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년 베니스

 

16세기 유럽의
반 유대인 감정은

 

강력한 자유도시국가
베니스에도 팽배해 있었다

 

낡은 공장이나 게토에
격리돼 살던 유대인들은

 

일몰 후엔 출입마저
통제되었으며

 

낮 동안 게토를 떠나는 자는

 

유대인임을 표시하는
붉은 모자를 써야했다

 

악질 고리대금업자!

 

부동산 소유권이
없었던 그들은

 

고리대금업자가 되었고
이는 기독교법을 어기는 행위였다

 

현실적인 베니스인들은
이를 눈감아 주었으나

 

종교의 갈등에서 오는
증오심은 어쩔 수 없었다

 

너희가 정의롭고

 

법을 준수하는 올바른 자라면

 

고리대금업을 행해
이자를 취하지 말며

 

모든 부정행위에서 손을 씻고

 

사람과 사람 간의
참된 도리를 행하라

 

나의 법 안에서
나의 정의에

 

충실히 임하는 자라면

 

그가 누구든 당연히 살 것이다

 

허나 고리대금업으로
이자를 취하는 자를

 

어찌 살려 두겠는가?

 

살려 둘 수 없노라

 

이런 가증한 자는
죽어 마땅하다고

 

주께서 말씀하셨다

 

아직도 도둑질과
강도질을 일삼는 자

 

안토니오

 

너희 고리대금업자는
교수형에 처해져야

 

마땅하도다

 

너희가 주의 계율을
어기고 짓밟았도다!

 

안토니오

 

베사니오

 

폭풍이 오고 있어요!

 

로렌조 님입니다

 

제시카...

 

왜 이리 울적한 지 모르겠네

 

정말 이상해
자네들도 그렇댔지

 

얼빠진 사람처럼
정신이 나간 거 같아

 

마음이 바다에서
출렁이는 탓일 걸세

 

사실, 내가 그런 투자를 했다면

 

마음은 희망의
바다로 가 있을 걸세

 

풀을 뜯어 날리며
풍향을 알아보고

 

해도를 펼쳐 항구와
항로를 살피다가

 

불길한 징조라도 보게 되면

 

불안감에 떨며
괴로워 할 게 뻔해

 

폭풍 생각만으로

 

간담이 서늘해져
식은 땀이 나겠지

 

말해 두지만 그런 게 아냐

 

그럼 사랑에 빠지셨나?

 

말도 안 되네!

 

사랑도 아니다?

 

그럼 기쁘지 않아서

 

울적한 거라 해두세

 

자네의 베사니오가 납시는군

 

잘 지냈나?

 

덕분에, 언제 한번 뭉쳐야지

 

근간 자릴 마련해 봄세

 

베사니오

 

안토니오

 

소임을 다했으니
우린 그만 물러가지

 

안색이 나쁘시구만
안토니오님

 

세상에 오지랖이
너무 넓은 탓이지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거라네

 

세상사를 세상사로
받아들일 뿐일세

 

무대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이 있지

 

내 역할은 슬픔이라네

 

그만 가자, 로렌조

 

그럼 내 설교는
만찬 후에 계속하지

 

잘들 가시게

 

그라치아노는
쓸데없이 말이 많지

 

베니스 최고의 수다꾼이잖나

 

그건 그렇고...

 

이젠 말해 보게

 

오늘 내게 하겠다던 말

 

내 무능함의 전적은
잘 알고 있을 걸세

 

문제는 감당키 힘든 부채인데

 

지난 시절 방탕한 탓에

 

재산은 전부 탕진했고

 

남은 건 빚 뿐이네

 

자네에게 가장
많은 빚을 졌지

 

우정까지 덤으로

 

자네 우정을 믿고
털어놓고 말하겠네

 

내가 진 모든 빚을
청산할 방법을...

 

허심탄회하게 말해 보게

 

말해 두는데...

 

자네가 변함없이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 한

 

내 재량과 재원을
총동원해 돕겠지만

 

거짓을 고한다면
기회는 없을 걸세

 

벨몬트에 부유한
상속녀가 있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라네

 

눈부시게 아름다울 뿐더러

 

미덕까지 겸비했다네

 

그녀는 나에게 무언의 눈빛으로

 

사랑을 속삭이곤 하지

 

이름은 포시아

 

재색을 겸비한 팔방미인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어

 

구혼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네

 

안토니오

 

그들을 물리치고
그녀를 얻으려면

 

단연코 재물이 필요하네

 

알다시피 내 재산은 바다에 있네

 

현재로선 가진 돈도
만들 재간도 없어

 

그러니 어쩌겠나?

 

베니스에서의 내 신용을

 

시험해 볼 수밖에

 

내 이름을 최대한 이용해 보게

 

벨몬트의 승전고를 위하여

 

아름다운 포시아를 위하여

 

정말이지, 네리사

 

세상살이가 참 고달프구나

 

당치 않아요, 아가씨

 

불행이 행운보다
크다면 모를까

 

하긴, 부자들도
병에 걸리긴 하죠

 

먹을 게 없어
굶주린 자들처럼요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게 쉽다면

 

예배당도 교회 같고
움막도 궁전 같겠지

 

하지만 이런 논리는
남편 선택관 무관해

 

그 놈의 선택!

 

내겐 선택권도 거부권도 없어

 

아버지의 유언에
매여 있는 딸일 뿐

 

이건 너무하잖아

 

선택도 거절도 할 수 없다니

 

아가씨 아버님은
유덕한 분이셨어요

 

그런 분들은 임종 때
영감이 떠오른대요

 

금, 은, 납으로 만든
이 상자들 중에서

 

아버님의 뜻과 같이
선택하는 자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아가씨가 진정

 

사랑하게 될 남자가 분명해요

 

그래

 

구혼자들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요?

 

이름을 대 보렴

 

느낌을 말해줄게

 

그럼 내 관심도를
가늠할 수 있을 거야

 

저 프랑스 귀족

 

르 봉씨는 어때요?

 

말도 마!

 

남자로 태어났으니
남자라고 해야겠지

 

근데 정말 남자이긴 한 걸까?

 

젊은 영국 남작 펠콘브리지님은?

 

옷차림이 괴상하지 않니?

 

색스니 공작님의 조카 분은요?

 

술이 깬 아침엔 성미가 고약해

 

대낮에 취했을 땐
훨씬 더 심하겠지

 

오, 네리사!

 

잠깐, 기다려요!

 

그가 제비뽑길 청해
바른 상자를 고를 시

 

청혼 거부는
곧 유언 거역이에요

 

그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큰 술잔을 틀린 상자 위에
올려놓도록 해

 

난 무슨 짓이든 할 거야

 

술고래와 결혼하긴 싫어!

 

3천 다켓이라...

 

글쎄요...

 

석 달만 빌립시다

 

석 달이라...

 

글쎄요...

 

안토니오가 보증을 설 거요

 

안토니오가 연대보증을?

 

글쎄요...

 

돈을 빌려 주시겠소?

 

대답해 주시오

 

3천 다켓을 석 달 빌려주는데

 

안토니오의 연대보증이라...

 

빌려 주겠소?

 

안토니오는 좋은 사람이죠

 

안 좋은 평판이라도 들은 거요?

 

아니, 아니올시다
좋은 사람이라 한 건

 

신용이 좋다는 뜻이었소

 

허나, 돈이 돈을 말하는 법

 

그의 상선은 트리폴리와

 

인도로 항해 중이잖소

 

나머지도 알고 있소
세 번째는 멕시코

 

네 번째는 영국이죠

 

다른 투기사업들도
해외에 산재해 있고

 

어찌됐든

 

배는 나무 조각이고
선원들은 인간일 뿐

 

땅쥐가 있으면 물쥐가 있듯이

 

바다도둑이 있으면
육지도둑도 있지요

 

해적 말이오

 

폭풍과 암초의 위험도 만만찮죠

 

신용만으론 부족해요

 

3천 다켓이라...

 

차용증을 받아야겠소

 

당연한 처사요

 

안토니오와 얘기할 수 있겠소?

 

식사라도 같이 합시다

 

돼지고기 냄새를
같이 맡잔 거요?

 

예수의 명령으로
신들린 돼지고기

 

난 당신들과 사고팔고 같이 걷고

 

대화는 하지만 같이 먹거나

 

마시거나 기도하진 않소이다

 

저게 누구시라오?

 

안토니오님이오
안토니오!

 

안토니오

 

알랑방귀 뀌는
폼이 기생오라비 같군

 

샤일록!

 

뭐하고 있소?

 

잔고 파악 중이외다

 

대충 어림잡아도

 

3천 다켓 전액을 당장

 

조달하긴 힘들겠소

 

하지만 유대인 갑부
튜발이라면 다르죠

 

벤자민, 가서
튜발을 찾아오거라

 

근데 몇 달이랬소?

 

평안하신가요
귀하신 나리

 

좀 전까지 당신
얘길 했었다오

 

돈을 갖고 있다던가?

 

있다마다요
3천 다켓이랬죠

 

기간은 석 달

 

아참!

 

석 달간 이랬죠

 

그건 그렇고...

 

이자놓는 금전거래는
안 한다지 않았소?

 

내가 사용할 게 아니오

 

그렇군요
3천이면 상당한 거금인데

 

란셀롯?

 

이자율표

 

12일부터 석 달간

 

이자율 좀 볼까요?

 

샤일록?

 

더 기다려야 하오?

 

안토니오 나리

 

이 리알토에서
당신은 수없이

 

내 고리대금업을
비난해 왔었소

 

하지만 난 그걸
끈기 있게 참아냈죠

 

끈기는 우리 민족의 상징이니까요

 

날 이교도라 칭하고

 

죽일 놈이라며

 

내 옷에 침을 뱉기까지 했소

 

사람들이 내 돈을
쓴단 이유만으로

 

그런데 이제 와서
도움을 청하다니

 

내게 와서 단 한마디

 

' 샤일록, 돈 좀 빌려주게 '

 

그러면 당신이

 

내 수염에 침을 뱉고

 

똥개처럼 문전박대한
일이 없어질까요?

 

그 놈의 돈을 탓해야지

 

누굴 탓하리오만

 

이렇게 답하면 어떻겠소?

 

' 개가 뭔 돈이 있나? '

 

' 그것도 똥개 주제에
3천 다켓이나? '

 

아님 엎드려 절하며

 

노예처럼 비굴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할까요?

 

' 나리, 지난 수요일
저에게 침을 뱉고

 

언젠가는 똥개라 부르셨죠 '

 

' 그에 대한 답례로
돈을 빌려드리지요 '

 

돈을 융통해 준대도
달라질 건 하나 없소

 

친구한테 고리를
뜯는 짓은 그만둬요

 

우정은 이자를 먹고
자라는게 아니잖소!

 

차라리 원수에게 빌려주시오

 

위약금 받기가 수월할 테니!

 

어찌 화를 내시오?
난 친구가 되고 싶소

 

우정도 얻고 싶고

 

당신이 준 모욕적인
처사는 모두 잊겠소

 

필요한 돈을 조달해 주고

 

이자는 한 푼도 받지 않으리다

 

이 정도면 되겠소?

 

이건 일종의 호의요

 

호의 이상의 친절이네

 

친절이 뭔지 보여 드리지요

 

공증 받으러 갑시다

 

당신 단독명의로 날인해 주시오

 

가벼운 마음으로

 

차용증서에 명시된
기일과 장소에서

 

원금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벌칙을 명시하는 거요

 

정확히 1파운드의 당신 살점을

 

잘라내서 가져도 좋다는

 

원하는 부위의 살점을
내 맘대로 말이요

 

좋소이다

 

까짓것 도장 찍으리다

 

이런 게 바로
유대인의 친절이구려

 

나 때문에 그런 계약을 하다니

 

차라리 내가 포기하겠네

 

염려 말게, 이 사람아

 

그런 일은 없을 테니

 

기한만료 한 달 전인 두 달 안에

 

차용금액 세 곱절의
돈이 들어올 걸세

 

선조 아브라함이여
이 기독교도들은

 

거저먹는 계약에도
남을 의심합니다

 

대답해보시오

 

이 분이 기한을
어겼다고 칩시다

 

내가 무슨 이득을 보겠소?

 

1파운드의 살점을
어디다 쓰리까?

 

쓸모없는 살덩이요

 

양고기, 소고기
염소고기보다 못한

 

환심 좀 사보려고

 

호의를 베푸는 것 뿐이니

 

받아들이면 좋고
싫어도 그만이오

 

쓸데없는 오해는 말아주시오

 

샤일록

 

차용증서에 도장 찍겠소

 

내 피부색을
싫어하지 마시오

 

빛나는 태양이 특별히 수여한

 

천연산 흑기사의 제복이라오

 

여봐라! 여봐라!

 

태양빛이 이글대도
얼음조차 녹지 않는

 

북극 태생의 흰둥이
인간을 데려오너라

 

그대 사랑을 위해
그와 나의 살을 베어

 

누구 피가 더 붉은지
시험해 봅시다

 

그대에게 고백 컨대

 

다들 내 얼굴을 보고
혼비백산 하더이다

 

허나, 맹세코

 

내 나라 처녀들이
홀딱 반한 얼굴이오

 

난 피부색을 바꿀 생각 없소

 

그대 마음을
훔칠 수 있다면 모를까

 

눈의 달콤함을
쫓을 처지가 못 된답니다

 

제겐 아무런 선택권이 없으니까요

 

만약, 제 아버님이 제비뽑기에서

 

승리한 분과 결혼해야 한다는

 

유언만 남기지 않으셨다면

 

귀공께서는 어느 분 못지않는

 

제 애정의 후보자가
되셨을 겁니다

 

그 말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행운의 상자를
찾으러 가봅시다

 

좋죠?

 

부탁하네, 레오나도
이것들을 구입해서

 

가능한 빨리 돌아와 주게

 

오늘 밤 지인들을
대접해야 하니까

 

만찬은 9시까지 준비해 놓게

 

이 편지들을 보내도록 하게

 

그리고 제복도 맞춰 놓도록!

 

이 집에서 나간다고
양심에 찔릴 게 뭐야

 

여보시오!

 

유대인 나리 댁이 어느 쪽이오?

 

저예요, 아버지

 

너 많이 변했구나!

 

주인과는 어떠냐?
드릴 선물이 있는데

 

아사 직전였어요, 아버지

 

와주셔서 기뻐요

 

선물은 베사니오란
분께 드리세요

 

제게 새 제복을 주실 분이에요

 

베사니오 !

 

베사니오 !

 

그라치아노 !

 

부탁이 있네

 

말해 보게

 

날 빼놓고 가지 말게
벨몬트에 데려가주게

 

누가 말리겠나만
해둘 말이 있네

 

자넨 너무 거칠고
무례하고 고약해

 

그런 성질이 자네한텐 어울리고

 

우리 눈에도 거슬리지 않네만

 

낯선 곳에 가면
그 성질들이 좀...

 

지나쳐 보일 걸세

 

예의란 냉정한
물방울을 떨어뜨려

 

성질 좀 죽여주게

 

그 거친 언동 탓에
내가 가는 곳에서

 

꿈을 잃고 싶진 않네

 

베사니오, 왜 이러시나

 

무례한 행동이나

 

경박한 언사는
버릴 것을 맹세하네

 

지금부터 엄숙한 표정을 짓고

 

식사 전 기도시간엔
모자로 눈을 가리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아멘을 속삭이지

 

믿어주게

 

두고 보도록 하지

 

오늘 밤엔 봐주게

 

약방에 감초가
빠져선 안되잖나

 

귀하신 분께 신의 가호를!

 

베사니오님?

 

고맙소이다

 

하실 말씀이라도?

 

제 아들입니다
불쌍한 놈입지요

 

불쌍하진 않아요

 

돈 많은 유대인의
하인이긴 하지만...

 

아버지가 설명하실 겁니다

 

유대인 주인이
못살게 군답니다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유대인을 섬겼고 제 소망은...

 

아버지가 설명하실 겁니다

 

요컨대 , 아버지가
연로하신 관계로

 

노망 끼가 좀 있어서...

 

귀하신 분께 비둘기 고기를
가져왔습죠

 

제 소청은...

 

외람되오나 저에 관한 것으로

 

아버진 정직하시죠, 늙고

 

불쌍한 분이지만

 

무슨 얘긴지...
원하는 게 뭔가?

 

나리님을 섬기고 싶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청을 받아주리다

 

부유한 유대인 시중은 그만두고

 

나처럼 가난한
사람을 따르겠다면

 

옛 격언이 두 주인을
잘 구별해 주는군요

 

은총받은 자와
재산이 많은 자

 

언변이 좋군

 

술이 많이 달린
제복을 갖다 주게

 

네가 떠난다니 섭섭하구나

 

우리집은 지옥이지만
쾌활한 네가

 

따분함을 덜어주었었는데

 

란셀롯

 

만찬에 로렌조란
손님이 올 거야

 

이 편지를 전해 줘

 

아무도 모르게

 

작별 선물이야

 

아버지한테 들키면 안돼

 

잘 있어요

 

목이 메네요
어여쁘신 이교도

 

다정한 유대인 아가씨

 

오, 로렌조...

 

약속만 지켜준다면
이 생활을 청산하고

 

기독교로 개종해
당신과 결혼할 게요

 

제시카

 

이게 누구냐?
이제 알게 될 거다

 

네 눈으로 보게 될 거야

 

옛 주인 샤일록과
베사니오의 차이를

 

거기선 주인과
식사하진 못할 거야

 

잠 자거나 코 고는 것
옷 입는 것 까지도

 

그와 같이 할 순 없어

 

제시카, 얘야!

 

아가씨!

 

누가 너더러 부르랬냐?

 

부르라고 안했다

 

시키기 전에
눈치껏 하라면서요

 

부르셨어요?

 

무슨 일이세요?

 

저녁 초대 받았다
열쇠 잘 챙겨라

 

거길 왜 가냐고?

 

바라지도 않았는데

 

아첨을 떨더구나

 

기름진 음식이나 축내고 와야지

 

제시카, 얘야 집
잘 보고 있거라

 

정말 내키지 않는구나

 

웬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간밤에

 

돈주머니에 관한
꿈을 꾸었거든

 

가시지요, 나리

 

젊은 제 주인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도 그랬다

 

여흥을 준비했답니다

 

혹시라도 가면을 보시게 된다면

 

코피까지 쏟은 제 정성이

 

무의미 하지만은 않을 거예요

 

가면무도회가 있단 말이냐?

 

내 말 잘 듣거라
제시카

 

창문을 기어오르게 하거나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기독교 놈들에게
눈길을 주면 안된다

 

경건한 집에 경박한 소리를
들이지 마라

 

야곱의 지팡이에 맹세하지만

 

오늘밤 잔치엔
가고싶지 않구나

 

하지만 가야겠지

 

먼저 가서 곧 간다고 전하거라

 

그러겠습니다

 

아가씨, 창밖을 꼭 내다보세요

 

꼭 봐야할 기독교도
한 분이 지나갈 테니

 

저 어리석은 하갈의
자손이 뭐라더냐?

 

작별 인사를 했어요

 

그 뿐예요

 

인간성은 좋은데
먹성이 좋아 탈이지

 

느려터진 잠보를
내 집에 둘 순 없었다

 

도리가 없으니
내보낼 수 밖에

 

제시카, 그만 들어가거라

 

곧 돌아오마

 

문단속 잘 하거라

 

안녕히 계세요

 

제 바람이 이뤄진다면

 

난 아버지를
아버진 딸을 잃게 되겠죠

 

맞게 선택했는지 어찌 압니까?

 

그 중 하나엔
제 초상화가 들었죠

 

그걸 선택하시면
전 당신 것이 됩니다

 

아무 신이시여, 도와주소서

 

물러서 !

 

어디 보자

 

' 나를 택하는 자 '

 

' 가진 걸 모두 바쳐
모험을 할 지어다 '

 

모두 바쳐?
뭣 때문에?

 

납 상자 때문에 그런 모험을?

 

이 상자는 너무 위협적이야

 

전부를 걸 땐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 법

 

황금에 젖은 자가
쇠똥구릴 주울까?

 

납덩이에 내 운명을
걸다니 안될 말이지

 

이 은상자엔
뭐라 쓰여 있을까요?

 

' 나를 택하는 자 '

 

' 그에 합당한 것을 얻을 지어다 '

 

생각 좀 해봐야겠는 걸?

 

객관적 가치기준으로
따져 본다면?

 

난 태생 뿐만 아니라 재물이나

 

자질, 번식력에 있어
적격자인 것이다!

 

망설일 것 없이
이걸 선택해버릴까?

 

' 나를 택하는 자 '

 

' 세상 만인이 바라는 것을 '

 

' 얻을 지어다 '

 

바로 저 숙녀분 아닌가!

 

온 세상이 저 여인을 갈망하고

 

세계 각처에서 사람들이
이 성소에 몰려들지

 

살아있는 성녀에게
입 맞추기 위해서

 

열쇠를 주시오
이걸 선택하겠소

 

성공할 겁니다

 

받으세요, 왕자님

 

제 초상화가 있으면
전 당신 것입니다

 

이런 젠장!

 

이게 뭐야?

 

' 번쩍인다고 모두 금은 아니다 '

 

' 당신은 이 말을
자주 들었으리라 '

 

' 황금 무덤에는
구더기가 들끓는 법 '

 

' 잘 가시게 '

 

' 그대의 청혼은 차디차도다 '

 

내 행운의 사자 샤일록과

 

나의 지인들에게 감사의 건배를!

 

안토니오의 건강을 위해!

 

이 손의 주인을 알아
믿음을 가진 고운 손

 

이 편지지보다
더 하얀 손을 가졌지

 

사랑의 편지로군

 

오늘 밤 만날까?

 

여기가 로렌조가
기다리란 곳인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

 

이상하군, 연인들은
일찍 나오는 법인데

 

좋을 때나 얘기지

 

먹고 나면 변하는 게
사람 마음 아니던가?

 

왔군 !

 

늦었는데 기다려줬구만

 

이봐요 ! 안에 누구 있소?

 

누구신가요?

 

목소리는 알겠지만
확실하게 말해줘요

 

로렌조, 그대 사랑이오

 

로렌조가 맞군요
내 사랑

 

제가 누굴 그토록 사랑할까요?

 

그대만이 내 마음을
알고 있지요

 

하늘과 그대 마음도
알고 있을 거요

 

-여기요 ! 상자를 받아요
-안 돼 !

 

그만한 가치는 있는 거예요

 

어둠이 가려줘서 다행이에요

 

남장한 내 모습이
너무 창피하거든요

 

사랑하면 눈이 멀고

 

바보짓 조차도
귀엽게만 보인다지만

 

남장한 내 모습엔
큐피트도 외면할걸요

 

내려가요
횃불을 들어줘야죠

 

전 드러나면 안돼요

 

숨어 있어야 해요

 

숨어 있잖소

 

소년의 아름다운
옷 속에 말이오

 

빨리 갑시다
이 밤이 새기 전에

 

돈을 좀 더 챙겨서
뒤쫓아 갈게요

 

뭐래도 좋아
그녀를 사랑해

 

진심으로

 

내 아는 한 그녀는 지혜로워

 

제 눈에 안경이래도
아름답기 그지없고

 

스스로 증명했듯
너무나 진실해

 

그녀처럼 지혜롭고
아름답고 진실한

 

불변의 사랑으로
그녀를 지킬 걸세

 

안돼!

 

거기 누군가?

 

안토니오?

 

이런 , 그라치아노

 

벌써 10시야
다들 기다리고 있네

 

가면무도회는 취소됐어

 

풍향이 바뀌어
배가 곧 떠날 걸세

 

자넬 찾느라 20명이나 풀었어

 

제시카!

 

제시카?

 

제시카!

 

가능한 속히 돌아오겠네

 

서두르지 말고
목적이나 달성하게

 

보증 서 준 것도
마음쓰지 말고

 

즐겁게 모든 생각을
청혼에 맞추고

 

사랑을 표현하는데
온 마음을 기울이게

 

출항!

 

안돼...

 

안돼...

 

이럴 순 없어...

 

제시카...

 

난 그 유대인 놈이
그렇게 거리에서

 

미친 듯 울부짖는 걸
본 적이 없네

 

' 내 딸! '

 

' 내 돈 ! 내 딸! '

 

그 사악한 유대인이
공작님까지 동원해

 

베사니오의 배를
수색하러 갔지만

 

너무 늦었지
배는 이미 떠났으니

 

안토니오가 날짜를
지켜야 할 텐데

 

안 그랬단 큰일 날 걸세

 

말이 나왔으니 말이네만

 

어제 만난 프랑스인 말에 의하면

 

프랑스와 영국의 좁은 해협에서

 

만석의 배 한 척이
침몰됐다더군

 

안토니오의 배란
느낌이 들지만

 

그저 조용히 아니길 바래야지

 

아가씨!

 

아가씨!

 

어디 계세요!

 

아가씨!

 

서둘러요 ! 어서 !

 

아라곤 왕자께서
서약을 마치고

 

상자를 고르겠대요

 

음악!

 

' 나를 택하는 자 '

 

' 가진 걸 모두 바쳐
모험을 할 지어다 '

 

당신이 예뻐야

 

모험을 하든 말든 하지

 

저 황금 상자엔 뭐라 써 있나?

 

어디 볼까?

 

' 나를 택하는 자, 세상 만인이 '

 

' 바라는 것을 얻을 지어다 '

 

난 무리가 원하는 건
선택하지 않는다

 

그들과 뜻을 같이
할 수도 없거니와

 

천한 무리에 섞일 수도 없노라

 

' 나를 택하는 자 '

 

' 그에게 합당한 것을 '

 

' 얻을 지어다 '

 

당연하지

 

나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노라

 

열쇠를 내 주시오

 

지금 당장 내 행운을
확인해야겠소

 

너무 지체하시는군요

 

이게 뭐야?

 

이 바보천치가
눈을 깜박이며

 

나를 조롱하는 게요?

 

내게 합당한 것이
바보의 머리통인가?

 

이게 내 전리품이라고?

 

내 가치가 이것 밖에 안돼?!

 

감정적 말과 판단은
공인답지 않습니다

 

아둔한 머리 하나가

 

청혼하러 왔다가

 

둘이 되어 떠나는구려

 

안토니오의
배가 침몰됐다네

 

모든 걸 다 잃었다는군

 

이리 오세요
올라 오세요 !

 

저게 누구야?
유대인 영감이잖아!

 

이리 와서 우리랑 즐겨요!

 

기독교도의 살맛 좀 보라구요!

 

상업거래소에서 뭐라던가?

 

확인된 건 아니지만
안토니오의 배가

 

해협에서 난파됐단 소문일세

 

굿윈즈 라던데

 

수심이 얕은
치명적인 곳으로

 

많은 거선들을 삼켰다더군

 

자네 결론은?

 

그에 따른 손실이 엄청날 걸세

 

웬일이오, 샤일록?

 

그간 별고 없었소?

 

내 딸년이
도망친 걸 알고 있잖소

 

누가 알까...

 

누가 당신들보다 더 잘 알까...

 

샤일록, 새가 날개짓 하면

 

둥지를 떠나는 건
당연한 거요

 

그러다 지옥으로 떨어지지

 

말해 보시오

 

안토니오의 상선이
정말 침몰된 거요?

 

차용증이나 잘 보라고 하시오

 

고리대금업자라고
개무시 하더니만

 

꼴좋게 됐구려

 

기독교도 운운하며
돈을 빌려주더니만

 

꼴좋게 됐구려!

 

설마하니 살을 베진 않겠지

 

뭐에 쓰려고?

 

미끼라고 해두지

 

소용없는 짓이래도
복수심은 채워야지

 

그는 나를 모욕했소

 

내 일을 수없이 훼방 놓으며

 

내 실패를 비웃고
내 성공을 조롱했소

 

내 민족을 멸시하고
내 영업을 방해하고

 

친구들을 이간하고
원수들을 선동했소

 

왜냐고?
내가 유대인이라서!

 

유대인은 눈이 없소?

 

유대인은 손이 없소?

 

오장육부도 없고
형체도 없소?

 

감각도 감성도
열정도 없소?

 

먹는게 다르오?

 

흉기에 다치지도 않소?

 

같은 병에 걸리지도 않소?

 

같은 처방으로
치료도 안 되고?

 

더위도 추위도
타지 않는단 말이오?

 

당신들이 찔러도
우린 피가 안 나오?

 

간질여도 웃지 않고?

 

독약을 먹여도
안 죽는답디까?

 

부당한 짓을 당해도
복수도 못하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시오!

 

우리가 기독교도에게
부당한 짓을 하면

 

복수하지 않겠소?

 

기독교도가 부당한 짓을 하면

 

당연히 우리도
그들처럼 해야지

 

그래서 복수할 거요

 

당신들이 가르쳐 준
악랄함을 교훈삼아

 

무슨 일이 있어도

 

뼈에 사무치는
교훈을 남겨줄 거요

 

안토니오와 얘기 좀 해야겠네

 

왔는가, 튜발?

 

제노아에서 무슨 소식은?

 

내 딸은 찾았나?

 

소문이 들리는 곳에
가보긴 했지만

 

찾진 못했네

 

왜...

 

어디로 갔단 말이냐...

 

다이아몬드는 날아간 거야

 

프랑크푸르트에서
2천 다켓이나 준 건데

 

우리 민족에게
이런 저주는 없었어

 

느껴본 적이 없었네
지금까지는

 

딸년이 내 발밑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보석들을 귀에
달고 있음 좋겠어

 

보석에 관한 건?

 

왜?
잃고 또 잃고...

 

도둑맞아 손해보고
찾는다고 손해보고

 

해결도 안 되고

 

복수도 안 되고

 

불행이란 불행은
다 짊어졌는데

 

대체 무슨 낙으로
살아간단 말인가?

 

탄식도 안 되고

 

숨만 겨우 붙어서

 

가슴에선 피눈물이
흘러 넘치네

 

그래 , 다른 사람
역시 불행을 당했네

 

안토니오 말일세
제노아에서 들었네

 

뭐라구?

 

그게 대체 뭔가?

 

트리폴리에서 오던
배가 조난당했다네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다른 얘긴 들은 거 없나?

 

자네 딸이 제노아에
묵었다더군

 

내가 들은 바론

 

하룻밤에 80 다켓을 줬다네

 

내 가슴에 비수를 찌르는군

 

그 애 얼굴을
다시는 안 볼 걸세

 

80 다켓이라니 !

 

가만히 앉아서 80 다켓을 쓰다니!

 

안토니오의 여러 채권자들이

 

베니스의 내 회사로
찾아들고 있네

 

파산할 게 틀림없어

 

그거 기쁜 소식이군
그놈을 저주하고

 

고문하겠어
기꺼이 그럴 거야

 

그 중 하나가
반지를 보여줬는데

 

자네 딸이 원숭이랑
바꾼 거라더군

 

어떻게 감히!

 

튜발, 자네 날 고문하는군

 

그건 터키석 반지야

 

아내에게 줬던 거란 말일세

 

내가 총각 때...

 

나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어

 

어떤 원숭이를 준다 해도...

 

아직 안토니오 일이 남아있네

 

맞는 말이야

 

튜발, 가서 관리를
알아봐 주게

 

2주 전에 예약해 놔야 해

 

안토니오의 심장을
도려낼 걸세

 

가보게, 튜발
예배당에서 보세

 

아가씨!

 

젊은 베니스인
한 분이 오셨는데

 

주인의 도착을
알리러 왔답니다

 

그렇게 멋진 사랑의
전령은 처음 봤어요

 

여름의 전령인 4월의 날씨조차

 

그 분의 상냥함엔
미치지 못할 겁니다

 

그만, 친척이랄까 겁나는구나

 

그렇게 들떠서 칭찬을 늘어놓다니

 

가보자꾸나, 네리사

 

예를 갖춘 큐피트의
전령을 보고 싶구나

 

베사니오님, 제발 당신이기를!

 

내 마음이 속삭여요
사랑은 아니지만

 

당신을 잃고 싶지 않다고

 

싫다면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한두 달 머문 후에
선택하면 좋겠어요

 

올바른 선택법을
말해줄 수도 있지만

 

그건 맹세를 깨는 거예요

 

그래서는 안 되잖아요

 

실패할 수도 있겠죠

 

그럼 전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거예요

 

당신 눈이 원망스러워요

 

내 마음을 훔쳐갔으니까요

 

제 반쪽은 당신 거고
나머지도 당신 거죠

 

제가 가진 모든 게
당신 것이니

 

전부 당신 거네요

 

선택하게 해주시오
난 고문 당하고 있소

 

고문이라뇨, 베사니오?

 

사랑의 마음이 변하고 있나요?

 

아니오

 

실패에 대한 두려움만이

 

내 사랑의 기쁨을
위협할 뿐이오

 

하지만 고문이라 하셨으니

 

맘에 없는 말을
할 수도 있잖아요

 

살려주겠다 약속하시면

 

진실을 고백하겠소

 

고백하세요

 

살려드릴 테니

 

내 고백은 사랑이오

 

언제나 한결같이

 

하지만 내 운명의 상자를

 

선택하게 해주시오

 

그럼 하세요

 

전 그 중 하나에
갇혀 있어요

 

사랑이 자라는 곳은
어디인가요

 

가슴속인가요
머릿속인가요

 

어떻게 생겨나
무얼 먹고 자라나요

 

대답해 주세요

 

대답해 주세요

 

대답해 주세요

 

대답해 주세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세상은 여전히
꾸밈으로 현혹하나니

 

아무리 더럽고
부패한 소송일지라도

 

그럴싸한 변론으로
양념을 치면

 

그 흉악성이 흐려지지 않던가?

 

이단의 사설도

 

엄숙한 얼굴로
신부가 축하해 주고

 

성서를 인용해
증명해주면

 

그 죄악이 화려한 미사여구로

 

가려진다

 

미인을 보면

 

미라는 것이

 

화장의 무게로
얻어짐을 알 것이다

 

그런고로 눈부신 황금아

 

나는 너를 택하지 않으련다

 

창백하고 통속적인
너 역시도 아니다

 

그러나 그대

 

볼품없는 납덩이여

 

확실한 약속보다
위협감을 주긴 하나

 

그대의 소박함은 웅변 이상의

 

감동을 주는구나

 

너를 선택하겠다

 

결과에 기쁨이 따르길!

 

사랑이여, 진정하라
환희를 가라앉혀라

 

축복이 지나쳐
해가 될까 두렵구나

 

무엇이 들었을까?

 

포시아의 초상이요!

 

실물처럼 절묘하게
그려놓았군요

 

눈이 움직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