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bange 3.0 - (C) Breadu Soft 2008

영화에 대해
말을 하면 할수록

 

영화는 죽어갑니다

 

영화란 하나의 환상이죠

 

각본을 쓰고
촬영할 때도 죽어갑니다

 

배우가 연기하는 순간엔

 

잠시 되살아 나기도 하겠지만

 

촬영이 끝나고 나면
다시 죽어버리죠

 

신비하게도, 가끔은..
편집하는 동안

 

이미지들이 덧붙여지면서
기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에

 

아주, 아주 운이 좋다면...

 

저도 몇 번
운이 좋은 적이 있었죠

 

필름이 돌아가는 순간
영화가 되살아 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말을 아끼는 거죠

 

그럼, 제일 좋아하는
파스타는 뭡니까?

 

이제 좀 진지한 질문이군요

 

나인(NINE), 2009

 

자막/싱크: Sabi
제작: 10.02.21
lollipoppy@naver.com

 

수정, 배포 자유지만
제작자 정보는 남겨주세요 ^^

 

치네치타 필름 스튜디오
로마 1965

 

행운을 빕니다, 마에스트로
(예술용어로 '거장'을 뜻)

 

마에스트로, 마에스트로, 마에스트로...

 

마에스트로 콘티니

 

어떻게 시작할건가?

 

이걸 어떻게 시작할거지?

 

페이지 1, 페이지 1, 페이지 1..

 

페이지 없음

 

- 귀도, 여기 있었군
- 오랜만이야 단테

 

한참 찾았네

 

세트도 잘 돼 가는군?

 

- 잘 지냈나?
- 늘 그렇지

 

얼굴이 형편없군
가서 분장 좀 하지

 

오늘 기자회견 있는 거 알지?

 

- 넥타이를 안 하셨네요
- 옷도 좀 갈아입고

 

- 파우스토입니다
- 회계 담당이네

 

은행에서 보냈지

 

- 콘티니 감독님
-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하게

 

콘티니 감독님께
드릴 질문이 있습니다

 

누구나 내게 질문이 있죠

 

바쁘시겠지만..

 

제가 듣기론,
촬영시작 전에

 

각본과 예산이 먼저
계획된다고 하던데..

 

- 계속 따라오는 거야?
- 까다롭게 굴고 싶진 않지만,

 

저도 감독님 작품의
열렬한 팬입니다

 

초창기 작품들은
정말.. 대단했죠

 

여기 있는 게 제겐
대단한 영광이긴 합니다

 

하지만, 각본과 예산계획을
받아오라는 지시가..

 

- 메시지는 어디에 놓을까요?
- 책상 위에

 

- 더 놓을 자리가 없어요
- 그럼 밑에나 쓰레기통에 넣던지

 

안녕, 폴라
담배 좀 줘

 

열흘 후에 촬영은
불가능합니다

 

자코넬리씨...

- 네? 불가능하다고요?
- 진정하시고

 

그리고 말조심 합시다
은행 스파이가 있어요

 

정확히 말하면
은행에서 온건 아니야

 

배우들이 대기 중입니다

 

오전 내내 오디션
보셔야 할거예요

 

괜찮은 자매를 찾았는데
꼭 보셔야 합니다

 

담배 좀 줘

 

새 셔츠와 타이 좀 내주게, 릴리

 

질문에 답하면,
커피를 줄게

 

또 답하면,
담배를 줄 거고

 

- 아스피린도 필요하군
- 진정해

 

영화 감독이 아주
과대평가 받는 직업인건 다 알지

 

그냥 예스/노만 하면 되잖아?

 

"빨간색으로 할까요?" 응
"녹색으로 할까요?" 아니

 

"엑스트라는?" 응
"립스틱 더 바를까요?" 아니

 

응. 아니. 응. 아니.

 

맞아
그게 감독이 하는 거지

 

게다가 대답이 뭐든
별로 중요하지도 않지

 

그러니 대답해봐

 

영화 의상을 제작할거야?

 

- 응
- 그지? 간단하잖아

 

시대적 배경은 정했어?

 

조만간

 

제작자들은 출입 금지예요

 

2분 있다 나와

 

갔어

 

각본 한 줄이라도 썼어?

 

아니

 

지금 공황상태지?

 

 

기자회견에 루이자도
오기로 했어?

 

아니, 단테와
은행 스파이만

 

면도 좀 해
얼굴이 형편없어

 

여긴 왜 비상구가 없지?

 

탈출할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할말이 없는데,
기자회견을 어떻게 해야 하지

 

잘 할거야

 

자긴 최상급
거짓말쟁이니까

 

가서 전 이탈리아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와

 

이탈리아를 위해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거죠?

 

잠 잘 수도, 생각 할 수도,
쓸 수도,

 

숨 쉴 수도 없어요
심장은 요동치는데

 

죽어가는 걸까요, 어머니?

 

꽃 못 드려서 죄송해요

 

주말에 묘지에 갈게요

 

로마에 묻도록
해락해주지 그러셨어요

 

그럼 매 주말마다 갔을 텐데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오, 귀도, 귀도

 

이 로마는 네가 창조한 거야

 

세상이 아는 로마는
네가 그린 모습대로지

 

네 영화에 나온 대로

 

- 보고 싶어요
- 나도 그렇단다

 

곧 콘티니 감독님이
도착할 예정입니다

 

이 영화가 다시 감독님을
정상에 올려놓을까요?

 

지금 도착했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숙해주세요
감사합니다

 

함께 오랫동안 일해온
제작자의 말입니다

 

회견이전에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귀도 콘티니의 새 작품의
제작소식을 알려드려 영광입니다

 

차기작의 제목은

 

'이탈리아'입니다

 

그리고 또 한번
감독의 오랜 뮤즈이자

 

세계적인 영화배우
클라우디아 젠슨이 출연합니다

 

촬영은 열흘 후
치네치타에서 시작합니다

 

다음주 월요일이군요

 

함께 아홉 번째
제작의 기회를 준 데

 

감사를 전하며,
귀도 콘티니를 소개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에스트로 콘티니
- 네

 

영화제목이 이탈리아인데
굉장히 거창합니다

 

제 영화 중엔
제일 짧은 제목입니다만

 

- 겸손한 제목은 아니죠
- 영화는 겸손할 수가 없어요

 

돈도 많이 들고
제작도 오래 걸리는데다

 

많은 사람의
노력이 깃들죠

 

거창한 제목은 당연합니다

 

영화 주제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요

 

왜죠?

 

전 제 지난 영화의
주제가 뭔지도 아직 모르는데요

 

그게 문제죠
무슨 얘긴지 아무도 모르니

 

물론 영화에 대해
말씀드릴 순 있습니다

 

줄거리가 뭔지..

 

누가 출연하고,
어떤 음악을 쓸 건지,

 

다 말씀드릴 수 있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한마디라도 했다간
기자들 귀에 들어갈 테니까요

 

저희 차기작은
제목 그 자체입니다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정신을,
신화, 여성, 꿈으로써의

 

이탈리아를 그릴 겁니다

 

- 사실입니까, 감독님?
- 멋지네요. 저도 한번 보고 싶군요

 

외설적인 장면도
들어가는지요?

 

- 콘티니 감독님
- 스테파니

 

유행에 민감한
미국여성들을 위해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를 말씀해주시겠어요?

 

전 포장지보다는
내용물을 중시합니다만

 

콘티니 감독님은
세계 곳곳에서 생활하셨죠?

 

영국서 자라고
자택은 프랑스에 있으시니

 

그런 감독님의 이탈리아에선
어떠한 장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부인과는 영화를 찍은 지
오래되셨는데요

 

이번 영화에 캐스팅 할
용의가 있으십니까?

 

제가 루이자와 결혼할 때
약속한 게 있습니다

 

다신 내 영화에 여배우와
자지 않겠다고

 

그런데 감독님 작품을 끝으로
활동이 없는데요

 

왜 이 작품에 대해선
말을 아끼시는지요?

 

진지한 질문입니다
숨기는 게 뭔가요?

 

이곳에도 있고 싶고

 

기자회견에서
진지한 답변을 바란다는 거죠?

 

저곳에도 있고 싶어

 

전 제가 여기에
웃기려고 온 줄 알았는데요

 

동시에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을까

 

모순되는 말 인건 알지만

 

예술가들은 유명해지기 전에
대표작을 만들게 됩니다

 

이젠 유명해지셨으니

 

부정적이고 싶진 않지만
지난 두 작품은..

 

실패작이죠?

 

감독님 표현대로면,
실패작이죠

 

그리고 그건 큰 문제지

 

지금처럼 내 몸은 50인데,
내 마음은

 

열살 땐

 

긴장되시는지 궁금합니다
긴장돼 보여서요

 

- 뭐라고요?
- 제가 묻고싶은 건,

 

혹시 할말이 없는 건
아닌가 하는 겁니다

 

깨어있지도
잠들지도 못해

 

내일 아침에
초라한 곳에서

깨고 싶지도 않아

 

왜 이렇게 연연하는 걸까?

 

위태로운 건
내 자신뿐인데

 

젊어지고 싶고
나이 들고 싶어

 

그러면 빨리 현명해지고

 

또한 자신만만하고
대담해지겠지

 

세상이 내게 무릎 꿇고
말해주길 바래

 

"귀도, 무얼 원하시던

 

불가능해도 우리가
해드리겠어요."

 

원하는 건 그것뿐이야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껏 제 영화들에서

 

보지 못한 게 있던가요?

 

난 더 많은걸 원해

 

왜 지금 만족해야 하지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게 아니면

 

인생에 좋은 게 무어지?

 

한가지 아쉬운 거라면

 

세상에 나는
단 한명이라는것

 

더 질문이 있으시다면...

 

나와 함께 여행해 줄
또 다른 내가 있기를 원해

 

나와 함께 노래를 해줄
또 하나의 내가

 

이곳에선 또 다른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저곳에선 둘이서
산책을 하고 싶어

 

이곳, 저곳, 모든 곳에서

 

모순되는 말 인건 알지만

 

이곳에선 물건을 사고

 

동시에 인사도 하고 싶어
좋은 아침이야, 귀도

 

귀도!
귀도!

 

귀도, 그건 나, 나,
난 프라우스트가 되고 싶어

 

아니면 사드 후작이거나

 

예수, 모하메드, 부처든

 

신을 믿지 않아도 되도록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말하건대

 

뭔가 해내지 못하면
난 끝이야

 

젊어지고 싶고
나이 들고 싶어

 

내가 원하는 건
얼간이라도 만들어 낼

 

끝내주는 이야기뿐

 

세상이 내게 무릎 꿇고
말해주길 바래

 

"귀도, 무얼 원하시던
우리가 해드리겠어요."

 

"우리가 해드리겠어요."

 

그럼 내게 보여줘

 

보여줘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

 

벨라비스타 스파 호텔
안지오, 이탈리아

 

- 방이 필요한데요
- 물론입니다

 

- 스위트로
- 알겠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방으로
숨 좀 쉴 수 있게

 

저희 어떤 스위트라도
숨쉬는 덴 불편 없으십니다

 

- 잠시 찾아보도록 하죠
- 밀라노에서 왔어요

 

- 그러시군요
- 사업차. 전 사업가거든요

 

아주 아주 바쁘죠

 

가명으로 하시겠습니까
콘티니 감독님?

 

그러죠

 

- 밀라노 씨로 할까요?
- 마음대로

 

누구나 그렇겠지만
감독님의 팬입니다

 

초기작들은
정말 대단했지요

 

최근 실패작은 별로죠

 

의사가 필요해요
입이 무거운 사람으로

 

가능하다면 방에서
오늘 봤으면 하는데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전화도 해야 합니다

 

사인하시죠

 

저쪽 로비에
공중전화가 있습니다

 

- 루이자? 여보..
- 이제 연락하네요

 

모두들 내게 화났겠지?

 

글쎄요, 난 화났는데..
지금 어디예요?

 

기자회견에서 도망쳤어

 

들었어요
극적이던데요

 

장난치지마
아프다고

 

영화를 만들잖아요
영화를 만들면 누구나 그렇죠

 

원래 그런 거예요

 

아냐 이번엔 정말
몸이 아파

 

혼자 있어요?

 

당연히 혼자 있지

 

- 내가 갈까요?
- 그래서 전화한 거야

 

지금 당장 와줘
보고 싶어

 

알았어요

 

좋아. 고마워

 

지금 어디 있어요?

 

모르겠어, 호텔인데
계속 달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생각해보니, 며칠이면
집에 갈 텐데 올 필요 없겠어

 

알았어요..

 

올 필요 없죠..

 

그래도 보고싶은 건
진심이야

 

물 많이 마시고
푹 쉬어요

 

푹 쉬고 돌아와서
멋진 영화를 만들어줘요

 

사랑해

 

어서 나아요

 

의사가 오는 길입니다

 

여기로 전화해서,
여자가 받으면 연결해주시오

 

내 방으로

 

- 남자가 받으면...
- 잘못 걸은 거죠

 

어때요?

 

- 선생님?
- 네

 

방금 뭐라고 속삭인거죠
혈압에 문제라도?

 

- 심각해요? 죽는 건 아니죠?
- 스트레스, 과로

 

간, 심장, 신장 모두

 

모두 당신에게 화나있어요

 

- 크게 벌리세요
- 아....

 

다행히 제대로
찾아오신 겁니다

 

주위엔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이 많죠

 

교황님도 온천욕하러
자주 오십니다

 

- 말씀하세요
- 감독님, 여성분 전화입니다

 

침대에서 누워있다가

 

문득 당신이
궁금해 하진 않을까

 

생각했어요

 

귀도

 

아주 중요한 전화예요
받아야 합니다

 

- 개인적으로요
- 그러시죠

 

누가 옷을 모두
벗고 있을까요?

 

달링, 나예요

 

누가 당신의 발에
입맞추길 원할까

 

나예요

 

당신의 귀에

숨결을 불어주고 싶어요

 

더 크고 생생히 느낄 수 있게

 

당신이 만져주길 바래요

 

여기

 

그리고 여기

 

그리고 여기도

 

선생님, 맥박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어요

 

- 무슨 일 있는지요?
- 네?

 

아, 네, 제 새 영화때문에
바티칸에서 온 전홥니다

 

계속하세요, 신부님
듣고 있습니다

 

간질 간질

 

당신에게 해 줄 것들을

 

생각해놨어요

 

너무 뜨거워

 

당신은 달아오르고

 

소리 지르겠죠

 

내가 연주하는 악기처럼

 

바르르 떨 거예요

 

그럼 난 당신의
눈썹에 입맞추고

 

뺨을 꼬집을 거예요

 

내가 어떻게 할 지

 

보여주고 싶어
견딜 수 없어요

 

귀도!

 

당신이 피곤하고
지쳐있어도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은?
나예요

 

당신이 내게 해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나예요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만 해두기로 해요

 

귀도!

 

안녕

 

사랑해요, 귀도

 

귀도!

 

안녕~

 

- 칼라
- 보게 되니까 너무 좋아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 내가와서 기쁜가요?
- 당연하지

 

아주 기뻐요,
아니면 조금 기뻐요

 

아주 기쁘지

 

왜 그래요?
너무 피곤해 보여요

 

칼라, 일주일 있을 텐데
이 가방들은 다 뭐야

 

벨라비스타는 아주
세련된 곳이잖아요

 

전쟁 중에 거기서 지냈거든요

 

- 독일군이 어찌나 많던지!
- 칼라, 말할게 있어

 

호텔에서 내가 누군지
알아버렸어

 

- 저런
- 알아, 최악이지

 

기자들이 몰려올 것 같아서

 

다른 숙소로 예약해놨어

 

여기서 가까워
꽤 괜찮아

 

여기 역 근처에요?

 

커튼 닫아
너무 밝아

 

- 이제 복도로 가봐
- 뭐라고요?

 

밖에서 열을 세고
다시 들어와서,

 

방에 잘못 찾은 것처럼 해봐

 

난 처음 보는 사람이고

 

난 자기 그런
게임이 좋더라

 

- 난 사업차 온 거야
- 알았어요

 

- 잠깐만, 얼굴
- 얼굴이 왜요?

 

화장품 가져와 봐

 

어제 악몽을 꿨어요

 

우리가 골목길을 걷고 있었어요

 

내가 스카프 사준 곳
기억나죠?

 

- 부인도 똑같은걸 샀었잖아요
- 움직이지마

 

그 스카프를 할 때마다
내가 준건지 아닌지 헷갈려요

 

어쨌든 우린 벌거벗고
길에 누워 키스하고 있었어요

 

부끄럽지 않았죠

 

그런데 남편이 오더니
우리 둘을 죽였어요

 

삽으로

 

불쌍한 루이지
그는 절대 안그럴거예요

 

너무 착하거든요

라틴어를 할 줄 알고
로마왕도 다 외워요

 

잘 됐군

 

그가 영화제작을
도울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같이 일하면 좋을 텐데

 

완벽해

 

나갔다 오면
야수처럼 행동해줘

 

- 알았어요
- 어서

 

- 날 여배우처럼 다루는 거죠?
- 어서 하자고

 

세상에!

 

난 자는 척 하고 있지

 

진짜 다른 방에
들어가면 어떡해요?

 

질투 할건가요?

 

다른 방에 들어갈 거야?

 

모르죠

 

왜 그래

 

호텔에 일하는 아주머니가

 

저한테 수건을 주려고 했어요

 

- 이리 와
- 알았어요

 

- 뭐해
- 낯선 분이시라

 

- 당신을 몰라요
- 그냥 이리 와

 

야성적으로

 

보여줘

 

실례합니다

 

방을 잘 못 들어왔군요

 

그렇군요

 

당신이 누군지
전혀 모르겠어요

 

페이지 1

 

페이지 1, 페이지 1..

 

어둠 속에서 어떤 형상이
나타난다.. 여신처럼

 

그녀는 클라우디아
그의 뮤즈

 

그녀는 그의 뺨을
감싸고 키스한다

 

그 순간 그는 영감을 받고
쓰기 시작한다

 

뭔가... 엄청난 것을

 

신이시여
계시를 내려주소서

 

- 실례지만, 신부님
- 안녕하세요

 

- 죄송하지만 추기경님을...
- 콘티니 감독님!

 

감독님의 팬입니다

 

추기경님을 뵐 수
있을까 해서요

 

클라우디아 젠슨양도
여기 와 계십니까?

 

- 아니오
- 안타깝네요

 

추기경님은 젠슨양의
열렬한 팬이십니다

 

추기경님께 조언을 얻고자..

 

혹시 젠슨양의 사인이
있는 사진을

 

구해주실 수 있는지요?

 

- 추기경님께 드릴?
- 네

 

- 물론 가능합니다
- 정말 기쁘군요

 

그럼 부탁합니다
감독님

 

귀도
귀도

 

어떻게 찾았는진
묻지 않지

 

감독이 어디 있는지 아는 건

 

제작자의 의무지

 

그의 정부가 어디에서
묵고 있는지 아는 것도

 

- 세상에
- 다 이해해

 

로마는 견디기 힘들지
부담도 되고

 

- 힘들었을 거야
- 진짜, 다 이해해?

 

물론 이해하지!

 

그럼 다시 로마로
끌고 가지 않는다고?

 

자넨 천재야
그에 맞는 대우가 필요하지

 

역시 자네뿐이야
근데 어디가는 중이지?

 

로마를 견딜 수가 없지?
괜찮아

 

로마가 자네에게 올 테니

 

자네가 집중하기엔
딱 좋은 환경이지

 

모두 자넬 위해
여기 온 거야

 

자네를 사랑하기 때문에

 

감독님, 보세요
꽃과 유리로 장식하고

 

로마 제국 스타일로
아치를 드리우면 어떨까요

 

도나텔라 기억하지?

 

- 안녕하세요
- 반가워요

 

- 오디션 봤던 도나텔라네
- 제가 많이 긴장해서

 

기억 못하실 거예요
많이 떨었거든요

 

아니, 기억나요
꽤 좋았어요

 

감독님

 

클라우디아의 기획사입니다

 

각본을 맘에 들어 하던가요?

 

그럴 수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각본을 받지 못했다고요?

 

피에파울로!
각본을 못 받으셨다잖아

 

지금 당장 각본 보내드려!

 

- 네, 죄송합니다
- 지금!

 

알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녀는 일개 배우가 아니라
스타 란걸 가끔 잊나 봅니다

 

단테가 꼭 할말이 있다네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여보세요

 

여기서 뭐하는거지

 

난 좋은데
수영복도 가져왔지

 

어제 루이자 생일이었어

 

뭐? 안돼!
거짓말이지? 안돼..

 

어제 통화했는데
아무 말도 없었어

 

- 담배 좀 줘
- 손에 든 건 뭐야?

 

- 그건 뭔데?
- 클라우디아 입힐 거야

 

무슨 장면에?

 

나도 모르지!
각본도 안 나왔으니

 

하지만 늘 이런걸
좋아했어 그녀는

 

- 너도 좋아하지?
- 폴리 베제 옷 같잖아

 

이탈리아 여자들은
그런 옷 안 입는다고

 

폴리 베제를 얕보지 마

 

예전에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줘

 

깃털과 반짝이를 보면..
어릴 적이 생각나곤 하지

 

그리고 니 말은 틀렸어

'나투라 몰타' 에서
나이트클럽 장면에

 

클라우디아에게
이런 옷을 입혔었잖아?

 

왜 사람들은
그 영화를 좋아하지?

 

귀도,
그런 생각 하지마

 

매번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영감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야

그렇게 꾸부정하게 노인처럼
앉아만 있는데

 

영감이 잘도 떠오르겠다

 

재떨이 줘

 

내가 노인처럼 앉아만 있다고 했지..

 

꾸부정하게

 

왜 뭔가 신나는 걸
만들려고 하질 않지?

 

신나는 음악말야
춤도 곁들여서

 

삶의 기쁨을 일깨워주라고

 

요즘 영화들은
위기에 빠졌어

 

어디에나 실존주의자뿐이지

 

영화에서 키스할 때
러브송을 부르지 않는다면

 

돈 내고 영화보기도 아깝지

 

노래가 없다면
사랑도 없는 것

 

현악기, 클라리넷
그리고 색소폰

 

이 늙은 파리지엥에게
뭔가 좀 배워봐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폴리 베제

 

얼마나 화려한 색과
의상, 그리고 춤인지

 

폴리 베제에서
보낸 밤보다

 

더 황홀한
삶의 순간이 있을까

 

폴리 베제

 

그 어떤 영혼도
절망에 빠질 수가 없어

 

폴리 베제의
환상적인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면

 

폴리 베제

 

음악과 춤
노래와 공연들!

 

소녀의 가슴과 같은
예쁜 부케티에르와

 

당신을 열광하게 할
술 한잔 까지

 

믿기 어렵지만

 

이곳에 모든 건
환상이 아니라 진짜야

 

바가지 씌우지도 않고

 

그러니 오늘 밤은
폴리 베제에서

 

안녕하세요, 좋은 밤입니다

 

저는 폴리 베제의
'베데뜨'입니다

 

베데뜨는
스타란 뜻이죠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어젯 밤 공연 중에
이 테이블을 내려봤는데

 

네, 지금 당신이 앉은 거기요

 

뭘 봤는지 아세요?

 

신부님이요!
그리고 그 옆엔?

 

세상에, 귀도?
귀도 콘티니?

 

폴리 베제에서
뭐하고 있니?

 

요 맹랑한 녀석,
넌 이제 아홉 살이야!

 

하지만 와줘서 기쁘구나

 

무대 위에 올라와 보겠니?

 

그래, 어서!
올라 오렴!

 

기분은 좀 나아졌니?

 

여기선 낙담하고
있을 곳이 아니지?

 

그렇지, 귀도?

 

우리는 여기 어린 귀도에게
뭔가 알려줄게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웃음!

 

우리가 원하는 건?
사랑!

 

우리가 원하는 건?
꿈!

 

그걸 잊지 말자
귀도

 

즐기는 건
우리의 특권이야!

 

폴리 베제

 

음악, 조명
그리고 웃음이

 

네가 찾고 있는 답이란다

 

폴리 베제의 밤을 본다면

 

폴리 베제

 

너도 하늘을 보며
맹세 할 수 있을 거야

 

폴리 베제만큼

 

환상적인 건 없다고

 

폴리 베제

 

화려함으로 넘치는 무대는

 

인생에 기쁨을 주지

 

폴리 베제의 밤을 본다면

 

폴리 베제

 

현대적인 이상들은
비할 수 없지

 

이 뒷모습에

 

폴리 베제의

 

네가 찾고 있는
답이 있단다

 

음악과 조명
그리고 웃음들

 

이곳 폴리 베제에

 

추기경님은
이곳에 계십니다

 

콘티니 감독님 오셨습니다

 

전 찰리 채플린을
좋아합니다

 

저도요

 

천재지요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 신을 믿으십니까?
- 콘티니 씨, 그런 말씀은..

 

아냐, 아냐
솔직한 질문이네

 

- 네, 저는 신을 믿습니다
- 저도요

 

가톨릭인가요?

 

네, 매우 독실합니다
아직 부족하지만요

 

추기경님이 보시기에도
많이 부족해 보이겠지만

 

많이 노력 중입니다

 

- 더 노력하세요
- 알겠습니다

 

추기경님

 

전 행복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찾고 있지만

불행하고 절망만이
있을 뿐 입니다...

 

당신 영화들을 봤습니다
실패작들 말고 좋은 작품들이요

 

섹스라는 것이
그렇게 많이 필요했습니까?

 

그건 꼭 필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
상상할 수 있잖아요?

 

죄송하지만, 제 영화는
제가 상상하는 것들입니다

 

그럼 상상력에
도덕적 훈련이 필요하겠군요

 

상상력을 어떻게
훈련하는지요

 

상상력은 신의 정원입니다

 

악마가 그곳에서
거닐게 하지 마세요

 

이탈리아 여성들에게
창녀가 아닌 아내가 되도록 가르치세요

 

방탕함과 불경한 것을
보여주지 마시고요

 

이탈리인임을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페사로
이탈리아 1926

 

귀도!

 

돈 좀 줘봐

 

가자!

 

사라기나!

 

사라기나!

 

요 작은 이탈리안 악마들..

 

사랑에 대해 알고 싶니?

 

사라기나가 말해주지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면

 

네가 타고난 것을
이용해야 해

 

그건 네 몸 속에
흐르고 있지

 

이탈리아인처럼

 

이탈리아인처럼

 

용기를 내서
불 같은 키스를 훔쳐

 

이탈리아인처럼

 

이탈리아인처럼

 

날 안을 때면,
그냥 안지 말고

 

여길 꽉 안아줘

 

부드럽고

 

감성적으로

 

하지만 용기 내서
내 엉덩이를 때려줘

 

대담하고

 

무정하게

 

날 꼬집을 땐
세게 꼬집어 줘

 

여기 통통한 곳을

 

가수처럼

 

연인처럼

 

너무 늦기 전에
어서 꽃을 꺾어줘

 

이탈리아인처럼

 

이탈리아인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듯 사랑해줘

 

가수처럼

 

연인처럼

 

너무 늦기 전에
어서 꽃을 꺾어줘

 

이탈리아인처럼

 

이탈리아인처럼

 

오늘밤이

 

마지막인 듯

 

사랑해줘

 

귀도!

 

네가 정말 부끄럽구나
귀도

 

엄마,
제가 뭘 어쨌길래요

 

데려오게

 

저 소년은 악마야

 

신께서 너의 죄를
벌하실 것이다

 

왜 그래?

 

- 왜 그래?
- 숨을 못 쉬겠어

 

귀도, 지금 죽으면 안돼요

 

불쌍한 루이지
정말 상처받을 거야

 

내가 죽으면
네 남편이 상처받는다고?

 

아냐, 그런 뜻이 아니예요

 

- 어디가요?
- 일하러 가야지

 

카라, 답답하다고!

 

- 나도 같이 갈게요
- 불가능해

 

- 어째서?
- 불가능하니까

 

- 제발
- 왜 불가능해요?

 

당신 제작자도

 

결혼 했지만
여자친구를 데려오잖아요

 

아무도 신경 안쓰고

 

귀도, 모두들
우리에 대해 알아요

 

왜 곁에 있지
못하게 하는 거죠?

 

내가 네 위에서
죽지 않길 바라는 것과

 

같은 이유지
자기 남편에게 너무하니까

 

- 내 아내에게도 너무한 거라고!
- 날 가지고 노는군요

 

당신이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

 

- 같이 가게 해줘요
- 안돼

 

여기 이대로 기다릴게요
다리 벌린 채로

 

열 개의 시퀀스가 있다고 하면

 

각각을 다른
시대배경으로 찍는 거야

 

하지만 배우는 그대로지

 

뭔가 좀 가볍고
소란스럽게

 

모차르트나 피가로처럼

 

- 서커스처럼
- 클라우디아가 빛나겠군요

 

- 굉장하게 들리는데요
- 하지만 각본은 한 줄도 없죠

 

시나리오는 영화제작에서 지도와 같아
우린 지도가 있다고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해보자고

 

사막에서 사람들이
땅을 파는 장면은 어때?

 

루이자?

 

부인이신가 봐요?

 

여기서 보다니 꿈만 같아

 

왠지 당신이 비상사태에
처했을 것 같더군요

 

아주 약간 틀렸군

 

아예 틀린 건 아니죠?

 

잠 안 잤군요

 

지금까지 죽어가던 참이야

 

가지

 

그리고 생일 잊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집에 가보면
온통 꽃 천지 일거야

 

- 벌써 집에 가라고요?
- 그러면 안되지

 

생일 축하해, 여보

 

- 드디어 오는군 - 안녕하세요

 

아름다우십니다

 

- 도나텔라를 아십니까?
- 네, 알아요

 

- 전화해줘서 고마워요
- 영화를 구하려면 당연하지

 

그에게 아이디어 좀
불어넣어야겠어

 

루이자의 생일을 위해
건배하고 싶습니다

 

- 생일 축하해요!
- 월요일이었지만

 

- 생일 축하해요!
- 감사합니다

 

생일 축하해

 

- 감독님
- 아, 신부님

 

이쪽은 돈 마리오 신부님,

 

이쪽은 제 아내 루이자입니다

 

-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같이 앉으시죠

 

- 사양 마시고요
- 고맙습니다

 

감독님 작품의 엄청난
팬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대외적으론,
규탄하는 입장이지만

 

사실 모두들 좋아한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엔 직접

 

'일 비콜로'를 재연했답니다

- 그건 돈 내고라도 보고 싶네요
- 루이자가 거기 출연했었죠

 

그 영화에 유일한 빛이었죠

 

맞아,
내가 그녀를 발굴했지

 

루이자 아카리 였군요
세상에

 

지금은 아니예요

 

그 배우가 당신 인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런가요

 

정말 좋은
가톨릭 부인을 두셨습니다

 

그들은 늘 희생하죠

 

콘티니 감독님...

 

내 남편은 영화를 만들어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
꿈과 같은 삶을 살죠

 

그를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하고

 

지금은 독특한
로맨틱영화를 구상 중일지도 몰라요

 

누군가는 은행을 경영하고
누군가는 세상을 지배하고

 

누군가는 빵을 구우며 살지만

 

내 남편은 가끔은 약간 미친 듯이

 

영화를 만들어요

 

그는 환상들을 만들죠

 

환상 속에서 살고
그걸 우리에게 돌려줘요

 

미켈란젤로처럼
혼자만의 천장에 그림을 그리지만

 

그는 일과 집을
구분하질 못해요

 

누군가는 주식을 사고
누군가는 출근 표를 찍으며

 

누군가는 남들이 가지
못하는 곳을 가지만

 

그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어요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들로

 

귀도 콘티니
루이자 콘티니

 

최고의 감독과
그의 열렬한 팬이었죠

 

귀도 콘티니
루이자 콘티니

 

그를 사랑하는
정열적인 여자였어요

 

오래 전엔

 

아주 오래 전엔

 

우리 둘이

 

귀도 콘티니
그의 연인 루이자였을 때

 

그녀만의 삶과
꿈을 가진 배우였을 때

 

세상에 함께
가지 못할 곳이 없고

 

밤새 서로에게
노래해주던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아카리 양 준비해주세요

 

오디션 번호 1번
루이자 아카리입니다

 

이탈리아 이름이군요

아버지는 이탈리아인
어머니는 프랑스인이세요

 

전엔 무슨 일을 했나요

 

기다렸죠

 

이 기회를요?

 

손님들 식사 마치기를요

 

물론, 공부는 파리에서
연극과 마임을 전공했어요

 

요즘은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지만요

 

- 고마워요
- 뭐가요?

 

이렇게 아름다워서

 

계속 찍어

 

오래 전에

 

그녀 이전에

 

그가 날 얼마나 원했었는지

 

그는 절대 모르겠죠

 

내 남편은 영화를 만들어요

 

영화를 위해 그는
스스로도 힘들게 하죠

 

몇 주간 쉬지도 않고 일을 하죠

 

그러지 않고는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구두를 닦고

 

누군가는 은퇴를 하고
누군가는 꿈꾸고 즐기며 살죠

 

그는 더 이상
침실에 오지 않아요

 

내 남편은 대신
영화를 만들죠

 

그는

 

영화를 만들어요

 

피곤해서
먼저 실례할게요

 

왜 그러지?

 

루이자

 

내가 얼마나 멍청한지
구역질이 날 지경이에요

 

루이자, 제발
무슨 일이야?

 

당신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군요

 

거짓말이라니?

 

놀랄 것도 없죠

 

당신에겐 그게 생활인데

 

귀도

 

배고팠어요
혼자 먹는데 질렸다고요

 

레스토랑이 널렸는데

 

호텔 구경도 하고 싶었고요

 

어릴 적에 와봤다고 했잖아요

 

방해하려고 온 게 아니예요

 

결과적으론 그렇게 됐군

 

루이자가 온다는 말
왜 안 했어요?

 

나도 올 줄 몰랐어
말 없이 왔다고

 

예고라도 해야 하는거죠

 

말없이 날 보러오는게

 

아내로서 그녀의 특권이야

 

여기 아가씨에게
택시 불러주시오

 

알겠습니다

 

카라, 밖에서
기다려야겠어

 

같이 있어줄거죠?

 

지금 동료들과
저녁 먹고 있잖아

 

회의 중이라고!

 

그럼 왜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는 건데요?

 

집에 데려다 줄
사람을 찾아볼게

 

아가씨

 

안에서 기다리시겠습니까?

 

좀 걸어야겠네요
친구에게 먼저 갔다고 전해주세요

 

알아보니, 무슨 괴상한
여관 같은데 묵고있나보더군

 

역 근처에

 

루이자?

 

내가 초대했다면
이 호텔에 있었겠지

 

그렇잖아?
생각을 해봐

 

그녀는 당신이
오는 것도 몰랐다고

 

- 그럴듯하네요
- 사실이니까

 

끝났다고 했잖아요

 

끝났어 그냥
내가 잘 지내나 걱정돼서

 

와본 거라고 하더군
멍청한 생각이긴 하지만

 

중대한 범죄는 아니잖아?

 

왜 웃는 거야?

 

아니예요

 

당신도 스스로를
볼 수 있다면

 

견딜 수가 없어요

 

당신의 그 모순과
불합리함이란

 

거짓을 덮기 위해
노력하는걸 보는 것도

 

이젠 지쳐요

 

왜 각본 한 줄
못썼는지 이해가 가네요

 

당신 인생을 꾸며내느라
이렇게나 바쁜데 말이죠

끝났다고 했잖아

 

정말 끝냈어

 

솔직히 끝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할 수 있어

 

어쩌고 저쩌고.. 지겨워

 

- 보드카로
- 저도 하나주세요

 

콘티니 감독님
보그지에 스테파니예요

 

- 기억하시죠?
- 당연히 기억하죠

 

보그의 스테파니

 

여기서 이렇게 만나다니 대단한 우연이네요

 

그렇군요
담배 하나 필까요?

 

기자회견에서 대단했어요

 

증발하셨죠

 

오 아니예요
제가 살게요

 

그러죠

 

- 감사해요
- 별말씀을

 

- 감독님 작품을 다 봤어요
- 그래요?

 

수백 번씩이요

 

현대 사회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유일한 영화들이죠

 

어떤 진실이죠?

 

종교의 죽음 이라던지
성의 혁명

 

전 종교가 죽었다고
생각 안 합니다만

 

그리고 도대체
성의 혁명이 뭐죠?

 

그 부분은 좀 있다
더 자세히 얘기해보죠

 

본인만의 스타일이 있으세요

 

늘 그렇게 생각해왔죠

 

그래서 감독님 작품을
더 좋아하나 봐요

 

스타일이라

 

장면 장면이
사진작품 같아요

 

- 그렇군요
- 정말 끝내주죠

 

감독님처럼 수트까지
신경 쓰는 남자는 흔치 않아요

 

이탈리아 남자 그 자체죠
술값을 계산해주고

 

눈길만으로 옷을 벗기는

 

- 그런 남자는 별론 데
- 아니예요!

 

스타일은 새로운 유행이에요
독자들이 좋아하죠

 

그들은 클라우디아처럼
옷 입고 싶어해요

 

클라우디아처럼
옷을 벗고 싶어하고

 

베스파를 타고
비아 보네토를 달리고 싶어하죠

 

모두들 이탈리안
영화 속에 살고 싶어해요

 

난 블랙 앤 화이트가 좋아

 

다채로운 색깔도 좋아

 

콘티니가 그의 이미지를
프리즘으로 보여주듯이

 

몸이 떨려오고

 

흥분하게 되지

 

귀도만의
신사실주의 영상을 볼 때마다

 

가느다란 타이를 맨
구릿빛 미남들을 사랑해

 

무심한 듯
모드스타일은 한

 

뾰족한 구두를 신고
선글라스를 낀 채

 

밤길을 걷는 그들이 좋아

 

귀도는 무얼 하든
날 미소 짓게 해

 

그는 이탈리안
스타일의 정수

 

귀도만이 할 수 있는
라틴어들의 화려함이 좋아

 

콘티니의 이탈리안 시네마

 

콘티니의 이탈리안 시네마

 

콘티니의 이탈리안 시네마는
날 흥분하게 해

 

그의 이탈리안 시네마는
날 살아있게 해

 

그는 이탈리안 시네마의 거장

 

귀도만의 시각으로 보는

 

영화의 장면들

 

그만큼 독창적인 시각의
감독을 또 없어

 

그의 앵글을 넓고
또 타이트하고

 

매 순간이 정확해

 

이탈리안 스타일을
결정하는 단 한 사람

 

빠른 스포츠카들이 좋아

 

세련된 커피샵과

 

포지타노의 화려한 여자들

 

그는 이상적인
이탈리아 남자

 

이탈리안 시네마니까

 

그의 이탈리안 시네마가 좋아

 

귀도! 귀도! 귀도!

 

가느다란 타이를 맨
구릿빛 미남들

 

선글라스를 낀 채
밤거리를 걷는 그들

 

빠른 스포츠카와
세련된 커피샵

 

화려한 포지타노의 여인들

 

그는 이탈리안 시네마의 거장

 

콘티니의 이탈리안 시네마

 

내 영혼 속에

 

내 영혼 속에

 

내 영혼 속에

 

이탈리안 시네마

 

흑과 백

 

흑과 백

 

흑과 백

 

이탈리안

 

시네마

 

내 영혼 속에

 

이탈리안 시네마

 

내 영혼 속에

 

이탈리안 시네마

 

콘티니의 시네마

 

이탈리아의

 

사랑해, 루이자

 

다시 한번
노력해보고 싶어

 

 

아직 의사와 있습니까?

 

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쪽이에요

 

- 와줬군요
- 그래

 

콘티니 씨

 

다시 와야 해요

 

대여섯 알 정도 먹었더군요

 

위험할 뻔 했죠

 

정부라는 사실은 압니다만

 

참으로 추악한 짓입니다
당신들은...

 

일말의 도덕성 따윈
없는 건가요

 

귀도?

 

어디 가니?

 

고맙습니다

 

이젠 제가 곁에 있죠

 

뭐든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가자, 프란체스카

 

고맙습니다

 

- 남편에게 전화해야겠어
- 안돼요, 집에 데려가려 할거예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 죽을 만큼 가치 있는 놈이 아냐, 난
- 화내지 말아요

 

제가 뭘 하든
그냥 날 사랑해줘요

 

여기 당신이 없어도
난 늘 여기서 기다려요

 

당신의 삶을 살고
영화를 만들 때도,

 

당신의 그녀와 춤을 출 때도
난 여기 있을게요

 

쉬는 게 좋겠어

 

아침에 다시 얘기하자

 

가지 말아요

 

쉬어야지..카라..

 

이리 온, 우리 아가

 

하늘에 빛나는 달을 보렴

 

너를 향해 미소 지으며
빛나는 모습을

 

새근대며 꿈꾸는 동안

 

하늘을 나는 꿈을 꿀 때도

 

내 남편은 내가
똑똑한 줄 알아요

 

난 안 똑똑한데
이상하죠

 

자긴 이미 알겠지만

 

이 조그만 머리로
늘 당신 생각만

 

해왔어요

 

어디에 있을지
뭘 하고 있을지

 

무슨 꿈을 꾸는지

 

어릴 적 꿈을 꿀 땐
난 네 곁에 있을 것이고

 

어른의 꿈을 꿀 땐
늘 기도하며 이끌어 줄게

 

그리고 네가 늙어갈 땐
내 사랑도 더 빛날 거란다

 

너는 나의 아들이란 걸
늘 잊지 말렴

 

내 아들

 

귀도
내가 사랑하는걸 알지?

 

내 아들

 

귀도, 나만큼
너를 사랑해줄 사람이

 

많지 않을 거야

 

하늘에 빛나는
달을 보렴

 

내게 축복을 내려주고

 

굿나잇 키스로
너를 지켜줄 거야

 

지금처럼

 

계속 안아주세요
꿈에서 깨지 않도록

 

실례합니다

 

- 그녀는 괜찮나요?
- 네

 

- 집에 데려가야겠어요
- 물론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당신을 사랑해요
알고 있죠?

 

제 아내니까요

 

여보?

 

- 로마로 돌아가세
- 루이자는?

그녀도 갔어
자네와 끝이라는군

 

솔직히 나도 그래

 

모든 스텝을 데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사라져?

 

난 더 이상 해줄게 없어
클라우디아가 와있어

 

오늘이 카메라 테스트야
알지?

 

- 못해
- 해야 돼, 앉지 말고

 

- 도움이 필요해
- 모두들 널 도왔어

 

의사도 보고
추기경도 봤지

 

- 치료받았잖아?
- 나아진 게 없어

 

지겨워

 

영화 만들자고
배우도 도착했어

 

파우스토, 이거 가져가

 

가자고!

 

- 시간이 더 필요해
- 각본은 잊어

 

클라우디아가 왔으니
영감을 주겠지

 

잘하는 걸 하라고
카메라로

 

스크린 테스트 결과가
도착했습니다

 

- 지금 보시겠습니까?
- 저녁에

 

오늘 다 보고
모든 결정을 내릴 거야

 

디자인 미팅,
제작 미팅도요?

 

저녁에

 

클라우디아가 찾았어
늘 처럼 예쁘더군

 

스크립트를 한번도
못 봤다며 보여달랬어

 

나도 못 받았다고 했지

 

- 여보세요
- 루이자, 나야

 

제발 끊지 마

 

오늘 상영실로
와주면 좋겠어

 

캐스팅이나, 각본에
대해 상의도 하고 싶고

 

도움이 필요해

 

당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거야

 

내가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

 

감독님

 

듣고 있어?

 

말해요

 

집에 들여보내
달라는 게 아냐

 

오늘 스크린 테스트에만
와주길 바래

 

내가 아닌
영화를 위해서

 

늘 그래왔잖아

 

조용해 주세요

 

시작합니다

 

오른쪽으로 돌 수 있겠어?

 

물론 오른쪽으로
돌 수 있죠

 

이번엔 왼쪽으로

 

그렇게 하죠

 

이번엔 천천히
한번 돌아봐

 

네, 천천히 돌게요

 

아름답군 역시

 

다음 의상 주세요

 

누구 각본 가진 사람 있어요?

 

분실물은 '이탈리아' 각본
사례는 충분히 할게요

 

없으면 영화를 못 찍거든요

 

역할이 뭔지도 모르는데

 

분장과 의상이라니
흥미롭네요

 

전 이만
호텔로 돌아갈게요

 

젠슨양,
의상 두세 개만 더...

 

이만 오늘은
돌아가고요, 감독님

 

각본이 나오면
읽어볼게요

 

그리고 나서 얘기하죠

 

의상은 정말 멋져요, 릴리
역시 대단하세요

 

- 나중에 봐요, 미남
- 그러지

 

- 클라우디아!
- 어쩔 수 없지

 

- 어쩔 수 없어?
- 금방 올게

 

- 시간이 없어, 귀도
- 금방이면 돼

 

회의 잊지마!

 

오늘은 더욱 매혹적이군

 

내가 아니라 릴리의 가발과
화장이 매혹적인 거죠

 

진짜 나는
그 아래 숨겨져 있고요

 

보게 되니 반가워

 

정작 하려는 말은
"사실 각본이 없어" 아니고요?

 

왜 갑자기 다들
각본에 그렇게 집착하지?

 

우리 영화의
팬들에게 물어봐

 

그들은 각본 따윈
관심도 없다고

 

그들이 보고싶은 건
당신이 머리를 젖히는 모습

 

달빛아래의 당신의 모습

 

눈물 사이로 희미하게
빛나는 당신의 미소

 

정말 카메라를 보고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모습

 

도대체 어떻게
하는진 모르겠지만

 

그 밖에 뭐든 간에,
중요한 건 각본은 중요치 않다는 거야

 

릴리 말로는 제 배역이
수십개라 더군요

 

수십 개까진 아니고

 

당신은 위대한 뮤즈야

 

오늘의 이탈리아를 만든

 

세상을 지배하는 건 남자지만
당신은 그들을 지배하는 여자지

 

남자들이 깨닫고
있을진 모르지만

 

그럼 나는 그 위대한
남자들 뒤에 여자군요

 

위대한 여자지

 

그리고 영화에
남자 주인공은..

 

눈에 보이는 모든걸
탐내고 소유하려 하지

 

아무것도 포기하지도
하고 싶어 하지도 않아

 

그는 길을 잃고
결국 헤매게 되지

 

천천히 피 흘리며 죽어가

 

그리고 이 뮤즈가
그와 사랑에 빠지나요?

 

그렇지

 

-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거야
- 난 오히려 그 남자이고 싶네요

 

- 응?
- 그 남자이고 싶다고요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한때는 당신을 원했죠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당신은 내 친구였어요

 

하루쯤 그랬을까

 

또는 한 시간쯤

 

하지만 끝나질 않아요

 

사랑을 위해서
모든걸 버리는 여자들은,

 

- 남자의 환상일 뿐이에요
- 뭔가 잘못 이해해..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울고 싶어요

 

내 안에 무언가가
약해져 가요

 

내 안에 무언가
항복하려 해요

 

그리고 그 이유는 당신

 

당신이 이유예요

 

당신이 내게
무슨 짓을 하는지

 

당신은 몰라요

 

나로서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당신은 몰라요

 

당신을 보면

 

난 겁이나
말을 멈추게 돼요

 

그녀는 그의 영감이야

 

그 역할을 계속
할 수 없어요

 

우리 사이에
카메라를 두고

 

당신을 볼 때마다
난 사랑에 빠져요

 

아니야

 

그는 실재하지 않아요
귀도

 

그리고 그 남자는,
사랑할 줄을 모르는 거죠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지금의 나는 당신이 만든 거예요

 

지난번 촬영 중일 때,

 

어떤 낡은 호텔에서

 

당신 방이 내 방
바로 위층이었었지

 

당신의 발소리도 들리고

 

밤새, 당장이라도
달려 올라가

 

당신의 방문을
두드리고 싶었어

 

왜 그러지 않았죠?

 

나도 모르겠어

 

내 삶에 소중한 사람

 

처음 만난 그 날부터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내 영혼을 감동시키던
당신을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당신을 나를

 

완전하게

 

만들었어요

 

문을 두드리지 그랬어요

 

다 버리고 당신에게
오라고하지 그랬어요

 

이젠 못하겠어요

 

이게 진짜 나예요
당신에겐 아내가 있고

 

보고 싶을 거예요

 

이젠 뮤즈가 아니지만

 

멋지구만, 릴리
의상이 환상적이야

 

고맙습니다

 

머리도, 분장도
완벽하군

 

- 옆모습이 정말 아름답네요
- 실력도 대단하고

 

- 진정한 여신이에요
- 뒷모습도 좋은데

 

정말 하늘에서
내려 온 천사 같네요

 

그렇군, 아주 좋아
다음은 뭐지?

 

- 여배우 오디션입니다
- 어서 보자고

 

마음에 드시면
당장 전화해야 해요

 

- 한창 상승세중인 배우예요
- 전화 안 해도 되겠는데

 

- 이제 가서 앉아보세요
- 재미있는 여자예요

 

좀 독특하죠

 

마음에 안 드나, 귀도?

 

"제 이름은 라이라 입니다"

 

- 전 마음에 드네요
- 누가 물었나?

 

네 일이나 잘해

 

- "수고했어요"
- "감사합니다"

 

- "도나텔라 발렌티니입니다"
- "발렌티니"

 

"가서 거울을 보세요"

 

"뭐든 하고 싶은걸 해봐요"

 

"그냥 걸어서
깡총대지 않아도 됩니다"

 

"이 방에 혼자만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해요"

 

멋진 여자야

 

"지금 전화하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해봐요"

 

"자기~"

 

"번호부터 돌려야죠"

 

- 타고난 미인이야
- 좋군요

 

긴장한 것 같군
어때, 귀도?

 

도나텔라 괜찮지?

 

이건 누구지?

 

- "자기소개 하세요"
- 금발을 원한 댔잖아?

 

- "알레시아입니다"
- "지오바니예요"

- "북부 출신이고요"
- "정확히 어디죠?"

 

- "파둘라요"
- "파둘라"

 

- 키가 너무 커
- 꽤 크네요.

 

"안녕히"

 

아름답군

 

"아주 좋아"

 

- 금발을 원한다며?
- 이쪽이 마음에 드는데

 

"잠시.."

 

"고마워요"

 

"이렇게 아름다워서"

 

완벽해

 

- 아름답군
- 너무 예쁜 거 아냐?

 

도나텔라로 해야겠군

 

- 도나텔라가 낫지?
- 그렇군

 

잘됐군
다들 수고했어

 

다들 가서 푹 쉬어

 

내일은 아주 바쁠 테니까

 

다들 고생이 많았군
수고했어

 

수고했어

 

와줘서 고마워

 

보니까 어때?
마음에 드는 사람 있어?

 

루이자?

 

내 사랑을 원해요?

 

다 가져가요

 

내가 벌거벗는 게
보고 싶나요?

 

다 가져가요

 

어서
보여줘요

 

모든걸 가져가버리는 걸

 

- 고마워요
- 뭐가?

 

내가 특별한 게 아닌걸
알게 해줘서요

 

당신이 내게 무슨 짓을
하는지 전혀 모르죠?

 

특별한 추억이라
생각했던 것들도, 당신에겐

 

그저 원하는 걸
얻기 위한 수단이었군요

 

내 장갑을 원해요?
내게 빠졌나요?

 

벗겨져 바닥에
떨어지는 게 보고 싶죠?

 

이건 당신의 쇼니까

 

다 가져가요

 

대체 무슨 소리야?
스크린 테스트 때문에?

 

일이라서 하는 거야

 

영화 감독이잖아
그게 내 직업이라고

 

우리 결혼생활이기도 하고요

 

영화를 만드는 건 대중에게
속죄 받기 위함이랬죠?

 

그들은 용서할지 몰라도
난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할 수 없어요

 

절대로

 

그러니 어서
다 가져가요

 

내 영혼을 원해요?
가져가요

 

이젠 내가 떠날 시간

 

더 이상은 당신께
줄게 없으니까요

 

당신이 떠오르는 것도,
몰락하는 것도 보았어요

 

이렇게 여기 서서
벽에 등을 기댄 채

 

이젠 당신이
배울 차례예요

 

세상을 다 가지고
재미도 보았고

 

당신은 모든걸 원했죠

 

이제 그게 이루어졌으니
모든걸 다 가졌으니

 

가지고 가버려요

 

손이 닿는 모든걸 원했죠

 

언젠간 깨닫겠죠,
당신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당신은 욕망
그 자체예요

 

계속해서 원하지 않으면
아마 죽고 말 거예요

 

당신이 모두 가져가버려
내게 남은 건 없어요

 

오길 잘했네요

 

희망이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

 

무슨 짓을 한 거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루이자?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어

 

시작조차 할 수 없어

 

카메라를 쳐다볼 수도 없는데

 

문제는 주제도,
해결방법도 없다는 것

 

문제는 작가로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것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멈추면
더 이상의 손실은 막을 수 있을 거야

 

세트는 그대로
다른 촬영에 쓰면 되겠지

 

배우 스태프 모두
이젠 돌아갈 시간

 

난 더 이상 아니니
다른 천재를 찾아봐

 

어떻게 시작할지도
난 모르고 있으니

 

도와줘 루이자! 어머니!
누구든!

 

와보지 못한
절망 속에 있으니

 

아무런 갈피도
없이 서있는 귀도

 

손실만을
안겨줄 뿐인 귀도

 

영감을 주는
배우도 없이,

 

대중의 무자비 앞에
서있는 귀도

 

아무도 없이
홀로 남은 귀도...

 

모든 게 엉망이고
이해도 가지 않아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

 

모든 게 계획대로
하지 못한 나를

 

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자신이 없어

 

내가 원하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건가?

 

내 인생은 별볼일 없는
삶으로 몰락한 것인가?

 

귀도, 난 이제
이 이름도 견딜 수가 없어

 

도대체 이 귀도란 누구지?

 

귀도는 혼자 밖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람일 뿐

 

제가 다 망쳤어요
어머니

 

모든걸 제가
망쳐버렸어요

 

한번의 잘못 된
실수로 전

 

모든 것을 잃었어요

 

그리곤 내 이상과는
너무 먼 사람이 되었어요

 

갈 곳도 잃은 채

 

전 길을 잃었어요

 

누구도 네 길을
대신 찾아줄 순 없단다

 

네게 달린 거야, 귀도

 

그 누구도 아닌

 

모두 네게

 

여러분, 고백 할
말이 있습니다

 

영화는 없습니다

 

이젠 더 속일 수 없어요

 

모두 그만둬야 합니다

 

미안합니다

 

앙길라라, 이탈리아
2년 후

 

다시 배우가 됐다니 다행이야
내가 의상도 만들어줬지

 

- 재미있는 사람이야
- 행복해 보이더군

 

방해하기 싫었어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대?

 

난 그녀의 친구지
엄마는 아냐

 

모르겠지만, 그렇겠지?
누가 외롭고 싶겠어

 

나한테 그 머리 좀
자르겠다고 약속해

 

형편없는 수염도
면도하고

 

손가락 질 받지 않고
길을 좀 다녀보고 싶어

 

어디 길을
다니고 싶은데?

 

아무데나, 여기든
그냥 걷고 싶어

 

- 사귀는 사람 있어?
- 아니. 전혀 없어

 

재미있게 들리네
혼자서 걸어다니고

 

수염도 기르고..
나도 은퇴하면 같이 할까?

 

놀리지마, 릴리
마음이 정말...

 

그녀가 너무 보고 싶어

 

이마에 '얼간이'
문신이라도 할까 봐

 

루이자도
네 생각 할거야

 

그럴까?
정말 그렇게 말했어?

 

진정해, 둘 사이에
우체부 노릇은 안 할거니까

 

로마로 돌아와

 

영화를 만들어

 

아냐, 절대로

 

지금까지 뭔가를
배우려고 이렇게 지냈어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성장하는 사람말야

 

정말 얼간이구만

 

네 문제는 영화가 아니었어

 

네가 문제였지

 

계속 애처럼 굴면
다신 영화를 못 만들 거야

 

아무도 그걸 원하지 않아
특히 루이자는

 

귀도...

 

길을 가는
그 어떤 사람도

 

네 영화를 보고 한번쯤
감동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

 

그건 신의 선물이야
사명이기도 하지

 

그걸 활용해

 

한번 대단한 걸
만들어 보라고

 

이제 내가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영화는...

 

아마..

 

아내를 되찾고 싶은
남자의 얘기뿐이겠지

 

좋은데?

 

의상 만드는
재미도 있겠는데?

 

촬영을 시작하자고!

 

어떻게 하는 건지
기억도 안 나는군

 

기억 나실 겁니다

 

마에스트로

 

반갑습니다

 

말은 좀 아끼고 싶네요

 

얘기한다는 건 곧
그 영화를 죽이는 거죠

 

어쨌든 오늘 촬영은
화해에 관한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화해의 끈을 찾기 위한

 

여정을 과거에
서로간의 관계들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빨리! 빨리!
위치로 가세요!

 

모두 움직여요!

 

모든 순간엔 처음이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전 오늘이
그 처음처럼 느껴지는군요

 

계속 질문은
하셔도 되지만

 

짧은 대답은
기대하지 마세요

 

- 알겠죠?
- 노력해보죠

 

마에스트로,
시작할 준비 할까요?

 

네, 그래 줘요

 

제가 해보고 싶은 건..

 

분장 확인 하세요!
마지막 확인입니다!

 

그것 좀 해줄래요?

 

조용히 해주세요!
조용히!

 

시작합니다

 

"제목: NINE"
"감독: 귀도 콘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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