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이해하게 될 자자에게...   내게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들은   뤽스르 해안의
바닷가에서 시작된다   엄마는 형과 나에게 털실로
수영복을 짜 주셨는데   빨간 방울이 체리처럼
생긴 것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장식이기도 했고   물기도 마르지 않았다   우리는 늘 바닷가서 놀았기에
수영복은 마를 새가 없었다   엉덩이에 모래가 박히고   다리 사이가 아주 쓰라렸다   일 주일 후에는
다리를 벌리고 걸어야 했는데   안 그러면 너무 아파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래서 옷을 만든 엄마를
원망했고   몇 년 동안 수영복을 불평했다   엄마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나는 고추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해 여름부터 내 '쌍방울'을
잘 돌보게 됐다   - 이발소 가요
- 또?   그 때 내 나이는 열두 살이었고   이발소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 동네의 이발소는
남성 전용으로   알사스에서 온 아름다운
쉐퍼 부인이 주인이었다   그녀에겐 손님이 많지 않아서   예약도 필요 없었고   남편은 없었지만 애인은 많았다   자꾸만 가고 싶은 곳이었다   문을 열면...
근사한 향기가 가득 피어 나왔다   로션, 헤어 스프레이
로즈 워터, 샴푸 등...   취할 듯한 향기들이었다   그 중에서 최고는   그녀의 향기였다   빨간 머리의 그녀는   암내도 좀 났다   싫다는 손님도 있겠지만
나는 미칠 듯이 좋았다   그녀의 몸은 사랑의 향기 같았고   나는 그것을 숭배했다   - 어떻게 해 줄까?
- 엄마가 짧게 깎으래요   머리감기는 첫 번째의
황홀경이었는데   그녀가 앞으로 숙이면   젖가슴이 내 얼굴에 닿을 듯 했다   난 숨을 깊게 쉬며
그녀의 향기를 빨아들였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도
그 향기는 계속 되었고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다   - 학교는 잘 다니니?
- 네   - 말도 잘 듣고?
- 네   다행이네, 나는 학교 다니고
수업 받는 게 싫었어   글자 맞추기 다 했어요?   뭐, 천천히 하지   1947년 여름 방학 직전에   나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무척 더운 날이었고   그녀 냄새는 정말 좋았다   풍만하고 완벽하게 둥근 가슴을
보게 되었던 그 날 밤이 되자   나는 넋이 나가서 말을 잊었다   - 어디 아프니?
- 괜찮아요   이상하구나   쌍체가 뭔지 알아?   내 설명해 주지   쌍체 고양이는
뭔지 알아?   물론 모르겠지   다시 한번 기회를 주마   보통 고양이는   머리 하나에
눈은 둘, 발은 넷이지   쌍체 고양이는   머리 하나에   눈 하나, 눈 하나   발 하나, 발 하나
발 하나, 발 하나야   - 차이를 알겠니?
- 네   내 이럴 줄 알았지   차이를 알겠다고 하네
구제 불능이야   - 넌 꿈이 뭐냐?
- 공무원이요   줄타기 곡예사나 하지 그래?   - 놔둬요, 아직 어리잖아요
- 그래도 실망이야   시시하게 시작한다면
크게 될 수가 없어   앙뜨완   - 너는 뭐가 되고 싶니?
- 이 다음에, 미용사와 결혼을 할 거예요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그랬을까?   엄마다, 문 열어라!   아빠가 잘못하셨어
놀라서 그런 거야, 알지?   아프니?   대답해!   앙뜨완, 듣고 있니?   뭐 하는 거니?   괜찮아?   대답 안 해요   죽었나 봐요   따귀 한 대에?   걱정돼요
문을 부숴야 할 것 같아요!   조용히 해, 내가 말하지   앙뜨완, 아빠다
사과하마   정말 잘못했다
하고 싶은 대로하렴   천장을 바라보면서
한 시간을 누워 있었다   쉐퍼 부인은 이미 내 여자였다   그녀의 몸도 냄새도 내 것이었다   내가 차지했다   난 미용사의 남편이 될 테야   - 폭풍이 오려나 봐요
-그렇군요   정원에 조화가 핀다면   그게 증거가 되지   - 향기는 어쩌고
- 말이 안 되잖아   매사에는 모델이 있는 법이야   조화도 좋지   하지만 자연의 진짜가 먼저 있고   다음에 가짜가 있는 거야   - 커피 기계는?
- 그게 어쨌다고?   그것도 설명해 보시지   커피 기계는 나무에서
열리지도 않고   자연물도 없지만
엄연히 존재하잖아   모델 없이도 커피 기계를
만들 수 있어   지금 하느님 얘기하는 중이야!
하느님!   감히 커피 기계를 비교해?   잘도 둘러대는군   항상 자네 말만 옳다고 하네!   커피 기계는 그냥 예야   하느님은 전능하셔
믿으라고!   하느님은 존재하셔   요즘 등이 많이 굽었어요   재킷의 주름 때문에 그렇죠   전에는 신경 쓰고 다녔어요   그래요, 늙었어요   10년 전 마틸드는
이지도어 이발소 종업원이었다   이지도어의 주인 아코뺑은
여 종업원 세 명이 있었다   그는 동성연애자였고
여자 머리하는 걸 싫어했다   마틸드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종업원이었다   감각이 있고, 매력적이며
조금은 우울해 보였지만   한없이 우아한 모습이어서
손님들을 무척 기쁘게 만들었다   60년도에 주인이 은퇴할 때   그녀에게 가게를 넘겼다   저에게 넘긴다고요?
하지만 돈이 없어요   됐어, 당장 치를 필요는 없어
연금처럼 내가 죽을 때까지
매달 조금씩 갚아나가면 돼   이 이발소를 네게 맡기고 싶어
친절하고 믿을만한 네게 말이야   마틸드는 승낙했다   두 명의 종업원이 질투를 해서
그만 두게 되었다   혼자서도 잘 꾸려갔다
혼자 꾸려가기에는 넓었지만 뭐 상관없었다   그녀를 만난 건 그때였다   - 이발해 주세요
- 안 돼요, 예약이 있어서요   미안해요
예약을 했어야 하는 건데 말이오   볼일 보시고 나서
30분 후에 오시죠   - 이름 적을까요?
- 아뇨   어렵죠? 포기하시겠어요?   아니, 포기 못한다   낱말 맞추기란 여자와 같은 거야
만만치 않을수록 넘어올 때는 달콤하지   알겠다, 자 봐라
맞출 테니까   - 저는 언제 해요?
- 자, 봐라!   따라해
만만치 않을수록 넘어올 때는 달콤하다   좋아, 가서 놀아라   바지 치켜 올려
쌍방울 나올라!   손님은 없었다   그 후에도 마틸드는...
그 때는 그녀 이름이 마틸드라는 걸 모를 때였는데...   그 허깨비 같은 손님의
약속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막연한 기다림이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난 비참했고
내 인생에서 두 번째 미용사를   오랜 기다림 끝에
사랑을 하게 되었다   25분 후에 기다리길 포기하고
그녀에게 다시 갔다   내 평생의 반려자에게로...   이발소에 들어설 때면
언제나 긴장 때문에 말이 막힌다   구둣방에 가서는 구두 파느냐고 묻고...
오늘은 이발하러 왔다고 했다   이발할 겁니다   - 가르마 탈까요?
- 저요? 좋을 대로...   손님 원하시는 대로해야지요   - 그렇죠, 대충 해줘요
-알았어요   - 숱이 많군요
- 네, 늘 그렇죠   머리가 짧은데요   이발소에 자주 가기를
즐겨해서 그래요   - 정말이세요? 왜죠?
- 모르죠   자연스레 마틸드가 브라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상상을 했다
그녀의 젖꼭지가 블라우스에 스쳐댈 것이고   솟구쳐 올라서 내 목을
향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 가슴은 곧 내 것이 될 것이다   난 벌써 쓰다듬어보고 싶어졌다   쉐퍼 부인의 검시 결과는
수면제 과용이었다   유언도 유서도 없었다
장례도 서둘러 지냈다   물론 난 가지 못했다   그 후로도 그녀를 잊지 못했고   탐스러운 젖가슴이 그리웠다   나랑 결혼하겠소?   35프랑이에요   실례했소   그녀의 방 아래에서 보낸
밤을 기억한다   그녀가 뒤척이다 이불을 제치고   물 마시려고 일어나거나
거울을 보길 원했다   내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지는 않을까...   아마 그녀는 골아 떨어져서   나 따위는 잊었을 텐데...   혼자가 아닐지도 모르지
그녀에 대해 뭘 안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인생은 단순한 것이라고 하셨다   간절히 소망하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패란 절실하지 않았음의
증거라고 하셨다   불가능한 꿈은 없다   나는 진정으로 마틸다를 원했다   그녀는 이 개울과 같다
성곽은 무너질 것이다   영원히 내 여자로
만들고 말 거야   3주일 후에 다시 찾았다   몹시 떨렸지만
그저 기쁘기만 했다   이발한다는 핑계를 댈 만큼
머리가 자라지도 못했다   마틸드는 조용하고도 냉정하게
나를 모른 척 했다   그 모습이 나에겐 더욱 그녀를
원하게 만들었다   그녀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글쎄 이발소에
처음 갔다고 하더군요   머리카락이 목까지 자라면
혼자서 잘랐대요   거울을 보지 않는 채로 감으로 잘랐죠
꽤 잘했더군요   가위로 잔디 깎듯이 말이죠   그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이발하니까 딴 사람 같더군요   - 속도가 빨라졌군요
-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니에요 아직 부족하죠   다음엔 더 빨리 해 드릴게요   - 모양이 잘 살아 있을까요?
- 물론이죠   아코뺑 씨는 바로 누워서
잠자도 되도록 해줬어요   걱정 마세요
토요일에 오시면 다시 다듬어 드릴게요   고맙군요
토요일에 봅시다   전에 말씀하신 거요...
저를 놀리신 것 같은데요   하지만, 놀리신 것이 아니라면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   아직 마음이 있으시면...   좋아요... 결혼하겠어요   마틸드라고 해요   먼저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뭔지 물었고   - 당신은 이미 얻었다고 말했소
- 기억이 나요   난 또, 내 이름을 쓰겠냐고 했고
당신은 싫다고 했소   아직 그건 못하게 하지
믿을 수 없는 우리의 만남이오   근육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죠   학창시절 축구선수였는데
라이트 백이었죠   - 축구 알죠?
- 물론, 그야...   손을 써서는 안 되고
단체로 하는 게임이고...   네, 잘 아시네요   난 스포츠나 여행이 싫어요   - 저도 어디 나가는 것이 싫어요
- 잘 됐군요   여기서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오   가게 일도 도와주겠어요   손이 멋있어요
보자마자 알았어요 멋져요!   고마워요, 여기 반달 같은
흉터가 있군요   - 자전거에서 떨어졌죠
- 자전거도 타요?   이젠 안 타요   - 과거는 잊으세요
- 완전히...   이층에 방이 있어요
작은 방이지만...   - 구경하시겠어요?
- 좋아요   난 앙뜨완이라고 해요   미용사의 남편이 되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마틸드를 만나지도
가게로 오지도 않으셨다   마틸드는 가족이 없었다   덩치 큰 얼간이, 선물을 펴봐!   - 깜짝 선물인가?
- 물론이지, 놀라운 거지!   - 보면 놀랄꺼야
- 겁나는군!   우리는 형과 형수님
아코뺑 씨와 같이 했다   가까운 사람끼리였다   입어보지 그래?
그거 기억이 나나?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   그 때는 컸지만
이제는 맞을 거야   - 오늘 밤 입게나
- 그만해...   오들리, 됐어
반가운 선물이야   - 방울이 예쁘군
- 방울이 아니고 체리죠   젖으면 아래로 처져요   털실로 짰다는 거 알지?   추억을 위해서 입어봐라
아직 잘 맞을 거야   받아요, 어머님이 주셨어요   - 몇 살 때죠?
- 12살 때요   이상해 보여요
꼭 당신을 축소한 모형 같아요   - 개구쟁이처럼 보이고요
-그랬죠   - 당신 어릴 때 사진은 없어요?
- 네, 그런 것 남겨두지 않았죠   보기 싫어서요.
시간 가는 것이 슬퍼서요   물건 이름이 안 좋으면
매상이 떨어지지   '지방시'는 왜 그런 이름으로도
향수를 팔아먹을 수 있어요?   - 내 본명은 뒤프르라고 해
- 뒤프르?   앙부르아즈 뒤프르   아코뺑은 뭐죠?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 거지   이발소에는 동양적인 것이
귀족적으로 보이기에...   죄송합니다
문이 열려 있어서요   - 잠그는 걸 잊었어요
- 일요일이잖아요   일요일이군요
제가 잘못 알았군요   - 다음에 올께요
- 샴페인 한잔하고 가세요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결혼식 중인데...   방해되지 않아요   네, 그래도 가족
잔치인데요   뭐 하시려고 오셨어요?   수염 때문에요   - 면도하려고요
- 전부 다 깎으시게요?   처량해 보인다고 해서
말이죠   마침 지나는 길에...   앉으세요, 금새 해드리죠   못생겼어   오늘은 안 받아요   - 행복하세요
- 고마워요   마틸드는 내 인생
자체였다   그들이 모두 돌아가고
가게의 문을 닫고   모든 것이 우리 둘을 위해 있게 될 때 알았다
세상은 영원히 우리를 위해서만 있는 듯 했다   가게문이 닫히면
우린 너무 가까워져서   어떤 것도 우리 사이의
사랑을 식게 하거나 나쁘게 하고   황량하거나 멀어지게
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라도...   같이 뤽쉬르 해안으로 가서   내가 털실 수영복을 입고서
놀던 곳을 보여줬다   짧은 밀월은 끝이 나고   안정적인 호화 여객선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조금만...
많이 치지 마세요   - 바로 앉으세요
- 네   부인, 죄송한데요   여자 손님은 받지 않아요   알아요   당신이 바라던 거죠   이분들에게 사과해요
놀라실 거요   이분들은 당신 소행을
몰라요   신경도 안 쓸 거요   제 아내입니다, 쟈르맹 고어이고   저는 줄리앙 고어입니다   얼마나 멋쟁이인지 보셨죠?   굉장하죠!
예전엔 탁구선수였어요   상도 많이 탔죠   클럽에서 뛰었었어요   이발하는 걸 잊었군
이젠 됐소   - 로션이나 바를까요?
- 그럼, 로션이나 발라 주세요   세 아이들 때문에
운동을 그만 뒀죠   애 키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죠   그 점은 높이 평가해요   근데 이젠 빗자루 질이나 하는
평범한 주부가 아니죠   보셔서 아시겠지만 옷이라든가
화장하고 다니는 거 하며   집사람이 어때 보여요?   - 아주 멋져요
- 고마워요   선생은요?
남자의 눈이 중요하죠   대단하더군요   맞아요   대단한 여자죠   집사람 눈을 보셨어요?   - 화나면 더 예쁘죠
- 정말 그렇더군요   정말 보기 드문 여자예요   가보겠어요, 선생
정말 고마웠어요   - 얼마가...
- 됐어요   "이 주일 만에 10파운드를 뺐대요
오이랑 홍차만 먹어야 하고..."   - 읽었어요?
- 어디에 났어요?   의학적으로 증명이 됐대요   몇 시요?   7시 15분 전   문 닫읍시다   반 파운드라도 살을 뺀다면
난 버스 밑으로 뛰어들 거요   한 가지만 약속해 줘요   내가 싫어지면 숨기지 말고
꼭 말을 해주세요   손님 왔어요!   내일 오라지, 뭐!   그만해!   이 말썽꾸러기!   이 책을 볼까?
여기 배도 있고 말도 있네   봐라, 너 말 좋아하니?   봐라, 친절한 아줌마가
책을 빌려주시네!   착하지, 에드와르
착하다, 자   장난감 기관총 있나요?
빵빵 쏴대고 불꽃 나가는 것 있잖아요   - 기차는 있어요
- 그건 소용없어요   여기 쿠션 대고 앉아라
쿠션이 멋지기도 하지!   우리 아이는 아니죠   입양을 한 아이인데
결정적인 실수죠   아이가 있나요?   입양하면 아주 낭패를 보죠. 아무 아이나 떠맡게 돼요,
발목 잡히는 거죠   착하지, 에드와르
사탕 줄까?   밧줄을 가져와서
꽁꽁 묶어야 해요   내가 머리를 잡을 테니
붙들어요   아뇨, 말을 잘 들을 거예요   봐라, 네가 한 번도 못 본
신기한 것을 보여주마   우리는 아이가 없었다   대신 다른 사람의 아이들 에드와르, 파울, 앙드루
아르망, 제레미, 에티엔느, 시몽 같은 아이가 있었다   샴푸할 때 마구 몸부림을
쳐대는 아이도 있기는 했다   성찬식 때나 여름방학 때면 짧은 머리로 깎아주고
겨울엔 목 주위를 많이 치지 않았다   그래서 마틸드의 배는
언제나 날씬했고   임신으로 배의 아름다운 선이
망가지는 일이 없었다   우린 친구가 없었고   갖지도 않았다   우리에게 그들이
왜 필요한가?   휴가 때 딴 부부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는 부부도 있지만   그것은 부부 사이의 공백을
친구로 메우려는 것이다   우린 만족했소, 마틸드   우리는 둘이서 행복했고
그것으로 만족했소   다 됐다   별로 나쁘지 않지?   어쨌든 깨끗해졌군요   제가 말씀드린 대로
입양은 하지 마세요   마음에 들어요?   - 어제 샀어요
- 아주 멋져요   - 같이 춰요
- 싫어요   아뇨, 이 음악엔 못 추겠어요   나도 그래요   눈을 감고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요   거 봐요   어떤 날은 복권을 샀다   딱 한 장만   만약 당첨이 되면   나일 강으로 유람선 여행을
떠나야지   아침부터 밤까지   증기선 갑판에서 춤을 추고   피라미드 아래에서
석양을 봐야지!   있는 힘껏 꼭 안아주세요!   숨막히도록 꼭 안아주세요!   저와 춤추는 것이
싫증나게 될까 겁나요   말도 안 돼요!
당신과 배를 맞대는 것이 싫어진다는 말이오?   살결의 느낌이?   어깨를 어루만지는 것이?   목이? 엉덩이가?   당신 같은 사람은
난생 처음이에요, 앙뜨완!   누구에게도 소유되기 싫었어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아요   꼭 안아주세요!   도네커 씨, 오늘은 무슨 얘기죠?   잘 알려진 얘기요
주제도 없고   그거예요, 도네커 씨
그거요   한 달도 기억 못할 얘기요
일 주일도 못 갈 거요   잘 잊어버리기는 해도
기억나는 것도 있어요   언젠가 읽었을 텐데
보다가 머리에 남는 게 있죠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사실 별 거 아니죠   하지만 기억 속에서
떠다니는 얘기죠   들려주세요   궁전의 불빛이 희미하게   빛이 나는 그 때에   중국의 보루부두르 공주님을   만나신 적이 있나요   - 좋은데요
- 언제나 좋다고 말씀해 주시는군요   언제나 좋으니까요   잠시 떠올랐다가는
사그라져 버리죠   어떤 날은 아무 것도 노래할 수 없고
그럼 나는 새 것을 찾아야 하죠   두 달씩 기억날 때도 있어요
어떤 것은 나흘 후에 사라져 버리죠   이번 주말까지는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데   벌써 가물가물 해   반짝이는 맛이 없어   언제나 그렇듯이
딴 것도 있잖아요   고마워요. 잊혀져 가지만
기억되고 있는 것도 있죠   잊었던 것인데...
대충 이런 내용이죠   격렬한 장미의 고통이
내게 밀려오는구나!   느낌이 좋잖아요   - 기억이 계속되면 좋으련만
- 안달할 필요는 없어요 도네커 씨   중국의 보루부두르 공주님을
만나신 적이 있나요   괜찮으세요?
뜨겁지 않아요?   마틸드는 특별했다
아무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생의 밝은 면만 보기로
결심한 것처럼 말이지   꿈결같은 날들이
하루하루 지나갔다   10년 동안 단 한 번을 다퉜는데
바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는 잡지들을 읽고는
창 밖을 내다봤는데   하지만 거리의 모습도
따분한 날이었다   가게를 둘러보더니
내게 말했다   머리 깎아 드릴까요?   난 벨크로 사의 푸른색으로 된
스모크 의자에 앉아있었고...   그녀는 머리를 자르면서
이야기를 했다   페르낭 레이노가 재규어를
탄다고 하네요   어느 잡지에서 읽었나보다   어리석게도 비꼬며 말했다   그 바보가 어떻게 지낸다고요?   난 그가 정말 싫었지만
마틸드는 좋아하는 배우였다   그녀는 내가 한번도 못 들어봤던
짜증스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이발을 마쳤다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싸움이었지만...   내 혈관 속의 피들을 얼려버렸다   불 좀 붙여 줘   젠장, 누가 온다!   - 담배 피워요?
- 내가 깨웠소?   안 잤어요   나도 그래요   난 담배가 좋아요   오늘 한 갑 샀죠   저도 하나 주세요   잊고 있었는데...   이제부터 피우죠, 뭐   아까는 미안했어요   제 잘못이죠
별 거 아닌 일을 가지고 말이죠   추워요?   아뇨, 목말라요   물 가져올까요?   술 생각이 나네요   내일 사오죠   향수는 어떨까요?   몸에 해로울 거예요   마셔봅시다   플라멩코 클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국적인 칵테일을 즐기세요!   마셔봐요, 젊은 아가씨!   나쁘지 않은데요?   담배 주세요   - 춤부터 춰요
- 저는 구경만 하겠어요   - 조심해요, 폭발하니까요- 정말이에요? / - 매사 조심해야지요   재떨이를 사야 하겠어요   이제 담배를 피우니까요   봐요, 천장에 금이
가 있어요   우리는 진탕 마셨다
해괴한 짓이기도 하지   거울 앞에 선 채로
사랑도 나누었다   마틸드에게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연인이 있고   얼마나 많은 쌍이 사랑을
하는지 아느냐고 물으니   아무리 많아도 우리보다는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기 전에는
절대로 헤어지지 않겠다고 했다   몇 시죠?   10시요   - 일어나야 되는데
- 그럴 수 있다면...   머리가 아파요   면도 로션 때문이야. 우리가 실수한 거야
그걸 섞지 말았어야 하는데   벌써 여름이에요   여기서 날 기다려라
난 인사를 드릴 데가 있어   동생들 잘 봐라
길가로 서 있고   기억나세요? 고어...   - 아내하고 같이 왔었지요, 뺨을...
- 물론이죠   그 때는 놀라게 해 드리고
얘기도 좀 나눴죠   집안은 편안하죠?   엉망이죠   예쁘죠?   예쁜데요, 몇 살이에요?   애가 감기에 걸렸어요   아픈 적이 없는 아이인데
모두 다 걸렸죠   - 부인이 애를 남기고 갔어요?
- 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죠   방학동안 뭘 해야 할지
잘 생각해 봐야겠어요   부인은 돌아오겠죠
/ 아뇨, 끝이에요   한번 마음먹으면
끝인 여자죠   그럴 만도 해요   귀엽죠? 큰애는 제 엄마를
쏙 빼 닮았어요   예쁘죠?
작은애는 코감기인데   돌아가면서 앓는군요   그럼, 갑니다. 그냥 애들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다음에 또 봅시다
안녕히 계세요   - 부인은 돌아 오겠죠
- 안 올 수도 있어요   이곳은 왜 잔디 색도
이상한지 아나?   여기 있는 사람들 때문이지
마지막 무대거든   모든 게 영화의 끝 장면 같아   가지며 잔디며 나무들
모든 것들이 다 말이야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난 밤에는 오줌을 지리는데
노망한 건 아니고 일부러 그래   - 왜요?
- 골탕먹이려고   사람들은 용한 사람 불러서 부적도 안 만들어
그렇게 그 사람은 죽어가지   또, 일일이 전화하기도 뭐하니까
이제는 이불 갈러 매일 와주지   - 더한 것도 할 수 있어
- 병원에 입원시켜 버리면 어떡하시려고요?   가게는 어때?   잘 돼요, 앙뜨완이 천장도
다시 칠할 거예요   흰 칠을 벗기고 광내기 끝손질로
환하게 할 거예요   지겨운 곳이야   마지막까지 이런
지겨운 걸 보다니   - 친구예요?
- 아니   너희 세대들은, 늙은이끼리는 모두
친구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   말해두지만 그 늙은 푼수는
구제불능이야   나를 포함해서
여기 잔뜩 있다   - 가자, 현관에까지 바래다주지
- 시간 많은데 더 있다가 갈게요   일요일마다 친척들이 오는데   오자마자 가고 싶어서 환장하지   그래서 난, 여기가 삶이란 것이
없는 데라는 것을 깨달았어   보라고, 나가게 되면 상쾌해질 테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안도의 한숨이 나올 걸?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매일 이 문을 열어보지   - 잘 있어요
- 잘 가게, 앙뜨완   행복해야해   내 생각도 해주고...   죽음보다도
재빠른 것은 없지   약을 쌓아 두고
안심하다가 '푸우' 하고 가는 거지   '푸우'가 아니라 '푸'만 하고도
갑자기 가는 수가 있어   의식 없이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 수가 있지   하지만 너는 자면서도 의식은 깨어있어
그러니 자는 거고...   항상 잠들어 있다면
잔다라는 말도 못 하지   아무튼 넌 의식불능이란 말이지?   무의식이야   그건 같은 말이 아니지   의식불능과 무의식을 혼동하니
대화가 시들해지는군   자네는 차이를 알아?   넌 모르면서 왜 걸고 넘어져?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지?   당신 생각은 어때요
앙뜨완 씨?   죽음은 노란빛이고
바닐라 향이 나죠   진담인가요?   그럼요   하나! 둘!   셋! 스물을 세기 전에
문이 닫힐 거야   그럼 둘만의 평화의 바다에 빠져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지   끔찍해요
매일 더 구부정해져 가요   매일 조금씩 늙어가니까   삶이 역겨워요   비가 오려나봐요   불켜지 말아요   눈 버릴 거야   다 읽었어요. 하루종일 앉아 있던
그 자리에 있어봐요   밤에 먹을 요구르트 사올게요   '내 사랑에게'   '먼저 떠납니다'   '당신의 사랑이 식기 전에
가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사랑만을
남겨 둘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소용없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불행이 찾아오기 전에
떠나려고 하는 겁니다'   '우리의 포옹의 느낌을
안고 갑니다'   '당신의 향기와, 당신의 모습,
입맞춤까지'   '당신이 선물한 내 생애의
가장 사랑스러운 날들의   기억들을 가지고
떠나갑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달콤한 입맞춤
속에서 죽으려고 합니다'   '언제나 사랑했고'   '당신만을 사랑했어요'   '영원히 나를 잊지 못하도록
지금 떠납니다'   '마틸드...'   머리 감으시겠어요?   누구한테 춤을 배웠어요?   혼자 배웠어요
추는 게 좋아서요   너무 빨라요, 날 보세요   - 제법이군요
- 정말이에요?   미용사가 곧 돌아 올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