던 것 처럼

 

- 같이 잔건 아니죠?
- 맞아

 

그래서요?

 

어렸을 때 몇 번

 

나한테도 의미가 없진 않지만
찰리에겐 중요한 일 이었을거야

 

오래전에 런던에 있을 때 얘기야

 

찰리를 사랑해
매우 가까운 친구, 그게 다야

 

혼란스러운데요

 

여자랑 잤다면
왜 나와 같이 있죠?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너와 사랑에 빠졌으니까

 

뭐 어릴 땐 다들 여자랑
자보기도 하잖아

 

난 그런적 없어요

 

- 농담이겠지
- 아니예요

 

원래부터 관심이 없었어요

 

심하게 현대적이군

 

너한테 처음 알아차린 건

 

자신에게 굉장히
확신이 있다는 거야

 

네 나이에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내가 그런거 같아요?

 

물론

 

다 됐습니다

 

팰커너 씨

 

뭐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수표책을 찾을 수가 없군
현금이 필요한데

 

오늘 날이 아니군
잠깐 실례할게요

 

엄마가 숱많은 눈썹은
별로라는데

 

아저씨 눈썹은 예뻐요

 

네 눈썹도 예쁘구나

 

왜 그렇게 슬퍼 보여요?

 

찰튼 헤스톤 만나 보실래요?
('벤허'의 남자배우)

 

'벤허'요

 

우리 집 전갈이예요

 

매일 밤 새로운 걸 집어놓고
죽이는 걸 봐요

 

아빠가 콜로세움 같다고 했더니

 

톰이 여기저기 기둥을 붙였어요

 

오빠 무대 감독이 되고 싶대요

 

아직 거미를 안먹어요

 

어제 저녁에 준 나방 때문에
아직 배가 부른가 봐요

 

아빠는 아저씨를
콜로세움에 넣고 싶대요

 

이런, 왜지?

 

'밝은 색 로퍼를 신는 다'고 했는데
아저씬 로퍼같은 건 안 신잖아요
(동성애자를 비유)

 

오빠도 밝은 로퍼가 있어요

 

케즈 단화를 신지만요

 

오빠가 달걀로 머리 해줬는데

 

윤기있어 보여요?

 

얘야, 팰커너 씨를 왜 귀찮게 하니?

 

전혀 그렇지 않아요, 수잔

 

잘 지냈어요?

 

얼굴 보니 좋네요, 조지

 

저녁에 사람들과 한 잔 할건데
와주시면 좋겠어요

 

고맙지만 선약이 있어요

 

그럼 다음에 하죠

 

제니퍼, 아저씨 은행 업무
보시게 해드리자구나

 

- 안녕, 조지
- 안녕, 수잔

 

안녕, 제니퍼

 

무얼 도와드릴까요?

 

이 총에 맞는
총알 한 상자주세요

 

네, 그러죠

 

굉장히 오래 된 총이군요

 

지금 권총을 사시면 하나 더 드려요

 

숙녀분께 하나 사드리시면 어때요?

 

- 아뇨, 그냥 총알만 주세요
- 네

 

여기요, 다른 건요?

 

아뇨, 됐어요

 

2.29 달러 입니다

 

죄송해요
으르렁거리진 않았나요?

 

차에 놓고 가면
가끔 성질 내거든요

 

예쁘네요
이름이 뭐죠?

 

인디아

 

가자

 

좋게 앉으렴

 

매끈한 폭스 테리어가 있었는데
자주 못 봐서요

 

버터와 토스트 냄새가 나는군

 

아직 강아지죠?

 

- 좋은 저녁 보내세요
- 당신도요

 

안녕, 인디아

 

- 죄송해요
- 괜찮아요

 

제 잘못이니
한 갑 사드릴게요

 

괜찮습니다

 

아뇨, 사드려야죠

 

감사합니다

 

병 깨트린 건 미안해요

 

- 여기요
- 고맙습니다

 

저기 한 대 피우실래요?

 

아뇨, 고마워요

 

뭐 그러죠
안될 거 있나요

 

- 카를로스
- 뭐라고요?

 

카를로스요, 이름 물어보셨잖아요
괜찮으세요?

 

아, 그럼요. 미안해요

 

당신 정말 범상치 않네요

 

굉장한 얼굴을 가졌어요

 

굉장한 선물이니 즐겨요

 

스페인어가 완벽하시네요

 

고마워요

 

자주 써먹어야 하는데

 

뭐...

 

아직 늦지 않았어요

 

뭐하는 거예요?

 

우리 어디 가는거 아닌가요?

 

아뇨

 

하지만 고마워요

 

저런 색깔을
만들어 내는 건 스모그예요

 

전엔 이렇게
하늘을 본 적이 없는데

 

끔찍한 것들도
자신 만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 한 대 더 피울 수 있을까요?
- 물론이죠

 

- 드라이브 정말 안가실 거예요?
- 네

 

- 어디서 왔어요?
- 마드리드요

 

마드리드? 여긴 어떻게 왔죠?

 

이야기가 길어요

 

일하던 LA의 호텔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같이 지내도 되고
매니저도 구해준다고 하더군요

 

제가 스페인 억양이
있다는 건 몰랐죠

 

당신 억양 맘에 들어요
말도 아주 잘하고

 

영어는 어떻게 배웠죠?

 

어렸을 때 엄마한테
미국인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 어머닌 마드리드에 계세요?
- 네

 

미용사세요

 

여기 오기 전에
제 머리도 잘라주셨어요

 

맘에 들어요?

 

제임스 딘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그보다 나아요

 

정말요? 고마워요

 

누군가 다가와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은 적은 처음이예요

 

당신이 내게 다가온 거 같은데

 

내겐 심각한 날이라서요

 

당신같은 남자에게
심각할 일이 뭐죠?

 

글쎄요

 

오래된 사랑을 극복하는 거랄까

 

엄마가 그러시는데
사랑은 버스와 같대요

 

잠시 기다리면
곧 다음 차가 도착한다고

 

가야겠군요

 

저 좋은 사람이에요

 

제 생각에 당신이 필요한건

 

당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예요

 

고마워요

 

가야겠어요

 

네가 바꿀 차례야

 

안바꿔, 당신 차례예요

 

게다가 뭘 틀어도
맘에 안들어하면서

 

바꾸면 5달러 줄게
난 일어나기엔 너무 늙었어

 

편리할 때만 늙었다지

 

그나저나 뭘 읽는거예요?

 

'변신' - 프란츠 카프카

세상에, 우울한 것 좀 그만봐요

 

수업용이야

 

넌 얼마나 지적인 책을 읽는데?

 

'티파니에서 아침을'
- 트루먼 카포티

 

잘난체 하지 마요

 

쟤 삶 좀 봐

 

부럽지 않아요?

 

누구 엉덩이 냄새든지
맡을 수 있으니까?

 

멋지네요

 

아니,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하니까요

 

어제만 해도 앞 뜰에 있었는데
수잔이 와서 이야기를 했거든요

 

쪼그만 크리스토퍼가
망할 총을 들고 달려 왔는데

 

우리 개가 일어서서 다리를 들더니

 

크리스토퍼한테 오줌을 싸더라고요

 

말그대로 크리스토퍼
온몸에 말예요

 

나야 화난 척을 했지만

 

정말 완벽하게 해냈다니깐요
실제로 봤어야 했는데

 

걔네들 불쌍한 사람들 괴롭혔잖아요

 

얘한테 한 수 배워야 돼요

 

걱정하느라 밤을 지새우지도 않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지 알고 있고

 

매우 세련된 기생 동물이라
할 수 있어요

 

가장 어리석은 생명체가
가장 행복한 법이지, 네 어머닐 봐

 

삶의 순간을 즐기자는 거예요

 

지금처럼, 이렇게 당신과 있는 것 보다
좋은 게 뭐가 있겠어요?

 

지금 만약 내가 죽는 다고 해도
괜찮을 거예요

 

난 괜찮지 않아

 

그러니까 입다물고 가서
판이나 바꾸는게 어때?

 

좋은 대답이네요

 

다음주에 덴버에 갈 때
개들 데려갈까 하는데 괜찮죠?

 

어머니가 좋아하시거든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걸
서로 알아보나 보죠

 

거기 그대로 있어요, 영감

 

넥타이는 윈저 모양으로

 

아니, 진 안 까먹었어

 

10분 후에 봐

 

크리스토퍼
내가 널 죽이면 좋겠니?

 

몰라요

 

계속 이러면
어떤지 알게 될거다

 

그러니깐 사람은 그만 쏘고
집에 그만 돌아가렴

 

보니까 정말 좋다

 

들어와

 

냄새 좋은데?

 

배고파, 루이자는?

 

밤엔 쉬라고 했지
제가 직접 요리했어

 

- 당신이?
- 응, 새로운 걸 만들어 봤어

 

당신이 요리하는 게
새로운 거야

 

잘난체하긴, 오늘 기분 좋아
즐겁게 보낼거야

 

벌써 신년 계획도 두 개 세웠어

 

하나, 끔찍한 전남편과 냉정한 아이들은
이야기 안 할 것

 

- 다른 하나는?
- 하나 뭐?

 

계획 말야

 

두번짼, 담배 더 피우고 술 더 마시기
될대로 되라지

 

자 술 좀 만들어 줘

 

진하고 토닉 부탁해
잘 만들어

 

곧 돼

 

와줘서 얼마나 친절한지 몰라

 

친절하곤 상관 없어

 

당신을 봐야 했어

 

조지, 그만해

 

착한 행동할 때마다 쑥스러워
인정을 안하지

 

우리의 조금 빠른 새해 계획을 위하여

 

건배

 

당신 계획은 뭔데?

 

과거는 놓아버리기

 

완전히, 철저히, 영원히

 

불 좀 붙여줄래?

 

안색이 별로 안좋아

 

작년에 심장마비
왔던 거 기억하지?

 

뭐였든 간에
안색이 안좋다니까

 

난 괜찮아

 

이보다 좋을 순 없어
잠을 잘 못자서 피곤할 뿐야

 

조지, 그게 정상이야

 

짐이랑 16년 동안 함께였잖아

 

난 매일 리처드 생각하는 걸
혼자인 건 힘들어

 

적어도 당신은
직업도 생활도 있잖아

 

저녁 좀 먹을까?

 

정말 열심히 준비했거든

 

무슨 말이야?

 

더이상 '늙은이'같은 말
안쓴다니까

 

저번에 학생 하나가
날 '연장자'라 부르더군

 

'늙은이'란 말을 아직 쓰든지 말던지

 

'연장자'란 말도 맘에 안들어

 

모든게 시시하게 변했어

 

이럴려고 미국에 온 게 아닌데

 

완전히 문화와 예절의 쇠락이야

 

젊은 층이 예의가 없긴 해

 

저번에 세차하고 있는데

 

젊은 남자가 위아래로
흝어보더니 묻더라

 

자연산 금발이냐고

 

- 뭐랬어?
-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지

 

'말해주자면, 내가 거꾸로 서면

 

천연의 향기로운 흑발이예요'

 

- 설마
- 진짜야

 

재밌는건 정신이 없더라구

 

런던에서도 입담이 장난 아니었어

 

당신 머리에 술 쏟았던 레즈비언 기억나?

 

당신이 그 여자한테 도넛처럼 걸려 있음
어떻겠냐고 물어서 말야

 

언제든지 런던에 갈 수 있어
우리 둘이 말야

 

고맙지만 됐어

 

- 그리워 하잖아
- 가끔 그립지

 

만약 짐이 있다면...

 

영국을 좋아했어, 지난번에 갔을 때
계속 머물고 싶어했어

 

그럼 옮겼을 거 같아?

 

모르지, 그걸 얘긴 하는 건
바보같아, 공상일 뿐야

 

이게 뭐야?

 

어머니 결혼 반지

 

청소하다 서랍에서 발견했어

 

찰리, 우리 둘다 한 잔 더
마셔야 할 것 같아

 

잠깐 잠깐, 기다려

 

이 노래 좋아

 

- 제정신이야?
- 어서, 영감

 

가만 있어

 

고마워

 

익숙한 솜씨야

 

줄곧 하고 싶었어

 

담배도 안 피우잖아

 

지난 16년 간은 그랬지
짐이 싫어했어

 

피워서 죽는게 아니면
이제 뭐가 날 막겠어?

 

같이 이렇게 누워 있으니 좋다

 

이게 그리운 적 없었어?

 

우리 잘 될 수도 있었잖아
진짜 관계와 아이도 갖고

 

난 짐이 있었어

 

내말은 진짜 관계말야

 

솔직히 말해서
둘이 잘 어울리긴 했지만

 

정말은 다른 무언가의
대신 아니었어?

 

이제껏 그렇게 생각해 왔던 거야?

 

짐이 진짜 사랑을 위한
대용품 같은 거라고?

 

짐은 그 무엇의
대용품이 아냐

 

알아 들어?

 

짐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과 리처드는 뭐가 그렇게 진실한데?
9년을 살고도 당신을 버렸어

 

짐과 난 16년을 살았어!
죽지 않았다면 지금도 함께일거야

 

무슨 망할 진짜가 아니라는거야

 

미안해, 미안해

 

둘이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

 

당신과 나는 그런 사랑을
못해봐서 질투했나봐

 

사실 누구와도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

 

리처드도 날 사랑하진
않은 거 같아

 

내 겉모습 말고는 말야

 

클레이는, 나도 모르겠어

 

키우고 사랑했는데
나이 좀 먹더니 떠나버렸어

 

찰리, 당신 인생은 아무 문제 없어

 

그냥 불쌍해 보이고 싶은거야
그걸 즐기잖아

 

당신은 아니고?
당신도 나만큼 불쌍해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건
취미 없어

 

나도 아냐
조금도 그렇지 않아

 

리처드와 화해하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어

 

나만 빼고 모두들
끝난게 확실하다고 했지만

 

클레이는 계속 자라는데
난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말해 봐

 

친구들은 넘쳐나잖아
괜찮을 거야

 

그래, 친구야 있지
하지만 다들 날 원하지 않아

 

당신이 있지만 망할 게이잖아
우리 잘 될 수도 있었는데

 

짐이 없으니 당신 밖에 없단 말야

 

누굴 잃는 다는 게
여자한텐 쉬운 일이 아냐

 

할 수 있는 건 다했는데
남은 건 진 한 병 뿐이군

 

도넛이랑 같이 마셔봐

 

꺼져 버려

 

샬롯, 당신 정말 드라마틱해

 

거의 넘어갈 뻔 했어. 눈물이
눈초리에 조금 맺힐려 했어

 

이제 그만 해

 

아직도 숨막히게 아름다워

 

이제 그만 일어나 빠져나와

 

5분 마다 흐느껴 울지도 말고

 

런던으로 돌아가
삶을 바꿔

 

여자인게 행복하지 않으면
여자 행세 그만 하고

 

당신은 모든 답을 아는군

 

사실 그렇지 않아

 

그렇게 똑똑하면 당신 삶이나
바꾸는게 어때?

 

스탠포드 교수자릴 받아들여

 

그 조그만 학교 불평하면서...
원하면 아무데나 갈 수 있잖아

 

그럴 가치가 있었다고 보는데

 

미안, 미안해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데

 

겁이 나서 런던엔 못 갈 거 같아

 

왜 겁이 나?

 

런던에 있을 땐 어렸잖아
생기있고 뭐든 그랬어

 

미국에 오는 건 꿈같았어
케이크 위의 달콤한 설탕처럼

 

고향에 가는 건 실패야

 

계획되로 된 일이 없어

 

원래 다들 계획처럼 되진 않아

 

과거에 살고 있으니
이제 미래에 대해 생각해 봐

 

과거에 사는게 바로 내 미래야

 

당신은 그럴 필요 없어
남자잖아

 

오늘 당신 지루했어

 

조금만 더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건 어때?

 

한 잔 더 마시자

 

- 제발, 제발
- 안돼, 가야돼

 

- 안돼 재밌었는데...
- 가야 돼

 

언제 또 볼까?

 

런던 안 갈거야?

 

절대 안가

 

너무 힘들거 같아

 

게다가 짐은 당신을 LA 혼자 남겨두고
가길 원하지 않을거야

 

난 걱정마, 괜찮을 거야

 

모든 답을 알고 있잖아?

 

이번 주말에 뭐해?

 

조용히 있을 거야

 

한번도 날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없지?

 

노력 해봤잖아
기억나?

 

오랜 전에

 

잘 안됐잖아?

 

잘자, 찰리

 

푹 자

 

패트릭, 럭키 스트라익으로
맥주 한 병 줘

 

안은 너무 덥네요

 

맞아요

 

담배?

 

아뇨, 담배 안 피워요

 

사람 정말 많네요

 

토요일 이잖아요
그래도 원래 이 정돈 아닌데

 

보통은 맘에 드는 사람 만나서
해변에 가죠

 

네, 꽤 거칠더군요

 

경찰이 왜 가만 놔두는지
의아할 뿐이예요

 

항상 이래요?

 

종전 이후로는

 

난 멋진거 같아요
쾌락주의자들 같잖아요

 

- 짐이예요
- 조지입니다

 

- 만나서 반가워요
-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못 찾겠네요

 

전 그냥 집에서 나오고 싶었는데
차가운 맥주가 당기더군요

 

부근에 사세요?

 

협곡 쪽에요

 

오래 사셨어요?

 

38년 부터

 

고향이 어디예요?

 

콜로라도 주요

 

여기 정말 맘에 들어요
해변에서도 가깝고

 

제대 후에도
남아있을까 봐요

 

글쎄요, 아마

 

저도 조금은
쾌락주의자 인가 보죠

 

먼저 들어가세요

 

실례합니다

 

- 이런, 안녕
- 안녕

 

술 한 잔 사는게 어때요

 

일행이 있어서요

 

이런, 안타깝네

 

한 병 더 마실래요?

 

패트릭, 럭키 스트라익으로
맥주 한 병 줘

 

패트릭, 됐어

 

안녕, 포터 군

 

안녕하세요

 

뭐 마시는 거예요?

 

스카치

 

항상 여기 온단다

 

부근에 살거든
너도 알겠지만

 

캠퍼 트리 거리요

 

아직 지니고 계셨네요

 

삶의 조그만 선물도
감사해야 해

 

여긴 왠일이니?

 

오토바이 좀 탔어요

 

그게 다야?

 

모르겠는데요

 

날 찾고 있었니?

 

그럴지도요

 

모르겠어요

 

머리가 생각들로
꽉 막힌 것 같아요

 

무슨 생각?

 

오늘 수업에서 하신
말씀 같은 거요

 

그건 중요한 게 아냐

 

아뇨, 중요해요
교수님 수업은 굉장해요

 

하지만 우린 항상 과거만
이야기 하는 것 같아요

 

과거는 제게 중요하지 않아요

 

현재는?

 

끝나길 기다리기 지치죠

 

완전 따분해요

 

물론 오늘밤은 예외고요

 

왜요?

 

오늘 밤은 예스, 현재는 노라니

 

오늘 밤을 위해 건배

 

오늘 밤을 위해

 

과거는 상관없고, 현재는 따분
그렇다면 미래는?

 

무슨 미래요? 쿠바에서
우릴 날려버릴지도 모르는데

 

죽음이 미래지

 

죄송해요
우울하게 하려던 건 아니예요

 

우울하지 않아, 우울한게 아니라
그게 진실이야

 

바로 일어날 미래는 아니겠지만
모두 똑같이 겪을 일이지

 

죽음이 미래야

 

교수님이 옳아요

 

그러니 만약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면

 

미래엔 더 나아질거라 할 수 있을까

 

저도 전에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문제는
결코 알 수 없을 거예요

 

오늘 밤 처럼요

 

사실

 

전 거의 항상 외로워요

 

그러니?

 

계속 그렇게 느껴왔어요

 

사람은 홀로 태어나고
홀로 죽잖아요

 

여기 있는 동안엔 절대적으로 완전히
몸 안에 갇혀 있죠

 

정말 이상해요

 

생각해보면 소름끼쳐요

 

우린 오직 인식을 통해서만
바깥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데

 

교수님이 정말은 어떤 사람인지
누가 알겠어요?

 

제가 알고 있는
교수님을 볼 뿐이죠

 

난 원래의 의도한 그대로야

 

자세히 들여다 보다면 말야

 

오직 삶을 정말 값지게 만들었던 건

 

드물지만
정말로 진실로

 

다른 사람과 교감했던 거야

 

교수님이 그러실 거라 예감했어요

 

그래?

 

 

진정한 로맨티스트일거라
생각했어요

 

모두들 나이가 들면
경험도 풍부해 질거라 말해요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예요

 

헛소리야

 

내 생각엔 나이 먹을수록
바보가 되는 것 같아

 

정말요?

 

물론

 

교수님의 모든 경험은
쓸모 없는 거라고요?

 

아니, 그런 말이 아냐

 

헉슬리의 말을 빌리자면

 

'경험은 우리에게
발생한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처하는
우리의 행동을 의미한다'

 

수영하러 가요

 

좋아

 

왜?

 

방금 그건 테스트예요

 

바보가 된다고 하신 건
뻥이라고 생각해서

 

생각했죠
'완전 엉뚱한 제안을 해서

 

거절하거나 머뭇거리면
개소리인거야'라고

 

거절 안했는데, 넌?

 

당연히 아니죠

 

자요, 도와드릴게요

 

가요

 

이만 충분한 것 같네요

 

난 괜찮아

 

전 추워요

 

교수님 댁으로 가도 될까요?

 

물론이지
아님 어쩌려고?

 

어쩌긴요

 

제정신이니?

 

뭐가 어때요?

 

그런 꼴로 어떻게 집에 가

 

우린 투명인간이잖아요
모르세요?

 

혼자 돌아다니시면
안되겠어요

 

쉽게 위험에 빠지실 것
같으세요

 

내가 그 방면에 뛰어나지

 

이마에 피나요

 

샤워할 거면
욕실은 복도 아래 있어

 

교수님은 샤워 안하세요?

 

괜찮다, 난 영국사람이잖아
우린 추위와 젖는데에 익숙해

 

상처부터 치료해 드릴게요

 

밴드 있으세요?

 

캠핑가세요?

 

난 정말 괜찮다

 

그대로 있어요
곧 올게요

 

앉으세요

 

고개 젖히시고요

 

이 번에는 메스컬린 때문이라곤
못하겠네요

 

네 옷은 젖었으니
갈아입어야 겠구나

 

 

춥지 않아?

 

괜찮아요

 

뭐 마실래?

 

맥주요, 있으시면요

 

그것 밖에 없을 걸
맥주 두 병 가져오마

 

여기 혼자 사세요?

 

지금은 그렇지
건축가인 친구와 같이 살았었어

 

제 나이 때 애들에겐
완전 꿈이네요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혼자 살면서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고

 

그게 네가 원하는
완벽한 삶이야?

 

왜요?
안믿기세요?

 

그렇게 혼자 사는게 좋으면
루이스는 어쩌고?

 

루이스요?
걔가 무슨 상관이죠?

 

둘이 사귀는 줄 알았는데

 

아뇨, 걘 멋지고 좋은 친구지만...

 

교수님이 묻고 싶은게
우리가 잤냐는 거라면

 

그랬니?

 

네, 한때요

 

왜 한번 뿐인데

 

한번이라 한 적 없어요
한 때라고 했지

 

지금 루이스 얘긴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몇 시죠?

 

시계가 멈췄구나

 

제가 가길 바라세요?

 

말도 안돼는 소리
가서 맥주나 더 가져와

 

그거 명령인가요?

 

당연하지

 

비참하군!

 

무슨 말 하셨어요?

 

왜 여기 있는 거니?

 

왜 조교에게
내 집주소를 물어봤니?

 

학교가 아닌 곳에서
뵙고 싶었어요

 

왜?

 

가끔 사물을 사람들과 다르게
보는 것 땜에 미칠 것 같거든요

 

교수님과 얘기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솔직히 오늘
교수님이 걱정됐어요

 

내가?

 

뭘 걱정하는데?

 

난 괜찮아

 

괜찮아

 

살면서 이렇게 완벽히
명확한 적은 드물었다

 

짧은 순간들이 지나가고

 

침묵이 소음을 뒤덮는다

 

생각 보다
느낄 수가 있다

 

사물은 매우 선명하고

 

세상은 너무 새롭다

 

실재하라 한 것처럼

 

순간을 지속시킬 순 없다

 

내가 붙잡으려 하지만

 

다른 것들 처럼 희미해질 뿐

 

순간을 즐기며 삶을 사니

 

그게 날 현재로 되돌려 놓았다

 

이제야 모든것은 정확히
의도했던 대로 되는 것임을 안다

 

바로 그렇게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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