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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아니, 아니, 위에서
아래로 다듬지 말고

 

밑에서 위로
다듬기로 했잖아요

 

- 그러셨죠
- 너무 텁수룩한 건 싫어요

 

텁수룩한 건
싫으시고요

 

얘기했잖아요

 

그랬죠
아주 여러 번요

 

내가 직접하는 게 낫겠네
이리 줘요

 

- 네
- 고마워요

 

가서 잔디나 깎아요

 

잔디는 어제 깎았잖아요
다이아몬드 패턴으로요

 

그랬죠

 

그럼 이만 가봐요

 

고마워요

 

이런, 날이 무디잖아

 

봐요, 날을
갈아야겠어요

 

- 가져올게요
- 부탁해요

 

이제야 좀
내 스타일 대로 됐네

 

좋네요

 

인정해줘서 고맙네요

 

가운은 바닥에
널어놓는 게 아니거든요

 

내가 할게요

 

롤러 씨
닥터 모건입니다

 

여기 사고라고
쓰여져 있네요

 

글도 못 읽는 여자가
누워 있는 줄 알아요?

 

롤러 씨
전 일을 하는 겁니다

 

확자복을
심심해서 입었을까봐?

 

훨체어에 탔으면

 

꽃마차에
탄 줄 알겠네

 

- 부인
- 부인이라고 부르지 마요

 

예의랍시고
늙은이 취급 말아요

 

죄송합니다

 

죄송해? 죄송하겠지

 

환자분은
클로나제팜 4알과

 

레드와인 한 병을
같이 드셨어요

 

그래요, 졸렸고
목이 말랐거든요

 

제가 보기에
환자 분은

 

사고를 낼 분이
아닌 것 같네요

 

방금 경험을 통해
얻어진 결론이죠

 

그래서 테스트를
몇 가지 할 거고요

 

불만이 있으셔도
어쩔 수 없어요

 

존경 받던 교사 별세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상냥하고 사려 깊은 여인'

 

'다정한 어머니'
'기억될...'

 

'업적'

 

'모두의 사랑을 받는
여인이었다'

 

'모두'

 

네, 앤 셔먼입니다

 

내가 누군지 아나?

 

 

- 아뇨
- 자네 전임자는 알았지

 

자네 전임자는
아주 잘 알았어

 

- 우리 아버지요?
- 난 해리엇 롤러

 

지난 25년간
이 신문사가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내가 매달 광고구매를
해줬기 때문이야

 

롤러 광고 기획!

 

당연히 알죠
무슨 일이시죠, 롤러 씨?

 

공식적인 소개를
부탁하러 왔네

 

그러죠

 

저는 로널드 오돔
여기 편집장으로

 

오하이오 대학
신문학과 졸업

 

아내 이름은
케이트 스패로우...

 

오돔, 자네 소개를
해달란 게 아니야

 

이봐

 

- 따라와
- 왜요?

 

난 자네 상사니까

 

- 해고하게요?
- 그렇게 운 좋을까봐?

 

롤러 씨
여긴 앤 셔먼입니다

 

셔먼

 

자리 좀 비켜주지

 

- 앉아
- 괜찮아요

 

괜찮더라도
앉았으면 좋겠군

 

자네한테
일자리를 제의할까 해

 

제 일은 있는데요

 

앉아, 셔먼

 

로이스 센켄은
못된 여편네였어요

 

'지칠 줄 모르는
동물권 수호자 로이 쉔켄이'

 

'어젯밤 78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맞아요, 로이 쉔켄
제가 썼어요

 

로이 쉔켄이 왜 동물을
그렇게 사랑했는 줄 알아?

 

사람들이
그 여자를 싫어했거든

 

그 여자의 파티며
그 여자의 수다

 

그 여자의
고급 액세서리까지

 

로이 쉔켄 옆에
7분 이상 버티고 있었던 건

 

유기견들 뿐이었지

 

제가 만났던 사람들은

 

그분에 대해
좋은 얘기만 하던데요

 

죽은 사람이니까
예의를 지켜준 거야

 

'유진 베이커
마음에 노래를 품고'

 

'언제나
노래했던 사람'

 

'유진 베이커는 그를 만난
모든 이의 삶에 노래를 남겼다'

 

그자가 왜 그렇게
노래를 해댄 줄 알아?

 

주정뱅이었거든

 

사망 기사에
그런 걸 쓸 순 없잖아요

 

'오늘 아침 매리 라모스가
오랜 병환 끝에 별세했다'

 

'몸에 남겨진
독특한 반점들은...'

 

맞아요, 매독이었죠
저도 알지만

 

기억할만한 건
아니잖아요

 

난 이 사람들을 알아

 

조의를 표할게요

 

아니, 이 사람들
죄다 별로였어

 

그럼 조의는
취소할게요

 

하지만 자네가 그들을
훌륭하게 만들었어

 

마치 그들의 삶이 대단한
업적으로 가득한 것처럼

 

날 위해
그걸 해줘야겠어

 

당신의 사망 기사를
써 달라고요?

 

바로 그거야

 

그게 제 일이니까
때가 되면

 

제가 당신의
사망 기사를 쓰겠죠

 

지금 써줬으면 해

 

편집장님
다시 오시나요?

 

질문이 잘못됐어

 

여기서 필요한 질문은
'왜'냐야

 

왜요?

 

- 좋은 질문이야
- 고마워요

 

셔먼, 난
합리적인 사람이야

 

그 어떤 일에도
놀라 본 적 없고

 

그 어떤 상황도
감당 못 한 적 없어

 

합리적인 여성으로서
내 사망 기사를 방치하는 건

 

매우 비합리적인
행동이지

 

다들 그러는 걸요

 

그렇게 수백 년을
해왔다고요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지금 이뤄낸 것들을
이룰 수 없었을 거야

 

난 많은 것들을
이뤄냈지

 

자네가 내 업적들을
어떻게 기릴 것이냐가

 

나의 큰 관심사야

 

그렇군요

 

이건 수백 명의
목록이야

 

내가 수고스럽게
알파벳순으로 정리했고

 

또 그들과
내 얘기를 할 때

 

데려갈 만한
식당 목록도 있어

 

가족은요?

 

딸이 있는데
연락 안 한지 오래됐어

 

네...

 

전 남편은 얼간이고

 

마감은
언제쯤일까요?

 

월요일

 

- 안 돼요
- 돼!

 

월요일까지 가져와
나도 계획이 있어

 

이제 됐어, 가봐
내가 바라는 바야

 

사망 기사 쓰다가
내가 사망할 판이네요

 

- 이해해
- 이해 못할걸요, 론

 

- 무조건 해
- 네? 왜요?

 

저분이 한때 우리 신문과
아주 좋은 친구였는데

 

만약 저분이
돌아가실 때쯤

 

그 우정이
더 탄탄해진다면

 

우리한테
큰 도움이 될 거니까

 

- 무슨 말이에요?
- 주위를 봐

 

우리 상황이 안 좋아

 

디지털 시대가
한때 유행이 아니었다고

 

- 누가 알았겠어?
- 다 알죠

 

왜 다들
그렇게 말하지?

 

내가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고요?

 

우리 모두
그럴 수 있단 거야

 

좋아요, 내가
어떻게 하면 되죠?

 

원하는 대로 해줘

 

- 로빈 샌즈입니다
- 안녕, 로빈 샌즈

 

인디 애호가들을 위한
인디 음악 방송 시작하죠

 

해리엇과 결혼생활은
얼마나 하셨죠?

 

19년이 조금
넘을 거야

 

해리엇은
내 성을 따르지 않았지

 

그거 알았수?

 

그 시절에 누가 그러겠어?
하지만 해리엇은 달랐지

 

제가 받은 느낌은...

 

해리엇은 모든 걸
통제하려 하더군요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사망 기사를 쓰게 하잖아

 

맞아, 해리엇은
전부 통제하고야 말지

 

원래 늘 그러셨나요?

 

그럴만한 게
해리엇이 일을 시작할 때

 

그땐 다른 세상이었어

 

해리엇이 함께 일했던
남자들은

 

해리엇을
아래로 봤기 때문에

 

두 배로 잘해야 했고
두 배로 똑똑하고 단호해야 했어

 

근데 해리엇은
정말 그랬어

 

그 여잔 항상
자기가 옳다고 믿었어

 

항상

 

하지만 한 가지
즐거워하는 게 있었는데

 

자기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될 때였지

 

그러니까 해리엇과
정면으로 맞서려면

 

그녀가 틀렸단
증거를 대면 돼

 

얼마나 좋아하는데!

 

마구 웃어대지

 

물론 자기가
틀렸단 말은 안 하지만

 

그 웃음을 듣는 걸로
난 충분했어

 

따님은요?

 

해리엇의
좋은 얘기를 들으려면

 

엘리자베스는 아니야

 

그건 확실해

 

행운을 빌어

 

진심으로 빈다

 

'브리스톨 가제트'의
앤 셔먼입니다

 

해리엇 룰러 씨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요

 

'당신 의견 필요하면
내가 지시해요'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해리엇은
어떻게 알게 됐죠?

 

그 여자의
산부인과 의사였어요

 

어쩌다 해리엇의
미용사가 됐나요?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선
머리를 잘라달랬죠

 

그래서 지금 손님이
있다고 했더니

 

그 손님한테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브리스톨 가제트'입니다

 

해리엇 룰러 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여보세요?

 

오래 전 배운 게 있는데
누군가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할 수 없다면
입을 다물라고 했죠

 

직접 검사하겠다고
우겼는데

 

그 여자 진단이
매번 맞았어요

 

전 진료비를
돌려줘야 했죠

 

정말 불쾌한 여자예요

 

그 여자 싫어요

 

너무 싫어요

 

너무 너무

 

해리엇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여자 생각 안 하려고
심리 치료 받고 있어요

 

그래도 좋은 얘기를
딱 하나만 해주신다면요?

 

딱 한 개만요

 

그 여자가 죽으면 좋겠네요
어때요?

 

인간 먹구름 같은
존재예요

 

본노의 자궁이라고
할 수 있죠

 

과자를 이리 달라는 둥
와인을 저리 달라는 둥

 

심지어 와인도
별로라는 둥

 

하나도 없나요?

 

없어요

 

이걸 써왔단 말이지

 

초고예요

 

아니, 첫 번째
문단이겠지

 

간결하긴 하죠

 

한 문단이라니까

 

핵심은 살렸으니까
충분한 것 같아요

 

아니, 이건
패배자의 삶이야

 

그건 아니죠

 

- 한심한 자의 삶이야
- 절대 아니에요

 

그럼
어떻게 생각하지?

 

분명 자네는
담아내지 못했어

 

인상적이고
중요한 인생을 말이야

 

전 최선을 다 했어요

 

우리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로군

 

쓸거리가
별로 없었어요

 

아니, 내 인생
전부가 있었지

 

그걸로 최선을
다 한 거예요

 

내가 자네 능력을
과대평가 했군

 

선생님을 존중하지만...

 

이제야 날 존중하는군
어째 아닌 것 같았어

 

제 집필 능력은
문제가 아니에요

 

그럼 뭐가 문제지?

 

글의 소재
당신이 문제죠

 

뭐라고?

 

당신이 문제라고요

 

뭐야?
어디서 감히

 

죄송하지만
어디서 감히라뇨

 

아무도 당신에 대해
좋은 얘기를 안 했어요

 

동료도 친구도
물론 가족도요

 

방금 뭐라고 했지?

 

'물론 가족도요'

 

내 집에서 나가

 

솔직히
말씀드린 거예요

 

그 사람들한테
칭찬 듣길 바랐다면

 

크게 착각하신 거예요

 

내 집에서 나가!

 

당장!

 

마녀

 

해리엇, 여긴
무슨 일이에요?

 

범죄자 소굴
같은 곳에서 사는군

 

지금 몇 신지 알아요?

 

앉아봐

 

얘기 좀 하자고

 

이게 다 뭐예요?

 

전국에서 발행된
신문의 사망 기사들이야

 

자네가 전부 읽고

 

다른 사망 기사는
어떻게 썼는지 보도록 해

 

제 글이 마음에 안 든다니
유감이지만

 

그게 당신 인생에 대한
제 의견이에요

 

내 인생
아직 안 끝났어

 

훌륭한 사망 기사에
네 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는 걸 찾아냈어

 

- 그런가요?
- 그래

 

하나, 고인은 가족들의
사랑을 받아

 

그렇죠

 

둘, 고인은 동료들의
칭찬을 받고

 

맞아요

 

셋, 고인은
아주 우연히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소수 인종이나
장애인이면

 

훨씬 더 좋고

 

네 번째는요?

 

네 번째는
와일드카드인데

 

내 와일드카드가
뭔지 모르겠어

 

와일드카드요?

 

그래, 폭 넓고 놀라운
뭔가를 담은 서술로

 

사망 기사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말인데

 

예를 들어
'예술 애호가로 알려진'

 

'보니 리 존슨이
오늘 별세하다'

 

아, 네

 

'볼룸댄싱 챔피언을
세 번이나 차지한'

 

'루 멘도자가
어젯밤 사망하다'

 

- 질문이 있어요
- 해봐

 

정확히는
네 개가 있는데요

 

네 개?

 

네 개라, 가족?

 

딸이랑 연락 안 한 지
십여 년이 넘었고

 

내 동료들은
자네도 알겠지만

 

날 찾아와서
칭찬해줄 리 없고

 

내 주위엔
흑인 장애 아동이 없는 데다

 

내 와일드카드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

 

그게 네 가지
질문이었어요

 

그 답을 찾는 걸
도와줘야겠어

 

설마요

 

자네는 내 업적을
다듬는 걸 도울 거야

 

기록만 하는 게 아니라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야

 

끝나기 전에
글부터 쓰자고요?

 

앤, 지금까지
그 얘기한 거잖아

 

지금 인생을
바꾸겠다는 거예요?

 

정확해

 

자네가 마땅한
장애아동을 구해주는 일에

 

무슨 문제는 없겠지?

 

아마 대형마트에서
곧 들일 예정일걸요

 

제품이 곧
준비되겠죠

 

비아냥은
어리석은 자들의 유머지

 

거만함은
무례한 자들의 개그고요

 

죄송해요, 이런

 

아니, 의견을 말했을 땐
절대 사과하지 마

 

와줘서 고마워요

 

담당자를 찾아볼게요

 

완다?

 

뛰지 마

 

해리엇, 여긴
완다 반즈예요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죠

 

반가워요, 완다

 

위험에 처한 방문객
프로그램은 누가 운영하죠?

 

롤러 씨
걱정 마세요

 

여긴 아전하답니다

 

안심이 되네요
고마워요

 

특히 여자애들이
참 좋아할 거예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주시겠어요?

 

해리엇이 위험에 처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요?

 

애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요

 

아니면
그냥 이건 어때요?

 

거액 수표나
한 장 쓰게 하는 거죠

 

내가 자네 상사한테
또 한 마디 해야겠어?

 

돈의 변화를
만든다는 얘기예요

 

- 내 말이 맞죠, 완다?
- 네, 물론...

 

'작은 복지원에
수표를 써준 여자가'

 

'어젯밤 사망했다
해리엇 롤러'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어중간한 업적을 남김'

 

그 수표 얘기
다시 해볼까요?

 

너희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원래 애들은
다 위험해

 

위험하지 않은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의 미래는
평범할 걸

 

위험을 극복하는 게
인생이란 거지

 

난 위험을 무릅쓰고
대학에 갔어

 

그 시대엔 남자들이
공부하는 여자하곤

 

결혼하지 않았어

 

일하는 여자하고도
결혼하지 않았지

 

여자를 상사로
두려고 하지도 않았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는...

 

남자들은 사업하는 여자와
결혼하려 하지 않았어

 

하지만 난 그런
위험을 무릅썼지

 

왜요? 왜 위험을
무릅썼어요?

 

왜냐하면
난 내 잠재력을

 

감추고
살 수 없었거든

 

너희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해보렴

 

너희는 위험을 무릅쓰고
멍청한 일을 하겠니?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대단한 일을 하겠니?

 

우와

 

아이들한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셨네요

 

십대 말괄량이들한테
이유식을 팔아먹은 셈이지

 

엄청나네요

 

하지만 방금 연설로는
충분하지 않아

 

돌아와서 우리만의
말썽쟁이를 찾아야 해

 

나의 지혜를
물려받을 아이 말이야

 

내가 우연히 삶에 영향을
끼칠 사람인 거지

 

- 안녕, 딸
- 안녕, 아빠

 

오늘 오는 줄
몰랐는데

 

리 앤은 없어요?

 

응, 수업이 있거든
타이밍이 딱인걸

 

이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세탁물이잖아

 

빨래 돌렸니?

 

 

잘했네

 

배고파?

 

- 괜찮아요
- 그러지 말고

 

샌드위치 만들어줄게

 

전 괜찮아요
진짜 배 안 고파요

 

네가 좋아하는
음료수야

 

고마워요

 

아직도
에세이 쓰는 거니?

 

 

어떻게 돼가고 있어?

 

속도는 더디지만
꾸준해요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가
언제였지?

 

기억이 안 나서

 

제자리걸음 중이에요

 

부담 주는 거 아니다

 

적절한 때가 되면
연필은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읽게 하란 거야

 

아빠한테요?

 

훌륭할 텐데, 뭐

 

그렇지 않아요

 

네가 너무
자학하는 것 같아

 

아빠는 살면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니

 

아니야

 

네 엄마는...

 

나도 인정해
네 엄마는 위험을 감수했어

 

그걸 그렇게
설명하는 거예요?

 

오래 전 일이잖아

 

안 될 거 없지

 

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우리한테 한 짓이

 

숭고한 것 같잖아요
전혀 아닌데

 

네가 엄마의 행동을
좋아할 필요는 없어

 

나도 싫었으니까

 

하지만 네 엄마는
뭔가 다른 걸 원했고

 

그걸 쫓아갔다

 

엄마가 꿈을 추구했으니까
그거면 된다고요?

 

앤, 난 행복해

 

- 좋네요
- 드디어 말이야

 

그리고 너도 행복하길
매일 기도하고 있어

 

해리엇 룰러
천재 광고인

 

안녕하세요, 새뮤얼스 씨랑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누구시죠?

 

'브리스톨 가제트'의
앤 셔먼이에요

 

기자죠

 

그렇군요, 실례지만
무슨 일이신지...?

 

해리엇 롤러 때문입니다

 

사실 새뮤얼스 씨는
오늘 안 계세요

 

여기 없는데
괜히 이것저것 물었네요

 

여기 없다고요?
좋아요

 

그럼 슈미트 씨는요?

 

미안해요

 

아무도 없군요
알겠어요

 

브렌다! 브렌다!

 

네가 바꾼 걸 정리하려면
몇 주가 걸리는 줄 알아?

 

정리 안 해도 돼요
제 방식이 더 낫다고요

 

그건 네 생각이지
도서관은 방식이 있어

 

그게 원래 방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따라야 해요?

 

듀이 10진 분류법엔
아무 문제없어

 

책 하나 찾는데
숫자 여섯 개에

 

소수점까지 쓰는 게
제대로 됐다고요?

 

책 읽는 거랑 젠장할
소수점이 뭔 상관인데요?

 

내가 영향을 끼칠
말썽쟁이를 찾았군

 

그렇다고 전부
알파벳순으로 바꿔?

 

나중에 고마워할걸요

 

안녕

 

사람들 많은 데서
그런 식으로 욕설을 하면

 

사람들은 네가 교육을
못 받아서 단어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할머니 누구예요?

 

'미안하지만 우리
만난 적 있나요?'는 어때?

 

난 안 미안해요

 

누가 내 일에 참견인지
궁금할 뿐인데요

 

내가 요정 대모 역할로
안 어울리는 건 알지만

 

내가 너한테
관심 있는 건 맞아

 

젠장, 뭐요?

 

'젠장, 뭐요?'대신

 

'뭐라고요?'라고
말하는 게 좋아

 

원하는 게 뭐예요?

 

넌 원하는 게 뭐니?

 

이제 알겠네
봉사 활동 때문이죠?

 

음주 운전하다
걸렸구나, 맞죠?

 

왜 그런 생각을 했지?

 

할머니는 백인이고
여기 있으니까

 

그건 그렇지

 

하지만 내가 여기 온 건
누가 시켜서가 아니야

 

너랑 더
친해지고 싶고

 

내 엄청난 지식을
전달하고 싶어서지

 

나한테 젠장할 걸
가르쳐준다고요?

 

나한테 뭔가를
가르쳐준다고요?

 

벌써 시작된 것 같은데

 

노인 전용 주차 구역

 

이런, 젠장

 

죄송해요

 

좀 치우고요

 

쓰레기요

 

뭐하세요?

 

에세이 모음집이네

 

네, 제 거고요

 

자네한테 죽은 사람 얘기
쓰는 것 말고

 

관심거리가
또 있었던 거야?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대부분
그렇게 하긴 하지

 

그렇겠죠
웬 관심이에요?

 

관심 있다고 안 했는데

 

좋아요, 제 삶을
되찾기 위해 하는 말인데

 

부인의 와일드카드는
뭐가 될 것 같아요?

 

이건 어때?

 

'세차 애호가인
해리엇 롤러가'

 

'오늘 오후 볼보
스테이션 왜건 차량에서'

 

'포도상구균에
감염돼 사망했다'

 

아직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죠

 

- 어서 타요!
- 싫어!

 

좋아요, 여기 핸드백이랑
같이 가버리면 되겠네

 

쓰레기 좀 치우고

 

잘 있어요

 

그러셔야죠

 

세상에

 

들어와서
차 한 잔 하겠어?

 

네?

 

차 마시겠냐고!

 

좋죠

 

그래, 들어와

 

맙소사, 해리엇!

 

오, 깜빡하고 있었네

 

레코드 컬렉션이
있단 걸 깜빡해요?

 

그래

 

이것들을
잊고 있었다고요?

 

세상에, 50년대
60년대, 70년대...

 

나머지는 어딨어요?
CD로 바꾼 거예요?

 

아니, 차라리
엘리베이터 음악을 듣고 말지

 

왜요?
CD가 너무 작고

 

미묘한 뉘앙스들을
담아내지 못해서요?

 

바로 그거야, 앤

 

맞아요, 그래서 전
아날로그가 좋아요

 

CD 컬렉션이
있는 게 아니라면

 

나머지 레코드는
어디에 있어요?

 

나머지는 없어
그게 다지

 

왜요?

 

왜 이리 관심이 많아?
진심이야?

 

네, 정말 궁금해요

 

난 어렸을 때
라디오 듣는 게 좋았어

 

DJ들이 좋았고
그들이 선택한 음악이 좋았지

 

그들이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면
난 이랬어

 

'그래, 나도 가보자'
그리곤 그 음악을 들었지

 

그들이 폭력적일만큼
이상한 음악을 틀면

 

내 생각은 어떤지
되돌아봤지

 

그들이 싹트기 시작한
내 상상력을 좌지우지한 거야

 

제일 좋아하는
DJ가 누구였어요?

 

바비 데일

 

취향이 폭넓고
수다스럽지 않고

 

선곡 순서도
아주 훌륭해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

 

음악도 사업이 됐고

 

사람들은 음악을
상자 안에 가뒀지

 

컴퓨터가 DJ가
됐고 말이야

 

그래서 난
멈춰버렸어

 

하지만
아직도 있어요

 

제가 듣는
라디오 방송국이 있는데

 

방금 말씀하신
그대로예요

 

DJ들이
원하는 음악을 틀고

 

그들이 트는 음악에
통제권을 가지고 있죠

 

정말 굉장해요, 해리엇
당신도 좋아할걸요

 

'인디 애호가들을 위한
인디 음악 방송, KOXA'

 

'채널은 107.2
여러분의 마음엔 넘버원입니다'

 

좋아

 

고마워요

 

앤?

 

조 뮬러예요

 

해리엇 룰러 때문에
왔어요

 

더 나은 광고를 위해
광고사에서 뭘할 수 있지?

 

왜 만화인 거야?
이게 애들 광고야?

 

아니, 내가
언급했듯이

 

이걸 진짜 광고로
만들려면

 

진짜 배우들을 써야지

 

- 유명 배우로
- 날 셸비 롱이 좋더라

 

다들 입 다물어

 

난 해리엇 롤러
여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회사의 창의적인 결정들을

 

담당하는 사람이야!

 

피자나 15달러에
좌지우지 돼서

 

둘러앉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거 알아?
난 이건 못해

 

도둑질이니까

 

이런 일이나 하라고
나한테 돈을 준거야?

 

말도 안 돼
댁들 돈 필요없어

 

줏대 없는
얼간이 같으니

 

해리엇!
당장 내보내

 

나한테 손대지 마
빌어먹을

 

쫓아내 버렸잖아요

 

그래요

 

해리엇이 만든
회사잖아요

 

어떻게
저럴 수 있죠?

 

해리엇이
겁났던 거죠

 

통제가 안 되니까
마음에 안 들었고요

 

맙소사

 

그러게요

 

하지만 선생님은
해리엇을 좋아하셨죠?

 

그 분을 존경했어요
무섭기도 했고요

 

이걸 왜
보여주신 거죠?

 

죄책감 때문이겠죠

 

아마도요

 

해리엇이
낭패를 당했을 때

 

난 입을 열지
않았으니까요

 

정말 위대한 음악은
우릴 가보지 못한 곳으로

 

데려간다고 하잖아요

 

이 곡은 저한테
꼭 그런 곡이었어요

 

자, 이 곡이 여러분을
어디로 데려갈지 보시죠

 

KOXA의
로빈 샌즈였습니다

 

로빈 샌즈를
만나러 왔는데요

 

 

제가 로빈인데요

 

DJ로 지원하려고
왔어요

 

당장 DJ가
필요하진 않아서요

 

보아하니 음향전송이
좀 세는 것 같던데

 

맞아요

 

텔리트로닉스 튜브를
사용해서 그런가요?

 

네, 정확한 말씀이세요

 

디지털 장비를
구매할 여력이 없지만

 

여력이 있다고 해도
안 사죠

 

- 당연히 그래야죠
- 그럼요

 

누구시죠?

 

난 해리엇 롤러
롤러 광고 기획 전 대표로

 

지금은 보시다시피
나이든 여자예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얻는 것도 있죠

 

나 같은 경우는
아주 일찍 기상한답니다

 

그래서 돈 실버의
출근 타임을 맡고 싶어요

 

제가 돈인데요

 

아가씨는 아웃이에요

 

목소리가 너무 얇고
선곡 수준도 떨어져요

 

어떤 음악을
트시겠어요?

 

로빈, 지금 장난해요?

 

그건 틀린 질문이죠

 

그래요?

 

그럼 올바른
질문은 뭔가요?

 

나나 시몬즈의
'Gin House Blues' 다음에

 

뭘 틀거냐고
물어봐야겠죠

 

니나 시몬즈의 곡 다음에
뭘 트실 건데요?

 

- 좋은 질문이에요
- 고맙습니다

 

난 듀크 엘링턴의
'Very Special'을 틀겠어요

 

그리곤 밴 모리슨의
'Ro Ro Rosey'를 틀 거고...

 

마무리는 아무래도
킨크스로 해야겠죠

 

킹크스 좋아하세요?

 

- 가장 저평가된 밴드죠
- 저평가된 밴드요!

 

제가 늘 하는 말이에요
안 그래, 돈?

 

로빈, 누구나
좋은 음악을 고를 순 있지만

 

진정한 DJ는
그 흐름을 읽을 줄 알고

 

곡의 순서와
통일성을 중시해야 해요

 

전 그 통일성에
관심이 많아요

 

난 돈이 많으니까
월급은 안 줘도 돼요

 

어머, 아주 잘됐네요

 

- 얘는 누구죠?
- 내 인턴이에요

 

- 안녕
- 안녕

 

좋아요, 해리엇 롤러 씨
얘기 좀 하시죠

 

해볼까?

 

나 지금 100살 먹은
노인 때문에 잘린 거야?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멍청이들이야

 

 

그러니까 바보랑
부딪히게 되면

 

상대가 어리석단 걸
깨우쳐 주기보다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어린애 대하듯

 

상대해주면 그만이야

 

바보들한텐
인내심을 가지란 거죠?

 

- 그렇지
- 네

 

KOXA의
해리엇 롤러입니다

 

인디 애호가들에게
인디 음악을 전합니다

 

다음은 예측할 수 없는
주말을 맞이하여...

 

해리엇

 

누가 DJ가 됐게?

 

놀랐잖아요

 

이런 일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 이뤄냈지

 

- 그런 거예요?
- 물론이지

 

구경해도 돼요?

 

나가서 봐
여긴 바쁘니까

 

밖에서 보라니까

 

에디 코크란은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로큰롤 선곡 굉장했어요

 

놀라운 반응인걸

 

저도 놀랍네요

 

둘이 어디
가기로 했어?

 

설마!

 

내가 전부
지휘한 거야

 

왜 그랬어요?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거든

 

아뇨, 날 조종하지
말아요, 해리엇

 

로빈이 좋은 데로
데려간다던?

 

이번 주말에
'더 케이브'에 가기로 했어요

 

'더 케이브'라니!
아니, 안 될 말이지

 

절대로 안 돼
거긴 아니야

 

그러지 말고 '카페 부숑'에
가자고 하도록 해

 

제가 방금 뭐랬어요?

 

무슨 말인지 아는데

 

제대로 된 데이트는
멋진 식사가 동반돼야지

 

데이트 아니거든요
친구로서 가는 거예요

 

로빈한테도
그렇게 말했고요

 

그런 말은
뭐하러 했어?

 

우리 관계를
망치기 싫어서요

 

이제 막 만났는데
뭔 놈의 관계

 

저한텐
그의 방송이 있잖아요

 

오, 네가 어떤 앤지
알만 하네

 

제가 뭐요?

 

네가 얼마나
애송인지 알만 하단 거야

 

'앤 셔먼, 해리엇 롤러를
살인한 죄로'

 

'어젯밤 사형 집행됐으며'

 

'마지막으로 그럴 가치가
있었다는 말을 남김'

 

아주 좋은데, 앤

 

훌륭해

 

이봐, 한참 찾았어

 

우리 노친네는
좀 어때?

 

쉽지 않네요

 

아버지가 해주신 얘기가
있는데 엄청 무서웠어

 

저한테 넘겨줘서
참 고맙네요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그분이 선택한 거지

 

그러니까...

 

아뇨, '영광'이란
말은 말아요

 

알겠어, 이건 어때?
고마워

 

우리 가문의 이름을
망치지 않을 수 있게

 

나한테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마워

 

'천만에요'는 안 할래요
절대 안 해요

 

해리엇 롤러입니다
좋은 아침이네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많이 보고 싶었는데

 

들어와

 

낮술 하실래요?

 

- 내가 좋아하는 거잖아
- 기억하죠

 

테라스로 가

 

조, 이제 여기 온
진짜 이유를 말해봐

 

이게 원본이에요

 

그 나쁜 놈들...

 

여전해요

 

그때 나도
좋은 모습은 아니었잖아

 

사장님은 회사를 보호하려
하셨죠, 사장님 회사를요

 

사장님은
누가 뭐래도 영웅이셨어요

 

해리엇 롤러
누가 뭐래도 영웅

 

맘에 드는군

 

이게 원본이면
복사본은 없나?

 

사장님 친구 앤한테
사본 하나를 줬어요

 

앤이 이걸 봤어?

 

내가 담당하는 사람이야!

 

피자나 15달러에
좌지우지 돼서

 

둘러앉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거 알아?
난 이거 못해

 

이건 도둑질이니까
도둑질이야!

 

이런 일이나 하라고
나한테 돈을 준 거야?

 

말도 안 돼

 

댁들 돈 필요 없어
줏대 없는 얼간이들

 

해리엇!
당장 내보내

 

나한테 손대지 마

 

난 나를 큐레이터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청취자들에게 낯선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을
소개하는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야생 탐험가들이

 

미지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처럼요

 

지금 되게
바보처럼 보였죠

 

로빈 샌즈, 로큰롤 탐험가
웃기긴 하네요

 

당신 재밌는 거 알아요?

 

왜 내가 농담하면
다들 놀라는 거죠?

 

뭐, 사망 기사
기자니까요

 

그렇다고 우울한 사람은
아니죠, 직업일 뿐이지

 

게다가 남의 삶을
엿보는 재미도 있어요

 

다른 인생의 백스테이지에
들어가는 셈이랄까

 

사망 기사 기자로서
바라는 미래는요?

 

아주 유명한 사람들의
사망 기사를 쓰는 건가요?

 

아뇨, 난 지금 이대로
만족하고 있어요

 

아니, 아니지
거짓말은 건강에 안 좋아

 

데이트 아닌 건 알겠는데
관계 초기부터

 

거짓말하면
안 되는 거야

 

해리엇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앤이 작가가 꿈이라고
얘기하던가?

 

지금도 작가잖아요

 

아니, 진짜 작가 말이야
앤은 수필가가 꿈이야

 

해리엇
그러지 말아요

 

일관되고도 세계적인
시각을 가진 수필가 말이야

 

말해봐, 앤
그거 말이야

 

네가 쓰는 에세이는
무슨 내용이지?

 

나도... 몰라요

 

못 믿겠는데
자넨 믿을 수 있겠어?

 

이만 나가죠

 

아니, 셔먼
정말 답이 듣고 싶어

 

에세이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없어요, 하고 싶은 말
없는데요

 

헛소리야, 헛소리

 

- 해리엇, 그만해요
- 아니

 

상처 입은 동물처럼
보호하려 들지마

 

작가가 되고 싶으면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지

 

이런 얘기
들을 필요 없어요, 앤

 

그래, 듣지 마
저 친구 말이 맞아

 

그래, 네 뜬구름 속으로
돌아가렴, 맘대로 해

 

왜 그러세요?

 

야망은 자기 회의에 의해
무너지는 법이지

 

욕망

 

욕망이
제 에세이의 주제예요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희생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죠

 

- 물어봐서 미안하다
- 관둬요

 

오, 빛이다!
빛이 보여!

 

말하고 싶지 않다는데
억지로 말하게 해놓고

 

결국 말하니까
비웃잖아요!

 

대체 뭐가 문제예요?

 

진정 좀 해

 

난 그냥
네 에세이가 무슨 내용인지

 

네가 뭘 하려는지
알고 싶었던 거야

 

하도 소중히
다루기에 말이야

 

정말요? 그랬어요?

 

'난 늘 원하고 갈망해
그게 당연하니까'

 

세상은 네가 꿈꾸는 것보다
훨씬 더 혹독해

 

'난 상을 못 받았어
상을 받아 마땅한데 말이야'

 

사실 찬찬히 보면
다 알만한 일이지

 

정말요? 말해봐요
얘기 잘해요

 

넌 네 자신에 대해
글을 쓰려는데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

 

꺼져버려요, 해리엇

 

제목이 있어요?
당신 에세이 모음집 말예요

 

제목이 있나요?

 

'안달루시아 나우'

 

당신한텐
의미 있는 이름이에요?

 

아니면 그냥
생각한 거예요?

 

3살 때
엄마가 지구본을 줬는데

 

우린 그걸로 매일 밤
게임을 했어요

 

눈을 감고

 

지구본을 돌린 후

 

손가락을 대곤
손가락 끝이 멈춰선 곳에서

 

언젠가
살게 될 거라는 거였죠

 

그리고 어느 날
내 손가락이 거기 멈췄어요

 

스페인의
남부 해변이었는데

 

엄마가 안달루시아라고
알려주셨죠

 

난 그게 세상에서 가장
예쁜 단어 같았어요

 

그게 엄마랑 마지막으로
게임을 했을 때였죠

 

엄마가 떠나기 전에...

 

나한테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어느 쪽으로 가요?
여기?

 

저 위쪽이에요

 

우린 사망 기사에 필요한
4가지 요소를 찾아냈고

 

그 중 세 가지는
쓸 만한 게

 

충분히 생겼어요

 

이제 남은 건
가족이에요

 

딸을 만나러 가서
화해하는 거죠

 

남은 건
그것뿐이니까요

 

그것만 해결되면

 

당신을 다시
안 봐도 되거든요

 

그렇군

 

전 남편분한테 연락해서

 

북쪽으로 몇 시간 거리에
따님이 있단 걸 알아냈어요

 

어서 가요
운전은 내가 해요

 

네 차로?

 

네, 내 차로요

 

브렌다도 갈 거예요
나도 지원군이 필요해서요

 

브렌다 집에도
얘기해놨어요

 

다들 오늘 아침
기분은 어때요?

 

샌즈 군, 음악 CD
하나 만들어주겠어?

 

앤, 브렌다와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날 거야

 

멋지네요

 

상황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노래 선곡 부탁할게

 

무슨 상황인데요?

 

내 딸을 만나러 갈 건데
걔가 날 싫어해

 

좋아요
정리 좀 해볼게요

 

제멋대로인 노인네와

 

사이가 나쁜 딸

 

사망 기사 기자가
운전하고

 

9살짜리 인턴이
뒷자리에 앉는 거군요

 

네, 37곡 정도
선곡 가능하겠네요

 

아주 좋아

 

완벽하네요

 

- 같은 생각이야
- 저도요

 

당일 치기
여행이에요

 

그래, 네 더러운 차로
가잖아

 

갈아입을 옷이랑

 

신선한 딜 케이퍼랑
훈제 연어 '타르틴'에

 

염소 치즈도 뿌려서
챙겨 왔지

 

타르틴이 뭐예요?

 

샌드위치를
고상한 척 말하는 거야

 

맥도날드나 가자
브렌다

 

- 안 돼
- 좋아요

 

- 맥도날드 드실 분?
- 여기

 

여기 있지요

 

해리엇?

 

지금 뭘 더 바라겠어?

 

맙소사

 

그렇지

 

길바닥 음식이라니

 

염병할 타르틴보다
훨씬 나은데요

 

- 어머나!
- 자매님, 아멘

 

'다섯 살 때
동네에 서커스단이 왔다'

 

'여섯 살 때
그들이 떠났다'

 

'일곱 살 때 그들이 영원히
오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접시를 돌리며 불붙은 원을
통과하는 서커스 단장은'

 

'마술과 미스터리의
세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기와 함께
서커스 단장은 사라졌다'

 

'링 3개, 링 2개
링 1개, 사라졌다'

 

'서커스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추억에 젖게 하면서
서정적이군, 마음에 들어

 

누가 쓴 거지?

 

저요

 

이해가 안 되네

 

괜찮아

 

엄마랑 딸 얘기야

 

그럼 언니는
시인인 거예요?

 

나도 내가 뭔지
모르겠어, 브렌다

 

뭐라도 되겠죠

 

하느님이 뭐라도 되라고
세상에 나오게 한 거잖아요

 

뭐라도 되겠지

 

오줌 마려워요

 

거기 싸렴

 

이 차에선 괜찮아

 

제발 그러지 마

 

여기다 막 싸버릴 거예요
정말 마렵다고요

 

진짜 마려운데
장난 아니에요, 해리엇, 제발!

 

밖에
꼬마 댄서 좀 봐요

 

난 똑같은 악몽을
계속 꾸곤 했는데

 

내가 엘리자베스를

 

담요랑 베게로
꼭 싸매서 예뻐해주고

 

보호해줬는데
그러다 아래를 보니

 

아이를 너무 보호한 나머지
질식해 죽게 만든 거야

 

세상에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날 어떻게 생각할지

 

그걸 곧 알게 돼서
기쁘네요

 

- 고마워
- 천만에요

 

걔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거야?

 

전 남편분 말로는
따님이 여기서

 

매주 목요일
12시 35분에 식사를 한대요

 

35분?

 

좀 어이없지 않아?

 

- 따님한테 집중하죠
- 맙소사

 

안녕, 엄마

 

안녕

 

관객이 있을 줄
몰랐네요

 

아냐, 여긴 내가 아는
앤이라는 친구고

 

여긴 브렌다야

 

시간이 별로 없어서
샐러드나 해야겠네요

 

방금 왔잖니

 

엄마, 진정하시고
음료나 드세요

 

주문할까요?
여기요!

 

좋아, 브렌다?

 

랍스터 주세요

 

아니, 랍스터는 안 돼

 

- 치킨 파마산요
- 저도요

 

엄마는요?

 

난 샐러드 니수아즈요
날 거 말고 겉만 구워주고

 

콩은 노랑콩으로
케이퍼도 주고요

 

난 판자넬라요
올리브 대신 케이퍼 주세요

 

붉은 양파 말고
하얀 양파로 주고

 

에어룸 토마토는
잘 익은 걸로 부탁해요

 

바질도 부탁해요
신선한 걸로

 

나도 바질 부탁해요

 

따로 담아서요

 

따로 담아줘요

 

그럼...

 

그래, 잘 지냈니?

 

아주 잘 지냈어요

 

잘됐네, 말해보렴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죠?

 

맞다, 기억나요!

 

엄마가
내 남자친구한테

 

나보다 한참
모자르다고 했죠

 

난 내가 틀렸단 걸
증명해주길 바랬다

 

우리 약혼 파티였어요

 

타이밍이 안 좋긴 했지
그건 인정해

 

하지만 너도 그제야
소개해줬잖아

 

제가 왜 그랬을까요?

 

글쎄다, 왜 그런 거니?

 

됐어요,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네요

 

아이러니하다니
무슨 말이야?

 

지금껏 엄마를
미워했는데

 

내가 엄마랑
똑같단 걸 알게 됐거든요

 

갈수록 못 알아듣겠다
엘리자베스

 

강박성 인격 장애를
진단 받았어요

 

안타깝게도 엄마랑
똑같은 증상이죠

 

뭐라고?

 

다른 사람들이 문제라고
우기는 거 말예요

 

대부분 그게 사실인걸

 

전 완벽주의 강박증이에요

 

네 성에 안 차는 일에
만족 못하는 거면

 

전혀 문제없다고 보는데

 

아직 늦지 않았어요
충분히 치료 가능하죠

 

부담을 덜어버리고
평화로워질 수 있어요

 

엘리자베스, 이게 나야

 

할머니 되셨어요

 

정말?

 

아들이 2명 있어요

 

제발 결혼했다고
말해다오

 

결혼했어요
남편 이름은 조쉬고...

 

넌 무슨 일 하니?
직업이 뭐야?

 

뇌신경전문의요

 

일각에선 저를 두고
국내 최고...

 

- 행복하니?
- 최고라고 하죠

 

행복해요

 

전 행복하게 잘 살아요
엄마도 함께해주셔야죠

 

정말 그러고 싶구나

 

좋네요

 

그럼 치료사
만나시는 거죠?

 

이런 상태론
집에 모시고 갈 수 없어요

 

아이들을 만나실 텐데

 

예쁜 아이들이에요

 

사랑에 빠지실걸요

 

재밌어요?
뭐가 그렇게 재밌죠?

 

이해가 안 되네요

 

정말이지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이렇게 웃는 거
처음 봤거든요

 

왜 웃으세요?

 

엄마, 왜 웃는 건데요?

 

자신이 틀렸을 때
이렇게 웃으세요

 

틀려요?
뭘 틀렸는데요?

 

전부 다 말해봐요

 

나 말이야
내가 날 잘못 봤어

 

- 날 잘못 봤다고
- 무슨 말이에요?

 

너한테
멋진 남편이 있고

 

훌륭한 아들이
둘이나 있잖아

 

그리고 넌 행복해
행복한 거 맞지?

 

맞아요

 

그럼 내가 훌륭한
엄마였단 뜻이야!

 

네?

 

아뇨, 엄마를 극복하고
제가 잘 큰 거죠

 

아니, 나 때문이야

 

왜 절 보자고 한 거죠?

 

조사를 좀 하려고

 

참... 굉장하네요

 

- 잘 가요, 엄마
- 가라

 

난 좋은 엄마였어

 

해리엇
참 대단한 분이세요

 

이게 바로 나야

 

어서 나가자

 

차가 좀 이상해요

 

맙소사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내일 아침까지
고쳐주는 거죠?

 

이쪽으로 쭉 가요

 

자고 간다!
자고 간다!

 

여기서 자고 간다!

 

언젠가
우리 아빠가 나타나서

 

나랑 밥 먹어줄까요?

 

글쎄
넌 그랬으면 좋겠어?

 

알겠다, 그러면 좋겠지만
그걸 바라는 게 싫지?

 

네, 그런가봐요

 

우리 엄만 내가 너보다
어렸을 때 날 떠났어

 

그후로 본 적 있어요?

 

아니

 

나도 우리 아빠
못 봤어요

 

짜증나지?

 

아빠 손해죠, 맞아요

 

아빠 손해야

 

난 멋지니까

 

그래, 넌 멋져

 

- 정말 멋져요
- 그래

 

알아요, 언니도
좀 멋져요

 

정말?
내가 멋진 것 같아?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요?

 

뭔데?

 

언니네 엄마
왕짜증이야

 

우리 어디 가요?

 

조심해

 

진짜 예쁘다

 

어때?

 

멋지다

 

들어가볼까?

 

 

옷은 젖으면 안 되니까
잘 치워둬야지

 

하나

 

둘, 셋

 

최고로 멋진 날이었어요

 

넌 앞으로 멋진 날들이
정말 많을 거야

 

정말이야

 

내 초콜릿 먹을래요?

 

아니, 지금 설탕
먹으면 못 써

 

저기 새 보여요?
저기 새가 있는데...

 

고마워요, 악수하죠
정말 고마워요

 

돈 내줘서 고마워요

 

브렌다!

 

사진 찍을까요?
같이 찍어요

 

추억도 남길 겸
셀카 찍죠

 

팔이 길어야 할 텐데

 

- 됐다, 어서 가요
- 옆자리 찜!

 

해리엇 롤러 씨
닥터 모건입니다

 

가능한 빨리
연락주시겠어요?

 

검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요

 

심부전은 간단히 말해
심장의 수축 기능이 감소해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내 심장은
약하지 않아요

 

네, 하지만
과로하긴 했죠

 

치료법은요?

 

죄송하지만
딱히 치료가 힘듭니다

 

얼마나 남았죠?

 

이런 경우엔
예측이 어렵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다시 말씀 드리지만...

 

예측이 어렵다

 

이런 스타일은
나한테 안 맞아요

 

더 나은 소식을 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서
미안하다는 말이

 

이런 상황에 쓰이는 게
합리적인 건가요?

 

환자분께 최대한의
예의를 다한 겁니다

 

고마워 죽겠네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
뭔데요?

 

달리 전화할 데가
없었어

 

심장이 약하단 거예요?

 

아니, 내 심장이
과로했단 거지

 

- 언제든 그럴 수 있다고요?
- 그렇게 말하더라고

 

그럼 샤워하다가도?

 

그래

 

- 화장실에 가서도요?
- 그래

 

지금처럼 저랑
이야기하면서도요?

 

그래! 왜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거야?

 

아뇨, 전 그냥...

 

죽고 싶을 것 같아서요
무슨 말인지 알죠?

 

그래

 

그러니까 그냥
기다리는 거네요

 

우린 누구나
기다리잖아

 

앤, 사망 기사 말이야

 

이제 쓸 거리들이
충분해졌지?

 

- 네
- 좋아

 

알았어요
시작할게요

 

그래, 고맙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안색을 보니
생시는 아닌 것 같은데

 

그 놈의 성질머리는
여전한가봐

 

가서 죽어버리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난 홍차나 마셔야겠어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이야기하고 싶다고?

 

그래서 여기 온 거야?

 

22년이나 지났어

 

이제야 변호사랑
정리 끝났는데

 

- 내 돈으로
- 그렇지

 

고마워

 

에드거, 제발 좀 도와줘

 

난 여전히 결혼이
타협하는 법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타협이라는 건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괴롭단 뜻이야

 

마누라가
제멋대로 하니까

 

그 남편은
알파카 농장을 사대고

 

마누라가
엄청난 돈을 들여서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소파를 샀거든

 

소파가 아니라
'세티'였어

 

디스크 걸리기
딱 좋은 의자더만

 

거기 누우면 안 돼!

 

소파잖아
소파란 그런 거야

 

난 지쳤어, 에드거

 

당신이랑 결혼할 때
뭘 감당해야 할지 알았어

 

내 선택이었고
난 후회한 적 없어

 

한 번도

 

엘리자베스는
선택권도 없이

 

나랑 살게 됐지

 

- 당신은 최선을 다했어
- 그렇지 않아

 

당신이 잘했지
나보다 나았어

 

당신이 그애 보호자였고
정말 좋은 아빠였어

 

만나고 왔다면서?

 

그래

 

엘리자베스는
확신을 갖고 말하던데

 

당신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거야

 

그래!

 

어쩌면 사실이겠지

 

고마워

 

방송 중

 

해리엇 롤러가
좋은 아침을 전합니다

 

그런데 그 진정한
뜻은 뭘까요?

 

좋은 날이 아니라
의미 있는 날을 보내세요

 

진실 되고 솔직한
하루를 보내세요

 

정직한 하루를요

 

그저 좋기만한 날이라면
나중엔 비참해질 거예요

 

어쨌든 이런 제 생각을
곱씹어보세요

 

집안일을 하거나
숙제를 하면서

 

운전을 하거나 놀면서
회사 일을 하면서요

 

뭔가 의미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좋아요, 이제
저도 음악을 들으면서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도록 노력하죠

 

준비됐어?

 

말해봐요

 

넌 휼륭한 작가야

 

그래요? 우와

 

넌 훌륭한
사망 기자 작가야

 

네, 그럴 줄 알았어요
알겠어요

 

아니, 잠깐

 

이 글도 좋아
아주 잘 썼어

 

하지만 이건 판타지야
소녀의 판타지

 

넌 다 큰 성인이잖아

 

난 네가 현실을
쓰면 좋겠어

 

실수를 하게 될까봐
두려워요

 

네가 실수를 만드는 게 아니야
실수가 널 만들지

 

실수는 널
더 똑똑하게 하고

 

널 더 강하게 하고
널 더 자립적으로 만들어

 

난 당신과 달라요
해리엇

 

당신처럼 담력이
세지 못하다고요

 

내 딸한텐 절대 못할
얘기 하나 해줄게

 

앞으로 크게 자빠져!

 

- 네?
- 실패해

 

어마어마하게 실패해

 

그게 충고예요?

 

그래, 실패해야
배울 수 있어

 

실패해야 사는 거야

 

당신 사망 기사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냥 글인데, 뭐

 

네, 알지만...

 

내 인생의 이번 장을
끝낼 준비가 안 됐어요

 

끝내려는 건 내 삶이야
네 삶이 아니고

 

하지만 당신 삶이
훨씬 더 재밌단 말이에요

 

이런, 이리와

 

네 인생은
시작도 안 했어

 

- 이러고 싶었어요
- 고마워요

 

그럼 또 봐요

 

농담이에요

 

좋은 냄새나요

 

레코드판이랑 90년대
불경기의 냄새죠

 

커피 고마워요
이 티셔츠 갖고 싶은데

 

여보세요

 

해리엇?

 

금방 갈게요

 

적어도
욕을 할 때는...

 

방금 정말 엄청난
어휘를 습득했어

 

뭔데요?

 

조빵새

 

뭐요?

 

조빵새

 

네, 그렇게
듣긴 했어요

 

설명해

 

기본은 '십팔'인데
한 단계 상승하면 '십새'이고

 

거기서 한 단계 상승하면
'존나'고

 

거기서 더 심각하게
짜증나면 '조빵새'예요

 

그 얘기하려고
부른 거예요?

 

미안
네 도움이 필요해

 

내가 계획한
그 공격 말이야

 

너랑 내가
감옥에 갈수도 있거든

 

저는요?

 

소년원

 

할래요

 

그럼 네가 감옥에서
쟤네 엄마한테 전화해야 해

 

'범죄의 여왕
해리엇 롤러'

 

'빛나는 영광 속에
사살됐다'

 

그게 와일드카드네요

 

그래, 확실히 그렇지

 

자, 내 계획은 이거야

 

이봐요, 트럭 씨
이리 와요

 

와줘서 고마워요

 

체인을 꺼내서 감아놓고

 

저쪽에 있는
간판의 'L'을 떼면 돼요

 

서둘러요

 

- 어서 해요
- 알겠죠?

 

힘내요, 아저씨
묶어요, 어서

 

좋아요
더 빨리, 더 빨리

 

- 서둘러요, 한 번 더
- 빨리 움직여요!

 

왼쪽으로 조금만 더

 

됐다, 어서 타

 

차에 타, 어서!

 

고마워요

 

해리엇!

 

대체 지금
무슨 짓입니까?

 

오래 전에 했어야 했던 일을
하려는 거예요

 

됐어! 당신이 여기서
일했다는 증거를

 

빠짐없이 찾아서
없애고 말 거요

 

- 좋아, 그러시든지
- 얼른 와요, 해리엇

 

출발!

 

- 조빵새들아!
- 조빵새!

 

앤과 브렌다 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해리엇 롤러 씨는
사려 깊으시게도

 

오늘 장례식의
지침을 남겨주셨습니다

 

아주 철두철미한
지시사항들이죠

 

꽃부터 음악
성경 문구...

 

좌석 배치까지

 

모두 해리엇이
정한 것들이죠

 

또한 해리엇은
자신이 살던 집을

 

브리스톨에 기증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새로운 공공도서관을
탄생할 수 있도록요

 

이 도서관에선 도서들을
알파벳 순서로 진열할 건데

 

듀이 10진 분류법은
멍청하기 때문이라네요

 

또한 가제트지에도
상당한 기부금을 남기면서

 

이렇게 전했습니다
'이젠 안심하게, 로널드'

 

마지막으로 로빈 샌즈와
KOXA에게 해리엇은

 

그녀가 전문적으로 수집한
레코드 컬렉션과

 

킨크스의 모든
레코드를 남겼는데

 

이 시대 가장 저평가된
밴드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해리엇은
자신의 친구인

 

앤 셔먼에게
추모를 부탁하면서

 

3분 30초를
넘기지 말라고 하셨죠

 

'평생 로큰롤을 사랑하고
81세에 DJ가 된'

 

'해리엇 롤러가 목요일
저녁에 별세했습니다'

 

'롤러 광고 기획의
설립자로써'

 

'수년간 자신의 회사를'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광고회사로 키운 그녀는'

 

'예전 동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시민회관 활동을 통해'

 

'사우스 브리스톨
출신의 소녀'

 

'브렌다 윌슨의
멘토가 되기도 했죠'

 

'그녀의 곁에는 딸인
엘리자베스 오말리 박사와'

 

'두 명의 손자
스펜서와 세이지...'

 

해리엇의 사망 기사인데
형편없네요

 

제가 썼어요

 

사실 처음엔
몇 주 후 이곳에서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의
이야기하게 될 줄 몰랐죠

 

지금 하는 일도
그만두고 싶게 만들고

 

내가 정말 형편없단 걸
깨닫게 만든 그 분을요

 

하지만 정작 그 분은
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여기 있는 그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저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
맞서길 바랐을 뿐이에요

 

우리가 뭘 가졌는지
꿰뚫어 봤으니까요

 

우리는
보지 못하는 것들을...

 

그게 가장
놀라운 점이에요

 

우리가 해리엇 롤러를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고

 

이렇게 돌아가셔서
안타깝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자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은

 

해리엇이 절대
잊혀지지 않을 거란 거예요

 

그건 우리 누구나
바라는 거잖아요

 

잊혀지지 않는 것

 

해리엇 롤러는
자신만의 삶을 살았고

 

저도 그 뜻을 기려
저만의 삶을 찾을 것입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네가 이끌어라
그들이 따라올 것이다

 

이건 제 사직서가 아니라
제 사망 기사입니다

 

지난 7년간 이곳에서
일했던 젊은 여성은

 

죽었고
땅에 묻혔습니다

 

그녀는 주저와 망설임 그리고
두려움을 뒤로하고 떠납니다

 

그녀를 위해 슬퍼하거나
애도하지 않을 겁니다

 

진짜로 살았던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그녀의 삶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 삶이 가득 채워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번역: 윤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