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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해 겨울..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며 ♥

 

♥ 씨네르바의 4번째 자막입니다 ♥

 

독일, 베를린

 

1995년

 

왜 안 깨웠어요?

 

-곤히 자고 있길래.
-그게 아니라..

 

나랑 같이
아침 먹기 싫어서 그런거죠?

 

당신 달걀도 요리했소.
같이 먹기 싫었으면 그랬겠소?

 

차로 하겠소? 커피로 하겠소?

 

당신이란 사람...
만나는 여자들한테

 

절대 속마음을
안 드러내죠?

 

저녁에 뭐 할 건가요?

 

딸을 만나기로 했소.

 

딸이 있었어요?
말한 적 없었는데..

 

그랬나?

 

그 아인 몇 년동안 외국에 있었소.

 

차 마신다고 했던가?

 

저 가요.

 

딸이랑 좋은 시간 보내세요.

 

차표 꺼내세요.

 

표 보여주세요.

 

차표요..

 

차표 보여주세요.

 

서독, 노이슈타트 1958년

 

이봐, 괜찮니?

 

발 들어봐.. 발.

 

이봐.. 꼬마야.

 

일어서 보렴.

 

괜찮아질 거야.

 

어디 사니?

 

이제 됐어요.

 

이제 혼자 갈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그래 잘가라.

 

몸조리 잘 해.

 

걱정이 되니까 그렇죠.
얼굴이 말이 아니야.

 

-자기가 병원 갈 필요 없다잖소.
-가야 돼요.

 

-안 가도 돼.
-그럼, 그렇게 해.

 

여보!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맙시다.

 

너 몇 살이지?

 

마이클은 15살이에요.

 

성홍열입니다.
*목의 통증과 고열, 발진이 생기는 전염병

 

적어도 몇 달은
누워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시키세요.

 

에밀리, 나가자. 옮으면 안돼.

 

에밀리!

 

좀 어떠니?

 

좀 나아요.
전에 말씀드리려고 했었는데..

 

제가 아팠던 날,
어떤 여자 분이 도와줬었어요.

 

여자가 도와줬다고?

 

네.. 집까지 데려다줬어요.

 

그 분 주소를 아니?

 

-계신가요?
-누구세요?

 

꽃을 사왔어요.
감사의 뜻으로..

 

저기 싱크대에 두렴.

 

안 아팠으면 더 일찍 왔을 거예요.
세 달이나 누워 있었거든요.

 

-지금은 괜찮아진 거야?
-네, 고마웠어요.

 

-몸이 허약한 편이니?
-아뇨, 그 전엔 한 번도 아픈 적 없었어요.

 

침대에만 있으니 정말 지루했어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책도 못 읽게 했거든요.

 

아무튼...감사합니다.

 

잠깐만, 같이 나가자.
일 하러 갈거야.

 

옷 갈아입는 동안
복도에 있으렴.

 

아래 층에 양동이 두 개 더 있어.
석탄 채워서 들고 오던지..

 

꼴이 엉망이구나.
거울 좀 봐, 꼬마야.

 

그런 꼴로 집에 가면 안되지.

 

옷 벗어.
목욕 물 받아줄게.

 

넌 바지입고 목욕하니?

 

괜찮아, 안 볼게.

 

수건 갖다 줄게.

 

이것 때문에 다시 온 거니.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요.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나를 봐.

 

천천히.. 천천히

 

엄마한테 걱정끼치면 되겠니.

 

몇 번 말해요.
죄송하다고 그랬잖아요.

 

-엄마가 내내 걱정했다.
-길을 잃어버려서 늦었어요.

 

그 뿐이라구요.
더 먹어도 되죠?

 

자기 동네에서 길을
잃어버렸다는 게 말이 돼?

 

성쪽으로 간다고 전차를 탔는데
운동장으로 가버렸단 말야.

 

-거긴 서로 반대 방향이잖아.
-니가 무슨 상관이야?

 

오빠가 거짓말해요.

 

거짓말하는 거 아냐.
한 번도 거짓말 한 적 없었어.

 

아버지, 내일부터
학교 가게 해주세요.

 

의사 선생님이 3주 정도
더 쉬라고 했어.

 

전 갈 거예요.

 

여보...

 

-이렇게요?
-그래..

 

너무.. 서두르지는 말구.

 

괜찮아.. 다시 해 봐.

 

이름이 뭐예요?

 

-뭐?
-누나 이름요?

 

그건 알아서 뭐 하게?

 

여기 세 번이나 왔잖아요.

 

그러니 이름이 궁금하죠.
그게 이상한 건가요?

 

니 말이 맞아.
이상한 건 아니지.

 

내 이름은 한나야.

 

거짓말 아니죠?

 

-니 이름은 뭐니, 꼬마야?
-마이클요.

 

마이클..

 

내가 마이클을
만나고 있었네.

 

한나..

 

비밀이라는 개념은
서구문학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소설의 성격은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가진

 

구체적인 정보들에 의해 정의되는 것입니다.
-오디세우스-

 

인물들은 때때로

 

비뚤어진 성격을 가지기도 하고,
때로 고상한 취향을 가지기도 합니다.

 

인물들은 자신만의
사적인 정보를 잘 드러내지 않기 마련입니다.

 

뭘 공부하는지
얘길 통 안하네.

 

공부요..?

 

학교에서 말야.

 

언어도 배우니?

 

네.

 

어떤 거?

 

라틴어요.

 

라틴어로
아무말이나 해봐.

 

"그대여, 어디를 서둘러 가는가?"

 

"왜 그대의 오른손에
다시 칼을 들었는가?"

 

호라티우스 작품이에요.
*로마의 시인

 

멋지다.

 

그리스어도 말해볼까요?

 

"어떤 이는 기병이나 보병을
또 어떤 이는 함선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것들은 당신들이
사랑하는 것일 뿐이라오."

 

아름다워.

 

어떻게 알아요?

 

뜻을 모르는데,
아름답다는 걸 어떻게 느끼죠?

 

독일어 시간에는
뭘 배우니?

 

희곡이요.

 

고트홀드 이프라임 레싱 작품이요.
*18세기 독일 작가

 

들어본 적 있죠?

 

"에밀리아 갈로티" 라고..
*레싱의 비극

 

빌려 줄까요?

 

니가 읽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애.

 

알았어요.

 

"1막 1장"

 

"장소: 왕자의 방들 중 한 곳"

 

"왕자: "

 

사실 저 잘 못하는데..

 

계속 해봐.

 

"불평들.. 불평들 뿐이로구나."

 

"그렇게도 할 일이 없단 말인가."

 

"그들이 정말로 우리를
질투한다고 생각해 보라."

 

실은 너 잘하지?

 

뭘요?

 

책 읽는 거 말야.

 

왜 그렇게 웃는거야?

 

한번도 뭘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뭐하자는 거예요?
왜 이래요?

 

왜 생판 남처럼
모른 척 하는 거예요?

 

니가 먼저 모른 척 했잖아!
내가 첫 칸에 타고 있는 거 봤으면서..

 

-왜 두번째 칸으로 갔는데?!
-왜 그런 것 같애요?

 

-왜 내가 그랬겠냐구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 일하고 온 사람이야.
씻어야 돼.

 

혼자 할 거라구.
제발 좀 가줄래?

 

기분 나쁘게 하려고
그런 거 아니예요.

 

너 때문에
기분 나쁠 이유가 없지.

 

넌 나한테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

 

무슨 말을 해야되는거죠.

 

여자애 사귀어
본 적도 없어요.

 

근데 우리는 4주나
함께 지냈잖아요.

 

누나없이 못 살아요.
그럴 수 없어요.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죽을 건만 같다구요.

 

두번째 칸에 탄 건..
누나가 키스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였어요.

 

너도 참... 그러면 전차 안에서
섹스라도 할 줄 알았니?

 

아까 한 말 진심이에요?

 

누나한테 내가
아무 의미도 없다는 말..

 

화 풀 거죠?

 

나 사랑해요?

 

-책 갖고 있니?
-네, 있어요.

 

아침에 챙겨 온 거
한 권 있는데..

 

어떤 건데?

 

호머의 오디세이요.
숙제거든요.

 

이제부터는 이렇게 할거야.

 

너가 나한테 책을 읽어주고 나서..
함께 자는 거야.

 

"오디세이, 호머 지음."

 

오디세이가 무슨 뜻이야?

 

여정이요.
여행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거든요.

 

그렇군.

 

"노래를 들려다오.
한 용사와 여신, 그리고.."

 

"항로를 벗어나 그가 겪어야 했던
고난에 대한 노래를."

 

"한 때 신성한 트로이를
점령했던 그 용사의 노래를."

 

이리 와.

 

"그는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죽어 있었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나는 모든 곳을 들쑤시고 다녔고.."

 

"침실만한 헝겊을 발견했다."

 

"헝겊들은 모두 포도나무에 걸려 있었고
그 곳에 한 남자가 잠들어 있었다."

 

"그는 내 친구 짐이었다."

 

"니 놈이 그걸 배우게 되면
쫓아가서 널 소리쳐 부르마.."

 

"채털리 부인은 자신의 살갖 속으로
그가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한동안 그렇게
그는 그녀 안에 머물렀다."

 

불결해.

 

그 책은 어디서 났니?

 

빌렸죠. 학교 친구한테서요.

 

창피한 줄 알아.

 

계속 읽어.

 

"완전 조개 폭탄, 태풍 폭탄같으니!
그건 액체였다고."

 

- "그게 대체 뭐였겠나?"
-위스키!

 

"위스키였어!
제기랄, 위스키였다고!"

 

"위스키라구요?"

 

"이봐요, 선장님.
그게 말이 됩니까?"

 

오늘은 거기까지 하자, 꼬마야.

 

혹시, 휴가 낼 수 있어요?

 

같이 여행가요.

 

무슨 여행?

 

자전거 여행이요.
이틀만 다녀오는 거예요.

 

누나한테 코스 보여 주려고
가이드북도 빌려왔어요. 봐봐요

 

어떻게 생각해요?

 

내 생각엔.. 너
뭔가 계획하는 거 좋아하는 것 같애, 그치?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고통은 커질수록..

 

내 사랑도 깊어갑니다.

 

위험만이 내 사랑을 키우며..

 

내 사랑을 깨어있게 하고
더욱 향기롭게 만들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소중한
천사가 될 것입니다.

 

당신은 이전보다
더 아름다운 삶을 살 것이며..

 

생을 마감하는 날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대의 영혼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안녕하세요.

 

뭐 드시겠어요?

 

뭐 먹을 거예요?

 

니가 골라.
난 너랑 같은 거 먹을게.

 

그래요.

 

감자샐러드 두 개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도 즐겁게
식사하셨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굉장히 맛있게 먹었어요.

 

가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려줄게요.

 

괜찮아, 꼬마야.

 

알고 싶지 않아.

 

- 뭐 하니?
- 시 쓰고 있어요.

 

누나에 대해서..

 

-들려줄 수 있어.
-아직 다 안썼어요.

 

언젠가 읽어 줄게요.

 

-안녕, 헨리?
-안녕하세요, 버그씨.

 

-306호 법정입니다.
-고맙네.

 

-마이클, 늦은 거 아냐?
-괜찮아.

 

-서둘러. 그 여판사 지각하는 거 싫어해.
-지금 가잖아.

 

-행운을 비네.
-고마워.

 

모두 일어서십시오.

 

착석하세요.

 

피고인측 시작하세요.

 

온다.

 

-안녕
-안녕

 

-뭐래? -그냥 인사한거야.
여학생 여러분, 반가워요. 제군들은 새로 온
급우들에게 예의를 갖추기 바랍니다.

 

-모두 앉으세요.
-안녕

 

-난 소피야.
-난 마이클이야.

 

오디세이입니다.
모두 책을 꺼내세요.

 

사람들은 호머가
귀향에 대해 썼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오디세이는
여정에 관한 책입니다.

 

고향이란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죠.

 

버그! 이제 그만 호머에 대해
공부하지 그래?

 

소피에 대한 공부는 그만하고.

 

날씨가 좋지?

 

그러게.
멋진 여름이 될 거 같애.

 

-왜 이렇게 일찍 가?
-쟨 맨날 일찍 가.

 

갈 데가 있어?

 

내일 보자.

 

늦어서 미안해요.

 

학교에서 늦게
보내 줬어요.

 

오늘 새 책 가져 왔어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에요.
*결혼한 두 남녀가 휴양지에서 만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안톤 체홉 작품이네요.
*러시아 소설가

 

"사람들은 산책로에 새롭게 나타난 그녀를.."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라고 불렀다."

 

스미츠, 잠시만..

 

보고서를 훑어봤는데..

 

근무 실적이 완벽해.

 

사무직으로 발령날 거야.
승진했다구.

 

축하하네.

 

어서 가자.

 

마이클, 가자.
어서!

 

-어서 와!
-깜짝 생일파티를 할거야.

 

뭐해? 어서 와.

 

-진짜..미안해.
-니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마이클, 맥주 마시면서 춤추자.

 

선약이 있어.

 

마이클, 안 올거야?

 

"여기 저기 별들이 빛나고.."

 

"그 빛은 세상을 환하게 하고 있었다.."

 

이봐..꼬마야.

 

-왜요?
-그만해.

 

뭐가 또 문제예요?

 

그런 거 없어.

 

없다구..

 

그거 알아요?
누난 내 기분따윈 물어보지도 않죠.

 

내 기분이 어떤 지는
궁금하지도 않아요?

 

니가 말 안했잖아.

 

오늘 내 생일이라구요.

 

생일이라구요!
알아요?

 

-생일이 언제인지도 안 물어봤죠!
-나랑 싸우고 싶은거니?

 

싸우고 싶다니요..
대체 왜 그래요?

 

니가 알 바 아냐.

 

늘 자기 멋대로야.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하고..
누나가 원하는 것만!

 

-친구들이 생일파티를 준비했다구요.
-그럼 거기 가지, 왜 왔어!

 

파티에 가.
가고 싶잖아, 가라구.

 

-왜 늘 나만 사과해야하죠?
-사과할 필요없어.

 

누구 잘못도 아니라구.

 

"전쟁과 평화" 읽어줘, 꼬마야.

 

이제.. 친구들한테
돌아가 봐야지.

 

이겨라! 이겨라!

 

너 괜찮아?

 

오빠가 왔어요.

 

잘 왔다.

 

먹을 것 좀 주구려.

 

너가 돌아올 줄 알았다.

 

버그씨, 8시입니다.

 

따님이랑
약속 있으시다면서요.

 

고맙네.

 

줄리아?

 

많이 기다렸니?

 

-제가 일찍 왔는 걸요.
-잘 돌아왔다.

 

그래.. 어떻게 할지 결정했어?

 

아직이요.

 

베를린에 온 건
잘 한 것 같아요.

 

엄마랑은
연락하고 있니?

 

좀 떠나있고 싶었어요.
그 뿐이예요.

 

파리든..
어디든 말예요.

 

부모로부터
떠나 있고 싶었다고..

 

나도 알아.
내가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거.

 

너한테 늘 마음을
열지 못했었지.

 

어느 누구에게도
그러지 못했단다.

 

절 멀리 하신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전 그게
제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줄리아..

 

어떻게 그게
니 탓일 수 있겠니?

 

-조만간 또 뵈요?
-그러자꾸나.

 

-안녕히 가세요, 아버지.
-잘 자라.

 

특별 세미나 그룹 학생들은
그대로 남아주세요.

 

롤 교수님께서
곧 오실 겁니다.

 

하이델베르크 로스쿨 1966년

 

음.. 몇 명 안되는군요.

 

소수정예겠지요.

 

이번 세미나는
매우 독특한 내용이 될 것입니다.

 

첫 주제로..
이걸 한 번 볼까요? 제군들.

 

-칼 야스퍼스의 글입니다. -여학생도 있다구요.
*독일의 실존철학자

 

독일의 범죄행위에
대한 내용입니다.

 

-음.. 여기가 니 방이구나.
-응.

 

들어와.

 

-정말 법률가가 될 거니?
-글쎄..

 

-진지한 편이구나.
-그러니까 왔겠지.

 

넌 어떤데?
법률 공부 계속할 거야?

 

오늘 밤에 공부 꼭 해야돼?

 

응.

 

그치만 매일 여기서
공부하고 있을 거야.

 

내일 봐.

 

짐이 많구나?

 

뒤로 물러서세요.

 

-경찰이 왜 온 거죠?
-시위대 때문이지.

 

-찬성쪽이요? 반대쪽이요?
-양쪽 다 왔어.

 

와, 완전 서커스장인데..

 

모두 일어서십시오.

 

사진기자분들은
이제 퇴장해 주십시오.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착석해주십시오.

 

먼저 각 피고측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형량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들을 형무소에

 

수감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참고로 본 법정에서는 피고들을
개별적으로 처리하게 됩니다.

 

-펜 빌려줄까?
-펜 있어.

 

한나 슈미츠?

 

이름이 한나 슈미츠 맞습니까?

 

네.

 

큰 소리로
다시 말해주십시오.

 

-제 이름은 한나 슈미츠입니다.
-감사합니다.

 

-1922년 10월 21일생 맞습니까?
-네.

 

헤르만슈타트 출생이군요. 올해 43세 맞습니까?
*루마니아의 도시명

 

네.

 

1943년, SS에 들어갔군요.

 

네.

 

왜 들어가셨습니까?

 

당시 지멘스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지요?

 

네.

 

승진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SS로 옮긴 이유가 뭡니까?

 

-이의 있습니다.
-질문을 수정하죠.

 

SS에 들어간 것은
본인의 선택이었습니까?

 

순전히 본인의
자유의사였나요?

 

일자리를 준다고
들었습니다.

 

계속 하세요.

 

그 때 지멘스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SS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입사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알고 있었나요?

 

경비원을 뽑는다고 했어요.

 

일자리가 필요해서 갔습니다.

 

-첫 근무지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였죠?
-네.

 

1944년까지 근무했고, 그 후에

 

크라코우근처의 작은 수용소에서 근무했지요?
*폴란드의 도시명

 

-자네,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1944년 겨울, 수감자들을 서쪽으로 이동시켰죠?
"죽음의 행진"이라고 알려진..

 

-그래, 어떻던가?
-글쎄요..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그래.. 어떤 면에서 말인가?
어떨 거라고 예상했었나?

 

전, 흥분되던 걸요.

 

흥분되었단 말이지..?
이유가 뭔가?

 

정의를 구현하는
현장이니까요.

 

사회가 도덕성에 의해
운영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는 법에 의해서 운영됩니다.

 

아우슈비츠에서 일했다는 사실만으로
유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8000명이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했지만..

 

19명이 기소되었고
6명만이 살인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살인죄로 기소하려면
의도적인 행위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것이 법입니다.

 

문제는 잘못했냐가 아니라
법을 어겼냐는 겁니다.

 

현재의 법에 비추어서가 아니라..

 

그게 아니고!

 

그 당시의 법의 기준에서 말입니다.

 

-그건...
-응?

 

-너무 협소한 기준 아닙니까?
-그렇지. 법의 기준은 협소합니다.

 

그러나 이걸 생각할 필요가 있죠.
나는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그것이 잘못된 행위임을
이미 자각하고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슈미츠 양!

 

이 책을 알고 있나요?

 

네.

 

책의 일부분은
이미 본 법정에서 낭독되었습니다.

 

생존자 분이 읽으셨죠.

 

수감자중에서 생존하신..
일라나 마서양이었습니다.

 

수감될 때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엄마랑 함께 있었죠?
-네.

 

책 내용 중에는
선발과정에 대해서 묘사된 부분이 있습니다.

 

매월 말일에는
수감자 중 60명이

 

선발되어서 아우슈비츠로
보내졌습니다.

 

그렇죠.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모든 피고인들이

 

이 선발과정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질문 하겠습니다.
당신은 선발과정에 관여했습니까?

 

네.

 

그러니까... 수감자를 선발하는 것을
도왔다는 말이죠.

 

-네.
-인정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선발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6명의 경비원이 있어서
각자 10명의 사람을 뽑았습니다.

 

그렇게 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요.

 

경비원 모두
각각 10명씩 맡았어요.

 

그 말은 다른 동료 피고인들도
선발 과정에 참여했다는 겁니까?

 

우리 모두... 그랬잖아요.

 

다른 피고들이 모두
참여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데..

 

당신은 참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맞습니까, 슈미츠양?

 

모르시겠습니까?
당신은 수감여성들을 죽음으로 몰았단 말입니다.

 

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계속 새로운 여성수감자들이 도착했기 때문에

 

이전 수감자들 방의 일부를
비워야만 했습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가 없었다구요.

 

-공간이 없었어요?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다시 정리해보죠.

 

방을 비우기 위해서
당신은 여성들을 골랐다는 말이죠.

 

너, 너, 너는
죽으러 가야겠다고 말입니다.

 

판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셨겠어요?

 

취직하지 말았어야 했나요?

 

마서양, 출두해 주십시오.

 

어서, 어서 가세요.

 

-마이클은 어딨나?
-모르겠습니다.

 

부인은 책에서
선발과정에 대해 쓰셨죠?

 

네.

 

우리에게 일을 시켰고
쓸모가 없는 사람들은

 

다시 아우슈비츠로 보내서 죽였어요.

 

-선발과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법정에 있습니까?
-네.

 

직접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손가락으로 지목해 주시겠습니까?

 

저 여자요.

 

그리고 저 여자..

 

저 여자..

 

저 여자..

 

저 여자..

 

그리고 저 여자요.

 

감사합니다.
계속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비원들은 정해진 숫자의
여성들을 선발했습니다.

 

그런데 한나 슈미츠는
다르게 선발했어요.

 

어떻게 달랐습니까?

 

자신가 원하는
사람으로 골랐어요.

 

주로 어린 여자 아이들었죠.
거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죠.

 

그녀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줬어요.

 

밤이 되자, 그녀는
자기와 함께 자자고 말했어요.

 

그 때 우리는..
애들이라 그런가보다 했죠.

 

그런데 그녀는..

 

큰 소리로 책을 읽게 했어요.

 

그녀에게 책을 읽어줬죠.

 

그래서 우리는
이 경비원은..

 

감성적이고,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친절하다고요.
때때로 약하고 아픈 애들을 골라서

 

따로 불러 내길래
보살펴 주려는 줄 알았어요.

 

근데 아우슈비츠로 보내 버렸죠.

 

그게 더 친절한 건가요?

 

"죽음의 행진"부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수 개월동안 따님과 그 행진을
하신 걸로 아는데 맞습니까?

 

1944년 겨울, 우리가 있던 수용소가
문을 닫았어요.

 

이동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매일 바뀌고..

 

눈 속에서 여자들이 죽어갔어요.

 

걷는 동안 절반가량이 죽었어요.

 

책에서 제 딸이 그런 표현을 했더군요.

 

걷다가 죽는 게 아니면
뛰다가 죽었다고.

 

교회에서 지냈던 날 밤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시겠습니까?

 

그 날 밤은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지붕아래
있을 수 있었으니까요.

 

계속하시죠.

 

마을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경비들이 항상 좋은 곳을 차지하기 마련이니

 

자기들은 사제관에서 자고
우리는 교회 건물에서 자게 했어요.

 

한 밤 중에 폭격이 시작되었고..
교회 건물이 맞았어요.

 

처음엔 교회탑이 불 타는
소리만 들었죠.

 

그러다 대들보가 타는 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모두가 서둘러 피했어요.

 

문 쪽으로 달려들었죠.

 

그런데 문이 잠겨있었어요.
밖에서요.

 

교회가 불타서 무너질 때까지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군요.

 

맞습니까?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타 죽고
있는데도 말이죠.

 

-몇 명이나 죽었습니까?
-모두요.

 

부인만 살아났군요.

 

감사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의 증언을 위해
독일까지 와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모르겠습니다.

 

-법이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구요?
-그런가?

 

교수님은 계속
법조인처럼 사고하라고 하시지만..

 

법이라는 게.. 역겨워요.

 

어떤 점이 말인가?

 

피해자는 독일인이 아니라
유태인이라구요.

 

-뭘 하자는 거죠?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거지.

 

여섯 명의 독일여성이
300명의 유태인이 타죽는 걸 보고만 있었어.

 

이해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말해봐. 말해보라구!
뭘 이해해줘야 하는데?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이번 사건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제보니..
그저 핑계일 뿐이에요.

 

핑계라니? 무슨 말이지?

 

6명의 여성을 골라서
법정에 세우고

 

그녀들만 악마고
그녀들만 유죄라는 거 아닙니까.

 

그 수용소에 대한 책이
나왔으니까

 

거기서 일했던 사람들만 법정에 세우고
나머진 모두 빠져나가겠다는 거잖아요!

 

유럽 전역에 얼마나 많은
수용소가 있었는 줄 알아?

 

사람들은 남들이 모두
아는 것만 신경쓰고 있다고.

 

"누가 진실을 알고있지?"
자기들도 알면서 말야!

 

우리 부모, 선생들 모두
몰라서 그런게 아니라..

 

알면서도 내버려 뒀다구요.

 

잘못이라는 걸 알았으면
그 때 가서 직접 죽이지 그랬어요!

 

수 천 개의 수용소가 전국에 깔려 있었어.
다들 알고 있었다구!

 

그 여자만 해도 그래.

 

-어떤 여자?
-너가 맨날 뚫어져라 쳐다보던 여자말야.

 

눈치채서 미안하지만..그랬잖아.

 

누굴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뭘하고 싶은지 알아?

 

총을 가지고 가서
직접 그녀를 죽여버릴 거야.

 

거기있는 모든 사람들을
죽여버릴 거라구.

 

왜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까?

 

왜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모두에 물었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군요.

 

이 법정에 계신 두 분의 피해자는
대답을 들을 자격이 있습니다.

 

이것은 SS의 보고서입니다.
복사본을 봐주십시오.

 

이 보고서는 당시 사건 직후에
피고들이

 

직접 작성한 것입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피고들은
화재가 끝날 때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죠?

 

어떤가요..

 

사실이 아니죠?

 

질문이 뭔지 모르겠어요.

 

첫번째 질문은 왜 문을 열어주지
않았냐는 겁니다.

 

분명한..

 

분명한 이유가 있었어요.

 

-열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열 수 없었습니까?

 

우리는 경비원이였어요.

 

경비원은 수감자들을
감시하는 사람이에요.

 

그냥 수감자들이 도망가도록
풀어줄 수는 없었어요.

 

그렇군요.

 

그러니까 문을 열어줘서
수감자들이 도망치게 되면

 

-당신들이 처벌받을 거라고 생각했군요.
-그게 아니라..

 

그럼 뭡니까?

 

문을 열게 되면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상태가 될 텐데..

 

그럼 질서를 어떻게 잡겠어요?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났어요.
폭설에, 폭격에, 화염까지..

 

온 마을이 불타기 시작했고
사방에 비명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점점 더 불길이 번지고
모든 사람들이 뛰쳐 나오는 상황에서

 

수감자들을 그냥 쉽게 풀어줄 수가
없었어요...그럴 수 없었다구요.

 

우리가 수감자들을 책임져야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선택을 한 거죠?

 

수감자들이 도망가게 내버려두느니,
차라리 죽게 내버려 두기로 말입니다.

 

다른 피고들이 당신에 대한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던데..

 

알고 계십니까?

 

당신이 총 책임자였다고 하더군요.

 

그렇지 않아요.
전 그냥 경비원 중 한 명이었어요.

 

-책임 경비원이었어요.
-맞아요!

 

-그녀가 지시했어요.
-그녀가 책임자였어요.

 

-이 보고서도 당신이 썼습니까?
-아녜요.

 

모두 함께 상의했어요.
보고서도 함께 썼어요.

 

그녀가 썼어요.
그 보고서를 썼다구요.

 

그녀가 책임자였어요.

 

-사실입니까?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했잖아!
-누가 한 지가 그렇게 중요해요?

 

-저 여자가 썼어요.
-맞아요.

 

피고인의 필체를 확인해야겠습니다.

 

-제 필체요?
-네.

 

당신이 리포트를 썼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경비원!
-재판장님...

 

부적절한 결정입니다.
20년이나 지났습니다.

 

종이를 갖다주세요.
변호사 앞으로 나오세요.

 

20년이나 지난 지금에
어떻게 필체를...

 

변호인은 앞으로 나오세요.

 

-제 법정에서는 그런 무례함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판사님..

 

니가 읽어주는 게 더 좋아.

 

확인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보고서를 썼습니다.

 

조용히 해주십시오!

 

정숙하세요!

 

세미나 도중에 빠져나갔었지?

 

알고 있는 게 있습니다.

 

피고 중 한 명에 관해서요.

 

-알려지지 않은 정보 말입니다.
-정보라니..

 

나한테 말할 필요는 없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게.

 

법정에서 증언하게 되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네.

 

피고에게 유리한 정보가 될 겁니다.

 

그녀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구요.

 

-최종 판결에 말입니다.
-뭐길래?

 

착오가 있어요.

 

피고는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구요.

 

-잠시만 기다려주겠나?
-죄송합니다.

 

왜 그것을 숨기고 있지?

 

밝히기가 창피하니까요.

 

창피하다니..?

 

-그녀와 얘기해 본 적 있나?
-당연히 없죠.

 

-당연히라니..

 

어떻게 얘기를 해요.

 

그럴 수 없죠.

 

그녀랑 얘기를 해보라구요?

 

중요한 건 자네의 감정이 아니야.
그건 전혀 중요치 않네.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야.

 

자네는 학생이야..
뭔가를 배우지 않을거면

 

왜 여기에 있는 건가?

 

슈미츠!

 

면회다!

 

정숙하십시오!

 

마이클 버그!

 

워터 찰리!

 

면회시간 끝났어.

 

들어올 거야?

 

오래 걸렸네.

 

왜 그래?

 

어디 가?

 

미안해. 난 혼자 자야돼.

 

한 대 피고 갈게.

 

나치!

 

-나치 앞잡이!
-부끄럽지도 않냐.

 

법정에서 정숙하십시오!

 

법정에서 정숙하십시오!

 

모두 일어서십시오.

 

판결하겠습니다.

 

피고 리터 베카트, 캐롤리나 슈타인호프,
리기나 크로이트, 안젤라 지바,

 

안드리아 루만은 300명의 살인을 공모하고

 

교사한 점이 인정되어 유죄를 선고한다.

 

피고 한나 슈미츠는
300명을 살인한 점이 인정되어

 

유죄를 선고한다.

 

형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 리터 베카트, 캐롤리나 슈타인호프,
리기나 크로이트, 안젤라 지바,

 

안드리아 루만은 모두
4년 3개월 감옥형에 처한다.

 

한나 슈미츠의 경우,

 

자발적으로 가입했으며
책임자의 위치에 있었던 점이 인정되어

 

형량에 차이가 생겼습니다.

 

본 법정은 한나 슈미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어디 가요?
-도착하면 말해준다고 했었지?

 

-깜짝파티 좋아하잖아?
-난 깜짝파티가 좋아요.

 

서독, 노이슈타트 1976년

 

많이 자랐죠, 그쵸?

 

글쎄다.
너무 오래만에 봐서..

 

무슨 말을 하겠니.

 

죄송해요.

 

미리 말씀드리고
왔어야 했는데..

 

아빠는 이제
자기 집이 생겼어요.

 

엄마, 실은 안좋은 소식이 있어요.

 

줄리아한테 이미 얘기했지만..

 

아내랑 이혼할 거예요.

 

넌 아버지 장례식에도 안오더니
이혼한다고 여기 온거니.

 

이 마을에 돌아오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렇게나 여기서 불행했었니?
-제 말은..

 

-그래서가 아니구요..
-그럼 뭐 때문인데?

 

아내는 걱정할 필요없어요.
제가 신경쓸거고..

 

이제 검사도 됐으니까

 

-저보다도 많이 벌게 되겠죠.
-마이클..

 

애엄마 걱정은 안한다.

 

내가 걱정하는 건 너야.

 

"노래를 들려다오.
한 용사와 여신, 그리고.."

 

"항로를 벗어나 그가 겪어야 했던
고난에 대한 노래를."

 

"한 때 신성한 트로이를
점령했던 그 용사의 노래를."

 

215호, 우편물!

 

217호, 우편물!

 

220호, 우편물!

 

-121966215.
- 번호.

 

개봉하세요.

 

테스트, 테스트
1, 2, 3. 테스트, 테스트.

 

"오디세이, 호머 지음."

 

"오디세이, 호머 지음."

 

"노래를 들려다오.
한 용사와 여신, 그리고.."

 

"항로를 벗어나 그가 겪어야 했던
고난에 대한 노래를."

 

"한 때 신성한 트로이를
점령했던 그 용사의 노래를."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톤 체홉 지음."

 

"사람들은 산책로에 새롭게 나타난 그녀를.."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라고 불렀다."

 

책을 빌려가고 싶은데요.

 

어떤 거 줄까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있나요?

 

이름이 뭐죠?

 

한나 슈미츠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T h e..

 

서독 1980년

 

- 이번에 보내준 것 고마워, 꼬마야.
정말 재밌더라. -

 

-편지는 없었나요?
-없었어요.

 

서명하세요.

 

- 사랑 이야기를 많이 보내줘 -

 

-내 생각에 실러는 연애를 해야할 것 같아.-
*독일의 시인

 

-내 편지 받고 있는 거니?
답장 해줘, 꼬마야.-

 

-마이클 버그씨인가요?
-네.

 

서독 1988

 

전화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편지 받으셨죠?

 

네, 받았습니다.

 

편지에 적었듯이..
한나 슈미츠양 곧 석방될 겁니다.

 

한나는 20년 넘게
수감생활을 해왔습니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어서..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버그씨 뿐이예요.

 

면회는 안가셨다고 들었는데..

 

네, 안갔습니다.

 

그녀가 출소하면
직장도 구해야 하고

 

살 곳도 필요해요.

 

그녀에게 변한 세상이 얼마나
무섭게 느껴질지는 상상이 가실 겁니다.

 

달리 부탁드릴
사람이 없어요.

 

버그씨가 거부하시면
한나씨에게는 희망이 없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이클 버그씨인가요?
-네.

 

저는 루이지 브랜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한나씨는 오랜동안 자신 안에 갇혀 지냈어요.

 

변할 것 같지 않았죠.

 

최근 몇 년간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소통하기 시작했죠.

 

바로 식당으로
모셔다 드릴게요.

 

지금쯤 점심 식사를
다 하셨을 거예요.

 

가보세요.

 

다 자랐구나, 꼬마야.

 

재단사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사람이 일자리를 줄 거예요.

 

그리고 살 곳도 구했어요.

 

좋아요. 좀 작긴해도..좋은 곳이죠.

 

-맘에 드실거예요.
-고마워.

 

문화와 관련된 지역교육센터도 많아요.
제가 등록해 드릴게요.

 

공공 도서관도 가깝구요.

 

책 많이 읽으시잖아요.

 

듣는 걸 더 좋아하지.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겠지?

 

결혼은 했니?

 

했었요.

 

딸이 하나 있어요.

 

원하는 만큼,
함께 지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혼 생활은
잘 되지 않았어요.

 

예전 일에 대해서
생각하시면서 지내셨나요?

 

너랑 함께 지냈던
시절 말이니?

 

아뇨. 그게 아니고..

 

저랑 지냈던 시절을
말하는 게 아니예요.

 

재판 전까지는 한 번도
그 때 생각을 해본 적 없어.

 

>자막제작: CINERVA / 피드백: cecile1120@hotmail.com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지금은요...

 

지금은 어떠신데요?

 

내 느낌은 중요하지 않아.

 

내 생각이 어떤지도 중요하지 않아.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동안 뭘 깨달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뭘 깨달았냐구?

 

글을 깨우쳤다.

 

다음 주에
모시러 오면 되겠죠?

 

그러면 되겠구나.

 

그냥 차분하게 보내고 싶으세요?
아니면 파티같은 걸 할까요?

 

차분하게..

 

그래요, 차분하게 보내죠.

 

차분하게..

 

조심해서 가라, 꼬마야.

 

몸 조심 하세요.
다음 주에 뵐게요.

 

한나 슈미츠씨를
모시러 왔습니다.

 

잠시.. 앉으시죠.

 

짐을 안 싸셨어요.

 

떠날 생각이 없으셨던 거죠.

 

"사람들은 산책로에 새롭게 나타난 그녀를.."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라고 불렀다."

 

저에게 쪽지를 남기셨어요.

 

일종의 유언장이죠.

 

버그씨와 관련된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낡은 차 상자속에 돈이 있어요.
그걸 마이클 버그에게 전해주세요.

 

은행에 있는
7000 마르크(400만원)를 보태서

 

화재에서 살아남은 소녀에게
전해주라고 하세요.

 

그녀에게 남기는 겁니다.

 

그녀가 알아서
그 돈을 쓰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이클에게
안부를 전해주세요.

 

-마서양이신가요?
-네.

 

-마이클 버그씨군요.
-네.

 

기다리던 참이었어요.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무슨 일로 절 만나시려고
미국까지 오신 건가요?

 

미국에 온 건
보스톤에 회의가 있어서였습니다.

 

-변호사시라구요?
-그렇습니다.

 

보내셨던 편지는 잘 읽었습니다만..

 

무슨 얘기를 하시려는 건지는
정확히 이해가 안되더군요.

 

-당시 재판에 참석하셨었다구요.
-네, 벌써 20년 전이네요.

 

그 땐 법대생이었죠. 마핀양도 봤었고..
어머님도 뵜었죠.

 

어머닌 오래 전에
이스라엘에서 돌아가셨어요.

 

-그러셨군요.
-괜찮아요.. 계속 말씀하시죠.

 

혹시 안나 슈미츠가 최근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셨나 모르겠습니다.

 

자살했죠.

 

그 사람과 친분이 있으신가요?

 

그런 셈이죠.

 

간단히 말씀드리면..

 

한나 슈미츠는 평생
글을 읽을 줄 몰랐습니다.

 

그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건가요?

 

-아닙니다.
-문맹이니까 용서하라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

 

한나는 감옥에서
글 읽는 법을 스스로 깨우쳤어요.

 

제가 테입에
책을 녹음해서 보냈죠.

 

그 분은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했었거든요.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제가 이해가 될테니까..

 

친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아는 사이죠?

 

제가 어렸을 때
한나와 사귄 적이 있습니다.

 

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설사 그런 게 있다해도
별로 그러고 싶지 않구요.

 

그 분을 만났을 때
전 고작 16살이었고,

 

여름 한 때를
함께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요?

 

알겠어요..

 

한나 슈미츠가 당신 삶에
영향을 끼쳤군요.

 

수감자들이 받은 영향과는
전혀 다른 것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한 건 처음입니다.

 

사람들은 저한테
수용소에서 무엇을 깨닫게 됐냐고 물어보죠.

 

하지만 수용소는
치유하는 곳이 아니예요.

 

수용소가 무슨 대학이라도 되나요?

 

뭘 깨달으려고
거기 갔던 게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씀 드려야겠군요.

 

저한테 뭘 부탁하러 온 겁니까?
당신 기분에 맞춰서 그 사람을 용서해달라는 건가요?

 

제가 충고 드리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으면 극장에 가세요.

 

아니면 소설을 읽으시던가요!

 

수용소에 있었던 사람들한테 말구요.
아무것도 줄 게 없으니까요.

 

아무것도.

 

그 분이 원했던 건...

 

그 분은 자기 돈을
당신한테 드리라고 했습니다.

 

제가 가져왔어요.

 

뭘 주라고 했다구요?

 

괜찮으시다면요...

 

이겁니다.

 

저도 어렸을 때
보물들을 넣어두는 차 상자가 있었죠.

 

이것과 똑같은 건 아니고..
키릴문자가 적혀 있었죠.

 

수용소에도 가져 갔었어요.

 

도둑 맞고 말았지만.

 

-그 속에 뭐가 있었나요?
-어린 소녀의 감상이었죠.

 

기르던 강아지 털이나
아버지와 함께 같던 오페라 티켓 같은 것들..

 

속에 들었던 것 때문에
훔쳐간 게 아니라..

 

상자때문에 훔쳐간 거였어요.

 

당시엔 값어치가 있었으니까요.

 

어쩔 수 없었죠.

 

이 돈은 제가
쓸 수가 없겠네요.

 

유태인을 죽였던 사람의 돈을
유태인 단체에 기부한다는 건

 

일종의 면죄부를 준다는 의미인데..

 

그건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이 돈을 문맹 퇴치를 위해
기부하면 어떨까 생각했었습니다만..

 

네.. 좋은 생각이네요.

 

-그것과 관련된 유태인 기구이 있나요?
-없어요.. 놀랍죠.

 

유태인 기구는 뭐든지
관여하는데 말입니다.

 

유태인 중에는
글을 못 읽는 사람이 거의 없는거죠.

 

직접 찾아보시고..
돈을 보내시면 좋을 것 같네요.

 

한나의 이름으로
기부해도 될까요?

 

그게 맞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차 상자를
간직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1995년 1월

 

어디 가는 거예요?

 

내 기억으로는 너가 깜짝파티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맞아요.
저 깜짝파티 좋아해요.

 

한나.. 슈미츠

 

누구예요?

 

너한테 늘 얘기 해주고
싶었던 사람이란다.

 

그래서 여기 온 거야.

 

그럼.. 이야기 해주세요.

 

그 때.. 15살이었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지.

 

몸이 많이 아팠었는데...

 

한 여인이 다가와
나를 도와줬고..

 

♥ 씨네르바의 2009년4번째 자막입니다 ♥
evelinsalt@hotmail.com

 

감독 : 스티븐 달드리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